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의 제국 142화
에필로그 - 대부(大父) (3)
바텐더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찬장을 살펴보았다.
잠시 뒤, 바텐더가 툴툴거렸다.
“맨해튼에 쓰는 비터가 다 떨어졌어. 대신에 뉴욕은 어때.”
“뉴욕은 나한테 조금 달게 느껴진다만…….”
“내가 댁 입맛까지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어?”
바텐더가 내뱉을 수 있는 최악의 대사 톱3에 가뿐히 기록될 법한 대꾸였다.
그는 자신한테 이런 말을 하게 만든 이시백을 매우 불쾌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화상을 입어 상판튀김이라 불렸던 시절이나, 최고급 양복을 입어 대부라 존경받는 지금이나, 이 술집의 바텐더는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
이시백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알겠다. 뉴욕도 괜찮으니 한 잔 만들어 달라.”
“그래, 진즉에 그리 말해야지. 사람이 애써 대안을 제시했으면 얌전히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는 게 예의거든. 요즘 젊은 놈들은 당최 목소리만 그럴듯하지 지 머릿속에 다른 사람을 집어넣는 방법을 몰라. 쯔쯧.”
이시백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곧 칵테일이 나왔다. 그러나 이시백은 입가에 술을 대지 않았다.
그저 생각에 잠긴 듯한 눈동자로 가게의 저편을, 가게의 이편을, 때로는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물론 이시백은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사람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도리어 눈빛이 제일 깊어지는 것이었다.
‘나는 죽음을 겪고 과거로 돌아왔다.’
그러다가 어떤 가정이 떠올랐다.
‘여기서 한 번 더 죽게 되면 어찌 되겠는가? 그때는 정말로 죽을까. 아니면 또다시 과거로, 의정부의 거지 굴에서 헤매던 시절로 돌아갈 것인가.’
이시백은 이런 생각을 품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고민이 시작되자 왜 지금까지 이 같은 고민에 진지하게 몰입해 보지 않았는지 되레 이상하게 느껴졌다.
영원히 똑같은 삶이 반복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문제이지 않을까.
‘마약상 정구에게 복수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동태상한테도 복수를 완수했다. 만약에 정말로 다시 한 번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그들을 죽이는 데서 만족감을 얻으려 할까…….’
어쩌면 자신이 해온 일들은, 사람들이 대단한 업적이라며 칭송하는 행보들은 한없이 무의미할지도 몰랐다.
이시백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복수란 1회용이요, 잘 쳐봤자 2회용에 지나지 않았다.
동태상을 2번이나 죽여야 할 필요성을 이시백은 느끼지 못했다.
‘이번 인생은 어찌어찌 건사했다 해도 다음 생은?’
이시백이 뉴욕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니나 다를까 술맛이 형편없었다. 설탕 맛에 알코올의 향기가 전부 묻혀 버렸다.
감히 칵테일이라 취급해 주기도 부끄러운 물건으로써, 여태 술집이 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그다음 생은?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내가 이 2년 동안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온 짓거리란 자기만족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시백은 점점 더 자신의 고민에 잠겼다.
그때 딸랑 하고 문가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이시백이 슬쩍 고개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원서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시백을 호위하기 위해서 가게에 들어온 듯했다.
다른 단원은 몰라도 원서라면 이시백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면서 호위하는 것이 가능했다.
“정말 외진 마을이네요, 단장님.”
원서가 좌우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이시백의 맞은편에 앉았다.
가게에는 손님이 이시백밖에 없었다. 그러자 안심이 된 것일까. 원서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왜 갑자기 철원에 들른 거예요? 제가 알기로 단장님은 철원에 방문하는 게 이번이 처음인데. 갑자기 행선지가 변경되어서 다른 단원들도 불안해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언젠가 꼭 와보고 싶었다.”
“여기를요?”
“음.”
원서가 신기하다는 듯 이시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실례되는 말씀일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굳이 힘들게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동네가 아닌 것 같은걸요. 관광지는 둘째 치더라도 풍경에 특이한 구석도…… 아, 혹시 이 술집이 숨겨진 맛집으로 유명한가요?”
“아마 반도에서 여기보다 맛없는 칵테일 바는 없을 거다.”
“……단장님이 왜 여기에 왔는지 점점 더 모르겠습니다.”
원서가 미간을 좁혔다.
