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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353화 (353/427)

건축의 신 353화

모든 게 완벽! 하나만 빼고……. (08)

너무 어이가 없으니, 웃음이 나왔다.

“허허허. 이거 참.”

웃는 얼굴로 곽 이사를 바라보았다.

“이거 어떡할까요?”

곽 이사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팀장님. 제가 바로 전화해서…….”

고개를 삐딱하게 물었다.

“누군지 아시죠?”

십 년 이상 거래를 했다는데, 곽 이사가 모를 리 없다.

그도 신영에서 봉투 몇 번 받았겠지.

“네, 압니다. 그 친구가 성격이 좀…….”

손을 들며, 그의 말을 끊었다.

“절차대로 갑시다.”

“네?”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은 착각하는 것 같네요. 왜 현장에서 바로 전화를 하는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왜 현장에서 바로 전화를 하느냐고?

그가 말한 대로 절차가 귀찮아서?

물론 그것도 있지!

하지만 갑이 곧이곧대로 절차에 따른 진행을 하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다 당신들을 위한 건데? 뭐가 어쩌고저째.’

말로 할 때가 좋았다는 걸, 뼈가 저리도록 느끼게 될 거야.

“절차대로 하라는데, 그렇게 해야죠. 외주 관리 자재부에서 총괄하죠?”

“네. 그렇습니다.”

“거기부터 정리하죠.”

“네?”

정리라는 말에 의아했는지, 곽 이사가 되물었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좀 짜증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어떻게?”

“어쩌긴요. 자재부 정리해 달라고, 사장님하고 딜해야죠.”

인수인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하리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사장님과…… 말씀이십니까?”

“이 주 정도면 충분하겠죠?”

최 과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과장님. 자재부 전화번호 어떻게 되죠?”

최 과장이 수첩을 뒤적이는 동안, 곽 이사가 내 손의 전화기를 붙들며 말했다.

“제, 제가 전화하겠습니다.”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왜요?’

“전화번호,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의 대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만히 있다가 뒤집어 버린다니까, 직접 전화를 하겠다?’

삐딱한 내 눈빛에 그는 고개를 모로 돌렸다.

“그, 그게…… 자재과 최 부장. 제 새낍니다.”

‘그게 왜요?’

말없이 노려보는 내 눈빛을 견디며, 그가 광대를 씰룩거렸다.

“부장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아들놈 이번에 대학도 들어가고…….”

“…….”

“말도 잘 듣고, 착한 놈입니다.”

‘당신 기준에서는 그렇겠지.’

하지만 제 새끼 모가지 날리는 꼴을 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곽 이사가 애절한 눈으로 수화기를 꽉 쥐었다.

“이사님.”

“네! 말씀하십시오.”

“현장이 최우선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차대로. 아시죠?”

“암요. 이를 말씀입니까?”

확답을 받고, 그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곽 이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들었다.

-네. 자재부입니다.

내내 굽어 있던 곽 이사의 허리가 꼿꼿하게 펴졌다.

그는 인사치레 따위는 가뿐하게 생략했다.

“자재부? 누구? 네가 자재부냐?”

고압적인 목소리에 전화를 받은 이의 긴장된 대답이 들려왔다.

-바, 박 대리입니다. 뉘신지?

“곽 이사다. 최 부장 바꿔!”

-네. 알겠습니다.

절도 있는 대답으로 말을 맺었다.

-부장님. 부장님.

-으응. 왜? 아침 댓바람부터…….

부장이 박 대리를 타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곽 이사가 노호성을 터뜨렸다.

“최 부장! 이 새끼! 당장 전화 못 받아?”

이래야 곽 이사지!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쿠당탕!

-어이쿠! 부장님. 갑자기 일어나시면…….

하지만 이내 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켜. 새끼야! 네! 이사님! 최 부장입니다!

대뜸 육두문자부터 시작하는 곽 이사였다.

“야! 이 좀만한 새끼야! 네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 뭐야?”

-이, 이사님! 대체…….

“닥쳐. 이 새끼야! 외주업체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현장이 이렇게 멈추냐고? 앙!”

-시정하겠습니다. 이사님!

선임의 분노에 후임이 할 수 있는 말이 몇 개나 될까?

‘더구나 이런 성격의 선임이라면…….’

