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타는 종남파! (44/57)

불타는 종남파!

현수는 객잔을 빠져나와 종남산으로 올라갔다.

종남산에 오른 현수는 수빈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천연회의 사람들을 찾았다.

한 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수가 들어오자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이야긴데? 내가 알면 곤란한 거야?"

현수는 건을 보고 물었지만 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수금인이 말을 돌리려고 했는지 사사혈천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이번 이벤트가 얼마나 오래갈 것 같아? 그래도 너무 오래 끌면 서로 지치지 않을까?"

접속을 할 수 있는 유저들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접속하지 못하는 유저들의 불만이 연일 천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일부 유저들은 환불해 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음, 그래도 아직은 아니지."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어. 우리가 공성을 할 지역은 강소성인데 강소성의 피해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야. 이번 이벤트에서 득을 보려면 사사혈천이나 독황문이 강소성까지 밀고 와야 하는데 섬서성에서 막혀 있어. 그리고 중요한 건 이곳 섬서 땅이 그렇게 호락한 곳은 아니란 말이지. 화산과 종남 그리고 천지회가 있으니."

건은 아직 피해가 없는 강소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저들은 둘째 치고 NPC문파들의 피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강소성의 NPC문파는 아직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었다.

"천지회는 이번 이벤트에서 빠졌으니 화산만 무너지면 섬서도 무너지는 거 아니야?"

"그렇다고 볼 수는 있는데 사사혈천이 천지회를 그냥 두고 볼 것이냐, 아니면 칠 것이냐가 문제지. 만약 천지회를 친다면 사사혈천 역시 많은 피해를 입어야 하니 말이야."

"그게 좋은 거 아니야?"

필살검은 천지회와 사사혈천이 서로 붙어 얼마간의 힘을 소진하는 것이 더 좋을까 생각하다가 반문했다.

"그렇긴 한데, 천지회로 인해 힘이 줄어든 사사혈천이 얼마나 버틸지가 문제지."

"호면객이 도와주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지금 사사혈천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가 호면객이 무림맹이나 사도련의 뒤를 치고 있기 때문이잖아. 혹시 알아? 천지회에도 그가 말하는 아가씨와 관련이 있는 놈이 있을지."

건은 현수를 곁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현수는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 능청스럽게 말을 잇고 있었다.

"모르지, 호면객이 어떻게 나올지. 이곳 섬서의 방어진이 뚫린 것이 호면객의 작품이니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도 호면객을 사냥할까?"

건은 현수의 능청스러운 말에 고개를 흔들었지만 보는 이들은 그게 아닌가 보다.

"왜?"

수금인이 건을 보고 물었다.

"생각을 해 봐라. 수백 수천의 유저가 그놈을 잡는다고 설쳤지만 잡기는커녕 오히려 놈의 계략에 걸려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떼죽음을 당했다. 그런 놈을 우리가 잡는다고 가정을 해도 우리 중 적어도 3~4명은 죽어야 할 거야. 우리에게는 손해지. 알잖아, 너희들이 죽으면 무공이 회수되는 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지?"

"나랑 여자 애들은 일단 장원을 강소성으로 옮길 테니 너희들은 동영으로 가서 레벨을 올려. 그리고 현수와 화화는 이벤트에 참가해서 상황을 만들어 봐!"

건 역시 이벤트가 조금은 더 지속되기를 원했다.

"언제까지?"

"천연회와 진중파, 솔악문, 그리고 하오밀문의 공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악비 형님이 강소성에서 우리와 합류한다고 했고, 순돌이 아빠와 앙드레 김밥 역시 강소성으로 옮겨 가면 우리와 합류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

"좋아. 그럼 건이 이번 공성 계획을 세우고 우리는 그 계획에 맞추어 나간다. 중간에 변수가 생기면 화화와 내가 처리할 테니 나머지는 무조건 레벨 업에만 신경을 써."

"그렇게 하지."

나름대로 다음 준비를 계획하며 밤을 보내는 천연회의 사람들이었다.

한편 수빈은 종남파의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사사혈천의 이벤트를 빨리 끝낼 수 있을지 밤이 깊도록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마마! 하오나 무림은 마마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음흉한 곳입니다. 비록 이 공이 무공이 강하다고는 하나 그 역시 황궁의 사람이니 아직 무림의 생리에 대해서는 어두워 힘들 것입니다."

수빈은 현수를 앞세워 빠르게 이벤트를 마무리할 생각이었기에 종남파가 현수를 도와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종남파는 그런 수빈의 제의에 난색을 표하는 중이었다.

"그는 황궁 제일인입니다. 여러분이 황궁이 어떠한 곳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황궁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자리를 유지할 수 없는 곳이 바로 황궁입니다. 무림이 아무리 음흉하고 위험해도 황궁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그런 황궁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니 그를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필히 제가 군부에 있는 종남의 지인들에게 보상하겠습니다."

종남파의 장문인은 갈등했다. 아무리 황궁에서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황궁과 무림은 엄연히 다른 곳이었다.

공주의 말만 믿고 함부로 나설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호면객이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공주의 청을 거부하려고 하니 군부에 있는 종남의 관계자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스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마마! 장로들을 소집해서 마마의 의견을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빈은 종남파의 장문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천연회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에게도 뜻을 밝혀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공주가 찾아오자 모두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공주를 맞이했다.

"늦은 시각에 어인 일로……."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이 공!"

'설마 사사혈천에 관한…….'

현수의 짐작대로 수빈의 입에서는 종남파와 함께 사사혈천을 물리치는 데 선봉을 서 달라는 말이 나왔다.

"마마! 그건 저희들이 나서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무림맹의 무사들과 사도련의 무사들이 지금 사사혈천의 광소를 막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입니다."

사사혈천과의 싸움을 거부하는 이들을 보고 수빈은 호통을 쳤다.

"그대들은 이 땅의 백성이 아니란 말인가요? 백성들은 지금 무수한 고난을 받고 있는데 당장 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수수방관만 하고 계실 것입니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누가 나서서 이 나라와 이 땅을 지키고 백성들을 보호한단 말입니까? 여러분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무공을 배웠단 말입니까?"

수빈의 호통에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건은 현수를 보았다. 어찌해 보란 눈치였다.

"마마! 개인의 영달을 위해 배운 무공이 아니옵니다. 하나,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니요? 지금 사사혈천의 무리를 쫓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입니까?"

"마마를 보호해야 합니다. 마마께서 황궁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사사혈천의 싸움에 끼어들었을 것입니다. 하나, 마마께서 무림에 나온 이상 저는 마마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의 친우들에게 마마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사사혈천의 무리로 인해 백성이 고통을 당하는 건 사실이나, 만일 마마께서 다치시는 날에는 무림의 무인들이 모두 황군의 손에 무사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마마의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수빈은 현수의 말을 듣고 순간 무엇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러니 마마, 황궁으로 이제 돌아가시는 것이……."

"이 공은 참으로 못난 사람이군요? 고작 그런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니 말입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입니다. 만에 하나라 하더라도 저는 그 하나에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알겠어요. 내, 이 공의 뜻을 잘 알았습니다."

수빈은 화가 난 듯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모두 수빈의 행동에 고개를 흔들었다.

"야, 괜찮겠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카오스가 불안한 듯 현수에게 물었다. 지금 수빈의 행동은 꼭 사고를 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종남파의 사람들을 이끌고 사사혈천을 치러 가는 거 아니야?"

"휴!"

현수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모르겠다. 일단 난 접속을 해제하고 쉬어야겠다. 내일 다시 접속해서 이야기하자."

현수는 접속을 해제해 버렸다.

남은 사람들 역시 더 이상 생각하기 싫은지 접속을 해제해 버렸다. 접속을 해제한 후, 현수는 야를 불렀다. 공주가 꼭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휴! 야, 공주가 사고를 칠 것 같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사혈천하고 무슨 원수가 졌는지 계속해서 사사혈천을 공격하자는 말을 해서 아주 미치겠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공주이니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고 또 무림에 나왔으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도 당연할 것입니다.

