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위기에 빠진 수진 (43/57)

위기에 빠진 수진

푸드드득!

전서구가 당시현에게 날아왔다. 전서구를 보는 당시현의 표정은 수시로 바뀌었다.

"하필 남부 전선이라니……!"

현수가 섬서성에서 사사혈천을 도와준 일로 인해 섬서의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사사혈천은 무림맹과 사도련을 꺾은 기세를 몰아 남부 전선에 총공격을 감행했다. 결과, 무림맹은 남부 전선을 사사혈천에게 넘겨주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수진이 역시 당가의 사람들을 데리고 성약부의 의원들을 보호하며 후퇴 중이라 알려 왔지만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현은 이와 같은 사실을 현수에게 말할까 고민했다. 아무래도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니 수진을 비롯한 당가의 사람들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수의 곁에는 수빈이 있었다.

혹시나 수빈이 따라가서 변을 당하면 그때는 진짜, 당가는 멸문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수에게 숨기자니 그것도 문제였다. 수진이 화를 당하면 그 또한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생각을 하니 당시현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놈의 호면객!"

당시현 역시 호면객으로 인해 섬서 지역이 급격하게 변해 버린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이런 고민거리를 안겨 준 호면객을 욕하는 당시현이었지만 결국 현수에게 말을 하기로 결정하고 현수를 찾아갔다.

"은공!"

"들어오십시오."

당시현이 찾아오자 현수는 일어나 그를 맞았다.

"이것을 보십시오."

당시현은 수진에게서 온 전서구를 현수에게 보여 주었다. 현수는 전서구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팽팽하던 섬서의 교전 지역들이 호면객이라는 공적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현수는 수진이 섬서로 간 것을 모르고 있었기에 섬서에서 그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만약 수진이 섬서로 간 것을 알았다면 섬서가 아닌 만독문과 독황문이 대치하고 있는 사천을 노렸을 것이다.

"언제 받았습니까?"

"조금 전에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그때 수빈이 현수를 찾아왔다가 당시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듣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공! 무슨 일입니까?"

"마마! 아무 일도 아닙니다."

수빈은 이미 모든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현수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들어오다 밖에서 들었습니다. 섬서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까?"

"아무 일도 아닙니다. 마마! 심려 놓으십시오."

"며칠 명월 님께서 아니 보이시던데 혹시 명월 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닙니까?"

이미 알고 묻는 수빈을 현수는 속일 수가 없었다. 당시현 역시 수빈의 말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휴! 그렇습니다. 지금 명월이 사사혈천 무사들의 공격을 피해 후퇴 중이라고 합니다. 무공을 모르는 성약부의 의원들로 인해 그 어려움이 크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현수는 수빈에게 사실대로 말하고는 조용히 수빈의 말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수빈은 당장 구하러 가자고 했다.

"하나, 마마께서는 이곳에 계셔야 합니다. 그곳에서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니 마마께서는 이곳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미 섬서로 갈 것을 작정하고 말하는 수빈이었다.

"그런 말 마세요. 저 역시 도울 것입니다. 보아하니 이 공과 명월 님의 관계가 오누이 같은데 제가 어찌 이곳에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마마! 마마께서 섬서로 가셨다가 다치시는 날에는 폐하께서 저를 벌하실 것입니다."

현수의 말에도 수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현수는 그 모습을 보고 용천검의 권위를 내세워 수빈에게 명을 내리려고 했다. 그러자 수빈이 빠르게 말함으로써 현수의 말을 막았다.

"섬서에는 화산파가 있습니다. 그리고 천지회라는 강한 방파도 있습니다. 그리고 군부와 관계가 있는 종남파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리로 가서 있겠습니다. 그들이라면 저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 공! 아바마마께서 아끼시는 이 공이십니다. 이 공과 관계가 있는 분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제가 이곳에서 마음 편히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해 주십시오. 저 역시 가서 이 공의 말을 들을 테니 말입니다."

