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뇌음사 (33/57)

소뇌음사

현수는 3일에 한 번 자는 긴 잠을 자서, 일어난 시간은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잠은 이렇게 자야 몸에 좋은데."

-역발산 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 누구한테 잡혔는데?"

-확실치는 않다고 합니다. 역발산 님께서 만난 몬스터 NPC는 라마승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곳이 소뇌음사라고 했습니다.

"소뇌음사? 그곳은 상당히 강한 문파잖아. 그럼 대학사가 소뇌음사에 몸을 의탁했단 말이야?"

문제가 되었다. 소뇌음사는 현수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거대한 문파였다. 이번 에피소드로 생긴 문파 중에서 5위 안에 들어가는 문파였다.

새로 생겨난 문파 중에 강하다고 소문이 난 문파는 중원의 은자림과 장백파, 서장의 포달랍궁과 소뇌음사, 환희천궁과 탑리목 분지의 사사혈천, 남만의 독황문, 동영의 수라천문과 비천세가가 있었다. 그 외도 많은 문파들이 생겨났다.

소뇌음사! 포달랍궁과 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세력으로, 부처를 믿고 수행으로 해탈에 이르는 교리를 믿는 포달랍궁과는 달리, 소뇌음사는 탄드라 밀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탄드라 밀교에서는 인간의 성 에너지를 이용한 수행법을 권고해 왔다. 살아 있는 것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성적 욕망이 곧 생명력이라 믿고 그것은 지위 고하, 빈부귀천과 남녀노소가 따로 없음을 설명하고 또한 성교를 통해 해탈을 할 수 있다는 불법을 설파하는 이단의 종교였다.

-천에서 어떻게 설정을 하고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서장을 대표하는 단체 중의 하나인 이상, 현수 님께서 아무리 운중비록과 살황의 일기장을 익히고 계신다고 해도 혼자 싸우면 필패할 것입니다.

야의 말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만일 대학사가 그들의 보호를 받는다면 자신의 복수는 뒤로 미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그들을 등에 입은 1황자와 대학사에게 영영 복수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현수는 야를 보았다. 이럴 때 야라는 존재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야! 나 꼭 복수해야 돼. 그러니 도와줘!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없습니다. 세력을 모으는 수밖에. 소뇌음사와 비슷한 힘을 모아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포달랍궁은? 포달랍궁이 도와주면 어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포달랍궁은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소뇌음사의 편을 들면 모를까, 현수 님의 편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현수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야! 그냥 그들을 구출하는 것도 힘들까?"

-아닙니다. 구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소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 알았어. 애들을 모아서 한번 의논을 해 보아야겠다. 이럴 때 만사귀가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괜히 모산에 넘겨준 것 같다."

현수는 일단 천연회의 모두를 현실에서 소집하기로 했다.

장소는 항상 모이는 오페라 하우스였다.

모두가 모인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못 보던 인물이 추가되었다. 바로 대장금과 수아의 친구인 의원이었다.

수아의 친구는 처음에 마냥 좋아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들의 실체를 알면 그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생각하며 수아는 씁쓸한 미소를 친구에게 보여 주었다.

"오늘은 장금이와 혜련이도 왔으니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모임의 이유를 말할게."

현수는 이들에게 간단한 자신의 소개를 부탁했다.

"제 이름은 혜련이고요.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에요. 그리고 아직 혼자고요."

"반가워요."

모두는 간단하게 말을 하고는 장금을 보았다.

"왜? 다 알잖아. 난 장금이. 의원 서열 18위. 하지만 물약 제조는 1위야."

"장금아, 그래도 오빠들인데 말이 조금 짧은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현수의 잔소리에도 장금은 지지 않고 말했다.

"사실 난 현수 오빠랑 건 오빠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

"킁! 그래, 알겠다."

모두는 간단하게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역발산과 필살검 그리고 화령검객이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필살검은 자신만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자 억울했는지 소리쳤다.

"뭐야? 그럼 나 혼자 당하고 있단 말이야? 그리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역발산 네가 그냥 내는 소리였어? 아 씨! 이거 조금 억울한데."

"음! 진정하고 잠시만 종합해 보자. 만사귀, 어때?"

"확실치는 않은데 내 생각으로는, 서장이 이미 통합이 되지 않았을까?"

