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황 이현수!
건은 급한 마음에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현수에게 미안한 생각도 있었지만 자신의 맞수인 현수가 이렇게 죽어 무공을 잃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한번은 못다 한 승부를 내고 싶은 건이었기에 더욱 현수를 살리려 했다.
"조금만 참아라."
건은 부적의 힘이 조금 더 버텨 주기를 원했다.
히이이잉.
종일 달리는 말 역시 힘이 드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쉬게 해 주마!
건은 달리는 말을 다독였다.
하남에 도착한 건은 백마사로 향했다. 단지 백마사에서 미자를 찾으란 말을 남긴 현수의 부탁 때문이었다.
다행히 백마사에 도착해서 말이 쓰러졌다. 건은 내력을 모아 소리쳤다.
"미자 님! 미자 님!"
건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다였다.
"현수야."
부적의 힘이 풀려 가는지 현수의 몸에서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미자 님! 미자 님, 현수가 당신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건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건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붕대를 빼어 현수에게 감아 주었다. 하나, 붕대로 인해 출혈이 멈춘 상태는 아니었다.
"현수야!"
건은 현수를 불렀다.
스스스스!
"누구?"
기척을 느낀 건은 뒤를 돌아보았다. 한 미부가 서 있었다.
그녀는 현수를 보고 놀라더니 그를 안았다.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건은 잠시 멍해졌다.
"혹시……. 미자라는 분?"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금황신공에 당했습니다. 현수가 이리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백마사에서 미자 님를 찾으라는 말만 듣고 이리로 곧장 달려왔습니다."
장황하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대충 이유만 설명하는 건이었다.
"감사합니다. 이만 돌아가십시오. 아버님은 저희가 돌보겠습니다."
미자는 이 말을 남기고 현수를 안고 사라져 버렸다. 건은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미자나 현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수가 아버지라……."
건은 미자가 구미호가 아닐까 의심해 보았다.
건은 사라진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 보다 결국 답을 얻지 못하고 다시 강소성으로 돌아갔다.
건이 강소성의 천연장으로 돌아왔을 때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이 있었어?"
"영취 공주가 황궁으로 돌아갔다. 난화 공주와 함께."
"그런데 분위기가 왜 이래?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니야?"
영취 공주가 돌아갔다는 말을 듣고 더 의문스러운 건이었다.
"휴! 현수가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수진 씨가 한바탕 휘저었다."
"그래? 수진 씨는?"
"수아랑 함께 있어. 수아가 수진 씨를 달랜다고 고생 좀 하고 있다. 그런데 간 일은?"
"하늘에 맡겨야지."
건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래, 그놈 살아나겠지?"
"살아야지."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도중 악비와 만사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형님!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뭘?"
"내가 이야기해 줄게. 봉황산정이 우리 천연회의 밑으로 들어왔다. 처음 말한 것처럼 그들은 일절 행동을 하지 않고 수련만 하기로 약속했다."
뒤의 상황을 모르는 건은 조금 의구심이 드는지 자세히 물었다.
"전통이래. 자신들의 대주를 이긴 사람이 다음 대주를 이어받는 것이……."
"그럼 봉황산정의 일은 마무리된 거야?"
"그렇다고 봐야지. 하지만 우리들 중에서 저들보다 강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지. 저들이 1년 후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현수의 피값으로 얻은 보상이니 저들을 최대한 부려 먹어야지."
"화화가 있잖아. 그건 그렇고 우리 문제부터 처리하자."
"우리 문제?"
건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만사귀나 화화공자 역시 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인데. 그 전에 우리가 문파로 등록을 해야 하지 않을까?"
화화공자는 문파의 이름을 내세워 건이 의견대로 지역의 민심을 얻자고 말했다.
"그렇게 해야지. 악비 형님께서도 왔으니 계획대로 악비 형님이 문주, 그리고 수금인을 부문주로 신청해야지. 장소는 이곳으로."
"애들은?"
동영으로 사냥을 간 다른 천연회의 사람들을 불러들이자는 화화공자의 말이었다.
"약해. 그들은 레벨 업을 해야 돼. 화화, 너 정도만 되어도 상관이 없는데 아직은 무리야. 그리고 빨리 끝내야 역발산이 접속할 수 있어. 우리 전력의 30%를 감당하는 역발산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되지. 지금은 무공까지 잃어버렸으니 더더욱!"
"그럼? 여기 인원으로?"
"우리는 여기 인원으로 이벤트에 참가한다. 진중파와 솔악문 그리고 하오밀문과 강소성 연합을 만들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럼 그들 역시 쉬운 공성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좋아, 그렇게 해. 난 강소성 성주를 만나 문파 신청을 하고 올 테니 만사귀가 세부 계획을 세워!"
악비는 강소성의 성주를 만나기 위해 성주관으로 향했다. 세 사람은 이벤트에서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수아와 수진이 함께 오는 것이 보였다.
"오빠는요?"
"별일 없습니다. 다 잘되었으니 걱정 마세요."
건은 수진을 안심시켰다. 수진은 그런 건의 말을 듣고 안심이 되는지 수아를 보았다.
"계집애야, 내가 뭐라고 했어. 오빠가 절대 현수 오빠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결코 현수를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나를 위해서 한 것이니 그런 말은 안 해도 됩니다."
한번은 승부를 내 보고 싶은 건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빠 무슨 이야기 했어?"
"이벤트에 강소성 연합으로 참가하려고."
"연합으로?"
"그래. 수진 씨는 당가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우리가 독황문을 칠 것이라 당주님께 전해 주세요."
수진은 만사귀의 말을 듣고 사사혈천이 아닌 독황문을 치냐고 물었다.
"사사혈천의 광소는 경쟁이 심해서요. 독황문은 그리 경쟁이 심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독을 사용하는 독황문이라 또 편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독을 사용하는데 편하다고요?"
독을 조금 우습게 생각한다고 느꼈는지 수진은 만사귀에게 물었다.
"독은 불에 약하잖아요. 화화가 다 알아서 할 거예요."
가만히 있는 화화공자는 만사귀에게 물음을 표시했다.
"너의 무공과 나의 부록술로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어. 그 시간에 독황문의 무사들을 빠르게 처리하면 돼."
"정말이에요?"
수진이 만사귀에게 그게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가능해요. 화화가 우리에게 있으니 말이에요. 일단 그렇게 전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정말 오빠는 괜찮은 거죠?"
"네!"
수진은 수아와 함께 당가로 돌아갔다. 건이 수아를 수진이와 함께 당가로 보낸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수아로 하여금 수진이 곧바로 당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하남성의 백마사에 찾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 *
"으으으……."
고통이 아직 가시지 않는지 현수는 신음 소리와 함께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낯선 곳이었다.
"응?"
구미호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미자?"
"네! 아버님!"
"왜?"
현수는 왜 미자가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미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죽어 가는 현수를 살리기 위해서 미자는 자신의 내단을 현수에게 먹였다. 그 결과 미자는 구미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술법을 잃어버렸다.
"이 안으로 드시면 모든 궁금증이 해결됩니다."
미자는 한쪽의 벽을 머리로 밀었다.
"이곳은……!"
"들어가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 그런데 너는 괜찮은 거야?"
미자는 말이 없었다. 현수에게 열린 벽으로 들어가란 말뿐이었다.
"그래, 알았어."
현수가 열린 벽으로 들어가자 다시 벽이 닫혔다. 그리고 미자는 그 자리를 지켰다.
현수는 죽을 것을 예상했다.
하나, 예상과는 달리 죽지 않고 살아났다. 미자가 인도한 곳이 어딘지 몰라도 현수는 구미호의 무공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현수는 한참을 걸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현수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그리고 현수는 머리에 둔기를 맞은 듯한 착각을 느꼈다.
"아, 아가씨!"
그곳에는 구미호가 앉아 있었다.
현수는 한 발, 한 발 구미호에게 다가갔다. 생전의 모습은 그대로이건만 구미호에게는 생기가 없었다.
그녀의 앞에는 한 통의 서찰이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생전에 지니고 있던 것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가씨."
현수는 구미호를 안았다.
차갑게만 느껴지는 구미호의 시체가 현수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현수는 앞에 놓인 서찰을 꺼내 읽었다.
구미호의 서찰을 읽는 동안 현수의 눈은 이내 붉게 물들었다.
현수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신상에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다…….(중략)
"아가씨!"
나의 무공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너에게 가르쳐 준 것만으로 세상을 질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하나, 이곳에 현수가 왔다면 무림에 10대 무공들이 나타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네! 부끄럽지만 아가씨가 가르쳐 준 무공으로 10대 무공 중 하나인 금황신공을 이기지 못했어요."
세상 사람들은 10대 무공들 중에서 나의 무공이 제일 약하다고 말한다. 하나,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 역시 아직 10대 무공과 한 번도 싸워 보진 못했지만……. (중략) 뇌전검류의 2초식과 나의 유물을 수습해라. 이곳에서 뇌전검류의 2초식을 완성하고 세상으로 나가 결코 나 살황의 무공이 10대 무공들 중에서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라.
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 있는 구미호를 볼 뿐이었다.
현수는 서찰의 마지막까지 읽었다.
"아가씨는 죽어서도 못난 절 걱정……."
현수는 구미호의 유물을 하나하나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품속에서 구미호가 준 피리를 꺼내 들었다.
지이이이잉!
챙!
피리의 안쪽에서 검신이 솟아올랐다.
살황묵혈소!
살황이 사용하는 무기였다. 서찰에는 이 묵혈소의 사용법이 적혀 있었다.
"아가씨는 저에게 주기만 하네요."
뇌전검류의 2초식!
뇌전탄검과 뇌전파천황!
그리고 구미호의 유물!
휘령의 경장, 신발, 장갑, 살황의 팔찌, 목걸이, 반지!
이 중 반지만 없었다.
현수는 미안한 듯 구미호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 나 현실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구미호는 현수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짓는 듯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천에서는 아가씨를 찾을 거예요. 그녀도 허락했어요."
현수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나! 사실 아가씨가 살던 곳에서 죽을 생각으로 왔어요. 3황자에게 너무 크게 당했거든요. 그런데……."
현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휴! 네, 보여 줄 거예요. 결코 아가씨의 무공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 줄게요."
현수는 그날부터 뇌검검류의 2초식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왼손엔 용천검을, 오른손에 살황묵혈소를 들고 뇌전검류의 2초식을 연습하는 현수였다.
"한 줄기의 뇌전이 세상을 가른다. 뇌전탄검!"
쉐이익!
순간 왼손에 든 용천검이 쏟아져 나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와 같은 빠름이었다. 현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환영은 갈라진 세상을 혼돈으로 빠뜨리니 환영무적!"
"혼돈은 모든 것을 삼키리라. 뇌전파천황!"
오른손을 떠난 살황묵혈소가 회전을 하며 주위를 날아다녔다.
콰아아아앙!
