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의 종료
현수는 접속을 해제하고는 야를 찾았다. 예전에 말을 한 룸넷에 대한 BS 그룹의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야! BS에서 연락이 온 것이 있어?"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어때? 될 것 같아?"
중요한 것은 BS 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다.
-모르겠습니다. 일단 현수 님께서 만나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수빈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만나서 뭐라 이야기해야 돼? 알다시피 난 말주변이 없잖아."
-그냥 편하게 말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천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래, 알았어. 그리고 내가 준비할 게 뭐가 있지?"
야는 먼저 룸넷을 차릴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장소의 규모를 놓고 가상현실 기기를 몇 대 놓을지 의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현수에게 말했다.
"그럼, 건을 만나서 건의 아버지를 먼저 만나야겠네. 백화점 지하에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니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 먼저 그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 말이 나왔으니 지금 만나는 것이 좋겠지."
현수는 모처럼 옷을 차려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접속을 하고, 접속을 해제하는 천연회의 사람들이라 현수는 건에게 전화를 했다.
건에게 백화점에서 잠시 만나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을 하고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 도착하니 건이 먼저 와 있었다.
"무슨 일이냐?"
"다른 것이 아니라 백화점 지하를 쓸 수 있을까 해서……!"
"백화점 지하?"
"응!"
현수의 말에 흥미를 가진 건은 현수에게 물었다.
"장사라도 하게?"
"그래, 괜찮으면 가상현실 천, 룸넷을 한번 해 보려고."
"룸넷을?"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라 건은 잠시 현수를 보았다.
"룸넷이라. 그런데 솔직히 힘들 것 같은데……. 백화점은 9시에 개장해서 11시에 문을 닫잖아. 보통 그런 것은 24시간 계속해야 되는 거 아니야?"
건 역시 현수가 했던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이용하려고 하니 그렇지.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 있으니 나름대로 편하잖아."
건은 현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결코 현수의 머리로는 이런 생각이 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 만나서 한번 물어보게?"
"응! 너의 도움을 조금 받고 싶어서. 그래도 곁에서 한 마디 거들어 주면 도움이 되잖아."
건은 그런 현수를 보고 웃었다.
"그래, 올라가 보자. 백화점 지하에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건과 현수는 백화점 꼭대기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아버지."
"건이냐? 현수, 이 녀석 왜 이리 뜸하게 찾아와!"
현수를 보고 건의 아버지에게서 호통이 나왔다. 결코 싫어서 하는 호통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건의 아버지는 현수와 건에게 손짓으로 앉으라 하고는 책상에서 일어나 소파에 가서 앉았다.
"커피 좀 시켜 줘!"
-알겠습니다.
인공지능 컴퓨터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래, 그동안 찾아오지 않았던 현수가 날 보기 위해서 온 것 같지는 않고… 급한 일이 생긴 거냐?"
현수를 잘 알고 있는 듯 말하는 건의 아버지였다.
"사실은……."
현수는 건의 옆구리를 찔렀다.
"현수가 장사를 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백화점의 지하가 임대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그래? 무슨 장사? 옷 장사?"
"아니, 가상현실 게임인 천의 룸넷을 해 볼 생각입니다."
건의 아버지는 룸넷이라는 말에 인상을 썼다. 어떻게 보면 백화점의 이미지와는 별로 맞지 않는 업이었다.
"룸넷이라……. 현수야, 왜 많은 장사 중에 룸넷을 하려고 하느냐?"
현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현수의 사정을 대충 알고 있는 건의 아버지였지만 현수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부탁합니다."
"문제가 있다. 백화점의 이미지와는 너무 안 맞아. 그리고 그곳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말을 줄이는 건의 아버지였지만 현수는 그 뒤의 말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화점의 개장 시간과 퇴장 시간을 지키면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테리어를 백화점의 이미지에 맞게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아버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해 주십시오, 아버님!"
"그럼 좋아. 건물을 계약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간다. 넌 그 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
돈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망설이는 현수였다.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사실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 제가 모은 돈은 지금 4억 정도입니다."
건의 아버지는 놀라며 현수를 보았다. 4억이라는 돈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1달에 현수 어머니의 약값이 대충 얼마가 들어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놀랍구나."
"부족하면 은행의 대출을 받아도 됩니다. 아직 신용 등급이 좋기에 가게를 한다고 하면 대출도 가능합니다."
건의 아버지는 현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건은 4억이라는 돈이 호면객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임대 계약은 5천만 원이면 된다. 그리고 매달 임대비가 500만 원 들어간다. 괜찮겠느냐?"
현수는 생각보다 많은 임대비에 흠칫했다.
"임대비가 그렇게나……."
