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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427화 (완결) (427/427)

건축의 신 427화

건축의 신(완결)

뉴욕 유엔본부 컨퍼런스룸.

깔끔한 백색 슈트를 입은 사내가 무대 뒤편에서 등장했다.

마이크를 든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프리츠커 수상자를 소개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사회를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짐 캐리입니다.”

짐은 양팔을 활짝 벌리며, 관객들에게 크게 고개를 숙였다.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짐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양팔로 박수 소리를 누르는 제스쳐를 하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이거, 누가 보면 제가 수상하는 줄 알겠습니다. 저 아닙니다.”

손사래 치는 그를 보며, 관객석 여러 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짐 캐리였다.

“음……. 하지만 저는 궁금하네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수상자를 선정하는지 말이죠. 여러분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마치 콘서트라도 하는 듯이, 짐은 마이크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관객들이 그의 재밌는 행동에 호응했다.

“네! 궁금해요!”

손을 귀에 대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는군요. 이 궁금증을 풀어주실 분 안 계신가요?”

그가 눈썹을 으쓱하자, 심사위원석에 있던 백발 노신사가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궁금증, 제가 풀어드리리다.”

“아! 당신은? 11회 프리츠커 수상자였던 프랭크 베리? 제가 보고 있는 이게, 진정 현실입니까?”

허연 머리의 멋쟁이 노신사는 프랭크였다.

짐이 호들갑을 떨며, 프랭크를 소개했다.

잘 짜인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그는 분위기를 흥겨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럼 앞으로 나와 주시겠습니까? 프랭크 교수님!”

그리고 프랭크가 무대에 오르자, 짐은 큰 소리로 말했다.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11회 프리츠커 수상자셨던 프랭크가 이번에는 심사위원장으로 수고해 주셨습니다.”

관객들의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전대 프리츠커상을 수상자인 프랭크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박수였다.

잠시 후 박수가 잦아들자, 프랭크는 간단히 목례를 하고는 마이크를 들었다.

“감회가 새롭군요. 저는 25년 전 이 자리에서 프리츠커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2008년, 저는 우리 건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위대한 건축가 한 분을 소개하려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짐이 그 특유의 입꼬리 올린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제가 아는 분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교수님이 아시는 분일까요?”

“하하하. 저하고는 친분이 깊은 분이죠.”

짐이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혹시…… 아시는 분이라서 더 좋은 평가를 내리신 건 아닌가요?”

프랭크를 곤란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 양, 심술궂은 질문만 골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랭크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대응했다.

“수상자 선정은 수십의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됩니다.”

고개를 과장되게 갸웃하며, 프랭크가 반문했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에서 저 하나 친분 있다고 제가 수상자를 뽑을 수 있을까요?”

눈을 동그랗게 뜬 짐이 제 머리를 탁 쳤다.

“아차차! 그걸 제가 미처 몰랐군요. 죄송합니다. 프랭크!”

킥킥거리는 관객들에게 윙크하며, 짐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프랭크! 프리츠커 수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겠죠. 저도 그 조건이 된다면 받아보고 싶습니다만……. 전 아카데미 말고는, 상하고는 영 인연이 없어서.”

“누구든지 후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세계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면 되는 거죠. 꼭 건축가일 필요도 없습니다.”

“아하!”

입을 크게 벌린 짐이 마이크게 대고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나도 다음에 도전해봐야겠군.”

그리고는 이내 익살을 떨었다.

“이런!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짐은 다중 인격을 연기하듯, 제 뺨을 손을 톡톡 치며 말했다.

“짐. 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언제까지…….”

그리고 프랭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번 수상자는 어떤 분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프랭크.”

익살스러운 그 모습에 프랭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음.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까요. 그는……. 이제 서른 초반의 건축가입니다.”

“네? 서른 초반이라고요?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되겠군요? 지금까지 수상했던 분 중에 가장 어린 분이……. 보자.”

손가락 계산을 하던 짐이 말했다.

“2001년 수상자였던 ‘헤르초크’였던가요? 수상 당시 나이가 50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젊은 건축가라면 혹시? ‘알라의 불꽃’을 세운…….”

말을 하던 짐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때렸다.

“요. 방정맞은 입. 네가 그걸 말해버리면…….”

