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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황의 반지! (41/57)

살황의 반지!

수빈은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니 산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왜 그러고 있느냐?"

"깨어나셨습니까? 다행이십니다, 마마."

수빈은 자신이 독황문의 무리에게 당한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령과 산이 이리로 데리고 온 것까지 기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군께서 마마를 구했습니다. 마마는 환희쾌락산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수빈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군이 구했다는 말에 오해를 했다. 산은 그런 수빈의 마음을 읽었는지 내공으로 약의 기운을 태웠다고 말해 주자, 그제야 정상적인 얼굴로 돌아왔다.

"헌데, 넌 왜 그러고 있느냐?"

"군께서 마마를 지키라 하였사옵니다."

지키라고 들었지, 무릎을 꿇고 있으라 듣지는 않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었단 말이야?"

"아닙니다, 저는 마마를 보필하지 못한 죄인입니다."

"괜찮다, 일어나거라."

수빈은 아무 일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산은 그럴 수 없었다. 수빈이 깨어나면 현수가 자신을 벌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가서 이 공을 불러오너라. 내가 너의 죄를 사하라 전하겠다."

"알겠습니다."

산은 밖으로 나와 현수를 찾았다. 현수는 막대한 내공을 소비해 운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수의 막사에 다가서자 천밀위 수장인 령이 산을 막았다.

"군께서는 지금 운기 중이시다. 왜 이리 왔지? 분명 군께서는 너에게 마마를 지키라 명하였다."

"마마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군을 찾으십니다."

령 역시 공주가 무사하게 깨어났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가서 마마께 전하라. 군께서 운기를 마치면 마마께 갈 것이다."

산은 뒤돌아 다시 수빈의 막사로 갔다. 현수는 밖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운기를 마치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현수의 앞으로 전서구가 도착했다.

역발산이 죽어서 무공이 사라졌다는 내용과 더불어 남궁세가의 정예들을 구했다는 소식이었다.

"BS에 가서 무공이 사라졌다고 하소연도 못하잖아. 젠장! 그놈 속으로 많이 답답했겠는데."

"마마께서 군을 찾으십니다."

"알겠다."

수빈의 막사에 도착했다. 산은 수빈의 옆에 서 있었다.

"다행입니다, 마마!"

"이 공이 저를 치료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행히 제가 마마를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현수의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현수는 용천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죄인 산은 명을 받아라."

수빈은 현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산이 죄인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산 역시 아무 말 없이 현수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공!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산이 죄인이라니요.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러니 이 공은 용천검을 거두어 주십시오."

현수가 용천검을 내세워 산을 벌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수빈이었다.

"마마, 천밀위 산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을뿐더러 당가는 물론 무림을 위기로 몰았습니다. 한데, 어찌 죄인이 아니겠습니까?"

단호한 현수의 태도에 수빈은 흠칫했지만 이내 이유를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가와 무림을 위기로 몰아넣다니요? 산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해를 하셨습니다."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마마를 위험한 곳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또한 마마는 독황문의 무리에 잡힐 뻔했습니다. 그게 어찌 오해라고 생각하십니까. 마마는 황궁을 벗어나면서부터 이미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마마께서 독황문의 무리에게 잡혀 욕을 보였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폐하께서 무림을 그냥 두시겠습니까?"

수빈은 현수의 뜻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이 무사하니 아무 일 없이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나, 이 공! 전 이제 괜찮습니다. 이 공께서 저를 치료하셨지 않습니까?"

"다행히 저의 능력이 닿아 치료는 할 수 있었습니다. 하오나 마마,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십니까. 만일 산을 이대로 용서하면 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수빈은 산의 앞을 막아섰다.

"아니 됩니다, 이 공! 제발 용천검을 거두어 주십시오."

"령은 명을 받아라. 이 일은 황궁인의 일이다. 그러니 주위를 차단하라. 아무도 이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

현수의 단호한 음성에 령 역시 몸이 떨리고 있었다.

"마마, 비켜서십시오."

"아니 됩니다. 이 공, 제가 경솔했으니 그만 화를 푸십시오. 다시는 저의 멋대로 행동치 않겠습니다."

