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축의 신-422화 (422/427)

건축의 신 422화

정부의 의뢰 (06)

사흘 뒤.

온 나라가 떠들썩할 사건이 터졌다.

<현재그룹 성 회장 은퇴를 선언하다.>

수석 비서가 말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 아닙니까? 각하?”

브라운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통령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에서는 앵커가 정치인과 학자로 구성된 패널들과 함께 이 사건을 분석하는 중이었다.

-현재그룹 성 회장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굉장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죠. 오너가 은퇴라니! 우리 한국 같은 족벌기업 경영체제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길어지는 패널의 말에 성질 급한 앵커가 호들갑을 떨며 그의 말을 잘랐다.

-네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리고는 다른 패널을 보며 물었다.

-소장님!

-네.

-더 놀라운 건, 그 은퇴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룹 내부에 비리가 있었다는 것을 그 스스로 폭로한 것도 놀랍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춤으로써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던지,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비리를 책임진다면서 은퇴 선언을 했지요. 이건 진짜 사건입니다. 올해 최고의 사건으로 기록될 겁니다!

아나운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비리 때문일까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요?

-현재그룹의 내부 권력 다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럴 가능성도…….

어이없다는 듯, 아까의 패널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수가 없어요! 제가 직접 확인했어요. 성 회장의 주식 보유율은 아직도 멀쩡합니다.

앵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참! 은퇴 선언을 하면서 몇몇 정치인들의 이름을 언급했는데요?

-네. 그중에서 야당 원내대표와 여당 사무총장 외 몇 명이 언급되었어요.

-정말일까요? 소장님?

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예상에는 100% 맞다고 봅니다.

앵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사실 확인이 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패널은 단호했다.

-성 회장이 자신의 목숨을 건 거나 마찬가지 결단을 내린 거예요. 당연히 사실일 수밖에 없죠.

-네. 그건 검찰 조사에 귀추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정면을 보며 앵커가 말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오늘은 국회가 조용합니다.

앵커는 패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 원인과 앞으로의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지 전문가들의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소장님부터 발언해 주시죠.

-탄핵이요? 어차피 국민들이 반대하던 거였습니다. 어거지로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이제는…….

가망이 없다는 듯, 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탄핵은 이대로 수그러드는 건가요?

-네! 탄핵을 주장하던 야당 원내대표가 저리되었으니까요.

이미 패널들도 성 회장의 폭로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뇌물을 받았을 거라는 걸 기정사실로 하고 있었다.

-그럼 야당 원내대표는 어떻게 될까요?

-이 사건에 관련된 정치인들은 아마도……. 무사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른 패널도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렇지요. 뇌물을 준 사람이 이렇게 폭로, 아니, 자수를 하고 나오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절대! 부정을 할 수 없거든요. 성 회장이 근거도 없이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성 회장이 다른 인물도 거론하지 않았습니까?

-네. 여당 원내 지도부도 여럿 언급했지요. 설마 사무총장이 연관되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그 말을 기다렸다는 한 패널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그러게. 제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 믿으면 안 된다고! 겉으로 아무리 깨끗한 척해도……. 아니라니까요!

패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삑!

소리와 함께 브라운관에 빛이 사라졌다.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하던 청와대 사저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각하 왜 그러십니까?”

비서의 물음에 꾹 다문 입술을 풀며 대통령이 말했다.

“저번에 그 제보, 조사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나?”

“검찰에 바로 알리기는 어려워서…….”

“알고 있네.”

현 대통령의 처한 상황이 이랬다.

검찰에게 수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힘든 상황!

어설프게 지시했다가는 탄핵을 요구하는 무리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기에.

‘이게 웬 가뭄에 단비란 말인가?’

“계속하게.”

비서가 머리를 조아리며 보고를 이었다.

“저희 내부 정보원을 통해서 진행했습니다만, 대다수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고?”

“네. 내일 완료 보고서를 올릴 참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저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뿐이네. 지금까지 된 것만이라도 가져오게.”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돌아나가려는데, 대통령이 그를 불러세웠다.

“참! 그 제보, 건설부 장관이 가져왔다고 했었지?”

“네. 맞습니다.”

“KT팀과 만난 뒤에?”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무실로 가 있을 테니, 김 장관, 당장 그리로 오라고 하시오.”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네! 알겠습니다. 각하!”

***

집무실에 도착한 대통령이 소파에 앉았다.

‘흠. 그저 그런 제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군.’

물론 국회의 요구에 머리가 아파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상황도 아니었지만.

‘KT팀에 갔다가 그걸 가져왔고……. 이번에는 현재그룹 성 회장이 은퇴 선언을 한다고? 그 욕심 많은 영감이?’

도저히 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돈과 권력밖에 모르는 양반이, 그걸 스스로 놓겠다니. 아니야. 뭔가가 있어!’

생각에 잠겼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게!”

“접니다. 각하!”

건설부 장관이었다.

“여기 앉으시오.”