남 이야기하는 듯 말하는 야였다.

"진짜 황궁으로 돌려보낼 방법 없어? 아니, 무림에 나서자는 말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을까? 오늘은 마치 종남파의 사람들을 이끌고 혼자 나설 것처럼 이야기해서 간이 조마조마했다."

-종남파에 계십니까?

"어! 수진이가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쫓기고 있는데 그녀를 구하기 위해 종남파에 오게 되었어."

-그럴 수도 있겠군요. 종남파는 군부와 관계가 있으니 말입니다. 종남파의 장문인 역시 공주의 말을 무시할 수 없겠군요.

"그럼 어떻게 해?"

-힘을 줄이시면 됩니다. 사사혈천을 종남파로 끌어들여 종남의 힘을 줄이시면 공주도 더 이상 종남파를 끌어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호면을 이용해 사파의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러다 종남이 무너지면?"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정상입니다.

"종남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라는 소리지. 음! 참 그리고 야, 나 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

-말씀하십시오.

"내가 그냥 조그만 장사를 하나 하려고 생각 중이거든. 어떤 것이 좋을까?"

-장사를 하시려고 생각했습니까?

"응! 너의 말대로 게임만 할 순 없잖아."

-현수 님, 장사에도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냥 눈에 쉬워 보여서 하려고 한다면 때려치우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장사를 하려면 먼저 그에 관련된 일 먼저 해 보십시오. 그다음 장사를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인 줄 아십니까? 현수 님처럼 단순한 성격은 장사를 하지 못합니다. 장사는 인내를 요구합니다.

"야! 한번 도와주라."

하지만 야의 입에서 매정한 소리밖에 들을 수 없었다.

"아 씨! 너 자꾸 나를 무시하는데, 나도 참을 때는 오래 참을 수 있어. 그리고 내가 배운 것이 조금 없다 뿐이지 남한테 빠지는 데가 어디 있어?"

현수가 열을 내며 이내 씩씩거렸다.

"넌 내가 뭔가를 해 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도움을 안 주냐?"

-가능성이 있어야 도움을 줄 것 아닙니까? 일단 유통업이라든지, 아니면 장사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워 보십시오.

"그래, 내가 꼭 장사해서 잘 먹고 잘 살 거다. 그리고 컴퓨터 한 대 더 사려고 했는데……."

그때 야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수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참! 현수 님, 지금 생각해 보니 장사보다는 서비스업이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룸넷이 뜨고 있습니다. 초반 설치비와 인테리어비, 그리고 기타 경비가 조금 많이 들어서인지 룸넷이 많지는 않습니다. 이것들은 BS 그룹에서 어느 정도 지원해 주고 있으니 조금 넓은 장소만 임대할 수 있으면 현수 님께서 모으신 돈과 이것저것 하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현수 님께서는 천에 빠삭하시니, 손님들에게 조언이나 뭐, 이런 것을 하면 갈고리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야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약점을 잡은 것이었다. 하나, 이것도 잠시…….

-초반 자본을 모으기 위해서 먼저 현수 님에게 걸린 현상금을 조금…….

"오빠!"

문밖에 수진이 서 있었다. 문을 열어 주자 수진이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했다.

"어서 와!"

"네! 다름이 아니라, 내일 우리 집에도 인공지능 컴퓨터가 설치돼요. 그것을 알려 주려고……."

수진은 변하는 현수의 얼굴을 살필 수가 있었다. 현수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현수의 짐작대로 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호!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수진 님! 이왕이면 예쁜 여자 목소리의 컴퓨터로 옵션을 달아 주었으면 합니다.

'아 씨, 조금만 더 들으면 답이 나올 것 같았는데.'

현수는 고개를 숙였다.

수진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현수의 눈치를 살피다 다시 내려가 버렸다.

"휴!"

-기대가 되는군요. 현수 님! 드디어 저에게도 친구가 생긴다고 하니 말입니다.

살짝 아까 하던 이야기를 꺼내는 현수였다.

"야? 우리 아까 했던 이야기 다시 하면, 그러니까 초반 자본을 위해……."

-무슨 이야기를 말씀하십니까? 제가 건망증이 있어서 잘 기억하지 못하겠습니다. 근데 아까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끙!

현수는 야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젠장! 어떻게 잡은 약점인데…….'

현수는 야를 보지만 야는 수진의 집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생긴다는 말에 즐거운지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제길……. 일단 몸값을 올려 초기 자본을 만들어란 말이지. 그래 준비되면 다시 야에게 물어야겠다.'

현수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잠을 자니 몸이 편했다. 수진과 함께 스포츠 센터에 다녀온 뒤 현수는 천에 접속을 했다.

천연회의 모두가 접속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눈 후 화화공자와 현수만을 남기고 종남파를 떠났다.

'흥! 정말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수빈은 수진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수진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리에 바로 달려온 현수니, 수진이 사사혈천 무리의 손에 죽으면 현수와 천연회의 사람들은 틀림없이 이벤트에 참가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공! 그런데 명월 님께서는 종남파로 오지 않았습니까?"

"당가로 바로 돌아갔습니다. 그곳 역시 손이 부족한 상황이라 명월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리 보내었습니다."

"이 공! 정녕 사사혈천의 만행을 그냥 두고 보실 생각입니까?"

현수는 또 답답해 옴을 느꼈다.

"마마! 한 손이 두 손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사사혈천의 만행을 저지할 힘이 없습니다."

"종남파가 도와줄 것입니다."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 하십시오. 그리고 분명 마마께서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저의 말을 듣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휴! 알겠습니다."

수빈은 현수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물러서야 했다. 그 길로 수빈은 종남의 장문인을 만나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

"너도 참 고달프겠다. 공주가 여간 고집이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닌데, 뭐! 이건 BS 그룹의 관계자도 아니고……."

현수는 화화공자의 말을 듣고는 머리가 아프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이벤트에 참가하지 그러냐? 저런 미인이 사정을 하면 들어줄 만도 한데 너 진짜 독한 면이 있긴 하다."

화화공자는 끝내 수빈의 부탁을 거절하는 현수를 보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할 수 없잖아."

"뭔가 사고를 칠 것 같단 말이야."

"그래도 우리가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야지. 강소성의 NPC문파를 이곳으로 끌어들여야 해. 그들의 힘을 줄일 때까지 이벤트가 끝이 나면 안 되니까."

"참! 강소성에 낭인 무사 집단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들에게 이번 사사혈천을 청부하지 그래? 공주에게 시키면 가능하지 않을까?"

현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봉황산정의 낭인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봉황산정이지? 낭인 집단이……."

현수는 수빈을 찾아갔다. 그러고는 봉황산정에 대하여 말해 주었다. 수빈은 그런 현수의 속셈이 궁금했지만 일단 현수의 말에 따라 그들에게 청부하기로 결정하고 봉황산정으로 사람을 보내었다.

* * *

"하하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웃는 사람은 다름 아닌 3황자 영민이었다.

"오라버니,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고운 목소리가 영민의 웃음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난화야, 영취 누님에게서 온 서신이다. 한번 보아라."

서신을 받아 든 난화 공주의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생겼다.

3황자는 황궁에서 난화 공주를 구출한 다음 봉황산정으로 들어왔다.

황궁이란 거대한 세력과 싸우기 위해서는 세력이 있어야 했다. 금황신공을 익힌 3황자가 봉황산정을 손에 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낭인!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무공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자들이라 황궁의 방대한 무공을 무황에게서 물려받은 3황자는 그들의 무공에 대해서 조언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낭인들을 자신 쪽으로 끌어들였다. 3황자에게 모여드는 낭인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자 위기를 느낀 봉황산정의 단주는 3황자에게 도전했지만 단 3수 만에 무릎을 꿇어 버렸다.

