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속 - [3] >
오딘의 목이 땅을 구르는 것을 보며 롤랑은 거부감을 느꼈지만, 그것은 사람의 목이 땅을 구르는 것을 보며 느낀 혐오감에 불과했다.
죄책감, 그러니까 감히 자신이 모시는 신을 해쳤다는 데서 온 충격은 받지 않았다. 평범한 대학생이 그런 감정을 느낄 리 없었으므로.
오딘의 모습은 이내 살덩어리가 되어 스러졌다.
물론 그것을 짓밟고 지나간다든가 하는 불경은 저지르지 않았다. 진짜 오딘이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기에.
롤랑은 마음에도 없는 잘못을 빌었다.
“종의 불경을 용서하소서, 위대한 분이여.”
그러고는 이내 저 빛의 근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롤랑이 애타게 찾아 헤매던 심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 거체에 피를 공급한다고 믿을 수 없는 작은 심장이었다.
난쟁이의 심장.
웃기게도 심장은 자기 몸보다 큰 황금 투구에 감싸인 채였다. 당연히 저것이 바로 그 타른헬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롤랑은 성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그것을 휘두르려던 차,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려줘!” “그만해, 봐줘!” “목숨만은 제발!” “하지 마!”
사방의 고기 벽에 돋아난 난쟁이의 얼굴이 목숨을 애걸하고 있었다. 그 얼굴들에 떠올린 공포의 감정은 꾸며낸 티 없이 실로 진솔했다.
조롱받고 빼앗긴 끝에 자기만의 동굴에서 홀로 수백 년을 살아온 난쟁이, 그 조그만 늙은이가 지금 느끼는 공포란 실로 절절한 것이었다.
가장 은밀한 소굴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으로 지내왔다 생각했더니 가장 깊숙한 곳에 침입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심장을 부수려 하고 있다.
분노를 느낄 만도 하건만, 이제 그런 감정을 느낄 사치는 사라졌다.
“제발 그만!” “자비를 베풀어줘, 제발 하지 마!”
저 난쟁이의 뜬금없는 배신으로 동료까지 죽은 마당이지만 롤랑은 일순 주저했다.
그러나 막상 행동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미안.”
마침내 휘둘러진 성검이 열띤 섬광을 흩뿌렸다.
그 칼날이 심장과 그 주변을 감싸던 타른헬름에 닿은 순간, 둘은 마치 연약한 두부였던 것처럼 갈라졌다. 칼날에 잘려서가 아니라 절단면이 열로 녹아내려서.
그리고 롤랑은 당황했다.
사방이 그저 고요했다. 사방의 벽에 달라붙어 있던 난쟁이의 얼굴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는데, 그뿐이었다.
당장 특별한 무언가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롤랑은 예상 밖이었다.
‘아마도 이 악룡의 엔진일 터인 두 가지를 파괴하는 순간 모든 것이 붕괴하리라고 기대했는데. 할리우드 영화의 클리셰, 폭발 직후 배경을 구성하던 현장이 붕괴하는 블록버스터 마무리처럼.’
그리 되지 않는다니. 설마 이 이상의 무언가를 더 해야 하는 것인가? 이 방 너머에 진짜 보스가 남아있기라도 한가?
지치고 지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롤랑이 긴장하여 성검을 쥐는 순간, 입 다물고 있던 난쟁이의 머리들이 비명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악!” “크으아아아아아으아아아아아아아악!” “그라아아아아, 으아으으으그아아아!”
그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주변의 살덩어리들이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중심부는 벌써 각질화 되다 못해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주변도 빠른 속도로 수분을 잃고 굳어져갔다.
붕괴.
한 박자 늦었으나마 롤랑이 바라던 장면이 시작된 것이다.
타른헬름이 제공하던 빛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 당장 롤랑에게 보이는 것이라곤 성검의 빛에 비춰진 눈앞 바닥뿐.
그러나 발밑 감촉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각질화 되고 가루가 된 살덩이들은 먼지가 되더니 아예 사라지고 있었다.
과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잃은 거대한 신체는 붕괴를 시작했다. 바란 대로 되었지만 기뻐하기는 일렀다.
