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축의 신-379화 (379/427)

건축의 신 379화

건축가란?(07)

한석이 말했다.

“말씀은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압둘의 상황을 이용하는 건 제가 보기에…….”

한 교수가 검지를 좌우로 돌렸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거야. 지금의 거장들은, 네가 비열하다고 하는 그것에 가장 능한 사람들이야.”

“음. 그래도 저는…….”

자꾸 투덜대는 게 보기 싫었던지, 한 교수가 일갈했다.

“하기 싫으면 울산으로 내려가!”

허나 목적 달성도 못 했는데, 내려갔다가는 학생회장의 위엄이 뭐가 되겠는가?

한석이 암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한석아, 착각하지 마라. 그들은 단지 건물을 높이 올려서 유명해진 게 아니야. 건축주에게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인 거지. 그들 마음에 쏙 들게 말이다.”

척 본다고 고객에 대해 파악할 사람은 없다.

모두 치열한 정보전의 결과라고 봐야 합당하지 않겠는가?

한석도 인정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그렇군요.”

“그래서 건축가는 고객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지. 그건 고객에 대한 관심이고 건축가의 의무야. 그걸 무시하면 건축가로서 자격 미달이고, 더 나아가 직무유기야. 단언컨대! 그런 과정 없었다면, 그 거장들도 명작을 탄생시키지 못했어!”

단호한 말에 한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 교수가 입을 벌리며 놀렸다.

“쯧쯧. 고객에게 득 되는 게 뭔지는 생각도 안 하고 뽑아 달라면 뽑아주다니, 그것도 4개 몽땅! 그게 돌팔이지, 다른 게 돌팔이냐? 흥! 펜치 질만 잘하면 치과 의사 하겠다! 응?”

“큭. 왜 또 그 말씀을……. 안 그래도 속 쓰려 죽겠구만! 으이그. 그 돌팔이!”

이미 뽑아 버린 이빨을 다시 박을 수도 없고!

돌팔이를 떠올리며 분개하는 한석을 진정시키며, 성훈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더 복잡해.”

한 교수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지. 압둘은 지금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럼 어떡해야 하는 겁니까?”

“별수 있어? 뭘 원하는지 알아내야지.”

“어떻게요?”

한 교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성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건 성훈이 녀석이 하는 거지. 나한테 왜 묻냐? 나 따위가 압둘 왕세자에게 말이나 붙일 수 있겠어?”

반응이 너무 태평하지 않은가?

한석이 답답한 듯 소리쳤다.

“대책도 없으시면서, 아까는 호구라면서요?”

한 교수가 되레 큰 소리로 반박했다.

“야! 그건 이 녀석한테나 그런 거지. 압둘 왕세자랑 핫라인으로 통화하는 놈이라고. 집사 간섭없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그러고는 투덜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난 그 사람 눈이 얼마나 높을지 상상도 안 된다구!”

한석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요. 저도 상상이 안 된다고요.”

실제로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세계에 손꼽히는 부자 나라의 왕이다.

압둘이 뭘 먹고, 어떤 것을 보는지.

이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을 매일 눈으로 볼 터!

어찌 범인의 머리로 그 안목의 높이는 상상할 수 있으랴!

한 교수가 투덜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은 다른 건축가들도 알고 있겠지?”

“아마도요. 다들 사무장들이 다녀갔다니까,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있겠죠. 노련한 사람들이니까.”

“흠……. 그래도 너와 압둘의 관계는 모를 테지?”

“네. 프랭크 교수님은 눈치채셨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모를 겁니다.”

그라면 알 수도 있으리라.

성훈에게 관심이 많은 프랭크인 데다, 성훈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방문했을 때, 함께 자리하지 않았던가.

“흠. 스승님은 알 수도 있겠군! 하지만 너한테는 알리 일로 빚진 것도 있으니, 말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예전에 프랭크가 투자금이 구멍 나서 곤란할 때, 알리에게 전화했던 일이 떠오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작 그런 걸 신세라고 할 수 있겠어요?”

