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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351화 (351/427)

건축의 신 351화

모든 게 완벽! 하나만 빼고……. (06)

국왕이 물었다.

“성훈. 공사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지?”

“이제 이 주 정도 되었죠.”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사실 진행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아직은 샘플 공사 중입니다.”

의아한 눈으로 그가 물었다.

“아직도?”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리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한국 건설사들의 공사 실력은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나 속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아크람이 그의 말에 호응했다.

“맞습니다. 신 또한, 예전에 한국 건설사의 공사를 보고 기겁을 했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공사를 시작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30층짜리 아파트의 골조 공사가 이미 끝나 있더군요.”

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나도 그래서 하는 말이 아니던가?”

“하지만 진정으로 놀랐던 건 따로 있지요.”

“그래? 그게 뭔가?”

“‘골조 공사가 일 년쯤 걸렸으니, 내장 공사도 일 년쯤 걸리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으나,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모든 공사가 끝나 있더군요.”

“허허. 어떻게 그런…….”

“마치 마법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날림 공사도 아니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제 가족이 그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전하.”

사는 당사자의 말이니, 어찌 믿지 않을 것인가?

왕이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그런 기이한 일이 가능한 것인가?”

성훈이 왕의 의문에 답했다.

“아마 그건 골조 공사 뒤에, 바로 내장 공사가 따라붙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크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바로 따라 붇는다고? 그럼 공사 동선이 엉키지 않나?”

“서로 동선이 중복되지 않도록 한 것이죠. 그렇게 하면 공사 시간도 단축되고, 인원 활용에 낭비가 없죠.”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가진 것이 없었기에, 그리고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기에, 그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궁여지책이리라.

가진 거라곤, 몸뚱이 하나에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이리라.

열정과 근면이 만들어내 산물.

‘지금도 속도를 내려면, 충분히 가능하죠.’

허나 어설프게 빨리 만들어서 100원에 파는 것보다,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어서 1,000원에 파는 것이 낫지 않나?

왕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속도가 느리다라……. 혹시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있는 건가?”

진지한 표정의 왕이었다.

방해하는 자들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치워 주겠다는 각오의 눈빛이었다.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자재는 이미 다 들어갔고, 호텔 쪽의 협조도 아주 좋습니다. 작업은 순조롭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본 공사를 못 들어갔다니?”

그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사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함이죠? 초반에 잘 잡아두면, 본 공사에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오류를 미리 잡을 수 있거든요.”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필요한 실수를 하지 않겠다? 그건 아주 좋은 생각일세. 혹여라도 불편함이 있으면 말하게.”

아크람이 빙긋이 웃었다.

“왕께서는 성훈 님의 작품이 보고 싶어 조바심내시는 겁니다.”

“크흠.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알리 녀석이 칭찬하니, 그냥 궁금해서 그런 것이지.”

왕이 헛기침하며 아크람을 타박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현장이 정리되고 나면, 의부를 제일 먼저 초대할게요.”

성훈의 말에 왕이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게. 뭐. 내일모레 죽기야 하겠나? 쿨럭! 쿨럭!”

“그럼 먼저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호들갑 떠는 왕에게 인사를 건네고, 궁을 나왔다.

‘오늘쯤 샘플 작업을 완료한다고 했었지?’

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샘플 현장으로 향하며 물었다.

“작업자들이 불편한 건 없답니까?”

곽 이사가 웃으며 말했다.

“전혀, 전혀 없답니다. 추운지 이불을 더 갖다 달라는 요청만 있지요. 흐흐.”

“작업 진척은요? 오늘 첫 번째 샘플을 완료하기로 했잖아요. 보시기에 어때요? 최 과장님!”

옆에서 따르던 최 과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아직은 별다른 점이 없고,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샘플이니만큼, 더 신경 써 주세요. 여기서 못 잡으면 나중에 본 공사할 때, 일이 커집니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첫 번째 샘플실입니다. 나머지는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완성될 겁니다.”

공사는 완료되었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거실을 둘러보던 곽 이사가 말했다.

“역시 실력자들이라, 완벽합니다. 그렇지 않나? 최 과장?”

“네. 거의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대답하는 최 과장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샘플이니 깔끔할 수밖에 없겠지만, 성훈은 묘하게 미간을 좁혔다.