수빈의 말을 듣고, 올라갔던 용천검을 다시 내렸다. 수빈의 말을 듣고 보니 여기 두는 것보다는 종남이나 천지회의 혁무기에게 수빈을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와 약조를 해 주십시오. 저의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수빈의 약속을 받고서야 현수는 수빈을 데리고 섬서로 가기로 결정했다.

"당가 십이수를 함께 보내 드리겠습니다."

당시현이 말하자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곳도 중요합니다. 사사혈천으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가를 빠져나갔습니다. 그들마저 이곳을 떠나면 이곳도 힘들어집니다. 저에게는 친우들이 있으니 그들의 도움을 구하면 됩니다. 그러니 심려 놓으십시오. 만약 독황문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가에서 빠져나간 것을 알고 총공격을 해 오면 사천의 많은 백성들이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현수는 당시현을 안심시키고는 천연회의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서 전서구를 천연장으로 보냈다. 또 지금 섬서에서 후퇴하는 당가와 성약부의 사람들을 찾아 알려 달라고 하오밀문의 문주인 무영신투에게 전서구를 보냈다.

"령! 산과 함께 마마를 호위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마의 곁에서 떨어지지 말고 마마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

"신, 령이 군의 명을 받습니다."

"신, 산이 목숨으로 마마의 안전을 지키겠습니다."

현수는 당시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당가의 진형을 떠나 섬서로 향했다.

현수는 섬서로 가는 동안 한 통의 전서구를 받았다. 하오밀문에서 후퇴하는 당가의 위치를 알려 주는 내용이었다.

"종남산이라……."

명월이 택한 장소는 종남산의 종남파였다 하오밀문에 당가의 사람들이 향하는 곳이 종남산이라 알려 왔다.

현수는 천연회의 사람들에게 종남산으로 오라는 전서구를 날린 후에 종남산으로 향했다.

수빈은 함께 가는 동안 현수에게 천연회 말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현수는 먼저 수빈을 종남파에 맡길 생각이었다. 수빈을 데리고 종남산에서 당가의 사람들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수빈이 곁에 없으면 그만큼 행동의 제약을 덜 받으니 현수의 입장에서도 편했다.

"령은 종남파로 가서 마마가 오신다는 것을 먼저 알려라."

"예!"

달리는 말에서 허공으로 솟아올라 경공술을 사용해 종남산의 종남파로 달려가는 령이었다.

말로는 더 이상 산을 오를 수 없게 되자, 모두 말에서 내려 경공술을 사용하여 종남파로 향했다. 수빈의 무공은 현수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음!'

이런 무공을 가지고 어떻게 독황문의 무사들에게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현수였다.

'호신으로 익힌 무공이 아닌데.'

현수는 속도를 내 보았다. 수빈은 조금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잘 따라오고 있었다.

산 역시 수빈의 뒤에서 열심히 쫓아오고 있었다.

현수는 종남산의 중간쯤에서 잠시 쉬기 위해 멈추었다.

"조금 쉰 후에 다시 오르겠습니다. 종남파에서도 마마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하니 말입니다."

군부와 관계가 깊은 종남파이기에 영취 공주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필히 산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 생각한 현수였다.

스르르르!

다시 종남파로 출발하려고 할 때 현수가 있는 곳으로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현수는 다가오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들은 현수의 생각대로 종남파에서 수빈을 모시기 위해 내려온 고수들이었다.

"군! 령입니다."

"종남의 현학입니다."

그들은 수빈에게 인사를 하고 종남파까지 호위를 자처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마마! 전 이 길로 당가의 사람들을 찾아보겠습니다."

현수는 그들에게 수빈을 맡기고 곧바로 명월을 찾으러 가려고 했다.

"어이 그리 말씀하십니까? 종남파의 도움을 얻어 함께 찾아보시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아닙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그만큼 움직이는 데 지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혼자 움직이는 것이 편합니다."

결코 종남파를 무시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듣고 있는 현학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수빈이 있는 자리라 내색은 하지 못했다.

"령은 종남의 대협들과 함께 종남파로 마마를 모셔라."

"예!"