아래로 찌푸려도 여전히 가지런한 그녀의 눈썹을, 이시백은 말없이 쳐다보았다.
―실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어.
―B급 헌터 이시백. 내가 맞게 찾아왔지?
전생에서 처음 만났을 적에.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담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헌터답게 말투가 험했고, 거친 농담도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았다.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어 퍼석했으며 피부도 까끌까끌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앉은 원서는 전혀 달랐다.
“…….”
“단장님?”
전생과 달리 원서는 헌터의 세계에 홀로 내팽개쳐지지 않았다.
이시백이라는 거물에게 등용되어서 비교적 안전한 행로를 걸었다.
그녀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이끌 필요도 없이, 단지 이시백이 끌어주는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머리카락은 퍼석한 대신에 무척이나 매끄러웠다. 살결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 있는지 대체로 부드러웠다.
누가 봐도 지금 원서는 리더에 어울리지 않았다.
이시백의 애첩.
백산 용병단의 공격대장.
기껏해야 그 정도 위치에 불과하리라.
‘그렇지만.’
불쑥, 이시백이 원서의 손을 잡았다.
원서가 살짝 당황했다.
“다, 단장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양갓집에서 태어나 습관처럼 몸에 뱄을 말투와 동작, 얼굴 표정이 지워지지 않았고, 홀로 사회에 떨어져 나가 굴러보지 않은 바람에 머리카락과 살결이 부드러웠으며, 결정적으로 과거와 다르게 그녀가 자신을 ‘단장님’이라고 높임말을 쓰게 되었다 할지라도…….
“원서.”
“네?”
이시백에게 원서는 여전히 원서였고.
그는 전과 다를 바 없이,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욱 그녀를 사랑했다.
“나는 이미 결혼식을 올린 몸이다. 그렇기에 너와 결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
“너에게는 항상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어.”
원서의 얼굴에서 당혹감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녀는 이윽고 잔잔한 호수와 같이 평정심을 되찾았다.
원서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에요, 단장님. 단장님이 제게 미안함을 느껴야 할 부분은 정말로 없어요. 단장님한테 먼저 다가간 사람도 저, 단장님한테 감정을 먼저 강요한 사람도 저예요. 단장님은 단지 저를 받아주었을 뿐이고, 계속해서 받아주고 있을 뿐인걸요. ……저는 이렇게 단장님과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아마도 그것은 진심이겠지.
이시백의 입장에서 보면 원서는 몰락했다.
원래 백산 용병단의 단장이 되어야 할 여자가 겨우 이시백의 휘하가 되어, 윤시아한테 끝없이 견제를 당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원서가 바라보기에 이시백은 하나의 구원이었다.
가문에서 버림받고 경찰에서조차 쫓겨난 그녀를 이시백이 소중하게 여겨주었다.
동등하게 사랑해 주었다.
원서가 미소를 지었다.
“저, 사실 알고 있어요. 단장님이 부친을 죽였다는 것.”
“…….”
“경찰 발표로는 기생집에서 가스가 폭발해서 사고에 휘말렸다고 되어 있지만,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한걸요. 그 정도로 우연히 사고가 발생해 줄 리가 없어요. 단장님이 광수대와 공모해서 계획적으로 폭발을 유도한 거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손이 위치를 바꾸었다.
이시백이 원서의 손을 잡은 형태에서 원서가 이시백의 손을 감싼 형태로.
“단장님은 언제나 저를 우선해서 생각해 주었어요. 가문이 저를 버렸다는 거…… 특히 부친이 저를 몰래 없애 버리려 했다는 사실을, 단장님은 알고 있었겠지요. 그러니까 저를 위해서 부친을 암살한 거예요. 아닌가요?”
“…….”
그녀가 옳았다.
이시백은 단순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원석태 의원을 암살하지 않았다.
국무총리나 차수현에게는 정치적인 필요성만을 역설했지만, 그보다 더 중대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바로 그녀를 대신하여 복수해 주는 것이었다.
전생에서, 원서는 군부-정치권의 합작으로 인하여 죽고 말았다.
이때 정치권이란 부산파를 가리켰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기 자신의 친부에 의해서 원서는 살해당했다.
그래서 이시백은 동태상에게 가장 처참한 최후를 선물하였고.
그래서 이시백은 원태석 의원에게 가장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선사했다.
‘……아.’
그녀의 손길을 느끼면서 이시백이 생각했다.
