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의 제국 111화
제15장 ? 하늘과 땅 사이(3)
3
“가만히 좀 계세요, 단장님.”
“현도야, 내가 그래도 남자인데 화장 같은 걸 해야겠느냐?”
“우리 단장님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요!”
유현도가 눈썹을 확 찡그렸다.
현재 이시백은 유현도에게 화장을 당하고 있었다.
잠시 뒤, 이시백은 수십 명의 언론인한테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평소처럼 깔끔하게 단장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유현도가 ‘잠깐만요!’ 하고 단호하게 이시백을 불러 세웠다.
“그냥 신문 쪼가리에 자그맣게 사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십중팔구 9시 뉴스에 단장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비출 텐데. 어떻게 화장도 안 하고 얼굴을 들이밀 수 있나요? 안 돼요. 절대로 안 됩니다.”
“하지만 남자가 화장하는 건 이상하다.”
“정말, 단장님은 말끔하게 생겼으면서 가끔 사고방식이 어디 할아버지처럼 고루하다니까요. 방송에 나가면 남자들도 다 화장해요. 티 나지 않게 화장하는 게 중요할 뿐이지.”
“할아버지 같다니…….”
이시백이 할 말을 잃었다.
안 그래도 윤시아나 원서한테 잊을 만하면 ‘말투가 이상하게 나이 든 사람 같다’라고 지적받는 터였다.
이시백도 몇 번 고쳐 보려고 시도했으나 도저히 바뀌지 않았다. 음 하고 이시백이 무뚝뚝하게 입술을 다물었다.
“지금도 그래요. 음 하고 소리 내는 거. 왜 단장님은 이렇게 행동 하나하나가 아저씨 같을까. 미스터리네요.”
“…….”
이시백은 조금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유현도가 해괴망측한 도구들을 총동원하여 이시백의 얼굴을 건드리고 눈썹을 정리했다.
그때 이시백의 안주머니에서 예비용 휴대전화가 부르르 떨었다. 이시백은 전화기를 꺼내어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이시백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는 유현도에게 조용히 하라고 눈짓으로 신호를 준 다음,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이게 누구입니까. 부산에서 명성이 자자한 차수현 대장님 아닙니까.”
―예에, 이시백 단장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차수현 광역수사대 대장.
절반쯤은 이시백 덕분에 고속 승진을 일구어낸 인물이 통화를 걸어왔다.
하기사 반도에 자리 잡은 언론사들은 오늘 모조리 평양에 집결했다. 차수현 대장의 몸이 근질거릴 법했다.
“얼마 전에 불법으로 일본산 밀주를 유통하던 업자들을 소탕했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차수현 대장님, 경찰의 귀감입니다. 가만히 잘 보면 반도의 경찰들은 차수현 대장님을 제외하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시백 단장님께 덕담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공치사가 아닌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아지는군요.
“잘 들었습니다. 정말로 공치사가 아닙니다.”
이시백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차수현은 유능한 남자였다. 어느 경우에 한정하여, 이시백은 유능한 남자와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 경우란 바로 자신이 유능한 상대방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군바리들과 짜바리들이 사이좋게 헛다리를 짚고 있는 와중에 오직 차수현 대장님만이 제대로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공무원 월급은 다 세금으로 나오는데, 차수현 대장님 혼자서 세금 도둑 신세를 면했군요. 그렇다고 해서 흐름이 썩 바뀌진 않았습니다만.”
―…….
차수현 대장이 침묵했다.
“이미 상황은 절반 정도 결정되었습니다, 차 대장님. 평양에 새로 유입된 헌터의 숫자가 자그마치 수천에 이릅니다. 대부분이 E급과 D급에서 헤매는 하급 헌터이지만, 그중에는 B급은 물론이고 간간히 A급 헌터마저 끼어 있습니다. 제가 토벌령을 내리면 언제든지 사병처럼 부릴 수도 있습니다.”
―……아하하. 너무 자신만만하신 것 아닐까요?
차수현 대장이 넉살 좋게 웃었다. 억지로 웃음을 쥐어 짜낸 느낌이 통화기 너머로도 전달되었다.
