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훗날을 위한 안배 (52/57)

훗날을 위한 안배

다음 날 아침의 일과는 변함없이 수진과 함께 스포츠 클럽에 다녀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현수는 천에 접속해서 먼저 건과 만사귀를 기다렸다. 그들 역시 나름대로 바쁜 일이 있는지 아직 접속하지 않고 있었다.

현수는 두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난주의 시전을 다녔다. 환희영생교가 감숙성, 특히 난주에 미치는 영양은 상당했다. 시전에 물건을 파는 이들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년아, 서방이 구원을 얻는데 그렇게 배가 아파?"

현수는 시전의 포목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래, 이놈아! 구원을 얻는데 배가 아프다. 왜? 그딴 종교를 믿고 나서부터 당신이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어! 허구한 날 그곳에 가서는 계집이나 끼고 뒹군 것밖에 더 있어!"

그의 부인인 듯한 여자 역시 참지 못하겠는지 소리를 질렀다.

"뭐야, 이년이!"

짝!

부인은 바닥에 뒹굴었고 남편은 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넘어져 있는 부인에게 발길질을 했다.

사람들은 그들 부부를 보고 쑥덕이고 있을 뿐,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현수는 보다 못해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남편을 말렸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이제 그만 하시지요."

"뭐야?"

말리는 현수를 보고 남편은 그제야 부인을 때리는 손을 멈추었다.

"엉엉, 내가 못 살아."

부인은 억울한지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만 우세요."

언제 나타났는지 여인천하의 문주 진소려는 부인의 곁으로 가서 그녀를 다독였다. 현수는 진소려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타나는 것을 여전히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 나의 이목을 속일 수 있는 무공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살기가 없다고는 하나…….'

현수는 볼수록 신비로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곧 환희영생교는 난주에서 쫓겨날 거예요. 그러니 나중에 부군의 정신이 돌아오면 함께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당했던 것을 복수하세요."

여인천하는 환희영생교를 공격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그녀들은 현수에게 깨어지고 나서 자신들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진소려는 자신들의 부족함을 민심을 얻어 메우며 계속해서 문파를 성장시키자고 의견을 냈고 모두 그 의견에 동참했다. 민심을 얻기 위한 첫 번째 일이 바로 환희영생교를 감숙에서 몰아내는 일이었다.

'환희영생교를 공격하려고 하는 모양이군. 힘들 텐데……. 그들에게는 이미 수많은 유저들과 NPC들이 포섭당해 있어서 여인천하 단독으론 어려워…….'

현수는 진소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잠시 이야기하자고 부탁했다. 어차피 서로의 공동 목표는 환희영생교이기에 대화를 통해 역할을 분배할 생각이었다.

진소려 역시 현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객잔으로 향했다.

"환희영생교를 공격할 생각인 것 같은데……."

현수는 일부로 말을 줄였다. 먼저 진소려에게 모두 듣고 자신의 생각을 꺼낼 생각이었다.

"네, 그렇게 결정했어요. 우리는 곧 문파의 모든 힘을 모아 환희영생교를 공격할 생각이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문파의 힘이 환희영생교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이미 많은 무림인들을 포섭한 상태고 또한 일반 NPC들까지 이번 싸움에 동원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남편이나 부인을 잃은 NPC들도 있을 것입니다."

진소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환희영생교가 감숙에서 물러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을 거예요.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우리 문파는 일부 NPC들에게 원망을 들겠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네, 사실 저희도 환희영생교에 볼일이 있는데……. 함께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해 주시면 저희야 고맙지요, 현수 씨."

진소려는 현수를 알고 있는 듯했다. 현수는 잠시 놀라 진소려를 보았다.

"저를 알고 있습니까? 전 기억에 없는데?"

진소려는 현수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 천연회가 모두 움직이는 건가요?"

현수는 진소려가 어떻게 자신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닙니다. 저를 포함해서 3명만 움직입니다."

진소려는 문파의 지붕에서 보았던 두 사람이 떠올랐다. 그들 역시 강해 보였기에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이거, 조금은 이상하군요.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 우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건 아니에요.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에요. 두 분은 그때 그 사람들인가요?"

"네, 건과 만사귀라고 저와 베타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들입니다."

"아! 일황 건과 신안 만사귀. 우리는 뜻하지 않은 응원군을 만난 셈이군요."

그녀는 두 사람 역시 아는 듯 반갑게 그들의 별호와 이름을 불렀다.

