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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12화 (12/244)

[골렘마스터]  #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8]

"훗. 그렇군요."

그녀는 아투의 싱거운 대답에 뭔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다시 밤하늘의 별을 향했다. 그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밤바람

이 그녀의 하늘거리는 원피스 자락을 장난스럽게 치켜올렸고

잠시 아투의 시선이 그 모습에 고정되었다.

"아!"

치맛자락이 바람에 치켜올려져 부끄러운 부위를 들킨 미스티

는 짧게 소리치며 얼굴을 붉혔다. 물론 손을 뻗어 치마도 수습

했다. 멍하게 시선을 고정했던 아투 또한 뜨겁게 달아오른 얼

굴을 땅으로 내리깔으며 말했다.

"미스티. 시간도 늦었는데, 들어가서 잠이라도 좀 청해. 내일

아침을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달빛도 별빛도 그 둘만을 위해 반짝이는 듯, 초원의 분위기

가 아투와 미스티를 위해 준비된 하나의 공간인 듯 했다. 하지

만 결국 아투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은 전혀 내보이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을 돌렸다.

'우선 그녀를 보호하고 또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

해서만 생각하자. 어쩌면 기억을 잃기 전, 이미 약혼자가 있

을 지도 모르잖아.'

아투가 그런 힘없는 상상을 하는 동안, 미스티도 속으로 여

러 가지 생각을 했다. 자신이 기억을 잃은 후, 처음으로 마음

을 열을 수 있던 존재. 그리고 지켜주는 존재. 그에 대해 느껴

지는 이 따뜻한 가슴. 혼란스러웠지만, 거부감이 일지는 않았

다. 오히려 포근하고 안정이 되는 듯 했다.

'아투…….'

미스티또한 솔직하지 못한 자신이 못내 아쉬웠지만, 지금으

로선 자신 있게 그의 앞에 나설 수도 없었다. 혹시 자신이 중

죄를 지어 쫓기고 있는 몸이라면, 그때는 그에게 상처를 줄지

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괜히 짐만 될 것만 같았다.

"그럼 저 먼저 잘게요. 아투도 일찍 자도록 해요."

짧게 인사를 마친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여 텐트 안으

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아투도 슬

슬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미스티와 같은 텐트 안에서 자기엔 조금 그렇고. 어쩔 수 없

겠다. 역시 가이트리아와 자는 수밖에.'

밤이 되자 기온이 내려가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그는 견딜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친구 이상의 존재로 생각하

던 가이트리아와 같이 자는 것인데, 뭐가 어떻겠는가. 배낭을

뒤적이던 아투가 모포 한 장을 꺼내어 돌처럼 굳은 듯 초원 위

에 서있던 골렘에게로 다가가 몸을 맡겼다. 가이트리아는 주

인의 명령대로 양손을 뻗은 채 몸을 숙여 일종이 간의 침대를

만들어 주었고, 아투는 거기에 올라 모포를 깔고 잠을 청했다.

"잘 자. 미스티."

아투가 잠시 인사를 건넸지만, 텐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눕자마자 잠에 빠진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딴 생각말고 자자.'

아투 또한 생각을 정리하며 몇 일간의 도보 여행에 상당히 지

쳐있었던 듯, 고른 숨결을 유지한 채 평온하고 달콤한 잠에 빠

져들었다. 다만 달빛 아래의 가이트리아만이 그들이 걸어온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노란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러한 눈빛으로.

한참 단잠을 자던 아투는 자신의 귀를 자극하는 요란한 소리

에 정신을 차렸다. 꽤나 많은 무리가 움직일 때 나는 그런 대

지의 미세한 진동을 동반한 소리였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 닿

을 듯 말 듯 근처에서 넘실대는 살기는 미처 상대를 파악하기

도 전에 전의를 상실케 만들 정도였다.

'뭐지. 이런 한밤중에 움직이는 존재들은? 게다가 이런 기운

을 풍기면서 다가오는 존재들이라면 심상치가 않은데.'

아투는 억지로 무거운 눈을 들어올려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급히 몸을 일으키며 마나장을 펼쳐두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을 맞이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한 것이다. 마나장

이 어느 정도 퍼지자 그는 가이트리아에게 명령을 내려 텐트

주변을 방어케 한 뒤, 걸음을 빨리 해 미스티를 깨우러 움직였

다.

아투가 텐트를 살짝 거두고 안을 들여다보니 고른 숨소리와

함께 미스티는 완전 꿈나라에 가있는 듯 싶었다. 하지만 상황

이 상황이니 만큼 이것저것 따질 여유 없이 크게 소리쳤다.

"미스티! 빨리 일어나! 누군가가 우릴 노리고 다가오고 있어!"