현수는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
뇌전검류의 2초식은 상상을 불허하는 파괴력이었다.
슈슈슈슈슈욱!
용천검이 먼저 현수의 손에 돌아오고 뒤에 살황묵혈소가 돌아왔다.
현수는 두 손에 쥐인 검을 보았다.
그러고는 구미호의 시신을 보았다.
"아가씨……."
구미호는 그런 현수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현수가 천에서 접속해서 하는 일은 오직 2초식을 익히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도 이벤트는 진행되고 있었다.
현수는 접속을 해제하고 먼저 야를 찾았다.
"야, 이벤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무림이 힘을 모았습니다. 정파는 천지회를 중심으로, 사파는 천마회를 중심으로 NPC까지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천연회와 진중파 그리고 솔악문이 독황문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럼 이벤트가 빨리 끝이 나겠네."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사혈천의 광소라고 해도 연합된 무림의 힘을 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난 운동하고 올게."
-다녀오십시오.
현수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수진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현수가 내려오자 함께 차를 타고 스포츠 센터로 향했다.
"진짜 걱정했어요. 오빠가 죽었을까 봐."
"그랬어?"
"네! 오빠 몸에 걸린 현상금이 얼만데……."
순간 수진은 현수를 보았다. 현수는 그런 수진을 보고 웃었다.
"하긴 내가 조금은 비싼 몸이지."
"네, 어떻게 되었어요?"
"아가씨를 찾았어."
수진은 아가씨를 찾았다는 말에 깜짝 놀라 현수를 보았다.
"조심해."
수진이 운전 중이라는 것을 현수가 일깨워 주었다.
"어디서요?"
"아가씨의 던전에 들어갔어."
"설마 살황… 살황의 던전을 말하는 건 아니죠?"
수진은 놀라며 다시 현수에게 물었다.
"맞아. 살황의 던전에 들어갔어. 그곳에 아가씨가 있고 또 어린아이로 환생한다는 말을 나에게 해 주었어. 바보같이 난 그것도 모르고 아가씨와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만 찾았으니……."
수진이 눈을 흘리며 현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결코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란 표현이었다.
"미안해."
"아니에요. 그럼 이제 어린아이들을 찾아보겠네요?"
"그래, 이해해."
수진은 그런 현수를 보고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 큰 처자가 아닌 아기라는 말에…….
스포츠 센터에 도착한 현수와 수진은 운동을 하고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 현수는 쉬는 동안 지금 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수진에게 물었다.
수진은 지금 강소성 연합과 독황문의 상황을 알려 주었다. 만사귀의 부적술로 인해 잠깐 동안 독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는 말에 현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천연회 사람들은 괴물들 같아요. 건 오빠는 작정을 했는지 그냥 독황문 무사들의 거점들을 공격해 가며 뿌리를 뽑고 있는 중이에요. 이런 식으로 가면 아마 건 오빠가 무사들을 가장 많이 죽여 이벤트 상품을 받을 것 같아요."
"그래? 화화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화화 오빠는 만사귀 오빠에게 잡혀서 움직이지를 못하니 만날 만사귀 오빠와 싸워요."
"왜?"
"뭐지, 부적술로 독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열양기공이 있어야 한다나… 해서 만사귀 오빠가 화화 오빠를 잡고 놓아주질 않아요."
현수는 대충 짐작이 갔다.
"그래."
수진은 언제 살황의 던전에서 나올지 궁금한지 현수에게 물었다.
"곧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이야기를 끝낸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필리리리리리!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 뭐? 언제? 지금? 연락도 안 하고 오면 어떻게 한데. 어, 알았어. 그렇게 할게."
현수는 당황스러운지 전화를 끊고는 수진을 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시골에서 어머니가 올라오셨대. 넌 먼저 들어가. 난 어머니 모시고 집으로 들어갈 테니."
하지만 수진은 그런 현수의 말을 듣지 않고 함께 가자며 고속버스 터미널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한 손에 짐을 든 어머니를 보고 현수는 달려갔다.
"엄마!"
현수의 어머니는 현수를 보자 웃으며 걸어왔다.
"이리 주세요. 말도 없이 올라오고 그래요."
"어미가 아들 보러 올라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해. 누구냐?"
현수의 옆에 서 있는 수진을 보며 묻는 어머니였다.
"안녕하세요. 수진이라고 합니다."
현수의 어머니는 수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집으로 가요."
"그래. 둘째는 집 지키고 있어?"
"네."
수진의 차를 타고 가는 동안 현수의 어머니는 수진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엄마, 운전하는 데 방해돼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수진이 말을 하자 현수의 어머니는 현수를 보고 혀를 찼다.
"문디 자슥! 넌 차도 없냐?"
현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한 현수는 어머니를 모시고 2층으로 올라갔다.
"둘째야."
현수의 어머니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야를 불렀다.
-어머님 오셨습니까. 미리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준비라도 했을 것을. 그러지 못했습니다.
현수의 어머니는 집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남자 혼자 생활하는 집 치고는 그래도 제법 깨끗하게 보였다.
"너, 직장 안 가냐?"
"가야지."
현수는 대충 이야기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천의 접속기를 한쪽에 숨겼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직장에 간다고 말한 후 밖으로 나갔다.
현수가 나가는 것을 보자 현수의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야에게 물었다.
"둘째야, 보고해 봐."
-네, 지금 현수 님께서는 아래층에 사는 수진 님과 사귀는 사이입니다. 다년간 지켜본 결과 수진 님과 현수 님은 잘 어울립니다.
"그래, 나도 봤지만 참하게는 생겼더구나."
-사주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아직 속궁합은 어떨지 잘 모르지만 큰 이변이 없는 이상 두 분은 결혼할 것 같습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고분한 야였다.
"둘째가 고생이 많았다. 현수에게는 말 안 했지?"
-네, 어머님께서 말하라고 하실 때까지 숨길 것입니다.
"얼마나 벌었어?"
-그동안 어머니께서 모으신 돈으로 펀드에 투자를 해서 원금의 두 배를 벌어 통장에 넣어 놓고 원금은 일단 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수의 어머니는 10년간 돈을 모았다. 현수가 붙여 주는 돈의 절반을 모은 셈이었다. 그리고 아들의 나중을 생각해서야에게 관리를 맡긴 것이었다.
똑똑똑!
수진이 옷을 갈아입고 2층으로 올라왔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 현수는 일하러 갔는데."
수진도 알고 있었다. 룸넷으로 가서 게임에 접속한다는 말을 현수에게 들었다. 어머니가 고스톱을 좋아하신다는 말과 함께…….
"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혼자 계시기 적적하시면 차라도 함께하시자고 여쭈어 보라 하셨어요."
"그래, 고마워라. 둘째야, 나 아래층에서 놀다 올게. 문단속 잘해라."
-다녀오십시오, 어머니.
현수의 어머니는 수진과 함께 내려갔다.
한편 현수는 동네에서 조금 많이 떨어진 룸넷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반사적으로 직원이 인사했다. 현수는 룸넷의 사용 요금을 물었다.
"어떻게 해요?"
"천을 처음 하세요?"
"아니요, 룸넷이 처음이라 그래요."
점원은 요금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기본은 만 원이고 1시간이에요. 그리고 1시간이 되든 안 되든 만 원을 주셔야 하고요. 2시간째부터는 5천 원이에요. 기본요금은 선불입니다."
현수는 비싼 요금에 흠칫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집에 계시는 동안 집에서 접속할 수 없었기에 현수는 눈물을 머금고 만 원을 계산한 후, 점원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문은 안에서 걸어 잠그시고요."
"네!"
현수는 룸넷의 인테리어를 한번 살펴보았다.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간이 방에 접속기가 있었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문을 안에서 걸어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현수는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2시간째부터는 5천 원이니 24시간 돌아가면 1대당 12만 5천 원이고 이곳에 40대 정도가 있으니 하루에 500만 원이네. 음!"
이렇게 생각해 보니 룸넷도 상당히 돈이 되는 것 같았다.
"임대료랑 기계 대여비, 기타 이것저것 다 빼도 많이 남겠다. 그런데 야는 이게 비싸다고 했는데. 평수를 줄이고 기계를 20대만 놓아도 하루에 250만 원이다. 솔미 누나가 계산대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했으니 대충 하루에 100만 원을 벌어도 1달이면……."
아직은 이런 룸넷이 많이 없으니 어느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지만 솔직히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현수였다.
"지금 천의 동시 접속자 수가 보통 3만 정도니까……. 좋아, 초기 자본을 만들어서 이거 하는 거야. 야와 계획을 세워야지."
현수는 룸넷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고는 편하게 천에 접속했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강해져야 했다. 40만 냥에서 한 100만 냥까지만 올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현수는 빠른 시간 안에 뇌전검류의 2초식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현수는 2만 5천이라는 거금을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야, 엄마는?"
-낮에 아래층으로 내려가셨습니다.
"그래? 그리고 야, 오늘 룸넷에 갔는데 대충 그거 하면 엄마 약값이랑 생활비 그리고 약간의 저축도 가능하겠던데 넌 어떻게 생각해?"
-가능합니다. 더구나 현수 님께서는 천에서 많은 것을 경험해 알고 계시니 오시는 손님들에게 조언 같은 것을 해 주시면 조금 거리가 멀더라도 찾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접속기를 한 20대 정도의 규모로 한번 해 볼까 생각하는 중이야?"
야는 현수의 말을 듣고 반대를 했다.
-일단 크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초반에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그게 좋습니다. 지금은 경쟁자가 크게 없으니 장사가 잘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후죽순처럼 룸넷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시면 조금 크게 하셔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원금을 뽑아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현수도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현수 님의 몸값을 조금 더 올리고 지금까지 번 것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합하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그럼 내 몸값을 얼마나 올려야 되는 거야?"
-금전 100만 냥까지면 어떻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돈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BS 그룹에서 내부 검사를 통해 창업 지원을 조금 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럼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건물은 건 님의 백화점 지하를 염려해 두면 그리 힘든 것은 아닙니다.
마치 모든 것을 생각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야였다. 현수는 그런 야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자리를 줄까? 파는 물건이 아니잖아? 그리고 백화점도 문 닫는 시간이 있잖아. 그때는 장사를 못 하잖아. 그럼 손해 아니야?"
-일단 건 님과의 친분을 이용해서 한번 이야기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건님의 백화점 지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룸넷에 사람이 많이 모여들면 자연적으로 백화점 역시 장사가 잘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24시간 접속기를 돌릴 수는 없습니다. 개인용 접속기 역시 하루에 3번, 2시간씩 사용하지 않으니 별 무리 없이 작동이 될 것입니다.
"그래?"
-깨끗하게 청소해서 항상 깨끗하다는 인식을 손님들에게 심어 주는 것이 더 이익입니다. 그렇게 해야 백화점 측에서도 임대를 해 줄 것입니다.