“아니지. 그때 스승님이 얼마나 고마워했는데?”

하지만 성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말해도 상관없습니다.”

“뭐? 그래도…….”

하지만 이내 성훈의 말을 이해했다.

“하긴…… 알아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

수년간에 걸쳐 만들어진 신뢰관계다.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질 않던가?

‘프랭크의 백 마디보다 성훈의 한 마디가 더 크겠지. 백 마디라도 할 수 있을 때 얘기겠지만…….’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한 교수는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흐흐흐. 그건 네 말이 맞구나. 긴장할 필요도 없었네.”

한 교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압둘은 설득할 계획은 있는 거냐?”

“일단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파악해봐야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의미심장한 눈빛에 한 교수는 감잡히는 게 있었다.

그가 슬쩍 떠보듯이 물었다.

“그 과정에서 네 생각도 슬쩍 집어넣을 거고?”

“정 모르면 가르쳐주기도 하는 거죠.”

성훈이 어떻게 할건지, 감 잡은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흐흐흐. 이런 이런 게 있고, 그게 당신한테는 가장 어울린다, 뭐 이 정도?”

성훈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이던가?

‘척하면 척이지. 슬쩍 집어넣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세뇌를 시키겠지!’

성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것도 한 방법이구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던가?

하지만 엄연히 반칙은 아니질 않은가?

“둘이서 마음이 딱 맞을 수도 있고 말이지?”

“얘기가 잘 되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역시 압둘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몰아가려는 거 아닌가?

‘압둘에게 확실한 요구가 있었다고 하면, 과연 지금과 달랐을까?’

한 교수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별로 달라질 건 없겠지. 오히려 설득하려 들겠지.’

둘의 대화를 들으며, 한석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공모전이 원래 이렇게 쉬운 거야?’

막말로 이 대화만 듣고 있으면, 벌써 당선된 것 같지 않은가?

뭔가 음모를 꾸미는 것도 같고.

얍삽하게 건축주를 꾀어서 자기 쪽으로 표를 주게끔 하는 비리 건축가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내막이 있는 건가?’

성훈에게 은근히 물었다.

“선배님 그럼, 당선은 이미 우리가 떼놓은 당상이겠네요?”

성훈이 눈썹을 씰룩하며 물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냐?”

“선배님께서 왕세자를 어떻게든 꼬실, 아니 설득할 거 아닙니까?”

한석의 말에 성훈이 실소를 흘렸다.

“허 참! 너 바보냐?”

“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내가 압둘에게 어떤 말을 하든, 그의 마음이 어떻게 바뀌든, 그건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정보전에서 약간의 우위를 점하는 거? 그건 겨우 코딱지만큼 거장들과의 거리를 좁힌 것에 불과해.”

성훈이 말을 이었다.

“결국은 작품에서 어떤 이상을 보여주느냐 하는 실력 승부야! 그들은 압둘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을 만들 거라고. 압둘이 원래 소망이 그거였다고 착각할 정도로.”

“흠. 그건 생각도 못 했네요.”

거장이 달리 거장인가?

설령 정보가 다소 부족하다 해도, 그걸 눈 깜짝할 새에 뒤집을 실력이 있으니 거장인 거다.

그들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은 대부분 입이 딱 벌어진다.

“왕세자와 의견이 안 맞을 수도 있겠네요?”

성훈이 가당치 않다는 듯 코웃음 쳤다.

“훗. 압둘에게서는 뭘 원하는지만 들으면 돼.”

이해가 안 되는 듯, 한석이 되물었다.

“다른 건축가와 다르게 선배님은 듣는 게 많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럼 중간중간에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럼 그 의견도 수용하는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왜 그걸 수용해야 하는데?”

“그가 건축주니까요. 그리고 그가 당선을 결정하잖아요. 그 정도 권리는…….”

“그래서 그가 말하는 의견을 다 수용하자고?”

“그게 원래는 맞는 거 아닙니까?”

“아니지. 건축주는 맨 처음 주제만 확실하게 해주면 돼. 그 이상은 월권이야. 다른 건축가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할걸?”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지. 건축주 말에 일일이 휘둘리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적당한 선에서 잘라야지.”