호들갑을 떨며,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다.

프랭크도 그의 행동에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입니다. 하지만 높고 거대한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반드시 후보에 오르는 건 아닙니다.”

“흠. 그렇다면 후보의 기준은 뭔가요?”

“그 건축가의 건축세계가 가진 가능성!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가, 또한 그의 건축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하는 문제가 요점입니다.”

“요는 가능성, 비전, 업적이군요.”

“그렇지요. 그는 그 삼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건축가이지요.”

“하지만 이제 겨우 서른의 나이에 어떤 업적을…….”

“그는 젊지만, 그가 이룬 일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는 30대에 막 접어들었을 때, 당시 세계 최고의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까지 했었죠. 아까 당신이 말한 ‘알라의 불꽃’입니다.”

“아! 그렇군요.”

짐의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리고 그는 그걸 기점으로 기존 설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버렸죠. 왜! 건물은 움직이면 안 되는가? 하는 질문을 건축계에 던지면서 말이죠.”

기다렸다는 듯, 짐은 그의 말에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 ‘2차 알라의 불꽃’을 지으면서 자신이 가진 최고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웠죠.”

이번에는 프랭크가 맞장구쳤다.

“그것도 고작 3년 만에 벌어진 일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도시계획’을 주도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인 의 수장이기도 하죠. 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세계 곳곳의 건축물 중에서 그의 입김이 닿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죠.”

“우와! 그렇게 대단한 업적을 쌓았으니, 후보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겠군요.”

하지만 프랭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보기 드문 업적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춘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헉! 또 있습니까? 대체 이번 수상자는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는 사람이군요.”

“그는 단연 큰 규모의 건축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달인이지만, 곤궁한 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는 5년 전,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벌였습니다.”

관객들이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전 세계 빈곤층에 이동형 주택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계 주택 보급 재단>를 설립하게 되지요.”

짐이 맞장구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 그 <세계 주택 보급 재단>! 그걸 모르시는 분은 아무도 없으시겠죠?”

“왜 그걸 만들었냐고 제가 물었을 때, 그가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하하하. 저도 그 인터뷰를 봤습니다. 유명한 말 아닙니까? 빈곤층에게 옷도 주고, 밥도 주는데, 집은 왜 안 주냐고 했다죠?”

“네. ‘의’‘식’‘주’ 중에 ‘의’, ‘식’만 있으면 사람이 어떻게 사냐고! 그리 말하더군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KT팀의 수익 중 많은 부분이 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지요. 부자들의 돈을 걷어서, 소외된 빈곤층에게 분배하는 거지요. 그래서 지금은…….”

“지금은요?”

“한국에서 시작된 보급형 주택은 히말라야의 고산 지대, 아프리카 사막, 남미, 인도의 작은 섬에까지, 국가와 종교를 가리지 않고 보급되었습니다.”

“허. 대체 얼마나 보급되었기에……?”

궁금해하는 짐에게 프랭크가 말했다.

“일억오천만 채 정도가 보급되었지요.”

“헉! 1억5천만이라니……. 그럼 빈곤층일수록 가족이 많으니 10인 1가구 해서, 60억이면 6억 채.”

손가락으로 셈하던 짐이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헉! 전 세계 주택의 1/4을 공급했다는 말입니까? 벌써요?”

“네. 그렇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집 없는 사람이 없겠는데요?”

짐의 말에 프랭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럼 프랭크의 밥줄도…….”

짐의 장난스러운 말에 프랭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이런!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군요.”

그리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건축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했습니다. 비 피할 곳이 없어, 떨면서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는 안식처를 제공했습니다. 건축가라면 응당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닐까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는 건축으로 전 세계에 일자리를 공급했고, 그의 건축은 빈곤층에게 생계를 유지하게 했으며, 보금자리를 얻게 했습니다.”

어떻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을까?

짐이 고개를 주억이며 중얼거렸다.

“대단하신 분이군요.”

“그는 건축가로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이 어디까지 헌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든 관객이 고개를 끄덕였고, 프랭크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사람이 프리츠커상을 받지 않는다면, 누가 받을 수 있을까요?”

짐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수상 후보에 거론되자마자, 역대 최고로 짧은 시간에 만장일치가 나왔다더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군요.”

