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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367화 (367/427)

건축의 신 367화

인원 보강(01)

“부장님. 왜 이렇게 인력 충원이 느린 겁니까?”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해진 인사부장이 신경질적으로 안경테를 위로 밀었다.

“뭐! 인력 충원이 느려?”

그가 말을 이었다.

“지난 삼 년간!”

말없이 듣기만 하는 성훈을 보며, 그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자네 크레이지 팀에 투입한 인력이 천 명이야!”

“알고 있어요.”

“큭! 현장 기능공 숫자는 제외하고, 오로지 현장 기사들로만 그 숫자지!”

“알고 있습니다.”

뻔뻔스런 성훈의 대답에 그의 흰 머리가 한 올 늘었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부장이 말했다.

“자네 팀을 제외한, 우리 현재 건설의 지난 삼 년, 신입사원 숫자가 얼마인지 알아?”

“제가 그걸 알아야 합니까? 인사부도 아닌데…….”

뚱한 성훈의 대답에 인사부장이 꿈틀거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풀었다.

‘휴우. 진정하자.’

차분한 목소리를 원했지만,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천 명이 채 안 됐어! 이 사람아!”

“그랬던가요?”

“자네! 삼 년 전에 리야드 할 때! 한 방에 얼마나 투입했는지 기억나나?”

“한…… 오백 명쯤인가, 투입했었죠?”

항상 냉정하던 인사부장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맺혔다.

“말은 잘하네!”

“사실이니까요.”

“그때 내가! 내가 아는 최고의 재원으로만 선별해서 넣어 줬었지.”

“그것도 인정합니다.”

인사부장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후! 어쨌거나 좋아. 그중에 지금 남아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나?”

“그래서 찾아온 거 아닙니까?”

대답을 회피하며, 용건만 말하는 성훈이었다.

욱한 부장이 목청을 높였다.

“100명이 안 돼! 밀어 넣으면 뭘 해? 관리가 안 되는데!”

“일만 잘한다고 최고 인력입니까? 체력도 좋고 깡도 좋아야죠!”

“크. 조 입을 아주 그냥!”

부장이 말을 이었다.

“그 나간 친구들 몽땅! 다른 회사에서 팀장 자리 꿰차고 앉았다고!”

“그래 봤자, 연봉은 반도 안 되죠.”

어이없다는 듯, 천정을 한 번 쳐다본 부장이 말했다.

“그 연봉 반의반도 안 돼도 좋으니. 다른 데로 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고!”

“칫! 그 정도도 못 버티면서. 반의반도 아깝다.”

“나중에 현장 더 커지면 어떡할 거야? 어디서 인원을 충원하냐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성훈이 대꾸했다.

“다시 불러오면 돼요.”

“오겠냐? 그렇게 도망을 갔는데?”

성훈이 투덜거렸다.

“안 오긴 왜 안 와요? 부르면 오는 거지.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이고! 내가 말을 말아야지.”

부장이 뒷목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나한테 요즘 청탁 제일 많이 들어오는 게 뭔지 알아?”

성훈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앞으로 쭉 뺐다.

“부장님! 청탁도 받고 그러세요?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럼 어떡해! 돈이고 나발이고, 죽겠으니까 다른 회사 좀 소개해 달라는데!”

“아!”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요.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죠.”

“그런 말이 아니잖아. 업무 강도를 조금만 낮추란 말이야! 제발!”

성훈이 피식 웃었다.

“에이. 부장님도. 현장 바빠 죽겠는데, 이것저것 봐줄 틈이 어딨어요? 그것도 못 따라오면서 무슨…… 최고 인력이야? 쳇!”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직 최고 팀이 되려면 멀었어요.”

결국, 인사부장이 폭발했다.

“아니야! 지금도 최고 팀이야? 자기네 건물 공사해 달라고 오더 쌓인 게 이런 A4로 열 페이지가 넘어 알아?”

서류를 흔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부장이었다.

“알아요.”

“아는데 왜 그래? 자네 현장에 한국사람 전부를 몽땅 투입해 봐야 만족할 건가?”

성훈이 딴청을 하며 투덜거렸다.

