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현수는 전서구를 읽고 있었다. 만사귀에게서 온 것으로, 천유 서림에 대해서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천유 서림이 무림 문파와 끈을 가지고 있고, 내각이 이를 토대로 힘을 얻으려고 한단 말이지."
현수는 다시 전서구를 만사귀에게 보내었다. 천유 서림과 무림의 문파가 손을 잡지 못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럼 2황자를 만나 볼까?"
그는 2황자를 만나기 위해 방을 벗어났다.
소화궁 앞에 도달한 현수는 걸음을 멈췄다. 꼬집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뭔가가 소화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현수는 천천히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냥 발을 내디딘 것뿐인데도 현수의 얼굴에서는 당혹감이 묻어났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특별히 자신의 앞을 막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궁녀들이 지나가고 정원사가 꽃을 다듬고 있는 모습이, 일상과 똑같았다.
현수는 정원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늙은 정원사였다. 꽃을 다듬는 그의 손은 투박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제가 가는 길을 왜 막으시는지요?"
현수의 물음이 이상해서일까? 정원사는 고개를 돌려 현수를 보았다.
"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나리의 길을 막다니요."
"그렇습니까?"
현수는 그냥 몸을 돌려 소화궁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또다시 자신을 막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정원사를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일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을 막는 기운이 정원사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일까?'
현수는 정원사를 보며 생각을 했지만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다시 정원사에게 다가서는 현수였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요?"
현수는 자신이 2황자에게 가는 길을 막을 사람은 두 사람뿐이라 생각했다.
현수는 내각의 세력을 줄이기 위해 지금껏 대학사가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방해를 놓았다.
또한 황궁의 자객이라는 자객들은 이미 현수의 손에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다만 워낙 비밀스러운 일이라 현의태감이 쉬쉬하고 있었다. 3황자와 현수가 조금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현수가 3황자와 친분을 유지하는 이유는, 황궁에 세력이 집중되어 있는 환관들을 괜히 자극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사께서 저를 죽이라 보내셨습니까?"
"허! 나리, 대체 소인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러십니까?"
"아니면 돌아가라."
현수는 싸늘하게 호통을 쳤다.
그때 소화궁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현수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정원사의 눈에서 기광이 흘렀다.
"죽어라!"
"윽!"
현수는 재빨리 몸을 돌렸지만 정원사의 가위가 현수의 팔을 스치고 지나간 후였다.
"대체 넌 누구냐?"
공격을 실패한 정원사는 재차 현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흥!"
현수는 운중무영보를 사용해 정원사와 거리를 벌리고는 바로 소화궁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운중비록, 운중탄영신!"
"이런!"
현수가 소화궁으로 날아가는 것을 본 정원사는 그 뒤를 쫓았다.
'대낮에 이런 일을 벌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군. 대학사인가? 아니면 현의태감?'
현수는 짧은 순간에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화궁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리 좋은 게 아니었다. 궁녀들은 서로 살겠다고 뛰쳐나오고 있었고, 여러 명이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2황자 저하는? 2황자 저하께선 어디 계시느냐?"
소리쳐 봤지만 현수의 물음에 대답을 한 궁녀는 아무도 없었다.
"살황의 일기장, 탐지술!"
현수는 움직이는 기척들 중에서 소화궁 안의 한 곳으로 집중되는 기척을 찾아 따라갔다.
팟팟팟팟!
정원사가 뒤에서 현수를 공격했지만 현수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2황자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을 했다.
"누구냐!"
자신의 앞을 막는 이들이 보였지만 현수는 그들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들과 싸우다 잘못하면 2황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운중비록 운중무영신! 살황의 일기장 은신술!"
현수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막아선 이들이 당황해서 주위를 살폈지만 현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찾아라! 2황자에게 가는 것을 막아라."
그들 역시 사라진 현수가 2황자에게 갈 것이라 생각했는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황자 저하! 소인의 뒤에 계십시오. 소인, 산이 지켜 드리겠습니다."