만사귀의 말에 모두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서장이 모두 통합되었다면 그 힘은 중원의 힘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통합?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만사귀는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풀어놓았다.

"일단, 3명이 함께 잡혔는데 둘은 함께 있고 하나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이유야."

"그게 왜?"

모두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만사귀를 재촉했다.

대장금이야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혜련에게는 이런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서장에서 대표적인 단체는 4개야. 이번에 새로 생겨난 포달랍궁과 대뇌음사, 소뇌음사 그리고 환희천궁이지. 한데 화령이가 있는 곳이 환희천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

"역사서에 언급된 소뇌음사가 정확하게 어떤지는 모르지만, 무협의 소재를 다룬 영화나 소설책, 그 외의 많은 것을 보면 탄트라 밀교를 믿는 것으로 나와."

"탄트라 밀교?"

"그래! 쉽게 말을 하면 환희불교지. 뭐, 성교를 통해 해탈에 이른다는 이단과 비슷하게 나오는데, 그런 환희불교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굳이 나눈다면 소뇌음사는 남자들만 있는 곳이고 환희천궁은 여자들만 있는 곳 정도로 나눌까?"

하지만 포달랍궁은 오히려 정파에 가까운 세력이었다.

"잠시만, 포달랍궁은 정파와 가깝지 않아?"

"그렇기는 한데 천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니까. 일단 내 생각은 그래."

현수는 자칫하면 서장 전체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지금 에피소드의 주 무대는 사사혈천이야. 그리고 에피소드 3에서 이들의 세력이 등장한단 말이겠지."

"아마!"

만사귀는 자신의 생각이 거의 맞을 것이라고 덧붙여 이야기를 했다.

"그럼, 동영 쪽은 어때?"

"글쎄, 동영은 그리 다른 점이 없어. 수라천문과 비천세가가 주도권을 잡고 정국을 이끌어 나가고 있지."

현수는 역발산과 필살검 그리고 화령검객을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만사귀에게 물었다.

"지금은 힘들지 않을까? 혹시 모르지. 사전에 이동 경로를 모두 준비해 놓고 몰래 잠입해서 최대한 빠르게 도망친다면, 어떻게 보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싸우면 우리의 필패가 될 거야."

현수는 야의 의견과 비슷하게 말하는 만사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할래? 살검이가 고문을 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야! 현수야, 나 좀 살려 주라. 이것들이 뭐라고 묻지도 않고 그냥 팬다. 나 미치겠다."

필살검은 엄살을 피웠다.

아니, 엄살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가끔 무엇인가를 묻더니 그 뒤에는 그냥 패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르고 있었다.

"나 역시 그래. 솔직히 아무것도 안 하고 미인 NPC들이 먹여 주는 것을 받아먹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해이해지는 것 같다. 어떨 때는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화령검객 역시 그곳에 있기는 싫었다.

현수는 역발산을 보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소리만 지르고 있으면 되지만, 그것 역시 고문이다."

단순한 역발산이 많이 똑똑해졌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후후! 사람을 길들이는 방법들이 다양하군. 우리도 한번 써먹어 보아야겠는데."

건은 재미있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천연회에는 미인이 없었다. 최소한 NPC를 능가하는 미인이.

"좋아! 우리는 한 식구니까 구하러 간다. 먼저 카오스가 탈출로를 준비해. 그리고 역발산과 살검이는 함께 있어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으니, 화령이는 빨리 그곳이 어딘지 알아봐! 동시에 구출해야 하는 일이니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어야 해. 혹시 화령이가 환희천궁에 없으면 일이 크게 벌어질지도 모르니 말이야."

"힘들겠지만 그렇게 하지."

"그럼 이것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식사를 하고 술이나 간단하게 한잔하러 가자."

수아는 평소에 안 하던 말을 하는 현수를 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 오늘 현수 오빠가 왜 저런대?"

"뭐가? 아! 밥 먹고 술 한잔하는 거 말이야?"

"응."

"몰라? 집에서 혼자 밥 먹기가 싫은가 보지."

건은 대충 수아에게 이야기를 하고는, 수아와 함께 먹을 음식들을 시켰다. 만사귀 역시 이화와 함께 먹을 세트를 시켜 솔로인 모두에게 눈치를 샀다.

"잠시만! 나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요."

수아는 밖으로 나가 전화를 하고는 잠시 후에 들어왔다.

"어디에 전화했어?"