현수는 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간 곳 역시 그리 깨끗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원제를 운영하는 것도 좋습니다.
"회원제?"
-그렇습니다. 1달 정액으로 소수의 인원을 회원으로 받아 현수 님께서 경험하신 천에 대해 그들에게 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면 간접 광고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수는 이렇게 고분하게 이야기해 주는 야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야! 고맙다. 앞으로 우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만 지내자. 난 씻고 아래층에 내려가 볼게."
-그렇게 하십시오.
현수는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현수 어머니의 목소리가 밖까지 들려왔다.
"투 고!"
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현관문을 두드리자, 수진이 나와 현수를 맞았다.
"오빠, 이제 오세요."
"엄마는?"
수진은 웃으면서 손가락을 가리켰다. 수진의 부모님의 표정과는 상반된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자네 왔나. 이보게, 자네 어머님 좀 말려 주게나."
수진의 아버지는 곧 죽을 인상이었다.
보아하니 현수의 어머니가 거의 판쓸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님이 싹쓸이 하고 계셔요."
수진이 현수에게 말했다.
"엄마는 손님인데……."
"게임에서는 봐주는 것이 없는 거다. 게임이란 그런 것이다. 먹느냐, 먹히느냐!"
현수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었다. 수진은 그런 현수의 어머니를 보고 현수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오빠가 어머니를 닮으셨나 봐요. 게임 하는 것도 어쩜 그리 똑같아요."
현수는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현수야, 자! 가서 닭이라도 튀겨 오너라. 술도 한 두어 병 사 오고."
현수의 어머니는 장판의 바닥에서 돈을 꺼내 현수에게 내밀었다.
"아니에요. 그 돈으로 노시고 계세요. 제가 나가서 사 올게요."
현수가 몸을 돌리려 했다.
"이거 가지고 가서 사 와라. 부모가 된 입장에서 자식을 보살펴 주시는 분들께 어미가 한턱내겠다는데 왜 끼어들어. 얼른!"
현수는 어머니가 내미는 돈을 엉거주춤 받아 들었다.
"저도 함께 다녀올게요. 다른 것 필요한 것 있으세요?"
수진이 나서자 현수의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마음 씀씀이가 착한 딸입니다. 꼭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의 말에 현수는 얼굴이 붉어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쯧쯧, 사내가 숫기가 저리 없어서."
"하하! 그런 말 마십시오. 요즘 현수 군 같은 청년은 찾기도 힘듭니다. 저 역시 현수 군을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그러세요?"
수진이 밖으로 나가 현수를 불렀다.
"오빠."
"엄마가 조금……. 그래."
"재미만 있는걸요. 엄마랑 아빠가 얼마나 즐거워하셨는데요. 그리고 10원짜리 고스톱 쳐서 얼마나 잃는다고요."
수진과 현수는 이것저것 함께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현수와 현수의 어머니는 2층으로 올라와 잠을 청했다.
자고 있는 현수를 내려다보는 현수의 어머니였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현수야."
현수의 어머니는 자고 있는 현수의 머리를 만져 주었다.
"이 애미는 이제 소원이 없구나. 자식이 잘되는 것을 보고 싶어 이제껏 널 고생시켰다. 미안하다."
현수는 웃고 있었다.
"그래, 웃어라. 앞으로 그렇게 웃으며 살아가거라."
현수의 어머니는 현수의 곁에서 잠을 청을 청했다.
다음 날 일어난 현수는 곁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았다.
"휴! 언제 내려가려고 하실지."
현수는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다. 전날 수진이 준비한 찬거리를 이용해 아침을 준비하는 현수였다.
"똑똑똑!"
"누구?"
"오빠, 저예요."
수진이 아침 일찍 올라왔다.
"왜?"
"왜기는요? 어머니께서 올라오셨는데 아침 해 드려야죠."
수진은 현수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제가 할게요."
"아니야, 됐어. 내가 해도 돼. 내려가서 어머님과 아버님 아침이나 준비하지 그래?"
수진은 이미 손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해 주시는 거 아니면 안 드셔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올라왔어요. 어머니께서도 그러라고 하셨고요."
현수는 그런 수진이 고마웠다.
"고마워!"
"잘 보여야 되잖아요. 어머니께서 나 미워하면 어떻게 해요."
수진이 웃으면서 말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예뻐 보였다.
현수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대화를 방에서 듣고 있었다.
'그래, 현수야.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을 먹은 후 현수의 어머니는 현수를 불렀다.
"아래층 아가와 사귀는 거냐?"
"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냐?"
"아직……. 결혼은 조금 더 뒤에 하려고요."
현수의 목소리가 작아진다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이내 현수 어머니의 호통이 이어졌다.
"사내자식이 매사에 그리 맥이 없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생각이냐. 이왕 결혼을 할 생각이면 올해 해."
"하지만……!"
노려보는 어머니를 보고 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 오늘 내려갈 것이니 일부로 회사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이렇게 사는 것을 보니 어미의 마음이 놓이는구나."
"벌써 내려가시려고요. 며칠 더 있다 내려가시지."
"이놈아!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마."
"둘째야."
-네, 어머니.
"넌 형을 잘 감시해. 조금이라도 삐딱하게 나오면 바로 연락해."
-알겠습니다.
'킁! 야와 엄마 사이에 뭔가 오고 갔어.'
현수는 직감할 수 있었다.
현수는 일단 출근한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스포츠 센터에 가서 시간을 때운 다음 들어올 생각이었다.
"수진아! 미안하지만 어머니께서 오늘 내려가신대. 어머니 좀 모시고 터미널까지 함께 가 줘."
"네! 그렇게 할게요. 오빠는요?"
"난 스포츠 센터에 가 있을게."
"그렇게 할게요."
현수가 가고 수진은 천에 접속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현수는 어머니께서 내려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수의 어머니가 내려오자 수진은 자신이 모셔다 드린다고 말하고는 현수의 어머니를 차에 태워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가!"
"네, 어머니."
"우리 현수가 조금 못났긴 해도 착한 아이다."
"네."
두 사람은 터미널에 도착했고 수진은 차표를 끊어 현수의 어머니께 드렸다.
"아가! 이거."
수진은 현수의 어머니가 내미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시집오면서 현수 아버지께 받은 반지란다. 너에게 주고 싶구나."
현수의 어머니는 수진의 손에 반지를 쥐여 주었다.
"우리 현수를 부탁하마."
수진은 현수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
수진은 고속버스에 오르는 현수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서 있었다.
창가에 앉아서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하는 현수의 어머니를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버스가 떠나가자 수진은 몸을 돌렸다. 수진의 약지 손가락에는 현수의 어머니가 끼고 계셨던 옥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현수는 전화로 어머니가 내려가셨다는 말을 듣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께서 내려갔습니다.
"그래, 웬일로 빨리 내려가셨데. 너,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 없어?"
-아무런 말씀도 하시지 않았습니다.
수진이 올라와 현수에게 자신의 손을 보여 주었다.
"어머니께서 주셨어요."
현수는 수진의 손가락에 끼워진 옥 반지를 보았다. 어머니께서 소중하게 여기는 반지였다. 다른 건 몰라도 소중하게 간직하시던 반지를 수진에게 준 것을 보면 수진이 어머니의 마음에 들었나 보다.
현수는 수진과 함께 점심을 먹고 천에 접속했다.
* * *
"사사혈천이 도움을 청해 왔단 말이지."
만사신군의 악마록을 얻은 1황자, 아니 1황자의 몸을 얻은 만사신군은 아나타를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1황자님!"
아나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유약하던 1황자가 아니었다. 지금의 1황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날의 기분이 좋고 나쁨으로 인해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그런 폭군이었다. 아나타는 1황자가 돌아왔을 때 섭혼술을 사용해서 완전히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설마 1황자가 악마록을 얻었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결과 아나타는 1황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너무나도 잔인했기 때문이다.
"음! 이렇게 허무하게 밀리면 안 되지. 좀 더 피를 흘려야 돼."
아나타는 1황자의 생각을 읽었다.
"광소가 원하는 대로 무사를 보내 주어라. 그리고 놈의 행방은?"
아나타는 1황자의 음성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또 누군가를 죽일 것이라 생각했다. 주위에는 자신뿐이라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중원의 3황자와 싸운 뒤로 행방이 묘연합니다."
"영민과……."
"그렇습니다, 1황자님!"
"크크크! 주제도 모르는 놈이… 감히……. 알았다. 놈의 행방을 찾아라."
"네!"
아나타는 1황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전을 벗어났다.
1황자는 예전에 어머니가 쓰는 별채로 향했다.
별채에는 어머니 대신 2명의 여자가 있었다.
"누님, 지내시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네놈이 날 납치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수빈이 아닌 진짜 NPC 영취 공주였다.
"크크크!"
영취 공주와 난화 공주였다.
1황자 역시 영취 공주가 무림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림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령과 산을 죽이고 두 사람을 납치해 온 것이었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상관없습니다. 설령 아바마마께서 아신다고 해도 누님이 저의 손에 있는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놈!"
"난화야, 넌 이 오라비를 도울 생각이 없느냐? 내가 도와준다면 현수 그놈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줄 수도 있다."
난화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배은망덕한 놈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어. 악!"
영취 공주가 소리를 질러 댔지만 돌아오는 것은 1황자의 주먹이었다.
"크크! 누님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들이지요."
은근히 협박을 하는 1황자였다.
"황궁 제일 미인 누님께서 저들에게 몸으로 은혜를 내리면 참으로 보기 좋을 것입니다. 크크크크!"
"이……!"
영취 공주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듣고 있는 난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취 공주에게는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취 공주가 온전해야 황제를 협박할 수 있으니…….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비록 영취 공주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자신에게 협박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생각을 잘해 봐라. 그래도 우리는 한 가족이 아니더냐."
1황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영취 공주와 난화 공주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영취 공주는 떨고 있는 난화 공주를 보고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곧 아바마마께서 우리를 구하러 오실 거야."
하지만 죄인의 입장인 난화 공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 *
독황문을 공격하는 강소성 연합과 당가는 만사귀의 부적술과 화화공자의 열양지기로 인해 손쉬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다 되어 간다. 화화 시작하자."
만사귀는 품에서 부적들을 꺼내어 허공으로 던졌다.
"젠장!"
화화공자의 손에서 강력한 열양기공이 쏘아져 나와 부적들을 태웠다.
태워진 부적들의 재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알고 있지? 빠른 시간에 제압하고 시간이 되면 뒤로 물러나는 거."
이미 많이 경험해 본 일이라 강소성 연합의 무사들은 만사귀의 말에 따라 일제히 독황문을 공격해 들어갔다.
"적이다! 독연을 피워라."
하지만 그들의 독연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크아아악!"
독황문의 비명과 함께 시작되는 싸움이었다. 윤석이를 비롯해 악령과 건은 적의 수장을 잡기 위해 빠르게 독황문의 진형을 파고들어 갔고 무사들은 독황문의 무사들을 공격했다.
