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벤트 (37/57)

이벤트

사사혈천의 내부로 들어온 유저들과 사사혈천 무사들의 팽팽한 접전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유저들 중에서도 탑리목 분지에서 사냥하는 자들이라 그런지, 쉽게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당하지 않았다. 사사혈천의 무사들 역시 유저들에게 쉽게 당하지 않았다.

소뇌음사의 라마승들은 현수의 뒤를 쫓다 졸지에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싸우게 되었다.

방각과 혁무기의 뒤를 따르는 천마회와 천지회의 고수들은 오히려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제압하며 숨어 버린 호면객을 찾았다. 하나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몰려나오는 사사혈천의 무사들에 의해 다른 이들은 조금씩 사사혈천의 밖으로 밀려 나갔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천마회와 천지회 역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시팔! 호면객은 어디로 튄 거야?"

잡으려는 호면객은 보이지 않고 쓸데없는 사사혈천의 무사들만 상대하던 방각이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호면객이 사사혈천과 손잡은 것 아니야?"

답답한 혁무기가 사사혈천의 무사 1명을 때려눕히면서 말했다.

"빌어먹을!"

호면객을 잡을 수 있는 건수를 놓친 이들은 더 이상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경험치 면에서는 많이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죽어야 한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뒤로하고 혁무기의 천지회가 먼저 사사혈천을 빠져나왔다.

천지회가 빠지니 순간 상황이 역전되어 버렸다. 방각을 비롯해 천마회의 고수들 역시 아쉬움을 뒤로하고 빠질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의 양대 산맥인 천지회와 천마회가 빠지자 유저들은 분위기를 읽고 서둘러 사사혈천에서 빠져나왔다.

"크악!"

개중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상처를 입거나 죽는 유저들도 여럿 있었다. 유저들은 모두 빠져나왔지만 라마승들은 사사혈천에 뼈를 묻어야 했다.

그 후 사사혈천의 무사들은 사사혈천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지키며 유저들을 경계했다. 유저들은 다시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혁무기와 방각은 미련 없이 사사혈천의 내원을 떠나 자신들의 문파로 돌아갔다. 이들 역시 베타 시절을 겪은 이들이라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사사혈천의 내원은 순간 고요해졌다.

* * *

"피해는?"

"무사 100여 명이 죽었습니다."

광소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기습이라고 해도 잠깐의 난리로 인해 죽은 숫자치고는 너무 많았다.

"평소에 수련을 등한시했나 보군. 누군가?"

"문을 부수고 들어온 자들은 부적의 힘을 이용해 자리를 피했습니다. 근데 곧바로 호면객이 들어왔습니다. 그 뒤를 소뇌음사의 라마승들이 따라 들어왔고, 다른 무림인들이 호면객을 잡기 위해 들어왔다가 우리와 충돌이 있었습니다."

"라마승?"

소뇌음사의 라마승들이 호면객의 뒤를 쫓아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렸다. 호면객이 소뇌음사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이곳에서도 난리를 칠 생각으로 그들을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면객은?"

"들어온 즉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빠져나간 흔적은?"

"그것이 애매합니다."

사사혈천을 주관하는 총관의 말을 들은 광소는 빠르게 명을 내렸다.

"찾아라. 그 역시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침입했다면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주요 시설의 경계를 강화하고 일반 무사들을 제외한 각 당의 무사들에게 호면객을 찾게 하라."

"네!"

사사혈천은 호면객을 찾기 위한 수색과 경계를 강화하며 광소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 * *

"크하하하하!"

내력이 실린 웃음이라 신전이 크게 흔들렸다.

1황자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었다. 그의 손에는 하나의 책이 쥐여 있었다.

"찾았다! 이놈, 기다려라."

그는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책 속의 내용에 빠져 들었다.

현수에 대한 원한이 그토록 사무쳤는지, 다 읽은 책장을 찢어 입으로 가져가는 1황자였다.

한 장, 한 장, 악마록은 그렇게 모두 1황자의 입으로 들어갔다. 책의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그 속도는 빨라졌다.

책장이 입으로 들어갈 때마다 1황자의 전신에서는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악마록≫을 모두 먹었을 때 검은 연기에 가려 1황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으으!"

검은 연기 안에서 1황자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안 돼!"

절규하듯 소리치는 1황자는 무엇인가와 싸우고 있는 듯 보였다. 마치 거부하지 말고 자신의 힘을 받아들이라는 듯 유혹하는 ≪악마록≫이었다.

"크크크!"

악마록의 책장을 먹음으로써 만사신군의 악마지력이 1황자의 몸에 스며들었다. 어떻게 보면 만사신군의 부활이기도 했다.

"크크크! 이것이 나의 새로운 몸인가? 좋군. 대륙의 황제 자식이라… 크크, 빌어먹을 무황의 후손이란 말이지. 크크! 좋아. 호오! 소뇌음사와도 연관이 있군."

만사신군은 1황자의 기억을 모조리 더듬고 있었다. 혼자서 계속 무엇이라 중얼거렸다.

"크크! 좋아, 1황자라… 그럼 1황자가 되어 주지. 대륙의 황제라… 크하하하하!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다시 한 번 크게 웃는 만사신군이었다.

* * *

"무조건 레벨 업이야. 차이가 확실히 나!"

"어떤 차이?"

천연장으로 돌아온 현수는 자신이 소뇌음사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만사귀가 5레벨 차이의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고 했잖아?"

"그래, 그건 틀린 말이 아니지."

"아니야,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초절정과 절정의 무공 차이! 난 그렇게 생각했어. 아무래도 우리는, 아니 무공을 익힌 유저들은 보통 일류나 절정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만사귀가 놓쳤어. 일류와 절정은 엄연히 차이가 있어. 소뇌음사의 무공은 절정 이상이야. 레벨의 차이도 있으니, 우리는 무조건 레벨 업을 해서 전직해야 돼."

현수의 말은 일리가 있는 것처럼 들렸다. 천연회의 사람들은 다시금 몬스터와 몬스터 NPC에 대해 생각했다. 무엇보다 레벨을 100으로 만들어 전직을 해야 했다. 환골탈태!

스탯을 그냥 재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무공의 특성에 맞게 스탯을 재분배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이득인지는 천을 하는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2차 전직을 한 사람의 수는 모두 100명 안팎이었다. 제일 먼저 천마회의 방각이 했고, 그 뒤를 천마회의 부방주가 했다. 그리고 그 뒤를 천지회의 회주 혁무기가 이었다.

"그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거야? 난 모르겠는데. 그냥 몸으로 경험해 보니 사사혈천의 무사들 역시 별것 아니던데?"

역발산은 자신이 사사혈천의 입구 다리에서 경비 무사들과 싸웠던 게 떠올랐다. 조금 강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현수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일반 무사라서 그래. 소뇌음사도 그랬어. 일반 무사보다는 각 당에 소속된 무사들이, 그리고 당에 소속된 무사보다는 당주 급이 두 배나 강했어. 아마 사사혈천 역시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

"두 배?"

모두 현수의 말을 듣고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렇지, 두 배라는 말이 좀처럼 믿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뭐, 레벨 업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니 그렇게 하지."