"다른 코너들은 그렇게 임대비가 많지 않아. 하지만 지하는 평수가 넓어."
현수는 잠시 생각했다. 선뜻 대답하는 것보다 일단 야와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수는 월 250만 원에서 300만 원을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렇게 해. 하지만 마냥 너에게 시간을 줄 수는 없다. 그건 알고 있지?"
"네!"
건의 아버지는 그런 현수를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건을 보았다.
마치 친구는 4억이나 모았는데 넌 지금까지 뭘 했냐는 그런 눈빛이었다.
"전 수아를 얻었잖아요. 그러니 내가 더 많이 번 겁니다."
"사법 고시나 준비해."
"아버지는……."
건의 아버지와 오랜만에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현수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조금은 싸게 해 줄 것을 원했지만 그런 것은 먹혀들지 않았다.
"휴! 월 500만 원. 접속기 대여비, 그리고 내 인건비. 또 처음에 인테리어비, 휴!"
한숨만 나오는 현수였다.
집에 도착한 현수는 힘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야! 아버님이 세게 나오는데. 1달 임대비가 500만 원이래."
-한다고 하셨습니까?
"아니, 일단 시간을 좀 달라고 했어."
-쉬십시오. 나머진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BS 그룹에서 약속 일자를 다음 주 주말로 잡았습니다.
"그래, 알겠다. 야, 그런데 월 500만 원이면 좀 비싸지 않아?"
-비싸긴 합니다만, 뭐 그리 맞추기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청부 한 건이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니 크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본 후에 현수 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나 잠 좀 잘게."
현수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는 이불을 깔고 누워 버렸다.
"휴! 세상에 쉬운 게 없다더니……."
현수는 다음 날 일어나 천에 접속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현수는 천연장에서 쉬고 있는 령을 찾아가 영취 공주가 1황자에게 납치되어 갔다는 말을 했다.
현수의 말을 들은 령의 표정은 침통했다. 하필이면 놈이 1황자라니……. 령은 현수를 보았다.
"걱정 마, 내가 구해 올 테니. 그리고 1황자도 영취 공주님이 필요하니 함부로 하지 않을 거야."
"군!"
"노파심에서 이야기하는 건데, 행여 갈 생각은 하지 마."
"알겠습니다."
현수는 방을 나가 소운이를 찾아갔다.
소운이는 엄마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줄곧 엄마와 함께 있었다. 대장금이 소운의 엄마를 치료해서 그런지 유독 대장금의 말을 잘 듣는 소운이었다.
현수는 무림연맹과 사사혈천의 격돌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하오밀문으로부터 받았다.
스르르륵!
"주군!"
은자림의 살수였다.
"분명 각파의 요직들을 모두 죽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용서하십시오. 장로들을 암살한 후에 그들의 경비가 더욱 강화되어 뚫기가 힘들었습니다."
현수는 이번 사사혈천의 이벤트로 인해 NPC 몬스터들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은자림의 살수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너희들은 은밀히 나를 따르라."
"옛!"
현수는 룸넷을 하기 전에 구미호의 복수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그래야 자신의 몸값으로 대금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현수는 대장금에게 소운의 가족을 부탁하고 다시 사사혈천과 무림연맹이 싸우고 있는 감숙성으로 향했다.
* * *
"일단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강소성 연합은 남황의 입구까지 독황문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남황으로 들어서는 것을 잠시 주저했다.
"놈만 죽이면 끝나잖아."
만사귀의 말에 수금인이 그 이유를 물었다. 사실상 수금인은 독황문의 싸움으로 얻은 것이 없었다.
화화공자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은 부문주, 당주를 죽여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지만 수금인은 그러지 못했다. 꼭 만독신마를 죽일 것이라 굳게 다짐하고 있는 터라 만사귀의 말이 더욱 섭섭하게 들렸다.
"이곳은 독황문의 땅이야. 이렇게 많이 들어가서는 우리의 피해가 너무 커!"
"야, 하지만 이벤트도 이제 끝을 달리고 있잖아."
수금인이 열을 내는 이유를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저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만사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일단 NPC 몬스터들은 다 빠져야 해. 이벤트가 끝나고 천의 대륙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바로 공성이야. 최소한 NPC 몬스터들의 피해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야. 일단 하오밀문과 각문파의 NPC 몬스터들을 빼고 우리만 들어갔으면 해. 아니, 솔직히 모두를 다 뒤로 물리고 악령이와 윤석이 그리고 우리 이렇게 들어가서 놈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럼 문파원들이 조금은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이미 죽은 이들은 할 수 없지만 그들 역시 만독신마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야."