"크아악!"
"악령이는 왼쪽을 맡아."
"알았어."
악령이 솔악문의 유저들을 데리고 왼쪽을 맡으니 자연히 윤석이 진중파의 유저들과 함께 오른쪽을 맡았다.
건과 하오밀문의 무사들은 함께 중앙을 관통해서 독황문의 무사들을 두 패로 나뉘게 만들었다. 보고 있는 화화공자는 입을 쩝쩝거리고 있었다.
"아! 건이 저놈 복 받겠네."
"한쪽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아. 우리가 독황문을 막아 주면 그만큼 사사혈천을 막기 편할 테니 말이야."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능소가 빠르게 달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왜?"
"서장에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포달랍궁을 비롯한 대뇌음사의 무사들이 중원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에피소드 3에서나 그들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이야?"
"몰라. 일단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모여서 의논해 보자."
갑작스러운 소식에 만사귀는 혼란스러웠다.
"크아악!"
전장에서는 비명 소리와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능소, 그대는 지금 하오문의 정보력을 동원해서 그들의 목적지를 알아봐.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을 천지회와 천마회에 알려."
"알겠습니다."
능소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휴! 현수와 역발산이 없는 것이 문제네. 역발산이라도 있으면 편할 텐데."
서장의 진격이 앞으로 어떠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두 사람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현수는 구미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아가씨, 이제 갈게요."
뇌전검류의 2초식을 완전히 익힌 현수는 구미호에게 아홉 번 절을 올렸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게요. 이제 아가씨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지는 않을 거예요."
현수는 구미호의 유물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아이템 : 휘령의 경장 등급 : 최상급-유니크
방어력 : 50 (사용자의 방어력 +20)
옵션 : 민첩성 +25
휘령의 장갑과 신발이 세트로 착용해야 함. 세트가 아니면 일반 비단 옷에 불과함.
세트 착용 시 방어력 10의 상승효과를 가져옴.
아이템 : 휘령의 신발 등급 : 상급-유니크
옵션 : 민첩성 +20
휘령의 경장과 장갑을 세트로 착용해야 함. 세트가 아니면 일반 가죽 신발에 불과함.
세트 착용 시 방어력 10의 상승효과를 가져옴.
아이템 : 휘령의 장갑 등급 : 상급-유니크
옵션 : 순발력 +20
휘령의 경장과 신발을 세트로 착용해야 함. 세트가 아니면 일반 가죽 장갑에 불과함.
세트 착용 시 방어력 10의 상승효과를 가져옴.
아이템 : 살황의 목걸이 등급 : 상급-유니크
옵션 : 순발력 +20
살황의 반지와 팔찌를 세트로 착용하면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음.
세트 착용 시 공격력 20의 상승효과를 가져옴.
아이템 : 살황의 팔찌 등급 : 상급-유니크
옵션 : 순발력 + 20
살황의 반지와 목걸이를 세트로 착용하면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음.
세트 착용 시 공격력 20의 상승효과를 가져옴.
현수는 막힌 벽을 보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는 혈황묵혈소를 들어 올렸다.
철컥!
"뇌전파천황!"
슈에에엑!
콰아아앙!
막고 있는 벽이 무너져 내렸다.
"아가씨, 꼭 찾을게요. 어디에 계시든 꼭 찾을게요."
현수는 이 말을 남기고 살황의 던전을 빠져나왔다.
현수는 살황의 던전에서 나와 자신을 바라보는 미자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미자는 달려와 현수의 품에 안겼다.
"미안하다, 미자야. 나 때문에……."
"아닙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으면 어머니께서 슬퍼하셨을 것입니다."
앞으로 영원히 사람의 모습을 돌아갈 수 없는 미자에게 현수는 미안한 감정이 생겼다.
품에 안은 미자의 털을 쓰다듬어 주고 현수는 미자에게 함께 중원으로 가자는 말을 했다.
"아닙니다. 미랑 님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비록 내단이 없다고는 하나 아직 저에게는 미랑 님을 지킬 힘이 있습니다."
현수는 미자와 함께 미랑이 자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평온 서러워 보이는구나."
"모든 일이 잘될 것입니다."
"그래. 나 이제 가 볼게. 아가씨의 반지를 찾아야겠어."
현수는 살황의 반지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곳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자를 뒤로하고 백마사를 떠났다.
용문 석굴로 향한 현수는 보이는 대로 멧돼지를 사냥했다. 그러고는 하남성으로 돌아갔다.
"아저씨."
현수는 대장간에 들러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온 현수지만 대장간의 주인은 현수를 잊지 않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그간 어떻게 지냈느냐. 난리 통에 난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걱정을 했다.
"이거."
멧돼지 고기를 내미는 현수를 보자 입이 귀에 걸릴 듯이 벌어졌다.
"고맙구나."
"아니에요."
현수는 하남성의 NPC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고는 객잔에서 하루를 쉬었다.
"먼저 아가씨의 반지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하루를 쉬고 현수가 찾아간 곳은 관림이라는 지역이었다.
현실에서는 관운장의 수급이 묻힌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
현수가 관림을 찾아온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중원의 신비살수 집단인 은자림이 바로 관림에 있었기 때문이다.
관운장의 대묘를 찾았다. 그러고는 구미호의 서찰에 적힌 대로 살황묵혈소를 묘 앞에 놓아두었다.
스스스스!
잠시 후, 한 인형이 나타났다.
"누구인가?"
"은자림을 맡고 있는 실명인입니다. 종주의 신물을 확인할 수 있는 영광을……."
현수는 아무 말 없이 그에게 살황묵혈소를 건네주었다. 실명인은 살황묵혈소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들고 몸을 떨었다.
"은자림의 10대 제자인 실명인 종주의 신물을 대합니다."
그는 살황에게 예를 취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나를 종주로 인정하는가?"
"그렇습니다. 하오나 시험을 거치셔야 합니다."
"시험?"
구미호의 서찰에서는 시험이란 말은 없었다. 현수는 시험이라는 말에 인상을 구겼다. 그러고는 그에게 살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감히 나, 살황을 시험하려 든단 말인가?"
현수의 살기에도 아무런 동요가 없는 실명인이었다.
"하오나 지금까지 기다려 온 저희들의 노고를 생각하여 주십시오."
"흥! 종주를 시험하려고 든 자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느냐?"
"죽음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실명인 역시 현수에게 지지 않고 대답했다.
"좋다. 너의 호기가 마음에 든다. 하나, 나를 시험하는 자는 모두 죽을 것이다."
현수의 단호한 음성에 실명인은 몸을 떨었다.
스스스스르!
은자림의 살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만약 현수가 살황의 던전에서 기연을 얻지 못했다면 그들의 기척을 느끼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자의 내단과 던전의 기연은 현수를 완벽한 살황으로 만들어 주었다.
"시작하라."
실명인의 말을 시작으로 8명의 은자림의 살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제히 몸을 숨기는 그들을 보고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현수 역시 몸을 숨겼다. 이미 동영에서 살수를 상대로 몸을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파앗!
"헉!"
은신해 있는 살수를 향해 현수가 먼저 검을 움직였다. 하지만 은자림의 살수들은 현수의 신형을 찾지도 못하고 있었다.
"커억!"
모습을 드러내는 살수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실명인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진짜 모두 죽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또 1명의 살수가 쓰러졌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동요가 없었다. 그때 살수 하나가 움직였다. 검을 뻗으며 앞으로 쏘아져 가는 모습을 본 실명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피하기 위해서 모습을 드러내거나 기척을 내면 숨어 있는 살수들이 일제히 공격해 들어가 상대를 제압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 그건 실명인의 착각이었다. 쏘아져 가는 살수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헉!"
실명인은 놀라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앞으로 나를 시험할 생각은 하지 마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실명인의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종주이신 살황님을 뵙습니다."
실명인은 그 자리에서 현수를 살수의 종주인 살황으로 인정했다.
"너희 죄는 나중에 묻겠다. 모두 불러라."
실명인은 현수의 명에 은자림의 살수들을 모두 불렀다. 총 12명의 살수들이 현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죽은 4명의 살수를 제외한 숫자였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각파의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라. 모두 호면을 쓴 채로……."
현수의 명에 놀라는 그들이었지만 차마 반문하지는 못했다. 실명인은 그때서야 현수가 자신을 시험한 죄를 묻는다는 것을 알았다.
"가라."
일단 명이 떨어졌으니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실명인에게는 결코 반가운 명이 아니었다. 아마 이번 암살행에서 대부분의 살수들이 죽을 것이다.
살황을 시험한 죄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몸소 느낀 실명인이었다.
현수는 사라지는 그들을 보고 강소성으로 향했다.
푸드드득!
강소성으로 향하는 현수에게 전서구가 날아왔다. 령에게서 날아온 전서구였다.
령은 다름이 아닌 미유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미유는 자신의 아버지가 황궁에 있다는 현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중원에 와서 나름대로 알아보았지만 령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유는 결국 황궁에 관련된 사람을 납치해서 알아보기로 하고는 한 인물을 납치했다. 그는 다름 아닌 평설중이었다.
평소에도 여자라면 침을 흘리는 평설중을, 미인계를 사용해 유인한 미유는 그에게서 령에 대해 알아보았다.
평설중의 말을 듣고 령이 진짜 자신의 아버지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강소성으로 향하는 길에 죽어 가는 령을 발견했다. 용천비가의 비전인 역혈 대법으로 령을 겨우 살려 냈다. 하지만 령은 역혈 대법으로 인해 가진 무공을 모두 상실하고 말았다.
미유는 그런 아버지에게 동영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지만 자신은 중원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다고 미유를 설득했다. 영취 공주와 난화 공주를 지키지 못한 죄를 현수에게 청하기 위해서 령은 미유와 함께 강소성의 천연장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수는 전서구를 읽고는 인상을 구겼다.
"령과 산을 동시에 제압할 정도라면 구파의 장문인 수준보다 한 단계 위의 실력을 가져야 하는데……."
현수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무림에 그만한 인물이 있는지.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더구나 영취 공주와 난화 공주를 데리고 갈 사람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1황자가 떠올랐다.
"설마……."
1황자가 아니고서는 영취 공주에게 칼을 드러낼 사람이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영취 공주의 미모에 혹해 덤비더라도 지닌바 무공을 생각하면 그리 호락하게 당할 이들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1황자가 납치했다면 무림의 동조 세력이거나, 아니면 10대 무공 중의 하나를 익혔다는 말인데……. 음!"
현수는 일단 천연장에 도착해서 령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했다.
"빌어먹을……."
이래저래 발목을 잡는 영취 공주였다. 강소성으로 들어선 현수는 객점을 하나 잡아 접속을 해제했다.
접속을 해제한 현수는 야를 불렀다.
"알아봤어?"
살황의 반지를 사 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봤냐는 물음이었다.