천밀위의 산은 2황자의 앞에서 검을 고쳐 잡고 눈앞의 적들을 노려보았다. 이미 4명의 천밀위가 쓰러졌다. 방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미안하구나, 산!"
2황자는 누가 자신의 목을 노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물증이 없어 그냥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지금 앞에서 검을 겨누는 이들은 바로 자신을 따르는 젊은 군부의 장수들이었다.
"죄송합니다, 2황자 저하!"
"그대들이 이렇게 나의 목을 노릴 줄은 몰랐다. 무엇이 부족해 나의 목을 노리는 것이냐?"
"폐하께서 너희들의 가문을 멸할 것이다."
산은 소리쳐 보았지만, 그들은 검을 추켜올리고 있었다.
"죽어서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장수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검류천막!"
산은 공격을 하기보다는 방어를 중점으로 했다. 시간을 끌면 천밀위의 위사들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채애앵!
"큭!"
젊은 장수들의 무공 역시 만만치가 않은지 산은 연방 힘겨운 소리를 내었다. 장수들의 검이 산을 향해 움직일 때마다 그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황자 저하, 죄송합니다."
산은 더 이상 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다.
수많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인해 산은 정신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수고했다, 산! 내가 저승에서 술을 한 잔 받아 주마."
"감사합니다, 황자 저하."
산은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한 번이라도 더 막으면 천밀위의 위사들이 올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검류천막!"
"커억!"
2황자와 산은 반발력에 의해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죽어라."
산을 향해 내려치는 검은 무엇이든 베어 버릴 듯한 기세였다.
"천밀밀!"
콰아앙!
"누구냐?"
현수는 간발의 차이로 산을 살릴 수 있었다.
"사사님!"
산은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 준 사람이, 하남성의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함께 간 현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때 뭐라고 했지? 분명 가서 무공 수련을 더 하라고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사사님!"
현수는 산의 뒤에 있는 2황자를 보았다.
"괜찮으십니까? 밖에서 방해를 받아 조금 늦었습니다."
"왜? 그냥 돌아가지 않고?"
"오늘 만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현수는 일어나서 검을 겨누고 있는 자들을 노려보았다. 현수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이들은 현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시간이 없다. 빨리 처리해."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함께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움직이는 검을 본 현수는 산의 검을 발로 차 올려 손으로 잡았다.
"팔검수화진검류!"
채앵 챙챙!
검과 검이 서로 부딪치면서 불꽃이 일어났다. 현수가 그들을 막고 있는 동안 산은 힘겨운 몸을 일으켜 세워 2황자 앞에 섰다.
"어딜……! 뇌전류!"
그들의 목적은 2황자였기에 틈만 있으면 2황자를 죽이려고 했다.
"죽어라!"
"이런 독한……!"
현수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독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황자를 죽이려 동귀어진까지 구사했다.
"운중비록, 운중광속신형보!"
몸으로 부딪쳐 오는 한 장수를 본 현수 역시 그를 몸으로 상대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어깨로 몸통을 밀쳐 버린 것이었다.
"크억!"
"뇌전류!"
현수는 몸에 부딪쳐 공중으로 솟아오른 장수에게 검을 휘둘렀다.
"산! 몸으로 막아라."
2황자와 현수의 거리가 멀어지자 남은 장수들은 일제히 2황자에게 검을 휘둘렀다.
"크악!"
산은 본능적으로 2황자를 감싸 안았다. 등으로 장수들의 검을 방패 삼아 막았다.
"팔검수화진검류!"
츄츄츄츄!
"커억!"
산이 몸으로 자신들의 검을 막는 것을 보고 당황한 이들은 현수의 공격에 무릎을 꿇었다.
"뇌전류! 팔검수화진검류!"
"크아악!"
현수의 마음이 급해졌다. 비록 천밀위의 위사들이 입고 있는 방어구가 좋다고 해도, 늦으면 산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산! 정신을 차려라."
장수들을 모두 쓰러트린 현수는 급히 산에게 다가가 지혈을 했다.