“몰딩의 이음매를 잘 이어 붙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네?”

곽 이사의 물음에 성훈이 옅은 미소로 답했다.

“몰딩 연결 부위가 끊어진 부분이 없잖아요. 꽤나 신경이 쓰이는 작업인데, 그걸 했네요.”

그제야 곽 이사와 최 반장도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렇군요. 이음매가…….”

이음매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몰딩 문양의 연속성을 계속 살렸다는 말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몰딩을 그대로 붙여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문양이 이어질 수 있도록 부분마다 재단해서 시공했다는 것이다.

성훈이 몰딩을 전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실 전체를 몰딩 하나로 두른 느낌을 주죠.”

최 과장도 탄성을 터뜨렸다.

“과연 그렇네요. 세세하게 신경을 썼군요.”

성훈이 입술을 말아 올리며 말했다.

“세심하게 했는데……. 아직은 좀 부족하네요.”

최 과장이 곽 이사와 눈을 맞추었다.

‘저게 무슨 말입니까? 전 이보다 더 완벽한 현장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그러게. 이음매를 신경 쓸 정도면……. 크.’

감탄사밖에 토할 것이 없건만, 성훈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성훈의 말에 최 과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뭐가 말입니까?”

그가 의아한 눈으로 성훈을 바라보았다.

당연한 일이리라. 조금 전까지도 괜찮다며 미소 짓지 않았던가?

성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흠. 신경이 쓰이네요.”

“네?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질문하며 앞으로 나서는 최 과장의 손을 곽 이사가 잡았다.

‘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야? 아무리 봐도 흠집 하나 안 보이는데요?’

의문을 제기하는 최 과장과 눈을 맞추며, 곽 이사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나도 자네와 같은 마음이라네! 이 정도 품질이면…….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왜 이러시는 겁니까?’

곽 이사는 대답 대신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작업자를 불러올까요? 팀장님?”

성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직접 가서 보는 게 낫겠습니다.”

곽 이사가 돌아보며 물었다.

“네. 알겠습니다. 최 과장, 어딘지 알지?”

최 과장이 성훈을 앞질러 나갔다.

“큼큼. 샘플 2호실로 안내하겠습니다.”

***

윙! 윙!

문을 열자, 전동 톱 돌아가는 소리가 복도로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사다리 위에서 줄자로 치수를 잰 반장이 들고 있던 몰딩에 연필로 자를 곳을 표시하고, 아래에 대기하던 조수에게 전달했다.

“여기! 1.853mm 45도 재단해서 올리고!”

몰딩을 받아든 사내는 연필을 꺼내 기재하며, 재단 틀이 있는 곳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반장이 현장의 한쪽으로 소리쳤다.

“거기! 몰딩 제대로 이어지게 안 해? 여기서 딱 봐도 이상하잖아! 아까 내가 한 말 허투루 들었어? 엉!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바짝 밀어붙여서 타카를 쏘란 말이야!”

박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의 말씀이 맞았군요.”

“그래 말이야. 인사부장이 제대로 하는 사람들을 골라 보냈어.”

일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성훈이 물었다.

“누굽니까? 과장님.”

“박 반장입니다. 몰딩 작업에는 일인자라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직접 보니 생각 이상이군요.”

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들을 만하네요.”

보통 몰딩 작업을 할 때, 저렇게 문양을 이어서 작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아니 아예 없다.

‘저게 여간 신경 쓰이는 작업이 아니거든!’

게다가 작업시간이 오래 걸린다.

저리 꼼꼼하게 작업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거니와,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어지간히 실력 있는 작업자라고 해도, 저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말이다.

성훈이 속으로 곽 이사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부장님께서 제대로 골라 보내셨네.’

그래도 제대로 써먹으려면 좀 더 트레이닝이 필요하겠군.

‘내가 승부를 보려는 곳은 한국이라는 좁은 무대가 아니니까.’

“저쪽으로 가보죠.”

성훈이 재단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윙! 윙!

전동 톱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몰딩을 치수대로 재단하는 사람, 접착제를 발라서 다시 작업자에게로 운반하는 사람 등.

모두 맡은 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머리가 제대로 잡혀 있군.’

쓸데없는 행동을 하는 일꾼은 보이지 않았다.

짜임새 있게 돌아가는 명품 시계의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재단기의 한쪽으로 눈이 향했다.