"알고 있습니까?"

"네! 역시 들어서 알고 있어요."

현수는 오히려 이야기하기 편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럼, 잠시 후에 우리가 문파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때 자세한 내용을 의논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만사귀라면 환희영생교에 대해서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입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그럼, 전 문파에서 기다릴게요."

진소려와 헤어진 현수는 진소려가 누군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분명 자신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는데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건과 만사귀를 만난 현수는 진소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여인천하 문파와 협력해서 환희영생교를 상대할 방법을 강구하자고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편하지. 그런데 일단 손발이 맞아야 할 텐데 가능할까?"

만사귀는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들만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할 거라고 말했다.

"그건 만사귀의 말이 맞아. 차라리 여인천하의 고수들로 구성해서 소수 정예를 뽑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고수들이라면 자신들의 위치를 빨리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건은 소수 정예로 구성해서 환희영생교를 기습하고 만사귀의 퀘스트 아이템을 얻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었다. 현수는 일단 여인천화의 문주인 진소려를 만나서 의견을 좁히자고 했다.

"그렇게 하지."

세 사람은 여인천하의 문파로 함께 향했다. 처음과 달리 현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몰라도 순순히 진소려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고 문파원들은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만사귀는 웃음이 나왔다.

"어서 오세요."

진소려는 그들을 보고 웃으며 인사하고는 손짓으로 와서 앉으라고 했다.

만사귀는 먼저 자신들의 입장을 진소려에게 이야기했다. 진소려 역시 그 부분에 공감했다.

"소수 정예라고 해 봐야, 우리에게는 고수들이 그리 많지 않아요. 레벨 100이 넘는 문파원은 저를 비롯해서 5명뿐이거든요. 이왕 함께하는 것 천연회의 사람들이 도와주기를 원해요."

현수와 건은 만사귀에게 모든 것을 맡겼는지 잠자코 있었다.

"혹시 알아요? 천연회와 우리 여인천하가 잘되어서 또 사귀는 사람이 나올지."

웃으며 말하는 진소려였지만 세 사람은 내심 흠칫했다. 꼭 천연회의 누군가와 관련이 있는 듯 천연회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천연회가 천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독황문과 싸울 때뿐이었다.

"어떻게 우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만사귀는 진소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환희영생교를 치기에 앞서 먼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진소려에게 말했다.

진소려는 웃으며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장금이에게 들었어요. 사실 장금이가 저의 친동생이거든요. 그 애에게 우리와 함께하자고 했는데 거부했어요. 천연회가 좋다고……. 솔직히 장금이가 워낙 까탈스러운 면이 있는데 천연회에서 남아 있겠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었지요. 장금이를 통해서 하나하나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에요."

세 사람은 진소려의 말을 듣고는 그녀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세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니 진소려는 조금은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전혀 닮은 점이 없는데……."

건이 느낀 것은 두 사람이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이다.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진소려는 차분해 보였지만, 대장금은 아니었다. 성격이 급하고 말을 거칠게 하는 편이었다.

"저도 그게 참으로 신기하다고 생각되지만 장금이와 내가 자매라는 것은 사실이에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하죠. 그럼, 천연회의 멤버들이 난주에 올 때까지 문주님께서는 고수들을 뽑아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어요."

먼저 천연회가 오고 난 다음,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세 사람은 여인천하를 떠나 묵었던 객점으로 향했다.

천연회의 식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현수와 건은 서로 대련을 통해서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 했다. 다른 유저들은 몰라도 두 사람은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한때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던 최고수들이었다. 이들은 사냥을 해서 레벨을 올리는 것보다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사귀는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며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한편, 두 사람에게 부족한 것을 이야기해 주는 역할을 자처해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현수는 다시금 건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고 건 역시 현수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만사귀를 통해 자신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단점들을 찾을 수 있어 아주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래, 현수는 다 좋은데, 너무 조심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살황의 무공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살황의 무공은 10대 무공에 속한다는 말이지. 일단 유저들과 정면으로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강한 무공. 굳이 내력의 소모가 심하게 은신하거나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은밀하게 적을 죽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다수와의 싸움이 아니라면 그냥 처음부터 강력하게 밀어 붙일 필요도 있어. 그리고 환사의 술법에 대한 의존도가 조금 많은 것 같아."

현수는 만사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지만 객관적인 판단이었다.

"건도 문제가 조금 있어."

