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다리 - [3] >
롤랑은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찬 단검에 손을 뻗다 말고 멈칫했다. 예비용 무기 한 벌쯤 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단검을 뽑아 마무리한들 문제는 없으리라.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이미 두들겨 곤죽을 만들어둔 마당에 비수까지 뽑다니. 롤랑답지 않아 보일 것이다.
‘광란의 아마디스에서 롤랑은 거인 맞수와 싸우던 와중 뜬금없이 우정을 나누는 양반이었지 아마······’
거인은 목청이야 아직 좋아도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속임수인가? 사실 약간의 기력을 남겨둔지라 기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단검을 뽑아두고 대비해야 하나?
롤랑이 속으로 신음하는 차, 다행히도 상대편 입회인이 나섰다.
눈앞 거인보다 더 크고 더 좋은 갑옷을 입은 기사 거인이 외쳤다.
“그만, 닥쳐라 사스콰—치! 꼴불견은 이미 충분히 내보였다. 이제 짖지 마라!”
지시에 따라 거인 사스콰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여전히 피 흘리는 한쪽 눈으로 롤랑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기 위해 롤랑은 신경 써서 표정을 관리해야 했다.
그 더욱 거대한 기사 거인이 롤랑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아주 가지고 놀더군. 그래, 네가 이겼다. 큰난쟁아. 너무 손쉬운 승부여서 이 승리가 네겐 그다지 달콤하지가 않겠구나?”
이 순간 롤랑은 저 거인의 못생긴 얼굴에 입 맞출 수도 있었다. 기꺼이 그래줄 기분이었다. 비로소 끝난 것이다!
그리고 그 기분에 걸맞게도 뒤편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롤랑, 롤랑!”
“롤랑, 롤랑, 롤랑! 롤라아아아아앙!”
롤랑의 이름이 연호되는 가운데 승리의 나팔까지 울려 퍼졌다. 어떻게 이 층까지 챙겨왔는지 모를 북까지 울리는 것을 보며 롤랑은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거대한 거인이 말했다.
“자, 그러면 큰난쟁이? 전리품을 가져가라. 우선 패자의 처우를 결정해야지······”
거대한 거인은 무릎 꿇은 사스콰치를 가리켰다.
“포로로 데려갈 텐가?”
무훈시의 롤랑은 패자에게 관대한 영웅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롤랑도 그렇게 했다.
“훌륭히 싸운 기사를 더는 욕보이지 않겠다.”
“그럼 갑옷이라도 벗겨갈 텐—가?”
저 몸에서 철판을 어떻게 벗겨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롤랑은 이번에도 거절하고자 했으나 문득 든 생각에 말했다.
“필요 없다. 대신 내 상대가 그동안 이겨 노획한 전리품을 반환토록 요구하노라. 승자로서 정당한 요구겠지?”
거인에게 패해 포로가 된 기사들, 그들의 신변에다 갑옷까지 반환하라는 말이었다.
그러기는 싫은 것일까. 거대한 거인 기사는 눈매를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다리 뒤의 궁수대에게 명령했다.
“포로 다섯, 끌고 와—라—!”
그 말에 따라 거인 궁수들은 어느 헛간 같은 건물에 들어가더니 다섯 명의 포로를 데려왔다.
온몸이 때와 배설물로 범벅된 다섯 남자들, 아무리 봐도 기사라는 것을 알 수 없을 몰골이었다.
롤랑이 물었다.
“포로는 그들이 전부인가?”
거대한 거인은 비웃듯이 대답했다.
“더 있기야 있다. 하지만 사스콰치가 이겨 획득한 것은 이놈들뿐이다. 더는 욕심 내지 마—라! 네게는 더 요구할 자격이 없다, 큰난쟁—이!”
포로가 아직 더 있다.
롤랑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 거인에게 끌려간 다섯 명을 구했음에 기뻐할 상황이 아님을 눈치챘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는 거인에게 끌려간 기사들 중 다섯만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려야 하는 것이다. 영웅이라면, 롤랑이라면 필히 그래야 했다.
그러니까 더 싸워야 한다.
깨달은 사실에 롤랑은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겨우 참고 해야 할 대사를 읊었다. 롤랑답게.
“그렇다면 나머지 포로들은? 누가 이겨 획득했는가?”
“나다. 왜? 덤비려고?”
롤랑이 외쳤다.
“그리 하리라!”