‘나는 단지 복수를 한 게 아니다. 그녀를 위해서. 원서 아가씨를 위해서 그토록 많은 일을 해온 것이야.’
순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복수라면 1회용에 지나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시백에게는 연인이 있었다.
성격이 바뀌고 말투가 바뀌어도 여전히 변함없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똑같은 인생을 두 번 반복하고 세 번 반복하여도, 열 번을 반복하고 백 번을 반복해도, 설령 천만 번을 다시 살도록 강요된다 해도…… 이시백은 상관이 없었다.
“고마워요, 단장님.”
원서와.
윤시아와.
이시영과.
그녀들과 영원히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단장님이 있어서, 저는 행복해요.”
원서가 웃었다.
먼지 한 점 없이 투명한 미소가 그곳에 있었다.
괴물에 사람이 죽어 나갔고, 국가가 시민을 버렸고, 시민이 국가를 버렸으며, 올려다본 하늘은 거의 언제나 잿빛에 잠겨 있었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인간들의 오랜 약속을 지키려 하는 여인이 눈앞에 있었다.
그런 여인이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마음속 깊이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시백은 그곳에, 그리고 이곳에 자신의 삶이 매달려 있음을 확신했다.
“원서.”
“네, 단장님.”
“나는 너에게 웨딩드레스를 선물해 주지 못한다. 아마도 앞으로 영원히.”
이시백이 왼손을 양복 안에 집어넣었다.
그는 외투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내었다.
와인색 상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직감한 것일까.
원서가 천천히 눈을 치켜떴다.
“멋진 주례를 들려줄 수도 없다.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을 수도 없다. 교회에서 결혼 행진곡을 들으며 차분하게 걸어가는 것도 결코 경험할 수 없고, 공식적인 장소에서 서로가 서로를 연인으로 소개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아…….”
“그런데도.”
이시백이 상자를 열었다.
찬란한 빛무리를 품에 안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조금 작은, 한 쌍의 반지가 상자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도, 나를 계속 사랑해 줄 수 있겠는가.”
“아…… 아, 아…….”
원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줄기 눈물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그것이 시작이 되어, 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
허름한 술집이었다.
평양에서 올린 결혼식에 비교하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형편없는 장소였다.
바닥은 다 해진 나무로 이루어졌으며, 가게 곳곳에 매달린 조명들은 얼마나 낡았는지 뿌옇게 껌뻑거렸다.
그렇지만 원서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네…….”
그녀는 자꾸만 눈물을 흘렸다.
손등으로 눈가를 닦고 또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흘러넘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원서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단장님……!”
이시백이 상자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시백은 조심스럽게, 세상에서 제일 섬세한 물건을 다루듯이, 원서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넣어주었다.
원서는 손바닥으로 입가를 가린 채 그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도 목소리가 울음에 파묻혔다.
이시백은 원서가 낀 반지와 똑같이 생긴 반지를 자신의 약지에 끼워 넣은 다음, 두 손으로 그녀의 왼손을 잡았다.
“저 이시백은, 제 신부인 원서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아아…….”
이시백이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맹세했다.
그것은 서로 맺어지는 것이 허락된 연인에게만 주어지는 약속.
비록 결혼식장으로 삼기에는 더없이 낡았을지라도.
“저, 원서는…….”
기꺼이.
그녀는 이시백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저는…… 제 신랑인 이시백을, 영원히…….”
울음소리에 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한마디 한마디를 뚜렷하게 발음하도록 애쓰면서.
원서가 눈물로 뒤덮인 채 웃었다.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 건달의 제국 END.
# 후기
1
작년 10월부터 연재한 <건달의 제국>이 142화만에 완결되었습니다.
현재 대세라고 취급해 주기는 어려운 장르, 민감하기 그지없는 소재들, 게다가 글쓴이의 취향이 잔뜩 묻어나온 소설이었습니다만, 이 소설이 여기까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독자들한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장편 소설은 종이책 기준으로 3권 이상 나아가기가 무척 힘들다고 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건달의 제국>은 6권 이상 이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전적으로 독자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신 덕택입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연재소설을 완결 지었을 때도 ‘소설 내적인 이야기는 부끄럽기에 생략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린 기억이 있는데, 두 번째 연재소설을 완결 지은 지금도 그 생각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소설 내적인 이야기와 다소 관계가 없는 이야기, 요컨대 잡담(...)으로 후기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2
먼저 연재 시각이 늦어진 기간이 길어졌던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연재소설을 쓸 때도 느꼈습니다만, 저는 아무래도 100화를 기준으로 해서 글 쓰는 속도가 떨어지는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슬럼프가 아닌데도 이런 경향이 생기는 걸 보아하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듯싶습니다.