악령이 문파원들의 불만을 생각해서 만사귀에게 말했다. 그들도 한 방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만 남황은 독물의 천국이야. 나의 부적술도 한계가 있고 또 화화도 더 이상 열양지기를 뽑아 낼 수 없다고 버티니 힘들지. 이렇게 많은 인원이 들어가서 독으로 인해 우리가 패할 수도 있어."
만사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만약 독에 문파원들이 중독된다면 그만큼 움직이는 것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기회가 있어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결국 당하는 것은 독황문이 아닌 강소성 연합이다.
악령이나 윤석이 역시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파원들이 곱게 물러서려고 할지가 문제였다.
"그럼 일단 너희들 문파원들에게 물어봐. 난 하오밀문의 사람들을 돌려보낼 테니."
"그렇게 하자."
일단 회의를 마친 이들은 각자의 문파로 돌아가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우리 모두 돌아가길 원한단 말입니까? 부문주님!"
"그래, 너희들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너희들이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면 우리 모두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난 끝까지 너희들과 함께할 것이다."
악령의 말에 문파원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섭섭합니다. 사실 독황문과 싸우면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무식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치고 빠지는 것이, 진짜 내가 무인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빠지라면 전 빠지겠습니다. 그러나 하나 약속해 주십시오."
"……!"
말을 하는 문파원을 악령이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이런 재미를 계속해서 제공해 주십시오. 그렇게 약속한다면 아깝고 섭섭하지만 전 빠지겠습니다."
악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이들이 말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연회라는 괴물들과 하오밀문의 정보력이라면…….
"약속한다. 이제까지는 단순하게 몬스터를 잡고 사냥을 해서 레벨 업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면 이제는 사람과 사람을 상대로, 최소한 천에서는 진짜 무림인으로서 재미를 느끼게 해 주겠다. 그리고 만약 내가 만독신마를 잡는다면 아이템을 처분해서 그 돈으로 우리 솔악문 전체가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역시! 부문주님은 화끈해서 좋습니다. 전 빠지겠습니다."
1명이 빠지겠다고 말하자 다른 사람들 역시 빠지겠다고 했다.
"전 참가하겠습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보다 부문주님께서 먼저 당하는 것을 보지 못하겠습니다. 천연회가 하는 문파는 솔직히 괴물들만 모인 것 같은데 제가 부문주님께 오는 칼을 막겠습니다. 결코 우리도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겠습니다."
"저 역시 참가하겠습니다. 참가해서 부문주님의 등을 맡겠습니다. 만독신마를 잡을 때까지 제가 독황문 무사들의 검을 등 뒤에서 막겠습니다."
"야! 괜히 너에게 등 맡겨서 부문주님을 죽게 만들지 말고 그냥 빠져."
악령은 이들이 고마웠다. 최소한 자신을 믿고 따라 주는 것만을 보더라도 자신이 문파를 세워 이제껏 잘 운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그래, 나의 등을 육손이에게 맡긴다. 부탁한다. 내가 만독신마의 목을 날릴 때까지 날 지켜라. 그리고 우리 만독신마를 잡아 현실에서 한번 신명 나게 놀아 보자."
"하하하!"
솔악문의 진영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진중파의 분위기는 솔악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석이 역시 5명의 문파원들과 함께 가기로 결정이 났다.
하오밀문이 순순히 뒤로 빠져 준다는 말에 건은 고맙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혈충소 대협!"
"감사는요, 사실 우리는 고수들이 적습니다. 오히려 제가 빠지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면 강소성의 문파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봐 주십시오. 특히 만수문과 금정산사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들을 왜?"
NPC들의 문파들 중에서 봉황산정은 일단 천연회의 편으로 돌아섰으니 그리 문제는 없지만 만수문과 금정산사는 아니었다. 공성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굴복시켜야 할 문파들이 그들 두 문파였기에 건이 하오밀문의 혈충소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강소성을 확실하게 우리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을 굴복시켜야 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들은 이번 난에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필시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입니다."
"음!"
혈충소는 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연회를 다시 생각했다.
천연회에서 진짜 무서운 사람은 바로 만사귀라는 것을 알았다. 살황도, 눈앞에 있는 사람도 아닌, 바로 모산파의 차기 장문인으로 내정된 만사귀가 바로 천연회의 머리라는 것을 알았고 모든 계획이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았다.
혈충소는 앞으로 모산파가 무림에서 이름을 떨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협,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
"도대체 천연회의 소속된 사람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건은 혈충소의 속내를 짐작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대협께서 보지 못하신 분들이 4명 더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들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혈충소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보아 온 이들은 모두 절정을 넘어 초절정의 인물들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인물들이었다.
그런 인물들이 4명이 더 있다는 소리에 더욱 기가 질렸다.
"그런데… 장주님께서는……!"
현수를 찾는 혈충소였다.