현수의 명이 떨어진 이상 수빈은 더 이상 현수와 함께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곳에 오는 전제 조건이 현수의 말에 따른다는 것이었기에 수빈은 일단 령과 산, 그리고 종남의 고수들과 종남파로 오르기로 했다.

현수는 그 길로 종남산을 내려가 천연회의 사람들을 기다렸다.

혼자서 종남산이 위치한 진령 산맥 전체를 찾는 것은 무리였다. 조금 늦게 도착한 천연회의 사람들은 현수를 보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역발산과 만사귀는 없었다.

"역발산은?"

"죽었잖아. 접속을 할 수 없으니 지금 손가락만 빨고 있을 거야."

"허구한 날 전화해서 언제 이벤트 끝나는지 물어봐 아주 미치겠다."

화화공자는 짜증이 나는 말투였다.

"그럼, 빨리 끝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냥 놓아둬. 지금은 우리가 레벨 업을 해서 인원에서 오는 차이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해. 그리고 수아와 장금이가 이미 강소성으로 천연장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꼭 당가를 구할 필요가 있는 거야?"

수금인이 현수에게 물었다. 강소성과 사천과의 거리는 제법 되었다. 강소성의 공성을 위해서 사천의 당가의 힘은 그리 필요치 않았다.

"단순히 공성에만 한정하면 그리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무림 전체를 두고 보면 도움이 돼."

건이 현수를 대신해서 말했다.

한 손에 활을 들고 있는 카오스가 수진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음,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 알아?"

"몰라, 하오밀문에서 종남으로 간 흔적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어. 지금부터 찾아봐야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거라 모두 생각했다. 어느 세월에 이 넓은 곳에서 그들을 찾겠는가…….

"일단 화화하고 나 그리고 건은 따로 움직이고 나머지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찾아봐. 그리고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마주치면 싸우지 말고 일단 물러서. 우리의 피해는 더 없어야 되니까."

건과 현수만 남고 모두 당가의 사람들을 찾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너 이번에 사고 한번 단단히 쳤던데."

"그래서 수진이가 사사혈천에 쫓기고 있다."

하소연 아닌 하소연이었다.

"현상금 더 올랐다. 40만냥으로!"

건이 현수를 보는 눈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았다.

"그런 눈으로 제발 보지 마라. 겁난다. 난 할 일을 할 뿐이니까."

"한 100만 냥까지 올려라. 그래야 옛날 못다 한 승부를 한번 내 보지."

현수는 건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소름이 돋았다. 현수가 고개를 흔들며 건에서 손사래를 쳤다.

"싫다. 난 움직이는 돈 보따리는 되기 싫다."

"지금도 넌 움직이는 돈 보따리야."

건은 현수의 어깨를 치고는 당가의 사람들을 찾아 떠났다.

"음! 100만 냥이라……. 괜찮네. 얼마나 죽여야 올라갈까?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을 이번 기회에 다 죽여 버릴까."

현수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흔들고는 수진을 찾아 떠났다.

* * *

"조금만 힘내세요. 곧 당가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올 것입니다."

수진은 성약부의 의원들을 다독였다. 무공을 배운 당가의 사람들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성약부의 의원들은 그리 좋은 몰골이 아니었다.

대의를 위해 끼어든 성약부의 의원들이지만 잘못하면 성약부가 존폐 위기에 놓일 상황이었다.

"우리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당가의 사람들을 원망할 수가 없었다. 선택도 자신들이 했으니 그 책임도 자신들이 져야 한다.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죽어 간 당가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명월 님!"

"말씀하세요."

"종남으로 가는 것이 어떠십니까?"

수진이 역시 종남으로 갈 생각으로 종남산으로 왔지만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교묘하게 종남의 반대 방향으로 그들을 몰았기에 종남으로 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했다. 비록 종남산이 있는 진령 산맥에 들어왔지만 그 길이 천 길, 만 길보다 더 멀게만 느껴졌다.