거대한 거인이 웃었다.
롤랑의 등 뒤에서 또 다시 롤랑의 이름이 연호되었다. 그 환호가 멎길 기다린 다음 롤랑은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외쳤다.
“롤랑이 네게 도전하리라! 그리하여 네놈들이 부당히 노획한 전리품들을 되돌려 받으리라! 내 칼로 명예로운 기사들에게 자유를 되돌려 주리라! 승부에 응하라, 강도 기사!”
롤랑을 부르짖는 환호성은 이미 절정에 달했다. 사방에 롤랑, 롤랑 하는 소리뿐이라 거대한 거인은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조금 기다린 끝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도전을 받아주마. 영광으로 알아라, 큰난쟁—아!”
*******
결투는 이십 분 뒤로 기약되었다.
짧은 휴식시간 동안 양쪽의 입회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인 기사 사스콰치는 거인 궁수들이 들것에 실어 데려갔다.
그리고 이쪽. 반환된 포로들을 기사들이 데려와 그 몸을 닦아주고 물과 음식을 대접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애초에 이 기사들이 아무도 몸값을 지불해주지 않아 그리 오래 잡혀있던 것임을 감안하면 딱 이 자리에서만 관심을 받는 셈이었다. 그러나 당장 그것을 지적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월렴 또한 감동에 젖어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전율이 젊은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기운을 방출할 겸 칼을 뽑아 허공에다 휘두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왜냐하면 월렴 주변의 젊은 기사들이 채신머리없게도 어깨동무한 채로 롤랑, 롤랑 하며 합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렴은 저들과 같은 꼴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젊은 기사들의 통솔자인 칼 경이 중얼거렸다.
“오길 잘했군. 살아서 이런 구경 하게 될 줄은 몰랐어.”
그 말에 월렴은 채신머리없게 고함질렀다.
“그러니까요!”
칼 경이 월렴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월렴은 머쓱해졌으나 이내 흥분에 겨워 계속 외쳤다.
“그리고 한 번 더 남았습니다!”
문득 보니 롤랑은 포로 기사들 앞에서 눈감은 채 중얼중얼 무언가를 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끝에서 회색빛이 뿜어져 포로들을 감쌌다.
주변의 기사들이 또 다시 롤랑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롤랑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좌중의 기사들을 향해 롤랑이 외쳤다.
“나는 곧 다시 대결해야 하오!”
기사들이 마주 외쳤다.
“반드시 이기실 것입니다! 마땅히!”
롤랑이 말했다.
“그러나 방금 격전 와중 무기가 부러지고 말았으니 이 참 골치 아픈 일이오. 여기 모인 분들에게서 한 자루 빌리고자 하는데 누가 호의를 베풀어주시겠소이까?”
그 말에 거의 모든 기사들이 칼을 뽑아 위를 향해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당신께 기꺼이 내주겠노라 고함질렀다.
귀가 먹먹한 가운데 월렴도 곧바로 자기 칼을 뽑아 외쳤다.
“제 칼! 제 칼을 쓰십시오!”
선별하듯 수많은 칼들을 훑던 롤랑의 시선이 문득 월렴을 향했다. 그리고 터벅터벅 다가와 말했다.
“월렴 경? 그 칼 참 좋아 보이는군. 그러나 부러질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소?”
“물론이지요! 하지만 부러지지 않을 겁니다! 가보거든요!”
무슨 개소리인지 몰라 롤랑은 순간 눈썹을 움찔할 뻔했으나 겨우 담담하게 그 칼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눈썹이 꿈틀거렸다.
칼자루를 쥔 순간 느껴지는 이형의 기운, 단순 기분 탓이 아니었다. 확연한 마법이 칼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문득 칼을 훑어보니 장식은 꽤나 낡았으나 녹은 슬지 않았다. 이름 있는 검일지도 몰랐다.
롤랑은 적절한 대사를 꺼내보았다.
“눈에 익은 칼인데. 설마?”
월렴이 외쳤다.
“알아보시는군요! 당연하지요! 발리사다입니다! 로게로 경의 칼이요!”
그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기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롤랑은 죽어라 읽은 책 속에서 그 이름을 끄집어내보고자 애썼다. 다행히 성공했다.
‘룬검 발리사다. 마녀가 만들어 기사 로게로에게······ 롤랑을 죽이랍시고 내준 칼.’
