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란의 트롤랑-93화 (93/164)

< 전장 - [2] >

그렇게 수천 군대가 돌격해 나갔다.

통로에 남겨진 열한 명은 그 뒤를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부상자들, 그리고 앤지를 포함한 어린 종자들이었다.

저 앞에서 원정대는 유린되고 있었지만 전멸했다 판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수가 원체 많았으므로 아직 꽤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휘관들 대부분이 죽었다. 상대 진영을 선동하려다 사격에 당해 죄다 죽었기에.

포에 붙어있던 보어조아와 그 휘하 염동력자들은 살아남았다. 덕분에 그들은 다가오는 종말을 시시각각 느낄 수 있었다.

포를 쏠 생각도 못한 채 그저 발악하고 있자니 하늘 위에 불길이 수놓였다. 이내 그 불길의 근원, 용이 나타났다. 덕분에 사격은 멈췄지만 뭘 어찌 안도하란 말인가?

보어조아는 그저 기도했다.

‘발두르여, 신들이여!’

문득 거인들의 후방에 또 다른 무언가가 보였다. 트롤들의 지원군인가 싶어 당장에는 절망했다.

그러나 잘 보니 그들은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보어조아를 기쁘게 한 것은 저들의 선두에 선 롤랑이었다.

보어조아는 반색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이 극히 나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야 하나?

순식간에 판단을 끝냈다. 보어조아는 염동력자들에게 명령했다.

“저기, 롤랑 경 보이나?”

염동력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어조아는 이어서 명령했다.

“우리 모두, 저들에게 합류한다! 염동력으로, 날아서! 알겠나!”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했다.

“도망치려면 차라리 계단 쪽으로 빠지는 게······”

“도망치자고? 후방도 불안하다! 어찌 잘 도망친들 이후론 어쩌려고? 제 몸만 달랑 챙겨 패주해온 놈들을 누가 반겨주나!”

결국 트롤들 위로 보어조아를 포함한 열네 명이 비행했다. 이내 그들은 롤랑 앞까지 날아와 내려앉고서는 외쳤다.

“합류하겠습니다, 롤랑 경!”

롤랑은 계속 달리며 그들을 흘긋 보았다.

당장 이들의 합류가 롤랑으로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러나 롤랑은 우렁차게도 외쳤다.

“동지들이 왔다! 소리 질러 환영하라!”

곧바로 기사들이 호응해주었다.

“환영하오이다!”

그리 기세 높여 계속 달려 나갔다. 마치 등 뒤에 있는 악룡은 그저 배경에 불과하며, 저 트롤들한테 가기만 하면 되리라는 듯이.

롤랑은 넘쳐 흐르는 자신감을 표출하려는 듯 고함질렀다.

“저 영광스러운 전장에 뛰어들라!”

원래부터 롤랑은 스스로를 허세로 포장해왔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허세가 본체가 된 느낌이었다.

지금 진실 된 감정은 조금도 드러낼 수 없다. 거짓된 용기로 모두를 속여야 한다. 자신의 뒤를 따르는 저들과 자기 자신을.

이 돌격은 무모하며, 저 뒤에는 악룡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딜 봐도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롤랑은 그저 신명 나게 고함질렀다.

“오딘 만세!”

모두의 합창.

“오딘 만세!”

마침내 지척까지 가 닿았다.

롤랑이 트롤들에게 도약했다. 한 트롤의 머리를 밟고 그 두개골을 부숴버렸다. 자신에게 고개 돌린 트롤의 목을 베어낸 다음 포효했다.

“나를 보아라! 오딘의 대전사! 롤랑이 여기 있다—!”

그리 모두를 주목시켰다. 그 갑옷의 도색은 녹아내려 더 이상 눈에 띄는 빨간색이 아니었지만, 금세 트롤들의 시선이 롤랑에게 쏠렸다.

롤랑은 휘몰아치듯 날뛰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저 빈약한 군대가 공격해왔을 때 반격이 덜해지리라.

거대한 트롤이 창을 찔러왔다. 슬쩍 피하면서 그 가슴을 찔러주자니 양 옆에서 합공해왔다. 하나는 어찌 막았지만 다른 하나는 견갑으로 막아내야 했다. 그래도 바로 반격에 들어가 둘을 베어냈지만, 곧바로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기습해오던 놈을 베어냈다. 그러자니 또 뒤에서 덮쳐오는 기척이 감지되었다······.