단주를 꺾은 사람이 단주가 되는 것을 전통으로 하는 봉황산정은 그렇게 3황자의 손에 들어갔다. 강한 무공을 가진 3황자는 봉황산정을 손에 넣고 사사혈천의 난으로 인해 정국이 어수선할 때 황궁을 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청부가 들어오니 하늘이 돕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3황자는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영취 공주를 사로잡으면 황궁의 일이 더욱 쉬워진다. 3황자는 영취 공주를 인질로 내세워 황제를 협박해 밖으로 불러낸 다음, 자신에게 황위를 물려줄 것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오라버니, 이현수 그놈만은 꼭 죽여야 합니다."

난화 공주의 음성에는 현수에 대한 원한이 가득 실려 있었다.

"오냐, 내 다른 사람은 다 살려 주어도 현수! 그놈만은 필히 죽일 것이다."

"필히 그렇게 하셔야 할 것입니다. 언니가 무림에 나왔다면 옆에는 현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종남파 역시 만만치 않으니 우리는 정예 무사들을 보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번 실수하면 현수 그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이번 기회에 꼭 놈을 죽여야 합니다."

"오냐, 그렇게 하마. 수련은 잘되느냐?"

"그나마 전진이 있어 오라버니를 실망시켜 드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3황자는 난화 공주에게 제황경을 비롯해 황궁의 무학들을 추려 가르쳐 주었다. 황궁에서도 재녀라 소문이 난 난화는 3황자의 도움으로 무공에 빠른 성취를 보였다.

그래서인지 지금 난화 공주는 제황경을 모두 익혔고 그 외의 방대한 무공의 지식까지 가지게 되었다.

"만약을 위해서 무림의 문파와 손을 잡았으면 한다.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오라버니 뜻대로 하십시오."

"오냐, 그래서 말인데 난 천지회라면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나를 도와 무림을 이끌어 나가야 하니 말이야. 너의 생각은 어떠냐?"

"천지회라면 평도 좋으니……."

"천지회의 회주인 혁무기는 아직 홀몸이라 들었다."

난화는 순간 흠칫했다. 3황자가 하고 있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정략결혼!

어떻게 보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리라. 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괜찮습니다, 오라버니! 그 역시 광명정대하니 저의 배필로는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돌아가 쉬어라."

난화 공주는 3황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미안하구나, 난화야!"

난화 공주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현수가 떠올랐다.

'내가…….'

왜 현수의 얼굴이 생각나는지 알 수 없는 난화였다. 결혼이라는 것이 생각나서일까? 난화는 그토록 죽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에 당황했다.

"이제 오십니까?"

제조 상궁 역시 난화 공주와 함께 3황자의 손에 의해 황궁에서 탈출했다.

"몸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공주 마마?"

"좀 쉬어야겠어요."

제조 상궁은 조용히 물러나려 했다.

"상궁은 현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요?"

뜬금없는 물음에 제조 상궁은 무엇 때문에 물어보느냐는 듯 난화 공주를 보았다. 그러다 이내 입을 열었다.

"사내로서는 최고지요. 가진 지식과 무공! 또한 일을 하는 데 있어 흔들림 없는 추진력……. 아마 그보다 뛰어난 인물은 그리 없을 것입니다. 적이 아니라면 공주 마마의 배필로서는 손색이 없는 인물입니다."

제조 상궁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오자 난화 공주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상궁은 현수에 대해 그리 잘 아세요?"

"황궁의 일을 처리하는 것만 봐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난화 공주가 말이 없자, 제조 상궁는 난화 공주의 처소를 벗어났다.

* * *

현수는 돌아간 줄 알았던 수진이 종남파로 오자 당황했다.

"오빠와 함께 있고 싶어서……. 가주님에게는 전서구로 이미 연락을 했어."

"그, 그래."

화화공자는 현수가 말을 더듬는 것을 보자 조금은 이상한지 둘의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었다.

"명월 님 아니세요? 당가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섭섭했는데 이렇게 오시니 반갑습니다."

수빈이 언제 나타났는지 수진을 보고 반색을 했다.

"명월이 마마를 뵙습니다."

"그런데 명월 님께서는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

"호호! 별 뜻이 있어 그러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나이로 보여 한번 물어보는 것입니다."

"스물아홉 살입니다."

"그럼 절 마마라 부르지 마시고 그냥 언니라 부르세요. 저 역시 이제 편하게 명월이라 부를 테니 말입니다."

수빈의 말을 듣고 있는 세 사람은 당황했다.

"하오나……."

"괜찮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부르세요."

"……!"

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현수를 보았다.

-그렇게 해. 아마 언니라고 안 부르면 날 괴롭힐 거야.

현수는 수진에게 전음을 보내어 그렇게 하라고 전했다.

수진은 수빈을 보고 미소를 짓고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호호!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저에게 동생이 생겼으니 말입니다."

"축하합니다, 마마!"

현수는 수빈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또 무슨 꿍꿍이지? 혹시 수진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겠지?'

그때 봉황산정의 낭인들이 종남산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는?"

"대략 100명 정도입니다."

"음!"

현수는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라 조금은 실망했다.

"하지만 모두 절정은 되어 보였습니다.

령의 말에 현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낭인 집단에서 절정의 무사들 수가 100이 넘는다는 말이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봉황산정에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 많은 절정의 무사들이 있을 수는 없어.'

현수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하오밀문으로 전서구를 보냈다. 봉황산정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이상한데. 그들이 그렇게 강할 리가 없잖아. 절정의 무인이 100이라니…….

화화공자도 그것이 이상한지 현수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그러게. 애들에게 연락해서 만수문과 금정산사, 그리고 봉황산정에 대해 한번 알아보라고 해야겠어.

어느새 수진과 수빈이 죽이 맞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현수의 시야에 들어왔다.

-령!

-말씀하십시오.

-마마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봉황산정의 낭인들이 도착하면 곧 사사혈천을 치기 위해 움직일 테니 말이야.

-소인의 목숨을 걸겠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봉황산정의 사람들이 종남파에 도착을 했다.

모두 그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우리에게 청부한 사람이 누구요?"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말을 그리하느냐?"

종남파의 장문인이 나서며 낭인들에게 호통을 쳤다.

"괜찮습니다. 장문인! 제가 당신들에게 청부를 했어요. 전 영취라 해요."

"우리는 배운 것이 없어 예의를 잘 모르니 이해해 주십시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사사혈천과의 싸움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이분의 인도하에 사사혈천과 싸워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먼 길을 왔으니 하루만 쉬게 해 주십시오."

수빈은 그렇게 하라 전하고 명월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현수는 낭인들을 살펴보고는 진짜 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문파의 NPC들보다 강하게 보이는데.

-그러게. 이들은 진짜 고수들이다. 이거 강소성을 이놈들에게 빼앗기는 것 아니야.

걱정이 되지만 이미 결정이 나 버린 일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레벨 업만이 길이라 생각한 현수였다.

산이라 밤은 빨리 찾아왔다.

현수는 화화공자와 함께 이들을 이끌고 사사혈천의 싸움에 참여해서 유저들을 몰살시킬 방법에 대해 서로 나누고 있었다.

"어?"

"너도?"

현수와 화화공자는 동시에 무엇이 움직인다는 것을 느꼈다.

팟팟팟!

현수와 화화공자는 창을 뚫고 들어오는 비검을 피해 바닥을 굴러야 했다.

"누구냐!"

"이런!"

한두 명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설마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두 사람은 동시에 방의 천장을 뚫고 지붕 위로 솟아올랐다.

슈슈슈슈!

"천밀밀!"

콰앙!

현수는 자신에게 향해 날아오는 비검을 막아 내고 바로 몸을 날렸다.

"크악!"

종남파의 사람들은 낭인들의 기습에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어 갔다.

현수는 수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빈과 수진이 한 방을 쓰고 있었다.

"현수야, 이놈들 봉황산정의 낭인들이다."

무엇 때문에 이들이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콰아아앙!