롤랑은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를 고찰했다.
이 붕괴는 얼마나 빨리 이루어질 것인가?
생각보다 느릴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몸을 유지하는 동력원이 달랑 이 두 조그만 물건 하나일 리는 없었으니까. 이 거대한 몸에 혈액을 공급하려면 제2의 심장, 제3의 심장이 존재할 것이다.
물론 타른헬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관이었을 것이다. 그 파괴는 이 거대한 용을 죽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악룡은 얼마간의 유예를 두고 죽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을 앞둔 악룡은 무엇을 할 것인가?
‘복수?’
아니, 타른헬름이 사라진 이상 자기 체내를 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도 죄다 부수고 죽이려 하지 않을까?
길동무를 양산하고자?
롤랑은 저 밖에 있는 사람들에 생각이 미쳤다. 그 중에는 동료도, 힘없는 조그만 종자도 있었다.
역시나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롤랑은 다시금 칼을 쥐었다. 그리고 지친 와중에도 붕괴장면의 마지막을, 탈출을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더라도.
*******
과연 악룡은 얌전히 죽어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가해자에게 복수하기 힘들다면 그 동포들을, 그리고 자신의 오랜 원수들을 해치기를 원했다.
악룡은 불 꺼진 외눈으로 절벽 아래 평원을 바라보았다.
저기에 오딘이 있었다.
그러니까 전쟁이 있었다. 트롤과 인간의 전쟁. 인간은 수세에 몰려 그 수가 대폭 줄었지만 그들은 원체 대군을 끌고 온 터라 바로 전멸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 보니 인간은 제대로 저항을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무언가를 중심축으로.
그 탓에 트롤들도 그 수가 꽤나 줄어있었다. 여전히 너무나 우세해서 이대로 가면 결국 트롤이 승리하고 적들을 절멸시킬 수 있으리란 점은 의심할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꽤나 피해를 입을 터였다.
그리하여 안드바리는 생각했다. 저들을 좀 거들어주더라도 영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닐 것이라고.
문득 라인 강을 보았다.
저 아래에는 라인 처녀들이 있을 터였다. 안드바리를 열 받게 만든 나머지 그놈의 반지를 손에 넣게 만든 주범들.
두 보물을 되찾아 그녀들을 죽일 능력이 생긴 후로도 정말 죽이지는 않았다. 가끔 수음하려면 눈요기 할 것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난쟁이는 요새도 가끔 라인 처녀들을 엿보길 즐겨왔다.
설령 손 한 번 잡아볼 수 없더라도. 그녀들의 모습을 감상하여 머릿속에 그 모습을 담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들과 입맞춤하고 껴안는 자신을 상상하며 성욕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기회도 없다.
뿜어진 불길은 그녀들마저 데려갈 것이다.
악룡은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타른헬름의 힘을 끌어모았다. 마지막 변신, 그리하여 제 몸을 구성하던 중요한 요소들을 죄다 연료로 바꾸었다.
발화기관이 유황으로 채워진 것이 느껴지자 악룡은 입을 벌렸다.
그 안에서 거대한 용광로가 이글거렸다.
그 용광로가 바로 가동되지는 않았다. 몸의 중심부가 말을 듣지 않았으므로. 불 한 번 뿜으려면 시간 꽤나 걸릴 터였다.
‘제발 죽기 전까지는 가능하기를.’
간절히 빌면서 악룡은 전장을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이미 밤이었다. 그러나 층 전체가 이제 빛으로 가득찼다.
악룡이 내뿜는 열이 층 전체를 밝히고 있었다.
서로 싸우던 두 종족은 잠시나마 그 악룡을 흘긋 보았다. 그러나 다시금 싸움에 집중했다. 당장 눈앞에 적이 있었으므로.
제이슨도 불안하게 저 악룡을 바라보았다. 저기 가만히 서서 열을 모으는 모습이라니.
‘무슨 게임 속에서 파괴광선을 쏘는 보스가 에너지 충전이라도 하는 것 같은데.’
무얼 하려는지 대강 예상이 가서 더욱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제이슨은 이내 발키리에게 지시하려 했다.
“발키리, 날 지금 저기······”
그 말을 모지가 막았다.