롤랑의 군대에서 두 번째로 달려온 자는 알론소였다. 유령 군마에 탄 알론소가 신 내린 창을 높이 들었다.

“발두르여!”

빛에 감싸인 그 돌격에 롤랑의 등을 찌르려던 트롤은 그 옆구리를 꿰뚫렸다. 이내 말발굽에 밟혀 그 머리가 부서졌다.

연달아 기사들이, 소환물들이 달려왔다. 모두들 롤랑과 함께 트롤들과 수차례 싸워본 자들이었다. 상대의 흉악한 외모와 덩치에도 주눅 들지 않고 달려들었다.

“롤랑을 위하여!”

소요가 일었다. 군대 한 귀퉁이에 송곳이 찔린 느낌.

롤랑은 더욱 힘을 끌어내어 트롤들을 베고, 또 베어가며 돌격했다.

그 뒤를 기사들이 따르는 가운데 부랑자 군대도 처절하게 비명지르며 달렸다.

이로써 제법 근사한 후방기습을 해낸 듯 보였다. 그러나 롤랑은 도저히 착각할 수 없었다.

이 중 트롤과 싸움다운 싸움을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활약하는 저 기사들뿐이며, 아무리 후방기습이니 뭐니 해도 전세를 뒤바꿀 만큼은 아니란 사실을.

당장 기세 좋게 기습하긴 했지만 곧 한계가 드러날 터였다. 롤랑이 제 아무리 활약한들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베고 또 베더라도 결국에는 한 명의 분투 아닌가. 설령 홀로 일 초에 한 놈씩 죽일 수 있더라도 이 판국을 뒤엎을 수는 없다.

그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롤랑은 온힘을 끌어내어 싸웠다. 하나라도 더 많은 적을 죽이고, 뒤따르는 자들에게 용맹을 보이고자 애썼다.

“오딘을 위하여!”

시선을 끌고자 롤랑은 거의 막무가내로 날뛰고 있었다. 수많은 적에 둘러싸인 채 달리면서도 많은 적들을 베었지만, 그만큼 많은 공격을 받아내야 했다.

트롤 셋을 죽인 끝에 한 거대한 트롤이 전쟁망치를 휘둘러왔다.

무기부터가 다르더니 과연 힘부터가 다른 놈이었다. 게임처럼 표현하자면 정예 몬스터쯤 되는 놈일 것이다.

“흡!”

그 일격은 등 뒤에서 덮쳐왔고 사방에 적이 둘러쌌기에 롤랑은 피해낼 수 없었다.

뒤돌아서서 칼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내자니, 어마어마한 충격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롤랑은 이를 악물며 놈의 배에다 앞차기를 날렸다. 복부에 강타 당한 트롤이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차 사방에서 공격이 덮쳐왔다. 그에 맞서 롤랑은 일일이 다 막아내거나 반격을 해내야 했다.

그 중 한 공격은 칼로도 막아내기 힘들어 견갑으로 튕겨내야 했다. 놈의 칼이 어깨에 박힌 순간 롤랑은 윽 하고 신음을 삼켰다.

이내 덮쳐왔던 다섯 놈을 순식간에 죽이고는 계속 돌격했다. 전장 더 깊숙이 파고들어야만 살 수 있는 것처럼.

실제 판단한 바가 그러했다. 롤랑과 그 군대는 더 깊숙이 돌격해야 했다.

기습은 곧 기습이 아니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전력인 기사들은 선두인즉 곧 힘이 다하거나 죄다 죽을 것이며, 그리 부랑자들만 남겨진다면 이쪽의 돌파력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 전에 원정대와 합류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 트롤들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보기에 그것은 그저 저돌 맹진이었다. 후환을 생각하지 않는 광전사의 돌격.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제이슨은 잔뜩 굳은 얼굴로 칼과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저 앞에서 마구 포효하며 칼을 휘두르는 롤랑을 노려보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저 새끼 벌써 광폭화 썼나?’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당장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제이슨이 입술 한 번 달싹이면 푸른 야수가 나타났지만 나타난 다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어나가고 있었다. 놈을 다시 불러내고 또 불러내기에도 그 입은 충분히 바빴다.

언젠가 기필코 그 자신도 칼을 휘둘러 소환물들과 함께 싸우겠노라 맘먹었는데, 지금 제이슨은 그러고 있었다. 살아남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이슨이 지팡이로 한 트롤의 대가리를 쳐내고는 그 어깨에 칼을 쑤셔 박았다. 그러나 그 힘이 부족해 심장까지 닿지는 못했다.