"나? 어떤 거……?"

"도황의 승천도결은 10대 무공 중 두 번째로 패도적인 무공으로 알고 있어. 천마신공 다음이지. 그런데 상대가 현수라 그런지 몰라도, 건은 아직 무공의 장점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패도적인 무공의 승천도결은 막으면 부숴 버리는 강력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막으면 부숴 버리는 강력함이라……."

건 역시 만사귀의 말을 수긍했다. 신안 만사귀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 아직 자신들의 성취가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현수와 달리 건의 무공 성취도는 10성이었다.

"그나저나 현수, 넌 요즘 어떻게 되어 가?"

"뭐? 룸넷?"

"그래, 수진 씨와도 분위기가 좋던데."

현수는 건의 말을 듣고 얼굴을 조금 붉혔다. 이미 결혼 승낙까지 받았기에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에게 알려 주었다.

"어, 나 내년에 결혼해."

건과 만사귀는 현수의 입에서 결혼한다는 말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놀라 현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와! 축하한다."

"이제 사람이 되는가 보다. 내년 언제?"

두 사람의 호들갑에 현수는 피식 웃었다.

"확정은 아니지만 봄에 할 생각이야. 사실 2년 후를 생각했는데, 알고 있듯이 어머니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하려고. 이미 수진 씨 부모님의 허락은 받았거든."

"내년 봄이라……. 시기상으로는 괜찮네. 그때쯤이면 룸넷도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을 테니."

"너희들은 언제 할 생각이야?"

현수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궁금했다.

"나 역시 내년 봄에 하기로 했어. 이미 이화 부모님께 허락을 받았지. 한국 대학교에 시간 강사로 직장이 구해지고 나서 이야기하니 쉽게 허락해 주더라. 그런 거 보면 인식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건이는?"

두 사람이 내년 봄에 결혼식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건 역시 이들과 함께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년 봄이라. 우리 합동결혼식 올릴까? 나야 이미 수아 아버지에게 점수를 많이 땄으니 결혼식 이야기를 꺼내면 내년 봄에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한데."

현수는 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합동결혼식이면 결혼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주례는 어떻게 구했어?"

"어, 최 회장님이 해 주신다고 했어. 알고 보니 수진 씨 아버지와 학교 동창으로 상당히 친하신 모양이야. 우연찮게 만났는데 선뜻 주례를 해 주신다고 하기에 그렇게 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씀드렸어."

"건아, 너도 빨리 날 잡아라. 합동으로 결혼식 올리자. 식장은 너희 백화점 스카이라운지로 하고……."

만사귀 역시 현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찌 보면 공짜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건은 이들의 생각을 읽었는지 의미심장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 보며 눈을 흘기고 있었다.

"그래도 결혼식인데 너무 날로 먹을 생각을 하는 것 아니야?"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만사귀는 건의 옆에 바짝 붙었다.

"그래, 수아 만나서 이야기해 보고 함께하기로 하자. 그런데 부대 비용은 똑같이 나누기다."

"에이, 친구 좋은 게 뭔데……. 대신 청첩장은 내가 준비할게."

현수가 먼저 선수를 쳤다. 만사귀는 말없이 있다 선수를 치는 현수를 보고 역시 자신은 현수에 비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 그럼 난 음식을 준비할게. 나머지는 다 건이 알아서 해."

결혼식 계획이 순식간에 잡혔다.

현수와 건은 만사귀의 지적대로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대련을 했고 만사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자 천연회의 사람들 중 여자들을 제외한 모두가 난주로 와, 세 사람과 합류했다. 그런 후 천연회의 모두가 여인천하를 찾아갔다.

진소려 역시 20명의 여인천하 문파원들을 선택해서 연무장에서 수련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주님……. 저번에 그놈이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왔습니다."

여인천하의 문파원들에게는 현수라는 존재가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진소려는 그녀에게 연무장으로 손님을 모시라고 말하고는 계속해서 문파원들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천연회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대련을 중지시키고 그들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이들인가요?"

"네, 우리 문파에게 가장 강한 아이들이에요."

서로 인사하는 가운데 수금인의 인상이 조금 변했다. 아마 그녀들 중에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만사귀와 진소려는 어떻게 환희영생교를 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인천하 문파원들은 천연회의 사람들이 보란 듯이 다시 대련을 시작했다.

수금인의 눈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현진이.'

옛날 수금인의 여자 친구였다.

