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리고 이별
현수는 자신에게 걸려 있던 현상금 중 자신의 몫을 받았다. 오매불망을 통해 20번에 걸쳐 현금으로 교환해 공사가 끝나자 곧바로 나머지 대금을 결제해 주었다.
이제 접속기들이 BS 그룹에서 도착하는 대로 꾸미면 끝나는 셈이었다.
룸넷에 접속기가 들어오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고사를 지내는 것으로 룸넷을 오픈했다.
웃고 있는 돼지의 입에 돈을 물려 주며 현수와 수진은 장사가 잘되기를 빌었다.
야 역시 룸넷으로 이사해 왔다. 야의 입담이 손님을 끄는 데 한몫할 것이라 두 사람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룸넷은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규모나 시설 그리고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의 입소문 때문인지 정말 백화점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가상현실 천을 하기 위해 온 손님들은 자리가 없으면 백화점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물건을 사서, 백화점 측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현수와 수진은 일은 힘들었지만 가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고되지 않았다.
3달 후 결혼식이 있었다.
그 주인공들은 현수와 수진, 건과 수아 그리고 민수와 이화였다.
현수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결혼식이 끝나고 세 쌍의 부부는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정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혼여행을 가서 한 것이라고 다른 것이 없었다. 가상현실 천의 외국인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다였다.
과연 외국 서버는 어떻게 돌아갈까?
관광객들이 일주일간 가상현실 천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 때문에 레벨 1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외국인 서버에 처음 접속한 모두에게 그것은 놀람 그 자체였다.
외국인 서버 최고수의 레벨은 230이었다. 한국 서버의 최고수인 방각의 레벨보다 무려 70레벨이나 높았다.
"서버 통합되면 한국 서버 애들이 깨지는 거 아니야?"
"그러게. 웬만해서는 칼이 안 들어가겠는데."
현수와 건, 만사귀는 천연회가 걱정되는지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한국 서버와는 다르게 경치가 아름다운 외국 서버의 절경을 구경하며 다녔다.
호텔로 돌아와 모두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따로 움직였다.
현수와 수진은 해변을 걸으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5박 6일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진 모두였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한국에 도착한 현수와 수진은 남해로 향했다.
반갑게 맞아 주는 현수의 어머니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살자고 말하는 현수에게 현수의 어머니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머니."
수진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상을 차리고는 현수의 어머니를 깨웠다.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짓고 편하게 누워 있는 어머니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순간 수진은 불안했다.
"오빠……. 오빠, 오빠!"
놀라 소리치는 수진의 음성을 듣고 현수가 어머니가 누워 있는 방으로 달려왔다.
"왜?"
"어머니께서, 어머니께서……."
말을 잇지 못하는 수진을 보고 현수는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 엄마, 일어나……."
하지만 현수의 어머니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현수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충격이 되었는지 현수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멍하니 어머니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에도 현수는 멍하니 있을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현수에게 어머니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들은 그런 현수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례식이 끝나는 동안 수진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현수의 곁을 지켜 주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현수는 멍한 사람처럼 집에만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가도 그대로였다.
수진은 그런 현수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수진은 부모님에게 현수를 부탁하고는 룸넷으로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고생하는 수진이 안쓰러워 보여 수진의 부모님이 한 마디라도 하면 수진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머님은 지금까지 오빠의 전부였어요. 그러니 제발 그냥 오빠를 그냥 놓아두세요."
"이것아, 이 서방이 저러다 죽으면……."
"아니에요. 오빠는 곧 일어날 거예요."
수진은 그렇게 부모님을 이해시켰다. 지금 현수의 곁에는 자신밖에 없다.
예전에 현수의 전부가 어머니였다면 이제 그 빈자리를 자신이 채워야 할 때이다.
수진은 멍하니 앉아 있는 현수의 곁에 앉아 그를 안았다.
"오빠, 나……. 지금 많이 힘들어. 그러니 빨리 예전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어."