“네가 그따위로 공장에서 접대나 받고 다니니까, 씨팔! 군기가 이따위잖아! 너 이 새끼, 당장 현장으로 튀어와!”

-아, 아니. 이사님 지금 사우디…….

“지금!”

-…….

“내가 하는 말에 토 다는 거냐?”

곽 이사가 비아냥거림이 분명했지만, 상대는 분노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바짝 군기든 최 부장에게 곽 이사가 말을 이었다.

“네가 신영 심 이사를 만나서 술을 처먹든, 지랄을 하든 상관 안 하는데.”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안 봐도 눈에 훤한데.”

-죄, 죄송합니다.

“일은 바로 해야 할 거 아니냐? 그치?”

-네! 그렇습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현장에 다 울려 퍼질 정도였다.

‘대체 언제까지 군기만 잡고 있을 거야?’

귀를 후비며 곽 이사에게 말했다.

“이사님. 군기 그만 잡으시고, 본론이나 말씀하시죠. 작업자들 기다리잖아요.”

곽 이사가 수화기를 가리며, 허리를 숙였다.

“네! 팀장님. 알겠습니다.”

“현장 멈춰선 거 어떡할 거야? 엉?

어물거리는 소리로 질문이 들려왔다.

-이사님.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허나 친절하게 답해 줄 곽 이사가 아니었다.

곽 이사가 어이없게 웃었다.

“허허. 이 새끼가 부장 달고 외주업체 이사들하고 어울리니까, 이제 나 정도는 좆으로 보이나 보네. 그렇지?”

-아, 아닙니다! 절대! 절대 아닙니다!

“내가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고 너한테 보고해야 하는 거다. 그치? 흐흐. 세상 존나 편해졌네.”

-아닙니다. 제가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신영 얘기를 했으니, 신영에서 누군가가 곽 이사 비위를 건드린 거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 감히 곽 이사와 맞대응을 할 사람이 있을까?’

“뭘 조치하겠다고? 엉?”

-신영 심 이사, 그 인간이 실수한 거 아닙니까?

최 부장의 눈치에 곽 이사의 화가 한풀 죽었다.

“알긴 아네.”

-그 인간이 미친 거 아닙니까? 바로 사과 전화 드리라 하겠습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또 똑같은 짓거리를 하라고?’

곽 이사의 옆에서 푸념하듯 말했다.

“훗! 또 한바탕 훈계나 듣겠네요. 그쵸?”

그가 몸을 굳히며 고함쳤다.

“뭐! 내가 그 인간이랑 말할 레벨이야? 장난쳐?”

-그, 그럼.

그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투덜거렸다.

“뭐라고 했더라? 자기네가 현재랑 계약했지. 최 과장 같은 나부랭이랑 계약했냐고 했던가요?”

쩝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회사 사장님은 현재 건설 사장님을 직접 만나서 계약했나 봅디다. 허 참!”

그 말을 들으니, 곽 이사도 욱하는 듯했다.

“우리가 심 이사하고 계약했어? 엉. 이 새끼야!”

-아닙니다. 바로 신영 사장에게 전화…….

그의 옆을 거닐며 말을 뱉었다.

“어떻게 생기신 분인지 봤으면 좋겠네요.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곽 이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전화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심 사장, 당장 이리 날아오라고 해! 알았어?”

-네? 네! 알겠습니다.

5분이 지났을까.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흥겨운 트로트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

-짜짜라짜라짜라짠짜짜.

곽 이사가 허둥지둥 전화기를 빼 들었다.

“제 전홥니다.”

“네. 곽 이삽니다.”

-신영 심 사장입니다.

곽 이사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이거 영광입니다. 사장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거. 동생 분은 아주 현재 건설을 동네 구멍가게 취급하던데. 왜 전화를 주셨습니까?”

-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곽 이사님 안 계셨으면, 현재랑 연결도 안 되었을 텐데. 에잇!

쿠당탕!

이 갈리는 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미친놈이!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쿠당탕!

“거 좀. 시끄럽습니다.”

-하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쨌거나……. 공장을 올 스톱시키는 일이 있더라도, 바로 조색해서 보내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물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변명을 들으며, 웃음이 나왔다.