"우리가 모두 죽을 수가 있어요. 차라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가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 더 낳을 것이라 생각해요. 사사혈천의 무리가 우리가 종남으로 가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어떻게 이 넓은 산맥에서 우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해결해 줄 거예요. 당가에서 이곳 진령 산맥에 오는 시간을 계산해서 연기를 피워 위치를 알리는 거예요. 물론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한 번의 싸움은 피할 수가 없겠지만 우리는 그 싸움만 물리치면 살아날 수 있어요. 그러니 모두 힘을 내세요. 우리가 지금 할 일은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어진을 구축하는 거예요."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피해 다니다 당가의 사람들은 조금 넓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곰이 사용하는 동굴로 보였다. 일단 그곳에 자리를 잡고 방어를 위해 곳곳에 독을 발라 함정을 파 놓았다.

"일단 이곳에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모두 편히 쉬세요."

수진은 동굴의 입구에서 홀로 경계를 섰다.

"명월 님! 제가 경계를 서겠습니다. 그러니 안으로 들어가 조금 쉬십시오."

수진은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당이수 님께서는 안으로 들어가 쉬고 계십시오. 제가 힘이 들면 그때 말하겠습니다."

당이수는 결국 수진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식량이 문제였다.

수진은 자신의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체력 회복제로 사용하는 고급 벽곡단 100여 개가 남아 있었다.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은 모두 30여 명이었다. 그중 당가의 사람들이 10명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성약부의 사람들이었다.

하루에 하나씩 먹어도 3일밖에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 수진을 안타깝게 했다.

밤이 찾아왔다. 천의 밤하늘은 사사혈천의 침공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풋!'

수진은 현수를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생각할수록 참 멋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 현수를 자신이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조차 몰랐다.

불현듯 찾아온 사랑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수진은 좋았다.

나름대로 현수에 대해서 많이 알아본 결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의 세월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남들처럼 그런 평범한 생활이 아니란 것을 수진이 잘 알고 있었다.

'오빠가 보고 싶네.'

2년만 기다려 달라는 현수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2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데려갈지 생각해 보았다.

다 좋았다. 다만 2년이 지난 후에도 지금의 모습이라면 아마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수진은 현수를 믿었다. 최소한 자신이 생각하는 현수라는 사람은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꼈기 때문이다.

'오빠가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공주 때문에 힘들겠지.'

동굴에서 하루를 보내고 수진은 성약부의 사람들을 챙겼다.

"괜찮으세요?"

성약부의 의원들은 무리한 이동으로 인해 몇 명이 탈이 난 상태였다.

"힘들겠습니다. 이런 몸으로 움직이면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수진은 현실 같은 천의 시스템에 고개를 흔들었다. 의원들 중 몇몇이 몸살로 앓아누웠다.

"일단 몸부터 챙기세요."

할 수 없이 이동을 포기한 수진은 조금 더 세밀하게 동굴의 주위에 함정을 설치했다. 함정이라고 해 봐야 땅이나 나뭇가지에 독을 바르는 것이 전부였다.

"하늘에 맡겨야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진이었다.

'오빠가 호면객일 가능성이 높아. 그런데 왜 유저들을 공격한 것이지?'

의문이었다. 구미호에 대해서 이미 현수에게 들은 수진이었다. 하지만 복잡한 생각은 하기 싫어서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일이 있겠지. 그나저나 당가에서는 언제 올까?'

수진은 당가에서 하루 속히 사람들이 오기를 바라며 동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당가의 사람들은 동굴의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고 동굴 안에서는 성약부의 의원들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어때요?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아무래도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니 움직일 수 있으면 움직일 생각이었다.

"오늘은 힘들지만 내일이 되면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크악!"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수진은 급하게 동굴 밖으로 나갔다.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당가의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 뒤로 피하세요."

수진은 당가의 사람들에게 외치고는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향해 암기를 뿌렸다.

"추혼비접!"

수진의 손에서 떠난 암기들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적들의 심장을 향해 날아 들어갔다.

팅잉!

검으로 수진이 던진 암기를 쳐 내고는 수진을 향해 달려들어 검을 휘두르는 적이었다.

수진은 검을 피하며 손에 내공을 실어 그의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삼양신장에 당한 사사혈천의 무사는 맥없이 뒤로 날아갔다.

