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마스터] #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4]
"우린 붉은 화염 기사단 소속의 기사들이다! 지금은 중죄를
짓고 도주하던 이 소녀를 잡아가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정식
으로 교황께서 직접 내린 명령이니 네 놈 같은 촌뜨기 골렘술
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썩 꺼져라! 만약 우리 일을 방해한
다면 우리 기사단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기사대장 드레이크가 아투의 질문에 가벼이 대응했다. 하지
만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 생각한 아투도 지지 않고 다시 외쳤
다.
"하하하! 저런 연약한 소녀 한 명을 데려 오라고 하는데 이런
완전 무장한 기사단이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 더욱이 이곳은
라미트 왕국인데, 어째서 퓨티아 소속 기사단이 직접 나섰지?
분명 뭔가 다른 속셈이 있거나, 소녀가 억울한 일을 당한 거겠
지."
아투는 자신이 읽은 책들을 바탕으로 내린 추측을 확신했다.
왕궁에서 일하는 아버지, 아트란의 영향 때문에 읽었던 전략
과 전술에 대한 여러 서적의 내용은 이러한 기본적인 다툼에
대해서까지도 잘 서술해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투의 추측이 정말 맞은 것일까? 아투의 말에 의표
를 찔린 듯한 대장은 짐짓 화가 났다는 얼굴을 하고서는 허공
에 검을 휘두르며 차갑게 명령했다.
"저 녀석은 우리 일을 방해하려는 놈이다! 너희들은 가서 우
리 붉은 화염 기사들의 무서움을 보여주어라!"
"웃기지 마라! 너희가 그 소녀를 데려가게 놔두진 않겠다!
자, 가자. 가이트리아!"
아투는 숙달된 움직임으로 자신을 둘러싸는 기사들을 바라보
며 서서히 긴장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이 정도 녀석들
이라면 실력도 꽤나 좋을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기세에서 밀
리면 안 된다. 그것이 아투의 판단이었다.
"이야아아앗!"
아투가 경계의 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오른쪽의 빈틈
을 노리고 기사 한 녀석이 잽싸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
를 좁힌 기사는 붉은 손잡이의 검을 휘둘러 대기를 갈랐다.
챙!
그러나 그의 기세는 어이없이 무너졌다. 우드 골렘. 아무리
나무를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마나와 융합된
마법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
런 골렘의 표면을 평범한 장검으로 벨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무기로 내 가이트리아를 당해낼 순 없다! 가이트리아,
어택 모드 오픈!"
아투가 가이트리아의 어깨에 그대로 올라탄 채 마나장을 개
방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잠시 가이트리아의 눈에서 노란
광채가 뿜어지며 축 쳐져 있던 오른쪽 손이 믿을 수 없을 정도
의 속도로 움직였다.
퍽!
"크악!"
그 엄청난 힘이 응축된 가이트리아의 주먹에 가슴을 부딪힌
용병은 괴상한 소리와 함께 몇 베타나 허공 중에 뜬 채로 날아
가 고꾸라졌다. 그의 입가에선 붉은 선혈이 흘렀다
"기사들이란 녀석들이 고작 이 정도냐?"
아투는 일부러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상대를 도발시키려 했
다. 하지만 녀석들의 대장은 그리 쉽게 넘어오지 않았고, 오히
려 더욱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초보 골렘술사라지만, 골렘은 너희들 실력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 차라리 골렘을 조종하는 저 당돌
한 녀석을 노려라!"
'명령을 내리는 저 자가 대장인 모양인데….'
대장을 바라보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아투는 뭔가가 날아
드는 소리에 흠칫하며 급히 몸을 틀었다. 하지만 약간 늦은 모
양인지, 발목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이런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그가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소리 없이 다가온 기사 하나가 검
을 휘두른 것이다. 다행히 금방 눈치를 챈 아투가 몸을 피했기
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발목 전체가 잘려나갈 뻔했
다.
"좋아, 이제 나도 여유 따윈 부리지 않겠어!"
아무튼 큰 상처를 입을 뻔한 아투는 가이트리아의 어깨위로
바짝 더 올라서서는 마나장을 팽창시키고 활동 범위를 높였
다. 그러자 공격 모드에 돌입한 가이트리아에게 넓게 퍼진 적
들의 존재감이 확실히 각인됐고 드디어 전투 골렘다운 전투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퍽. 퍼버버벅. 퍽. 쾅!
"으아악!"
"크으으으!"
"켁!"