"왜? 혹시 아는 사람 있어?"

카오스가 수금인의 분위기를 보고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어, 옛날 내 돈 떼먹고 도망간 사람을 찾았어."

장난처럼 말하는 수금인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옛날 추억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나 보다.

현수와 건 그리고 화화공자는 여인천화 문파원들의 대련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자의 부드러움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베타 시절 마후와 비교하면 이들은 이제 성장해 가는 수준이야."

"음! 아무래도 이번에 우리들이 이들의 틈에 섞여 함께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화화공자와 건은 일단 행동에 제약을 받을 것을 생각했다.

"그 말이 맞아. 퀘스트를 하는 만사귀는 내가 도와주기로 하고 건이는 이들을 리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해야지."

만사귀와 진소려가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들 역시 따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여인천하의 문파원들이 대련을 끝내자 역발산이 화화를 불렀다.

"화화야, 나 한 번만 때려 봐!"

"죽어."

"상관없어. 한 번만 때려 봐라."

순간 화화공자의 손에서 강력한 열양지기가 역발산을 향해 발출되었다.

퍼어엉!

"쿨럭!"

역발산이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엎드려 피를 한 사발 토해 냈다.

"괜찮아?"

화화공자는 역발산이 걱정되어 다가가서 물었다.

"어, 괜찮아. 하하! 건아, 너도 나 한 번 때려 봐!"

"죽는다."

"괜찮아."

"맹룡강천!"

콰앙아아앙!

"크억!"

역발산은 건의 도강에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여인천하 문파의 담벼락에 부딪혀 쓰러졌다.

여인천하 문파원들은 안색이 파래져 천연회의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같은 편은 분명한데…… 사정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거절은 한 번이면 족했다. 그다음은 친구라 할지라도 사정없이 공격하는 이들의 잔인함에 몸이 떨려 오는 것을 느낀 그녀들이었다.

"으으으으……!"

역발산은 일어나기가 힘겨운 듯 신음을 흘렸다. 하나, 그것도 잠시. 역발산은 벽곡단을 하나 먹고는 잠시 누워 있다가 다시 일어나 현수를 보았다.

"현수야……!"

역발산은 현수의 미소를 보자 그 뒤의 말이 입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잘 지냈지?"

모두 역발산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왜? 나도 한 대 때려 줘?"

"아니……."

역발산은 자신의 무공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방어력에는 소림의 금강부동심결보다는 한 단계 낮은 무공이지만 그래도 공격할 수 있는 무공이 있었다. 방금 화화공자나 건에게 맞아 보고 자신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정한 것이었다.

"현수야, 내가 한번 공격해 볼게. 네가 한번 막아 볼래? 이 말을 하고 싶었거든."

"그래? 좋아."

현수가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발산은 그런 현수를 향해 자신의 모든 내력을 한 번에 실어 두 주먹을 뻗었다.

"천밀밀!"

콰아아아앙!

"악!"

두 사람의 무공이 충돌하면서 강한 기의 파장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천연회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내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여인천하의 문파원들은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다 봉변을 당한 셈이었다.

역발산은 현수를 보고 흠칫했다. 자신의 모든 내력을 끌어 올려 사용한 무공을 간단히 막는 것을 보고 아직 성취도가 낮은 공격 무공은 더 노력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야, 남의 집 다 부술 일 있어?"

어느새 그들의 뒤에서 만사귀와 진소려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미안해."

"다들 모여 주세요."

진소려는 모두를 모이게 하고 만사귀와 논의한 것들을 알려 주었다.

현수와 건, 화화공자가 선봉에서 환희영생교를 치고, 다른 천연회의 사람들은 여인천하의 문파원들과 함께 조를 이루어 일반 NPC들을 먼저 빼돌린 후 합류하기로 그 줄기를 잡았다.

"최대한 소란을 피워야 해. 그리고 우리가 일반 NPC들을 구할 때까지는 그들이 위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 만일 그들이 위협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일반 NPC들 역시 소모품을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야."

"그냥 부수기만 하면 된다 이거잖아."

"그래."

수금인은 여인천하의 문파원에게 다가갔다.

"잘 지냈어?"

"네……!"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괜찮다면 너와 같은 조가 되었으면 하는데, 싫으면 그냥……."

"아니에요, 이미 오래전의 일인데요."

