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행
"모두 죽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1황자인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보낸 이들은 금의위와 동창에서 고르고 고른 고수들입니다. 아마 무림의 세력이 개입한 것 같습니다."
황제와 령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황궁에서 도망을 간 1황자와 대학사를 쫓아 황궁의 고수들을 보내었지만 결과는 그들의 죽음이었다.
"신이 생각하기에는 군을 무림으로 보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현수를? 아니 된다. 그는 부마가 될 사람이다. 그가 만일 무림으로 나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는가?"
"폐하! 군은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한 고수입니다. 아무리 기인들이 모래알처럼 많은 무림이라고는 하나, 군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옵니다."
황제는 고민을 했다. 문무가 출중한 사람은 찾기가 힘들었다. 문과 무에 일가를 이룬 사람은 더욱 그러했다. 더구나 내심 현수를 영취의 부마로 생각하고 있기에 더 무림으로 내 보내기가 싫었다.
황제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금의위의 고수들과 천밀위사 3명을 무림에 보내어 1황자를 쫓아라. 현수는 아니 된다."
황제의 대답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현수는 황제가 자신을 무림으로 보내기 싫어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금의위와 천밀위사들을 무림으로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황제를 찾아갔다.
"신 이현수, 폐하께 간청이 있사옵니다."
"싫다. 넌 그냥 가서 지밀원의 무사들에게 무공을 가르쳐라."
"폐하!"
황제는 현수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현수를 돌려보내려고 했다.
"짐이 피곤하니 쉬어야겠다. 그러니 내일 다시 오너라."
"그럼 신은 오늘 밤에 황궁의 담을 넘어 무림으로 나가겠습니다."
"뭐라! 넌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서 말하는 거냐?"
"신은 무림으로 나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폐하, 소신의 간청을 들어주시옵소서."
"지금 짐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말인가?"
"용서하시옵소서."
결국 현수는 끝장 인생을 택했다. 수빈의 말을 듣고 난 후에 사고를 한 번 크게 치고 천을 접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는 황궁을 벗어나면 황군을 이끌고 무림에 나갈 것이라는 황제의 말을 생각했다.
"정녕 그렇다면 황궁의 담을 넘어가 보아라. 단 오늘 밤에 황궁의 담을 넘지 못하면 넌 평생을 황궁에서 보내어야 한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현수는 자신이 있었다. 그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황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령은 들어라. 지금부터 이현수가 황궁을 넘어 도망가는 것을 막아라. 황궁에 설치된 구궁미로진을 발동하라. 또한 추밀원을 비롯한 천밀위사들과 지밀위사들 그리고 동창과 금의위를 모두 동원하라. 또한 수도를 지키는 청명군의 전부를 동원하라. 이현수는 지금부터 시작하라."
황제의 말이 끝나자 동창과 금의위의 무사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황제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운중비록, 운중무영보!"
팟!
사라지는 현수를 본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현수가 황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황제는 구궁미로진을 믿었다. 귀곡자가 황궁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진은 아직까지 뚫려 본 적이 없는 무적의 진이었다.
현수는 빠르게 대전을 벗어나 밖으로 나갔다. 궁 전체가 바뀐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이 구궁미로진?'
황궁의 무사들은 현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팟팟팟!
현수는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운중비록, 운중탄영신!"
슈슈슈슈!
하늘을 가득 메운 화살을 향해 용천검을 휘두르며 나아갔다.
"천사밀전, 천사탄강!"
"헉!"
한 줄기의 검강이 현수를 향해 쇄도했다.
"천밀밀!"
콰아앙!
충격에 의해 땅으로 추락한 현수는 땅에 두 다리가 닿자 곧바로 운중무영신을 사용했다.
8개의 환영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운중무영신은 경신술이라고는 하나 사실 지둔술에 가까운 무공이었다.
8개의 환영은 모두 가짜였다. 진짜는 땅속으로 숨어드는 것이었다.
"쫓아라."
땅속으로 숨어든 현수는 지둔술을 사용해 땅속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콰아앙!
"이런!"
현수는 땅속에서 솟아 올라왔다. 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는 나뭇가지를 밟고 반탄력을 이용해 다시 허공을 질주했다.
"떨어져라. 천사탄강!"
"젠장!"
현수는 다시 날아오는 검강에 의해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살황의 일기장, 은신술!"
현수의 신형이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주위에서 움직이지 마라. 천군교두는 이곳에 있다."
