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듣는 회사원-222화 (222/223)

<기억을 듣는 회사원 222화>

223. 형제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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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바론 ‘형제의 난’…… 바론 주가, 사흘째 급락하며 16퍼센트↓

- 대한경제

바론가에 무슨 일이…… ‘형제의 난’ 재구성

- 비지니스스팟

바론 그룹 ‘형제의 난’ 강석호 회장, 승기 잡나?

- 파이낸셜팩트

바론 형제의 난 재점화되나…… 강석민의 반격 카드는?

- 뉴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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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랬다.

언론은 대기업의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평범한 형제의 난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싸움은 겨우 일주일 만에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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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리, 밝혀지길.”…… 바론 노조, 강석호 회장 검찰에 고발

- 동아뉴스

바론 강석호, 페이퍼 컴퍼니 동원, 200억 횡령 의혹

- 노드뉴스

경찰, 바론의 강석호 회장 혐의 집중 추궁

- 경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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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강석민 전무였다.

내가 전해 준 증거로 강석호 회장을 고소했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긴 싫었는지, 평소 자신을 따르던 노조를 이용했고 이에 강석민 전무가 이 싸움의 승자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석호가 누구인가?

없는 죄도 만들어 낸다는 인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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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론, 채용 비리 의혹…… 강석민 전무, 무리한 세력 만들기

- 대한경제

“주주의 아들 채용 대가로 2억?”…… 바론 강석민 이사

- 뉴스피드

‘채용 비리 신고’ 바론 강석민 전무, 내일 경찰 출석

- 고려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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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추악한 전쟁은 그렇게 이어졌다.

이제는 누구의 승리를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책상 위.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이현아 대표가 흥분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 오빠!

“응.”

- 강석민 채용 비리 기사 봤어?

“응. 봤어.”

- 그것도 알고 있었어?

“아니,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냥 알아서들 하는 거지.

- 횡령으로 그냥 끝날 줄 알았는데, 강석호가 끝까지 가려나 보구나.

“쉽게 당할 강석호가 아니잖아.”

- 근데 오빠. 오빠는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아니. 나 원래 즉흥적이잖아. 주총 가서 계획이 바뀐 거야.”

- 즉흥적이라…… 참, 오빠다운 말이다.

“내가 원래 그렇잖아. 이제 넌 어떻게 하려고?”

내 말에 이현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을 했다.

- 일단 개미들이 겁먹고 던진 바론 주식을 모아야지.

“바론 주식을? 거기 더 심하게 망가질지도 모르는데?”

- 바론이 강 씨들 회사야? 아니잖아. 그 밑에 이름도 없는 수많은 사람이 땀 흘려서 만든 회사잖아. 이제 강 씨들이 싸우고 세력이 약해지면, 밑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올라올 거야. 난 그때를 위해서 미리 투자하는 거고.

이현아, 많이 컸구나.

그녀의 말이 맞다.

바론은 강석호와 강석민 등의 형제가 최대 주주로 있을 뿐.

그들이 세운 회사가 아니다.

이름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피와 땀을 흘려 만든 회사다.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경영자의 세력이 약해지면, 그런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현아 대표 많이 컸네.”

- 생각 있으면 오빠도 좀 사든가?

“아니, 난 괜찮아.”

- 왜? 돈 없으면 내가 빌려줄게. 2부이자 따박따박 받으면서.

“그것참 감동적인데?”

나는 그녀의 말도 안 되는 장난에 똑같은 장난으로 대응했다.

- 아 참, 알바오는 어떻게 됐어?

“이제 마무리 지어야지.”

- 알았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모든 일 다 접고 도우러 갈 테니까.

“그래. 말만이라도 고맙다.”

그렇게 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흠…… 원 이사님 생각은 알겠어요. 하지만 이번은 아닙니다.”

한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답하는 최구열 이사.

나는 몸을 앞으로 당겨 앉으며 미간을 좁혔다.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도 또 똑같은 일이 생길 겁니다.”

강석호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제 구실을 못 하자, 알바오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안했다.

이전보다 0.25퍼센트 낮아진 수수료로.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겨우 그런 것이 아니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다음에도 언제든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알바오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수료를 낮춰 준 거고요.”