건이 현수의 말에 동조하고 나왔다.

"참! 그리고 화화는 지금 무공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인가 봐. 곧 무림에 나온대."

"그래?"

건의 말을 듣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 무슨 무공? 우리에게 숨길 정도라면 혹시 10개의 던전 중에서 하나를 찾은 것 아니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안 가르쳐 주던걸?"

"좋은 소식이네."

"오빠한테도 연락이 왔어요. 모산의 차기 문주로 오빠가 내정되었다고 해요.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퀘스트만 하면 모산의 문주가 확실히 된다고 했어요."

연이어서 들려오는 좋은 소식에 천연회는 잔치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동영으로 간다. 그곳에서 죽어라 업만 할 테니 특별한 일 없으면 찾지 마. 그리고 이번 일로 사사혈천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한두 명은 그곳에서 사냥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가지."

현수를 제외한 모두는 사사혈천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부르주아 백수의 생리에 따라 아이템을 보고 그렇게 결정한 것이었다.

현수 역시 이들이 모두 사사혈천으로 사냥을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수는 이번 동영에서 환사의 술법을 최대한 익힐 생각이었다.

"좋아. 그럼 너희들 중 1명은 천연장에 남아. 혹시 모르니 말이야. 그리고 하오밀문의 정보를 만사귀에게 넘겨주는 일은 이화가 해."

"그렇게 하지."

"그렇게 할게요."

현수는 전서구를 보냈다. 이제까지의 일을 황궁에 보고해야 했고, 또 령이 동영의 살수 출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동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현수는 동영으로 떠나는 길에 령을 만나 서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동영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군, 동영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서장의 움직임도 석연치 않았어. 동영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넌 폐하께 안부를 전해 주고, 내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해서 대비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저기……!"

령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뜸을 들였다.

"왜? 부탁할 것 있으면 말해, 령. 네가 동영 출신인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야."

"저에게 딸이 하나 있습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딸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을 했습니다. 혹시 시간이 나시면 딸의 행방을 알아봐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그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어떻게 할까? 찾으면 이곳으로 데리고 올까?"

"그렇게 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못 했던 아비 노릇을 다하고 싶습니다."

현수는 령을 보고 미소 지었다. 령 역시 자식을 둔 부모였다. 현수는 령의 말을 듣고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래, 그렇게 할게. 그리고 다녀와서 우리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해."

"감사합니다."

현수는 령을 뒤로하고 동영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동영에 도착한 현수는 먼저 사냥터를 정했다. 환사의 술법을 어느 정도 익힐 때까지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레벨 업 하는 것이 왜 이리 힘들어?"

현수는 사냥터를 잘못 골랐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살수의 종주인 살황의 비기를 모두 알고 있는 현수가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장소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체력과 방어력이 약한 현수에게는 조금의 실수도 큰 위협이 되었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때문에 환사의 술법은 빠르게 그 성취를 더해 갔다. 하나 현수의 살수가 동영의 살수들에게 전해지자 동영에서 끝없는 도전을 받아야 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리 싫은 일은 아니었다. 몬스터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니 오히려 더 편했기 때문이다. 다만 항상 긴장해야 하는 일이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뇌전류!"

동영의 살수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환영사사연혼술! 팔검수화진검류!"

여전히 소리가 나지 않았다.

"독한 놈들,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리를 내야 알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것을 알고 현수는 끝내 확인하는 것을 포기했다.

일단 살황의 탐지술에 걸리면 무조건 공격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살황의 탐지술이 계속 사용되고 있었다.

밤이 찾아오면 더욱 위험했다. 어둠은 살수들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현수는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귀곡자의 진이었다.

귀곡자의 진은 독이 필수로 들어가야 했지만 독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살수들의 천국인 동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동영에는 몬스터와 살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살수들을 사냥하는 유저들이 적었다. 일반 몬스터를 잡는 유저들이 너무 많이 자리를 잡아 몬스터를 찾기도 힘들었기에 현수는 살수들을 택한 것이었다.

"쉬자."

귀곡자의 진을 완성한 현수는 그 안에서 잠을 청했다. 물론 접속을 종료하기 위한 잠이었다.

잠을 청하고 접속을 종료하는 것과 그러지 않고 안전지대에서 그냥 접속을 종료하는 것의 차이를 알고 난 후부터 꼭 이렇게 잠을 청하고 접속을 종료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현수는 동영에서 3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많은 몬스터가 몰려와 줘서 레벨 업은 빠른 편이었다.

또한 현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귀곡자의 진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 진법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10성의 만화천변단심술의 천변변환역용술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얼굴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빨라졌다.

동영은 현수에게 무공이 10성이 다가 아니란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는 곳이 되었다.

"환사의 술법만 완전해지면 다른 던전의 무공들과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현수의 마음 한쪽에서 조금은 부담이 되었던 10개의 던전 무공이었다. 이제 야의 말대로 한 수 떨어진다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 * *

현수는 게임상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을 사냥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성과를 확인했다.

"상태 창 오픈!"

이름 : 이현수 레벨 : 99

직업 : 멸친어린천룡군(전직할 수 없음)

체력 : 1,375(+197) 기력 : 2,350

공격력 : 10(+30)(+30) 방어력 : 10(40)

순발력 : 10(+130) 민첩성 : 116

인내 : 90 맷집 : 71

NPC와 호감도 : 100% 황제의 신임도 : 100%

경험치 : 2/100

생활 스킬 도축-가죽과 고기를 얻을 수 있다.

게임상으로 3달이라는 시간이 걸려 28레벨을 올렸다. 현수는 동영에서 최소한 120레벨까지 올릴 생각이었다.

"무공창 오픈!"

운중비록 : 11성

-보법 : 운중난화무, 운중무영보, 운중광속신형보

-경신법 : 운중탄영신, 운중무영신

살황의 일기장 : 11성

-지둔술, 추적술, 탐지술, 은신술, 잠입술(운중비록을 토대로 사용할 수 있음)

-뇌전류

기력을 사용해 적에게 타격을 준다. 한 줄기 빛과 같은 빠름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

민첩성 +400%의 타격을 준다.

-축골공

기력을 사용해 몸을 자유자재로 줄일 수 있다.(기력이 다하면 자동으로 축골공이 풀린다)

팔검수화진검류 : 10성

제작자 : 이현수 등급 : 절정

설명 : 구파일방의 무공들 중 검법만을 모아 ≪만자무서≫를 통해 합쳐 만든 무공으로, 일초의 검법이지만 여덟 가지의 변화가 숨어 있는 검법.

기력을 사용해 적에게 타격을 준다.

민첩성 +250%의 타격을 준다.

현천파열권 : 10성

제작자 : 이현수 등급 : 절정

설명 : 구파일방의 무공들 중 권법만을 모아 ≪만자무서≫를 통해 합쳐 만든 무공의 일초식의 권법으로, 총 여덟 번의 주먹을 빠르게 휘두를 수 있다.

기력을 사용해 적에게 타격을 준다.

순발력 +250%의 타격을 준다.

호심발도술 : 10성

제작자 : 이현수 등급 : 초절정

설명 : 구파일방의 무공들 중 도법과 살황의 일기장의 뇌전류를 합쳐 ≪만자무서≫를 통해 만든 도법.