령 또한 살수 무공을 익히고 있어 현수의 무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후에 시작한 추격전이 밤까지 계속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현수는 답답해졌다. 아무리 사고를 치고 접을 생각으로 일을 벌였다 해도, 최소한 구미호의 복수는 하고 싶었다.
"령, 나에게 무슨 억화 심정이 있어 이렇게 한단 말인가?"
사방에서 울리는 현수의 목소리를 들은 령은 미소를 지었다.
"폐하의 명입니다. 군께서는 무공으로 폐하의 시험을 통과하셔야 합니다."
"나를 끝내 도발하겠단 말인가?"
"……!"
죽이며 통과하는 것은 별것 아니었다. 그것이 상책이 아니라는 것쯤은 현수도 알고 있었기에 오직 피해서 다니려고만 했다.
"계속해서 막는다면 나 역시 그냥 있을 수가 없다, 령!"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원히 황궁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젠장!"
결국 현수는 황궁을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현수는 황궁에 그렇게 많은 무사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야의 말대로 자신이 그냥 있었어도 다음 황제는 2황자가 될 것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현수는 황제에게 다시 발길을 돌렸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군께서 출중한 무예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추밀원까지 동원되었기에 힘들 것이옵니다.
-못 빠져나가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무의미한 살생을 하기 싫어서일 뿐이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 무림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가시는 것은 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수는 다시 황제의 앞으로 가 머리를 숙였다.
"왜? 벌써 포기를 했느냐?"
"아니옵니다. 다만 필요 없는 살생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폐하, 신을 무림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싫다. 넌 황궁에 있어야 한다."
황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신 이현수! 그만 물러가겠사옵니다."
결국 현수는 황제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 *
미랑이 없자 미령은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했다.
"미령이 고생이 많구나. 제조상궁에게 궁녀들을 더 보내 달라 말해야겠구나."
"아니옵니다. 미랑이 저에게 나리를 잘 보살펴 달라 했사옵니다. 저 또한 즐겁게 일을 하니 힘든 줄 모르겠사옵니다."
"그래, 조금만 참아라. 내가 너를 가족들이 있는 곳에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마."
"아니옵니다. 전 나리 곁에 그냥 이렇게 있는 것이 좋사옵니다."
그 후 현수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음! 주위에 8명이 있다. 상당한 고수들이다.'
자신의 거처를 감시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들은 문제가 아닌데, 저들의 뒤에 또 누군가가 있으면 도망가기 힘들다. 추밀원의 고수들인가?'
황궁에서 이 정도의 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수는 그들이 황궁의 인물들이 아니라 생각했다.
"방법이 없을까?"
-유일하게 황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영취 군주입니다.
현수는 야에게 들은, 영취 군주만이 황제를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영취 군주에게 부탁해 보자. 그러고 보니 황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구나.'
현수는 자신이 영취 군주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밖으로 나가 영취궁으로 향했다.
현수가 영취궁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비병이 입구에서 저지했다.
"군주 마마를 뵙기 위해 왔습니다."
"돌아가십시오. 폐하께서 현수 나리를 영취궁에 들게 하지 말라 명하셨습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별수를 다 쓰는구나.'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현수가 아니었다. 영취궁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현수는 몸을 돌렸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확인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운중비록, 운중무영보!"
순간 현수의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
"살황의 일기장, 은신술!"
현수는 은신술을 사용해 영취궁으로 들어갔다.
"살황의 일기장, 추적술!"
많은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렇게 찾으면 누가 군주인지 알 수가 없다.'
계속해서 움직이며 현수는 혼자 있는 기척을 찾았다. 하지만 영취궁에서는 혼자 있는 사람의 기척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음! 자객들 때문인가?'
현수는 자객들 때문에 영취 군주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방을 쓰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는 두세 명으로 감각을 확장하며 영취궁을 뒤졌다.
현수는 결국 영취 군주를 찾기 위해 온 밤을 지새웠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현수가 영취 군주를 찾기 위해 영취궁 안에서 헤매고 있을 때 영취 군주는 황제와 함께 있었다.
"젠장! 도대체 이 영감탱이가 무슨 수를 쓴 거지?"
결국 현수는 방으로 돌아와 투덜거렸다.
지금 현수가 답답한 마음을 표현할 이들은 지밀원의 무사들뿐이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현수는 전서구를 밖으로 날려 보내었다.
쿠다당 쿵!