“왜 꼭 한국에서만 찾아요? 외국도 널리고 널렸…….”

부장이 벌떡 일어섰다.

“됐어! 나가! 안 해! 사장님한테 사표 낼 테니까, 자네가 따로 인사팀을 만들던가? 알아서 해!”

“쳇. 어차피 수리되지도 않을 거!”

“이익! 자네!”

“알았어요. 진정하고 앉으세요. 이번 한 번만 부탁드려요. 이제부터는 업무 강도 좀 낮출게요.”

부장이 쌍심지를 키며 물었다.

“진짜야?”

“네. 당분간은 강행군은 없을 거예요.”

의심이 풀리지 않은 눈이었지만, 담당자가 그렇다고 하는데 뭐라 반박할 것인가?

부장이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약속한 거야! 이번에도 20%도 안 되게 살리면, 더 이상의 인력 보강은 없는 줄 알아! 알았어?”

성훈이 미간을 좁히며 투덜거렸다.

“네! 그럼 믿고 나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성훈이 부장실 밖으로 나왔다.

“수고하세요. 박 대리님. 다음에 또 봬요.”

인사를 건네고는, 나오면서 성훈이 중얼거렸다.

“해 주실 거면서, 꼭 이렇게 혼을 내시더라. 쩝!”

박 대리가 성훈의 중얼거림을 들을 모양이었다.

“크크. 우리 부장님 열 받게 하는 건, 저 크레이지 팀장이 최초이자, 마지막일 거야!”

막 입사한 신입이 물었다.

“박 대리님. 저 사람 누군데, 부장님께 저렇게 무례하답니까? 저하고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것 같은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인사부장은 회사의 인사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쥔 자리가 아니던가?

“쯧쯧. 이 친구가……. 우리 회사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를 안 하고 들어왔구만!”

박 대리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 회사는 말이야. KT 팀이냐? 아니냐?로 나누어지지.”

“KT 팀이요?”

“원래 명칭은 Korea Tradition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럼요?”

“Kim’s Team 내지는, Krazy Team으로 부르지.”

신입이 웃었다.

“크레이지……. 철자가.”

“그렇지. 그냥 Crazy도 아니고, Krazy!”

“화, 확실히 어감이 세네요.”

“건축에 미친 사람들만 들어가고, 그런 사람들만 살아남는다고 보면 돼.”

“미친 듯이 일만 하나 보네요. 하하하.”

박 대리가 정색하며 엄지를 세웠다.

“정확한 표현이야.”

농담을 정색으로 받다니, 신입이 놀라서 물었다.

“그런 팀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까?”

박 대리는 불쌍하다는 듯 혀를 찼다.

“쯧쯧.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박 대리가 신입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대외비인데……. 아니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니까. 비밀도 아니지.”

“뭐가요?”

“자네 연봉 3,000이지?”

인사과이다 보니, 연봉을 아는 것은 일도 아니리라.

신입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부심 가득한 끄덕임이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그 이름에 걸맞게 현재 건설은 연봉 또한, 업계 탑이었다.

자신의 동기 중에서는, 그 연봉을 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네!”

신입의 자신감에 박 대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했으니까!

박 대리가 물었다.

“저 팀 신입 연봉이 얼마부터 시작하는지 알아?”

“얼만데요?”

“일억이야. 일억!”

신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엑! 일억이요? 신입이?”

“과장급은 이억이 넘어.”

“와! 꿈의 직장이네요. 연봉이…….”

한숨을 내쉬는 그를 위로했다.

“그런데도 일 년을 버티지 못해!”

“연봉을 그렇게 주는데도요? 저 같으면 이 악물고 버틸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이해는 안 된다만.”

현장에서 뛰어다녀 봤어야, 이유를 이해하지!

“대우가 그렇게 좋은데도 버티지 못하다니? 저는 이해가 안 가네요.”

그가 빙긋 웃으며, 신입의 귀에 속삭였다.

“그렇게 KT 팀에서 일 년 버티다가 퇴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냐?”

“어떻게 됩니까? 다른 회사에 들어가는 걸 막는다던지?”

저런 악독한 팀장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거라 예측하며, 신입이 눈매를 좁혔다.