수금인은 그녀에게 고맙다고 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그냥 아는 사이라 생각했는지 서로 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만사귀는 현수와 건에게 전음을 보냈다. 자신이 퀘스트를 할 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았으면 해서 두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알았다.

이들은 밤을 이용해서 환희영생교를 치기 위해 움직였다.

난주의 중심에 보란 듯이 세워진 환희영생교의 교단 주위에는 많은 남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그들이 서둘러 환희영생교의 교단으로 들어가는 모습들을 본 여인천하 문파원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남자들이란……."

쑥덕이는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천연회의 사람들 역시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럭저럭 지내요?"

수금인은 자신과 한 조가 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는 어떻게 지내세요?"

수금인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와 헤어진 이유가 수금인이 바로 부르주아 백수였기 때문이다.

다시는 게임에서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금인은 그냥 그녀를 보고 웃었다.

"긴장해. 지금 들어간다. 화화가 정문을 부수는 틈을 타서 우리는 담을 넘어 들어간다. 현수와 건이 화화를 지원하고."

만사귀의 말에 두 사람의 대화가 끊어졌다.

"시작해."

화화공자가 환희영생교 교단의 문을 향해 쌍 장을 뻗었다.

콰아아앙!

충격이 약했는지 문이 부서지지 않아, 옆에서 건이 도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지금이야, 가자!"

만사귀가 선두로 환희영생교 교단의 담을 넘자 다른 사람들 역시 만사귀의 뒤를 따라 담을 넘어 들었다.

"신명 나게 부숴 보자."

화화공자는 부서진 문으로 들어가 몰려나오는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을 상대했다. 현수와 건은 화화공자의 옆에서 그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그들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을 상대했다.

담을 넘어 들어간 이들은 문을 통해 들어간 일반 NPC들을 찾아내 그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만사귀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에게 역정을 내며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놈들이 신도들을 죽이려 한다."

NPC들의 외침을 듣고, 여인천하의 문파원들이 화가 났는지 그들을 향해 검을 빼 들고 위협을 했다.

"신녀님께서 네놈들을 모두 죽여 주실 것이다."

신도들이 모여 있는 대전에 소란이 일자,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이 대전으로 들어와 그들을 공격해 왔다.

"놈들이 신도들을 위협한다. 놈들의 손에서 신도들을 구하자."

"젠장!"

역발산은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인상을 쓰면서 한발 앞서 그들을 막았다.

"현진아, 될 수 있으면 오빠 뒤에 있어."

수금인은 곁에 있는 그녀에게 말하고는 공격해 오는 환희영생교 무사들의 검을 막았다.

싸움이 시작되자, 일반 NPC들은 환희영생교의 포교원들이 안내를 받아 어디론가 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이미 앞에는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이 막고 있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만사귀, 어떻게 해? 모두 죽여? 아니면 그냥 빠져나가서 밖에 애들과 합류해?"

필살검은 만사귀에게 답을 구했다. 이번 일의 진행은 만사귀가 맡고 있어서 그의 말에 그들의 행동도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역발산! 놈들의 공격을 막아! 환상검은 오른쪽, 필살검은 왼쪽을 맡아. 화령이가 길을 열고 카오스가 지원을 해. 그리고 수금인이 여인천하의 문파원들을 데리고 밖에 있는 현수와 합류해. 뒤는 내가 맡는다. 여인천하 문파원들이 모두 대전을 빠져나가면 저들을 잡기 시작한다."

만사귀는 빠르게 말했지만 그의 말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천연회 사람들이었다. 여인천하의 진소려는 내심 그들의 행동을 보고 놀라는 중이었다.

화령검객과 카오스가 길을 열기 시작하자, 수금인이 빠르게 치고 나가며 대전의 입구까지 여인천하 문파원들을 데리고 빠져나갔다.

"환상검과 필살검, 화령검객은 이 안에 있는 놈들을 다 죽여. 나머지는 밖으로 나가서 여인천하 문파원들을 보호하며 놈들을 잡는다. 현수에게 일반 NPC들이 사라진 곳을 찾으라고 전해."

현수가 살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만사귀는 환희영생교에서 제아무리 일반 NPC들을 잘 숨겨도 현수를 속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전에서 수금인이 여인천하 문파원들을 데리고 나오자 현수와 건이 서둘러 그녀들의 좌우를 방어하며 움직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화화! 시작해."