-그게, 우습게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다른 아이디를 사용해 가격을 올려 조금 더 비싸게 팔려고 한 모양이었습니다.
현수는 야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는지 열을 냈다.
"그래서?"
-현수 님께 800만 원에 살 의향이 있는지 사이트 메일로 연락이 왔습니다.
"완전 미친놈이잖아. 이쪽에 소문을 퍼트려 매장시켜 버릴까?"
부르주아 백수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거래 사이트에 거래 정지를 당하게 된다. 거래 사이트의 우수 고객인 부르주아 백수들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살황의 반지는 물 건너갈 것입니다.
"상관없어. 난 놈을 죽여 반지를 얻을 생각이니까. 그놈의 게임 아이디를 알아봤어?"
-알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수 님께서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하오밀문의 정보력을 동원하면 아마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보의 행방에 민감한 그들이니 말입니다.
"알았어. 참! 영취 공주가 괴한에게 납치당했다고 연락이 왔는데 넌 짐작 가는 놈 없어? 난 1황자가 아니면 딱히 짐작 가는 놈이 없는데."
-영취 공주가 납치를 당했단 말입니까?
"그래. 산이 죽고 령이 죽다 살아났어. 그들의 무공과 영취 공주의 무공을 생각하면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전서구에는 한 놈에게 당했다고 적혀 있었거든."
야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럼 10대 무공 중의 하나이겠군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문제는 10대 무공을 익힌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아도 그를 상대할 무공이 없으면 찾으나 마나입니다.
현수는 구미호의 레어에서 뇌전검류를 모두 얻었다는 말과 함께 미자의 내단으로 인해 더욱 높아진 내력이라면 10대 무공이라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람의 재질에 달려 있지만 그래도 살황의 무공은 다른 10대 무공보다 약합니다. 특히 천마의 무공과 만사신군의 악마록은 다른 무공들에 비해 한 단계 높은 무공입니다.
"상관없어. 나에게는 환사의 술법이 있으니. 그리고 내가 가진 무공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아무리 강한 적이라고 해도 이제는 이길 자신이 있어. 이미 환사의 술법과 다른 무공들의 연환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몸에 익혔으니까."
-일단은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취 공주를 납치했다면 관이나 황궁에 연락이 올 것입니다.
"그래.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서류를 준비하고 또 BS 그룹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알아서 준비해 놓겠습니다.
"고마워, 야! 우리 진짜 이번 한번 대박 치고 즐기면서 하자."
-과연 사람들이 현수 님을 그냥 둘지가 문제지만, 그것도 좋은 생각이십니다.
"황궁에서 두 발 뻗고 있으면 돼. 아니면 서당을 지어 애들 글이나 가르치며 가끔 천상지애의 청부가 들어오면 그런 것만 하는 것도 좋겠지."
현수는 구미호의 복수를 하고 난 후를 생각했다. 완벽하게 살황의 전진을 이은 지금은 자신이 있었다.
"접속한다. 준비하는 거 빠트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현수 님!
현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접속을 했다.
접속을 한 후에 현수는 하오밀문의 무영신투에게 살황의 반지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런 후 전서구를 보내고 천연장으로 향했다.
천연장에 돌아온 현수를 반기는 사람은 대장금이었다.
"오빠! 무사한 모양이네."
"그래, 다른 사람들은 이벤트에 참가했어?"
"응! 독황문을 깨부수러 갔어."
현수는 대장금을 보고 회복제를 부탁했다.
"몇 개나?"
"체력 회복제 50개, 그리고 내력 회복제는 20개만 있으면 될 것 같다."
대장금은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대장금이 미리 만들어 놓았는지 회복제들을 가지고 나왔다.
"어디 가려고?"
"세외의 무사들이 중원으로 넘어온다고 해서 그놈들이나 잡을까 싶어서."
"정말? 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잖아."
대장금은 놀라 현수에게 물었다.
"한번 해보는 거지. 그들을 상대로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신고식을 할 생각이야. 어때?"
별것 아니란 식으로 얘기를 하는 현수였다. 대장금은 현수의 표정을 보고 결코 지금 현수가 농담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 조금 이상한데. 서두르는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나저나 령은 어디 있어?"
"그 황궁인?"
"그래."
대장금은 예전에 공주가 쓰던 방에 누워 있다는 말을 해 주었다.
현수는 대장금과 함께 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누워 있는 령은 현수를 보자 일어나 부복했다. 그의 딸인 미유가 말렸지만 령은 자신이 영취 공주를 지키지 못했다며 죄를 청했다.
"일어나. 딸에게 그런 못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야. 언제나 부모는 자식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해."
"군……!"
"상대가 나빴다고 생각해. 그나저나 령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현수는 자신의 죄를 묻지 않고 자신의 거취를 묻는 현수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말해. 설마 동영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중원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습니다."
현수는 미유를 보았다.
"그렇게 해. 미유도 찾았으니 령은 앞으로 이 천연장의 총관으로 생활해."
"군……."
"폐하께는 내가 말할 터이니 넌 이제부터 딸과 떨어진 시간만큼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아. 미유는 령을 잘 보살펴 주고."
"네!"
동영에서의 표독스러움은 어디에 버렸는지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널 이렇게 만든 놈은 아마 10대 무공 중의 하나를 익힌 놈일 것이다. 행여 영취 공주를 찾으려는 생각은 마. 이제부터 내가 나설 테니."
"하오나… 상대는……!"
"걱정 마라. 난 황권을 수호하는 자로서 황권을 위협하는 자를 처단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니 넌 이곳에서 미유와 함께 천연장을 지켜."
현수의 말에 령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 말을 하지 못했다.
"몸조리 잘해. 난 할 일이 있으니… 장금이는 령이 불편함이 없도록 치료하고……."
"응! 그렇게 할게."
현수는 방을 나섰다.
현수는 천연장을 벗어나 간 곳은 세외의 세력이 모여 있는 감숙성의 돈황이었다.
"이번 싸움으로, 아가씨의 무공을 사람을 상대로 완벽하게 익힌다."
연습만 한 것과 실전은 분명 다른 것이다. 현수는 살황의 던전에서 배운 무공을, 이들을 통해 완벽하게 몸에 익힐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싸움일 수도 있지만 현수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다.
돈황의 밤은 아름다웠다. 하나, 현수는 곧 이곳이 지옥도를 연상시키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무사들을 바라보고 있는 현수는 2개의 검을 꺼내 들었다.
"휴!"
현수는 심호흡을 한 후에 그들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뇌전탄검!"
슈에에엑!
한 줄기의 빛처럼 현수의 손을 떠난 용천검이 적의 진형을 가로질렀다.
콰아아앙!
"적이다."
포달랍궁을 비롯한 대뇌음사의 무사들은 갑작스러운 적의 공격에 빠르게 대응 태세를 갖추었다.
하나, 그들의 눈에는 어디에도 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조금 떨어진 곳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그들은 무모하게 그가 혼자 자신들을 상대하러 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연방 주위를 살폈다.
"간다. 운중광속신형보!"
현수는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헛! 놈이 온다."
무모한 적은 빠르게 자신들을 향해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기백만큼은 칭찬하고 싶었다.
"뇌전류!"
츄츄츄츄!
현수의 오른손에 든 살황묵혈소에서 빛이 번쩍였다.
"크억!"
"놈을 잡아라."
포달랍궁의 대법사인 달라이라마가 외쳤다.
빠르게 현수를 포위하는 라마승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고 현수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항마보리신장!"
현수는 운중난화무를 밟으며 그들의 공세를 피하곤 좌충우돌하며 적의 진형을 무너트렸다.
"한 줄기의 뇌전이 세상을 가른다. 뇌전탄검!"
쉐이익!
순간 왼손에 든 용천검이 쏟아져 나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와 같은 빠름이었다. 현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뇌전탄검에 의해 반으로 갈라지는 적진을 향해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환영은 갈라진 세상을 혼돈으로 빠뜨리니, 환영무적!"
"헉! 이건……. 괴이한 사술을 부리는 놈이다."
하나, 이미 현수의 오른손에서 살황묵혈소가 떠난 후였다.
"혼돈은 모든 것을 삼키리라. 뇌전파천황!"
오른손을 떠난 살황묵혈소가 회전을 하더니 적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적들을 쓰러트렸다.
콰아아아앙!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고 라마승들은 시야의 방해를 느꼈다.
그러고는 먼지가 거친 후에 일어난 상황에 모두 입을 벌리고 다물 수가 없었다.
"이런……!"
라마승들은 현수를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현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쉐이이이익!
"헛!"
돈황의 모래를 가르며 쏟아 오는 검신이 자신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본 것이다.
"피해라!"
사방으로 흩어지는 라마승들은 움직이는 땅을 향해 일제히 장력을 뿌렸다.
"보리항마신장!
"대수인!"
퍼어어엉!
모래가 사방으로 흩날렸지만 적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놈이 모습을 감추었다. 사방을 경계하라."
달라이라마의 말에 따라 주위를 살피는 이들이었다.
현수는 이들의 빠른 대응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이들이 소뇌음사에 질 수가 있지.'
자신이 느낀 소뇌음사보다 오히려 이들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오늘,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는 없다. 난 그 누구도 아닌 살황이니까.'
스르르르!
현수는 살황의 일기장의 은신술을 사용해 그들에게 접근했다.
"커억!"
현수는 은밀하게 그들을 하나씩 죽여 갔다. 하지만 죽어 가는 라마승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놈은 우리의 주위에 있다."
그들은 자신의 동료들이 죽어 가는지 모르는지 주위를 경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후후!"
"누구?"
"컥!"
현수는 라마승의 목을 꺾어 버리고는 다시 은신해 들어갔다.
'역시 장금이의 실력은 최고야.'
현수는 체력 회복제와 기력 회복제를 복용하고 채워진 체력과 기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달라이라마는 조용해진 주위를 살폈다.
"이런! 대체 놈이 누구란 말인가?"
죽어 있는 라마승들을 발견한 달라이라마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곁에 나타나 수하를 죽이고 사라지는 것을 느끼지 못한 그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는 급히 명을 내렸다.
"모두 한곳으로 모여 주위를 밝혀라."
현수는 그들을 보고 비웃었다.
'그런다고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놈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수는 지둔술을 사용해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사방을 경계하라."
돈황의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달라이라마는 밤사이에 일어난 일이 믿기지가 않아 낭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밤사이에 적에게 당한 수가 200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체 놈이 누구란 말인가?"
더 이상 적의 살수가 이어지지 않자 장수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놈은 분명 혼자였습니다. 그리고 살수인 듯합니다. 중원에서 이런 살수를 보유한 문파가 있다고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설령 신비살수 문인 은자림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놈은 살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쿵!
대뇌음사의 주지인 뇌존법사의 말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살황이란 말인가?"
포달랍궁의 주인인 달라이라마가 힘없이 물었다.
"확신은 아닙니다. 다만 짐작일 뿐입니다."