기력을 사용해 적에게 타격을 준다.

민첩성 +300%의 타격을 준다.

천밀밀 : 10성

제작자 : 이현수 등급 : 절정

설명 : 구파일방의 무공들 중 호신기공으로 만든 무공으로, 검으로 검막을 만들어 적의 공격을 방어한다.

기력을 사용해 방어한다.

방어력 +200%의 방어력을 가진다.

≪만자무서≫

등급 : 무

설명 : 두 가지 이상의 무공을 합쳐 새로운 무공으로 만들 수 있는 무서.

만화천변단심술 : 10성

제작자 : 이현수 등급 : 초절정

설명 : 환희천궁의 무공서인 환락만화천변술과 소뇌음사의 환희옥보단심서를 만자무서를 통해 만든 무서.

-주안술

내력을 사용해 젊어 보이게 하는 방법. 한 번 사용하면 계속해서 유지된다.

기력 소모 -1,000

-천변환희미소

내력을 사용해 상대의 넋을 빼앗아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상대의 내력이 사용하는 사람보다 높을 때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동성에는 사용 불가.)

기력 소모 -1,000

-만화염매술

내력을 사용해 상대의 이지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상대의 내력이 사용하는 사람보다 높을 때는 반대로 자신의 이지를 상실한다.

기력 소모 -2,000

-단심흡정술

내력의 사용에 상관없이 음양 교합으로 상대의 내공을 빼앗을 수 있다. (동성은 불가)

-천변변환역용술

기력을 사용해 원하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 기력이 다하면 절로 풀린다. 이성으론 모습을 바꿀 수 없다.

기력 소모 -500

-환사의 술법

환영환희만술 : 6성

설명 : 적의 기억에서 가장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적의 방심을 유도할 수 있다.

내력 -200 소모

환영사사연혼술 : 6성

설명 : 적의 눈을 속여 환상의 늪으로 인도한다. 분당 10의 체력과 내력을 줄여 적에게 상처를 입힌다.

내력 -400 소모

환영연환사혼술 : 6성

설명 : 적의 기억에서 가장 괴로운 기억을 연속적으로 떠올리게 만들어 심마에 빠져 들게 한다. 분당 10의 체력과 내력을 줄여 적에게 상처를 입힌다.

내력 -400 소모

환영무적 : 1성

설명 : 환영환희만술, 환영사사연혼술, 환영연환사혼술이 10성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환사의 마지막 술법.

내력 -1,000 소모

자신의 상태 창과 무공 창을 보며 현수는 미소를 지었다.

* * *

"호면객은 이미 빠져나갔다는 것이 장로원의 생각입니다."

"음, 호면객이 그냥 빠져나갔다? 소뇌음사에서 경장각과 약당이 불에 탔고 또한 바로 탈출하지 않고 환희영생단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냥 물러갔단 말이지?"

"장로원의 결정입니다."

혹시 호면객이 사사혈천에 숨어 있을 것에 대비해서 지금까지 경계를 강화하며 호면객을 찾았던 광소였다.

"남황의 독황문은?"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서장과 동영은 우리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이?"

사사혈천의 광소는 중원을 치기로 결정했다. 그와 동시에 남황의 독황문과 서장의 소뇌음사와 동영의 수라천문에 함께하자고 연락했다.

"그래? 이유는? 우리 뒤를 치기 위해서인가?"

"아닙니다. 파라극이 당했다고 합니다."

광소는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장의 지배자인 파라극이 당했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누구에게? 누구에게 당했나?"

"아나타라고 합니다. 아나타는 본시 파라극보다 강했습니다. 다만 세력이 없다 보니 파라극 밑에 있었습니다. 하나 환희천궁의 궁도들을 이용해 라마승들을 회유하고 파라극을 쳤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고수 1명이 아나타를 도왔다고 합니다. 아직 그 고수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음!"

아나타라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나타의 야심을 광소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서장의 주인은 아나타인가?"

"아직은 아닙니다. 파라극의 손에서 해방이 된 포달랍궁과 대뇌음사 그리고 군소 방파들이 남아 있습니다. 아나타는 다시 서장을 통합하기 위해 우리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단체로는 힘이 부족한 서장은 세력을 모아야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동영의 수라천문은 왜?"

"살수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

"살수 사냥?"

"그렇습니다. 3달 전부터 동영에 1명의 살수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살수들만 죽여 수라천문에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잡히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수라천문은 그 살수로 인해 떨어진 자존심을 되찾을 때까지 그 살수를 쫓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묘하게 사건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하는 광소였다.

"지금 각 문파에 숨어 있는 자들에게 연락해라. 준비한 시간이 다가왔다고."

"알겠습니다."

* * *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사사혈천의 침공을 막아라.' 탑리목 분지의 사사혈천과 남황의 독황문이 함께 중원을 치기 위해 진격해 옵니다. 무림의 동도들은 사사혈천과 독황문을 물리쳐야 합니다.

이벤트는 사사혈천의 주인인 광소가 죽거나 구파일방의 수장들과 사왕천의 수장들이 사사혈천에 항복하면 끝납니다.

이번 이벤트 기간 동안 죽어도 무공의 성취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페널티로 인해 죽으면 이벤트가 끝나는 기간까지 접속할 수 없습니다.

이벤트의 상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사혈천의 교주인 광소를 죽이는 유저에게는 최상급 유니크 아이템 중 무기 한 종류와 방어구 한 종류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독황문의 교주인 만독신마를 죽인 유저 역시 같은 종류의 아이템이 주어집니다.

사사혈천의 부문주와 독황문의 부문주를 죽인 유저에게 각각 상급의 유니크 아이템 중 무기 한 종류와 방어구 한 종류가 주어집니다.

사사혈천과 독존문의 각 당주를 죽인 유저들에게는 최상급 레어 아이템 무기 한 종류와 액세서리 한 종류가 주어집니다.

사사혈천의 무사들이나 독황문의 무사들을 가장 많이 죽인 유저에게는 최상급 레어 세트 아이템 한 종류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독황문의 무사들에 한해서 경험치 두 배가 적용됩니다.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의 이벤트난을 참조해 주십시오.

때 아닌 이벤트로 유저들은 흥분했다. 하나 NPC들의 표정은 그리 좋은 게 아니었다.

이벤트로 인해 상황이 안 좋은 곳은 또 있었다. 바로 BS 그룹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그러게요, 말이 안 되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형욱은 수빈에게 무엇이라 변명하지 못했다. 자신 역시 천에게 이벤트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출근했기 때문이다.

"천에게 자세히 들어 보죠."

수빈은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황궁의 난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벤트를 하나. 일반 이벤트라면 별 상관이 없지만 지금의 이벤트는 조금 특수한 경우였다.

상위 3%의 유저들을 제외하고는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싸울 수 있는 이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 수빈을 힘들게 했다.

수빈과 형욱은 천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분명 사사혈천은 당분간 조용히 있을 것이라 저에게 알려 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인공지능들의 결정이니 저 역시 참견할 권한이 없습니다.