“아니, 제이슨. 눈앞 상황에나 집중해라. 지금 상황은 충분히 절망적이고 분투해도 모자라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투명해진 채 속삭여왔다. 이제 슬슬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지금은 또 그렇지 않았다.
모지의 목소리는 확연히 전보다 차분해졌고 냉정해졌다. 제이슨은 그 변한 목소리를 듣자 욕을 쏘아줄 기운조차 사라졌다.
제이슨은 이내 지팡이를 쥐었다. 그리고 또 다시 사라진 푸른 야수를 불러내며 고함질렀다.
“놈들을 물어뜯어!”
그리고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
롤랑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하여 생각보다 빨리 출구에 이르렀다. 악룡의 살들이 괴사하여 부수고 지나가기 쉬워진 데다 그 몸크기도 꽤나 줄어든 덕이었다.
롤랑은 악룡의 부서진 눈을 통해 빠져나왔다.
그리하여 막상 나와 보니 악룡은 역시나 불 뿜을 준비에 전념하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가 그 입에 빨려 들어가 태워지는 통에 숨 쉬기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또한 악룡은 조금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거대했다.
롤랑 따위가 그 거대한 행동을 방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머리에 올라탄 지금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용을 죽이는 것은 어찌어찌 성공했지만 그 최후의 행동은 막을 수 없다.
롤랑은 절망에 찬 시선으로 저기 전장에서 날아다니는 발키리를 바라보았다. 이제 저기 있는 모두가 그녀를 따라 발할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인가?
롤랑은 황급히 악룡의 몸을 미끄러져 내렸다. 거의 구르다시피 떨어져 내리고는 고함질렀다.
“난쟁이!”
악룡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입에다 열기를 끌어 모으는 작업에 골몰할 뿐.
롤랑은 계속해서 고함질렀다.
“난쟁이, 나를 봐라—!”
입에서 피가 나올 만치 포효해도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눈길조차 없었는데, 그제야 롤랑은 저 용의 눈 한쪽이 반쯤 부서진 것을 알아챘다.
허겁지겁 그나마 멀쩡한 눈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 다시 외쳤다.
“나를 봐라, 난쟁이! 네 원수가 여기 있다!”
그러자 악룡은 눈동자만을 굴려 롤랑을 흘긋 보았다. 롤랑은 계속 포효했다.
“내가 네게 도전한다! 오딘의 대전사, 롤랑이 네게 도전한단 말이다! 겁나느냐? 또 질까봐! 그렇지 않다면 덤벼!”
롤랑은 그 불이 자신에게 뿜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악룡이 즉시 그 바람대로 따라주지는 않았다.
악룡은 거기 불을 뿜는 대신, 그저 앞발을 들었다가 살짝 내렸다. 롤랑이 있는 쪽을 향해서.
롤랑은 허겁지겁 피했지만 앞발이 내리찍은 지점을 중심으로 절벽이 부서지고 그 파편이 튀었다.
이내 엄청난 충격과 파편 세례가 덮쳐왔다.
롤랑은 잘도 피했지만 무사할 수는 없었다. 결국 롤랑은 피를 흘리며 땅을 굴렀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나 외쳤다.
“덤벼라, 난쟁이!”
악룡은 다시 앞발을 내리찍었다. 또 다시 일어난 자연재해에 롤랑은 그저 도망만 다니며 포효했다.
“좋아, 덤벼! 그렇게!”
난쟁이가 또 앞발을 들었다 내렸다. 이번 충격에는 절벽 끄트머리가 완전히 박살나면서 산사태가 밀어닥쳤다.
롤랑은 그 붕괴에 휘말리지 않고자 필사적으로 달렸다.
헉헉거리며 달리자니 저쪽에 웬 시체가 보였다. 거인의 시체, 등에 웬 창이 삐죽 튀어나온 시체였다.
롤랑은 그 시체를 향해 마구 달렸다.
악룡은 그 등을 쫓고자 살짝, 아주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무게 중심이 살짝 뒤틀렸다. 악룡이 몸을 지탱하던 지형은 좀 더 무너졌다.