"삼양지!"

수진은 연이어서 당가의 지법을 사용해 적을 쓰러트렸다. 당가의 사람들이 모두 뒤로 빠지자 수진의 손에서 무수한 암기가 쏟아졌다.

"만천화우!"

"크억!"

사사혈천의 무사들은 쏟아지는 암기를 모두 피할 수가 없었는지 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하나, 그것뿐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행동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었을 뿐, 그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었다.

수진은 당가의 사람들과 함께 적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데 최대한 주력했다.

한 번 뚫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에 수진은 당가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 힘을 다했다.

만일 한 사람의 적이라도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성약부의 사람들은 물론 자신을 비롯한 당가의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는 생각에 수진은 이를 악물었다.

"모두 힘내세요. 입구가 좁아 많은 인원이 공격할 수 없으니 우리는 최대한 이곳에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수진이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혈광무변, 혈광파천!"

사사혈천의 무사들은 오늘 이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었는지 자신들의 몸을 돌보지 않고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삼양신장!"

콰아아앙!

"악!"

수진은 무공과 무공의 충돌로 인해 뒤로 밀려나 무릎을 꿇었다.

"쿨럭!"

한 움큼의 피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힘들겠구나.'

사사혈천의 무공은 생각보다 강했다. 당가의 사람들 역시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상처를 입고 쓰러져 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다.'

수진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다시 적을 향해 맹공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수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여 명의 당가 사람들 중 벌써 5명이 쓰러졌다.

"안 돼!"

수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또 1명이 쓰러졌다. 싸움의 패색이 짙어져 갔다.

"커억!"

수진은 등에 무엇인가 강한 충격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끼곤 동굴의 벽에 부딪쳤다.

"아악!"

"크크크크!"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자신을 향해 음침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당가의 천수 명월이 강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강할 줄 몰랐군."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지는 것을 느꼈다.

팟팟팟!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수진이 역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이 향했다.

"누구냐?"

"사신낭객!"

현수는 수진을 찾다 싸우는 소리가 들려와 달려왔던 것이다.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이곳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크크크! 신비이객 중 1명인 사신낭객 님께서 죽을 자리를 찾아 이곳에 오셨나?"

사신낭객의 소문은 사사혈천까지 퍼졌는지 사사혈천의 무사들 역시 알고 있었다.

현수는 검을 움직였다.

싸움에서 선공은 30%의 기선 제압 효과가 있다. 현수는 이와 같은 사실을 충실히 실행했다.

"뭐, 커억!"

순간 거리를 좁혀 가장 가까운 적의 심장을 찔러 버린 현수는 빠르게 수진에게 향했다.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아무래도 수진의 근처에 적이 어슬렁거리면 협박을 당할 수도 있기에 수진을 먼저 구해 내고 다음에 이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순간 현수의 움직임을 놓친 사사혈천 무사들의 시선이 수진에게 향했지만 이미 수진은 그 자리에 없었다.

"오빠!"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네. 하지만 당가의 사람들이 모두……."

수진은 당가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고 말했다. 현수는 수진을 안심시켰다.

"이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왠지 믿음이 가는 목소리였다. 현수는 수진을 내려놓고는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향했다.

"그냥 물러가겠는가? 아니면 끝까지 검을 섞어 보겠는가? 선택을 해라."

현수는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수진만 구하면 된다.

하나, 사사혈천의 무사들은 그냥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현수를 향해 공격해 왔다.

"혈광무변!"

슈슈슈에엑!

"천밀밀!"

콰아아앙!

평소라면 그냥 피해 버리고 말았겠지만 지금은 수진을 비롯한 성약부의 의원들 때문에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이었다.

"뇌전류!"

무공과 무공의 충돌로 인해 자욱한 먼지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빛은 그 먼지를 가르며 적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혈천신갑!"

현수의 뇌전류는 혈천신갑이라는 적의 방어 무공을 가르며 허리를 베어 냈다. 용천검의 예기와 현수의 내력, 뇌전류의 빠름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커억!"

