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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마스터-10화 (10/244)

[골렘마스터]  #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6]

하지만 소녀를 이대로 그냥 보내지 못하는 까닭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이 소녀에게 뭔가 뜨거운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

다. 게다가 홀로 내보낸다면 소녀를 노리는 자들에게 분명 잡

혀갈 것이 틀림이 없기에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말

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와 함께 메션 왕국으로 가는 게 어떨까

요? 그곳은 여러 마법이 발달한 곳이니 아가씨의 기억을 되찾

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저와 함께 가신다면 안전까

지 어느 정도 보장드릴 수 있는데…."

"네? 정말? 정말 그래도 되나요?"

순간 침울했던 소녀의 얼굴에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하

지만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

했다.

"하지만 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폐를 입는 것은 아닌지….

차라리 저 혼자 도망 다닌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별 문제는

없을 텐데."

"하하하! 걱정 마세요. 저야 원래 문제 덩어리를 안고 사는 사

람이니까요. 자, 그럼 결정된 겁니다. 저와 함께 가는 걸로."

아투의 시원스런 대답에 굳게 닫혔던 소녀의 마음이 활짝 열

리는 듯 했다. 거의 한 달 정도를 쫓겨다니며 그 누구도 믿지

않겠다 다짐했던 그녀였지만, 이 순진한 소년의 앞에서는 마

음이 녹아드는 걸 거부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알 수 없는 호감

과 믿음까지 생겨났다.

"그럼 잠시만 신세를 지도록 할게요."

소녀는 차라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한번 믿어

보자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소

녀는 정말 오랜만에 진실 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붉힌 채

걱정 말라고 재차 다짐하는 소년을 반짝이는 눈동자에 가득

담았다.

*              *              *

클라미디 대륙. 그 광활한 대지의 사 분의 일이라는 엄청난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신성제국 퓨티아였다.

건국 이래로 창조주, 탄생의 빛 샤이트리아를 주신으로 섬긴

그 신자들은 자기들이 세운 나라를 신성제국이라 스스로 칭하

고는, 황제와 교황의 직위를 나누어 권력을 분할시켰다. 이상

적인 국가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 영토 곳곳

에는 샤이트리아의 크고 작은 신전들이 많이 들어섰고, 그 영

향으로 같은 빛의 계열 신들의 신전도 덩달아 늘어났다. 때문

에 감히 신앙의 나라. 신들의 제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 세력이 대단한 대륙 최강의 나라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신앙으로 발달한 나라인 만큼 국민들의 결속력도 대단했다.

가끔 나타나는 도적 떼 등도 특별히 기사단이나 프리스트들

이 나설 필요도 없이 국민들 스스로 결속해 신앙력을 과시했

다. 거의 대부분이 샤이트리아나 브레이브, 러브샤를 믿고 있

는 신자였기에 어느 정도의 성스러운 힘을 키웠기 때문이었

다.

황제와 교황.

황제는 나라의 모든 정세를 담당하였으며 교황은 모든 신앙

에 관한 일들을 전담했다. 그야 말로 어느 한쪽 기우는 것이

없는 정당한 권력 분할이었다. 군사력도 그 두 존재가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어 소유했으며, 그 수하들의 수도 비슷했다. 다

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황제의 군사력은 기사단 중심이

라는 것이고, 교황의 군사력은 신전의 프리스트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그 직업  상의 대립이 눈에

띄게 강해 자주 마찰이 빚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현 퓨티아의 황제는 카드무랑 칼폰 2세였다. 그리고 현 교황

의 자리에는 신탁을 직접 받았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존재, 다

이티 라무스가 등극한 상태였다. 이 두 존재는 항상 서로를 존

중했으며 절친한 친구사이라는 소리까지 퍼져나갈 정도로 각

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생각일 뿐….

온통 어둠으로만 둘러싸인 공간. 마치 마의 장소라 생각될 정

도로 음침함을 풍기는 그 석실에는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풍기는 두 존재가 대면하고 있었다.