"그렇게 해서 천밀위사들에게 이길 수가 있겠나? 검을 뻗을 때는 힘차게 뻗어라. 다시 시작한다. 하나!"
"측!"
측이라 함은 길 영 자를 적는 데 있어 기운 점을 말한다. 지밀원의 무사들은 일제히 소리치며 검을 기울여 잡고 마치 점을 찍듯 허공을 향해 찍어 갔다. 그러고는 한 발을 내디디는 형세를 취하며 검을 거두었다.
"그렇게 딱딱해서야 어떻게 화선지 위에서 붓이 흘러 내려가겠는가? 둘!"
지밀원의 무사들이 아무리 잘해도 현수의 호통이 이어졌다.
"늑!"
지밀원의 무사들은 검을 역으로 잡고는 검 끝을 지면에 붙여 한 발 앞으로 나가며, 검을 횡으로 그어 나가다 순간 아래로 내리쳤다.
"무엇들 하는가? 벌써 3개월을 배웠다. 그것밖에 하지 못하는가? 검을 거둘 때는 말의 안장을 힘껏 누르듯 힘을 주어야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나?"
'젠장,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그러고 보니 그년이 안 보이던데, 밖에다 살림을 차렸나 보구나. 그리고 아마 싸웠을 거야. 젠장, 그렇다고 화풀이를 우리에게 하다니.'
평설중은 어떻게 하면 오늘을 무사히 넘길까를 생각했다.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수많은 글자 중에서도 이 늑이라는 수법 때문에 작품의 우열이 결정되리만큼 중요한 초식이다. 셋!"
"노!"
무사들은 땅으로 내려왔던 검을 바로잡고는 몸을 한 바퀴 돌려 검을 강하게 내려쳤다.
"수직으로 내려친다고 해서 그것이 다 노의 수법인가? 정신들 차려라. 검을 내려치되 마지막 타점에서 힘을 주어라. 단순하게 생각하지 마라. 옛 성현들이 가장 원했던 것이 바로 팔자영법의 완성이었음을 기억하라! 넷!"
내려쳤던 검이 순간 멈추었다. 지밀원 무사들의 검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힘을 많이 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적!"
순간 검이 대각선으로 솟아올랐다. 땅에서 먼지가 일고 있었다.
"아직 약하다. 고무공이 벽에 부딪쳐 그 반발력으로 힘을 얻듯 힘차게 걷어 올려야 한다. 그 반발력을 다스릴 힘을 분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뭣들 하는가? 그냥 힘만 주고 걷어 올리면 다 되는 거라 알고 있나? 움직임의 변화를 주어라. 곧게 걷어 올리는 것이 아니다. 다섯!"
현수의 잔소리에 지밀원의 무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평소에도 조금 잔소리가 심했지만, 오늘 같지는 않았다.
지밀원의 무사들은 걷어 올린 검과 마치 하나가 된 듯 발을 뒤로 밟고는 몸을 돌렸다. 몸이 돌아가니 검 또한 따라 돌아갔다.
"책!"
"아주 지랄을 해라! 그렇게 단순히 회전력을 얻어 검으로 가르는 것이 아니다. 말을 몰 때 채찍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가?"
'아 씨! 그년이 밤에 앙탈을 심하게 부렸나 보네. 병신, 쪼다 같은 놈이 지 여자도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화풀이는 다른 사람한테 하고 지랄이야.'
평설중의 입은 이미 한 자나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을 그냥 지나칠 현수가 아니었다.
퍼억!
"억!"
억울한 눈으로 보아도 소용없다.
이미 많은 경험으로 터득한 평설중은 그냥 빠르게 일어나 대오에 합류했다.
"채찍은 옆에서 치기 시작해서 위로 향한다. 단순히 횡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다시 다섯!"
"책!"
지밀원의 무사들은 현수의 호통 속에서도 검을 움직였다.
"여섯!"
"약!"
무사들은 두 손으로 검을 잡고는 일제히 검을 왼쪽 아래로 내려쳤다.
그냥 지나칠 현수가 아니었다. 또 한 번의 잔소리가 시작 되었다.
"좋다. 그 힘을 그대로 유지시켜라. 내려치기만 하고 힘을 유지하지 못하면 검이 가벼워진다. 궁녀가 머리를 빗는 모습을 상상하라. 곧게 내려오던 빗이 어느 지점에서 엉킨 머리카락을 풀기 위해 순간적으로 힘을 세게 가하는 것처럼, 힘을 유지시켜 머리를 빗어 내리는 것처럼, 이 약 또한 그와 같다.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힘찬 목소리가 연무장에 울렸다.