‘온다는 소리를 쏙 빼놓고 말이야. 하지만 어쩌나? 난 당신들을 꼭 봐야겠는데.’

곽 이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화기 이리 주세요.’

“우리 팀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 같으니까, 한 마디도 빼지 말고 시행하쇼. 엉!”

곽 이사가 다급하게 잇소리로 엄포를 놓았다.

“아까 심 이사님과 통화한 김성훈 팀장입니다.”

그는 젊은 목소리에 놀란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

-하하. 아까는 우리 심 전무가 실례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용건만 말하겠습니다.”

-네. 네. 말씀하시지요.

“자재부장님이 말씀을 제대로 안 전했나 봅니다.”

-네?

“내일 아침까지 현장에 도착하라고 했습니다만. 곽 이사님. 제가 잘못 들었습니까?”

“아 참! 맞습니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심 사장! 지금 나하고 장난해?”

-곽 이사님. 저도 사정이 있는지라……. 물건만.

‘자기 사정만 피력하시겠다?’

심 사장의 말에 짜증이 솟구쳤다.

‘갑질이 얼마나 더러운 건지, 직접 겪게 해 주지.’

곽 이사에게 전화를 넘기며 말했다.

“곽 이사님.”

“네. 팀장님!”

“바로 한국으로 가세요.”

“네?”

“가실 때, 여기서 사용할 자재만 가려서 남기시고, 나머지 몽땅 가져가서 반품하세요.”

“네? 하하하.”

이런 결정을 생각지도 못했던지, 곽 이사가 멍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닌 걸 알 텐데.

“신영에서 제품 검수 직접 하세요.”

곽 이사가 수화기를 귀에 댄 채, 굳은 얼굴로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생산 라인에 우리 물건 말고 다른 현장 제품이 걸리면 바로 뒤집어 버리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직접 검수를 하셨는데도, 제 눈에 흠집이 보이면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대답을 못 하는 그에게 물었다.

“제가 직접 갈까요?”

권주는 마다하고, 벌주를 택하니, 나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질 않나!

“아,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리고 수화기에 대고 울분을 터뜨렸다.

“심 사장. 각오해라. 좋게 말하니까, 우습지?”

-곽 이사님! 곽 이사님!

찰칵!

작업자들을 돌아보니,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작업이 지연될까 봐, 걱정하는 거겠지.

“현장 진행을 지연시켜 죄송합니다. 직접 가서 물건의 상태를 살폈어야 하는데.”

아까부터 도착해 있었던 듯, 반장의 우두머리 최 반장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닙니다. 팀장님. 제가 관리를 잘못했습니다. 안 해도 될 터치를 한 것도 그렇구요. 적어도 앞으로는 현장에서 하자가 발생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지적하신 톱날은 반드시 시간에 맞추어 교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더 수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 반장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필요자재만 빼고 한국으로 돌려보낼 겁니다.”

“네. 들었습니다.”

“이 중에서 일주일 동안 사용할 분량만 추려내세요. 일주일 후부터는 정상적인 몰딩으로 공급하겠습니다. 배편이 아니라, 비행기 편으로요.”

비용 부담은 신영에서 해야 할 거다.

최 반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정도라면, 응당 해야지요.”

“그리고 원래의 현장 작업 외에 따로 들어간 공수는 별도로 계산해서 지급하겠습니다.”

“그러면 저희야 감사하지요.”

“그리고…….”

-짜짜라짜라짜라짠짜짜.

흥겨운 트로트 선율이었지만, 명곡도 처음 한두 번이 즐겁지 않던가!

‘삼 분도 안 됐는데, 5번째라고!’

입술을 꾹 다물고 눈을 감았다.

“지금 몇 번째입니까? 이사님.”

“그게…… 신영 심 사장이…….”

당황해서 전화기를 끄려는 그에게 출입문을 가리켰다.

심 사장이 얼마나 똥줄이 타는지, 말해서 무엇하랴!

“나가서 받으세요. 당장!”

“네. 네.”

곽 이사가 전화기를 열고 짜증을 부렸다.

“심 사장!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니까!”

-거기서 곽 이사님보다 높은 사람이…….

“어허이! 이 사람이!”

그의 고함에 짜증내며 말했다.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좀 나가서 받으세요!”

내 눈치를 받고는 황급히 복도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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