현수는 또 한 번 용천검을 들어 올렸다.

"공주는 명을 받으라. 물러서지 않으면 공주 역시 무림을 위기로 몰아간 죄를 물어 단죄하겠다."

흔들림 없는 현수의 의지에 흠칫했다. 수빈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용천검을 거역하는 것은 황제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다. 자신이 명을 거역함으로써 황궁에서 황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현수가 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오나 이 공,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현수의 기세로 진짜 산의 목을 벨 것만 같았다.

"죄인 산, 군의 명을 받습니다."

"너의 경솔함이 수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인정하는가?"

"그렇습니다."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바란다."

용천검이 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수빈은 고개를 돌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산!"

현수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산의 머리카락이 잘려 흐트러지고 있었다. 공주는 산을 보았다. 령도 산을 보았다.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현수를 따라 수빈의 막사를 떠났다.

"다행이야, 그렇지?"

"마마, 소인은 이미 한 번 죽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괜찮다, 이제 다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느냐. 다행이야, 다행."

현수는 막사에 돌아와서 수빈의 성격이 그렇게 삐뚤어지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령! 황궁에 들러 외공의 무공서 하나를 폐하께 허락 맡고 가져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군! 그리고 감사합니다. 산을 살려 주셔서……."

현수의 막사를 떠나는 령의 신형이 사라졌다. 당가의 사람들은 공주의 막사로 모여들었다. 아마 공주가 무사한지 걱정이 되었나 보다.

수진은 일어나자마자 현수를 찾아왔다.

"오늘 뭐 하세요?"

"마마의 심신을 안정시켜야 돼요. 그런데 왜요?"

"아니에요. 그냥 조금 있다 밥 먹으러 나오면 저 좀 먼저 보고 가세요."

수진은 이 말을 남기고 공주의 막사로 향했다.

"왜 저러지? 오늘 전기세, 물세 받는 날인가? 그런 건 야가 알아서 할 건데. 뭐, 조금 이따 가 보면 알겠지."

시간이 지나 현수는 접속을 해제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수진을 불렀다. 수진은 어디 나갈 참이었는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현수를 맞이했다.

"왜 절 불렀어요?"

수진은 현수의 말을 듣고 조금은 섭섭한 표정이었다.

"오빠, 천에서는 말도 잘하더니, 그냥 수진아 그래요. 저 지금 잠시 나갔다 오려고 하는데 같이 갔으면 해서요."

"아니에요, 전 그냥 집에 있을래요. 수진 씨 혼자 다녀오세요."

"수진이……! 그러지 말고 저랑 같이 나가요. 그렇게 게임만 하면 정신 건강에 안 좋다니까요. 옷 챙겨 입고 나와요. 기다릴게요."

혼자 결정해 버린 수진이었다. 현수는 2층으로 올라와 야를 물고 늘어졌다.

"야! 너 일부로 이런 곳으로 이사 왔지?"

-왜 그러십니까? 현수 님,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야! 그냥 조용한 원룸으로 구하면 내가 이렇게 고생 안 하잖아?"

-혼자 생활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수 님께서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 생활하셨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 현수 님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입니다.

오늘은 야가 입바른 소리를 조금 했다. 현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구시렁대고 있었다.

"야! 일단 나 나갔다 올게. 젠장! 이게 뭐야."

-어디 나가십니까?

"그래, 수진이가 함께 어디 좀 가잔다."

-참 좋을 때입니다. 잘해 보십시오. 밥도 사 주고 그러십시오. 혹시 압니까? 수진 씨가 현수 님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잘하긴 뭘 잘해?"

-현수 님께서 혹여 잘되시면 저도 떨어지는 콩고물이 있을 것 아닙니까? 어머님의 소원도 들어 드리고 말입니다. 현수 님, 전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아래층에 인공지능 컴퓨터 한 대만 사라고 전해 주십시오. 혼자 있으니 너무 외롭습니다.

말로 야를 이기는 일은 이미 포기했다. 현수는 그런 야를 한번 노려보았다.

