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의 제국 78화
제11장 코스모스 질 무렵에(4)
6
“후우…….”
원서가 망원조준경에서 얼굴을 떼었다.
적을 여섯 명 사살했다. 상당히 훌륭한 전과였다.
휴대전화기에 연결해 놓은 이어폰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감적수도 관측수도 없는 상황에서 여섯 명인가. 역시 대단한걸.
장태성의 목소리였다. 장태성은 원서와 정반대 방향의 건물에 올라가서 저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시가전에서 저격이 이루어질 경우, 사각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서 저격수를 정교하게 분산해서 배치해 둘 필요가 있었다.
원서가 차갑게 말했다.
“표적을 쏜다. 단지 그뿐이야.”
-말은 쉽군. 수석 졸업생의 겸손한 잘난 척으로밖에 안 들려. 나는 두 명밖에 못 죽였다고?
“적어도 지옥에 떨어질 때 나보다는 시원한 곳으로 떨어지겠네. 자신의 형편없는 저격 실력에 감사하도록 해, 차석 졸업생.”
장태성이 낄낄 웃었다.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였다. 경찰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받은 시절부터 원서는 장태성 특유의 쇳소리 같은 웃음이 싫었다. 하지만 저런 남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멀리하기도 곤란했다.
장태성은 친부가 자신한테 붙인 족쇄였으니까.
원서가 이시백에게 붙은 스파이라면, 장태성은 원서에게 붙은 스파이였다. 스파이에 다시금 스파이가 늘어지는 꼴이라니.
세상사란 참으로 잡다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고, 원서가 무표정하게 생각했다.
-야, 수석. 저것 봐라. 일본인들이 반자이 어택을 때리는데.
장태성이 재밌다는 듯 말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확실히 도천 용병단의 헌터들이 일제히 차폐물에서 튀어나와 돌격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물론 백산 용병단의 아지트. 아직도 스무 명이 넘어서는 인원이 한꺼번에 길거리를 달려가자 제법 장관이었다.
“조금 더 숫자를 줄여야 할까.”
-아니, 이시백 단장은 10명 이상 죽이지 말라고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합쳐서 8명을 죽였으니 이쯤이면 충분해. 하지만 어떻게 막으려는 건지 궁금하긴 하군. ……어어, 수석. 저게 뭐야?
장태성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원서가 망원경을 들어서 아지트를 확인해 보았다. 3층 창문들이 열리더니 기관총의 총부리가 드러났다.
힐끗 살펴만 보아도 기관총의 숫자가 세 대나 되었다. 휴대전화기 너머로 장태성이 중얼거렸다.
-소규모 용병단에서 기관총? 지금 농담하는 거냐……?
장태성만큼은 아니어도 원서도 놀랐다. 소총도 아니고 기관총을 여러 대나 아지트에 때려 박는 용병단 따위,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정부가 화기를 제어하는 반도의 남방에선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평양이기에 가능한 진풍경이겠지.
“안 되겠군. 저건 끝났어.”
원서가 냉정하게 적 용병단원들의 죽음을 예언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관총에서 점사가 이루어졌다.
도천 용병단원들은 지휘관을 잃은 분노로 인해 제대로 대열을 이루지 않고 무작정 뛰어가고 있었다.
기관총이 토해낸 총알이 순식간에 그들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장태성이 침음을 흘렸다.
-끔찍하군.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정도가 아니야. 이시백 단장은 공룡이라도 상대할 속셈인가. 도대체 얼마를 들여서 아지트를 요새로 만들어버린 거냐…….
백산 용병단의 아지트에는 입구가 2층에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려면 기나긴 계단을 올라가야만 했다.
계단은 하얀색, 검은색, 빨간색으로 차례대로 색칠되어 있었다.
적군이 어디까지 올라왔는가 한눈에 알아보기 위함이지만……. 이번 전투에선 전혀 쓸모가 없었다.
적들은 백색선(白色線)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전멸했다.
참담하다 못해 처참한 결과에 원서도 장태성도 잠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때 무전기가 치직거렸다.
-저격수는 나머지 적을 사살하라. 그리고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이상.
무뚝뚝하고 목소리. 이시백이었다.
항명을 원천봉쇄하는 듯한 무게감이 목소리에 감돌았다.