수빈과 수진이 함께 있는 방의 창이 부서지면서 낭인 하나가 튀어나왔다.

"수진아!"

현수는 수빈보다는 수진을 먼저 챙겼다.

"오빠!"

"괜찮아? 마마,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수빈은 말이 없었다.

"낭인들이 종남을 공격하는 중입니다. 아마 사사혈천과 손을 잡은 모양입니다."

현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지 수빈은 현수를 보았다. 하나, 현수는 수빈의 시선을 무시한 채 령에게 명을 내렸다.

"산과 함께 마마를 지켜라."

"예!"

"화화, 어디야?"

낭인들과 싸우고 있는 화화공자를 찾는 현수였다. 현수의 소리를 듣고 화화공자는 곧장 현수에게 달려왔다.

"마마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 일단 종남을 빠져나간다."

현수는 종남을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도 종남파의 무인들은 낭인들의 손에 계속해서 죽어 가고 있었다.

"화화는 정면을 맡아. 난 뒤를 맡을 테니. 목적지는 수진이를 구한 동굴이다. 가자."

화화공자가 앞에 서서 낭인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 수진과 령이 수빈의 좌우를, 그리고 현수가 뒤를 맡고 산은 수빈을 곁에서 보호하며 종남을 빠져나가려 했다.

"어딜!"

콰아아아!

현수는 뒤에서 공격해 오는 낭인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는 검을 휘둘러 낭인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화화공자는 무식할 정도로 정면에서 몰아붙였다. 다소 내력의 소모가 심한 편이지만 확실히 낭인들을 물러서게 만들지 않으면 곧 포위를 당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느냐! 1대와 3대는 목표의 진행을 막아라. 2대와 5대는 종남파의 무사들을 도륙해라. 4대는 목표를 공격한다."

전쟁만을 전문적으로 해서 그런지 그들의 행동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현수의 일행은 얼마 가지 못해 발이 묶이고 말았다.

"제길!"

화화공자는 포위를 당하자 입에서 욕부터 나왔다. 현수는 잠깐 고민에 쌓였다. 실력을 모두 드러내야 할 상황이었다.

현수는 결심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령과 산은 마마의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떨어지지 말고 마마를 보호해. 화화는 수진을 챙기고,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한다."

화화공자는 현수의 모습을 보고 불안했다.

"시팔! 저런 모습은 안 좋은데."

현수는 한걸음 앞서 낭인들을 보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오늘 봉황산정이 실수했다는 것만 알아 두어라."

'젠장, 모두 죽일 생각이야.'

화화공자는 현수의 생각을 읽었는지 인상을 썼다. 이들과 싸우려면 자신 역시 밑천을 다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현수가 포위를 한 낭인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환영사사연혼술!"

순간 환사의 술법이 주위를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화화공자를 비롯한 모두는 낭인들의 공격에 대비했다.

"팔검수화진검류!"

"크아아악!"

현수의 손에서 가공할 무학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환술에 대비하라."

"이미 늦었어. 환영연환사혼술!"

수빈과 수진은 현수의 신위에 놀라고 있었다. 특히 수진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보여 준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커억!"

"뇌전류!"

마치 양들의 무리에 뛰어든 늑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리 치고 빠지고, 저리 치고 빠지는 현수에 의해 포위망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하나, 움직이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낭인들이 수빈을 향해 일제히 공격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황지로!"

"만천화우!"

"피해라!"

공격해 들어가는 낭인들은 수빈과 수진의 반격에 흠칫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만천화우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커억! 으악! 윽!"

"열화만천장!"

화화공자의 손에서 주작의 무학이 펼쳐졌다. 불을 상징하는 주작!

마치 세상을 태울 듯한 열양기공의 열화만천수는 수빈의 만천화우에 의해 부상을 당한 이들을 모두 녹여 버렸다.

"크아아아악!"

현수는 마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상관이 없는 듯 적을 향해 살수를 뿌리고 있었다.

현수는 화화공자를 믿고 있었다. 령과 산이 부족하더라도 화화공자가 이들을 지켜 줄 것이라 믿었기에 이들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한 놈이라도 더 처리하면 그만큼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현수는 최대한 빠르게 적을 죽여 나갔다.

"악!"

수진이 낭인의 검에 의해 다쳤는지 현수의 귀를 자극했다.

"화화!"

현수는 수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화화공자를 불렀다. 이는 경고와 비슷한 것이었다.

"시팔! 아닌 밤에 홍두깨라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이 빌어먹을 개 잡종들아."

화화공자는 낭인들에게 소리치며 열양지기를 뿌려 대고 있었다.

"호심발도술!"

"커억!"

"뇌전류!"

낭인들이 죽어 가면 수가 줄어야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종남파의 무사들은 낭인들에 의해 힘없이 쓰러져 갔다. 이렇게 가면 종남파는 곧 무너질 것이다.

"이놈들!"

종남파의 장문인과 장로들이 낭인들을 막으며 애써 보았지만 이미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었다. 작정을 하고 들어온 낭인들의 검에는 자비라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화르르르르!

제일 먼저 종남파의 경서각이 불에 타올랐다. 하나, 누구 하나 불을 끄는 사람은 없었다.

"태을무형검!"

장문인의 손에서 종남의 비공이 펼쳐졌다. 낭인들 역시 절정의 무인이라 장문인의 공격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막았다.

"쿨럭!"

장문인에 의해 내상을 입었는지 낭인 1명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해 냈다.

"죽어라."

재차 공격하는 장문인의 공격에 낭인의 목이 떨어졌다.

"커억!"

하나, 장문인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적의 목을 치는 순간까지는 좋았으나 3명의 합공에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츄츄츄츄츄!

"크아아악!"

"장문인!"

장로들은 적의 손에 쓰러지는 장문인을 불렀다. 장문인의 눈은 불타는 종남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감지 못했다.

"젠장! 현수야, 종남파의 장문인이 쓰러졌다.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우리가 불리해."

화화공자는 현수를 불렀다. 하지만 현수는 화화공자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적을 공격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현수의 상태를 짐작한 화화공자는 연방 입에서 욕을 해 댔다.

"커억!"

산은 낭인의 검에 다리를 베였는지 그의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괜찮나?"

령이 산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검류천막!"

콰아아아앙!

"제황지로!"

수빈은 검을 움직여 령과 산을 도왔다.

"이곳을 벗어나야겠어요."

수빈은 화화공자에게 말을 했지만 화화공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현수를 가리켰다.

수빈은 현수의 모습을 보고 흠칫했다. 수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수는 이들을 다 죽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결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화화공자는 마치 예전의 현수를 보는 것 같았다.

이미 현수는 적의 피에 몸을 적시고 있었다. 지옥의 나찰의 모습이 이보다 더 무서울까?

하나 이것도 잠시, 낭인들의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거나 막기에 급급한 이들이었다.

"뇌전류!"

"크아아아악!"

-레벨이 올랐습니다.

경서각을 시작으로 건물들이 하나 둘 불에 타올랐다.

어두운 밤 종남산엔 불타오르는 건물들이 그 어둠을 밝혔다.

"현수야, 지금 빠져나가야 한다."

화화공자는 재차 소리쳤다.

"시끄러워!"

소리치는 현수를 보자 화화공자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베타 시절의 악몽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빌어먹을 낭인들 새끼!'

화화공자는 기습을 한 낭인들을 욕했다. 결코 보고 싶지 않은 현수의 모습이었다.

"난 나에게 검을 겨누는 놈을 그냥 두지 않아. 분명 너희들은 오늘 실수한 거야. 환영무적!"

환사의 술법에 기록된 마지막 환술이 현수에 의해 불타오르는 종남파를 뒤엎었다.

"뭐야……."

낭인들은 순간 당황했다. 불타오르는 종남파의 전각들이 마치 자신들을 향해 불길을 토해 내는 착각을 느낀 것이었다.

환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불길이 너무도 뜨거웠다.