"장주님께서는 얼마 전에 사사혈천의 부천주를 죽이고 광소를 잡기 위해 사사혈천과 무림연맹이 싸우고 있는 감숙성에 있을 것입니다."
"그럼, 사사혈천의 부천주를 죽였다는 그 신성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사사혈천의 부천주라 해도 살황의 살수를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혈충소였다.
"혼자서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나 이들도 현수가 살황이라는 것을 아는지 떠보는 것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장주님께서는 저희 모두가 덤벼도 이기지 못합니다. 그리고 장주님께서는 우리들과 별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그 점은 염려치 않아도 됩니다."
"아!"
건은 황궁을 이야기했지만 혈충소는 은자림을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강소성의 문파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들의 숟가락과 젓가락의 수까지 알아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다음 날! 진중파와 솔악문의 몇 명만 남고 모두 강소성으로 돌아갔다.
사사혈천과의 무림연맹과 싸우는 감숙성으로 온 현수는 무림연맹을 찾아갔다.
"어서 와라."
"그래,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방각이 현수를 맞이했다. 현수 역시 혁무기보다는 방각이 조금 더 편했다.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다. 의외로 저항이 심해."
"그래, 될 수 있으면 빨리 끝냈으면 하는데. 황제 폐하께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다는 뜻을 알려 왔어."
현수는 방각에게 황제의 이름을 팔았다.
"음!"
"폐하께서는 더 이상 지체된다면 황군을 동원할 거야. 무림의 일을 무림에 맡겨 두니 백성들의 고통만 가중된다는 것을 알고 이번 기회에 그 죄를 무림에 물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친구니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거야."
현수의 말을 듣고 있는 방각의 표정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황군을 동원해서 무림에 나오면 불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그때 혁무기가 방각을 찾아왔다. 그의 옆에서는 2명의 여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국민 배우라 칭해지는 설영이었고 또 한 사람은 천상지애에서 조연을 맡은 민서라는 배우였다.
혁무기는 방각에게 민서라는 배우를 소개해 주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설영이 동행한 것이었다.
혁무기는 현수를 보고 흠칫했다. 아직 이들에게는 현수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이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심어져 있었다.
"현, 수!"
"왔냐? 앉아라."
"어쩐 일로……!"
"폐하의 명을 받고 왔다. 이미 방각에게 이야기했으니 방각이에게 들으면 되겠지."
방각을 보는 혁무기였다. 폐하의 명이라 받고 왔다는 소리에 설령은 현수에게 말을 걸어왔다.
"폐하라면… 그럼 황궁에 있나요?"
"그런데… 누구?"
설영은 자신을 못 알아보는 현수에게 충격을 먹었는지 멍해졌다.
"아! 둘 다 이렇게 만나기는 처음이지. 인사해, 이쪽은 설영 씨, 그리고 이쪽은 민서 씨. 함께 천상지애를 촬영하고 있어."
무안해진 설영을 대신해서 서둘러 인사를 시키는 혁무기였다.
"아! 그러세요."
현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각이는 그렇게 알고 있어라. 내가 부천주까지 잡아 주었으니 광소는 너희들 손에 맡길게."
현수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설영은 그런 현수를 보았다. 자신이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을 했는지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무슨 일로 저놈이 여기에 왔어? 그리고 폐하의 명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어! 그 이야기는 모두가 모일 때 하는 것이 좋겠다."
곧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지만 혁무기나 설령은 그리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설영과 민서가 돌아가고 두 사람이 남아 현수가 했던 말을 하는 방각이었다.
"음! 골치가 아픈데. 현수가 금의위나 동창에 들어간 거야."
"모르지. 일단 그렇게 말을 전해 왔다. 각파의 장문인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책을 세워야지. 무턱대고 사사혈천으로 쳐들어갈 수는 없으니 말이야."
"그렇겠지."
혁무기는 사람들을 시켜 각파의 장문인들을 모두 모이라 전했다.
각파의 장문인들이 모두 모여 방각은 또 한 번 했던 이야기를 그들에게 해 주었다.
"그렇다고 황실에서 무림의 일에 끼어든단 말입니까?"
"정확하게 말을 하면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음!"
명분이 있으니 모두는 무엇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황군이 나서기 전에 광소를 처리해야 했다.
"한 번에 총공세를 펼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사혈천의 광소가 있는 공동파를 향해 진격하기로 결정을 했다.
모두 나가고 방각과 혁무기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누었다.
"현수의 작전이 아닐까?"
"설마! 이제는 막바지잖아. 결국 이번 싸움으로 광소를 물리치든지 아니면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죽을 것인데 현수가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지. 그리고 현수는 머리를 굴릴 인간이 아니야."