"왜 인공지능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잘은 모르나, 유저들 중에 누군가가 사사혈천을 건드린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해 사사혈천의 주인인 광소가 중원을 침공하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수빈의 머릿속에 한 사내가 떠올랐다. 그 사내가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예요?"

-최초의 제공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의 제공자요?"

그럼 다른 이유가 있단 말인가? 형욱은 최초 제공자라는 말에 관심을 가졌다.

"일마 이현수의 짓이지요?"

수빈은 단정하듯 말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가 자신을 향해 벌인 일이라 강하게 암시하고 있었다.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천!"

-알겠습니다. 최초로 사사혈천에 진입한 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걸로 봐서 모니터링이 불가한 이들이라 생각됩니다.

"음!"

-그 뒤에 호면객이 사사혈천으로 들어갔습니다.

"신비 이객 중의 1명인 호면객이요?"

-그렇습니다. 그 역시 모니터링이 불가했습니다. 그가 예전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NPC인지, 아님 모니터가 불가능한 유저들 중 1명인지는 모릅니다.

이야기를 들은 수빈과 형욱은 하루빨리 천의 처음 프로그램을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를 찾아야 했다. 그것만 찾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

-호면객에게는 현상금이 5만 냥이나 걸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사혈천이 외각인 탑리목 분지와 내원에서 사냥을 하는 유저들이 호면객을 잡기 위해서 사사혈천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사사혈천의 무사들과 싸웠습니다.

누가 호면객을 강하게 만들었을까? 수빈은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지금은 껍데기만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만약 사사혈천의 침공을 막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하기도 싫었다. 이벤트가 장기화되거나 구파일방의 수장들이 사사혈천에 무릎을 꿇으면 급격하게 천의 환경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니 작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좋아요, 천! 만약 중원이 막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천의 구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만일 광소가 중원의 무림에만 뜻을 둔다면 유저들은 사사혈천이 강한 억압 속에서 게임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 나타나서 사사혈천의 광소를 무너트리기 전에 말입니다.

"그럼 유저들이 하나 둘 떠나가겠지요?"

-확실치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반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확실하게 정사의 구도가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다만 여성 유저들은 떠나갈 것입니다.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수빈은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만약 이번 이벤트로 일이 잘못되면 BS 그룹의 후계자 싸움에서 자신을 제치고 자신의 오빠가 부상할 것이다.

수빈의 오빠인 수형은 제약 부분에서 가상현실을 도입해 임상 실험을 통해 지금 많은 약들을 실험하는 중이었다. 그중에는 이미 시판되는 약들도 있었다.

기업이라는 것이 이윤을 남겨야 하기에, 가상현실 천이라는 게임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수빈에 가려 있지만, 불치병이라고 알려진 병들의 완치약들이 개발된다면 상황은 역전될 것이다.

수빈은 그렇게 지는 것이 싫었다.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오류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면 몰라도 일개 개인에 의해 일어난 일로 자신의 자리가 흔들리는 것은 싫었다.

"반반이군요?"

-그래도 아직은 유저들이 조금은 이롭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수빈은 절망의 눈빛에서 희망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유는?"

-프로그램상 사사혈천과 독황문의 간세가 각 파에 침입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황궁과 남궁세가 그리고 당가 또 하오밀문과 모산파에서 이들 간세를 잡아냈습니다. 그들은 이번 이벤트에 피해를 전혀 입지 않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남황의 독황문이 강하다고는 하나, 사천의 당가와 사파의 만독문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럼 당가와 만독문이 남황의 독황문을 맡고 나머지 NPC와 유저들이 사사혈천을 막으면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형욱은 천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먼저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부를 모신 유저들은요?"

-그들 역시 모두 천에 등장했습니다. 그리 비관할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수빈의 마음 한쪽에서 무엇인가 내리누르는 것이 있었다. 천이 다른 문제를 이야기했다.

-문제는 이벤트가 너무 일찍 시작되는 바람에 외국 서버의 유저들 중 한국 서버의 유저들을 뛰어넘는 이들이 나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 그렇지요?"

-이벤트를 시작하게 되면 자동으로 외국인 서버에 패치가 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60대 몬스터들이 상향 조정되어 100대의 몬스터까지 나오게 됩니다. 1년간 두 배라는 이점을 통해 충분히 한국 서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들이 대거 출현할 것입니다.

그 정도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한국 사람들은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훗날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 * *

현수는 천연회에 전서구를 보냈다. 이유는 동영에서 계속해서 사냥을 하고 싶어서였다. 배울 것이 너무 많았다. 살수 대 살수의 싸움에서 현수는 진짜 살황이 될 수 있었다.

동영에서의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고작 경험치를 조금 더 주는 것과 아이템으로 이러한 경험을 놓치는 것이 너무도 아쉬워 이벤트에서 빠질 생각을 했다.

"나중을 생각하면 훨씬 이득이다."

현수는 살수들과의 싸움을 계속해서 해 나갔다.

* * *

사사혈천의 침공은 돈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돈황!

기원전 111년, 한무제가 흉노족을 정복하고 나서 4군의 하나인 돈황군을 거점으로 두고 한인들을 이주시켜, 서역 지배의 발판으로 삼은 것으로 그 역사는 시작된다.

묘하게도 돈황은 신강의 탑리목 분지의 남과 북에 걸쳐 있어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중원으로 들어오는 관문으로서 그 역할을 지금까지 해 오고 있었다.

사사혈천은 돈황을 먼저 점령함으로써 중원과 서역의 교역을 완전히 단절시켰다.

NPC 상인들은 사사혈천의 난이라 부르며 서둘러 옥문관을 넘어 중원으로 들어왔다.

중원에서는 사사혈천을 막기 위해 정파에서는 무림맹이, 사파에서는 사도련이 결성되었다.

무림맹에는 구파일방을 중심으로 오대세가와 군소 방파들이 모여들었다. 유저들 중 제일 문파인 천지회는 무림맹에서 빠졌다.

사도련 역시 사파의 사왕천을 비롯해 많은 군소 문파들이 모여들었으나 유저들의 사파 제일 문파인 천마회 역시 사도련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무림맹의 본 맹은 구파일방의 소림사를 임시 맹의 본부로 삼아 각 파의 수장들을 불러들였다.

"아미타불!"

후덕한 인상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스님이 대표로 모인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그가 바로 무림맹의 임시 맹주를 맡은 소림사의 방장인 혜원 대사였다. 혜원 대사는 소림의 절예 중 소림검을 모두 익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강한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사사혈천의 광소가 돈황을 점령해서 상인들을 핍박한다고 들었습니다."

"무사들을 보내야 합니다. 그들이 옥문관을 넘기 전에 광소를 처리해야 합니다."

"각 문파의 정예 무사들을 보내 이번 기회에 사사혈천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서로 말했지만 정작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그들을 상대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시주들은 잠시 조용히 해 주십시오."

혜원 대사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에게 잠시 조용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천지회가 빠진 무림맹에서 유저를 대표하는 문파는 현천문과 태극문파였다.

그들이 유저들을 대표해서 지금 구파일방의 수장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개방의 취허자 시주가 먼저 조사한 것을 알려 주실 것입니다."