"명월이에게."

순간 현수의 인상이 조금 변했다. 아직 현수에게 수진은 말이 많은 여자라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명월이가 혼자 사냥하러 다니거든요. 그래서……."

현수는 십룡오봉에게 실망을 느낀다는 말을 했을 때의 수진이 생각났다.

식사를 끝내고 2차로 술을 마시러 갈 때 수진이 도착했다.

"왔니?"

"응. 어디 가?"

"술 마시러."

"그래, 어? 아저씨도 있었네요."

현수를 보고 알은척을 한 수진은 그에게 다가갔다.

"야! 그렇게 있으니 잘 어울린다."

건의 딴죽에 현수는 눈을 치켜떴다.

"누구야? 현수 애인이야?"

"아니! 주인집 딸이야. 천에서는 명월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당가에서 무공을 배웠어."

"안녕하세요? 이제 대충 짝들이 정해져 가네."

만사귀는 오랜만에 많은 인원이 모여서인지 기분이 좋아졌다. 단골집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각기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수진은 낮은 목소리로 현수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 보면, 다들 한 문파의 문파원들 같아 보였다.

"아저씨, 저기 있잖아요. 혹시 문파원들이세요? 그래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는 중이었어요?"

옆에 앉아 있던 필살검이 수진의 말을 듣고 웃으며 천연회에 대해서 수진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수진은 현수에게 듣고 싶어 했는데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자 조금은 섭섭한지 현수를 한번 보았지만, 현수는 아무 말 없이 술잔에 술을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천연회라는 문파에 소속된 사람들입니다. 지금 은 다들 어리바리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베타 시절에는 모두 한 끗발 했던 사람들입니다."

"아, 네!"

"그런데 명월 씨는……."

"수진이에요."

"아! 죄송합니다. 수진 씨는 왜 우리 문파의 이름이 천연회인지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왜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바로 현수 저놈을 연애시켜 장가보내기 위해서 천연회라 지었습니다. 하하! 천의 연애 모임! 이렇게 줄여서 천연회라 부르죠."

"야! 나뿐만 아니라 너희들도 다 해당이 되잖아."

현수가 필살검을 보며 말했지만, 화화공자가 능글맞게 말을 받아넘겼다.

"현수 너, 이럴 줄 몰랐다. 이렇게 미인을 두고 우리에게 그간 소개도 안 해 주다니 말이야."

술이라는 것이 과하면 해가 되지만 적당하게 마시면 이로운 것이다. 한 잔의 술에 기분이 좋아졌다기보다는, 많이 모여서 아무런 계산 없이 마시는 것이 모두를 즐겁게 했다.

"아, 아니야."

"아니긴? 어떻게 만났어?"

"뭘 어떻게 만나?"

수진은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꼭 자신이 현수의 여자 친구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건과 수아를 비롯해 몇몇이 현수와 수진을 사귀게 만들려고 입을 맞춘 상태였다.

수진은 해명하려고 하는 현수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모두가 궁금한 것은 아저씨랑 저랑 언제 만나서 이렇게 발전했냐고 묻는 거네요?"

"수진 씨!"

내숭이라곤 전혀 모르는 수진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순간 겁이 난 현수는 수진을 불렀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은 듯 수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왜요?"

"그러니까요, 그게."

"아저씨, 더 이상 속일 필요 있나요? 그냥 솔직히 말해 주세요."

수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렸다.

"아 씨! 장난 그만 해. 그리고 수진 씨가 이해해 주세요. 조금 짓궂어서 그렇지, 악의는 없는 친구들이에요."

현수는 수진에게 변명을 한다고 했지만, 수진은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아저씨, 괜찮아요. 이미 제 아버지, 어머니를 만나셨잖아요."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만나긴 만났다. 보신탕집에서. 하지만 그렇게 만나는 것과 지금 이야기한 '만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끝내는 입을 열지 못했다. 현수는 답답한 마음에 그냥 술잔을 기울며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대책이 안 서는 여자다. 그래도 여자라면 조금은 내숭이라든지 이런 게 있어야 되는 것 아니야? 오히려 더 신이나서 말을 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

모두는 현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진과 벌써 죽이 맞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화장실 간다. 왜? 같이 가려고?"

"그래, 친구."

건이 일어나 현수와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보는 도중 건이 이야기를 꺼냈다.

"현수야."