―다소 늦었지만 군부에서도 이시백 단장님의 실력을 인지했습니다. 10인 위원회와 빨갱이라는 여우를 몰아냈더니 호랑이가 나타나서 산을 점령해 버린 꼴이다라고요. 저희야 몰라도 군부가 경계심을 품게 되었으니 절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를 숙청하여 죽일 계획입니까?”
이시백이 대꾸했다.
자신의 죽음을 거론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말투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나왔다.
“빨갱이를 처리하는 것까지야 대내외적 명분이 충분했지요. 하지만 저는 어떤 명분으로 말살할 것입니까. 평양의 지하 경제를 처단하여 시민들의 삶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죄? 아니면, 제가 권좌에 오른 이후로 북방의 몬스터 토벌 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죄입니까?”
―…….
“지금 평양은 백산 용병단의 카리스마에 의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저희 백산을 배제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기껏 평화에 접어든 북방의 정세는 다시 요동치고 말 겁니다. 만일 경찰에서 나라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원한다면, 물론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만…….”
차수현이 말없이 이를 깨물었다.
―명분이 없다고 해서 군인들이 얌전히 있을 거라 안심하지 마십시오. 다소 억지스럽다 해도 군인들은 언제든 단장님을…….
“다소 억지스러운 일이라면 감행하겠지요. 하지만 매우 억지스러운 일이 되어버린다면 어떻습니까.”
―예?
“차수현 대장님. 저는 차대장님이 경찰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을 중요히 여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또한 동시에 제법 진심으로 이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일까.
차수현은 의뭉스러웠으나 일단 잠자코 경청했다.
“제가 위험한 녀석으로 비추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행보가 이 나라에 정말로 해악을 끼치고 있습니까?”
―그건…….
“헌터들이 뒷세계에 빠져 들지 않고 평범하게 사냥에 전념한다. 결과적으로 북방의 몬스터 숫자가 줄어들고, 반도는 안전한 상태에 접어듭니다. 마약상과 밀주상이 점차 사라질 테니 경찰 여러분들이 골치 썩힐 일도 없어집니다. 솔직하게 대답해주십시오, 차 대장님. 저는 여러분께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었지, 결코 민폐를 끼치는 종자가 아닙니다.”
이시백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차대장님도 저를 적극적으로 숙청하려 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위험하다는 건 알겠다. 경계도 된다. 하지만 정말로 배제해야 할 ‘적’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다…….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저한테 이렇게 나오는 거 아닙니까?”
차수현 대장은 다시금 말문이 막혔다.
마치 이쪽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듯한 질문이었다.
차수현은 실제로 이시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원서와 장태성을 프락치로 보낸 것만 봐도 그 경계심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지.
그러나 ‘이시백은 과연 국익을 위하여 배제해야 할 대상인가?’ 하고 묻는다면, 차수현은 쉬이 대답하기 어려웠다.
차수현은 여태껏 줄곧 상관들과 군인들에게 ‘이시백을 통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제거해야 한다’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쪽이 목줄을 잡고만 있으면, 차수현은 오히려 이시백을 응원할 생각마저 품고 있었다.
“정치가들은 그저 북방에 새로운 권력자가 나타나는 것을 생리적으로 혐오할 뿐입니다. 이성적인 판단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군인들은 그저 정치가들의 의향에 따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
“하지만 차수현 대장님은 어떻습니까? 더 나아가 경찰은 어떻습니까? 어느 조직보다 헌터들을 곁에서 지켜본 여러분이라면 느낄 것입니다. 최근 들어 평양과 서울, 인천을 중심으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의 바람은 틀림없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차수현 대장은 입안이 건조해졌다.
지하 경제의 양성화.
불법적인 사업에 종사하는 헌터들의 소탕.
더 나아가, 몬스터 사냥에 전념하는 헌터들의 육성까지.
확실히 이시백이 내세우는 정책들은 경찰이 염원하는 방향성과 무서우리만치 일치했다.
그렇기에 도리어 차수현은 걱정되었다.
‘내가 지금 작업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너무나 달콤했다.