개방의 방주인 취허자는 개방의 타구봉법을 완전히 익혔다고 알려져 있었다. 취허자가 일어나 왜 사사혈천이 중원을 넘보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국 호면객으로 인해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사사혈천의 전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사혈천은 주인인 광소를 비롯해서 1원 2부 6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무사들이 사사혈천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개방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들의 수는 족히 3만에 가까울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들 중에 주의해야 할 무사들은 1만 정도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사사혈천이 아닌 이들과 연합한 독황문입니다."

웅성웅성!

장내가 독황문이라는 말에 잠시 들썩였다. 아무래도 독이라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무기라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음!"

"알다시피 지금 신강에서는 사사혈천이, 남황에서 독황문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원을 분배해야 하는 실정에 있습니다."

"어떻게 분배할 생각입니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한쪽씩 맡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문파들은 그들의 인도하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유저들의 대표로 참석한 이들의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무력에서 유저들보다 조금 앞서 있는 NPC들이 이들의 대표가 되는 게 당연하기에 두 사람은 무엇이라 말할 수 없었다.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들은 각 문파에 인원을 뽑아 옥문관에서 집결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사도련이 무림맹보다 먼저 움직였다. 사도련은 무림맹과는 달리 NPC와 유저로 나뉘어 사사혈천과 독황문을 막기로 결정이 난 상태였다.

사파의 유저들은 욕심이 앞섰는지 옥문관을 넘어 돈황의 월야천에 모두 모여들었다. 모인 수는 4,000명이 넘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정파 놈들은 옥문관에서 모인다고 하더군."

"우리가 힘을 빼면 노릴 생각인가 본데?"

사파의 유저들은 나름대로 정파의 유저들을 어리석다고 욕했다. 자신들이 사사혈천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오밀문은 이와 같은 정보를 천연회에 알렸다. 천연회는 이미 이벤트에서 빠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이벤트였다. 혹여나 죽기라도 한다면 이들은 대부분 무공을 잃어야 했기 때문이다. 탈취한 무공을 이벤트라고 해서 회수하지 않을 BS 그룹이 아니었기에, 이들은 다음 에피소드인 공성전에 대비해서 레벨 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화화공자는 주작에게 무공을 배워 천연회에 합류한 상태였다. 황궁에서 죽어 주작에게 무공을 배우는 동안 레벨 업을 하지 못했기에, 화화는 혼자 이벤트에 참가해서 상황을 알려 주기로 했다.

"현수는 동영에서 나올 생각이 없나 본데?"

"그러게. 먼저 전서구를 보낼 정도면 아마 뭔가 더 큰 것을 얻지 않을까 싶은데……!"

"어디서 사냥할 거야?"

수금인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좋은 곳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서장이나 동영?"

건이 쉽게 대답하자, 수금인은 사사혈천으로 들어가 빈집 털이를 제안했다.

"빈집 털이?"

"응! 생각해 봐라. 지금 놈들은 돈황에 모두 집결해 있잖아. 그러니 본거지는 빈집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지. 혹시 아냐, 빈집을 털어 대박 칠지."

수금인의 말을 듣고 모두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의 모습을 본 대장금은 고개를 흔들었고 수아와 혜련 그리고 이 화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지 멍해졌다.

누가 빈집을 털 생각을 하겠는가! 아마 이들이 우리나라 게임에서는 잔머리를 가장 잘 굴릴 것이라고 세 여자는 생각했다.

"그럼 계획을 세워야지. 무작정 들어갈 수는 없으니 말이야."

천연회는 빈집을 털기 위한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대장금은 체력 회복제 100개와 내력 회복제 100개를 준비했고 혜련은 직접 따라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화와 수아 역시 오랜만에 사냥에 나서기로 했다.

천연회는 아무도 모르게 사사혈천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정도의 무림맹이나 사도의 사도련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넌 어떻게 이런 데 머리가 잘 돌아가냐? 그냥 게임 하지 말고 공부해서 나라에서 한자리해. 그렇게 잔머리 굴리다 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 살기 좋은 나라가 될지도 모르잖아."

역발산은 수금인의 잔머리에 혀를 내둘렀다.

"그건 나도 몰라. 이상하게 돈에 관련된 일이라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아마, 천성이겠지."

사사혈천의 근처에 오자, 모두들 숨죽이고 기다렸다. 여전히 3명의 경비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빠르게 치고 들어가야 돼. 시간을 너무 끌면 돈황의 사사혈천 애들이 몰려올지 모르니 말이야."

"걱정 마. 사부에게 배운 무공이 어떤 건지 내가 확실히 인식시켜 줄게."

화화공자는 주작에게서 배운 무공에 자신감을 가졌다. 10개의 던전에 있는 무공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은 강력한 무공이었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좋아! 처음에 들어간 순서대로 한다. 역발산이 저들을 막으면 화화하고 상검이 살검이가 경비를 처리하고, 나머지는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건은 제일 처음에 입구를 부쉈을 때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가자!"

사사혈천의 입구로 몰려간 천연회의 사람들은 신속하게 맡은 일을 처리했다.

광란의 분노와 함께 금강부동심결을 사용하는 역발산이 놀란 이유는, 다름 아닌 화화의 무공 때문이었다. 사사혈천의 경비가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역발산은 화화공자를 보고 엄지를 추켜올렸다.

"기본이지."

화화공자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자신 또한 내심 많이 놀라고 있다. 속으로는 현수와 한번 붙고 싶을 정도였다.

콰아앙!

입구의 문이 부서지자, 천연회의 모두는 사사혈천의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역발산이 선두에 서고 화화공자와 필살검, 환상검이 몰려나오는 무사들을 처리하는 동안 수아와 이화가 다른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역발산 쪽으로 몰아왔다.

수금인을 앞세워 사사혈천의 무기고와 약당 등을 찾았고 건이 이들의 뒤에서 조금씩 몰려오는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인벤토리에 아이템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이들이 인벤토리를 가득 채우면 역발산과 다른 사람들을 불러 그들 역시 인벤토리에 아이템을 채워 넣게 만들었다.

무기고와 약당을 털고 나올 때쯤 다른 한 무리가 사사혈천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후후! 저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나 본데."

"그러게, 우리는 귀환 부적으로 귀환하자. 건이 시간을 끌어 주는 동안 말이야."

수금인은 이제 사사혈천에서 볼일을 다 봤는지 미련 없이 귀환 부적을 사용했다.

"저들과 부딪치면 좋을 것 없어. 그러니 수아 너도 빨리 귀환해."

건이 옆에서 도와주는 수아를 보고 말했다.

"싫어, 오랜만에 오빠랑 나왔는데 그냥 가기는 그래. 그냥 우리 둘이 다른 데 가서 사냥하다 가."

수아를 보고 웃은 건은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공격하면서 길을 만들었다. 수아 역시 건의 뒤를 따라 사사혈천의 무사들을 공격하며 건의 뒤를 도왔다.

때마침 나타난 무리로 인해 많은 인원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한결 수월하게 사사혈천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전서구를 수금인에게 보내고는 수아와 함께 사냥하기 위해 서장으로 향했다.

때를 잘못 고른 유저들은 지지리도 재수가 없는 셈이었다. 본 단이 공격을 받는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사사혈천의 무사들에게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감히 어떤 놈이!"