"왜?"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수진 씨가 너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현수는 말이 없었다.

"나 다시 사법고시 보기로 했다."

"그래? 생각 잘했다. 수아 때문이야?"

"그래. 수아 아버지께 약속을 했다. 게임을 해서 즐겁기도 하고 돈을 버는 것도 재미있는데, 이제 솔직히 우리 결혼할 나이가 되었잖아."

현수는 건이 부러웠다.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친구였다. 그런 건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대해 주고 또 잘해 주는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래, 결혼할 나이가 되긴 했지. 하지만 난 아직 아니야. 아직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그래. 하지만 현수야, 지금은 우리 나이가 젊으니까 이렇게 돈벌이를 해도 된다고 하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가면 힘들 거야."

현수가 걱정하는 게 바로 이것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져, 지금은 버틸 수가 있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장사를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어머니의 약값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자신만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장사를 하더라도 어머니의 약값은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알아. 나 역시 무엇인가를 하려고 생각 중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난 지금 천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그 일을 마무리 짓기 전에는 그만둘 생각 없어."

"그래, 구미호의 복수가 있었지. 현수야, 그런데 오늘 보니 수진이라는 애, 정말 너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왜들 나를 수진 씨와 사귀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야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하지만 건아, 너도 알잖아. 우리 집 사정을. 가진 것 없이 어머니의 약값만 1달에 400만 원씩 들어가. 내가 좋다고 해서 누군가를 데리고 오면 힘들 거야. 1년? 2년? 어떻게 살아가겠지만 그다음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데리고 와서 고생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건은 그런 현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현수는 정말 효자였다. 10년이 넘게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뛰어다닌다는 것 자체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현수는 이제껏 그런 생활을 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런 생활을 해 갈 것이다.

"그래. 하지만 생각은 한번 해 봐라."

"그래. 건아, 나 한 번만 도와줘!"

"뭘?"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진짜 한 번만 도와주라. 구미호의 복수를 할 때까지만."

현수는 건에게 부탁을 했다. 구미호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건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1황자가 만약 소뇌음사에 몸을 의탁했다면 혼자서는 정말 불가능할 것 같았다.

사법고시를 다시 준비하는 건에게는 미안했지만 현수는 건에게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후후! 당연하지. 넌 나의 친구니까. 친구의 복수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

"고맙다."

화장실에 간 지 꽤 되었는데도 안 오는 두 사람을 찾으러 온 만사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부르려고 했지만 만사귀는 그냥 몸을 돌렸다.

"나이가 들면 유지하기가 힘들겠지. 그나저나 현수 저놈, 혼자서 마음고생 많았나 보네.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말을 못 하게 되었네."

만사귀 역시 천을 오래 할 수 없었다.

한국 대학교에 논문을 써 재출한 적이 있었다. 임시 교수 채용이라고 했지만, 역사학을 전공해서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그리고 한국 대학교에 임시 교수직을 허락받은 상태였다.

내년 2학기부터 만사귀는 한국 대학교의 임시 교수로 출근을 해야 했다.

그 후 건과 현수가 돌아오자 즐거운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모두가 돌아가고 현수와 수진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저씨!"

"네."

"제가 싫으세요?"

"아니에요. 제가 왜 수진 씨를 싫어해요."

"그럼 좋아하는구나?"

"……!"

두 사람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어색한 것도 잠시, 다시 수진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 나 사실 아저씨가 돈 많은 집 자식인 줄 알았거든요."

"……!"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솔미 언니가 아저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괜히 내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 것 있죠."

"그게 무슨 말이세요? 솔미 누나가 저에 대해서 수진 씨에게 이야기했다는 게?"

수진은 현수에 대한 궁금증으로 솔미가 운영하는 커피숍으로 가서 현수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또한 야에게서도 많은 것을 들어 현수에 대해서 제법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집에 살면서 아저씨 이름 빼고는 몰라도 너무 모르잖아요."

"아! 미안해요. 혼자서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안 보고 산 지가 오래되어서."

"다 왔네요? 오늘 즐거웠어요. 천연회라… 저도 가입해도 되는 곳이죠."

"네? 네."

"오늘 천연회 사람들은 참 보기가 좋았어요. 십룡오봉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모일 때 저도 가끔 불러 주세요."

수진은 이 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현수는 수진의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결혼이라……."

현수는 대문을 닫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야, 나 왔어."