원서는 조준경에 다시 집중했다. 곧이어 십자선에 표적이 들어왔고, 원서가 방아쇠를 당겼다.
공기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표적의 머리가 터졌다.
장태성이 탄식하듯이 혼잣말했다.
-이건 헌터들의 항쟁이 아니야. 전쟁도 아니다. 단순한 사냥이야.
원서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이라. 사냥꾼이 사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이시백 단장님은 어떤 의미로 가장 헌터에 어울리는 분이네.”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을 잡는 사냥꾼이라고? ……너무 그럴듯해서 웃을 수 없는 농담인데. 나는 그 인간이 출생연도를 속여서 사실 40살 아저씨라고 해도 믿을 수 있어. 20살이 저런 분위기를 풍기는 건 솔직히 반칙이지.
“말조심해, 장태성. ‘그 인간’이 아니라 단장님이야. 프락치 티를 내고 싶은 건 알겠지만 소속을 바꾸었으면 형식상으로나마 상관에게 존경을 표시해. 이건 경찰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다.”
-호오? 이거 한솥밥 며칠 먹었다고 아주 깡패가 다 되었어?
장태성이 비아냥거렸다.
-왜, 벌써부터 조폭 새끼한테 충성심이 생기려고 하냐? 하긴 좋은 남자지. 이시백, 좋은 남자야. 암. 어린 나이에 한 달 수입은 수억을 가뿐히 넘기지. 사업이 계속 순조로이 성장하고 있지. 덩치도 듬직하고 얼굴도 훤칠하고. 야아, 우리 수석 졸업생 원서 양. 멋진 남편감을 발견해서 기분이 아주 좋겠어?
“……이제 네 농담은 저열해서 들어주지 못할 수준이야. 생도 시절부터 바뀐 게 없네. 미리 경고할게. ‘목숨이 아까우면’ 입을 신중히 단속하는 편이 좋을 거야.”
-야아, 이거 원서 님 무서워서 혓바닥도 놀릴 수 없겠는걸. 하지만 조심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다. 헌터라는 말로 불러주고 있지만 어차피 저놈들의 본질은 마피아, 무법자, 사회의 기생충 쓰레기다. 물론 이시백은 내 상관이지. 그러니까 당사자 앞에서는 제대로 존댓말을 써줄 생각이라고. 하지만 그 외의 장소에선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부르든 말든 내 자유야.
쓰레기.
그 단어를 듣고 원서는 이시백의 모습이 찬찬히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어린애처럼 뺨을 붉혔다.
사람은 눈빛으로도 목소리로도 표정으로도 얼마든지 거짓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것까지 연기하기란 어려웠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마치 첫날의 부끄러움이 몽상이었다는 듯, 이시백은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원서를 대했다.
하지만 원서에게는 그것도 가산점이었다.
‘공사를 확실히 구별한다는 뜻이니까.’
헌터 같지 않은 사람.
그리고 한없이 헌터 같은 사람.
원서가 지금까지 봐온 이시백은 그런 남자였다.
-어이쿠.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걸. 나는 그럼 먼저 저격 지점으로 이동하지.
도천 용병단에서 최후의 일인이 장태성이 쏜 총알에 맞아 절명했다. 이로써 백산 용병단을 향해 쳐들어온 30인이 전부 목숨을 잃었다.
원서는 저격총을 챙기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젯밤부터 6시간 동안 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대기했던 탓일까. 몸이 약간 찌뿌둥했다.
-하지만 이시백 단장도 참 성격이 나빠. 붉은 처녀 용병단과 도천 용병단이 싸우는 틈을 노려서 양쪽을 전부 죽여 놓으라니. 정말 이이제이의 극치로군, 끌끌.
“……어서 이동이나 하지.”
-예에, 수석 아가씨. 명령을 받들지요.
두 명의 저격수는 미리 준비해 놓은 루트에 따라 이동했다.
장태성은 붉은 처녀 용병단의 헌터들을 저격하고, 원서는 도천 용병단의 헌터들을 저격한다.
이것이 두 사람한테 내려진 기본 임무였다. 이것 외에도 그들에겐 저마다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그중에서 장태성이 맡은 임무는 범상치 않았다.
원서와 협력하여, 리을령 소좌를 처치할 것.
여태껏 아군이 되어서 행동하던 용병단의 뒤통수를 때리라는 명령이었다.