"정신만 잃지 않으면 된다. 산! 정신 차려."
"포정사사님! 전 아무래도 힘들겠습니다."
"헛소리! 내가 살린다."
산은 고통에 겨워 눈을 감으려 했다. 하지만 현수는 그런 산을 그냥 두지 않았다.
"눈을 떠라. 현천파열권!"
현수는 정신을 잃어 가는 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큭!"
2황자는 현수가 하는 것을 보고 무엇이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눈에는 한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행동으로 보였다.
무엇인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긴박한 상황인지라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쾅!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다. 현수를 중간에서 막으려고 하던 자들과 정원사가 함께 들어왔다.
그들은 산을 치료하려는 현수의 모습을 보고 일제히 검을 휘둘렀다.
'이런!'
현수는 다급해졌다. 산을 안고 옆으로 굴렀다.
현수는 산을 눕혀 놓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모두는 현수의 기세에 눌려 움직이지 못했다.
"죽여 주마! 하늘이 정한 분을 인정치 않고 하늘을 거역하려고 하는 너희들을 모두 죽여 주마."
현수는 산을 보았다. 그리고 2황자를 보았다.
"산을 부탁합니다. 정신만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2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의 분위기에 눌려 말을 하지 못했다.
"살황의 일기장, 은신술!"
현수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크악!"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마 천밀위사들을 비롯해 지밀원의 무사들이 2황자의 궁으로 들이닥친 모양이었다.
적들은 눈빛을 교환하고는 2황자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다. 한 발을 내디딘 순간 빛이 번쩍였다.
"크악!"
모두는 동시에 움직이려 했지만 비명 소리는 그들보다 한발 앞서서 들렸다.
"모습을 드러내어라."
"후후!"
짧은 웃음소리였지만 듣는 이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왔다.
2황자는 산을 안고 가만히 있었다.
눈앞에 목표물이 있는데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가서 검만 내려치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럴 수가 없었다.
"크악!"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여지없이 목이 날아갔다.
"비겁하게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정원사는 공포에 휩싸여 소리쳤지만 적막하기만 했다. 그는 뛰고 있는 자신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와라."
정원사는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러 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스르륵!
현수는 정원사의 뒤에 나타났다. 하지만 정원사는 현수를 발견하지 못한 듯 여전히 공포에 휩싸인 눈을 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가서 기다려라. 만일 산이 살아나지 못할 경우에는 이번 일과 연루된 모든 사람들이 죽는다."
"컥!"
정원사의 목이 땅으로 떨어졌다. 보고 있던 2황자 역시 현수에게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현수는 2황자를 제쳐 두고 산을 깨웠다.
"눈을 떠라."
"미안하네."
현수는 두 손을 산의 심장이 있는 곳에 가져다 놓고 힘껏 눌렀다.
심폐소생술!
군대에서 배운 것으로, 응급처치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었다.
현수는 쉬지 않고 산의 심장에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있지 말고 가서 의원을 불러 오십시오."
2황자는 현수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나가려 했지만 선뜻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이들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급합니다. 산은 황자 저하를 지키려다 이렇게 다쳤습니다."
'생각보다 담력이 약하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다음 황제로 생각하고 있을까?'
현수는 말하는 도중에도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왜 산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황자 저하를 지키려고 했겠습니까?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천밀위의 위사들과 지밀원의 무사들이 들어왔다.
현수는 천밀위의 위사들에게 의원을 부르라고 소리쳤다.
잠시 후 의원이 들어와 산의 상태를 살폈다. 고개를 흔드는 의원을 보자 현수는 의원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올 때까지 숨만 붙여 놓아라. 만일 내가 돌아왔을 때 죽어 있다면 넌 죽지도 살지도 못할 것이다."
모두의 눈에는 그런 현수가 안하무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수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현수는 급히 궁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곧바로 황제에게 날아갔다.
"비켜라! 한시가 급하다."
현수는 가로막는 환관들을 밀치고는 황제에게 나아갔다.