"팔검수화진검류!"

체에에엥!

현수가 다른 적들의 공격을 막을 동안 성약부의 의원들은 수진을 치료하기에 바빴다.

수진은 현수의 무공에 놀라고 있었다.

종횡무진 적들의 사이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공격과 방어를 하면서도 일체의 망설임이나 주저함 없이 검을 휘둘렀다.

또한 가끔은 몸으로 상대의 검을 맞아 가며 적을 베는 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말로만 듣던 일마 이현수의 신위였다.

그것도 잠시, 현수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수진은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현수를 찾았다. 사사혈천의 남은 무사들 역시 현수를 찾았다. 하지만 현수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사혈천의 무사들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주위의 반응에 귀를 기울였다. 결코 이렇게 피해 버릴 상대라면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주위의 변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진과 성약부의 사람들은 그 긴장감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공간이 장악당한 그런 느낌이었다.

"나와라!"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소리쳐 보지만 현수는 여전히 침묵만을 고수했다.

"혈광파천!"

돌연 적이 수진과 성약부의 의원이 있는 곳을 공격했다.

"어리석은! 천밀밀!"

콰아아앙!

그것뿐이었다. 현수는 그들의 앞에서 공격을 막아 내고 다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성약부의 의원들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일단 살았다는 데 안도했다.

스스스스!

"그냥 물러가라 말했을 때 물러갔어야 했다."

언제 나타났는지 적의 뒤에서 소리 없이 나타난 현수는 낮은 소리로 적의 귀에 속삭였다.

놀라 뒤돌아보는 적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고 또 한 번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현수의 손에 죽은 사사혈천의 무사들이 6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20명이 한 조인 사사혈천의 추격조였다.

당가의 사람들과 수진의 손에 7명이 죽었고 현수의 손에 6명이 죽었다.

남은 수는 7명! 하나, 그들은 누구 하나 피하거나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수가 동료의 뒤에서 나타나자 주저함 없이 검을 휘둘러 자신의 동료와 함께 베어 버리는 잔인함까지 보였다.

"악!"

수진은 그들의 잔인함에 고개를 돌렸다. 현수는 그런 그들의 잔인함을 비웃으면서 그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환영연환사혼술!"

환사의 술법에 당한 적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간 현수는 적의 목을 베어 버렸다.

"조심해요."

뒤에서 현수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사사혈천의 무사를 보고 수진은 현수를 향해 소리쳤다.

"천밀밀!"

"혈광연환도법!"

공격이 막히자 사사혈천의 무사는 또 한 번 횡으로 크게 검을 휘둘렀다.

횡으로 휘두르는 원심력을 이용해서 연속으로 휘두르는 적의 검을 현수는 막기만 할 뿐이었다.

'피했어야 했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는 적의 도법에 현수는 자책했다.

"삼양지!"

수진은 움직일 수 있게 되자 현수를 도왔다. 갑작스러운 수진의 공격에 현수를 공격하던 사사혈천의 무사는 당황해하며 도법을 거두어들이고 수진의 공격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수진의 공격이 한발 빨랐다.

"크억!"

"뇌전류!"

수진의 공격에 당한 사사혈천의 무사는 순간 빈틈을 보였고 현수는 그걸 놓치지 않고 적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수진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현수는 남은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현수의 공격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사사혈천의 무사들은 수진의 지법에 의해 행동의 반경이 줄어들었고 현수는 그런 적들을 모두 베어 버렸다.

사사혈천의 추격조를 모두 베고 현수는 수진을 보았다.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 미안하기도 하고 또 쑥스럽기도 했다.

'괜히 기다려 달라고 말했어.'

하지만 수진은 현수의 생각과 상관없이 현수에게 달려와 품에 안겼다.

"어, 엇!"

"오빠가 날 위해서 이렇게 찾아오다니,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그거 아니야. 당연히……!"

현수는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동굴 안에서 성약부의 의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팟팟팟!

"뇌전류!"

"이런! 나야!"

건은 현수의 공격을 피하며 현수에게 외쳤다.

"아! 미안."