절벽이 부서지면서 그 위에 몸을 지탱하고 있던 악룡의 몸도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곧바로 그 몸을 다시 곧추 세웠다.
그러나 그 거대한 몸이 흔들린 순간, 롤랑은 거인의 시체에서 창을 뽑아들었다.
지체 없이 던졌다.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딘이여!”
외침에 응해 신이 내렸다. 붉은 선을 그리며 궁니르가 날아갔다.
표적은 너무나도 커서 빗맞히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롤랑은 숨을 헐떡이며 불안하게 그 궤도를 살폈다.
다행히도 창은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 악룡의 멀쩡한 눈에.
통증이 어마어마해야 할 테지만, 이번 눈의 파괴에 악룡은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척수를 비롯한 신경이 이미 거의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통증은 한참 후에야 찾아오거나, 아예 찾아오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그 꿰뚫린 안구가 피로 흐려지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악룡의 남은 눈마저 붉게 가려졌다. 롤랑은 다시금 달렸다.
이내 롤랑은 악룡의 발밑에서 마구 까불며 외쳤다.
“덤벼라, 난쟁이! 덤비라고!”
롤랑의 수작을 악룡도 슬슬 눈치 채고 있었다.
‘아마 영웅적인 희생을 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지. 그야 영웅이니까.’
악룡으로서는 영웅에게 영웅적인 최후를 맞게 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난쟁이의 비틀린 심산은 최대한 많은 길동무를 원했다.
한편 롤랑은 계속해서 그 발밑에서 고함질렀다. 저기 보지 말고 자기에게나 관심을 달라는 듯이.
“덤벼라, 난쟁이! 오딘의 대전사에게 덤빌 영광을 줄 테니!”
악룡은 그 외침에 신경 쓰지 않고 생각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었다. 이미 불을 뿜어야 할 위치를 단단히 확인해둔 터였다. 지금은 살짝 방향이 틀어졌지만, 살짝 고개를 돌리면 아까 바라보던 전장에 가 닿을 터였다.
설령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빗나갈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내뿜을 불의 규모만 해도 엄청날 테니까. 대충 쏴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불운하다면 그마저 빗나갈 수 있지만······.
숨이 붙어있는 마지막으로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악룡은 저놈들과 이놈 모두 죽이기로 했다.
악룡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까 봐두었던 전장을 향해 입을 벌렸고, 불을 뿜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 그 조준은 살짝 어긋났지만 그래도 오차범위였다.
이내 뿜어져 나온 거대한 불길이 전장을 갈라놓았다. 전장에 있던 생명의 절반은 바로 녹아내려 죽었다.
원래는 인간만 죽여 트롤들을 도와줄 계획이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그러지는 못했다. 결국 양쪽 가리지 않고 모두 휘말렸다.
물론 이제 난쟁이에게는 상관없을 사실이었다.
악룡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불꽃을 여전히 뿜어내는 채로.
엄청나게 큰 불길, 그 길이마저도 어마어마했다. 불길은 이내 전장을 넘어 그 뒤에 있던 세계수의 벽에도 가 닿았다.
최후에 짜낸 그 온도는 가히 초월적이었다. 결코 뚫리지 않기로 소문난 그 세계수마저도 이번 용의 불꽃에는 버티지 못했다.
이내 세계수의 한쪽 귀퉁이에 큰 구멍이 나버렸다.
이제 악룡은 고개를 돌려 불길의 궤도를 바꾸었다. 근처에 있을 영웅마저도 죽이고자.
악룡은 그 거대한 턱을 아래로 내렸다.
이내 롤랑과 악룡이 있던 바위산은 송두리째 용의 불길에 휩싸였다.
그것으로 악룡은 제 생명력을 모두 소진했다. 그 고개가 떨구어지더니, 이내 쭉 뻗었다. 그리하여 그 거대한 몸은 산산이 부서지고 먼지로 화하다가 그마저도 형체를 잃고 사라졌다.
불길은 바위산마저도 녹여버렸다. 이내 모든 지형이 녹아내리는 가운데, 흘러내리기 시작한 용암에 조그만 난쟁이 시체가 힘없이 떨어져 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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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속 - [3] > 끝
ⓒ 검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