“겨우 0.25요? 그것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상당한 배려인 척하면서 던져 주던데요?”

“배려가 맞습니다. 알바오가 이렇게 계약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으니까요. 이것만으로도 이미 그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난 겁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최구열 이사.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계속 물고 늘어진다면, 자존심이 센 알바오는 아예 K푸드 기획전을 관둘 수도 있다.

그때, 내 머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최 이사님. 이건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네.”

“만약 우리가 아닌 피해자들을 모아서, 국제 소송을 진행한다면 어떨까요?”

“국제 소송을요?”

“네. 우리가 거는 소송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동시에 거는 소송이요. 그리고 소송의 주체는 우리가 아닌, 로펌이 될 거고요.”

“흠…… 피해자들이 나서줄까요?”

“그건 로펌이 알아서 할 일이죠. 안 그래도 미국에서는 알바오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는데, 이번 소송만으로도 로펌은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구열 이사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를 꺼내 로펌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나.

최구열 이사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겠다는군요.”

“거봐요.”

“하지만 긴 싸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당장 우리가 취할 이익도 없을 거고요.”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하…… 그나저나 저는 원 이사님 덕분에 당분간 바빠지겠네요.”

“쉴 만큼 쉬셨잖아요.”

“하하하. 그랬나요? 아 참, 원 이사님.”

“네?”

“다음 달 7일에 결혼이죠?”

“네. 청첩장 들고 찾아뵈려 했는데, 그동안 바쁘신 것 같아서 이제야 드리네요.”

나는 주머니에 있던 하얀 종이봉투를 건넸다. 그러자 최구열 이사는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축하합니다. 두 분, 잘 사실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사님.”

“네?”

“주례 좀 부탁해도 될까요?”

“제가요?”

“네.”

“하…… 이거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저 그렇게 나이 안 많습니다. 아직 환갑도 지나지 않았고…….”

최구열 이사는 두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저었다.

“주례 없이 어떻게 결혼을 해요?”

“원 이사 주변에 사람 많잖아요! 그리고 대표님도 마찬가지고. 아 맞다. 요새는 주례 없는 결혼들 많이 한다고 하던데요? 늙은이가 떠드는 게 뭐가 좋겠어요?”

“어쩌죠? 저랑 지영이는 주례 있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요?”

“하…… 이거 진짜.”

“정말 안 해 주실 겁니까? 제가 최 이사님 자서전 때문에, MD가 된 거 기억하시죠? 그러니까 책임을 지셔야죠!”

“…….”

아무런 답도 못 하는 최구열 이사.

나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해 주시는 거로 알고 가 보겠습니다.”

최구열 이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며칠 후.

그날도 똑같은 날이었다.

마성근 차장은 알바오로 들어갈 특판 기획서를 가져왔고, 정진택 차장은 생산자들과의 계약을 위해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 김명진 부장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다녔으며, 김태하 부장은 직원들 교육에 열심이었다.

“내가 지금 찾아갈까요? 그래요? 지금 갑니다. 딱 준비하고 있어요!”

전화기에 대고 소리치는 미친개 박대영 부장.

제조사의 납품일이 고작 하루 밀린 건데 더 깐깐해졌다.

“이사님! 이번에 남양주 기공식 가실 거죠? 이번엔 얼굴 좀 비춰 주세요. 기자들 잔뜩 온다고 했다니까요.”

“응. 꼭 갈게.”

남양주의 오프라인 마트의 기공식에 가자는 김경일 차장.

요즘은 말이 많아졌다.

하연두와의 연애가 잘되는 것 같았고,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들도 마음에 들어 했다.

“웅. 우웅. 아냐. 아니거등요. 자기양. 내가 좀만 이따 전화할게.”

걸크러시 뿜뿜 하던 장선영 차장.

드디어 연애를 시작했다.

그녀의 입에서 저런 혀 짧은 소리가 나올 줄 꿈에도 몰랐다.

“이사님 왜요?”

“이번에 오성에서 새로 출시하는 탄산음료. 그거 좋던데요?”

“당연하죠. 개발에 우리 팀 애들 들어간 거 아시죠?”

씩 웃으며, 팀원들을 가리키는 장선영 차장.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고 흐뭇한 미소와 함께 등을 돌렸다.