수상 기준에 대한 설명을 끝낸 프랭크가 짐에게 카드 첩을 내밀었다.

수상자의 이름이 적혀 있을 카드를.

“그럼 30회 프리츠커 건축상, 그 영예로운 수상자가 누구일지 확인해볼까요?”

프랭크에게서 건네받은 카드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짐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역시 제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리고는 카드든 손을 내리고, 관객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사람들은 그를 ‘건축의 달인’, ‘건축계의 신성’, 여러 가지로 부릅니다만, 오늘 저는 그를 <건축의 신>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짐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게 신호였던가?

빠른 템포의 북소리가 컨퍼런스룸을 뒤덮었다.

-둥둥둥둥둥!

그 박자에 맞춰서 짐은 목소리를 서서히 높였다.

“KT 팀장이자, KT 네트워크의 수장, 그리고 KT 세계 주택 보급 기구 대표…….”

북소리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 말을 이었다.

“<건축의 신>! 건축가 김성훈을 소개합니다.”

큰 동작으로 성훈을 지목하며 소리쳤다.

“나와 주시죠!”

성훈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빛을 토했다.

파바박! 파박!

옆에 앉아 있던 소피아가 성훈의 손을 잡았다.

“축하해요. 성훈 씨.”

무대로 걸어가는 동안, 수많은 지인의 축하를 들었다.

‘알리, 압둘, 압둘라, 한 교수님, 마이어, 스티브, 민수, 한석. 모두 다 고맙습니다.’

어느새 프랭크가 수상 메달을 들고 성훈을 기다리고 있었고, 자리에 서자 포옹하며 목에 메달을 걸어주었다.

“성훈. 언젠가 이 상을 받을 거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수상하다니, 대단하이! 허허허!”

짐도 성훈에게 악수를 청했다.

“명성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젊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성훈 씨.”

성훈이 맞잡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축하, 감사합니다. 짐.”

개인적인 인사를 마친 성훈이 단상에 바로 섰다.

짐이 마이크를 들고 물었다.

“수상자께서는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감사합니다. 건축가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습니다. 이 상은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짤막한 소감이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입니다. 이미 건축이라는 세계의 정점에 오르신 건데, 향후 다른 목표가 있으신지요? 혹여 다른 상을 노리신다든가…….”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상이었다.

이 상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 목표와 결과가 주객전도 되는 거지.’

이 상을 받으려고 건축을 한 게 아닌 것처럼.

짐의 짓궂은 말에 성훈이 피식 웃었다.

“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 제 스타일의 건축을 해나갈 겁니다.”

“아까는 농담처럼 말했습니다만, 정말로 집 없는 사람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성훈이 양손은 활짝 펴들었다.

“십 년!”

“네? 십 년이라뇨?”

“그 안에 집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을 없앨 겁니다. 세계 어디가 되든, 이게 저의 일차 목표입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군요. 당신은.”

“건축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가능할까요?”

그의 의문에 확신 어린 목소리로 성훈이 말했다.

“네. 이미 계획대로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낼 겁니다.”

짐이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 그 꿈 반드시 이루시길 바랍니다. 성훈.”

그리고 관객들에게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이로써 30회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식을 마칩니다. 건축가 김성훈에게 많은 축하 박수 부탁드립니다.”

무대 밑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올라와, 성훈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기자들이 성훈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그들은 많은 질문을 쏟아부었다.

“앞으로 건축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명실상부 건축계를 이끌어 가는 리더이신데, 다른 건축가들에게 바라시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많이 반복된 질문이 있었다.

“방금 말씀하신 십 년? 진정이십니까?”

그들도 짐처럼 그 말을 믿기 어려워했고, 그 말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집 문제만 해결된다고 해도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질 것인가?

그들의 격정적인 질문에 성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다 이루어진 것처럼.

“네. 반드시 해낼 겁니다.”

***

그리고 다음 날.

신문의 일면은 성훈과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했다.

[건축의 신! 김성훈! 프리츠커 건축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되다.]

[ 대표. 김성훈. 10년 안에 빈곤층의 집 나눠주기를 완료하겠다 공언!]

[역사를 바꾸는 남자! 건축의 신! 김성훈!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되짚어 보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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