롤랑은 신성 능력치를 올린 광전사인즉 웬만하면 성검을 드는 것이 좋겠지만 이 역시 나무랄 데 없는 무기였다.
롤랑은 감사히 건네받은 룬검을 휘둘러보았다.
발리사다는 경쾌하게 허공을 수놓았다. 명백하게 아까 든 검보다 나았다.
그리고 결전에 앞서 또 다시 기도하여 자신을 축복한 다음, 결투장인 다리 앞으로 향했다.
거대한 거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놈은 아까는 걸치지 않았던 무릎 보호대, 어깨 보호대에 손목까지 확실히 보호하는 강철장갑까지 장착한 채였다.
게다가 저 웃고 있는 얼굴, 도저히 결투에 임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방금 동료 거인이 속절없이 당해버린 것을 봤음에도 저런 자신만만함이라니. 자신은 격이 다르다는 확신일까?
‘아까 놈은 맛보기용 적당히 강한 졸개요 이놈이 진짜 보스인 셈인가······.’
적절히 강한 적을 쓰러뜨린 다음에야 비로소 등장하는 진짜배기 강적. 게임에서는 익숙한 패턴이다.
제발 그 강함마저 졸개와 보스 수준의 격차가 있지 않기를.
롤랑은 간절히 기원하며 앞으로 나섰다.
거대한 거인 기사가 입을 열었다.
“참 욕심도 많은 큰난쟁이로구나. 애써 얻은 전리품을 한 번에 노획하려 하다—니.”
롤랑이 눈매를 좁혔다.
“져도 반환하지 않겠다는 건가?”
“아—니. 주마. 다 주마. 이기면 말이다. 하지만 이러면 내가 너무 손해 아닌가? 너 큰난쟁이도 뭔가 더 걸어야 하지 않겠나? 저기 뒤에서 구경하느라 자빠진 큰난쟁이들······ 지면 절반은 우리가 가져가겠다. 응할 건가?”
난데없이 생면부지 기사들의 절반이 볼모가 되었다. 롤랑은 한껏 불안해졌으나 그들을 향해 뒤돌아서서 물었다.
“여러분, 내게 운명을 맡기겠소?”
곧바로 맡기겠노라는 합창이 뒤를 이었다.
이제 무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졌다가는 남들까지 말려들게 생겼다. 롤랑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겨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가는 다 끝장이라고.
아 부디, 오딘이여. 이 불쌍한 놈을 가호하소서.
입회인들이 양 방향에 선 가운데 두 기사도 서로를 마주보았다. 처음에는 기사 흉내라도 내던 사스콰치와 달리 이 거대한 거인은 그러려는 시늉조차 내지 않았다. 놈은 오만했고 그 오만함만큼이나 강대해 보였다.
오스론이 가운데에 섰다.
“준비하시오, 두 기사 분들.”
거대한 거인이 쏘아붙였다.
“기사 타령은 이제 됐어.”
그 불손한 말에도 오스론은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오스론은 롤랑을 향해 눈을 찡긋해보였다.
당연히 이기리라 믿고 저러는 것인가? 롤랑은 메슥거리는 속을 억누르며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오스론은 히죽 웃더니 이내 신호했다.
“시작이오!”
롤랑이 칼을 들었다. 역시나 칼에서 느껴지는 확연한 무언가를 느끼며 검례를 취했다.
그리고 상대가 먼저 공격해오기를 기다렸다. 롤랑은 반격에 더욱 자신 있었으니까.
그 선택이 화가 되었다. 거대한 거인은 롤랑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헤벌쭉 웃더니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세계수의 천장을 향해 거인이 포효했다. 늑대처럼.
그리고 늑대가 되었다.
그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갑옷 사이사이로 삐죽한 털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안면 보호대 없는 투구였기에 그 얼굴에서는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거대한 거인의 주둥이는 앞으로 삐죽 솟아나왔다. 늑대 주둥이였다.
늑대인간 변신. 그러니까 거인 늑대인간.
롤랑은 급히 그 근력을 계산해보았다. 원래부터 9는 될 것이요 10일 수도 있으리라. 거기에 늑대인간 변신을 했으니 근력에 1이 더해지고 민첩도 상승하며 행동속도는 더욱 큰폭으로 상승했을 것이다.
간추리자면 간단했다. 상종 못할 괴물.
우우. 아우우우우우.