"야, 보기 좋던데."

건은 이미 수진이 현수에게 안겨 있는 모습을 본 듯 현수를 놀려 대며 말했다.

"천하의 이현수가 드디어 짝을 만나는구나."

"하지 마!"

현수는 건을 보고는 검을 겨누었다. 건은 현수의 기세에 흠칫하며 손을 흔들었다.

"다른 이들은?"

"당가의 사람들은 내가 늦어서 구하지 못했어. 수진이만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약부의 의원들 역시."

천연회의 다른 사람들 역시 하나 둘 현수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들을 보니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싸운 모양이었다.

"다들 괜찮아?"

"뭐! 이 정도야, 우습지."

화화공자의 저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든든해 보였다.

"성약부의 의원들을 데리고 먼저 종남파로 올라가. 그곳에 공주가 있으니 행동을 조심하고."

"넌?"

수금인이 물었다.

"나! 수진이랑 할 이야기가 있어. 그리고 공주가 나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틀 뒤에 간다고 전해 줘!"

"이틀이나 수진 씨랑 이야기해?"

순간 화화공자의 말 때문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역발산이 없으니 저놈이 또 단순해지는구나. 하여간 그렇게 알고 있어라."

천연회의 사람들은 성약부의 의원들을 데리고 종남파로 향했고 현수는 수진과 함께 산을 내려갔다.

"오빠, 할 이야기가 뭐야?"

"어! 너에게 미안한데 너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

또다시 분위기를 잡는 현수를 수진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뭐? 사실 나도 오빠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잘됐다."

진령 산맥을 내려가는 동안 현수는 구미호를 찾아야 한다고 수진이에게 말했다.

"사실은 나 구미호를 찾아야 돼."

"구미호? 죽었잖아."

죽은 구미호를 찾는다는 말이 어색한지 반문하는 수진이었다.

"죽었지. 그런데 환생을 했어."

"환생?"

수진은 현수가 현실과 너무 혼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NPC들의 환생이라니, 프로그램의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NPC들에게 환생이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NPC들을 만들면 모를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그런데 분명 야는 아가씨가 환생을 했다고 말했어. 그리고 나는 아가씨와 다음 생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그러니까 오빠는 구미호를 찾아야 된다는 말이고, 나에게 그것을 이해해 달라는 말인가요? 지금!"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에게 이해해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냥,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천을 할 때까지만 찾을게. 그러니 수진이가 이해해 줘."

"천을 할 때까지만요?"

"언제까지 게임만 할 수는 없잖아."

수진은 아무 말도 없었다. 현수 역시 괜한 말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숨기는 것보다는 나았다.

"오빠가 호면객이에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미호와 자신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고요?"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럼?"

현수는 수진이에게 천연회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천연회는 게임 해서 번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그래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공성을 해서 한 지역을 먹어야 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천연회는 인원이 부족해. 개개인의 능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많은 수의 사람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런 이벤트가 열렸어. 죽으면 접속을 못 하는……."

수진은 현수가 하는 말이 대충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벤트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원했지. 그래서 모두 이벤트에 참가하지 않았어. 어떻게 보면 지금 이벤트에 참가하지 않는 문파들 역시 우리와 같은 생각일 거야. 그리고 난 이번 기회를 통해 아가씨의 복수를 생각했고. 그게 전부야."

"하지만 오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알아. 사실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으니. 하지만 지금까지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어머니의 약값 때문에……."

수진은 화제를 돌렸다.

"그럼 조금 전에 게임을 할 때까지만 구미호를 찾는다는 말은 무엇이에요? 게임을 그만두게요?"

수진은 현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모두 알기를 원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일지도 몰랐다. 현수는 그런 수진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니, 게임을 그만둘 생각은 없어. 솔미 누나처럼 간혹 접속할 생각이야."

"그럼, 일하시게요?"

"장사를 한번 해 보려고 해. 일을 해서는, 어머니의 약값은 물론 치료제가 나오면 사기도 힘들 테니까. 지금은 모아 둔 돈도 조금 있고 또 내 몸값이 4억이니 이것저것 합쳐서 무엇인가 해 볼 생각이야."