단호하게 끊는 말에 한석이 반박했다.

“그래도 그가 돈을 내는데도 말입니까?”

“돈 낸다고 제 맘대로 할 거면, 지가 설계하지. 나한테 왜 맡겨? 설계에서는 건축가가 갑이야! 이미 설계를 시작한 건축가에게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건 되지도 않는 갑질이라고. 그건 내가 사양한다.”

“옳거니. 내 말이!”

한 교수의 추임새를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명확한 대가를 지불하기 전까지는 설계는 내 권한이야! 아무도 간섭할 수 없어. 압둘은 최종 결과물을 보고 결정하면 되는 거야. 살 건지 말 건지!”

그러자 한석이 어이없는 탄성을 터뜨렸다.

“헐! 선배님. 건축주하고 싸우시게요?”

“당연하지. 원래 건축가는 건축주하고 싸우는 게 일이야.”

균형을 잃은 협상은 망작을 만들어 낼 뿐이다.

“헐. 돈 주는 사람하고 싸우다니. 왕세자가 기분 상해서 안 한다고 하면요?”

“압둘을 몰라서 하는 소리. 그는 그렇게 가볍지 않아. 감정에 치우쳐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그의 확신에 한석이 한 발짝 물러섰다.

“휴. 그렇게 했는데도 당선이 안 되면 어떡하죠?”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성훈이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깨끗이 승복해야지. 내 계산이 잘못된 거니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으니, 탈락이 당연해.”

한석이 입을 딱 벌렸다.

‘되면 되고, 안 되면 마는 겁니까? 도박입니까?’

수백 명이 머리를 짜낸 프로젝트가 허공으로 공중분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손해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가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이 일은 모두 허사가…….”

공모전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승자독식의 시스템!

하지만 성훈은 코웃음을 쳤다.

“왜 허사야? 걱정하지 마. 기왕 만든 거, 다른 곳에 활용해야지.”

기가 막힌 한석이 물었다.

“하지만…… 선배님. 그건 쿠웨이트에나 맞는…….”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나 그 나물에 그…….”

실언이라고 느꼈던지, 성훈이 헛기침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큼! 사우디아라비아에 맞게 수정하면 돼!”

“혹시 알리 왕세자에게 팔…….”

“압둘만 부자냐? 알리도 상황은 비슷해. 한 번 찔러나 봐야지. 양부한테 비비는 방법도 있고.”

눈을 동그랗게 뜬 한석이 물었다.

“그런 게 정말 가능합니까? 선배님?”

성훈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물론 그 전에 알리에게 기름 좀 쳐놔야겠지만.”

대뜸 한석이 반박했다.

“그럼 압둘이 뭐라고 할 거 아닙니까? 자기 공모전에 내놓은 걸 다른 데 판다고.”

“뭔 헛소리야? 내가 이거 설계하면서 압둘한테 일 전 한 푼이라도 받았어?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권리를 주장하는 거야?”

“그래도 도의상…….”

“개소리하지 말라 그래. 제 발로 찬 걸 누구한테 팔든 뭔 상관이야? 이 설계는 내 거야!”

이미 팔 곳을 정해뒀다는데, 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적어도 쓸데없는 일을 할 걱정은 덜었다.

한 교수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이겨야죠. 거장들도 입을 딱 벌릴 작품을 만들어야죠. 압둘이 딴소리 못 하게. 뭐? 경험 삼아 해보라고? 으휴!”

“흐흐흐. 다음에는 압둘이 부탁하게 만들겠다?”

“당연하죠. 기분 문제라고요! 앞으로는 절대…….”

한 교수가 흐뭇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러니 압둘이 호구가 될 수밖에!’

시작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는 만족할 수밖에 없다. 누군들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의 녀석은 녀석 스스로가 만든 거지.’

‘친할수록 예의를 지키라!’ 했던가?

성훈은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말이고. 어떤 작품을 만들 건지 생각해둔 건 있냐?”