단지 이시백이 내미는 손을 잡기만 해도 개인으로서의 영달과 경찰로서의 신념, 양쪽이 전부 만족되었다.
개성에서 마약 조직을 적발했을 때 그러했다. 부장판사의 딸을 구했을 때도, 빨갱이들을 때려잡았을 때도 그러했다.
그럴수록 차수현 대장은 점점 더 이시백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경찰은, 적어도 차 대장님은 진지하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은 그런 경찰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음껏 깔보았을 겁니다. 분하지 않습니까?”
이시백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그러나 둔중한 종소리가 그러하듯, 이 높낮이 없는 목소리는 차수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지금까지 반도의 치안을 지켜온 장본인은 다름 아니라 경찰입니다. 해외에서 돌아다닐 뿐인 군인들한테 멋대로 경시당하는 것을, 차 대장님은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작정입니까.”
―……저한테 바라는 게 뭡니까, 단장님.
“괜히 콧대만 높은 군바리들한테 경찰의 진면목을 보여주십시오.”
차수현 대장은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지금 이시백은 차수현에게 군부를 물 먹이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경찰이 그러하듯 군대 역시 엄연히 국가에 소속된 조직. 군대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곧 국가에 해를 끼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장님,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아무리 군바리들이 우리 경찰을 무시한다 해도 저 차수현, 거기까지 타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딱히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국내의 치안은 경찰이. 해외의 평화는 군인이 지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을 따름입니다. 굳이 차수현 대장님이나 경찰에서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
즉, 경찰인 너희는 나에게 정보만 제공해라.
나머지 일처리는 전부 내가 알아서 해주겠다.
이시백의 말에는 그런 의미가 몰래 담겨 있었다.
“당장 대답을 바라고 건네드린 제안이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오늘 저녁 뉴스를 보면서 천천히 생각하십시오. 저의 휴대전화기는 언제나 대장님을 위해 조용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럼.”
뚝 하고 이시백이 통화를 끊었다.
이시백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등받이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전화 내내 이시백을 화장해 주었던 유현도가 입을 열었다.
“짭새였나 봐요?”
“그래. 차수현이었다. 슬슬 몸이 달아오를 만하지.”
“전 옆에서 듣기만 해도 뭐 단장님 제안에 넘어갈 것 같던데요.”
유현도가 빙그레 웃으면서 거울을 집었다.
“자아, 됐다! 다 됐어요. 어떤가요, 단장님. 매달 미용잡지를 긁어모아서 화장 실력을 극한까지 연마해 낸 저의 솜씨가!”
“…….”
이시백은 거울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화장이 아니라 변장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이시백의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
얼굴에 뭔가를 끼얹은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
그러면서도 눈썹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척 보기에도 예리한 느낌이 살아 있었다.
이시백은 살면서 자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건만, 거울에 비춘 모습은 확실히 괜찮은 외모를 갖추었다.
“멋지긴 멋진데…… 현도야, 너무 기생오라비처럼 생기지 않았느냐?”
“어휴우. 단장님은 눈빛이 워낙 살벌해서 인상을 갸름하게 잡아줘야 균형이 잘 맞아요. 게다가 일반 시민들은 ‘헌터’라는 단어만 들어도 조폭을 떠올린단 말이에요. 그런데 단장님이, 네? 딱 이렇게 말쑥하게 나오면 헌터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져서 좋고. 단장님도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서 좋고.”
“그렇지만 본래 남자란 강직한 멋이 있어야…….”
“또, 또 그렇게 나이 든 할배처럼 말씀하신다!”
유현도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이래 봬도 제가 헌터만 아니었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었을 여자거든요? 이번만큼은 제 말을 믿어주세요. 단장님은 의외로 샤프한 매력이 있다니까요. 여자들은 어유, 그런 거에 껌뻑 죽어요.”
“……그런 것이냐?”
바깥에선 평양의 지배자이지만 안방에선 윤시아한테 치여 살고 원서한테 매여 사는, 이 묘하게 불쌍한 남자가 유현도의 말을 경청했다. 유현도는 확신을 담아 방방 떠들었다.