"화화! 지금이야. 이들을 모두 죽여!"

현수의 말에 곧장 반응하는 화화공자의 손에서 주작의 무공들이 쏟아져 나왔다.

"열화만천장! 열화천각! 열화신탄지!"

"크아아아악!"

"만천화우! 제황천력! 탄류공!"

수빈과 수진 그리고 령과 산 역시 낭인들을 향해 공격했다.

"크아아아악!"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현수는 곧장 직선으로 이동해서 적을 관통해 버리며 둘로 나누었다.

"령! 살수를 사용해. 한쪽을 막아!"

현수의 말에 의해 령은 바로 모습을 감추었다.

"컥!"

용천비가의 전대 가주인 령의 살수는 낭인들이 찾기 힘들었다. 아니 그들 역시 절정의 무인들이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주위가 소란스럽고 또 현수가 그들을 몰아붙여 령에게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산은 령을 도와 저들을 공격해!"

현수가 한쪽을 공격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산의 공격으로 인해 령의 움직임이 편해졌다.

낭인들의 수가 벌써 반으로 줄어 있었다. 하지만 종남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불과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장로들이었다.

불타는 종남을 보며 장로들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령이 숨어들자, 낭인들의 움직임에 제한이 걸렸다. 살수를 경계해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산은 그런 그들에게 검을 뿌리며 공격했고 령은 빈틈을 노려 낭인들을 처리해 갔다.

"공주를 인질로 잡아라."

낭인들은 갑자기 전세가 바뀌자 목포를 집중했다. 3황자에게 현수를 죽이고 공주를 데리고 오란 명을 받은 낭인들은 공주를 인질로 잡아 현수를 위협하려 했다.

"화화, 막아!"

"화령진기!"

콰아아아앙!

강력한 열양지기의 반탄강기가 화화공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결국 화화공자는 이번 전투에서 밑천을 모두 드러내게 되었다.

'빌어먹을! 하나는 숨겨야 하는데.'

"크억!"

수빈을 인질로 잡기 위해 달려든 낭인들은 화화공자의 반탄강기에 의해 모두 극심한 화상을 입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삼양신장!"

"제황장!

수진과 수빈은 튕겨져 나간 그들을 향해 번개처럼 두 손을 뻗었다.

"크아아악!"

"령과 산은 쓰러진 적을 주살해. 어딜!"

빠르게 명을 내리는 현수는 자신을 공격하는 낭인의 검을 허리를 숙여 피하고는 그의 낭심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쳐 버렸다. 그런 후 허리를 펴면서 머리로 얼굴을 들이박았다.

"뇌전류!"

"크아아악!"

"정신 차려라. 그렇게 본다고 불붙은 전각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 검을 들어 적을 죽여. 먼저 간 이들의 복수를 해야 할 것 아니냐."

현수는 장로들을 향해 소리쳤다.

정신을 차린 장로들이 싸움에 끼어들자 균형이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어서 공주를… 커억!"

현수의 검이 외치는 낭인의 목을 뚫고 들어갔다.

"천화검!"

종남파의 장로들이 낭인들을 몰아붙였다.

"완벽한 기습인 줄 알았는데……."

현수를 향해 검을 내리찍는 낭인은 기회를 보고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하나, 현수는 왼발을 축을 삼아 몸을 움직여 검을 피하고는 그의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현천파열권!"

"커억!"

용천검의 손잡이로 낭인의 뒷머리를 가격했다.

"억!"

현수는 넘어지는 낭인의 가슴에 검을 찍어 내렸다.

"후퇴하라."

봉황산정의 낭인들은 각자 종남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화화공자는 그런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오늘 일을 그냥 지나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밑천을 다 드러낸 화화공자는 달아나는 낭인들의 뒤를 쫓았다.

"령과 산은 마마를 보호해."

현수 역시 달아나는 낭인들의 뒤를 쫓았다. 낭인들이 아무리 절정의 무인들이라고 해도 현수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운중비록의 가공할 빠름과 살황의 일기장의 추적술을 사용해 그들이 종남산을 빠져나가기 전에 모두 죽였다.

"그쪽은?"

"모두 잡았다."

두 사람은 다시 종남파로 올라왔지만 종남파는 불타 버린 잔해만 남기고 있었다.

수빈은 종남파의 장로들을 보고 무엇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종남파의 장로들 역시 수빈에게 처음 보였던 고운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봉황산정의 낭인들을 수빈이 끌어들였기 때문에 종남의 멸문은 수빈의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현수는 그런 종남파 장로들의 시선이 곱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수야, 이들도 모두 죽이는 것이 어때?

화화공자는 살아남은 종남파의 장로들을 모두 죽이자고 제안했다. 그들이 있어 봐야 결코 소문이 좋게 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자칫 잘못하면 수빈이 사사혈천과 결탁해서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종남으로 끌어들였다는 소문이 날지도 몰랐다.

-공주가 있으니 힘들어. 이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넌 건을 불러. 그리고 모산에 있는 만사귀도 불러. 이곳 일을 처리하면 봉황산정을 친다. 사사혈천의 손을 빌려서 적을 치는 것보다 우리가 그냥 치는 것이 빠를 것 같다.

현수는 봉황산정를 뿌리 뽑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지. 그럼 난 강소성으로 간다.

-그래.

수빈은 종남을 위해서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마마! 감사합니다. 종남은 이렇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옵니다."

더 이상 종남에 있을 수가 없자 수빈과 현수는 강소성으로 향했다.

종남파가 불에 탔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사사혈천의 광소는 뜻밖의 소식을 듣고 섬서에서의 일전을 준비했다.

종남산을 내려온 일행은 일단 객점에 방을 구해 하루를 머물렀다.

현수는 밤을 이용해 종남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장로들을 죽이기 위해 그들을 찾았다.

"더 이상 소문이 나면 안 좋아."

현수는 호면을 쓰고 장로들을 암살했다.

"호면객!"

"다 쓰러져 가는 종남이지만 종남 역시 아가씨의 죽음에 관여했으니 나를 탓하지 마라."

현수는 남은 장로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종남파의 장로들은 전해 들은 호면객의 무위보다는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호면객을 몰아붙였다.

"네놈을 시작으로 종남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다."

종남파의 장로들은 수빈에게 복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후후! 환영무적!"

"이건……!"

장로들은 호면객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하나, 곧 이어지는 호면객의 공격에 허물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수는 쓰러지는 그들을 보고 종남파를 떠나 객잔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수빈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자신으로 인해 종남파가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하남성에 들어설 무렵, 또 하나의 소문이 수빈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호면객이 살아남은 장로들을 모두 죽였다는 소문이었다.

'도대체 호면객이 원하는 것이 뭐지?'

수빈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현수가 수빈을 불렀다.

"마마! 이제 궁으로 돌아가십시오. 마마께서 무림에 계시면 무림인들이 더욱 불안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수빈도 고집이 있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휴!"

현수는 그런 수빈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는지 단념해 버렸다. 그들이 강소성에 들어섰을 때 수빈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사사혈천이 천지회가 있는 장안성을 공격하다 오히려 천지회에 패해 물러났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천지회가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자 기다렸다는 듯이 천마회가 나서기 시작했다. 사왕천이 주도하는 사도련에서 유저들은 빠져나와 천마회에 붙기 시작했다.

"방각이 머리를 쓰는데."

"그러게……. 이렇게 되면 앞으로 방각의 아성에 도전할 사파는 없게 되는 건가?"

화화공자와 현수는 일시에 사파의 맹주로 떠오른 천마회의 방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방각이나 무기는 일단 성공했군."

"그렇지. 우리도 이번에 봉황산정을 때려잡고 이벤트에 참가하자. 무기와 방각이 참여한 이상 강소성의 지배력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겠지."

현수 일행은 강소성으로 옮긴 천연장에 도착했다.

건은 물론 만사귀와 그리고 악비까지 천연장에 모여 있었다.

"형님!"