“네. 큰 그림은 대충 완성됐어요.”

“흐흐흐. 디테일은 박람회 애들을 쥐어짤 거고?”

“그러려고 불렀으니까요.”

“알겠다. 우리 애들한테도 단단히 각오하고 있으라고 할 테니, 맘껏 부려먹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얼마나 제자들이 괴로워질지 누구보다 잘 아는 한 교수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게 끝나면, 모두 한 꺼풀 벗겠군!’

제자의 성장은 스승에게 무엇보다 큰 기쁨.

성장을 위해 그들의 아픔은 잠시 잊기로 했다.

대화가 끝나가는 듯하자, 소피아가 찻잔을 치우며 일어났다.

한석이 그녀에게 눈을 찡긋하며 물었다.

“소피는 궁금한 거 없어? 왜 한마디도 없어?”

잠시 눈을 위아래로 굴리던 소피아가 물었다.

“참! 국세청장님하고 만나기로 하셨다면서요?”

“응. 왜?”

“언제요?”

“이번 달 말?”

“어디서요?”

“당연히 댁이지. 개인적인 상담인데, 업무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지!”

청초한 소피아의 얼굴에 썩은 미소가 지어졌다.

“아하! 그렇군요. 집이군요?”

영문을 모르는 성훈이 되물었다.

“왜 문제 되는 거라도 있어? 공무가 아니니 당연히…….”

소피아가 소반을 챙겨 들고 팽하니 돌아섰다.

“흥. 안부나 전해주세요?”

“엥? 무슨 소리야? 교수님, 소피아가 청장님하고 알아요?”

어이없다는 듯, 한 교수가 되물었다.

“알 거라 생각하냐?”

멀어져 가는 그녀의 등을 보며, 성훈이 물었다.

“한석아! 뭔 소리냐? 그리고 나한테는 왜 저래? 감정 있는 사람처럼?”

“선배님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십셔!”

실수? 무슨?

실수한 적이 없는데, 생각을 되짚는다 해도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한 교수를 보며 타박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애만 데리고 오라니까, 억지로 끌고 오셨죠?”

“훗. 그렇게 생각하냐?”

“당장 내려보내세요. 괜히 불편하기 싫으니까.”

한 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돼! 그것도 힘들어!”

총 책임자는 성훈,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한 교수는 힘들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왜요?”

“어르신과 귄터도 합류하기로 했다. 모레쯤 오실 거다.”

“그 어르신들이 왜요? 여기서 할 일이 뭐 있다고?”

“학교 인선은 나한테 맡긴 거 아니었냐?”

한 입으로 두말하는 성훈은 아니었다.

“그렇기는 해도, 그 두 분은 영…….”

대하기 쉽지 않은 두 사람 중의 둘이 아니던가?

한 교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야! 나도 좀 살려주라. 두 분이 하시겠다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말리겠냐?”

그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쩝! 힘드시겠네요. 교수님도…….”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왜 그들이 오는지는 관심도 없는 듯이 말이다.

“후학을 양성하시겠다는데, 막을 수도 없고. 참! 두 분을 써먹을 곳을 생각해 봐야겠네요.”

뜻하지 않은 인원의 보충에 머리를 굴리는 성훈을 보며, 한 교수가 중얼거렸다.

“꼭 그런 목적만은 아닌 것 같더라만…… 쯧쯧.”

“네? 뭐가요?”

“아니다. 모르면 됐다.”

한석은 짐작 가는 게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눈치를 보다가 얼른 엉덩이를 들었다.

‘여기 있어 봤자 얻어맞기밖에 더하겠어?’

한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 안 가십니까?”

더 할 얘기가 있는 듯, 한 교수를 손사래를 쳤다.

“먼저 가 있거라. 내일 발표 준비 잘하고.”

“네. 걱정은 접어두십시오.”

인사하고 나가는 한석을 보며 성훈이 말했다.

“터무니없는 거라도 괜찮으니까, 아무 생각이나 뱉으라고 해! 알았어?”

“넵! 선배님.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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