"무슨 일이냐?"
"괴한의 무리가 소화궁에 침입해 2황자 저하를 노렸습니다. 다행히 황자 저하께서는 무사하시나 천밀위 4명이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하지만 천밀위 1명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그는 지금 크게 다쳐 목숨이 위급합니다."
황제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산은 목숨으로 2황자 저하를 살렸으니 폐하께서 영약을 내리시어 그를 살려, 종신토록 폐하께 충성하게 하시옵소서. 자신의 목숨으로 주군을 지키는 자가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산이 보여 준 행동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폐하의 귀한 사람입니다. 또한 그에게 이번 사건의 주모자를 물으시어 일벌백계를 해야 되는 줄 아룁니다."
황제는 현수를 보고 령에게 물었다.
"령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산은 훌륭한 위사입니다. 그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영약을 내리시어 그를 살려 주십시오, 폐하."
"수인장의는 들라!"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황실 의원들의 우두머리인 사람이었다.
현수는 황제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금 한 사람이 죽어 가고 있는데 이것저것 모든 절차를 따지는 것이 답답했다.
"산의 상태는 어떠한가?"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수인장의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현수는 다시 소리쳤다.
"살릴 수 있습니다. 음의 기운이 강한 만년설련실! 황궁 약고에 있는 만년설련실만 있으면 살릴 수 있습니다, 폐하."
현수가 황제에게 말했다. 정말 산을 위하는 모습이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제는 다시 수인장의에게 물었지만 수인장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때를 놓쳤습니다. 만년설련실이 영약이라고는 하나 살리기에는 늦었사옵니다."
"아닙니다. 살릴 수 있습니다, 폐하!"
현수는 수인장의의 말을 반박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이현수에게 만년설련실을 내주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폐하!"
"2개가 필요합니다."
현수는 다시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하라. 산이 살아나면 내 친히 그대를 심문할 것이다. 그대는 물러가라."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령! 그대는 이번 일에 가담한 자들의 가족을 모두 천금 뇌옥에 가두어라.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들을 벌하겠다."
령은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현수는 수인장의에게 만년설련실 2개를 받아 들고 산이 있는 2황자의 궁으로 날아갔다.
'힘들다. 나의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뭐! 대가로 만년설련실을 하나 얻었으니 다행이지.'
현수는 가는 도중에 만년설련실 하나를 복용해 버렸다. 다행히 산은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의원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현수는 도착하자마자 만년설련실을 산의 입에 밀어 넣었다.
'음기가 강한 만년설련실과 적룡의 영약으로 인한 양의 기운을 몸 안에서 충돌시켜 고통으로 모든 기능을 살린다. 그다음은 의원들이 알아서 하겠지.'
현수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산의 입에 흘려 넣었다. 그러고는 기력을 일으켜 산의 몸에 넣기 시작했다.
현수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만큼 많은 기력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산은 뜻하지 않은 기연을 얻었다.
현수의 생각대로였다. 만련설련실과 현수의 피 속에 있는 적룡의 영약 그리고 구미호의 내단이 산의 몸속에서 서로 충돌을 일으켜 그의 전신 잠력을 일깨우고 있었다.
"휴!"
현수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일어나서 몸을 돌려 2황자를 보았다.
"황자 저하, 죄송합니다. 오늘 대화하는 건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비틀거리던 현수는 벽에 기대었다.
"고맙다. 오늘 그대가 나를 두 번이나 살려 준 것이나 다름없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현수는 소화궁을 벗어나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소화궁의 사태로 인해 황제는 황궁의 모든 이들에게 금족령을 내렸다. 그 누구라 할지라도 황궁의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 설령 황후와 희빈들이라 할지라도 이번 사건이 해결되기까지는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소화궁 사태의 주범들을 찾아내고자 동창과 금의위는 연일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했던가? 동창과 금의위는 시간만 축내고 있을 뿐 주범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현수는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과연 대학사의 짓일까?'
현수의 눈에 보이는 상황은 분명 대학사가 주동할 만한 일이었다.