방각의 말을 듣고 있는 혁무기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독황문은 어떻게 되었어?"
"소수 정예를 구성해서 독황문의 만독신마만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생각하는 혁무기였다.
"무리수를 두는 거군."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아니야. 다 모여 있어. 그리고 악령이랑 윤석이까지. 그러고 보면 그들도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어."
방각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 천연회의 사람들이 그들과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강소성은 확실히 먹겠다는 말이겠군."
"아마 그럴 거야."
"그럼 우리도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지."
혁무기는 방각을 보고 웃었다.
"얼마나 생각하고 있어?"
"다른 놈들은 몰라도 건이라면 월 500까지는 생각해."
생각보다 많은 액수였다. 하지만 건의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액수도 아니었다.
"음! 다른 놈들은 300정도 생각해야 하나, 그럼!"
"천천히 액수를 올려 봐야지. 다른 놈들은 몰라도 최소한 만사귀나 역발산은 끌어들여야지."
"현수가 가만히 있을까?"
방각이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상관없어. 현수는 어차피 황궁인이야. 결국 무림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현수가 무엇이라 말할 입장은 되지 못할 거야. 정 안 되면 손을 봐야지. 베타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알려 줄 겸."
혁무기가 자신 있게 말했다. 방각은 혁무기의 말을 듣고 웃었다. 현수를 죽여도 자신이 죽여야 했다. 베타 시절 당한 빚이 있으니…….
두 사람은 나름대로 이벤트의 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현수는 무림연맹과 사사혈천의 싸움에 직접 끼어들지 않았다.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현수는 끝까지 이들을 괴롭힐 생각이었다.
"후후! 그렇게 신 나게 싸워야 한다."
공동산의 초입부터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단연 돋보이는 자들은 천지회와 천마회의 유저들이었다. 그들은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크아아악!"
"통나무를 굴려라."
산이라는 이점을 통해 사사혈천의 무사들은 진지를 구축하고 끊임없이 무림연맹의 무사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워낙 많은 수의 무사들이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공격하니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죽는 수만큼 무림연맹의 수도 줄어들었다.
"혈광천하!"
"막아라!"
콰아아앙!
지켜보는 현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건가?"
사사혈천의 무사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저항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을 유인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
그때! 공동산을 울리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아아아앙!"
"벽력탄이다. 모두 피해라."
사사혈천의 꽁수는 바로 벽력탄이었다. 벽력탄은 유저는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한번 터지기 시작한 벽력탄은 연쇄적으로 터지기 시작했고 곧 공동산을 태우기 시작했다.
"불길로 인해 더 이상 진입이 힘듭니다."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은 난처함을 표시했다.
"아미타불!"
"빌어먹을! 다 벽력탄을 사용하리라고는……!"
개방의 방주는 벽력탄을 사용한 사사혈천의 무리를 욕했다.
그때!
"천지회의 고수들은 내력으로 화기에 몸을 보호하고 신속하게 불길을 뚫고 올라간다. 내력이 적은 이들은 불길을 잡아라."
혁무기의 외침을 듣고 천지회의 무사들이 불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우리도 간다. 나를 따르라."
방각은 천지회의 뒤를 쫓아 자신의 문파원들을 데리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오……!"
이들을 보고 있던 NPC들은 그들의 판단에 탄성을 질렀다. 천지회의 혁무기나 천마회의 방각은 이번 이벤트로 인해 최소한 NPC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리라.
지켜보고 있는 현수는 그 둘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머리를 굴리는군. 너희들은 이곳에 남는 놈들을 호면객의 이름으로 모두 죽여라."
"옛!"
현수 은자림의 살수들에게 명을 내리고 불 속을 뚫고 공동파로 향했다.
"우리도 갑시다."
개방의 방주가 먼저 움직였다.
"불길을 잡고 대기하라. 적도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저하게 방비하라."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사왕천의 수장들과 그리고 불길을 견딜 수 있는 내력을 지닌 NPC들이 불 속을 뚫고 공동산으로 향했다.
이미 공동파의 입구에 도착한 천지회와 천마회의 유저들은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막아라!"
"죽어라!"
"천마군림보!"
방각은 보법을 밟으며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천마호신갑!"
캉! 캉! 캉!
방각은 자신의 호신무공으로 사사혈천의 무사들의 공격을 막으며 도를 휘둘렀다.
"크아아앙!"
무식하게 사사혈천 무사들의 검과 몸뚱이를 가르는 방각이었다.
혁무기 역시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몰아붙였다.
"콰아아앙!"
"문이 열렸다. 안으로 진입하라."
공동파의 문이 부서지고 천지회와 천마회의 유저들이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뒤를 쫓아온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을 비롯해 사왕천의 수장들 역시 공동파 안으로 들어섰다.