수진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현수는 누군가 자신에게 무엇이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현수는 혼자서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그제야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곁에 누워서 자고 있는 수진은 울었는지 얼굴이 부어 있었다.
현수는 그런 수진에게 미안했다.
'엄마, 왜…… 그렇게…… 앞으로 오래오래 나와 산다고 했잖아.'
조금만 더 살면, 더 오래 살 수도 있었을 것을…….
현수는 억울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아침에 수진이 출근하는 것을 보고 현수는 수진의 부모님께 그간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아니네. 그동안 수진이가 고생을 많이 했네. 그러니 가서 수진이를 위로해 주게."
현수는 장인어른께 인사를 하고 룸넷으로 향했다.
수진이 말고 일하는 직원이 2명이나 더 있었지만 수진은 손님들이 불편한 점은 없나 하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현수는 그 모습을 보고 무엇이라 말을 하지 못했다.
"오빠."
현수를 본 수진의 눈에서 또 눈물이 맺혔다. 아마 아무도 없었더라면 수진은 달려가 현수에게 덥석 안겼을 것이다.
"미안해."
"아니, 이제 됐어.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마."
현수는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현수는 다시 수진을 불렀다.
"수진아."
"……!"
"나, 어머니 산소에 다녀올게."
수진은 그렇게 하라며 자신의 차 열쇠를 현수에게 건네주었다.
아무 말 없이 믿어 주는 수진이 고마웠다. 현수는 남해로 향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갔다.
현수는 과일과 화투장 그리고 술을 무덤 앞에 두었다.
"엄마, 나 왔어."
당장이라도 무덤에서 자신의 못난 모습을 질책하기 위해 나올 것만 같았다.
"나, 참 못났지. 수진이 눈에 눈물 안 흘리게 해 준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눈물을 흘리게 했으니 말이야. 엄마 책임이야. 뭣 하러 그렇게 오래 살았어. 이렇게 죽으려면 자식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죽지."
현수는 어머니의 무덤에 기대어 한참 동안 말없이 하늘을 보았다.
"엄마, 수진이 정말 착하지? 엄마는 복 받은 거야. 수진이가 매년 엄마 제사상 차려 줄 거니까 섭섭해하지는 마."
현수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래, 나 이제 가야 해. 수진이가 고생하고 있거든."
벌써부터 색시 편든다고 잔소리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 나 벌써 색시 편든다. 왜, 억울하면 무덤에서 뛰쳐나오든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현수는 마지막으로 절을 했다.
"내년에 찾아올게. 그때는 손자도 데리고 올게."
"그래, 알았어. 수진이에게는 내가 엄마한테 한 것보다 더 잘해 줄 테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돌아서는 현수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현수는 수진이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를 한 후, 집에서 수진이를 기다렸다.
수진은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어 룸넷의 문을 닫자마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
"이거……."
현수가 수진에게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은행 통장들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는 정신이 없어 보지 못했지만 어머니가 남긴 작은 편지를 수진이 챙겨 현수에게 준 적이 있었다.
모두 4개의 통장이었다.
"엄마가 너에게 주라는 것들이야. 그러니 받아."
수진은 말없이 받았다.
"미안해, 이제는 집에서 쉬어. 내일부터는 내가 룸넷에 나갈 테니까. 그리고 장인, 장모님께 잘해 드리자."
현수는 엄마에게 못다 한 것은 수진의 부모님께 해 드릴 생각이었다.
"오빠……."
수진은 현수를 안았다. 현수 역시 수진을 안았다.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두 사람의 입술은 한참 후에 떨어졌다.
"오빠는 룸넷에서 천에 접속해야 되잖아. 황궁에 있으니 가끔은……."
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 게임을 한 목적은 엄마의 약값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돈은 충분히 벌 수 있게 되었다. 현수는 더 이상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됐어. 게임을 할 이유가 없어졌으니 난 이제 게임을 안 할 거야.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마."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현수가 게임을 정말 그만둘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무림이란 항시 많은 변화가 숨어 있고 그 변화는 영웅을 필요로 하는 법이니까…….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