외부의 세력을 주로 하는 내각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이 시점에서 승부를 내려고 한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군부의 젊은 장수들과 내각은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만일 그들이 대세의 흐름에 따르더라도 내각보다는 환관들의 편에 서야 했다.'
현수는 여기까지 생각을 하자, 입가에 묘한 미소를 그렸다.
-나 역시 알고 있는 게 있는데, 너희들도 여자 장사하잖아. 그걸 폐하께 고해바칠까?
현수는 지난 날, 자신을 감시하던 금의위와의 대화를 생각해 내었다.
'만일 환관들이 그들에게 접근해서 궁녀들을 붙여 주고,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협박을 했다면?'
모든 것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젊은 장수들은 장래를 촉망받는 황궁의 후기지수나 다름이 없었다.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 천에서는 머리가 이렇게 잘 돌아가는데 왜 현실에서는 안 돌아갈까?"
현실에서 책만 보면 잠을 자는 자신을 한탄하는 현수였다.
"나리! 천밀위의 산 대인께서 나리를 뵙자고 청하였사옵니다."
"안으로 모시어라."
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사람 하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현수는 산이 자신을 찾아오리라 믿고 있었다.
'후후! 천은 너무 현실적이라는 것이 약점이다. 물론 그에 따른 변수들이 많이 있지만!'
산이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왜? 그러는가?"
"사사님께서 저를 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다. 너를 죽일 수 있는 것은 도나 검이 아니라 폐하뿐이시다. 당연히 널 살려야 했던 게 맞다. 그리 있지 말고 자리에 앉아라."
산은 고개를 들고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다. 왔으니 하나 물어보자꾸나. 소화궁에서 일어난 일의 당시 상황을 알고 싶다."
산은 현수에게 당시의 상황을 모두 이야기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수들은 2황자 저하와 함께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의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2황자 저하를 향해 검을 뽑아 들었습니다. 놀란 저와 천밀위사들이 막으려 했지만 너무 가까워 천밀위사들이 먼저 그들의 검에 당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2황자 저하를 안아 들고 그들과 거리를 벌릴 수 있습니다."
"정말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더냐? 안색이 안 좋다든가, 무엇인가에 쫓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느냐?"
"글쎄요… 아! 그들이 평소보다 땀을 조금 많이 흘린 것 같습니다. 그냥 날이 더워 그런가 보다 싶었습니다."
"음! 궁녀들은?"
"소인,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알겠다. 나에게 다른 할 말이 있는가? 없으면 돌아가 쉬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사님!"
산은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저는 조금 무식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폐하의 사람이라 다른 분을 섬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부탁하실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친구로 생각하라."
산은 친구라는 말을 듣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황궁에서는 이해관계가 맞는 이들을 친구라 불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배신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뜻했다.
"너와 난 목숨을 함께한 친구다. 너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난 너를 목숨을 함께한 친구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리 말씀해 주시니 편합니다."
산은 돌아갔다.
무엇인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소화궁의 사태로 대학사와 현의태감이 함께 공격을 해 온다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힘으로 싸운다면 얼마든지 버틸 자신이 있었지만 싸움이라는 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기에, 대학사와 현의태감이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손을 잡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만사귀에게 연락을 해야겠군. 그리고 건을 불러야겠다."
현수는 만사귀와 건에게 전서구를 보냈다.
* * *
천연회의 일행들은 객잔에 모여 현수에게서 받은 전서구를 확인하고 이번 일에 대해서 의논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긴, 친구의 부탁인데. 내가 죽는 것도 아니고 또 재미도 있겠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 역시 몬스터라고 하지만 오히려 NPC에 가깝지. 그리고 사실 몬스터만 잡는 것은 조금 지겹다. 황궁 일이라면 보상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고. 괜찮아 보인다."
만사귀는 자신이 조사한 것을 모두에게 숙지시켰다.