“그럼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기자 회견 끝나고 시아랑 원서한테 더블 데이트를 신청해 보세요. 다른 날이면 몰라도 오늘의 단장님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완전 멋지다니까요! 진짜 완전!”
“음.”
이시백이 진지하게 턱을 끄덕였다.
참고로 이시백이 두 여인과 사귄다는 사실을 유현도는 알고 있었다.
이유는 매우 간단했는데, 이시백이 연애 상담을 유현도에게 했기 때문이다.
이시백은 자기가 연애에 전혀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실로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유현도한테 자문을 구했다.
이제 와서는 데이트 코스라든지 옷차림이라든지 전부 유현도한테 맡기고 있었다.
현명하다고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줏대가 없다고 비웃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리라.
유현도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 시간이 다 됐네요.”
“다녀오마.”
“예, 후딱 해치우고 오세요. 전 국민이 보게 될 기자 회견이니까 절대 막말은 쓰지 마시고요. 깡패 티가 나는 단어도 자제하고, 항상 공손하게…….”
이시백은 대충 알겠다고 대답한 다음 준비실을 나섰다.
기자 회견실은 평양 시청에 마련되어 있었다.
이시백이 문을 열고 나타나자, 기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 찰칵, 찰칵찰칵! 찰칵!
그야말로 새하얀 빛의 홍수였다.
수십 명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리자 기자들마저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이시백은 유현도가 알려준 요령에 따라 땅바닥과 정면의 사이를 응시하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덕분에 그는 눈가를 찡그리지 않았다.
“…….”
이시백이 단상에 오르자 플래시의 하얀 물결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시백은 좌중을 쓰윽 둘러보았다. 국내 기자들은 물론이고 중국인, 일본인, 심지어 서양인 기자까지 간간이 보였다.
토벌금을 두 배로 인상시키고 헌터들을 위해 복지정책을 대대적으로 쏟아내는 이시백은, 확실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평양에서 백산 용병단을 운영하는 이시백입니다. 오늘, 저는 국민 여러분께 중대한 사실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올랐습니다.”
묵직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회견실에 내려앉았다.
이시백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으며, 눈가와 입가에는 굳건한 의지가 감돌았다.
단단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저절로 신뢰를 안겨주었다.
“이주일 전, 평양의 한 모험자가 만주를 탐색하며 어떤 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그 몬스터는 높이만 4층 건물에 달했으며, 길이는 축구 운동장을 이어붙인 것처럼 거대했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크기가 곧 몬스터의 강력함을 의미하진 않았어도 저 정도 규모라면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시백은 곧이어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처음 목격된 종류의 몬스터에 모험자는 서둘러 마력 탐지기를 가동했습니다. 측정 결과는 가볍게 300만을 돌파. 모험자는 해당 영상과 측정 결과를 곧바로 저희 용병단에 보내왔습니다.”
이시백의 뒤편에 화면이 떠올랐다.
기자들이 무심코 질겁한 소리를 흘렸다.
화면에는 이시백이 묘사한 대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몬스터가 잡혀 있었다.
마치 지네처럼 생긴 몬스터는 수십, 수백 개의 다리로 꿈틀거렸다.
“저건…….”
“측정치가 삼백만을 초과했다면, 설마…….”
이시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S급 몬스터입니다. 신의주에서 불과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S급 몬스터가 둥지를 틀었음이, 모험자의 육안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만약 이 몬스터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북방의 안보는 심각한 위협에 마주할 것입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신의주에서 50㎞라면 조금 과장해서 평양까지 지척에 이르는 거리였다.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 S급 몬스터의 둥지가 발견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뜨거운 뉴스거리가 되겠지.
“고로, 저희 백산 용병단에서는…….”
하지만 이시백은 곧이어 기자들을 더더욱 충격으로 몰아넣을 정보를 입에 담았다.
“하루라도 빨리 국민 여러분께서 안심할 수 있도록, S급 몬스터를 ‘자체적으로’ 토벌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오로지 헌터들의 힘만으로.
군대에 도움을 빌리지 않고 토벌에 임하겠다.
이시백의 발언은 바로 그날 텔레비전을 타고 빠르게 전국으로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