"이제 오냐."

수빈은 못 봤던 두 사람이라 누군지 궁금했다. 현수는 그런 수빈에게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마마! 이분은 저희들의 대형이신 악비 형님입니다. 그리고 저 사람은 모산파의 차기 장문인으로 내정된 만사귀라고 합니다."

수빈은 현수의 말을 듣고 그들에게 인사했다.

"영취라고 합니다."

모두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수빈은 쉬어야겠다고 말했다.

"미령은 마마를 모셔라."

"네! 나리."

현수의 소리에 미령이 달려와 수빈을 방으로 모셨다.

수빈은 방에 들어서자 잠을 청하고 접속을 해제했다. 천에게 물어볼 것이 너무도 많았다.

현수는 종남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건과 만사귀에게 해 주고는 함께 봉황산정을 치기 위해 움직였다.

"잠깐! 일단 안전하게 시작하자. 들어 보니 절정의 무사들이라고 하는데 함부로 들어서 위험을 자처하지 말고 말이야."

만사귀는 모산에서 배운 모산의 비전을 통해 하나의 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뭐야?"

"잡귀를 불러들이는 귀진이야. 먼저 저들의 힘을 확실히 알아보고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현수와 건은 그런 만사귀를 보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생겼다. 진이 설치되고 활성화시키자 뿌연 연기가 진에서 솟아올랐다.

"구천에서 맴도는 영혼들은 나의 말을 들을지어다. 그대들의 승천을 막는 저들을 제물 삼아 승천하라."

만사귀의 주문이 끝이 나자 뿌연 연기는 이내 봉황산정이 있는 곳을 향해 올라갔다.

곧이어 봉황산정에서는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와! 야, 이거 효과 만점인데?"

화화공자는 만사귀를 향해 엄지를 추켜올렸다.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될 거야. 만약 절정의 무인들이라면 이 정도는 가볍게 처리할 거야."

정작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일단 이들이 봉황산정에 침입하기가 쉬워졌고 당황하는 무인들을 처리하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절정의 무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잡귀에 현혹된 무사들을 절정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형님은 만사귀를 보호해 주세요. 저와 건 그리고 화화는 안으로 들어가서 휘젓고 나올 테니 말이에요."

"그렇게 해."

내심 절정의 무사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 이들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봉황산정의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세 사람의 기세는 더해 갔다.

뒤를 따라 들어오는 만사귀와 악비 역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큼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뭐야, 설마 종남에 온 놈들만 절정인 것은 아닐까?"

종남파에서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겪은 화화공자는 내심 긴장하고 들어왔지만 생각보다 약한 무사들을 보고 긴장감이 사라졌다.

콰아아아앙!

하나 그것도 잠시, 그들을 막아서는 이들이 모였다.

"저것들이 진짜란 말이지."

건은 도를 들어 올려 NPC들을 가리켰다.

"당신은……!"

현수가 익히 알고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봉황산정의 무사들이 세 사람에게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여유로웠다.

3황자였다.

"후후, 실패한 모양이군. 내가 현수 그대를 너무 과소평가한 모양이야."

현수는 3황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신, 이현수! 3황자님을 뵙습니다."

건과 화화공자는 현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3황자는 천금뇌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 역시 현수를 따라 3황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이런… 그대도 알고 있지 않는가? 난 이미 황족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을……."

건은 3황자의 모습을 보고 긴장을 했다. 화화공자도 인상을 썼다. 현수 역시 여유로운 3황자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황자님! 어이해 이와 같은 일을 벌이십니까? 2황자 전하께서 황위에 오르면 사면해 주실 것이라 약속했습니다."

쾅!

현수의 말이 거슬렸는지 3황자는 인상을 썼다.

"흥! 네놈이 어떻게 아느냐, 내가 뇌옥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전하!"

"네놈을 죽이고 누님을 앞세워 아바마마를 설득할 것이다."

좋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전하, 무황의 전진을 이었다고 전하께서 용좌를 차지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십니까?"

현수는 야에게서 들은 말이 있어 3황자를 한번 떠보았다. 하나, 듣는 건과 화화공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3황자 역시 현수의 말을 듣고 흠칫했다.

"알고 있었더냐?"

현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현실로 드러나자 현수는 용천검을 빼 들었다.

"오호! 내가 무황의 무공을 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검을 뽑아 든단 말인가?"

3황자의 물음에 현수는 입을 열었다.

"죄인 3황자는 명을 받으라."

건과 화화공자, 그리고 만사귀와 악비는 놀라 현수를 보았다.

"뭐라!"

"본인은 멸친어린천룡군으로서 황권을 수호하는 임무를 가진바 용서를 구하면 그대를 살려 줄 것이나 반항하면 그대에게 참수를 내리겠다."

"용천검!"

3황자는 현수가 들고 있는 검이 용천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눈은 순간 탐욕으로 빛났다.

"크하하하하! 황궁 삼보 중 두 가지가 곧 나의 손에 들어오니 어찌 하늘이 나를 돕지 않는다 할 수 있겠는가. 놈들을 죽여라."

3황자의 명이 떨어지자 봉황산정의 무사들이 현수의 일행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3황자 역시 현수를 공격해 들어왔다.

화화공자는 이미 이들을 한번 경험해 본 일이 있어 그런지 처음부터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사귀와 악비 역시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

현수는 3황자의 공격을 막기에 힘겨웠다.

'아무리 무황의 금황신공이라지만, 이건!'

현수는 운중비록과 살황의 일기장과 다른 10대 무공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보이는 곳에서 살수를 사용하기 위해 은신할 수는 없었다.

"운중비록 운중난화무! 사사연환사혼술!"

-사사연환사혼술이 실패했습니다.

'헉!'

현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른 10대 무공과 맞서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이유가 바로 환사의 술법 때문이었다. 하나, 3황자에게는 환사의 술법이 통하지 않았다.

이는 금황신공이라는 절세 신공의 위력도 있지만 무황의 내력을 넘겨받은 3황자의 내력이 현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천밀밀!"

콰아아아앙!

현수는 3황자의 무공을 막았지만 그 여파로 뒤로 네 걸음이나 물러났다.

"크하하하!"

현수는 이를 악물었다.

'아가씨의 무공은 최강이다.'

마음속으로 자기 암시를 거는 현수는 3황자를 향해 검을 움직였다.

"금황호신갑!"

"이런! 커억!"

호신기공을 사용해 현수의 공격을 막아 낸 3황자는 발을 사용해 현수의 허벅지를 후려 차 버렸다.

"현수야."

"맹룡강천!"

건은 봉황산정의 무사들에게 몸을 빼고 현수를 공격하려던 3황자를 향해 도강을 날렸다.

3황자는 건의 공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현수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고 자리를 피해 버렸다.

"누구냐?"

"강호에서는 절 승천룡 최건이라 부릅니다, 전하!"

"음! 십룡오봉 중 으뜸이라더니 과연……."

건은 현수에게 다가가서 그를 부축하고 일으켜 세웠다.

"너에게는 무리겠다. 나에게 맡겨라."

현수는 건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뒤를 이어 나오는 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자신은 없는데 그래도 지금 너보다는 더 오래 견딜 수 있다.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처리하고 합공을 해야 승산이 있을 것 같다."

"부탁한다."

현수는 무모하게 고집을 세우지 않았다. 적어도 싸울 때와 물러날 때를 현수는 알고 있었다.

"만사귀! 현수를 보호해. 악비 형님은 화화를 도와주십시오."

이들의 리더가 현수에서 건으로 바뀌었다. 건은 물러서는 현수를 공격하려는 3황자를 막아 세웠다.

"저부터 상대하십시오, 전하!"

화화공자는 혼자서 몰려오는 적을 상대하기에 바빠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가 악비가 합류하자 조금은 편해진 듯 주위를 살필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현수가 당했어요?"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말로만 듣던 10대 무공의 위력 앞에서는 제아무리 현수라 해도 힘든가 보다."