"광소를 찾아라."
"크하하하하!"
광소는 그들을 보고 웃었다.
"이놈! 네놈의 악행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크크! 과연 그럴까? 그나저나 대단하군. 천마회와 천지회가 강하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곳에서 모두 죽어야 할 것이다."
광소가 손을 들어 올리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공동파의 지붕 위에서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활을 들고 나타나 겨누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놀라는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었다.
"이런!"
"크하하하! 죽어라. 쏴라."
슈슈슈슈슛!
광소의 명에 쏟아지는 화살들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와 같이 피할 곳이 없어 보였다.
"크억!"
각자의 무기를 들고 쏟아지는 화살들을 쳐 내는 이들이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팔과 다리 어깨 할 것 없이 화살이 날아와 그들의 몸에 박히기 시작했다.
"이, 이!"
화산의 장문인은 호신강기를 펼치며 화살을 막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호신강기를 펼칠 수는 없는 실정이었다.
그때 혁무기의 손에서 검이 떠나 활을 든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쏘아져 나갔다.
슈슈슈슈슈!
이기어검술이었다.
"크아아악!"
방각의 도에서 도강의 쏘아져 나왔다.
콰아아앙!
건물 자체를 무너트리는 방각이었다. 건물 위의 무사들이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와 함께 건물 더미에 깔려 버렸다.
방각과 혁무기의 무력으로 잠깐의 시간을 번 유저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아올라 건물 위에 있는 궁수들을 공격했다.
"크아아악!"
광소는 혁무기와 방각을 노려보았다.
"피하셔야 합니다."
혈천단의 단주가 광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있어 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죽어 가는 수하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이 살아야 다음을 노릴 수 있었다.
"벽력탄을 모두 터트려라. 그런 후에 빠져나간다."
"알겠습니다."
혈천단의 단주는 벽력탄을 터뜨리기 위해 공동파의 경서각으로 향했다.
"헉! 누구냐!"
"후후!"
"호면객!"
혈천단의 단주는 호면객을 보고 흠칫했다.
"벽력탄이라, 좋은 물건이야. 그렇지 않나?"
현수는 혈천단의 단주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걸 터뜨리면 대충 몇 놈 빼고는 다 죽겠군. 좋은 생각이야."
"어떻게……."
"당연하지 않나. 광소가 여유를 부리는 것을 보면 꽁수 정도는 생각하고 있으리라 판단하는 것은……!"
"죽어라."
혈천단의 단주는 현수를 향해 도를 휘둘렀다.
"성급하군."
도를 피하는 현수는 공격할 의사가 없는 듯 뒤로 물러났다.
"어떤가? 나와 거래를 하는 것이?"
"거래?"
"광소를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도와주지."
혈천단의 단주는 호면객이 하는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약간의 수고비. 광소가 지금까지 모아 둔 것이 많을 것 같아서 말이야."
혈천단의 단주는 망설였다.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자네는 보고의 위치만 알려 주면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하지."
"나 역시 알지 못한다."
"그래, 그럼 죽어야지. 광소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도 나쁠 것 없지."
현수는 그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잠깐… 천주께서……."
현수는 기다렸다.
"죽어라!"
혈천단의 단주는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뇌전류!"
"헉!"
자신이 먼저 출수를 했지만 현수보다 늦었다. 쓰러지는 현천단의 단주를 본 후, 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사혈천의 혈천단의 단주가 이현수 님의 손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벤트가 끝난 후에 해당 상품이 지급됩니다.
"그래도 내가 이것은 터뜨려 주지."
현수는 쓰러진 그의 손에 벽력탄을 하나 쥐여 주었다. 그러고는 그를 향해 현천파열권을 사용했다.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콰아아앙!
유저가 벽력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용할 수 없으니 혈천단의 단주의 몸을 빌린 것이었다.
"이, 이런!"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벽력탄은 공동파를 허물기 시작했다.
"피해라."
방각과 혁무기는 무너지는 공동파의 건물들을 피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싸움으로 지쳐 있는 문파원들은 무너지는 공동파의 건물들에 깔려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야 했다.
"광소, 이 시팔 놈이……!"
방각이 분노에 이기지 못하고 도망가는 광소의 뒤를 쫓았다. 혁무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사왕천의 수장들은 무너지는 건물들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제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악독한지고……."
벽력탄으로 인해 한순간에 승부가 결정되어 버린 듯했다.
사사혈천의 무사들 역시 터지는 벽력탄과 무너지는 공동파의 건물들에 의해 쓰러진 것이었다.
"아미타불!"
소림의 방장은 잔인한 광소의 행동에 몸을 떨었다.