늑대 거인은 포효하며 땅을 박찼다. 그 거대한 몸이 비정상적인 높이로 솟구쳤다. 광전사가 광폭화 했을 때나 보일 수 있는 도약력이었다.
“펜—리—르—!”
지면에 거대한 그림자가 깔렸다. 롤랑은 고개를 들어 놈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 수준의 동체시력이 아니라면 감지도 못할 속도로 늑대 거인이 덮쳐왔다.
롤랑은 황급히 옆으로 피했고 그 자리에 화산재처럼 흙먼지가 치솟았다. 롤랑은 흙먼지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을 막고자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착지한 늑대 거인이 이쪽에 주둥이를 향한 채 네 발로 질주해왔다.
늑대의 시선이 이쪽 목을 향했다.
속임수? 시선과는 다른 곳을 노릴까? 아닐 것이다. 늑대니까. 롤랑은 그 판단을 믿기로 했다.
둘의 거리가 좁혀졌다.
네 발로 달리던 늑대 거인이 상반신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야수의 앞발로 거대한 철퇴를 들어올렸다.
판단대로라면 그 철퇴가 그릴 궤적은 우측 대각선. 롤랑은 그 대각선의 한쪽에 칼을 뻗었다.
그리고 철퇴가 휘둘러졌을 때 발리사다는 그 손목을 기다리고 있었다.
늑대 기사의 손목이 반원을 그리다 말고 발리사다와 마주쳤다. 그리고 손목은 발리사다를 삼켰다.
늑대 기사가 비명 질렀다.
놈은 허리를 뻣뻣하게 세우더니 이내 철퇴를 든 팔을 당겼다.
롤랑은 눈을 크게 떴다.
‘방금?’
짧은 충돌의 순간, 무엇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적어도 육안으로는 그랬다.
늑대 기사의 손목 보호대는 멀쩡한데 어째서인지 발리사다는 그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다. 지금도 놈의 손목보호대는 멀쩡했다.
그러나 롤랑은 방금 칼날이 파고든 살갗의 감촉을 기억했다. 분명히 베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베인다.
판단은 순식간에 끝났다. 롤랑이 달려들었다.
늑대가 울부짖으며 양손으로 철퇴를 뻗어왔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와 정신 나간 사거리. 그러나 롤랑은 무리 없이 옆으로 스쳐지나가며 놈의 손목을 다시금 베었다.
늑대의 비명을 통해 놈의 손목이 베였다는 것을 알았다.
반격이 돌아왔다. 늑대 기사가 철퇴를 쥐지 않은 손을 휘둘렀다. 손톱이 칼날처럼 삐죽 돋아나 있었다.
그 공격을 롤랑은 허리 숙여 피하는 동시에 놈의 무릎을 푹 찔렀다.
늑대가 무릎 꿇었고 롤랑은 놈의 겨드랑이를 올려쳤다.
일순 늑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것을 롤랑은 보았다.
어깨가 늘어졌다. 온몸이 경직됐군. 그럼 공세에 나서지 않고 물러나겠지.
과연 늑대 기사는 뒤로 내뺐다. 그러리라는 것, 그리고 그 도망칠 방향마저 롤랑은 이미 알고 있었다. 또 다시 베고자 놈의 무릎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롤랑은 놈이 도망치리라 예상한 그 방향으로 앞서 달렸다. 뒤늦게 도착한 늑대의 오금을 칼로 쳤다. 또 다시 살갗을 파고드는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롤랑은 확신했다. 놈은 무릎과 오금 모두 베였다.
과연 지탱할 힘을 잃은 늑대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상대가 편하게 쓰러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쓰러지는 놈의 무릎을 롤랑이 썩둑 베었다.
늑대가 완전히 쓰러졌다. 지면에 몸을 누인 야수의 얼굴에서 롤랑은 공포를 읽었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 아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상황파악이 안 된다면 일단 발버둥 치겠지. 놈은 발악하리라. 살아남고자, 야수적으로.
그럼 앞발이라도 휘두를까?
과연 예상대로였다. 쓰러진 늑대가 앞발을 휘둘렀고 롤랑은 그 동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롤랑은 앞발이 자기 앞을 스친 순간 펄쩍 뛰어 그 거대한 팔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냅다 달렸다.
순식간에 달려 늑대의 어깨 위에 당도한 순간, 늑대의 굵직한 목이 보였다. 그 위에 발리사다를 꽂아 넣었다.
늑대 기사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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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다리 -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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