하지만 박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설회사에서 팀장으로 모셔간다. 그것도 줄 서서 모셔가지.”

“신입을 팀장으로요? 그게 말이 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손사래 치는 그에게 박 대리가 콧방귀를 꼈다.

“흥! 경력? 그런 걸 묻는 사람은 보지도 못했다. 거기서 팀장이면, 바로 현장소장으로 모셔가!”

“바로 팀장이라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여기서 며칠 근무해 봐라. 사내 청탁보다 사외 청탁이 더 많다는 걸 느낄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이없게 웃으며, 박 대리가 말했다.

“KT 팀에서 퇴사하는 사람 있으면 바로 연락 달라고 말이야. 다른 건설회사 인사부장들이 너한테 설설 길 거다.”

“에이. 설마요. 저 같은 신입에게?”

“다른 회사에서 우리 회사 KT 팀을 뭐라 부르는지 알아?”

“글쎄요?”

“건축 사관학교!”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건만, 박 대리는 어깨에 힘주며 말을 이었다.

“KT 팀에 있던 사람들은 경력 따위는 따지지도 않아. 그게 기사든, 팀장이든, 하다못해 현장 기능공이라도 말이야.”

“왜요?”

“어차피 다른 회사에서 쌓은, 경력이 무의미하거든! 기능공까지 초 A급이야.”

“설마요?”

“만나보면 알아! 왜 내가 그 사람들을 초 A급이라고 부르는지.”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건 기사가 아니라, 특급 전사의 눈빛이었지!’

특히나 인원 보강을 요구할 때의 눈빛은…….

‘그런 그들이 팀장 앞에만 서면, 꼼짝도 못 한다고.’

성훈이 사라진 곳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많이 줄 것 같아? 절대 아니지! 돈 준 만큼 일 못 하면 당장 쫓아내 버리지.”

그리고는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보통은 그 전에 관두지만.”

“그럼 그 현장에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뭡니까?”

“괴물들이지. 괴물!”

“와! 저는 문과라 전혀 그런 거 몰랐는데, 대단한 팀인가 봅니다.”

“그렇지. 대단하지. 팀도, 팀장도!”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듯, 신입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우리 부장님께서 꼼짝 못 하시는 이유와…….”

“쩝! 그걸 얘기 안 했구나.”

“뭡니까?”

“그건 매출액 때문에 그렇지.”

신입이 성훈이 나간 쪽으로 눈을 흘기며 물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저런 방자한 행동이 가능한 겁니까?”

처음 보면 그런 생각할 만하지.

‘하지만 인센티브를 받아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갈걸! 그게 연봉만큼 나오니까.’

그리고 그 인센티브의 대부분은 KT 팀의 매출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박 대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신입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저 팀 매출이 해외 수주액의 90%라고 보면 돼!”

“해외 매출의 90%요? 작년에 4조였으니까, 3조 오천억을 저 팀에서 한다고요? 믿기지가…….”

“더 놀라운 게 뭔지 알아?”

“3년 전 해외 수주액이 2조밖에 안 됐어.”

“그럼 삼 년 만에 두 배로?”

“그래. 그게 저 크레이지 팀장이 끌어와서 생긴 매출이지.”

신입의 등이 오싹해졌다.

‘겨우 내 또래로 보이는데…….’

놀라는 신입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국내 수주액을 뛰어넘었지!”

“헉! 그럼!”

벌떡 일어서는 신입을 끌어앉히며 속삭였다.

“저 팀 매출이 현재 건설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고.”

“아!”

이제 상황을 파악한 신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박 대리가 더 목소리를 죽였다.

“저 팀장은 우리 사장님도 안 건드리셔. 진즉에 학을 떼셨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부장실에서 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업무와 관련 없는 얘기는 퇴근하고 나서 하세요. 박 대리님!”

“네! 부장님.”

박 대리가 신입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저리 가! 일 끝나고 맥주나 한잔할까?”

“네!”

중간에 끊어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리라.

밝아진 표정의 신입을 보며 박 대리가 흐뭇하게 웃었다.

“네가 사는 거다. 흐흐흐.”

“네? 네!”

“가서 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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