"음!"
"하지만 어제 죽어 간 형제들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제아무리 살황이라고 해도 이곳에 있는 형제의 수는 1만입니다. 혼자서 우리를 상대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천륭법사 다음 대의 포달랍궁의 달라이라마로 내정된 인물이었다.
"하나, 우리는 속히 사사혈천과 합류해야 한다. 이곳에서 발이 묶일 수는 없다. 만약 우리가 사사혈천과 합류치 못하면 그 악마는 우리의 사찰에 있는 형제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입에서 그 악마라는 소리가 나오자 좌중의 인물들은 몸을 떨었다.
"살황이라면 놈을 암살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뇌존법사가 말했지만 달라이라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살황이라고 해도 만악의 근본인 놈에게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에게는 사술이 통하지 않는다. 놈을 이길 수 있는 무공은 천마의 무공과 환사의 술법만이 가능하다."
"음!"
모두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싫든 좋든 사사혈천에 가서 합류해야만 했다.
"사사혈천의 광소에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알려 주고 일정이 늦추어진다고 연락하라. 그 악마에게도 지금의 사정을 전해라. 우리는 천천히 주위를 경계하며 중원으로 진격한다."
현수는 뜻밖의 말을 듣고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악마록… 10대 무공 중의 악마록이 나타났어. 혹시…….'
현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1황자가 악마록을 얻기 위해서 서장으로 향했고 또 악마록을 얻은 1황자가 아나타를 도와 파라극을 제거했고 세외를 손에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하나, 아가씨에게 검을 겨눈 놈을 살려 두지는 않는다. 또한 그와 관련된 인물들 역시…….'
현수는 천변변환역용술을 사용해 라마승으로 역용한 후에 그들 사이로 파고들어 함께 이동했다.
달라이라마는 밤마다 일어나는 살황의 살행에 미칠 지경이었다.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고 또 죽은 형제들의 비명 소리도 일절 들리지 않았다.
세외의 무리는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함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항시 긴장을 하는 상태이니 그만큼 피로가 쌓여 갔고 또 밤에 잠을 편히 자지 못하니 심신의 정기마저 황폐해지고 있었다.
하루를 보내고 눈을 뜨면 자신이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 언제 놈이 자신을 향해 검을 쓸지 몰라 불안해하며 감숙성의 난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하함!"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라마승들이 하품을 연방 하고 있었다.
슈슈슈슈!
"크악!"
화살이 빠르게 날아와 경비를 서고 있는 라마승의 심장을 관통해 버렸다.
"적이다,"
슈우욱!
다시 쏘아지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라마승들이었다.
"쳐라!"
외치는 소리에 일단의 무사들이 일제히 라마승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크악!"
순식간에 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천지회와 천마회를 주축으로 무림연맹이 결성되었다. 세외의 세력이 광소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는 말을 듣고 방각과 혁무기가 손을 잡은 것이었다. 유저들뿐만 아니라 NPC들까지 합세한 상태였다. 그들은 2천여 명의 고수들을 파견해 이들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이들이 사사혈천의 땅이 되어 버린 감숙성에 쉽게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무림연맹은 사사혈천에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어 그들의 눈을 속였다.
현수는 이들을 보자 인상을 썼다.
'감히 나의 먹이를 가로채러 왔단 말이지.'
현수는 그들마저 다 죽일 생각이었다.
"어딜!"
지금 현수의 모습은 라마승의 모습이었다. 무림연맹의 무사들의 공격을 현수는 운중난화무를 밟으며 피했다.
"환영사사연혼술!"
"커억!"
현수를 공격하는 무림연맹의 무사들은 순식간에 당황했다. 환술에 당해서 허공을 향해 검을 연방 움직이고 있었다.
"팔검수화진검류!"
파파파팟!
"크아악!"
현수의 검에 3명의 무사들이 쓰러져 버렸다.
"죽어라."
현수는 허공을 향해 소리치고는 무림연맹의 무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간혹 옆으로 다가오는 라마승들을 향해 검을 찔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수로 인해 극도로 심력을 소비하고 있는 세외의 무사들은 무림연맹 무사들의 손에 의해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1만이라는 숫자가 무색할 정도였다.
달라이라마는 무림연맹의 때 아닌 공격으로 인해 라마승들의 피해가 커지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보리항마멸마진으로 적의 공격에 대항하라."
순간 포달랍궁의 라마승들이 하나의 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대뇌음사의 형제들은 유마대진으로 적의 공격에 대항하라."
대뇌음사의 승려들 역시 하나의 진을 형성해 무림연맹의 무사들의 공격에 방어하기 시작했다.
처음 기습으로 인해 효과를 본 무림연맹의 무사들이었지만 항마진을 짠 후에는 그 전세가 세외의 무사들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무림연맹의 인솔자인 듯한 사람이 후퇴하라고 소리치자 빠르게 전장에서 빠져나가는 무림연맹의 무사들이었다.
이들의 목적은 세외 무사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지, 싸워서 이길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 역시 물러서는 이들을 쫓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금은 전열을 정비할 때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수는 빠져나가는 그들을 향해 쫓아갔다. 쫓아가는 현수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품에서 호면을 꺼내 쓴 뒤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냥 보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수는 이미 호면객이 되어 그들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러고는 검을 움직였다.
"팔검수화진검류!"
"악!"
비명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무림연맹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뒤에서 그 누구도 아닌 호면객이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전 중이라고는 하나 금전 40만 냥! 현실에서 4억이라는 유혹을 쉽게 뿌리칠 유저는 거의 없었다.
"호면객이다! 호면객이 뒤를 쫓아온다."
앞서 달리던 자가 외쳤다.
"목적지까지 유인하라."
하지만 이미 돈에 눈이 멀어 버린 일부 유저들은 대열을 이탈하고 호면객 앞을 막아섰다.
"돈 덩이가 굴러들어 오는구나."
"과연 그럴까? 환영연환사혼술!"
"이건!"
"팔검수화진검류!"
"크아아악!"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무림연맹의 인솔자는 다시 외쳤다.
"욕심을 부리지 마라. 일단 목적지까지 유인하라."
하나, 호면객의 유혹은 NPC까지 현혹케 만들었다.
하나둘 대열을 이탈하더니 어느새 호면객을 둘러싸고 포위를 하고 있는 모습에 이들의 인솔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비록 세외의 무사들과 싸워 죽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무림연맹의 수는 상당히 많았다.
현수는 이들의 인솔자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토록 찾았던 짭새였다.
'무기에게 붙어 있었나 보군. 하나……!'
현수는 아무리 자신이 찾고 있던 짭새라고 해도 그냥 살려 보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훗날 적으로 만날 사람이었다.
현수는 먼저 포위망을 뚫을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짭새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에 현수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직선으로 쏘아져 나아가는 현수의 모습에 포위를 한 적들은 놀라 일제히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하나, 현수는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의 검 위로 솟아올랐다.
"운중비록 운중탄영신!"
"빠져나간다. 잡아라!"
현수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유저들 역시 빠르게 현수의 뒤를 쫓았다.
"팔검수화진검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검을 움직이는 현수의 공격에, 그들은 쫓기며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
"크아악!"
"뇌전탄검!"
두 발이 땅에 닫자 용천검이 현수의 손을 떠났다.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쏘아져 가는 용천검의 뒤를 쫓으며 현수는 사방으로 연방 검을 움직여 적들을 베어 나갔다.
"운중비록 운중탄영신!"
되돌아오는 용천검을 허공에서 회수한 후 현수는 허공에서 몸을 돌려 뒤를 향해 환사의 술법을 사용했다.
"환영사사연혼술!"
환사의 술법에 당한 이들이 잠시 당황하는 틈을 타, 현수는 그들과의 거리를 벌리고 한쪽을 공격해 들어갔다.
"팔검수화진검류!"
"막아라."
서로의 무공을 사용해 현수의 공격을 막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현수의 공격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현수는 검의 예기를 빌어 그들의 몸에 상처를 내고 또 한 번 환사의 술법을 사용했다.
"환영연환사혼술!"
환술에 풀려나는 이들을 향해 재차 환술로 그들의 발을 묶어 두고 다시금 앞에 있는 적들에게 검을 움직였다.
"누구지? 결코 NPC는 아니다."
짭새는 호면객을 보고 NPC가 아니란 것을 확신했다. 지금까지 많은 NPC 몬스터를 보아 왔지만 저런 움직임과 상황을 만드는 NPC 몬스터는 없었다.
짭새의 머리에 여러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혹시……. 그들 중 1명인가?"
짭새는 천연회의 인물들을 생각했다. 한쪽의 힘을 봉쇄하고 한쪽을 공격하는 호면객은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했다.
"피해가 점점 커진다."
짭새는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설 생각이었다.
"파산권!"
현수는 옆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권풍을 보고는 몸을 움직였다.
"운중무영보!"
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현수였다.
"크아악!"
짭새의 공격이 현수를 포위하고 있는 무사들을 강타했다.
"이런!"
놀란 짭새는 현수를 찾았다. 무림연맹의 무사들 역시 짭새의 권풍에 놀라 행동을 멈추었다.
"역시, 네놈은 진짜군."
현수는 그와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짭새에게 말했다.
짭새는 자신의 공격을 이토록 쉽게 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누구지?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짭새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현수에게 물었다.
"누구를 생각하는지? 혹시 그런 격장지계에 내가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나?"
"그렇지. 결코 그들이라면 자신이 호면객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을 테니 말이야. 그럼 힘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지."
"무영권!"
빠르게 주먹을 쥐고 오른손을 뻗는 짭새였다.
퍼엉!
"커억!"
현수는 짭새의 공격에 당해 비틀거렸다. 그러고는 체력 회복제를 입 안으로 하나 넣었다.
"뭐지? 무음의 권풍인가?"
현수는 순식간에 허용한 공격에 대해서 생각했다.
"후후! 천하의 호면객도 오늘이면 그 정체가 밝혀질 것이다."
"죽어."
두 사람의 대화를 틈타 기습을 해 온 유저 하나가 있었다. 현수는 그의 검을 가볍게 피하고는 놈을 짭새가 있는 방향으로 발로 차 밀어 버렸다.
유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현수가 찬 힘에 의해 짭새에게 검을 찔러 가는 유저였다.
짭새는 그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패왕사자권!"
현수는 그때서야 느낄 수 있었다. 짭새가 가진 무공이 결코 낮은 무공이 아니라는 것을…….
일종의 격공장의 공격이었다.
"천밀밀!"
콰아아앙!
짭새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는 호면객을 보고 조금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무공 역시 10대 무공 중의 하나인 패황신군의 군림패왕권이었다. 그런 무공을 어렵지 않게 막는 호면객을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짭새는 호면객을 보고 자신의 반 수 아래 정도로 생각했다.
"대단하군. 쉽게 나의 공격을 막다니 말이야."