소파 팔걸이를 툭툭 치며 앉으라 권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

장관이 앉기 바쁘게 대통령이 물었다.

“소식 들었겠지?”

지금 떠들썩한 건 하나뿐 아니던가?

“성 회장이 큰 결단을 내렸지요. 이사들 몇 명만 날렸어도, 생색은 낼 수 있었을 텐데요.”

대통령이 조용히 담배를 꺼내 들었다.

“필 텐가?”

장관은 손을 들어 만류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권한 담배를 거둬들인 대통령이 물었다.

“어제 현재건설 사장을 만났다고 하던데?”

“아! 네.”

“뭔가 들은 게 있겠지?”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요?”

“성 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배경. 그 양반이 은퇴하란다고 냉큼 할 사람이 아니거든!”

누가 은퇴를 종용했는지, 그 배후를 묻고 있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성 사장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냈습니다.”

대통령이 귀를 장관 쪽으로 가까이하며 물었다.

“말해 보게.”

“일전에 KT팀장을 말씀드렸었지요.”

“기억하네. 그 강단 있다던…….”

“네. 그가 설득했답니다. 어차피 물려줄 거, 지저분하게 물려주지 말고, 깨끗하게 승계하라고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 대통령이 물었다.

“그 말을 성 회장이 수긍했다고?”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미!”

장관의 말에 대통령이 미간을 좁혔다.

‘메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일세?’

자신이 성훈의 역량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흐음…….”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읽은 장관이 말했다.

“원래 그런 친구입니다. 작정하고 덤비면 당해낼 사람…….”

대통령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몇 없을 겁니다.”

“허허허. 그렇다는 말이지.”

대통령인 자신을 앞에 두고도 저런 말을 할 정도라면?

거기다!

자세한 과정이야 알 수 없으나, 그 고집불통 성 회장을 말로 설득시킨 젊은이였다.

대통령이 물었다.

“왜 그랬을 것 같나?”

왜 회장에게 은퇴를 권하면서까지 이렇게 사건을 키웠겠냐는 물음이었다.

“그 친구가 설계한 보급형 주택을 건축하는 게 아마 목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건설업계의 관행을 부수고 싶다더군요. 메이저 건설사들이 돌아가면서 해먹는…….”

말없이 수긍하는 대통령을 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친구가 좀 결벽증이 있습니다. 자기 일과 관련 없으면 신경도 안 쓰면서요.”

“흐음. 판을 엎어버리겠다. 다시는 관행이 생기지 않도록? 생각이 바로 박힌 친구로구먼!”

“어쨌거나 그 비리, 제가 해결하기를 바랐던 모양인데, 금방 처리될 거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미적거리니까, 답답해서 먼저 쳤다? 이 말이군?”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함께 일했으니, 누구보다 성훈을 잘 알지 않을까?

“성격이 급한 친구로군.”

“확실한 걸 좋아하는 거지요.”

‘허허. 이것 참! 어린놈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꼴인가?’

재를 툭툭 털며, 장관에게 물었다.

“김 장관,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정치할 마음은 있어 보이던가?”

그 말에 장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없을 겁니다. 건축밖에 모르는 친구라서.”

단호하게 부정하는 장관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이 친구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지금 당장은 죽고 못 살지만, 세월이 흐르면 관심도 바뀌는 법.

‘나는 뭐 처음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정치판에 뛰어들었겠냐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대통령이 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슬며시 미소를 머금은 대통령이 물었다.

“그 친구, 몇 살이라고?”

“이제 서른? 그 정도일 겁니다.”

“서른이라……. 아직은 한창 일할 때구먼.”

“그렇지요. 각하. 담배가…….”

“응? 아!”

얘기에 집중하느라 필터가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담배를 비벼끄며 생각했다.

‘영민하고 정정당당하다. 라…… 관심은 가는데…….’

말만 들으면 더없이 완벽한 녀석!

하지만 어차피 남의 판단이지 않은가?

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법.

“내, 그 친구를 직접 만나 보고 싶네만?”

“네. 그러지요. 시간을 맞춰 보겠습니다. 워낙 바쁜 사람이라서.”

“그 보급형 주택인지 뭔지 때문에 보자고 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오지 않겠나?”

그는 눈썹을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비리 제보를 한 것도, 어차피 그것 때문이라며.”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그럼 더 하실 말씀은?”

대통령이 손을 휘휘 저었다.

“고생했네. 나가서 일 보게나.”

장관이 나가고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뉘었다.

‘과연 어떤 친구이려나?’

아는 것은 ‘김성훈’이라는 이름 석 자뿐.

‘빨리 봤으면 좋겠구만.’

***

“처음 뵙겠습니다. 김성훈입니다.”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성훈을 맞았다.

“나도 만나서 반가우이! 이리 앉게나.”

오랜만에 막내아들을 보는 양, 대통령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 볼까?’

사람 좋은 얼굴로 탐색전을 펼치려 하는데, 성훈이 먼저 선수를 쳤다.