장태성이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차피 의리 같은 게 없는 무법자 자식들’이라고 비난을 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으리라.
“…….”
원서가 건물 꼭대기에서 내려가기 전에 문득 지평선을 쳐다보았다.
아침 해가 서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7
10인 위원회에 소속한 두 거대 용병단의 항쟁.
전황은 모두가 예상했다시피 팽팽하게 이어졌다. 붉은 처녀 용병단의 인민군들은 무장에서 앞섰고, 도천 용병단의 야쿠자들은 병력에서 앞섰다.
게다가 공격 대장 오타 마사히로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자, 용병단장 하세가와 노부유키는 광분에 휩싸여서 돌격 명령을 내렸다. ‘가족의 원한을 갚아라! 죽이고 또 죽여라!’ 하는 노호가 무전망을 뒤흔들었다.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상대편이 피해를 도외시하고 야쿠자들이 달려들자, 인민군이 서서히 밀렸다. 물량에 압사당할 위험에 처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붉은 처녀 용병단의 간부들은 진지하게 퇴각할 것을 리을령 소좌한테 진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항쟁의 패착을 가른 것은 의외의 파벌이었다.
“마음껏 후려쳐라.”
“예, 단장님!”
이시백이 본거지를 여유롭게 수비해낸 이후, 전투인력을 이끌고 도천 용병단의 측면을 급습했다.
눈앞의 적에만 정신이 팔려 돌격 명령을 난사하던 하세가와 노부유키는 제대로 허를 찔렸다.
하세가와 노부유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열을 가다듬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불과 2분, 3분 만에 사태를 수습했다.
과연 10인 위원회의 일원답게 뛰어난 솜씨라고 칭찬해야 마땅할 터.
그러나 이 시점에서 도천 용병단의 예기는 완전히 꺾였다.
정면에선 리을령 소좌의 인민군이 대대적으로 반격을 펼쳤다. 측면에선 이시백이 임시로 고용한 헌터들이 들개처럼 물어뜯었다.
양면이 포위당해 완전히 수세에 몰린 채, 야쿠자들은 조금씩 길바닥에 쓰러져 갔다.
하세가와 노부유키는 피눈물을 흘리고 싶었으리라.
한 발자국.
앞으로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갔다면 빨갱이 수괴의 이마 짝에 총알을 쑤셔 넣었을지 몰랐다.
아주 잠깐 측면을 신경 쓰지 못한 탓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어버렸다.
결국 하세가와 노부유키는 퇴각 명령을 내렸다.
‘후퇴한다’ 하고 한마디를 내뱉을 때, 하세가와 노부유키는 입술을 지나치게 세게 깨문 나머지 핏물이 흘렀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이곳에 들이닥칠 때 도천 용병단의 병력은 자그마치 백 명을 헤아렸다.
하지만 살아서 도망친 인원은 스무 명도 안 되었다. 별동대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전멸이라는 낱말조차 모자랄 정도였다.
도천 용병단은 이날 아침, 그야말로 괴멸당했다.
대승.
붉은 처녀 용병단은 만만치 않은 적을 상대로 해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런데도 리을령 소좌를 비롯하여 간부단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이번 항쟁의 주역이 누구인지 명백하기 때문이었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본인은 붉은 처녀 용병단이 아니라 백산 용병단이었다.
적의 별동대를 파쇄했을 뿐만 아니라 본대의 측면을 후려갈김으로써 승리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열심히 싸운 붉은 처녀 용병단 입장에서는 살짝 불만스러운 결과였다.
“……아무튼 수고했어, 이시백.”
폐허가 된 길거리에서 리을령 소좌가 이시백을 맞이했다.
오래된 콘크리트 도로에는 시체들이 엉망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초연 냄새에 시체 냄새가 뒤섞여서 기분 나쁜 악취가 길바닥을 뒤덮었다.
그 한복판에서도 이시백은 변함없이 무심한 얼굴을 유지했다.
“너희 덕분에 살았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지.”
“영광입니다, 소좌님. 저는 단지 소좌님을 위해 봉사했을 뿐입니다.”
“그래.”
리을령 소좌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자 이시백이 자연스럽게 라이터를 꺼내 들어서 소좌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편리하고 유능한 사냥개가 한 마리 생겼다는 생각에, 리을령 소좌가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 용병단은 피해가 어때?”