트롤은 고통에 겨워하면서도 마주 창을 찌르려 했다. 제이슨이 이를 악문 가운데 옆에서 서리거인이 구원에 나섰다.

“떨—거—지—들—!”

그 육중한 도끼가 트롤의 머리를 몸속에 쑤셔 넣었다.

저번에 거북형태 용의 피를 챙겨간 것이 과연 강화 이벤트였는지 거인의 피부는 우둘투둘한 비늘로 덮여있었다. 그 덕분인지 대열의 맨 앞이라 트롤들의 반격 대부분을 감당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서리거인은 한 번도 소멸하지 않은 채 전차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흑기사는 알론소 옆에 붙어 그 정신 나간 창질을 보조해주고 있었다. 그 위로 발키리가 날아다니며 지상에 번개를 흩뿌렸다.

그들 소환물들의 뒤로 기사들이, 그 뒤로 부랑자들이 마구 죽어나가며 따랐다.

저 앞에서 롤랑이 외쳤다.

“저 앞에 아군이 보인다! 더욱 힘을 내어 저들과 합류하라!”

제이슨은 속으로 지껄였다. 더욱 힘을 내긴 개뿔. 이미 다 필사적인데 뭘 더 노력하란 말인가?

어쨌건 모두들 죽을힘을 다해 그 광전사를 따라갔다. 그리하여 기어이 돌파에 성공해, 원정대 진영과 합치는 데 성공했다.

롤랑의 등장에 이미 피 투성이던 아이스피시가 외쳤다.

“구원이다! 롤랑 경이 도착했다!”

그러면서 애써 혼자서나마 환성을 내질렀다. 그 꼴을 보며 롤랑은 잠시 숨을 삼켰다.

정말 살아났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그저 병사들을 독려, 혹은 기만해서라도 사기를 높여보고자 발악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속이려 애쓴다. 지금 롤랑이 그러는 것처럼.

그 노력이 이해되면서도 워낙 우습기 그지없었다, 아이스피시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롤랑은 그저 웃어주었다.

그 순간에도 웬 트롤 하나가 덮쳐왔다. 분명 맨 앞에서 이 괴물이 날뛰는 꼴을 보았을 텐데도 계속 덤벼오다니, 참으로 용맹들 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감탄은 하지 않고 놈과 무기를 맞부딪쳤다.

깡 하고 충돌 소리가 들려왔다. 롤랑은 놈의 힘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이놈도 정예인가. 신음하는 가운데 놈이 윽박질렀다.

“너, 광, 전사! 부족의, 원수, 세계수의 적!”

원한까지 있는 모양이다. 과연 그 눈길이 분노로 타올랐지만 롤랑은 복수 당해줄 수 없었다.

롤랑은 적반하장으로 포효하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신들의 적이!”

두 차례 합을 맞췄다. 과연 놈은 정예였고 힘과 기술이 다른 트롤보다 월등했으며 한 번 충돌마다 롤랑은 제 몸이 깎여나가는 듯한 충격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결국 롤랑은 놈의 목에다 칼을 꽂아 넣었다.

컥 하고 피를 내뿜으면서도 트롤은 기어이 반격에 성공했다. 그 긴 팔이 롤랑의 복부에 내리꽂혔다.

롤랑의 입에서 피와 내장조각이 뿜어져 나왔다. 이내 온몸이 후들거리는 와중에도 롤랑은 발리사다를 휘둘렀다. 그리하여 저 트롤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 목이 땅을 뒹굴기 전 롤랑은 그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모두에게 과시하듯 내보이고자 높이 들며 외쳤다. 남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약해지지 않기 위해서.

“너희는 우리를 감당하지 못한다! 신께서 우리를 가호하신다!”

바로 그 순간, 악룡이 이쪽을 노려보았다.

그 벌려진 입에서 분출된 불길은 층의 천장을 뒤덮었다. 그리고 원정대의 외곽을 불살랐다.

사실 악룡은 그 포효의 근원, 롤랑을 노리고 뿜은 불이었다. 그러나 살짝 조준이 빗나갔다.

불길은 그 뒤에 있던 부랑자 천 명을 불태웠다. 저 멀리서 내뿜어진 불이었기에 화력이 좀 부족했던 것일까. 이번에 구워진 희생자들은 바로 죽지 못했다.

“무울! 무우우우우우우우울!”