하지만 현수는 결코 쉽게 막은 것이 아니었다. 비록 내상은 입지 않았지만 내부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뭐지? 혹시 짭새도 10대 무공 중의 하나를 익힌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현수는 먼저 공격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나, 기회가 있으면 사방에서 찔러 오는 무림연맹 무사들의 검 탓에 그것조차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운중비록 운중난화무!"
사방에서 찔러 오는 무사들의 검을 피하면서도 현수의 시선은 여전히 짭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현수는 정면 승부가 아닌 살수를 택했다. 만약 짭새가 정말 10대 무공 중 하나를 익혔다면 많은 이들에 둘러싸인 자신이 싸워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수는 모습을 감춘 채 무림연맹의 무사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푸슈슈슝!
짭새의 권풍이 현수의 기척을 느낄 때마다 여지없이 날아왔다.
"대주!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자신들을 향해 공격했다고 생각했는지 무림연맹의 무사들이 짭새를 향해 소리쳤다.
"모르면 잠자코 있어. 놈이 근처에서 너희들을 노리고 있었다. 파산권!"
짭새의 답과 함께 날아오는 것은 강력한 권풍이었다. 유저들은 권풍을 피해 몸을 날렸다.
"커억!"
"고맙군. 스스로 죽음으로 뛰어들어 주니 말이야."
권풍을 피해 움직인 곳에 호면객이 검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유저는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호면객의 검이 자신의 가슴을 뚫어 버린 상태였다.
"이놈!"
짭새가 벼락처럼 다가와 주먹을 내질렀다.
"여전하군!"
짭새는 호면객의 말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1명의 얼굴이 머리에서 떠올랐다.
"설…마……!"
짭새는 순간 겁을 먹은 듯 뒷걸음질을 쳤다.
"후후! 눈치 챈 거냐, 짭새?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것이라 생각지는 마라. 또한 나에 대해서 알릴 생각도 마라."
짭새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10대 무공 중 하나를 익혔다. 비록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래, 그래서 조용했구나."
짭새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섰다.
"넌 나중이다. 일단 이들을 먼저 죽인 다음, 널 죽여 주지."
짭새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는 것을 느끼곤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수하들이 죽어 가는 것과는 이제 상관이 없다는 듯 지켜만 보고 있었다.
현수는 짭새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는지 모습을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무림연맹의 무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환연사사연혼술!"
"팔검수화진검류!"
짭새는 현수의 모든 것을 눈으로 익히고 있었다. 현수의 행동 패턴과 단점을 찾기 위해서…….
살황의 일기장과 환사의 술법의 조합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현수는 이번 싸움을 통해 완전히 몸에 붙일 수가 있었다.
무림연맹의 무사들의 눈에는 두려움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들의 눈, 그 어디에서도 탐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크아아악!"
"뇌전탄검!"
슈에에엑!
"크아아악!"
현수의 손에서 살아난 유저들의 수가 수백이 넘지 못했다.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짝짝짝!"
지켜보고 있는 짭새는 현수의 무위에 박수를 보냈다.
"대단하군. 서생으로 전직을 하고 황궁으로 들어갔다는 말은 순 거짓이구나."
"거짓은 아니지. 다만 서생이 되기 전에 무공을 얻었을 뿐이야."
짭새는 두 주먹을 쥐었다.
"패왕사자권!"
대화 중에 기습으로 공격을 하는 짭새를 보고 웃는 현수였다.
"운중비록 운중난화무!"
"팔검수화진검류!"
파앗! 팟팟팟!
검기의 다발이 짭새를 향해 날아갔다. 짭새는 강하게 왼발로 진각을 밟으며 오른손 뻗었다.
"패황일격!"
콰아아앙!
검기의 다발이 짭새의 권강에 의해 소멸되고 권강은 현수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뇌전탄검!"
파앙!
날아오는 권강을 뚫고 용천검이 짭새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이런!"
몸을 뒤집으며 현수의 공격을 피하던 짭새는 다시 돌아오는 검을 보고 현수를 향해 달렸다.
"어림없는 짓! 환영사사연혼술!"
환술이라는 것을 알고 짭새는 몸을 비틀었다. 현수는 환술을 피하는 짭새를 보고 놀랐다.
왼손으로 용천검을 잡은 현수는 잡은 선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짭새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뇌전류!"
"헉!"
중심을 잡기도 전에 날아오는 검기를 땅에 굴러 피한 짭새는 두 주먹으로 땅을 강하게 내려쳤다.
"패황사자권!"
콰앙!
사방으로 흙먼지가 퍼졌다. 현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흙먼지 다발을 피하기 위해서 짭새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짭새는 현수가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함으로써 현수와 거리를 벌리고 숨을 고를 시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10대 무공 중의 하나냐?"
"그래, 너 역시?"
"후후! 아니, 난 2개. 그래서 넌 나에게 이길 수가 없지."
현수는 농담처럼 말을 했다.
"운중비록과 살황의 일기장을 얻은 것이냐?"
"물론! 얻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 것이었다."
짭새는 자신의 자만으로 일어난 일을 자책했다. 무림연맹의 무사들과 함께했다면…….
"하나와 2개의 차이는 없다."
짭새는 잃어 가는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현수를 향해 소리쳤다.
"패황무적 팔만사천권격술!"
순식간에 무수하게 뻗어 내는 짭새의 권격이었다.
"뇌전파천황!"
오른손의 살황묵혈소가 현수의 손을 떠났다. 그리고 뒤이어 쏘아져 나가는 용천검이었다.
"뇌전탄검!"
혈황묵혈소가 용천검이 나아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 무수하게 뻗어 나오는 권강을 갈랐고 갈라진 길을 따라 용천검이 짭새를 향해 쇄도했다.
"커억!"
짭새는 믿기지가 않는 듯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뚜벅뚜벅!
호면을 벗은 현수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현수, 너였구나."
"찾았다. 무기에게 갔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1달에 금전 2천 냥이면 적은 돈은 아니지."
월 200만 원의 고정 수입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짭새는 현수를 보고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되기는, 난 월급 주는 놈이 없으니 몸값이라도 올려야지. 알고 있지? 내 몸값이 지금 4억이라는 것을……."
짭새는 현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었다.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몸값을 올려 돈을 벌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또한 신선하기도 했다.
"이제 시작해야지. 그리고 나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릴 생각은 마라. 지금 날 잡을 수 있는 놈은 아무도 없다. 베타와 마찬가지로……."
현수는 짭새에게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아는 짭새에게 결코 가볍게 교훈을 내릴 생각은 없었다.
"크어어억!"
"아직 멀었다."
현수는 잔인하게 짭새를 밟았다. 하나, 그를 죽이지는 않았다. 그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의원의 도움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쓰러져 있는 짭새를 보고 현수는 말을 했다.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강소성의 천연장으로 와. 잔소리만 빼고 모두 모여 있으니. 그리고 고작 200만 원에 몸을 파는 짓 따위는 하지 마라."
현수는 다시 세외의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짭새는 누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젠장!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10대 무공을 익혀도 현수의 그림자를 피해 갈 수 없다니. 빌어먹을 게임!"
짭새는 온몸으로 전해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그렇게 누워 있었다.
현수가 세외의 무사들을 찾았을 때는 이미 모든 정비가 끝난 상태였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였다.
"일단 쉬자."
현수는 그들의 빈틈을 찾아 숨어들어 갔다.
무림연맹은 때 아닌 난리를 맞았다. 각 문파의 장로들이 밤사이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혁무기와 방각, 그리고 각파의 장문인들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모였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영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살수들의 소행이라 생각됩니다. 사사혈천에서 위기를 느껴 살수들을 동원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세외의 세력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고 또 그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보낸 무사들은 호면객에 의해 깨진 상태였다.
"아무리 살수들이라고는 하나,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는데 아무도 모를 수가 있단 말입니까?"
혁무기의 말에 각파의 장문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명백히 이들을 비난하는 말이었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살수문은 하나뿐이네."
개방의 방주가 말했다.
"알고 계십니까?"
"신비살수 집단인 은자림이 아니고서 우리의 이목을 속이고 이들을 죽일 능력을 가진 살수는 없다네."
은자림!
각파의 장문인들은 순간 충격을 먹은 듯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방각이 개방의 방주에게 물었다.
"사실 우리 개방도 은자림에 대해서 그리 아는 것은 없다네. 이제껏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는 것뿐이네. 어디에 있는지 또 구성 인원이 얼만지,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방각은 은자림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천마회에서 살수를 전문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사사혈천의 광소를 빨리 잡아야 더 이상 은자림이 손을 쓰지 못하겠군요."
"그렇다네."
"그나저나 호면객에 의해 감숙성에 침투해 들어갔던 맹의 무사들이 대패를 했다는데……."
개방의 방주가 혁무기에 물었다.
"욕심으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그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이 상당하니 견딜 수 없는 유혹에 앞뒤 가리지 않고 싸운 모양입니다."
"음!"
이것 또한 문제였다. 호면객이라는 신비일객 중의 1명인 그 역시 사사혈천만큼 위험한 인물이었다.
"짭새마저 당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야?"
"그래."
방각은 짭새를 생각했다. 결코 자신에 비해 약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런 자가 호면객에게 당했다는 소리는 다시 짚어 볼 문제였다.
"일단 오늘은 이렇게 끝을 내고 각파는 따로 은자림의 살수들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혁무기는 이렇게 회의 마쳤다. 모두가 나가고 방각만 남았다.
"누구라고 생각해?"
"그들 중의 1명이 아닐까 생각해."
"그렇지? 그들이 아니고서는 마땅히 생각나는 인물도 없지."
방각과 혁무기는 천연회의 인물들을 생각했다. 호면객이 NPC가 아니라면 분명 그들 중 1명일 것이다.
"현수일까?"
"글쎄, 현수는 황궁인이야. 그리고 현수와 함께 사냥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렇게 강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때 모든 것을 보여 주진 않았겠지만 말이야."
방각은 건을 생각했다. 당시 건은 혼자서 사사혈천의 내원에서 사냥할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가졌다.
"난 현수가 의심이 되기는 해. 사라진 1년이라는 공백도 의심스럽고……."
혁무기가 일단 현수를 의심했다.
"음! 그들을 공격할까?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을 너 역시 바라지는 않을 텐데……."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위험 부담이 있지. 아직 공성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니 말이야.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들은 부르주아야. 나중에 성을 먹고 돈으로 매수해도 상관이 없을 같다. 짭새 역시 월 200만 원에 돌아섰으니 말이야."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건과 현수를 그냥 두기에는 너무 위험하지. 그리고 강소성의 악령이나 윤석이 역시 심상치 않고 말이야."
이들은 동맹이라도 한 듯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천의 전 대륙을 모두 차지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악령이나 윤석이에게서 강소성을 빼앗으려면 그만큼 피를 흘려야 되니 말이야."
혁무기는 강소성을 포기할 생각을 했는지 방각에게 말했다.
"우리가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해."