악비는 상황을 대충 설명해 주고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맞아 싸웠다.

"마마천력!"

"크아아악!"

악비는 장법을 익혔는지 빠르게 봉황산정의 무사들 사이를 치고 들어가 손과 발을 놀렸다.

3황자가 무황의 전진을 이었다면 건 역시 도황의 전진을 이었다. 두 사람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이유는 3황자가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수와 함께 온 이들 역시 강해 보였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 건과 현수를 이긴다면 다른 이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함께 공격해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아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상대하면서 상대의 힘이 빠졌을 때 한 번에 끝낼 생각이었다.

3황자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건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이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처리하고 합공할 시간을 벌기 위해 3황자의 수준을 맞추고 있었다.

만사귀는 현수를 보호하기 위해 순간순간 다가오는 부적들을 봉황산정의 무사들에게 날리고 있었다.

"한 놈은 몰라도 버티기 힘들다."

"조금만 기다려. 곧 괜찮아진다."

현수는 3황자의 공격에 당한 부상을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움직이는 데 불편을 겪을 수 있는 다리에 부상을 입었기에 현수는 부상이 완치될 때까지 기다렸다. 현수는 조금씩 3황자에게 맞은 다리가 풀려 간다는 것을 느꼈다.

"귀혼포박술!"

"귀혼참!"

만사귀는 나름대로 열심히 현수를 보호하는 데 주력했다.

"천밀밀!"

콰아아앙!

현수는 만사귀의 몸에 의지해 중심을 잡고 자신을 공격하는 봉황산정의 무사의 공격을 막았다. 하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현수로 인해 만사귀까지 중심이 흩뜨려졌다.

그 탓이었을까. 넘어지는 그들의 머리 위로 검이 스쳐 지나갔다.

"열화만천장!"

화화공자는 위험에 빠진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거리를 좁히며 그들을 공격하는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향해 쌍 장을 뻗었다.

"괜찮아?"

"어! 이제 됐다."

현수는 부상 당한 다리가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걱정 마라는 말을 대신하며 일어났다.

현수는 건이 막고 있는 3황자를 한번 훔쳐보고는 이내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향해 검을 움직였다.

"환영연환사혼술! 팔검수화진검류!"

"커억!"

환술과 현수의 검에 당해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본 만사귀가 부적을 날려 그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니 화화공자가 마무리를 했다.

손발이 맞으니 보다 빠르게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현수가 일 차로 공격하고 만사귀가 움직임을 봉쇄하고 화화공자나 악비가 마무리하는 형식이었다.

베타 시절 함께해 온 이들이라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최상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뇌전류!"

"귀령포박술!"

"마마천력!"

"크아아아악!"

한편 3황자를 상대하는 건의 모습은 그리 여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3황자 역시 자신의 앞을 막아선 건에 대해서 다시 평가를 했다.

"어린놈이 지닌바 재주는 대단하구나."

"3황자님과 나이 차이가 그리 나지 않습니다."

말을 하는 건이었지만 내심 다른 사람들이 빨리 합류해 주기를 원했다.

10대 무공이라고 해도 3황자의 경우엔 완성된 무공이었고 건은 완성되어 가고 있는 무공이었다. 또한 지닌바 내력의 우위에서도 건이 3황자에게 뒤져 여러모로 힘들었다.

"크억!"

건이 3황자의 장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슴을 내주었다. 기회를 잡은 3황자는 연방 검을 휘두르며 건을 위협했지만 건은 바닥을 굴러 간신히 3황자의 검을 피했다.

"건아!"

"호들갑 떨지 마. 이제 한 방 맞았을 뿐이야. 놈들이나 빨리 처리해."

만사귀는 건이 걱정이 되어 불렀지만 건은 별것 아니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3황자의 검을 막아 갔다.

"승천도세!"

"금황호신갑!"

콰아아앙!

두 사람 사이에 기의 충돌로 인해 먼지가 일어났다. 순간 현수는 그 틈을 놓치기 않고 은신해 3황자의 곁으로 숨어들었다.

함께 싸우던 현수가 없어지니 잠시 당황한 화화공자였지만 이내 자신의 일을 몰두했다.

"커억!"

악비의 어깨에 봉황산정의 무사의 검이 스쳐 지나갔다.

"형님!"

"너희들과 안면을 익혔다는 것이 나에게는 인생의 최대 불행이었어."

투덜거리는 악비였지만 그 표정은 그리 싫어 보이지는 않았다.

"마마천겁뇌력장!"

순간 자신의 내력을 끌어 올려 시위라도 하는 듯 악비의 손에서 무수한 장력이 쏟아져 나가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압박해 갔다.

"크아아악!"

"화령진기!"

콰아아아앙!

화화공자는 악비의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그 정도로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듯 자신의 반탄강기를 시전해, 공격해 오는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날려 버렸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은 들어라. 쓰러진 자의 육체를 빌려 현신하라. 영혼강림!"

순간 만사귀의 손에서 수십 장의 부적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쓰러진 봉황산정의 무사들에게 날아들었다.

-1레벨이 다운됩니다.

영혼 강림, 일종의 강신 부적술로 죽은 시체를 일정 시간 동안 부릴 수 있는 술법이었다. 하지만 레벨 60대 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고 레벨 다운이라는 페널티가 있었다.

그렇다고 영혼 강림으로 해서 죽은 시체들이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혼란을 주거나 적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술법이었다.

"뭐야!"

화화공자는 쓰러진 봉황산정의 무사들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 놀라 만사귀를 보았다. 만사귀는 손으로 적을 가리켰다.

"헉!"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적의 검을 피하던 화화공자는 두 손으로 바닥에 의지하고 발을 사용해 적의 정강이를 차 버렸다.

"열화만천장!"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봉황산정의 무사의 얼굴을 향해 손을 쓰는 화화공자였다.

적의 머리가 화화공자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 버렸다.

"방심하면 안 되지."

3황자는 현수가 숨어들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지 건을 향해 검을 움직였다.

"금황일검 파랑결!"

금황신공의 3초식의 검법 중 1초식이 3황자의 손에서 펼쳐졌다.

건은 이를 악물었다.

"낙룡멸천하"

콰아아아아앙!

건 역시 도황의 승천도결의 4초식 중 3초식을 펼쳐 3황자의 검을 막았다.

숨어 있던 현수는 두 무공의 충돌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무식한 무공이다. 건이 역시 하나 찾은 건가? 승천도결인가…….'

현수는 흑랑도를 의지해 버티고 서 있는 건을 보고 있었다.

"쿨럭!"

"대단하군. 막을 줄이야."

'지금!'

"뇌전류!"

현수는 3황자가 방심하는 틈을 노려 그의 심장을 노렸다.

"헉! 이런!"

갑자기 쏟아져 오는 현수의 공격에 놀라 몸을 틀어 피했지만 심장 대신 그의 한쪽 팔을 대가로 바쳐야 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승천파멸도!"

건은 현수가 공격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마지막 초식인 승천파멸도를 시전했다.

3황자는 기습을 한 현수보다 지금 공격해 오는 건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

"금황삼검……."

"그렇게는 안 되지.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현수는 3황자의 검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커어억!"

현수는 자신의 몸으로 3황자의 검을 봉쇄했다. 그러자 현수의 검이 3황자의 복부에 꽂혔다. 3황자의 배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당황한 3황자였다.

현수는 그런 3황자를 보며 웃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죄를 시인하시고 천금뇌옥으로 다시 돌아가시라고 말입니다. 크아악!"

건의 흑랑도가 현수의 허리를 스쳐 지나 3황자의 허리를 베었다.

"현수야."

만사귀는 현수를 불렀다. 설마하니 저렇게 무식하게 달려들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건 역시 현수의 무모한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3황자의 신형이 현수와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오라버니……!"

난화 공주가 쓰러지는 3황자를 향해 달려왔다. 봉황산정의 무사들 역시 3황자가 쓰러지자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현수, 이놈! 제황수!"