화화공자는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을 주살하기 시작했다. 뒤에 나온 천연회의 사람들은 현수에게 만사귀의 말을 전했다. 현수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어디론가 숨어 버린 환희영생교의 포교원들과 일반 NPC들을 찾아 나섰다.

수금인은 현진이라는 옛 여자 친구를 보호하는 데만 주력했다.

여인천하 문파원들은 천연회의 사람들에게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고 시위를 하듯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을 맞아 맹렬히 싸우고 있었다.

그녀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이 바로 진소려였다. 문파의 문주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소려는 확실히 다른 문파원들보다 한 단계 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공령문의 신비스러운 신법과 짧은 단검이 만나 상대를 소리 없이 제압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건의 입에서 감탄사가 저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필살검과 환상검, 화령검객이 있는 곳이었다.

"건아, 애들이 힘든 모양이다."

만사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건이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현수와 건이 맡은 임무는 조율이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역할이라 이들이 가장 바쁘게 움직였다.

"악!"

현진이의 입에서 비명이 들리자 수금인은 빠르게 그녀에게 몸을 날려 그녀를 안고 땅바닥을 뒹굴었다.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한 수금인은 현진을 안고 눈을 감았다.

하필이면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뒹굴었던 것이다.

혼자라면 한쪽 팔을 내주고 상대를 쓰러뜨리겠지만 현진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 그러지 못했다.

"크악!"

"수금인이 몸을 날려 상대를 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수금인이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악비가 수금인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형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악비는, 지금은 싸울 때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는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갔다.

"고마워요, 오빠!"

"아니야. 우리가 보호해 주기로 했으니까,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 역시 이렇게 했을 거야."

수금인은 다시금 일어나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을 쓰러뜨렸다.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이 상당수 쓰러지자 이번에는 환희영생교를 믿는 NPC 몬스터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들은 환희영생교의 무사들보다 더 강했다.

여인천하 문파원들의 환희영생교의 무사들을 상대로 잘 싸웠지만 NPC 몬스터를 상대로는 조금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만사귀! 놈들은 지하 비밀 통로 빠져나갔다.

현수의 전음이 들려오자 만사귀는 바로 도움을 청했다. 대전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NPC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화화공자와 역발산 그리고 악비가 잘 싸우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인천하 문파의 사람들을 보호하며 싸워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들의 손에 누군가 당할 수 있다.

현수는 만사귀의 전음을 듣고 지둔술을 사용해 땅을 뚫고는 바로 격전장으로 올라와 싸움에 끼어들었다.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있겠지?

싸우는 도중 만사귀는 현수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곳에는 자신의 퀘스트와는 상관있는 인물이 없는 듯 보였다.

-그래, 나중에 애들 보내고 함께 가자.

모종의 약속을 하고 만사귀는 허공을 향해 부적을 쏟아 보냈다.

"불의 술! 폭염."

콰아아앙!

현수가 싸움에 끼어들자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기가 편해졌다.

수금인은 현수가 끼어들자 현진이를 보호하는 데만 충실했다.

"오빠, 전 괜찮아요."

"그래. 오늘만큼은 내가 널 지켜 주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어. 예전에도 내 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했지만, 오늘만 이렇게 하게 해 줘!"

현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곤 옛일을 떠올렸다.

현진이 역시 수금인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게임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런 일로 많이 싸웠고 결국 현진이는 수금인과 헤어졌다.

수금인 역시 알고 있었다.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현진이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 뒤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수금인은 마치 현진의 호위 무사가 된 듯 그녀를 보호했고 현진이는 수금인의 보호 속에서 안전하게 NPC 몬스터들과 싸웠다.

콰아아아앙!

또다시 건물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사귀는 대전 안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걱정되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건물이 무너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불안한데……. 짭새를 안으로 들여보내야 하나."

만사귀는 건을 믿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건은 최강의 사나이 중 1명이었다.

만사귀는 레벨 다운을 생각하고 소환술을 사용했다. 예전 봉황산정에서 보여 주었던 바로 그 소환술이었다.

쓰러진 시체들이 일어나자 여인천하 문파원들은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만사귀의 소환술을 처음 본 천연회의 사람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모여서 싸워!"

소환술로 일어난 시체들이 NPC 몬스터를 상대할 동안 여인천하 문파원들과 천연회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여인천하 사람들은 돌려보내고 그냥 우리가 때려 부수자.

현수는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NPC 몬스터가 아니라 여인천하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진소려와 거래가 있었다. 이번 일로 난주에 여인천하가 민심을 얻는 대가로 진소려를 우리 천연회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현수는 만사귀의 생각을 물었다.