“다행히도 전무합니다, 소좌님.”
“전무? 한 명도 안 죽었다고?”
“예.”
리을령 소좌의 쓴웃음이 더더욱 짙어졌다.
이쪽은 정예병이 스물여섯 명이나 죽어버렸다. 하나같이 리을령 소좌가 젊은 시절부터 직접 단련시킨 헌터였다.
숙련병이라 해도 좋았다. 그런데 초짜에 불과할 백산 용병단이 단 한 명의 피해조차 입지 않았다.
“대단한걸. 수고가 많았어. 이대로 술이라도 한잔 사주는 게 도리이겠지만, 새벽부터 밤잠을 설치는 바람에 조금 피곤하네. 내일 사태가 조금 진정된 다음에 만나자. 괜찮지?”
“물론입니다, 소좌님.”
리을령 소좌가 이시백의 팔을 두들기고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300m가량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 저격수가 있었다.
장태성이었다. 장태성은 차분하게 총부리를 겨누었다.
‘목표는 우선 이시백.’
이시백은 지금 상당히 강력한 방탄복을 걸치고 있었다.
오우거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방탄복으로, 웬만한 총알은 문제없이 튕겨 낼 고가품이었다.
장태성에게 주어진 임무는 일단 이시백의 몸통을 정확히 저격하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이시백의 방탄복에 총알을 때려 박는다. 직후, 원서가 리을령의 대가리를 날려 버린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단순했다.
이시백이 절대 범인으로 의심받아서는 안 되었다.
만일 리을령 소좌를 사살한 흑막이 이시백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돌면 그걸로 끝장.
붉은 처녀 용병단은 물론이고 10인 위원회 차원에서 이시백을 처단할 게 분명했다.
즉, 이시백은 철저하게 무죄로 남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시백부터 쏘는 거지.’
장태성이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시백과 리을령이 동시에 저격을 당했다. 그러면 의혹은 두 용병단장의 적수, 하세가와 노부유키한테로 옮겨졌다. 어찌 되었든 이시백은 혐의에서 벗어났다.
“어이, 수석 졸업생. 나는 5초 후에 저격에 들어간다.”
장태성이 휴대전화기에 연결된 마이크로 중얼거렸다.
“내 말이 끝나고서 5초 후다. 실수하지 말라고.”
-…….
휴대전화기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역시 시시한 여자였다. 아직 한참 새파란 19살인 주제에 유머센스가 눈곱만치도 없었다.
이래서야 언제까지 같이 프락치 노릇을 해먹을 수 있을는지, 장태성은 혀를 차고 싶었다.
잡생각은 여기까지.
장태성이 조준경의 십자선에 정확히 표적을 담았다.
3초, 2초, 1초…….
경찰학교 시절부터 갈고닦은 시간감각이 장태성으로 하여금 정확한 순간에 방아쇠를 당기도록 만들었다.
피익! 하고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발사되었다.
‘좋았어. 명중이다!’
장태성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자신의 실력은 대단했다. 연사 속도야 원서보다 뒤떨어질지 몰랐어도, 정확성만큼은 저 재수 없는 수석졸업생보다 낫다고 자신했다.
이시백은 가슴에 정통으로 총알을 얻어맞고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졌다.
‘그럼 원서가 어떻게 했을지 봐볼…… 까?’
장태성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지금쯤 머리에 총알을 맞아 죽어야만 했을 리을령 소좌가 멀쩡히 서 있었다.
망원경에 비춘 리을령 소좌의 모습은, 비록 당황하긴 했어도 서둘러 부하들한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뭐야? 저격에 실패했나? 저 입만 산 애송이가, 역시 이럴 줄 알았…….’
그때 장태성은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를 꿰뚫는 감각을 느꼈다.
아주 잠깐의 찰나였다. 장태성은 그 감각을 맛보기도 전에 머리가 터지면서 허물어졌다.
총알이 뚫고 터뜨린 자리에서 뇌수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장태성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곳에서 200m 떨어진 지점.
“후우…….”
원서가 참았던 숨을 자그맣게 토해냈다.
그녀의 검은색 눈동자는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목숨이 아까우면 입을 단속하라고.”
원서는 저격총을 거둬들이고 무전기에 중얼거렸다.
“작전 목표 달성. 표적의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이제부터 본부로 귀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