“보급형 주택 때문에 보자고 하셨습니다.”

“으, 응. 그랬지.”

성훈에 대해서 좀 알고 싶었는데, 성훈이 바로 일 얘기를 꺼내자 머쓱해졌다.

‘끙. 바로 일 얘기로 들어가다니!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해결될 일.

대통령은 아쉬움의 한숨을 삼켰다.

동상이몽이랄까?

성훈은 정반대의 마음이었거든!

‘얼른 말하고 일어서야지. 정치인과 친해져서 좋을 건 없어.’

지난 삶에 존경했던 사람이라 해도,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던가?

‘좋은 건 좋은 거고, 귀찮은 건 귀찮은 거라고.’

친해져서 이득을 보면 좋으나, 반대급부로 부탁을 해오면 입 닦을 수 없지 않을까?

하고 싶은 걸 하든지, 하기 싫은 걸 하지 않든지!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후자를 택할 성훈이었다.

‘하고 싶은 건 다른 걸 찾으면 되지만, 하기 싫은 건 대안이 없거든!’

“건설업계 판을 정리하고 싶다면서? 알겠네. 올해 내로 모든 걸 정리해주지.”

“너무 깁니다. 3개월로 해주십시오.”

대통령은 움찔하면서도 그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흠…… 최선을 다해보겠네.”

성훈에게 중요한 건 기간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였지.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말해 보게.”

“설계는 제가 하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집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거니까요.”

“그 말에는 동의하네.”

“주택 마련 총금액이 이천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그 이상은 부담되니까요.”

“KT, 아니, 자네는 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

“네!”

대통령은 턱짓으로 다음 말을 종용했다.

“그리고 그중에 천만 원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조건이어야 합니다.”

“흠. 좋네.”

“그럼 그 조건으로 공개 입찰하시죠.”

‘KT팀에게 맡기려고 부른 건데, 무슨 입찰?’

예상치 못한 말에 대통령이 물었다.

“엉? 자네와 계약을 하려는 건데?”

성훈이 뚱한 눈빛으로 물었다.

“혹시 저한테 특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성훈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건설업계 관행을 없애려는 저한테요?’

“어제 김 장관이 그러던데, 제가 고맙다고 해서 이러시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께서?”

황당해진 대통령이 입가를 긁적거리자 성훈이 말했다.

“그 꼴 보기 싫어서, 제보한 겁니다. 특혜가 싫어서요. 그럼 실력 있는 사람은 한국에 어떻게 삽니까?”

속사포로 쏘아붙이는 성훈에게 대통령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닐세!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일은 일이지! “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특혜를 주시려는 겁니까?”

또 한 번의 동상이몽!

‘저 지금 상당히 부담스럽거든요!’

‘이거 봐라! 생각이 제대로 박혔네. 꿀꺽!’

“음. 내 말을 오해했나 보구먼. 내 설명해 주지.”

경계하는 성훈에게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첫째. 자네가 말한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건설사는 거의 없다고 보네. ‘민호강’은 당분간 자네가 독점한다며?”

성훈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단가 싸움에서 경쟁이 안 되지.”

일리 있는 말이었다.

“둘째. 자네가 제보한 그 사건, 조사 들어가면 한가하게 설계나 하고 있을 건설사가 있을까?”

압수수색을 당하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내 말이 틀렸냐며, 그가 눈으로 묻고 있었다.

“아! 물론 현재 건설은 이미 조사가 끝났으니, 그럴 일이 없겠지만 말이야.”

조사가 왜 이리 빨리 끝났느냐고?

죄목을 몽땅 시인하는데, 수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겠죠.”

“셋째! 입찰한답시고, 다른 건설사들이 도면 그려오는 것만도 한세월일세. 반면 자네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지! 그리고…….”

그는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빨리 국민에게 집을 보급하고 싶은 사람이야. 시간이 없단 말일세!”

“끄응!”

성훈이 신음을 내뱉었다.

공정한 경쟁만 생각했지, 미처 이런 상황이 될 것이란 건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미뤄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신음하는 성훈을 보며, 대통령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번 건은 자네가 해줘야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니 이번에는 입찰 없이 그냥 하게.”

“그 수밖에 없네요.”

모로 가든 도로 가든, 점수만 나면 되는 법!

‘어쨌든 성공인가? KT로 돌아가면 바로 시작해야겠군.’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하네. 성훈 군.”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계약서를 들고 오도록 하죠.”

***

일주일 뒤, 신문 일 면에 기사가 실렸다.

<쿠웨이트 공모전에서 우승한 KT팀! 전 국민 주택 보급의 선봉에 서다.>

<세계 고급 주택의 최고봉 ‘알라의 불꽃’! 그 기술을 한국의 보급형 주택에 적용하다.>

<대통령 최우선 지시사항! 보급형 주택으로 한국 저소득층의 집 문제를 해결하겠다! 올해만 십만 동 보급 예정!>

전 국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줄, ‘보급형 주택’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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