"커억!"

난화 공주의 손이 현수의 복부를 파고들어 갔다.

"현수야! 열화지공!"

"악!"

난화 공주는 화화공자의 공격에 쓰러졌다.

"크어억! 체력이 엄청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수는 떨어지기 시작한 체력을 보자 죽음을 생각했다.

"의원을 불러!"

급한 김에 소리치는 화화공자지만 이곳에 자신들을 도와줄 의원이 있을 리 만무했다.

"젠장!"

건의 입에서는 욕이 흘러나왔다.

만사귀는 현수에게 달려갔다. 의원은 아니지만 현수를 의원에게 데려갈 때까지 시간은 벌 수 있었다.

부적의 힘을 빌려 일시에 현수의 모든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법이었다.

"날… 하남성의 백마사로… 그곳에서… 미자를……."

현수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현수의 몸은 마치 석상처럼 굳어 갔다.

"가자! 시간이 얼마 없다. 이곳에서 하남의 백마사까지 가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건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남은 봉황산정의 무사들에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들 역시 더 이상 움직임 없이 그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내가 데려간다. 너희들은 이곳을 마무리해."

건은 현수를 업고 봉황산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귀환 부적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달려서 마을까지 간 다음, 말을 사서 하남성의 백마사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건이 떠나고 화화공자는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노려보았다.

"너희들이 실수한 거야."

화화공자의 살기는 극에 다다랐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씩 현수가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 판에 죽어 무공까지 잃게 되면……. 화화공자는 생각하기도 싫은지 고개를 흔들었다.

낭인들은 모두 검을 버리고는 무릎을 꿇었다.

"대주를 뵙습니다."

동시에 외치는 낭인들의 말에 만사귀와 악비 그리고 화화공자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시팔! 너희들 대빵이 죽으니까 살려고 잔머리 굴리지. 내가 그런다고 살려 줄 것 같아?"

하지만 이들은 봉황산정의 전통을 모르고 있었다. 나름대로 강함을 추구하는 낭인들은 항상 자신의 대주를 죽인 자를 대주로 인정하는 전통이 있었다.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악비가 그들을 보고 화화공자에게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시팔! 만약에 현수가 죽어 무공이라도 사라져 봐요. 아니 현수가 죽으면 100% 무공이 모두 사라진다고요. 모두 훔쳐 배운 무공이라……. 그런 현수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화화공자는 악비에게 속사정을 말했다.

"무공을 잃은 놈인데 무서워할 필요가 있어?"

악비는 남 이야기하듯 말했지만 정작 화화공자는 조금 불안한 모양이었다.

"형님은 현수에 대해서 몰라요. 그놈은……. 강해지기 위해서 이미 수천 번을 죽은 놈이에요. 사신낭객! 그게 바로 현수라고요. 무공의 기준은 애들에게나 하는 소리지, 현수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예요."

악비와 화화공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만사귀는 봉황산정의 무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희들이 우리를 대주로 인정하면 지금부터 봉황산정은 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 모든 청부를 거부하고 자숙해라."

"야!"

"전통이래. 그나저나 저 여자는 어떻게 하지? 3황자를 오빠라 부르는 사람은 1명뿐인데."

만사귀는 쓰러진 난화 공주를 보았다.

"일단 천연장으로 데려가자. 금제는 가능하겠지?"

"네!"

"좋아, 그럼 일단 금제를 가해 현수가 올 때까지 천연장에 둔다. 영취 공주도 있으니 알아서 하겠지."

악비는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 몸을 돌렸다. 만사귀 역시 악비를 따라갔다.

화화공자는 아직 화를 식히지 못했는지 봉황산정의 무사들을 노려보다 끝내는 난화 공주를 들쳐 메고 산정의 문을 벗어났다.

* * *

수빈은 왜 봉황산정의 무사들이 자신을 사로잡으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천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 이유는 수빈 님에게 있습니다.

"나에게 있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요?"

수빈은 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과 봉황산정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수빈은 솔직히 현수가 이야기해서 봉황산정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3황자가 봉황산정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는 황궁에서 권력 다툼으로 쫓겨난 사람입니다. 아마 그는 수빈 님을 인질로 삼아 황제를 위협할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3황자가 봉황산정에 있다는 말에 놀라 다시 묻는 수빈이었다.

"3황자는 천금뇌옥에 있는 것이 아니었나요? 그런 그가 봉황산정에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3황자는 천금뇌옥에서 무황의 무공을 얻었습니다. 밝혀지지 않았던 10개의 던전 중 하나가 바로 천금뇌옥이었습니다. 금황신공을 얻은 3황자는 천금뇌옥을 탈출해 황궁에서 난화 공주를 데리고 봉황산정으로 가서 봉황산정을 장악했던 것이었습니다.

수빈은 잠시 당황했다. 분명 현수가 봉황산정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큰일이군요. 현수가 봉황산정을 치기 위해 움직일 것인데 그를 말려야겠군요."

혹시나 현수가 3황자의 손에 죽어 접속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에 천에 접속하려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인가요? 현수가 벌써 봉황산정을 공격했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수빈은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현수라고 해도 10대 무공을 익힌 3황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봉황산정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일마와 일황의 손에 의해 3황자는 죽었습니다.

뒤이어 들리는 소리에 수빈은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강했단 말인가요?"

-현수 님과 건 님의 협공을 받은 3황자는 끝내 그들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건 님께서 사용하시는 무공 역시 10대 무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빈은 계속해서 들리는 천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건이 가진 무공이 10대 무공 중 하나란 말입니까?"

수빈은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형욱이 뒤에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 몇 가지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이미 10대 무공 중의 상당수가 천에 풀렸습니다.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방각 님께서 하나를 얻었고 혁무기 님께서 하나를 얻었습니다. 건 님께서 하나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1황자가 1개를 얻었습니다. 적룡과 사신수들 역시 10대 무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수빈과 형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또한 주작의 능력을 이은 사람이 천에 등장했습니다. 이것으로 볼 때 곧 사신수의 능력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알았나요? 적룡을 비롯한 사신수의 행적을 알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회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그냥 흘러가게 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마 회장님께서는 예전 천의 메인 컴퓨터의 행방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수빈은 할 말이 없어졌다.

"아버님께서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 역시 수빈 님께서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요?"

-지금 서장의 아나타가 세외의 세력을 흡수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나타의 뒤에는 1황자가 있습니다. 만일 수빈 님께서 무림에 계신다는 소식이 1황자에게 들어갈 때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천지회와 천마회의 개입으로 사사혈천의 침입을 막으며 그들을 뒤로 물러나게 만드는 지금 시점에서 서장에 있는 1황자가 중원으로 공격해 오면 그다음 일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수빈은 잠시 생각했다. 결국 자신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피해만 입힌 꼴이었다.

"결국 제가 접속해서 한 일은 아무것도 없군요."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환불을 요구한 사람들은 이미 모두 환불을 취소했습니다. 다만 빨리 이벤트를 끝내 달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서장이 끼어들면…….

말을 줄이는 천이었지만 수빈도 그 뒤의 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려놓으세요. 그리고 영취 공주의 기억에 현수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 두세요. 훗날 현수가 황제의 부마가 될 수 있게 말입니다.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이미 황제는 영취 공주의 부마로 현수 님을 내정해 놓았습니다. 수빈 님께서 부탁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수빈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기분에 몸도 마음도 가벼운 듯했다.

수빈은 모처럼 웃었다.

형욱은 그런 수빈을 보았다. 형욱의 기억으론 수빈의 밝은 웃음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럼 일이 끝난 겁니까?"

"그렇게 되었네요. 형욱 씨, 나 밥 좀 사 주세요."

밥을 사 달라고 말하는 수빈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았다.

"저야 영광입니다."

"그래도 이제까지 함께한 사람들이니 황궁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해야 예의겠지요. 형욱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수빈은 마지막으로 황궁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천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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