"으응…."

그녀는 잠에 덜 깨어난 듯 귀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가늘

게 뜬눈으로 아투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낙천적인 모습을 보

이던 그의 얼굴에는 짙은 긴장감이 완연했고, 그제야 그녀도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대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투?"

"큰일이야. 강한 살기를 뿜어대고 있는 녀석들이 우리를 향

해 오고 있는 것 같아."

모포를 거두고 머리칼과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는 미스티를

향해 아투가 긴박함을 담아 답했다.

잠시 미스티를 깨우며 시간을 지체한 사이, 대지를 울리던 소

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게다가 이제는 그 존재들이 아투

와 미스티의 시야에도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

아도 대충 그 수가 이십 여명은 넘어 보였다.

"어떤 무리들인지 알아봐야겠어. 이글 아이!"

먼지를 일으키며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그 존재들을 찡그

린 얼굴로 바라보던 아투가 혼자 중얼거리듯 원견 주문을 외

웠다. 곧 그가 지닌 마나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며 망막 사이

로 흘러들었고, 먼지 속의 무리들이 훨씬 더 크고 뚜렷하게 시

야에 들어왔다. 진홍빛의 갑주와 말. 허리에 차고 있는 길다

란 장검. 게다가 그 전신 무장한 무리들의 선두에는 붉은 망토

와 수염을 휘날리며 매섭게 수하들을 이끌고 있는 존재도 보

였다. 아투, 그리고 미스티의 기억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인물….

"크, 큰일이야! 드레이크라는 화염 기사단의 대장이 여기까

지 쫓아온 것 같아!"

아투가 보기엔 틀림없이 전에 미스티를 잡아가려 했던 그 붉

은 화염 기사단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말까지 타고 있어 그 기

세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 보였고, 아투는 왠

지 모르게 위축이 되는 느낌도 받았다.

"역시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정말 미안해요."

"됐어! 미안하다는 소리는 하지 마. 어차피 저런 녀석들 무서

워하며 후회할 거였으면, 미스티와 함께 다니지도 않았을 거

야. 어쨌든 지금은 여기서 도망칠 궁리부터 해야 해."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 미스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만 아니었다면, 아투는 지금쯤 편안하게 고향으로 돌아갔

을 텐데…. 괜히 죄책감 들며 자신의 신세도 처량하게만 느껴

졌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생소한 감정이었지만, 자신을 보호

해주려는 그의 말과 행동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고 있

었다.

"아투……."

"왔다! 내 뒤로 숨어! 가이트리아! 우리 앞을 막아라!"

아까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던 기

사대가 이제는 서로 얼굴이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졌

다. 말을 타고 있는 자들로부터 도망가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아투는 어쩔 수 없이 비장한 마음을 먹은 채 마나장을 팽창시

켜 골렘의 활동 범위를 최대화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를

붙잡은 채 등뒤에 숨어있는 미스티를 슬쩍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미스티는 넘겨주지 않겠다.'

사실 아투가 그녀와 만난 지는 기간 상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런데도 이렇게 목숨까지 걸어가며 그녀를 지키려는 이유는 그

의 순수한 감정이 시키는 데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

론 그가 지금까지 여러 여성들을 보아왔지만, 미스티에게 느

끼고 있는 감정을 똑같이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이 생소한 감정을 소중히 여기려는 지도 모른다.

기마대도 말의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움직여

골렘을 앞에 세운 채 자신들을 바라보는 소년, 소녀에게로 접

근해 대열을 갖췄다. 그 중, 유난히도 긴 진홍빛의 망토를 휘

날리는 기사대의 대장. 드레이크가 조소를 띄우며 차가운 목

소리로 소년에게 말했다.

"하하하하. 여기서 또 만나게 되는군."

"또 미스티를 노리고 온 건가?"

아투가 드레이크의 목소리에 지지 않는 싸늘한 어조로 물었

다. 그러자 상대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이내 평정을 되

찾고 태연하게 답했다.

"너는 그녀를 미스티라 부르고 있는 모양이군. 뭐 별 상관은

없지. 어차피 너희 둘 다 여기서 죽어야 할 운명이니까."

그 대답을 들은 아투는 크게 놀랐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분

명 미스티를 잡아가려 용을 쓰더니, 이제는 갑자기 나타나 둘

다 죽을 운명이라고 하다니.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

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순간 골렘이 약간 움직이

는 바람에 생긴 큰 소리 때문에 뒤이은 그의 목소리는 듣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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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여기까지가 댓글 갯수대로 올린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 8편입니다. 새로운  댓글이 달릴 때마다 그 갯수

대로 한 편씩 업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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