광소의 뒤를 쫓는 방각이 일도를 휘둘렀다.
"파천일도!"
"이런!"
방각의 공격으로 인해 광소는 더 이상 달아나지 못했다.
"죽어라!"
"혈광진천하!"
콰아아앙!
슈슈슈슈!
뒤를 따라오는 혁무기 역시 광소를 향해 공격한 것이었다.
"어림없다."
광소는 이들의 공격을 피하며 거리를 두고 다시 달아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혁무기나 방각은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약한 이들이 아니었다.
광소는 두 사람의 협공을 받으면서도 간간이 이들을 향해 공격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10대 무공 중 각각 하나씩을 익힌 이들을 상대로 광소는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팟팟팟!
도기가 광소의 전신요혈을 향해 뻗어 오고 검기가 광소의 행동반경을 줄이며 압박했다.
유저들 중에서 최고수라 칭해지는 이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협공에서 자신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지 광소를 압박했다.
"혈천혈신갑!"
콰아아앙!
"커억!"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나는 광소는 한 자루의 검에 의지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죽어라. 천마수라멸절식!"
"천검유성만파식!"
쉐이이이익!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강과 도강을 보는 광소였다.
검을 바닥에 꽂고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방어하는 광소였다.
"혈천파멸장!"
검강과 도강, 그리고 장력이 부딪치며 일으키는 기의 소용돌이를 이기지 못하고 주위의 나무들이 부서져 나갔다.
"크아아아악!
광소는 모든 내력을 끌어 올려 두 사람의 공격에 대항했지만 막아 내지 못한 채 뒤로 날아갔다.
"쿨럭!"
광소는 부서진 나무를 의지한 체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광소를 죽이기 위해 혁무기가 검을 들어 올렸다. 아마 두 사람 사이에 이미 광소를 죽이고 얻는 아이템에 대해서 말이 오고 간 모양이었다.
쉐이이익!
"헉, 누구냐!"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두 사람을 공격해 오는 것이었다.
팟팟팟!
호면을 쓴 사내가 빠르게 자신들을 향해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호면객!"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를 쳤다.
"뇌전탄검!"
슈우우욱!
두 사람은 광소에서 떨어졌다.
"운중비록 운중탄영신!"
호면객은 쓰러져 있는 광소를 낚아채고는 빠르게 허공으로 솟아올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놈! 파천일도!"
"천검유성만파식!"
광소를 훔쳐 가는 호면객을 향해 도기와 검기를 뿌리며 쫓아가는 두 사람이었다.
"뇌전파천황!"
콰아아아앙!
"이런! 천마호신갑!"
방각은 급하게 호신무공을 끌어 올렸고 혁무기는 허공에서 몸을 틀어 호면객의 공격을 막아 냈다.
"젠장! 이… 호면객……!"
방각이 광소를 놓쳐 억울한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혁무기 역시 광소를 놓친 것이 아까운지 애꿎은 나무들만 베어 버렸다.
광소를 훔치는 데 성공한 현수는 최대한 빠르게 공동산을 벗어났다. 공동산에는 아직 많은 무림연맹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들에게 포위당하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호면객!"
광소는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는 그리 반가운 사람은 아니었다.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그런 자였다.
"왜……!"
공동산을 벗어나기까지 말이 없는 현수였다. 그리고 공동산을 벗어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거래를 위해서지."
"거래?"
"감숙성을 빠져나가게 도와주지. 물론 약간의 수고비를 준다면……."
광소는 호면객의 제안을 생각했다.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없다. 하나, 살아난다면 찾아주겠다."
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찾아가지. 넌 있는 곳만 말하면 돼."
"널 어떻게 믿고……."
"후후! 이것 봐, 광소. 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차피 죽으면 아무 소용도 없으니 말이야."
그랬다. 광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광소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본 천의 지하 비고."
광소는 지하 비고를 열기 위해서는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자신을 사사혈천까지 옮겨 달라는 말이었다.
"후후! 고맙군. 감숙성을 빠져나가게 도와주지."
현수는 방향을 틀었다. 그가 간 곳은 다름이 아닌 사천의 사천당문이었다. 수진이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놈, 약속이 틀리지 않느냐!"
"틀리지는 않지, 감숙성을 벗어나는 것이니. 그리고 너로 인해 많은 백성들이 피를 흘렸어. 그 죗값을 치러야지."
현수는 광소를 수진에게 넘겨주었다. 자신은 광소를 죽이지 못했다. 만약 자신이 광소를 죽인다면 방각이나 혁무기가 호면객이 자신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오빠!"
"데리고 있다가 내가 연락하면 이놈을 죽여서 아이템을 얻어. 이놈이 사사혈천의 우두머리니까. 난 지금 급히 갈 때가 있어, 가 봐야 돼."