돈황에서 보고를 받은 광소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신강의 패자라는 자신이 고작 도둑들에게 집을 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중원으로 넘어가기 위해 많은 물자를 실어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적잖은 무기며, 갑옷이며, 소소한 영약들이 아직 본 단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천연장의 객청에서 사사혈천에서 가지고 나온 아이템의 분배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천연회의 인물들이었다.

"이것들을 팔아 봐야 그다지 돈은 되지 않겠다. 좋은 것들은 이미 가지고 출발해서 말이야."

"대충 얼마나 될 것 같아?"

계산을 한 수금인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천연회의 회비로 걷는 돈을 제외하고 한 사람당 많아 봐야 250만 원 정도. 때에 따라서는 더 적을 수도 있다."

"그래도 몇 달 생활비는 더 나온다는 소리잖아."

"그래."

아이템들은 모두 수금인이 맡아 처리하기로 했다.

"이번에 빠진 현수와 만사귀는 수익의 10%를 운영비로 제외하고. 나머지는 수익의 1%를 운영비로 낸다."

이화는 만사귀에게까지 아이템의 분배가 돌아간다는 것에 좋아했다.

"이화 좋아하는 얼굴 좀 봐라."

"그러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것이다.

혜련은 아직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았다.

"공동으로 작업한 물품에 대해서는 모두가 균등하게 나누게 되어 있어. 현수와 만사귀는 참가하지 않아서 10%의 운영비를 천연회에 내야 해. 예전에 만사귀가 우리에게 나누어 준 수익 중에는 이와 같이 자신의 몫을 달라는 뜻도 있으니 말이야."

정말 혜련은 천연회의 목적을 알다 가도 모를 것 같았다.

* * *

"어리석은…… 뇌전류!"

파아아앙!

바위를 향해 날아가는 검기는 바위를 강타했다. 그런데 바위는 부서지지 않고 갈라진 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살수의 기본은 주위의 환경을 눈에 익히는 것이지. 분명 낮에는 그곳에 바위가 없었거든."

현수는 다시 이동했다. 주위의 사물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자세히 살펴보며 이동했다.

처음에는 주위의 사물을 등한시하다 많은 위험을 겪었다. 교묘히 은신해 있는 동영의 살수들에게 당할 뻔한 적도 상당했다.

갈수록 레벨이 높은 살수들이 현수의 앞에 나타났다. 하나 살수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만 파악하면 그리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면 바로 죽음으로 연결되기에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현수는 동영에서 레벨을 120까지 올리려고 결심했다. 지금 사사혈천의 광소나 환희천궁의 아나타 그리고 수라천문의 미야자와 순이치의 레벨이 120대였다.

특히 아나타는 같은 120대라고 해도 내력이 더 높을 것이다. 현수는 레벨을 120까지 올리면 동영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딜!"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곧바로 검을 들고 찔러 오는 살수들이었다.

운중난화무를 펼치며 검을 피하고는, 뒤이어 팔검수화진검류를 사용해 살수에게 상처를 주고 운중광속신형보를 사용해 따라붙어, 뇌전류나 호심발도술을 사용해 마무리하는 현수였다.

팟팟팟!

10여 명의 살수들이 허공을 밟고 현수의 위를 지나치며 암기를 뿌렸다.

"천밀밀!"

우두두두둑!

천밀밀에 막혀 뿌려진 암기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살수들은 이미 모습을 감추었다. 현수는 살수들이 있는 이상 이들을 처리하지 않고 나아갔다 가는 더 큰 화를 부른다는 것을 이미 동영에서 경험한 적이 있었다.

"팔검수화진검류!"

경험이 계속해서 축적되다 보니 주위의 환경이 변하는 모습을 재빨리 포착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지형지물이 다르다고 생각되면 어김없이 공격하는 현수였다.

파앗!

순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솟아오르는 살수들은 다시 현수를 향해 암기를 뿌렸다.

"흥! 이미 적에게 통하지 않는 살수법을 사용하는 것은 살수의 모독이다. 천밀밀!"

두두두두!

마치 두더지가 땅을 파고 오는 듯 검날이 현수를 향해 전진해 왔다.

현수는 생각 없이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이때다."

살수의 외침과 동시에, 사방에서 현수를 향해 쇠사슬이 날아와 그의 손과 발을 묶으려 했다.

"제법이다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운중탄영신!"

허공에서 그대로 다시 하늘로 솟아오른 현수는 땅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살수들을 향해 외쳤다.

"환영사사연혼술!"

"커억! 뭐야?"

땅에 있는 살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빠질 수밖에 없었다.

"팔검수화진검류!"

슈슈슈슈슈!

환영에 빠져 무방비로 있는 살수들을 공격하며 땅으로 내려온 현수는 다시 그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뇌전류! 현천파열권! 호심발도술!"

"크아아악!"

동영의 살수들은 맥없이 현수의 검에 쓰러졌다. 현수는 살수들을 처리하고 주위를 살폈다. 더 이상 살수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아 잠시 쉬었다.

"재미있네. 돈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인데. 뭐, 나중에 성을 하나 먹으면 나아지겠지."

푸드드드득!

현수를 향해 전서구 1마리가 날아왔다. 현수는 전서구의 발목에 있는 편지를 읽었다. 전서구의 내용은 지금 이벤트의 상황과 서장에서 건이 알려온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아나타가 파라극을 제거하고 서장에서 정복 전쟁을 시작했다는 말이 현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비록 내력이 정순해지고 강해졌다고 하나, 아나타는 파라극을 제거하지 못한다. 분명 아나타는 자신의 세력이 약하기에 파라극의 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타가 파라극을 쳤다면 분명 아나타를 도와주는 세력이나 아나타가 거역할 수 없는 고수가 서장에 등장했을 것이다.

"음! 교묘하게 사사혈천의 침공에 일이 벌어졌단 말이지."

푸드드득!

또 1마리의 전서구가 현수에게 날아왔다.

현수는 전서구의 편지를 읽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황궁에 들어와 난화 군주를 데리고 갈 수 있단 말인가?"

현수는 2마리의 전서구에서 보내온 내용을 떠올리며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현수는 주위에 귀곡자의 진을 치고는 독을 뿌렸다. 그리고 명상에 잠긴 채 접속을 종료했다.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면 야를 찾는 것이 빠르다. 괜히 그런 것으로 시간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

접속을 종료한 현수는 야를 불렀다.

"야! 난화 군주가 납치당했다고 황궁에서 연락이 왔어. 그런데 누군지 짐작이 안 가."

잔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하니, 말을 돌리는 걸 포기했다.

-그럼 난화 군주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난화 군주가 무림인을 끌어들였을 것입니다.

"그랬겠지. 그런데 누가 그런 일을 벌였는지 짐작이 안 가. 2황자는 천금뇌옥에 있고, 무림인치고 황궁에 들어와서 난화 군주를 데리고 나갈 간 큰 유저는 없거든. 그리고 NPC들은 더더욱……."

현수는 고분고분한 야의 태도에 내심 불안했다. 보통은 잔소리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으니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혹시 천금뇌옥의 상황을 알아보셨습니까?