-그런 사랑스러운 눈은 저에게 보내지 마시고 수진 씨에게 보내십시오. 이왕이면 데이트라는 것을 한번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함께 다니면서 쓸데없이 천의 게임 이야기나 하지 마시고 좀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어 보십시오.

"킁! 관두자, 다녀올게."

현수가 수진에게 잡혀간 곳은 백화점이었다. 많은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은 현수가 싫어하는 장소 중 하나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수진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현수는 이것이 아이 쇼핑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휴, 왜 사지도 않으면서 저렇게 바쁘게 돌아다니지?"

"아저씨! 이리 와 봐요. 이거 정말 예뻐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수진은 큰 소리로 현수를 불렀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진에게 다가갔다. 수진은 모자를 하나 현수에게 씌워 주고는 너스레를 떨었다.

"와! 진짜 잘 어울린다. 그 모자 아저씨를 위해 만들었나 봐요. 저기요, 이 모자 얼마예요?"

수진은 현수에게 모자를 선물했다. 현수는 수진을 보았다. 왜 나에게 모자를 사 주느냐는 눈치였다.

"헤헤! 사실은 전 가진 게 많이 없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좋은 아이템들을 주었잖아요.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요."

현수가 수진에게 준 비단 셋의 아이템 값이 모자였다. 현수는 그런 수진이 고맙기도 했다.

"휴, 그럼 이제껏 모자 하나 사려고 이렇게 돌아다닌 거야? 수진이가 일이 있어 나온 게 아니고요?"

"왜요? 모자가 마음에 안 들어요?"

현수는 그런 수진에게 무엇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사 주기 위해서 이렇게 나왔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생겼다.

"아니에요, 저기로 가요."

현수는 수진을 데리고 스낵 코너가 있는 곳으로 갔다. 꼬치가 노릇하게 익고 있는 것을 본 수진의 목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맛있어 보이네."

"그래요, 잠시만 있어 봐요."

현수는 값을 치르고 수진에게 꼬치를 하나 건네주었다.

'분명 야의 짓이다. 도대체 수진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 또 둘이서 무슨 계획을 짰는지…….'

속으로 야를 욕하는 현수였다.

"냠냠냠! 맛있다. 근데 오늘은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든 것 같네요. 행사하는 것 같지도 않는데."

"그래요? 항상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나요?"

"아니요. 이곳저곳 구경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저기 한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경우는 행사 같은 것을 할 때뿐인데… 아저씨! 우리 저기 한번 가 봐요."

수진은 현수의 팔을 당기고 걸음을 재촉했다. 천의 아이템 거래소였다. 한쪽에서는 아이템 목록들이 나열되어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아이템들의 부가 설명이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지고 있었다.

"와! 이게 천의 아이템 거래소인가 봐요. 신기하다."

현수는 천천히 아이템 목록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눈에 띄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응! 살황의 반지?"

살황의 반지라는 아이템이 거래 물품으로 나와 있었다.

"저기 이 아이템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키보드로 물품을 입력하시면 모니터를 통해 아이템의 설명과 현재 거래의 최고가와 경매 마감 시간이 함께 나옵니다. 한번 해 보십시오."

친절하게 설명하는 점원의 말에 따라 현수는 키보드로 살황의 반지라고 입력했다.

아이템 살황의 반지

등급 : 상급 유니크

옵션 : 순발 +20

설명 : 전설적인 살수인 살황의 유물로 살황과 함께 사라진 반지.

살황의 유물인 목걸이 팔찌와 함께 셋트로 착용 시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급의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아가씨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진짜 아가씨의 유물인가?'

현수는 경매가를 확인했다.

경매가 현재 사백칠십만 원. 경매 마감 시간 9일 밤 11:59

오늘이 마감일이었다. 현수는 키보드를 통해 5백만 원을 기입했다. 5백만 원이면 유저들 역시 갈등을 할 것 같았다. 또한 시간상으로 쉽게 5백만 원 넘을 것 같지 않았다.