-어차피 건이랑 너 그리고 내가 빠지면 전력에 차질이 와. 그러니 그 전력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진소려의 신법이라면 너의 공백을 메울 것 같아서…….

현수는 만사귀의 생각에 찬성했다.

진소려가 부족한 것을 은자림이 대신 메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만사귀과 현수는 전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진소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니 그냥 싸워!

만사귀는 현수에게 전음을 보내고 다시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두는 우리가 서고 적에게 부상을 입히면 그 뒤는 여인천하가 맡아 마무리한다. 현수는 먼저 저들을 관통해서 반으로 나눠. 역발산과 카오스, 수금인이 오른쪽을 맡고 화화가 왼쪽을 맡아. 현수는 저들을 둘로 나눈 후에 나와 함께 후미를 맡는다."

만사귀의 말이 끝났을 때, 소환술로 일어난 시체들이 NPC 몬스터에게 당해 모두 쓰러졌다.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뇌전탄검!"

번개가 떨어지듯, 현수의 손에서 용천검이 적들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검을 피하는 이들의 사이를 뚫고 둘로 나눈 현수는 돌아오는 용천검을 잡았다. 그러고는 몸을 뒤로 돌려 적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환영천하!"

현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인천하에게는 이들이 무리인 것 같았다.

환영에 빠져 든 NPC 몬스터들이 허둥대는 것을 본 화화공자가 재빨리 몸을 날려 그들 사이로 들어갔다.

"화령진기!"

반탄강기에 밀려 나가는 NPC 몬스터들은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 거야! 가서 마무리해."

갑자기 일어난 일에 멍해진 여인천하 문파원들은 만사귀의 호통에 그제야 쓰러진 NPC 몬스터들을 마무리 지었다.

천연회, 아니 현수와 건 그리고 만사귀 이들 세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환희영생교를 깨뜨릴 수 있었다.

현수의 환술과 건의 도법 그리고 만사귀의 부적술이라면 웬만한 문파 하나 정도는 간단히 이길 전력이었다.

하나, 진소려를 얻기 위해서 이 모든 공을 여인천하에 돌려야 했기에 싸움은 한쪽으로 기울지 못하고 팽팽하게 균형을 맞추어 나가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이런!"

만사귀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대전 안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무너지는 건물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현수는 싸우다 말고 땅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지하 통로가 대전 안으로 연결되어 있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들을 찾으러 간 것이었다.

친구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만사귀는 서둘러 끝내려고 진소려를 찾았다.

"빨리 끝내야겠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우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진소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소려는 여인천하라는 문파에 그다지 정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몇몇 여자들의 욕심으로 만든 문파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문주를 맡고 있는 문파가 비록 자신은 여인천하를 떠나 천연회로 가지만, 감숙성에서 잘되기를 바라면서 이 모든 공을 여인천하에 돌려줄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천연회의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속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입장에서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세요.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만사귀는 진소려의 말을 듣고는 몸을 돌렸다.

"화화! 시작한다. 소천마멸진의 중앙을 화화가 맡고 역발산이 선두, 수금인이 후미를 맡는다. 그리고 짭새는 혹시 모를 위험에 여인천하를 보호한다. 빨리 끝내고 애들을 찾아야 해."

베타 시절 만사귀가 만든 2개의 검진 중 하나인 소천마멸진은 수비를 무시하고 오직 공격만으로 상대를 몰아세우는 검진이었다.

천연회의 사람들이 빠르게 진을 형성하자 만사귀는 부적들을 꺼내 하늘로 날렸다.

"개진!"

부적은 여인천하의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종의 진을 형성한다. 만사귀의 개진이라는 말에, 역발산이 NPC 몬스터를 향해 두 주먹을 뻗었다.

쿠아앙!

중앙을 맡는 화화공자가 적의 공격을 무산시키며 다른 사람들의 공격을 도왔다.

진이 형성되고 천연회 사람들의 기세가 변하자 여인천하 사람들은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봐! 저게 진짜 무인들이야."

진소려의 말을 듣고 여인천하 문파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알겠니! 남자들이 우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오냐오냐해 주니 정말 우리가 강한 줄 알았지? 그래서 욕심이 생겼지? 하지만 아니야. 물론 저들은 천에서 가장 강한 1%에 속하는 사람들이야. 우리를 보호하느라 네 사람의 생사가 불분명해졌어. 앞으로 너희들이 게임을 즐길 때 오늘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되었으면 해. 그리고 오늘부로 난 여인천하를 탈퇴한다. 다음 문주는 현진이가 맡아 꾸려 나가."