수진은 현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왜 나에게 모두 이야기해 주세요?"

"몰라. 이야기하는 편이 편할 것 같아서."

두 사람은 어느새 산 밑의 마을에 내려와 있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걷었다.

"저기서 쉬었다 가요."

수진이 가리킨 곳은 소천객잔이었다.

수진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고 현수가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방 하나 주세요."

수진은 방을 하나 잡고 올라갔다. 현수는 어찌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었다.

수진이 그런 현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현수는 수진의 뒤를 따라갔다.

방에 들어선 현수는 어색한지 문에 서 있었고 수진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좋아요. 오빠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해 주니 저도 대답할게요. 오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단, 천에 국한해서요."

"고맙다."

"그리고 오빠가 저에게 2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현수는 고개를 숙였다.

"전 오빠에게 크게 바라는 것은 없어요. 그저 저만 사랑해 주면 돼요. 그렇게 해 준다면 전 저의 일생을 오빠에게 맡길 수 있어요."

현수는 고개를 들어 수진을 보았다. 수진이 웃고 있었다. 현수는 수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이리 와서 앉아요."

"그냥 나가서……."

수진은 일어나 현수의 팔을 잡아당겼다. 현수는 수진의 힘에 못 이겨 수진에게 끌려갔다.

"또 궁금한 게 있어요."

"뭐?"

"공주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죠?"

"황궁에서 생활하면서도 공주 얼굴은 한 번도 못 봤어. 이번에 처음 보는 거야."

"정말이에요?"

눈을 흘기며 말하는 수진을 보자, 현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진짜야……."

"믿어 줄게요? 그럼 황궁에서 오빠의 벼슬이 정확히 뭐예요?"

수진으로서는 어찌 보면 가장 궁금한 것이었다. 공주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을 보면 보통 신분이 아닐 것이다.

"멸친어린천룡군!"

"멸친어린천룡군?"

"응! 황권을 수호하는 직책인데, 황제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벌할 수가 있어. 설령 황후나 황자라 할지라도……. 그냥 쉽게 말하면 황제 다음에 나라고 생각하면 돼."

"그런 직책도 있어요? 동창이니 금의위가 아니고요?"

지금 황궁으로 진출하는 유저들 중에서 무인이라면 군부보다는 동창이나 금의위로 진출하고 있었기에 수진이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니야, 그들은 나를 천군교두라 불러."

"그건 뭐예요?"

"황제의 군사를 가르치는 무공 사범이야."

수진은 무엇이라 할 말을 잊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세력을 가진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무림에서는 그 사람을, 신비이객이라는 호면객 또는 사신낭객이라 부르고 있으며 과거에는 일마라 칭했고 천에서는 제일인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금도 천에서 제일인이다.

"그럼, 오빠는 이번 일만 끝나면 황궁으로 들어가면 되겠네요?"

"아니, 조용한 마을에서 서당을 짓고 글 선생을 하면서 천을 즐길 생각이야."

"안 돼요. 황궁에서 뒷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너도 나도 황궁으로 가려고 줄을 서고 있는데, 그 좋은 벼슬을 두고 왜 서당을 짓고 살아요! 안 돼요. 오빠는 무조건 황궁에 들어가요. 여차하면 나도 들어갈 테니까……."

현수는 수진의 말에 놀라 고개를 저으려 했다.

"그렇게 해요. 전 이곳에서 접속을 해제할게요. 오빠는요?"

"어? 난 종남파에 올라가 봐야 돼. 애들에게 맡겼다고 하지만 상대가 공주이니 그들 역시 쉽지는 않을 거야."

"네! 그렇게 해요. 그리고 오빠!"

"어?"

"오늘 정말 오빠 멋있게 보였어요. 완전 날 구하러 온 백마 탄 왕자처럼……."

수진은 현수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여자는 로맨스를 꿈꾸지만 오빠한테 그걸 바라진 않을게요. 그리고 고마워요. 모든 걸 이야기해 주어서."

수진은 접속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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