"아니? 천금뇌옥은 철옹성이잖아. 그곳에서 탈출한 사람은 없었어. 그리고 2황자는 천금뇌옥을 탈출할 무공이 없어."

-천금뇌옥에서 탈출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당장 현수 님께서 천금뇌옥에 갇힌다고 해도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천금뇌옥에서 탈출한 사람이 있습니다.

'저놈, 진짜 정체가 뭐야?'

진짜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천에 관해서는 막히는 부분이 없는 야였다. 야의 말을 듣고 있으면 진짜 천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들 정도였다.

-알아보십시오. 그리고 현수 님.

'이제 시작이다.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야지. 기회를 봐서 방으로 도망가야겠다.'

현수는 야의 잔소리를 들을 준비를 했다.

-듣다 도망가실 생각이시라면 앞으로 저의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킁!'

"아니,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인데 내가 왜 너의 말을 듣다 도망을 가. 안 가. 그러니 말해. 그런데 짧게 해 주면 고맙겠는데."

-생각을 하시다가 포기하는 게 너무 빠릅니다. 물론 게임에 한해서지만 그런 것이 버릇이 되면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더라도 끝까지 답을 구할 때까지 생각해 보십시오. 세상을 그렇게 쉽게 살아서 나중에 뭐가 되시려고 그러십니까? 비록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무엇인가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은 되지 못해도 최소한 현수 님을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현수 님께서 결혼하지 않으시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현수 님께서는 남의 행복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 집에서만 보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나라와 민족이라는 말이 나오니 현수는 뭔가 크게 잘못이라도 한 듯했다. 자신이 무엇을 크게 잘못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으나 그리 큰 잘못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일부터 일단 운동을 다니십시오. 수영장과 헬스장이 함께 있는 스포츠 센터에 1년 회원권을 끊어 놓았습니다.

'헉!'

1년 회원권이라는 말에 현수가 인상을 썼다.

"왜 네 마음대로 그것을 결정해!"

현수는 못마땅한지 야에게 소리쳤다.

-어머니께서 현수 님의 건강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거짓말을 못 하는 제 입장에서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께서는 현수 님께서 감기라도 걸리시면 절 분해시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커억!"

거짓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능숙하게 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이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지에 올라 있는 야의 말을 듣고 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언제 올라오신대?"

-아직 올라오신다는 말씀은 없었습니다.

"그래, 운동하면서 사람들도 만나면 되지?"

-그렇습니다.

"언제부터야? 설마 내일부터는 아니겠지?"

-월요일부터 다니시면 됩니다.

현수는 약을 먹은 것처럼 고분고분해졌다. 야는 절대 분해되어서는 아니 된다. 게임을 떠나 앞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장사에도 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수는 몸을 돌렸다. 방으로 들어가 게임에 접속해서 천금뇌옥의 일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아마 2황자가 천금뇌옥을 탈출했을 것입니다. 무황의 던전이 바로 천금뇌옥이기 때문입니다.

현수는 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월요일부터입니다. 시간은 제가 정해 놓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좋은 시간은 개뿔! 야,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1년 회원권이 얼마나 하는지 알고 신청했어?"

-그럼 어떻게 합니까? 제가 분해되는 것이 더 이익이라면 취소하겠습니다.

"킁! 그래, 네 똥 굵다."

현수는 문을 닫고 천에 접속했다. 그러고는 황궁에 천금뇌옥에 대해서 알아보라는 전서구를 보내고, 건에게도 전서구를 날렸다.

령에게 전서구를 보낼 때, 령에게서 받은 부탁이 생각났다.

"아! 령의 딸을 찾아야 하는데, 용천비가라고 했지."

현수는 용천비가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에도 살수들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용천비가!

동영을 대표하는 문파 중 하나로, 한때는 동영 최고의 문파였다. 하나 령이 살수와 동영의 무사를 이끌고 중원을 침공한 시점을 계기로 빠른 속도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옛날의 찬란했던 영광을 수라천문에 넘겨주고 지금은 폐허가 되었다.

현수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들여 용천비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용천비가에 도착하자 살수들은 공격을 멈추고 지켜보기만 했다.

"여기가 령의 본가란 말이지."

령에게 들은 그 영화로운 이야기가 다 옛날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수는 방으로 들어가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괜찮군. 그런대로 쉴 만하네. 그런데 령의 딸을 어떻게 찾지. 일단 이곳에 오긴 했는데……."

주위에서 기웃거리는 살수들이 현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왜 안으로 들어와 공격하지 않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

현수가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무엇인가가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어딜!"

현수는 용천검을 꺼내 날아오는 암기를 막고 쏜살같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겁이 없는 모양이구나. 감히 경고를 무시하고 나의 집으로 들어오다니."

현수는 자신에게 말하는 인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인형은 자신의 집이라고 말했다. 그럼 그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이 령의 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령의 딸이 너야?"

"령? 그놈이 누구지?"

현수는 순간 황당했다. 천을 하고 나서 이제껏 령이라 불렀기에 령의 진짜 이름을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니까 용천비가의 전대 가주의 이름이 령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크!"

팟팟팟!

운중난화무를 사용해 움직이지 않았다면 암기에 의해 벌집이 되었을 것이다.

"살벌하네. 그런데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이 누구기에 이곳을 네 집이라고 말하지?"

"흥! 죽어라."

인형의 입에서 쏘아지는 암기들이 다시 현수를 향해 날아왔다.

"어딜!"

현수는 인형을 공격해 들어갔다. 가만히 서 있는 인형이라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형을 베는 순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나뒹굴었다.

콰아아앙!

쿨럭!

"호호호! 어리석은 놈이로구나. 폭렬인형사를 공격하다니."

폭렬인형사!

용천비가의 비전으로 만들어진 암기이자, 동영 인형술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인형술 중 하나였다.

"폭렬인형사?"

3개의 인형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현수는 인형들을 보고 인상을 썼다. 만약 인형을 공격하다가 동시에 터지면 현수도 살아남기 힘들다.

"누구냐? 감히 아버지를 사칭한 놈이!"

아버지라는 말에 현수는 반색을 했다. 결국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바로 령의 딸인 것만은 확실했다. 령이 진짜 이 용천비가의 가주라면 말이다.

"이름은 령! 그가 자신의 딸인 미유를 부탁했다. 가능하면 중원으로 데리고 와 달라고 말이야. 난 그 부탁을 받았을 뿐이다."

"령? 나의 이름이 미유인 것은 확실하나, 아버지의 함자는 령이 아니다. 너는 수라천문에서 보낸 놈이 틀림없다."

현수는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진으로 보호되고 있는 듯했다.

"죽어라!"

3개의 인형에서 동시에 쏘아지는 암기를 피해 현수는 용천비가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파앗!

"이런! 천밀밀!"

파앙!

쓰러질 것 같았던 용천비가는 생각보다 단단한지, 심하게 흔들리기만 하고 무너지지는 않았다.

현수는 자신을 공격한 암기를 떨쳐 내고 용천비가에서 일단 벗어났다. 그러자 매복해 있던 살수들이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고 진퇴양난이라고 하는가 보구나. 운중탄영신!"