“이사님! 이사님! 지금 밟으면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당장 가시죠! 오늘은 특별히 제가 풀코스로 쏘겠습니다.”

여전히 점심시간마다 맛집 탐방을 하는 이진성 차장.

나는 손목의 시계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미안요. 저 이따 2시에 미팅 있습니다.”

“어휴. 이제 좀 쉬세요. 다들 알아서 잘하는데 맨날 미팅에 회의에, 그러다 식장 들어가기 전에 쓰러지겠습니다.”

“재미있어서 그럽니다. 진성 차장님이 맛집 찾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요.”

나는 씩 웃으며,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이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손님 와 계십니다.”

“벌써 오셨어?”

“네.”

방으로 들어가자, 테이블 앞에 앉아 있던 이정우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훈아!”

“네. 일찍 오셨네요?”

“응. 요새 많이 바쁘지?”

“아니요. 할 만합니다.”

“결혼 준비는?”

“잘하고 있어요.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이정우 대표는 허리를 굽혀, 테이블 밑에 있던 가방을 위로 올려놨다. 그리고 안에서 도시락 2개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배고플 텐데 먹으면서 얘기하자.”

“긴 얘기예요?”

“응. 내가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걸 찾았거든.”

그는 급하게 자신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내게 보였다.

“이게 뭐예요?”

“봐봐.”

휴대전화 화면 안.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직접 피부에 화장품을 발라 가며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의 옆에는 댓글들이 쉴 새 없이 올라갔다.

“일반 BJ들이 홈쇼핑처럼 너튜브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거야. 처음에는 이걸 누가 사나 했는데, 매출이 제법 괜찮더라고.”

“이 BJ, 설명 잘하는데요?”

“그렇지? 내가 이름을 붙여봤는데. 라이브 커머스. 어때?”

“라이브 커머스라…….”

“좋지?”

“네. 좋네요.”

“그래서 말인데, 이거 어때? 마프에서 돈이랑 제품을 대고, 내가 BJ들을 끌어오고. 괜찮지?”

BJ들을 활용해 홈쇼핑을 한다라…….

그것도 마켓 프레시라는 매체를 통해서.

꽤 괜찮은 생각이다.

우리가 항상 목말라 있던 부분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제안이다.

“좋은데요?”

“응. 완전 딱 맞잖아. 난 BJ를, 너는 플랫폼과 제품을.”

“거기에 돈까지?”

“하하하 맞아.”

“수익 배분은 생각하신 거 있으세요?”

“5대 5. 반씩 나눠야지. 우리 사이에 누가 더 일이 많고, 그런 게 어디 있어?”

“와…… 꿈도 크시네. 딱 봐도 우리가 일 다 하는 건데.”

“아니야. 내가 세트장에 BJ들까지 다 대잖아. 그게 얼마나 큰데?”

이정우 대표는 가방에서 자신의 스튜디오 브로슈어를 꺼냈다. 그리고 내 앞에서 넘기며 사진을 보라는 손짓을 했다.

“좋아요. 8대2.”

“야!”

“아니면 안 합니다.”

“와. 이런 날강도 같으니라고. 내가 밤새워서 사업 계획서까지 썼는데. 자꾸 이러면 핫딜로 들어간다.”

“그럼 그러시든가. 근데 아시죠? 조만간 우리가 핫딜 넘어설 거라는 거?”

“그야…….”

“미국이랑 중국은 생각 안 하세요?”

“하…… 악랄한 놈.”

“아시잖아요. 이거 스트리밍 하면, 서버나 트래픽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좋아. 7대3. 내가 엄청 양보했다.”

“콜. 이제야 말이 좀 통하시네.”

나는 씩 웃고, 그가 꺼내 놓은 브로슈어를 넘겨보며 말을 이었다.

“추가적인 사업 계획서는 없어요? 아니면, 다른 실적 데이터는? BJ 프로필이라도 좀 까 봐요.”

“있지. 물론 다 준비해 왔지.”

환하게 웃으며 준비한 문서들을 내미는 이정우 대표.

우린 계속 진화했다.

최고의 커머스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거의 다 왔지만, 여전히 갈증이 났다.

어쩌면 최고 그 이상을 꿈꿨었나 보다.

나는 유리 벽 밖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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