그들은 처절하게 비명 지르고, 흘러내리는 눈알을 붙들며 기과한 춤을 추며 죽어나갔다.

롤랑은 잠시 굳은 채 흔들리는 눈으로 저 바위산 위 악룡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후들거렸다. 그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악룡은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비단 방금 트롤의 일격뿐만 아니라 여기까지 오면서 롤랑은 최선두에서 많이도 얻어맞았고, 수많은 충격을 감당해야 했다.

이제 그 다리마저 후들거렸다. 롤랑은 그저 제 몸이 휘청거리지 않고자 애쓰는 가운데 허공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롤랑, 괜찮아?”

투명해져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모지였다. 롤랑은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줄 수도 없었다. 그저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니.”

그러나 모지는 거의 매정한 수준으로 딱 잘라 말했다.

“이쪽 군대를 원정대와 합류시킨다는 목적은 달성했지? 그럼 이제 우리는 여기 남아있을 필요가 없어.”

모지는 도망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저 용을 해치워야 해.”

롤랑은 제이슨처럼 쏘아붙이고 싶었다. 뭔 수로, 미친놈아?

그러나 롤랑은 이내 물었다.

“방법은?”

“놈의 체내로 침입하자.”

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니.

하기야 게임에서 거대한 괴물이 나타날 때 조그만 주인공들이 흔히 하는 짓이었다.

주인공들은 거대한 괴물의 몸을 어찌어찌 기어올라 그 체내에 침입하여 심장 따위를 찔러버리곤 했다. 민간설화에서도 괴물에게 통째로 잡아먹힌 주인공들이 간혹 그런 짓을 했던가.

‘하지만 그것은 그냥 클리셰 아닌가. 허구적인 클리셰.’

“가능하겠나?”

롤랑의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힘이 없었다.

“몰라. 그냥 생각난 게 그것뿐이야.”

롤랑은 이제 허탈해졌지만, 그 무책임한 발언에 욕설을 지껄여줄 수는 없었다.

저 악룡은 이쪽에 명백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롤랑은 선택해야 했다. 또 저 악룡이 여기까지 불길을 뻗어오기 전 모두를 이끌고 도망치던가. 아니면 반격에 나서던가.

전자가 훨씬 현실성 있을 법했다. 무작정 저 불길을 피하고자 도망치다 보면 수두룩하게 죽을 테지만 그래도······.

이내 롤랑이 말했다.

“나 지금 저기까지 갈 기력 없으니까, 용에게 가려면 발키리한테 옮겨 달라 해야겠고. 설령 옮겨지더라도 이후로 잘 싸울 것 같지 않으니까······ 정 싸우려거든 광폭화 해야겠다. 괜찮겠나?”

지금 롤랑은 그 어느 순간보다 꾀를 부려 싸워야 할 마당에 이성을 내던지겠노라 말하고 있었다. 완전히 내던지겠다는 발언이었고 모지도 일순 굳었지만, 이내 수긍했다.

“그래.”

그리하여 롤랑은 전장을 둘러보았다.

롤랑의 군대가 합류한 덕분인지 아니면 기습당한 여파에서 회복된 덕분인지는 몰라도, 원정대 또한 아까보다는 제대로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저들의 몫으로 남기기로 하자.

롤랑은 칼과 지팡이를 둘 다 휘두르느라 바쁜 제이슨에게 외쳤다.

“여긴 네게 맡긴다, 제이슨!”

그러고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다음 행동에 나섰다.

양 팔을 들어올렸다. 한 손에는 발리사다가, 한 손에는 방금 벤 트롤의 목이 들려있었다. 그 트롤의 목을 공물 삼아 외쳤다.

“이 전쟁을 오딘께 바친다—!”

가뜩이나 방금 용의 불길로 말미암아 층 전체에 불티가 튀던 와중이었다. 그 붉었던 세상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변화한 것은 롤랑의 세상만이 아니었다.

롤랑의 뒤편에서 발버둥 치던 부랑자들도 그 외침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본능이 그에 반응했다.

이 상황에 어울렸던 부랑자들의 공포는 이성과 함께 핏속으로 잠겨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감정이 혈관을 통해 퍼져나갔다.

원초의 본능, 야수적인 본능이 떠올라 그들의 머리를 잠식했다.

자, 이제 야수답게 하울링.

“오딘께 바친—다!”

불타는 세상 속에서 천 명의 광전사들이 포효했다.

*******

< 전장 - [2] > 끝

ⓒ 검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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