몰딩을 재단하기 전, 몰딩을 이리저리 조명에 비춰 보며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카펜으로 몰딩의 군데군데에 콕콕 점을 찍고는 재단틀 옆에 겹치지 않게 진열하고 있었다.

‘저것 때문이었군. 아쉬워. 꽤나 신경 썼는데…….’

물론 어떤 물건이든, 완벽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내 호텔의 방문을 열었을 때, 고객이 감동하기를 바랐다.

‘휴대폰 상자를 막 개봉했을 때의 그 느낌! 포장지를 벗기면 죄를 짓는 느낌이었지.’

완벽한 무결점의 그 순간!

무결점의 상태에서는 어중간한 터치가 오히려 독이 된다.

백지에 작은 얼룩이 생긴 느낌이랄까?

‘얼마나 눈에 잘 보이겠어? 안 그래?’

터치는 흠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닌, 완벽을 위한 장치여야 했다.

최 과장에게 말했다.

“작업정지 시키고, 작업자들 모아주세요.”

잠시 후.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업자들이 내 앞으로 모여들었다.

박 반장이 앞으로 나서며,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팀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러면서도 눈은 최 과장을 향해 있었다.

박 반장에게 물었다.

“터치 색상은 저게 한계입니까?”

“네?”

박 반장의 반문에, 최 과장이 더 놀라서 물었다.

“터치펜을 썼다는 말입니까? 이 몰딩에요? 전혀 몰랐습니다.”

그럴 수밖에, 흠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정교하게 마무리했으니까.

박 반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최대한 신경을 쓴다고 한 건데, 그게 문제가 됩니까?”

“아뇨. 터치한 것을 문제 삼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흠이 있으니 하셨겠죠.”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아무 하자가 없는데, 터치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그러냐는 듯 박 반장이 눈매를 좁혔고, 그의 뒤에서 거친 물음이 들려왔다.

“그라믄 터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씀이신디, 무엇이 문제당가요?”

자칫 시비조로 보이는 말투에 곽 이사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그걸 본 박 반장이 다급히 그를 변호했다.

“저 친구가 말투가 원래 저렇습니다. 손 반장, 말 좀 조심해서 하라고!”

“칫! 알겠당께요.”

현장에서 저런 사람을 한둘 만나봤던가?

손 반장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해머를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사람도 있었는데 뭘!

간혹 작업자들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강하게 보이려 한다.

좋은 의도에서 양보하면, 만만하게 보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기에.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궁여지책이리라.

하지만 나는 이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물론 ‘내가 너보다 강하다.’라는 경쟁심리는 더더욱!

투덜대는 손 반장에게 말했다.

“색상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내 말에 손 반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하! 지가 터치하는 걸 보셔서 그러시는구마이. 걱정허지 마쇼. 첨에는 조금 티가 나는디, 쬐금 지나서 말라버리믄, 나도 나가 워디를 터치했는지 못 찾는당께요.”

최 과장이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도 전혀 눈치를 못 챘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곽 이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뜨끔한 곽 이사가 대답했다.

“그야 사람 따라서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 호텔 주인도 모를까요?”

질문에 곽 이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그게…… 이 호텔 주인이라면, 워낙 눈썰미가 좋으니…….”

말을 맺지 못하는 곽 이사에게 손 반장이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장담했다.

“이사님! 그라믄 함 찾아 보시랑께요.”

곽 이사가 몸을 뒤로 빼며 발뺌했다.

“이 사람아. 나야 나이도 있고, 요즘 눈도 영 침침해서 말이지.”

손 반장이 기세 좋게 가슴을 텅텅 쳤다.

“그라믄 젊은 팀장님이 찾아보시오! 찾으시믄 나가 팀장님 허라는 대로 다 헐텡게!”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한 입으로 두말 하기 없습니다. 반장님.”

“당연한 말이제. 나가 부랄 두 쪽 찬 사내라는 말이시!”

“박 반장님도 마찬가지 생각이십니까?”

박 반장이 마뜩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 이 현장은 몰딩 설치가 덜 됐으니까, 다된 샘플실로 가서 볼까요? 거긴 다 말랐겠지요?”

“워디라도 상관없당께요. 가 봅시다.”

손 반장이 자신만만하게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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