"일곱!"
"탁!"
지밀원의 무사들은 빠르게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검으로 빠르게 허공을 찍고는, 다시 한 발 앞으로 나가며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길게 내려쳤다.
탁이라는 수법은 다른 수법들에 비해 그 빠르기가 달랐다. 일종의 쾌의 수법이 담겨 있었다.
"검에 여운을 두지 마라. 순간 떨어져 적의 가슴을 길게 베는 것이다."
쿠당탕!
평설중은 또 땅에 나뒹굴어야 했다.
'시팔! 왜 나만 때리는 거야? 개새끼!'
그는 불평을 했지만 그래서 지밀원의 무사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래저래 불쌍한 평설중이었다.
"여덟!"
"책!"
무사들은 역수검을 잡고는 천천히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왔다. 순간 다시 빠르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마지막에 나온 책에는 두 가지의 수법이 있다. 둔검과 쾌검이다. 둔검은 검을 천천히 내림으로써 방심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올려침으로 해서 적을 혼돈케 하는 것이다. 너희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 순서를 정했지만 어느 초식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연환으로 함께 사용해도 되고, 단일 초식으로 사용을 해도 상관이 없다. 내일 천밀위사들과의 시합에서 또 영 승을 하면, 그때는 1달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현수는 이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지밀원의 무사들은 모두 연무장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네밖에 없네. 제발 부탁하네. 이번에는 꼭 이겨 주게."
지밀원의 무사들은 평설중을 보고 말했다. 그들은 현수에게 은총을 받고 있는 평설중에게 부탁을 했다.
'빌어먹을! 제길, 방법은 하나뿐이야.'
평설중은 연무장을 빠져나와 현수가 간 쪽으로 사라졌다.
현수는 천연회의 식구들에게 전서구를 보내고는 무공을 수련했다.
계획하고 있는 것이 뜻대로만 이루어진다면 황궁을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밤이 되어서야 현수는 방으로 돌아왔다. 현수가 오는 것을 보자 미령은 급히 현수를 불렀다.
"나리!"
"왜 그러느냐?"
"실은 낮에 지밀원의 무사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평설중이라는 분이십니다."
"설중이 왜?"
"사실은……."
미령은 평설중이 찾아와 자신에게 주고 간 금전 20냥을 현수의 앞에 내보였다.
"이것을 주시면서 나리를 잘 모시라는 말을 했습니다. 나리, 제가 평소에 잘못을 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되어……."
현수는 미령에게 어떻게 보면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편한 생활을 하게 해 준 사람이 바로 현수였다.
미령은 평설중이 찾아온 낮부터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지만 특별히 잘못한 점을 찾지 못했다.
"아니다. 미령이는 나에게 너무나 잘해 주고 있으니 그런 걱정 하지 말거라."
"아닙니다, 나리! 저의 부족한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럼 노력해서 채우겠습니다."
'허! 설중이 잔머리를 굴린단 말이지. 고작 20냥으로 말이야. 훗훗! 그래, 이번 기회에 미령에게 한몫 단단히 챙기게 해 줘야겠구나.'
현수는 아무 일 없으니 괜찮다고 타이르고는 미령을 돌려보냈다.
다음 날 지밀원의 무사들은 천밀위사들에게 또다시 전패를 했다. 현수는 이것을 빌미로 지밀원의 무사들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독 평설중만이 혼자 편히 쉬고 있었다.
'흐흐, 옳구나. 약발이 바로 받는구나. 역시 남자한테는 여자가 있어야 돼. 고년, 생긴 것은 그렇지 않게 보이던데 밤 기술은 죽이는가 보군. 언제 시간 나면… 흐흐흐!'
평설중은 동료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자 자신이 혼자 당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렇게 현수가 돌아가고 나자 모든 지밀원의 무사들이 평설중을 노려보았다.
"설중은 나를 좀 보고 가거라."
지밀원의 원주 역시 현수의 괴롭힘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평설중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지밀원의 무사들은 그 비결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강압적인 지밀원주의 협박에 결국 평설중은 비결을 살짝 알려 주었다.