-늦게 오신 것을 보면 한잔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 한잔했어. 야!"

-말씀하십시오.

현수는 정말 남들이 말하듯이 자신과 수진이 잘 어울리는지 야에게 물었다.

-잘 어울리십니다. 사주팔자를 시작해서 역학을 다 따져 봐도 현수 님과 수진 씨는 잘 어울립니다.

"그렇게 잘 어울려? 그렇구나."

-누구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현수 님께서는 충분히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있으십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있다. 현수는 야의 말을 가슴에 묻었다.

야의 말대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고맙다. 야, 내 곁에 네가 없었으면 아마 난 지금처럼 살고 있지 못했을 거야."

-아닙니다, 현수 님. 저는 현수 님께 조언만 해 줄 뿐, 그 조언을 듣고 행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모두 현수 님께서 정하신 것입니다.

"야! 가끔은 있잖아, 네가 진짜 사람이었으면 할 때도 있다."

-……!

"힘들 때 항상 곁에 있어 주는 그런 친구 말이야. 넌 나에게 있어 둘도 없는 친구나 다름없어. 고맙다."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절 둘째 아들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전 현수 님의 동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옛부터 동생만 한 형이 없다고 했습니다.

"야! 형만 한 아우 아니야?"

-그게 그것입니다.

현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는 매일 이런 기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씻고 잠을 청했다. 꿈에서 구미호를 만나기를 빌며.

* * *

"찾았습니다."

"그게, 그게 정말이십니까, 할아버님?"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뇌음사 승려들의 눈을 피해야 합니다."

대학사는 만사신군의 ≪악마록≫의 단서를 서장의 장서각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만사신군의 ≪악마록≫은 파사 신전의 지하에 묻혀 있다는 것을 찾아내어 1황자에게 전했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소뇌음사의 승려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이 소식을 어머니께 전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소뇌음사의 승려들 역시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1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1황자는 어머니인 정빈을 찾아갔다.

하지만 어머니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남녀의 교성이 1황자의 발목을 잡았다.

'빌어먹을.'

1황자는 자신을 욕하고 있었다. 자신이 못나 저 야만스러운 놈에게 자신의 어머니인 정빈이 능욕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내 필히 갈아 마시리라.'

1황자는 이 모든 일의 주체인 현수를 생각했다. 모든 일이 현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여겼다. 만일 현수가 황궁의 일에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황제는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그 갈아 마실 사람이 1명 더 추가되었다. 바로 방안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능욕하고 있는 소뇌음사의 주지인 파라극이었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교성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그곳에 계속 서 있을 건가요?"

1황자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1명의 중년 미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색목인인 그녀는 바로 환희천궁의 궁주이자 파라극의 정부였다.

"죄송합니다, 궁주."

"죄송은요. 그런데 계속 서 있을 것이 아니라면 우리 어디로 가서 이야기를 좀 할까요?"

그녀는 말을 남기고 뒤돌아 정빈의 방 앞을 벗어났다.

그런 단순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1황자는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음! 환희천궁 궁주의 일 보, 일 보를 조심하라는 할아버님의 말씀을 이제야 이해를 하겠구나.'

1황자는 들려오는 어머니의 교성을 뒤로하고 환희천궁의 궁주가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비록 소뇌음사가 탄드라 밀교를 믿지만, 그래도 사찰은 사찰이었다. 하지만 환희천궁 궁주의 거실은 그런 사찰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방의 벽에는 온갖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그 그림들은 모두 남녀가 교합을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환희천궁의 궁주는 그런 그림들을 보면서도 부끄러움이 전혀 없는 듯했다.

"어서 오세요. 그러고 보면 우린 처음 만났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궁주님."

"이곳에서는 궁주가 아니에요. 그냥 아나타라 불러요."

자신의 이름을 아나타라 밝힌 환희천궁의 궁주는 손짓으로 1황자에 가까이 오라 말했다.

"속상하세요?"

마치 누이가 동생을 달래는 듯한 말이었다. 1황자는 그런 아나타의 말에 조금 긴장이 풀렸다. 아니 경계가 풀렸다.

"사실 저도 속상하답니다, 1황자님."

"그게 무슨……?"

"파라극은 저의 남편이거든요.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겼는데 기분이 좋을 아낙은 없답니다."

아나타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

"괜찮아요. 하지만 죽이고는 싶죠."