저는 비축분이라는 존재와 일절 연관이 없는 생활을 해왔으나, 다음 연재작부터는 반 권에서 한 권 정도 비축분을 쌓아둔 상태에서 연재를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
<건달의 제국>은 대략 117화부터 본격적으로 지각연재가 발생하더니 이후 꾸준히 15분 ~ 25분씩 연재시각이 늦어졌습니다.
완결이 난 오늘까지 지각이 이어졌으니 35화에 가까이 늦장연재가 지속되어버린 셈입니다.
35화, 라고 표현하면 적게 느껴질지 몰라도 시간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한 달입니다.
한 달이 넘도록 지각연재를 이어온 것에 대해서 저는 독자 여러분께 사과 이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쓰레기 같은…… 아니, 쓰레기보다 못한…… 쓰레기라고 표현하면 오히려 이 세상의 쓰레기들한테 미안해질 정도로 쓰레기스러운, 아니, 그러니까 쓰레기스럽지조차 못한…… 그런 존재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꼭…… 반드시 비축분-돌려막기-시스템을 구축해 보겠습니다.
글쓴이의 상습적인 지각으로 인하여 심신에 피로를 느끼셨을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눈물)
3
<건달의 제국>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내세운 목적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절대 이야기를 질질 끌지 말자’였습니다.
첫 번째 연재소설에서는 아무래도 장편 연재라는 것을 처음 겪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가 이리저리 마구 늘어진 경향이 있었습니다.
장르의 형식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라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반드시!!’라는 마음으로, 다소 빠르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완결을 맺었습니다.
본래 연재소설은 최소한 7권 정도에서 완결을 맺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E북 기준으로 6권 완결, 이라고 표시되면 많은 독자 여러분이 ‘혹시 조기 완결된 것 아니야?’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대여점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께서는 대체로 조기 완결되는 소설이 5권이나 6권에서 운명(...)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바로 그 영향입니다.
하지만 다소 상업적인 불리함을 고려하더라도 <건달의 제국>은 이 시점에서 끊어지는 것이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목적은 달성되었으며 더 이상 주인공의 목적을 방해할 요소는 없습니다.
인위적으로 어떤 목적과 어떤 방해 요소를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이시백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저는 독자 여러분께 이야기가 질질 늘어지는 사태를 보여드리지 않게 되어서 약간 기쁘기까지 합니다.(...)
물론 머릿속에 다른 전개와 다른 엔딩을 그려두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소수의 독자 여러분이 바라듯이 누군가가 죽고(...), 아니, 많은 사람들이 죽고(...), 꿈도 희망도 없고 단지 인물의 잿빛투성이 의지만이 남아 있는, 실로 어두운 전개와 결말도 머리 한 구석에서 항상 놓여 있었습니다.
그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죽여! 얼른 죽여! 그게 네 본성이잖아! 왜 죽이지 않는 거냐-!” 하고 저한테 불만과 항의를 표시해 왔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성선설을 신봉하는 시민이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해피한 결말이 주어져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상식인입니다.
HAHAHA. 저런 삐뚤어진 목소리 따위에 굴복할 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독자 여러분 중에는 저 학살자와 목소리를 함께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경악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무엇이 일부 독자 여러분으로 하여금 학살과 살해를 울부짖도록 만들었을까요…….
저는 이 불가사의한 질문 앞에서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머릿속 어디선가 “전부 첫 번째 연재소설에서 댁이 저지른 짓거리 때문 아니여?” 하고 딴죽을 걸어옵니다만, 틀림없이 환청이겠지요.
단호하게 무시하겠습니다.
4
차기작은 아마도 1달에서 1달 반 후에 집필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컨셉은 이미 머릿속에 생각해두었습니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히어로물입니다. 모두에게 열광을 안겨주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
5
이외에도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email protected]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단, 소설 내적인 이야기는 제가 부끄러움을 타서 제대로 답해드리지 못할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모쪼록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약 4달 동안 이어진 <건달의 제국>을 여기까지 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좋은 하루 보내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