세 명의 기사들이 단검을 던져 아투를 노렸지만, 골렘의 거대
한 손이 단검들을 던진 기사들을 휘 젖자 그들의 몸에서 가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움직
이는 거인 골렘을 향해 난쟁이 같은 인간들이 대항하는 형세
였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이쑤시개 같은 검으로 거대한 골
렘의 몸통에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걸 땅바닥에서 고통스럽게
신음한 후에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바로 마나장을 팽창시킨
골렘의 위력이었던 것이다. 우드 골렘이 몸집은 가장 작지만,
그 속도와 움직임만큼은 다른 것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였기
에 차라리 인간 크기와 그 유사 타종족을 상대하기엔 더 편하
다 할 수 있었다.
"으으윽! 대, 대장!"
가이트리아를 둘러쌌던 기사들 중 남았던 마지막 녀석까지
골렘의 일격을 받고 쓰러졌다. 빠른 스피드와 그에 상응하는
무시무시한 힘은 아무리 수련을 많이 한 기사라 할 지라도 단
일격이었다.
"이럴 수가! 아무리 골렘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싸움
을 벌일 수 있는 거지? 어떻게 2서클 골렘술사가 이런 섬세한
동작을 행할 수 있는 거냐! 도대체 네 녀석의 정체가 무엇이
냐!?"
대장은 전열이 흐트러지고 기세가 수그러든 부하들을 돌아보
며 이미 가망이 없는 싸움이라 판단하여 검을 검집에 넣었다.
소녀의 머리칼을 쥐고 있던 뚱뚱한 기사 녀석도 어느새 그의
뒤로 돌아가서는 몸을 사리고 있었다.
"하하. 뭐 정의가 항상 이긴다고 간단하게 말해두지."
아투는 폴짝 몸을 날려 어깨에서 바닥으로 내려섰다. 하지만
대장이란 사내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공격하지 않았다. 다만
탄식 같은 한숨을 내뱉고 부상을 입은 기사들을 이끌고는 어
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 기다
리던 아투는 그제야 안심하며 길바닥에 쓰러진 소녀에게로 다
가갔다.
"여보세요! 정신 차려요!"
비록 소녀가 지저분한 차림이긴 했지만, 입고 있는 옷은 고급
의 드레스인 것 같았다. 다만 많이 찢어지는 바람에 그 원래모
습을 상상할 순 없었다. 게다가 소녀의 얼굴 또한 보기 드문
아름다움과 귀여움을 동시에 풍겼다.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소녀의 입술이 살짝 달싹거렸다.
"도, 도망가야만 해요. 저는 돌아가면 죽을 거예요. 도, 도망
을…."
그와 동시에 잠시 움직였던 소녀의 몸이 축 쳐졌다. 마지막으
로 힘을 짜내어 뭐라 말을 하고는 정신을 잃은 것이다. 하지
만 아투는 그 괴상한 소리에 고개만 갸우뚱했을 뿐, 그녀의 상
태에 더 신경을 썼다.
'특별한 상처는 없으니 다행이지만, 몸이 많이 약해진 것 같
군. 에휴.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으차. 어쨌든 내가 구해줬으니 우선 정신을 차릴 때까지는
돌봐줘야겠어."
그는 소녀의 몸을 팔로 조심스럽게 감싸 들고는 가이트리아
에게 말하는 듯 중얼거렸다. 확실히 가녀린 몸을 지닌 소녀라
서 그런지 몸무게도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가이트리아를
살짝 돌아본 그가 마나를 이용해 따라오라는 명령을 주입했
고, 그대로 다시 자신이 묵고 있는 요정의 샘 건물로 발걸음
을 옮겼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가이트리
아의 시선이 차가운 가슴을 지닌 일반 골렘들과는 다른 뭔가
따스한 눈빛이라는 것을.
* * *
"으응…."
소녀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침대 위쪽으로 열린 작
은 창으론 맑은 아침 햇살이 새어 들어와 방안을 따뜻하게 비
추었다.
막 정신이 든 소녀는 자신이 누워있던 방안을 살폈다. 가지런
히 잘 정돈된 가구들. 수수하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방의 구
조. 침대가 놓여진 공간을 반투명하게 가려주는 분홍색의 커
튼에서부터 창가에 놓인 작은 꽃의 화분까지 방 주인의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내가 왜 이곳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깔끔한 순백의 천이 깔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면서 식은땀을 흘린 모양인지 시
트와 베개가 축축이 젖어있었다.
'내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쫓기며 이곳까지 도망 왔고, 어
젯밤 그 자들에게 붙잡힐 뻔했는데….'
"아, 그럼 그때 그 골렘술사라는 분이?"
소녀는 그제야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자신을
노렸던 이상한 기사들에게 잡힐 뻔했는데, 때마침 나타난 골
렘술사 분께서 자신을 구해주려 했고…. 하지만 그 뒷부분은
혼절을 했기 때문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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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동생이 왔네여...;;
일단 동생에게 컴 넘기고 셤 공부 좀 하다가 녀석이 잘 때 와
서 또 올리겠습니다. 그럼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