"네에?"

1황자는 아나타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일 것이라 생각했는지 놀란 눈으로 아나타를 보았다.

하지만 파라극은 분명 자신의 일행의 목숨을 보장해 준다고 했다.

"호호! 그리 놀란 눈으로 절 보지 않아도 된답니다. 당연한 일이니까요. 전 그렇게 속이 넓은 여자가 못 된답니다."

"하지만!"

1황자는 자신이 힘이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후회하는 중이었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은 이들에 비하면 많은 차이가 있었다.

황족들이 대대로 익히는 제황경을 익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성취가 미약해 실제로 아나타의 일초지적도 되지 못했다.

"알아요. 파라극이 그대의 어머니를 얻는 대신 그대와 대학사를 보호해 주는 것을. 이곳은 파라극의 영향권에 들지만 저 또한 무시하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래서 말인데……."

말을 끝낸 아나타의 입가에는 미소가 생겼다.

"저를 좀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

1황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려는 아나타의 도와 달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전 이곳이 싫어요. 하지만 파라극은 달라요. 여자들이 널려 있으니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나 봐요. 전 중원으로 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파라극을 제거해야 되지요. 어때요?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1황자는 내심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나타가 노리는 대상이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 파라극이라는 사실을 안 1황자는 가지고 있던 긴장감과 경계를 모두 풀어 버렸다.

"하지만 전 힘이 없습니다."

"호호! 힘이라면 저에게 충분히 있답니다. 제가 1황자님께 원하는 것은 하나뿐이랍니다."

"……!"

"아! 역시 이 복장은 답답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아나타는 이 말을 남기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1황자는 힘이 있다면 자신에게 부탁을 할 일도 없을 것이라 느꼈다. 혹시 이것이 자신을 떠보려는 수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저기, 죄송해요. 이 단추 좀 잠가 주세요."

"헉!"

아나타가 입고 온 옷은 실로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아이! 뭐 하세요. 이리 와서 이것 좀 잠가 주세요."

어느새 1황자는 아나타에게 다가가서 등 위에 있는 아나타의 옷의 단추를 잠가 주고 있었다.

"고마워요."

"아, 아닙니다."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1황자에게 아나타의 말이 들려왔다.

"제가 1황자님께 청하는 도움은, 중원으로 돌아가셨을 때 우리 탄드라 밀교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에요. 그럼 제가 황자님께서 황제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도와 드리겠어요."

실로 놀라운 제안이 아닐 수가 없었다.

1황자는 놀라서 아나타를 보았다.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나타의 모습이 실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실제적으로 이미 서장은 이들의 것이었다.

"참고로 전 다른 곳과도 친분이 아주 깊답니다. 그곳에 도움을 청하면 그들 역시 도와줄 것입니다."

"어떤……?"

"아이! 그런 눈으로 보시면 제가 부끄럽잖아요."

1황자의 눈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환희천궁의 미염공인 미혼소가 아나타의 입가에 시전이 되었는지 1황자는 급속도로 무너졌다.

1황자는 아나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그렇게 하겠소. 내가 훗날 황제가 되면 탄드라 밀교를 국교로 정해 주겠소."

"분명 약조를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하겠소, 아나타."

1황자는 어느새 입술을 아나타의 가슴에 묻고 있었다.

'호호! 남자들은 다 똑같아. 널 나의 노예로 만들어 황제의 자리에 앉힌 다음, 나의 꼭두각시로 만들겠다.'

환희천궁의 궁주인 아나타는 실로 엄청난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호호! 세상의 모든 남자를 치마폭 아래 두고 다스리리라. 호호호호!'

1황자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과 아나타가 함께 옷을 벗고 함께 누워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자신의 벗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1황자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아직 자고 있는 듯 아나타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이런 일이!"

1황자는 서둘러 아나타의 거처를 벗어났다. 혹시 이 모습을 파라극에게 보이면, 아무리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파라극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황자가 나가자, 자고 있던 아나타의 눈이 떠졌다.

"호호! 멍청한 놈. 하긴 멍청할수록 이용하기가 쉽지. 호호호호!"

1황자는 ≪악마록≫의 단서를 찾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다시 자신의 어머니의 방을 찾아갔다. 이미 파라극은 가고 없는지 정빈만이 있었다.

"어머니."

"어서 오너라."

"죄송합니다."