현수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었지만 만약 진짜 살황의 유물이라면 현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물건이었다. 수진은 현수가 아무 거리낌 없이 5백만 원이라는 금액을 써 넣자 약간은 놀라고 있었다.

수진은 고작 아이템 하나에 그 많은 금액을 건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수진은 자신이 내놓은 아이템을 확인해 보았다. 비록 명주 셋이라고 하지만 전부 플러스 10짜리의 아이템이었다. 한편으로 약간은 기대를 하고 자신의 아이템을 찾았다.

"앗! 오빠, 오빠, 여기… 이거, 내 아이템의 경매가야!"

수진은 현수를 팔을 당겨 아이템의 경매가를 보여 주었다. 경매가를 보고 현수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네요. 아직 하루가 더 남아 있으니 조금은 더 올라갈 거예요."

아이템 : 명주 방어구 세트와 명주 액세서리 세트(세트로 팖)

옵션 : 각 +10 짜리의 아이템

세트 착용 시 부가 효과로 기력양의 20%의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경매가 현재 3,300,000 경매 마감 시간 10일 밤 11:59

수진은 자신의 아이템이 그렇게 비싸게 팔릴 줄은 몰랐다. 아니 아이템이라는 것이 이렇게 비싼 줄 모르고 있었다. 수진은 기분이 좋은지 자신의 아이템을 보고 웃고 있었다. 현수가 준 아이템을 생각했다. 자신이 입고 있는 비단 아이템은 이것보다 더 비싼 아이템이었다. 그런 아이템을 모자 하나로 때우려고 했던 것이 미안한지 현수의 팔을 당겼다.

"저기 오빠, 나 정말 아이템이라는 것이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어요. 오빠가 준 비단 셋 있잖아요……."

현수는 수진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는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를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수진 씨,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리고 전 벌써 이렇게 아이템 대금까지 받았잖아요."

그래도 미안한지 수진은 현수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럼 제가 맛있는 거 사 줄게요. 백화점 꼭대기로 올라가요. 나 그곳에서 밥 한번 먹어 보고 싶었거든요."

수진은 현수와 백화점 꼭대기의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수진이 큰마음 먹고 사기로 하고 올라간 것이었다. 하지만 수진은 메뉴판을 보는 순간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비싼 음식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예상을 넘는 금액에 쉽게 음식을 주문하지 못했다. 그런 수진의 마음을 읽었는지 현수가 음식을 주문했다.

"이게 맛있어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현수가 안내원에게 가서 무엇이라 말하는 것을 보았다. 수진은 궁금한 마음이 들어 메뉴판을 보고는 몸을 떨었다.

"수진 씨 돈이라는 것… 참 신기한 물건이라 써 본 사람이 쓸 줄도 아는 거예요. 이때까지 수진 씨는 검소하게 생활했으니 이런 곳에서 식사하고 값을 치르기는 조금 힘들 거예요."

수진은 작은 소리로 현수에게 말했다.

"네! 그래도 오늘은 제가 살게요. 그런데 무슨 밥 한 끼 먹는데 십만 원이 넘어요?"

"괜찮아요. 오늘 수진 씨가 모자를 사 준 답례로 제가 살게요. 내가 사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데 다른 사람이랑 합석해도 괜찮아요? 사실 그 녀석이 물주거든요."

현수가 말한 물주가 왔다. 수진도 잘 알고 있는 사람, 바로 승천룡 건이었다. 수아 역시 함께 있었다.

"웬일이냐?"

"밥 먹으려고 수진이가 이리로 오자고 해서."

건은 현수를 한번 노려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현수의 말이 조금 부드러워진 것을 느꼈다.

"사귀냐?"

"아니, 전에 아이템 준 것이 고마워서 나 모자 하나 사 준다고 이리 왔어."

수아와 수진은 어느새 짝이 맞는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버지는?"

"응! 수아 본 다음에 어머니랑 함께 영화 보신다고 영화관에 갔어. 현수 네가 여기 있는 거 알았으면 아버지도 이리 오셨을 텐데. 음식은?"

"시켰다, 항상 먹는 걸로."