그 깊은 어둠 속에 묻힌 공간을 미약하게 비춰주고 있는 등

불 가까이에 서있는 자는 순백의 로브로 몸을 감싼 채 앞을 주

시했다. 비록 얼굴에는 깊게 패인 주름이 그의 나이를 짐작케

했으나, 허리만은 꼿꼿이 세워져 그가 살아온 세월을 거부하

는 듯 했다. 키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 전체적

으로 풍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 나왔다. 바로 그가 퓨티

아 신성제국의 실질적 권력 반을 쥐고 있는 현 교황, 다이티

라무스였다.

교황 맞은편으로 검은 어둠 속에 몸을 가린 존재는 붉은 안광

을 번뜩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의도적으로 발산되는 것이 아

닌, 태초에 그에게 부여된 살기 같은 기운이 넘실대며 교황의

몸에 닿을 듯 말 듯 기분 나쁜 사내였다. 전체적으로 다이티

교황과 대조되는 검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가 살짝 손

을 떨구니 보라색의 망토가 펄럭이며 허리에 찬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잡이와 검날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기괴한

악마형의 검붉은 장검이었다.

"타크니스님. 고대 마법 왕국의 서적은 찾아 내셨습니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또랑또랑한 음성이 교황의 입에서 흘

러나왔다. 그 물음에 타크니스라 불린 존재가 얼굴을 찌푸리

며 답했다.

"교황. 우리 마족은 신들에게 억압당해 지상계에서 맘대로 힘

을 펼칠 수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만약 너의 그 당돌

한 소망을 이루고 싶다면 우리의 조건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

을까?"

타크니스의 눈에선 방금 전과는 달리 더 짙은 광기와 살기가

넘쳐흘렀다. 그의 보라색 망토 또한 마치 생명을 지닌 것처럼

스멀거렸다.

마족. 타크니스가 자신을 마족이라 밝혔듯이 그는 상급 마족

에 속하는 어둠의 종족이었다. 파괴를 일삼고 죽음을 즐기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며 쾌락을 느끼는 존재로 알려져 있지만,

아주 오래 전 신들에게 속박 당하는 신세로 전락해 그들이 역

사에 관여했다는 얘기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전설 속의 파괴 종족이 그와 대립되는 입장의 샤이트리

아. 빛의 신이 직접 선택한 교황의 앞에 당당히 서있는 것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것이라면 걱정마지 마십시오, 타크니스님. 지금 저의 비

밀 기사대가 홀리 캐슬 중앙에 자리잡은 가드 터널을 파괴하

러 출발했습니다. 이제 곧 신이 지상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

반이상으로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흠. 가드 터널만 없어진다면 우리 마족도 지금보다야 훨씬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하면 너와의 협

약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해두지. 음. 그리고 우리가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공주는 어떻게 됐나? 내가 알기론

기억을 봉인 당한 채 도망갔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가?"

"그것도 걱정 마십시오. 제가 지닌 신력으로 모조리 기억을

봉인해 두었습니다. 지금 그 상태로 도망쳐봤자 별 일은 없을

것입니다. 허나, 다른 왕국에서 공주를 알아보는 게 문제인지

라 지금 직속 기사단의 일부를 떼어내 공주를 추적케 하였습

니다. 아! 그리고 기사단과 함께 타크니스님이 제게 붙여주신

하급 마족 세 명도 보냈습니다."

"흠. 가드 터널이 파괴된다면 우리 마족은 즉시 황제를 없애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왕위 계승이 문제인데, 공주가 다시 나

타나면 성가시게 되니 차라리 없애버리라고 명령해두지. 지금

은 기사대와 연락이 되질 않을 테니 차라리 내가 그쪽으로 파

견했다는 마족에게 연락을 해 두겠다. 아, 고대 마법 왕국의

서적도 곧 내 수하들을 시켜 찾도록 명령하겠다."

교황은 타크니스의 시원스런 말을 듣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

었다. 사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신성 제국을 손아귀에

넣는 것도, 세상을 파멸로 이끌 마족을 돕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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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올리자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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