과연 효과가 있었다. 다른 이들이 현수에게 당하고 있을때 평설중과 지밀원주는 편히 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일주일, 다시 평설중이 구타의 대상이 되었다. 하나 평설중은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리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젠장! 금전 20냥이 일주일밖에 효과가 없다니.'
설중은 다시 미령에게로 갔다.
결국 중간에서 좋은 것은 미령뿐이었다. 1달에 받는 녹봉보다 수백 배를 벌어들인 셈이었다.
* * *
현수는 황제의 부름으로 황제에게 나아갔다.
"현수 그대는 나에게 말하라. 무엇 때문에 무림으로 나가려고 하는지를."
현수는 자신이 세운 계획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신 이현수는 본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황제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당시 제가 힘이 없어 그녀를 지켜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알고 있는데 이렇게 그냥 있으니 신의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구구절절 애타는 심정을 이야기하는 현수였다.
"그런 사연이 있었단 말이더냐?"
현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더 이상 말을 늘어놓아 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 약속을 하라."
"……!"
"무림에 나가서 복수를 하고 돌아온다고 약속을 하라."
"하오나……!"
"황궁으로 다시 오기가 싫은가?"
"아니옵니다. 상대는 강하옵니다. 자칫 제가 복수를 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어서 그러하옵니다."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돌아가라."
"……!"
"살아서 돌아오겠느냐? 아니면 그냥 황궁에 있겠느냐?"
"신 폐하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그대는 지금 무림으로 나아가 황궁에서 도망간 1황자와 대학사를 잡아들여라. 그 기간 안에 복수를 마무리하라."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사실 현수는 천연회 사람들에게 황궁에서 무림으로 나간 무사들을 추적해서 죽일 수 있으면 죽이라고 전서구를 보냈다. 전서구에는 황궁 무사들의 생김새와 특징을 소상히 적었다.
역사서에서 황궁인이 궁이 아닌 곳에서 죽으면 진상 조사를 하기 위해 황궁에서 사람을 보내 조사한다는 내용을 보고 혹시나 해서 부탁했던 것이었다.
그들은 하오밀문과 싸우고 있고 또한 모산에 쫓기면서도 현수가 부탁한 것을 해결했다.
현수가 무림으로 나오면 지금의 상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힘이 들어도 건은 이들을 찾아 죽였다.
그 결과, 황제는 현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수가 무공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마로 생각하고 있기에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령이 현수를 무림으로 보내 자세한 내막을 알아봐야 한다고 황제에게 간청을 했고, 결국 황제는 현수를 무림으로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대 현수는 명을 받으라."
"신 이현수, 폐하의 명을 받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대는 무림으로 나가 황궁과 무림의 마찰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 또한 무림으로 도망을 간 1황자와 대학사를 잡아 들여라."
"신! 명을 받습니다."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황제는 1황자와 대학사의 뒤를 쫓아 무림으로 나간 천밀위사들과 금의위의 고수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것이 무림인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밀위사들과 금의위의 고수를 죽인 무림인을 찾아 황제에게 보고를 해야 합니다. 기한은 10년입니다.
현수는 퀘스트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자신의 손으로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
-보상은 황궁으로 돌아오는 날 받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실패 시 페널티로 황궁에서 얻은 모든 직위를 잃게 됩니다. 만일 황제와의 신임도가 있다면 0으로 하락합니다.
현수는 암울한 퀘스트를 보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10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래,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현수는 이렇게 함으로써 꿈에 그리던 무림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신 이현수, 폐하께 한 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말하라."
"저의 시비인 미령을 집으로 보내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그대의 뜻대로 하라. 그대는 이 모든 사실을 숨기고 무림으로 가 무림과 황실의 안녕을 지켜라."
이에 현수는 거처로 돌아가 들뜬 기분으로 무림으로 나갈 준비했다.
날이 밝자 현수는 먼저 미령을 집으로 돌려보내고는 화공을 찾아갔다. 그리고 구미호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를 1만여 장 준비했다.
그러고 나서 1만여 장 모두에 용천검의 손잡이에 있는 멸친어린천룡군의 인장을 찍어, 동창과 금의위의 무사들을 시켜 천의 본토에 모두 퍼트리게 했다.
하지만 현수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환생을 한 구미호가 어린 나이라는 것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게 그것이었다.
현수는 마지막으로 지밀원의 무사들을 굴리고는 무림으로 나갔다.
지밀원의 무사들은 영원히 현수가 돌아오지 않기를 원했다. 그들은 황제의 은총을 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