조금 이따, 주문한 요리가 나오자 수진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마치 천에서 만천화우를 뿌리는 그런 손놀림이었다. 모두 수진의 손놀림에 감탄하고 있었다.

"얘! 천천히 먹어. 아직 다 나오려면 한참 멀었어."

수아는 정신없이 먹는 수진을 말리고 있었다. 수진의 대답이 명답이었다.

"걱정 마, 나의 배는 이미 만천화우로 쪼개 놓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들어간다. 그리고 요리를 만들어 주신 주방장님께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디저트라도 하나 더 주지. 안 그래요?"

"하하, 수진 씨 말이 맞습니다."

수진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세 사람도 빠르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수가 뇌전류를 사용하는 손놀림을 보이기 시작했고 건 역시 승천도결을 사용하는 솜씨로 요리를 잘라 수아의 접시 위로 올려놓았다.

수진은 그 모습이 부러웠는지 현수를 보았지만 먹기에 바쁜 현수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칫! 오빠, 저기 봐요. 건 아저씨는 수아에게 고기도 잘라 주고 하는데, 오빠는……."

"건이는 원래 저렇게 먹어요, 신경 쓸 것 없어요."

수진은 현수를 흘겨보고 있었다.

"이해하세요. 수진 씨! 현수가 조금 막힌 데가 있거든요. 그래도 많이 발전한 것 같네요. 저 녀석이 여자와 함께 이런 데까지 올 정도면……."

식사를 다 한 후, 커피를 마시면서 천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현수는 건과 헤어져 수진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수진은 현수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또 먹고 싶다, 그 요리."

"자주 먹으면 질려요. 그리고 오늘은 건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다음에 또 건이 있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요."

"핏, 아이템을 살 때는 물 쓰듯 돈을 쓰더니?"

현수는 하늘을 올려 보고 있었다. 현수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는 것을 수진은 알 수 있었다.

"그래요, 그렇게 돈을 쓰지만 결국 그 돈은 나에게 다시 돌아올 거란 걸 알고 있으니 그렇게 하는 거에요. 조금은 부끄러운 말이지만 난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사실 나 역시 수진이와 비슷해요. 돈을 쓸 줄 몰라요. 간혹 집에서 시켜 먹는 밥값도 아깝다고 생각하는걸요. 하지만 그걸 먹어야 내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어요."

"칫! 하지만 지금 오빠 생각은 잘못된 것이에요."

"알아요. 하지만 일반 직장에 들어가서 받는 봉급으로는 어머니의……."

수진은 현수의 슬픈 눈을 보았다. 현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하는데 현수의 슬픈 눈을 보았기 때문일까, 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람이 시원하게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다음번에는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쳐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수진은 현수의 옆에 바짝 붙었다.

현수는 그런 수진을 보고 웃었다. 가끔은 짜증이 나고 가끔은 이렇게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그런 수진이었다. 현수는 그런 수진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 가고 있었다.

"오빠, 오늘 즐거웠어요."

"저도 수진 씨 덕분에 오랜만에 영양 보충을 했어요. 그럼, 나중에 천에서 봐요."

"네!"

현수는 야를 불렸다. 그리고 살황의 유물이라는 반지의 경매 상황을 체크했다. 아직 경매 시간이 조금 남았기 때문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제길, 야! 7,000,000까지 올려!"

-알겠습니다, 현수 님.

살황의 반지의 경매가 현수의 생각보다 많이 올라갔다. 현재 6,800,000까지 올라가 현수는 자신의 한계선인 7,000,000까지 불렀다.

"젠장!"

-포기하십시오, 현수 님! 저쪽에서는 포기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안 돼! 7,500,000까지 불러!"

-포기하십시오. 이미 경매 시간이 끝났습니다.

"빌어먹을. 어떤 미친놈인지 한번 보고 싶다. 저놈!"

결국 살황의 반지는 7,700,000에 다른 유저의 손으로 넘어갔다.

"제길! 야, 나 잔다. 내일 일찍 깨워 주라."

-알겠습니다. 현수 님, 다른 살황의 유물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나도 아가씨의 레어로 가서 알아봐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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