현수는 약간의 소동만을 원했지만 이왕 개입하기로 했으니 확실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입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에 대한 보상이 크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현수가 나에게 부탁한 것은 천유 서림과 관, 무림이 연계된 곳을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틈틈이 알아보았지만 크게 의심이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군소 문파들이 천유 서림과 연이 닿을 뿐이었다."
"하긴 그렇겠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는 오래전부터 관과 손을 끊었으니까."
"그래, 맞아. 개인적으로는 친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문파 전체가 연관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첫 번째 목표를 흑사파로 정했다."
"흑사파?"
모두 처음 듣는 문파의 이름이었다. 만사귀의 설명이 이어졌다.
"흑사파는 문파라기보다는 뒷골목의 조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하오밀문에서조차 내놓은 그런 문파지."
"잠깐. 조금 이상하잖아. 만사귀, 네 말을 들어 보면 무림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왜 그런 삼류도 아닌 사류 같은 집단과 손을 잡아?"
화령검객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만사귀는 그것에 대한 조사를 이미 마쳤는지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래! 나도 처음에는 이상해서 보다 많은 것을 알아보았지. 그래서 얻은 결론은 하나뿐이야."
"뭐?"
"민심 조성!"
"민심 조성?"
"그래! 어수선한 민심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림인들보다 오히려 그런 인물들이 더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흑사파가 평소에 하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생각을 해 봐! 평소에 하는 일의 강도를 조금 더 올린다고 해서 누구 하나 의심하는 이들이 있을까? 사람들은 '저 죽일 놈들, 지랄하네.' 뭐 이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만사귀의 말이 옳았다. 살인, 강간, 강도, 협박. 그들이 평소에 하는 일이었다. 강도를 조금 높인다 해도 사람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관이 그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면?"
만사귀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내 생각에는 흑사파를 접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접수?"
모두는 만사귀가 하는 말에 이구동성으로 다시 물었다.
"그래! 지금까지 유저들은 흑사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흔한 뒷골목 건달을 상대하는 것보다 사냥으로 아이템을 얻거나 레벨 업을 하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고레벨의 유저들이 생기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소소한 것까지 드러나게 될 거야. 솔직히 아직 흑사파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최고 레벨의 유저가 마음을 먹으면 흑사파 정도는 접수할 수 있다고 보거든."
"접수라……. 이거 정말 현실 같지 않아?"
화화공자는 새삼 느꼈다.
"당연하지. 그러니 사람들이 미치고 있는 중이잖아. 그리고 가능하면 하오밀문과는 충돌을 피해야 돼."
"그렇게 하지. 우리가 거대한 하오밀문과 충돌해 봤자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 말이야."
"하하! 좋아. 이 역발산 님께서 흑사파를 접수해 주지."
"넌 입 좀 다물고 있어라."
"무슨 말을 못 하게 해."
모두는 역발산을 보고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흑사파 일의 적임자는 그 누구도 아닌 역발산이라는 것이다.
"준비할 것 있어?"
"없어. 그냥 가서 먼저 몸으로 부딪쳐 보고 판단을 해야지."
모두는 객잔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흑사파가 영업을 하는 소주로 향했다.
* * *
현실에서의 소주는,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항이 있다는 말로 유명한 정원 도시이다. 또한 동방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천 역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서 만들어 놓은 듯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소주에 있는 흑사파지? 황궁이라면 북경의 뒷골목이 더 편하지 않을까?"
모두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역발산을 보았다. 역발산 역시 조금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좋은 질문이야. 북경은 황궁과 가까이 있지. 하지만 뒷골목 조직들은 거의 없어. 몇몇 파락호들이 모여 있기는 하지만 조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힘들지."
"그래?"
"어. 하지만 강소성은 조금 달라."
"……!"
"강소성에는 연운항이라는 항구가 있어. 이곳은 정주를 거쳐 실크로드로 가는 시작점이지. 또한 양주는 대운하의 중요한 거점으로, 무역이 성한 지역이기도 해. 그만큼 본토의 사람들보다 장사하는 장사치들이 더 많은 도시지."