현수는 이 말을 남기고 곧바로 사사혈천으로 향했다. 광소가 말한 지하 비고를 털 생각이었다.
광소가 먼저 죽으면 사사혈천의 비고를 털지 못했다. 그렇기에 광소를 죽이기 전에 사사혈천의 비고를 털어야 했다.
수진은 혈도를 제압당하고 큰 부상을 입고 있는 광소를 보고 또 사라져 가는 현수를 보았다.
현수는 빠르게 사사혈천이 있는 탑리목 분지로 달렸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다. 여차해서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광소가 수진을 해코지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뇌전탄검!"
사사혈천의 다리를 지키는 경비무사들을 공격해서 처리한 현수는 사사혈천의 문을 향해 무공을 쏟아 부었다.
끝내는 현수의 무공을 이기지 못하고 사사혈천의 닫혀 있던 문이 부서져 나가 버렸다.
"운중비록 운중무영보!"
은밀히 지하 비고를 찾는 현수는 살황의 일기장의 탐지술을 사용해 빠르게 움직였다.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도대체 입구가 어디 있는 거야!"
현수는 사사혈천을 쥐 잡듯이 뒤졌다.
"젠장, 입구를 물어보고 올걸."
현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지금 이곳에서 가장 높은 자를 찾았다.
"조용히 처리해야 되는데."
"누구냐."
팟팟팟!
현수는 빠르게 상대방의 혈도를 짚었다. 그가 바로 사사혈천의 본 천을 책임지고 있는 총관이었다.
"지하 비고의 위치는!"
고개를 흔드는 총관이었다. 현수는 그에게 오래전 적룡에게 당한 고문법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경서각 오른쪽 세 번째 책장!"
결국 총관은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현수에게 지하 비고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고마워!"
"커억!"
현수는 총관의 방을 빠져나와 사사혈천의 경서각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고수들이 다 빠져나간 사사혈천에서 현수를 찾을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경서각 안으로 들어간 현수는 총간이 가르쳐 준 대로 세 번째 책장을 밀었다. 그러자 책장이 빙글 돌아가며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수가 계단을 내려가자 책장은 다시 원래대로 돌았다. 현수는 계단의 끝에서 철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실을 강조하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후후!"
현수는 살황의 일기장의 탐지술을 사용해 철문을 살펴보았다. 하나, 철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제길! 검으로 갈라 버려. 그러다 이곳이 무너지면……. 아! 후후! 꼭 문을 열고 들어가라는 법은 없지."
현수는 지둔술을 이용해 땅을 파고 내려가 철문 너머로 들어갔다.
"후후! 창업 자금이다."
현수는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는 만큼 챙겨 넣었다. 그래도 많은 아이템들과 영약들이 남아 있었다.
"애들을 부르면 남는 게 없으니 아깝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야지."
현수는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팠던 곳을 통해 지하 비고를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수진이에게 전서구를 날려 보내었다.
현수는 사사혈천을 빠져나와 다시 강소성으로 향했다.
-사사혈천의 천주 광소가 명월 님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벤트가 끝난 후에 해당 아이템이 지급이 됩니다.
현수는 공지 메시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방각과 혁무기는 인상을 찡그렸다.
현수가 강소성 천연장에 도착했을 때 또 다른 공지 메시지가 떠올랐다.
-만독문의 문주 만독신마가 악령님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벤트가 끝난 후에 해당 아이템이 지급이 됩니다.
-건 님께서 독황문의 무사들을 가장 많이 죽였습니다. 이벤트가 끝난 후에 해당 아이템이 지급이 됩니다.
-파한 님께서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가장 많이 죽였습니다. 이벤트가 끝난 후에 해당 아이템이 지급이 됩니다.
-이벤트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보다 더 나은 가상현실 천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제야 끝이 났군요."
BS 그룹의 수빈은 이벤트가 끝이 나서 기쁜지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한 시름 놓았습니다."
"그래요. 천! 그럼 이제 죽은 유저들이 접속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좋아요. 그리고 이벤트 동영상의 편집을 빨리 끝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수빈 님께서는 이제 좀 쉬십시오. 그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수빈은 이벤트가 시작하는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야겠어요. 형욱 씨도 이제 들어가 쉬세요."
"그래야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천! 천에게는 미안해요. 뒷수습을 해야 하니 쉬란 말을 하지 못하겠어요."
-아닙니다, 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전 아버지를 만나 뵙고 이틀 후에 출근하겠어요. 형욱 씨도 며칠 쉬고 출근하세요."
"저야 고맙지요. 그래도 지켜보는 저는 솔직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수빈은 웃었다.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continued to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