"문주 언니."

"그렇게 해. 그리고 저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해. 내가 전해 줄 테니. 저들을 지켜봐. 그리고 배워. 당당하게 천이라는 무림에 여걸로 이름을 알릴 때 분명 도움이 될 거야."

현진이의 눈이 수금인에게 고정되었다.

'오빠.'

현진이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 생각했다. 결국 자신 역시 돈이 필요했기에 게임을 시작한 것이니 그에게 지금 무엇이라 말할 입장은 되지 못했다.

만사귀는 진을 통제하면서 NPC 몬스터들을 빠르게 제압해 나갔다.

-애들은 다들 무사하다. 다행히 비밀 통로가 있어 모두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살검이가 조금 다쳤다.

-알았어. 현수, 네가 나와서 이들을 빨리 정리해야겠다.

-그렇게 할게.

잠시 후 땅속에서 솟아올라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현수는 모두 물러서라는 말과 함께 살황묵혈소를 NPC 몬스터에게 던졌다.

"뇌전파천황!"

촤르르르르! 슈우웅!

천연회의 사람들이 물러서자, 현수는 환술을 사용해 NPC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환영천하!"

뒤에 살황묵혈소가 NPC 몬스터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현수의 신위에 여인천하 사람들은 눈을 끄게 떴다. 물론 그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끝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뇌전탄검!"

도망치는 NPC 몬스터들을 죽이며 현수의 신형은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건이 필살검을 업고 현수가 파 놓은 길을 통해 지하 통로를 빠져나왔다. 뒤를 이어 화령검객과 환상검이 함께 올라왔다.

"괜찮아?"

"기둥에 깔려 기절한 것뿐이야."

화령검객이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언제나 싸울 때 신이 난 사람은 현수뿐이구나."

무너진 건물 위를 날아다니며 NPC 몬스터들을 죽이고 있는 현수를 보며 건이 말하고는 역발산에게 필살검을 넘겨주었다.

"건이, 넌 애들과 함께 돌아가. 나와 현수는 신녀를 찾아 환희영생교를 완전히 끝장내고 돌아갈 테니."

"괜찮겠어?"

"현수가 있잖아."

-혁무기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니 건이 네가 천연장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만사귀는 혁무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건에게 졌다고 그냥 수긍할 성격이 아니었다.

혁무기는 필시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천연회의 전력으로 천지회의 전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사귀는, 건의 이름값으로 혁무기를 견제할 생각이었다.

-알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방각이 정도만 돼도 걱정 안 할 텐데 말이야.

만사귀는 진소려에게 다가갔다.

"그럼, 천연장에서 뵙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저도 정리가 되는 대로 천연회로 갈게요."

현수와 화화 그리고 짭새는 달아나는 NPC 몬스터들을 쓰러트리고 천연회의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뭐야? 그러니까 우리가 여인천하를 도와주고 얻는 것이 바로 저 여자였어?"

화령검객이 조금은 섭섭한 표정으로 만사귀에게 물었다.

"그래, 장금이의 친누나야.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위험을 감수했어."

"이제 끝난 거야?"

"그래, 모두 각자 일을 봐. 난 현수와 함께 신녀를 찾을 테니. 그리고 기분이 이상해서 그런데, 천연장에 항상 세 사람은 남도록 해. 지금쯤 우리 소문이 강소성에 알려졌을 텐데 혹시 뒤치기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걱정 마. 나 역발산이가 있는 한, 천연장은 난공불락의 장원이나 마찬가지니까."

'단순하긴…….'

현수는 역발산이 단순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언제나 최선봉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니 든든하기까지 했다.

'역발산이 있기에 우리가 게임을 잠시 접을 수 있는 거야.'

건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역발산에게 보였다. 그것이 자극이 되었는지 역발산은 한층 더 들떠서 오버하기 시작했다.

"진짜, 단순하다."

진소려가 먼저 여인천하의 사람들을 데리고 환희영생교를 떠나갔다.

건 역시 천연회의 사람들을 데리고 천연장으로 돌아갔다. 현수와 만사귀만 신녀를 찾기 위해 남아 비밀 통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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