"그러니까 외국의 사신들이 많으니 나라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거야?"
"그렇지. 아직 패치가 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BS에서 우리나라에만 서비스를 하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만일 외국에 정식 서비스가 된다면 이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째서?"
"명분 때문이지."
모두는 만사귀의 말에 빠져 들고 있었다. 만사귀는 역사 전공 박사 학위를 가진 재원이었다. 하지만 모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만약 서버 통합을 한다면, 외국인들이 본토로 들어오려고 했을 때 통하는 길은 실크로드밖에 없어. 숫자가 제한되어 있지. 하지만 옛날 그때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면, 자국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유저들이 넘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할 거야. 물론 우리들 역시 외국인의 땅으로 갈 수 있고 말이야."
모두는 새삼 만사귀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괜히 정보통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몇 수 앞을 보고 그에 따른 정보를 수집하는 만사귀는, 어떻게 보면 현수나 건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모여서 가던 건달들이 눈에 보였다.
"먼저 시비를 걸어서 우리 쪽에서 반쯤 병신이 되어야 해."
"왜?"
"왜는, 그냥이지. 그 이유로 일을 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누가 병신 될래?"
모두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카오스에게로 눈이 갔다.
"왜? 내가 왜?"
"제일 비실비실하게 생겼잖아. 대충 맞아 주고 병신 한번 되어라."
"아 씨! 나름대로 나도 싸움 잘해."
역발산이 카오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 마라. 이 역발산 님께서 너의 몫까지 확실하게 분질러 줄 테니 말이야."
카오스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달을 향해 다가갔다.
"뭐야?"
지나가다 발을 밟은 카오스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건달들이었다.
'아 씨! 별것도 아닌 것들이 지랄이야. 현실에서 만나면 한주먹 거리도 아닌 것들이.'
"죄송합니다."
"조심해."
건달들은 이 말을 남기고 카오스를 스쳐 지나갔다. 이것을 보고 있던 모두는 어이가 없어서 카오스에게 달려왔다.
"그것도 못하냐?"
"아니, 내가 발을 밟았는데 그냥 지나가는 것을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나도 시비를 걸었다고."
"그게 시비야? 에라! 시비는 이렇게 거는 거야."
역발산이 나섰다. 그는 건달을 향해 달려가더니 소리를 쳤다.
"비켜!"
쿵!
건달들은 역발산과 부딪쳐 날아가 떨어졌다.
"뭐야. 귓구멍이 막혔냐? 소리가 안 들렸냐?"
건달들은 역발산이 소리치는 것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어디서 이런 떨거지가!"
"씨팔! 어떻게 할래? 달리는 내 기분을 망쳤으니 어떻게 할래?"
만사귀를 비롯한 이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저놈이 딱이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무식할 수가 있냐?"
"그러게. 그래도 확실하게 시비를 거는데? 가끔 난 이런 생각을 해. 저놈, 무식한 게 아니라 아예 생각이 없는 놈이라는."
모두는 수금인의 말에 동의를 했다. 정말 어떻게 보면 역발산은 생각이 없는 무뇌충인 것 같았다.
퍽!
"방금 쳤냐?"
역발산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주먹을 날린 건달을 보았다.
건달은 주먹에서 전해져 오는 느낌에 얼떨떨했다. 마치 벽을 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컥!"
역발산의 주먹이 건달을 향해 날아갔다. 건달은 힘에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건달들과 역발산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신이 난 역발산은 큰 소리로 웃으며 건달을 패기 시작했다.
"하하! 이것들아. 천하제일 신력 역발산 님께서 너희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을 감사히 여겨라."
모두는 고개를 흔들었다. 건달의 레벨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역발산은 간단하게 끝낼 수가 있었다.
"너희들이 감히 나 역발산 님을 몰라본 것을 탓해라."
역발산은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건달들은 힘든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방금 역발산이 저놈들을 죽이지 않는 것 봤어?"
"그래. 무뇌충은 아닌 것 같다."
만사귀와 일행은 역발산이 사라진 곳으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