1황자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정빈은 그런 1황자를 안았다.

"괜찮다. 나를 위한다면 넌 꼭 황제가 되어라."

"그리 하겠습니다. 소자,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황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 그때 구미호가 가진 ≪살황의 일기장≫과 ≪운중비록≫만 습득했더라면 네가 이런 고초를 당하지 않았을 것을."

"아닙니다. 저보다 오히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그보다 어머니, ≪악마록≫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정빈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아들을 보았다. 마치 그게 정말이냐 하는 물음과 같았다.

"그렇습니다, 어머니! 이제 소자는 ≪악마록≫이 있는 곳으로 떠나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몸을 보중하십시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악마록≫은 10개의 전설 중에 하나였다. 이는 바로 힘이었다.

누구에게 굽실거리지 않아도 될 바로 그런 힘이었다.

"그래. 장하구나. 어미는 모든 것을 익혀 돌아올 너의 모습을 보고 싶구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꼭 익히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이현수의 목을 어머니께 바치겠습니다."

정빈은 뒤돌아 앉았다.

1황자는 그런 정빈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는 정빈의 방을 벗어났다.

* * *

동영에서 천연회의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린 현수와 건 그리고 수아는 그들이 도착하자 곧바로 서장으로 향했다.

현수 역시 사사혈천에서 레벨을 많이 올릴 수 있었지만 동영에 간 이들 역시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천연회의 최고 레벨은 건이었다. 업데이트가 되어 레벨 제한이 풀리면서 건은 87레벨을 달성했고, 수아 역시 건의 뒤를 이어 80레벨을 달성했다.

다른 이들은 동영에서 빠른 레벨 업을 해서 70까지 올릴 수 있었다. 현수 역시 사사혈천에서 사냥을 한 덕분인지 69레벨까지 올린 상태였다.

서장에 도착한 이들은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먼저 소뇌음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했고 또 화령검객이 잡혀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환희천궁의 위치도 알아야 했다.

이 두 문파가 서장을 주름 잡는 문파인지는 몰라도, 이들 두 문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비교적 쉽게 찾았네."

이들은 진하 객잔이라는 객잔에서 주워 들은 정보들을 종합하고 있었다.

"그래, 일단 소뇌음사에 갇혀 있는 역발산과 필살검을 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빠! 그렇게 하면 화령 오빠가 위험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세 사람이 동료라는 것을 아는데 만일 두 사람이 탈출을 하면 그들이 가만히 있을까?"

수아는 화화공자가 말한 방법이 위험하다고 했다. 유저는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만 익히고 있는 무공은 사라진다.

다시 말하면, 레벨은 그대로일지 몰라도 무공이 사라져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수아의 말이 맞다. 소뇌음사와 환희천궁으로 들어가 그들을 구출하는 것보다는, 들어가는 방법과 퇴로를 확보해서 중원으로 넘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 그들을 구해도 중원으로 가지 못하고 여기서 1명이라도 죽으면 구출한 의미가 없어."

건의 말은 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간구한 후에 그들을 구하자는 말이었다.

"그래. 건의 말이 맞다.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하면 헛수고니까. 내가 먼저 소뇌음사와 환희천궁에 잠입해서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수 네가?"

"건이 가는 게 더 좋지 않아?"

모두는 레벨이 가장 낮은 현수가 나선다는 말에 조금 걱정했다. 어떻게 보면 건이 나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현수가 운중비록과 살황의 일기장을 익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야, 건보다는 내가 더 좋을 것 같다. 난 마음만 먹으면 전투 없이 빠져나올 수 있어. 하지만 건은 불가능하거든 그러니 내가 가는 것이 맞아. 그리고 이번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현수는 황궁에서 도망쳐 온 대학사와 1황자의 일로 인해 일어난 일이니,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또 자신이 아니면 조용히 빠져나올 사람이 이곳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심해라."

건은 아무런 반박 없이 현수에게 이번 일을 맡겼다. 누구보다 현수가 가지고 있는 무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건이었기에. 또한 사사혈천의 내원에서 보여 준 움직임이라면, 현수가 도망쳤을 때 그 누구도 잡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좋아, 그렇게 해. 하지만 우리 역시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위험하다 싶으며 그냥 나와."

"그렇게 할게."

현수는 말은 안 했지만 자신을 믿어 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막 가입한 혜련은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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