"알 수가 없지. 우리는 천에서 만나지 않으니 말이야. 그리고 현실에서조차 전화로만 통화하니."
"너도 나름대로 호면객에 대해서 알아봐."
"그래, 참! 설영 씨랑은 잘되어 가?"
"아니, 사람들은 브라운관 속의 모습에 속고 있다. 싸가지가 밥맛이다. 차라리 설영이보다는 민서가 더 낫다."
어느새 이들의 대화는 천상지애의 여자 출연자로 화제가 바뀌어 있었다.
"나중에 소개해 줄게. 아직은 나의 입장이 그 정도는 아니니까."
"그럼 나야 좋지."
"수고해라. 난 좀 쉬어야겠다."
혁무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나 역시……."
혁무기가 자리를 떠나고 방각이 혼자 남았다.
"만약 현수가 호면객이라면……!"
방각은 몸을 떨었다. 베타 시절의 고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수가 호면객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나 방각은 천마의 후예로 천의 최고수니까."
스스로 다짐을 하는 방각이었다.
푸드드득!
현수에게 전서구가 날아왔다. 하오밀문에서 살황의 반지를 가지고 있는 놈을 찾았다는 전서구였다.
"후후! 일단 이들을 모두 처리한 다음 놈에게서 살황의 반지를 빼앗는다."
현수는 세외의 무사들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무림연맹의 등장으로 빠르게 이동을 하는 그들은 피로가 많이 쌓인 모습이었다.
"스스로 무덤을 향해 가는 어리석은 NPC들!"
만약 현수라면 움직이지 않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조금은 무리하게 이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사사혈천의 광소가 사람들을 보내 준다고 했으니 그때 편히 쉴 수 있을 것입니다."
달라이라마는 광소가 보내 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무리한 행군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형제들이 힘들어합니다. 더구나 살황이 우리를 노리고 있고 무림연맹의 놈들 역시 우리를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이럴 때 공격을 받게 되면 우리는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뇌존법사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라이라마 역시 알고 있었다. 하나, 그러지 못하는 달라이라마의 심정이었다.
"하루 속히 합류하라는 악마의 연락이 왔습니다. 만약 합류가 늦어지면 본토에 있는 형제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음!"
듣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신음을 흘렸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럴 바에는 빨리 움직여 합류한 뒤에 쉬는 편이 더 좋을 것입니다."
"도대체 놈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놈은 파멸을 원할 뿐이지요. 단지 유희를 위해서 말입니다."
달라이라마의 말이 그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차라리 파라극이 있을 때가 더 좋았다. 파라극은 그 악마처럼 잔인하지는 않았다. 원하는 것만 들어주면 그런 대로 관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놈은 달랐다.
딱히 원하는 것도 없었다. 그냥 죽이고 부수고 할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가 무서운 것이었다.
현수는 이들의 회의를 숨어서 듣고 있었다. 그 악마라는 놈에게 관심이 갔다.
'후후!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오늘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
철컥!
검이 나오는 소리였다.
달라이라마와 뇌존법사를 비롯한 좌중의 인물들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쉐이이이에엑!
"커억!"
"환영무적!"
"이건… 환사의……!"
달라이라마는 자신을 향해 덮친 환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팔검수화진검류!"
"커억!"
"뇌전류! 뇌전파천황!"
콰아아앙!
순식간에 자신들의 수장들이 모여 있는 곳에 굉음이 터져 나오자 라마승들이 놀라 모여들었다.
그리고 처참하게 쓰러진 달라이라마와 천륭법사의 모습이 보였다.
"이건……!"
"오! 세존이시여… 감사. 환사의… 그 악마를… 처단할……."
달라이라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달라이라마는 웃으며 죽어 갈 수 있었다.
어수선한 장내를 틈타 현수는 라마승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벌써 두 번째 레벨 업을 하는 현수였다. 처음 세외의 무사들과 싸운 후로.
세외의 무사들은 현수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할 수조차 없었다. 자신들의 수장이 죽었다는 충격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놈을, 놈을……!"
천륭법사의 마지막 말이었다.
"보리항마멸마진으로 놈을 상대하라."
천륭법사의 마지막 말에 정신이 든 라마승들이 동시에 외쳤다.
포달랍궁의 라마승들이 움직이니 대뇌음사의 라마승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법사님의 복수를 하자."
현수는 생각보다 빠른 대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놈을 보리항마멸마진으로 포위하라."
샤샤샤샤샤!
네 겹의 원형으로 현수를 둘러싸는 포달랍궁의 라마승들이었다.
제석천이 아수라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보리항마멸마진!
현수는 자신의 투지를 내세웠다. 이 항마진을 상대로 이들이 말을 하는 그 악마와 비교할 생각이었다.
"개진!"
네 겹의 원진에서 항마경을 읊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차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갈수록 그 빛은 강해졌다. 이것으로 이들은 얼마나 많은 내공을 소비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현수는 그 빛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렸다.
"발진! 항마출세!"
한 라마승의 외침에 첫 번째 원진의 라마승들이 현수를 향해 일제히 들고 있는 봉으로 찔러 왔다.
"운중비록 운중난화무!"
현수는 그들의 봉을 피하고 공격하려 했으나 라마승의 다음 외침이 이어졌다.
"항마태세!"
두 번째 원진의 라마승들이 앞 열로 솟아오르며 현수의 공격을 방어할 태세를 갖추었다.
"항마탕멸!
세 번째 원진의 라마승들이 일 열의 라마승들의 어깨를 밟고 공중으로 솟아오르며 현수를 향해 일제히 봉을 던졌다.
"헛!"
마치 하늘에서 봉의 비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현수는 운중난화무를 펼치며 쏟아지는 봉들 사이를 피했다.
"항마출세!"
방어 태세를 갖춘 라마승들이 봉을 앞으로 뻗어 현수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탕마평천하!"
마지막 열의 라마승들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현수를 향해 봉으로 내려쳤다.
"운중비록 운중무영보!"
콰아아앙!
"퇴진!"
현수가 이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을 보자 다시 보리항마멸마진을 형성하는 라마승들이었다.
"한 줄기의 뇌전이 세상을 가른다. 뇌전탄검!"
쉐이익!
"환영은 갈라진 세상을 혼돈으로 빠뜨리니, 환영무적!"
"헉! 놈이 사술을 부린다. 항마경으로 대항하라."
라마승들은 사술에 대항하기 위해 항마경을 읊기 시작했다.
하나, 이미 현수의 오른손에서 살황묵혈소가 떠난 후였다.
"혼돈은 모든 것을 삼키리라. 뇌전파천황!"
콰아아앙!
"크아아악!"
"팔검수화진검류!"
뇌전검류의 가공할 파괴력에 의해 보리항마멸마진의 한쪽이 무너지자 현수는 망설임 없이 연이어서 라마승들을 공격했다.
기세를 타기 시작한 현수는 거칠 것이 없었다. 라마승들은 현수의 무공에 충격을 받았는지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악마도 피한 보리항마멸마진이… 이토록 간단하게……."
말을 잇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환영사사연혼술! 팔검수화진검류!"
"아아악!"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단 1명으로 인해 사사혈천을 돕기 위해 출발한 세외의 원군은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동녘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해를 보고 서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현수의 전신은 마치 피로 목욕을 한 듯해 보였다.
"이제, 아가씨의 반지를 찾을 차례다."
현수는 떠오르는 아침 해를 뒤로하고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세외 원군의 몰살!
이 소문은 빠르게 천의 전 대륙에 전해졌다. 하지만 더욱 놀란 것은 신비일객 중 1명인 호면객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무림연맹과 사사혈천은 호면객의 진짜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들에게는 호면객이라는 인물은 병을 주고 약을 주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서장의 소뇌음사에 있는 1황자는 소식을 듣고 흥미만 가질 뿐, 자신의 세력이 당했다는 것에 분노도 하지 않았다.
"크크! 호면객이라……."
1황자는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듯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러고는 곁에 있는 아나타에게 시선을 옮겼다.
"가서 호면객이라는 놈에 대해서 알아와라."
"알겠습니다."
아나타는 빨리 1황자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직접 호면객을 찾아 나섰다.
이미 호면객의 양생술을 알고 있는 아나타는 자신의 몸에 심어진 악마지력의 족쇄를 호면객의 도움으로 풀고 싶었다.
* * *
"다행이군요. 그렇게 속만 태우던 호면객이 이번엔 저의 속 타는 마음을 모두 날려 버린 것 같습니다."
수빈은 형욱과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마치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군요."
수빈은 더 이상 천에 접속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그렇군요. 양날의 검이라……. 그런데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소위 말하는 유아독존을 생각하는 걸까요?"
수빈은 가상현실 천의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많은 무협 소설을 읽었다. 그 많은 소설의 90%는 복수였고 대부분의 내용이 유아독존을 꿈꾸는 적을 막아 내는 그런 내용이었다.
"하하! 모르지요. 지금은 거의 유아독존의 능력을 보여 주고 있으니까요."
수빈은 형욱이 말하는 유아독존이라는 말을 들으며 현수를 떠올렸다. 베타 시절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다.
"베타 시절의 현수에서 지금은 호면객으로 바뀌었군요."
베타 시절, 베타 시절, 항상 베타 시절을 이야기하면 현수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형욱은 도대체 그 현수라는 사내가 어떻게 했기에 그런 명성을 쌓았는지 궁금했다.
"수빈 씨, 현수라는 사내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 주십시오."
"현수요?"
"네!"
"글쎄요?"
수빈은 과거를 회상했다. 형욱은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한지 수빈의 입만 보고 있었다.
"최고의 사내? 천을 하는 여성 유저들은 현수와 사귀기를 꿈꾸었죠.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무엇보다 당당했어요. 그를 표현하는 말이 있었죠."
"……!"
"죽음을 원하면 일마를 찾아라. 가장 빠르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천에서 부귀를 얻고 싶으면 일마에게 도전해라. 무한의 부귀를 얻을 것이다."
"음, 멋진 사내였나 보군요. 참, 이거!"
형욱은 하나의 서류를 수빈에게 보여 주었다.
"무엇인가요?"
"보시면 압니다."
수빈은 서류의 내용을 보고 흥미를 가졌다.
"창업 전담 팀에 들렀다가 보고 가지고 왔습니다."
서류의 내용은 현수가 룸넷을 하기 위해 BS 그룹에 지원을 받기 위한 서류였다.
"의외군요."
"그곳에 주소랑 다 있습니다. 한번 찾아가 보시겠습니까?"
수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한번 만나 봐야겠습니다. 궁금해서 말이죠."
"그렇게 해 보세요. 아버지께서도 반하신 사내니까요. 오죽 했으면 사위 삼을 생각을 했겠어요."
"네에?"
"호호! 아니에요."
모처럼 밝게 웃는 수빈이, 형욱은 예뻐 보였다. 가상현실의 황궁 제일 미인 영취 공주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