살수들의 공격을 피하고는 일단 자리를 이동했다. 미유가 용천비가에 있는 사실을 안 이상 이들을 처리하고 단둘이 대화를 시도할 생각이었다.

"환영사사연혼술!"

환사의 비기가 현수의 손에서 시작되고 또한 검이 빛과 함께 움직였다.

"크아아악!"

몸을 숨긴 현수는 기척을 죽였다. 살수들은 현수가 사라진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놈은 주위에 있다. 벗어나지 말고 경계하라."

현수는 기회를 엿보다 틈이 생기면 뇌전류를 사용해 살수들을 하나씩 줄여 나갈 생각이었으나, 살수들은 현수에게 그런 틈을 내주지 않았다.

'정면으로 한번 붙어 봐!'

10명의 살수들! 현수는 정면으로 싸울까 하고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레벨 역시 이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으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살수들이 일제히 공격해 들어왔다.

"운중난화무!"

현수는 보법을 밟아 가며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하려 했지만 이미 그들은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이제는 반대로 현수가 그들의 기척을 찾아야 했다.

새애애애액!

바람 소리를 내며 마치 검과 한 몸이라도 된 듯 살수 하나가 현수를 향해 쇄도해 왔다. 현수는 살수와의 싸움에서는 크게 움직이면 손해라는 것을 알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했다. 두어 걸음 옆으로 이동하고 공격하려 했으나, 또 다른 파공성에 몸을 돌려 살수의 공격을 피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이 실수였다. 살수들과 정면으로 싸운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라 후회가 되었다.

그들은 연환진을 펼치면서 계속해서 현수를 공격해 왔다. 현수는 이렇게 수비만 하다간 이들에게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쇄애애애액!

"호심발도술!"

콰앙!

쇄도해 오는 살수를 향해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공격했다. 동귀어진을 생각했는지, 살수들은 더욱 집요하게 현수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팔검수화진검류!"

현수 역시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치며 그들을 상대했다. 그러다 보니 현수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살수들도 현수와 같은 상처를 입었다.

현수는 벽곡단을 복용해서 체력적인 우위를 가졌고, 그들은 돌아가면서 공격해 왔기에 현수보다는 덜 지쳐 있었다.

"크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1명의 살수가 쓰러졌다. 현수가 들고 있는 용천검의 손잡이는 이미 현수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홉!"

현수는 살수들이 죽을 때마다 그들의 남은 수를 외쳤다.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상하 좌우에서 동시에 공격해 오는 살수들을 보고 그들 역시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느낀 현수는 그때서야 웃을 수 있었다.

살수의 싸움에서는 인내심이 강한 놈이 이긴다. 그들이 공격의 수법을 바꾸었다는 말은 이미 평정심이 무너졌다는 말과 같았다.

"하하하, 어딜!"

현수는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그러고는 위를 공격하는 놈의 등을 발로 밟고 그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환영연환사혼술! 환영사사연혼술!"

"커억!"

순간 환영이 살수들을 삼켜 버렸다. 현수는 틈을 주지 않고 용천검을 휘둘렸다.

"팔검수화진검류! 뇌전류! 호심발도술!"

퍼어엉!

"크아아아악!"

"마무리, 현천파열권!"

콰아앙!

현수의 손에서 쏟아진 비기들에 의해 살수들은 하나 둘 쓰러져 갔다.

"뇌전류!"

"크아악!"

마지막 남은 살수를 처리하고 현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힘든 싸움을 한 현수는 다시는 살수들과 정면으로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삭신이 다 쑤시네. 야의 말대로 운동을 하긴 해야겠어."

현수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다시 용천비가로 향했다.

"이봐! 미유."

이미 미유가 용천비가에 있다는 것을 안 이상 현수는 당당하게 그녀를 불렀다.

"이야기 좀 하자, 진짜! 내가 부탁을 받고 왔거든. 그러니까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미유는 대답이 없었다. 현수는 인형들이 있는지 살폈다. 그러나 인형들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새 다른 곳으로 숨었나?"

현수는 계속해서 미유를 불렀다.

"진짜, 령이 말하기를 자신이 용천비가의 가주고 중원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간 죄인이라고 말했어. 그리고 그의 딸인 미유가 보고 싶어 나에게 부탁을 했단 말이야."

"아버님의 함자는 령이 아니다."

미유의 말이 들려오자 현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곳의 이름이 있겠지. 하지만 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령이야. 지금 황제의 수신위가 되어 있다."

"흥! 중원을 정복하기 위해 가신 아버님이 황제의 수신위가 되었단 말을 믿으란 말인가?"

끼이익, 끼이익.

인형들이 걸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본 현수는 다급하게 말했다.

"정말, 진짜. 그렇지 않으면 내가 무엇 때문에 너를 찾아 이곳에 왔겠냐. 령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동영에 올 필요도 없었다."

현수는 미유를 향해 거짓말을 했다.

피슈우웅!

"젠장!"

현수는 인형에서 쏘아지는 암기를 피하며 급하게 말했다.

"잠깐. 그래, 생김새. 생김새를 말해 줄게. 얼굴은 각이 져 있고 눈 위에는 흉터가 있어. 어릴 때 뇌력살천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 수련하다가 얻은 상처고 또 앞가슴에는 용이 승천하는 문신이 있어. 인문 18관 중 15관을 통과하고 얻었다고 들었어."

현수는 인형의 공격을 피하면서 두서없이 말했다. 인문 18관은 현수가 령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그때 인형들의 공격이 멈추었다.

"그래, 진짜야. 그러니까 내 말을 믿어."

"네놈 역시 목적은 인문 18관에 있었구나."

냉기가 풀풀 흘러나오는 목소리였다. 현수는 뒷골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시팔, 이럴 줄 알았다면 증표 같은 것이라도 받아 올걸.'

"몰라, 난 전해 주었으니 알아서 해."

현수는 몸을 돌려 용천비가를 벗어났다.

"잠깐!"

미유가 현수를 불러 세웠다.

"난 할 이야기 다 했어. 그리고 목소리 들어 보니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말 조심해."

"진짜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냐?"

"아니면 내가 왜, 살수들에게 위협을 받으면서 여기에 왔겠냐. 중원의 폐하께서 령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소원을 들어준다 하셨고 령은 자신의 딸과 함께 있기를 소원해서 내가 너를 데리고 가기 위해 이리 온 것이야."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미유는 현수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자신이 용천비가를 지킨 이유는 언젠가 아버지가 돌아오실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그럼 너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라."

"어떻게?"

"인문 18관에 들어 15관에 있는 아버지의 초상화를 가져와라."

인문 18관이라는 말에 현수는 흠칫했지만 그래도 령을 생각해서 미유의 말을 듣기로 했다.

"휴, 좋아. 하지만 나중에 날 고생시킨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좋다, 안으로 들어가라."

크르르릉!

바닥이 갈라지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참으로 절묘한 기관진식이었다.

현수는 걸음을 성큼성큼 옮겨 계단으로 내려갔다.

현수가 모습을 감추자 바닥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가 아버지께서 보내신 인물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인문 18관에서 그는 죽을 것이다. 중원이라……."

미유는 중원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현수와 함께 가는 것이 아닌 혼자서…….

현수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문 18관의 첫 관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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