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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346화 (346/427)

건축의 신 346화

모든 게 완벽! 하나만 빼고…….(01)

리야드 공사를 시작하기 전날.

한국에서 온 현장담당자들이 임시 회의실로 쓰기로 한, 호텔 컨퍼런스 룸에 모였다.

김 과장이 물었다.

“최 대리. 자네 전주 현장에서 일한다고 하지 않았어?”

“한 달 전에는 그랬었죠. 그러는 선배님은 평창 현장이었잖아요?”

김 과장은 태림 건설, 최 대리는 삼송 건설 소속이라 소속은 달랐지만, 동문이었기 때문에 가끔씩 연락을 나누고 있던 사이였다.

“현재 건설 박 선배도 저기 계시던데요?”

“그 친구야 원래 현재니까 그렇다고 해도…….”

“그런데 선배님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이번에 승진 시험 치신다더니?”

그 말에 최 과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안 될 것 같더라.”

“왜요? 인사고과도 좋고, 경쟁자도…….”

“이번에 다른 현장에서 들어온 과장이 소장 직속 후배더라.”

“그럼…….”

“공사가 반도 넘게 다 끝났는데, 굳이 우리 현장에 온 이유가 뭐겠냐?”

그가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소장이 밀어주는 거지. 뭐. 그런데 내가 되겠냐?”

“어딜 가나 이놈의 학벌은……. 쩝!”

어느 회사가 되었든, 학벌은 존재했고, 잘된 선배가 후배를 당겨주는 것은 동문의 미덕 아닌, 미덕이 아니던가?

건설회사 또한, 그 관행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어차피 승진을 글렀겠다. 돈 많이 준다는데, 가자 싶어서 온 거지.”

최 대리가 인상을 구겼다.

“선배님 회사도 똑같네요. 쩝.”

“너도 이번 승진은 물 건너갔구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에게 김 과장이 물었다.

“무슨 일을 시키기에, 연봉이 이렇게 높은 거래냐?”

“엑! 선배님도 그러세요?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에이.”

최 대리가 머쓱하게 웃었다.

저만 연봉이 높은 줄 알고 좋아했건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었다.

“쯧쯧. 녀석아. 이번 일 업계에 소문 다 났어! 현재 건설에서 실력 있는 사람들, 몽땅 긁어모은다고.”

“그런 것치고는 SKY 출신은 안 보이는데요?”

“그 친구들이야 돈 줘도 안 올걸?”

“왜요?”

의아하게 묻는 그에게 김 과장이 답했다.

“앞길 탄탄하고, 승진 정해져 있는데, 굳이 모험하겠냐?

그가 푸념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나 불나방처럼 모이는 거지.”

“그런 거치고는 너무 높지 않습니까?”

“그러게…… 세 배라니…….”

말하던 김 과장이 손을 흔들었다.

“어이! 최 과장. 이리 와 봐!”

“어! 니들도 왔냐?”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온 최 과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뭐가?”

“넌 알 거 아니냐? 현재 소속이니까?”

“나도 몰라. 그냥 현장에서 뺑이 치다가, 이리 발령받았다고 해서 온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그리며 김 과장이 물었다.

“정말 모른다고. 사실대로 불어! 자식아!”

“진짜 몰라. 나 같은 말단이 뭘 알겠어?”

김 과장의 그의 등을 툭 치며 놀렸다.

“현장에서는 귀신 같은 놈이……. 쯧쯧.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는 영 젬병이야.”

그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나야 뭐. 건축 말고는 아는 것도 없잖냐!”

“흐흐. 연봉이 얼만지는 알고 왔냐?”

그 말에 최 과장이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엉! 방금 알았다.”

“이런 얼빠진 놈이 있냐? 지가 얼마 받는지도 모르고 왔다고?”

여전히 히죽대던 최 과장이 말했다.

“나야 뭐. 인사부장님이 찍으라길래 찍은 거지. 그게 연봉 계약서인 줄 알았나? 아직 재계약할 때도 아니었으니, 그냥 발령서인 줄 알았지. 어느 현장을 가나, 하는 일 똑같은데 뭐!”

최 대리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렇게 선배님들이 승진에 관심이 없으니까, 저 같은 후배가 힘든 것 아닙니까?”

김 과장이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입을 씰룩거렸다.

“난 관심은 있었거든. 자식아!”

“그거나 그거나, 못 한 건 똑같죠!”

“도대체 뭘 시키려고 일억이 넘는 연봉을 주는 거지?”

허나 현장 과장들끼리 아무리 말해봐야, 근거 없는 추측일 뿐, 결론 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지.”

주먹을 꽉 쥔 최 과장의 말이었다.

“뭔데?”

“우리는 돈 받은 만큼 일하면 되는 거지.”

“크으. 말 편하게 하기는? 그 돈이……. 우리 현장소장 연봉보다 많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김 과장의 말은 들은 채 만체하며 최 과장이 웃었다.

“그렇다고 죽으라고 하지는 않겠지. 난 죽어도 좋으니까, 여기다 말뚝 박고 싶다고. 하하하.”

그때 회의실 앞쪽 문에서 젊은이가 나와서 말했다.

“곧 브리핑 있겠습니다.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서로를 마주 보며, 의자에 앉았다.

“곧 시작하려나 보네. 일단 들어보세.”

***

지금 곽 이사가 강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곽 이사가 제일 만만하더라고!’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그를 KT팀의 대표로 세웠다.

곽 이사도 기꺼이 승낙했고 말이야.

“여러분은 KT팀을 위해 특별히 엄선한 최고의 현장담당자들입니다.”

이 호텔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 않던가?

강단에 선 곽 이사의 연설에 기백이 흘러넘쳤다.

“이 리야드 호텔을 자기 집이라 생각하고, 최고로 만들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힘이 넘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최고의 대우로 여러분을 모셨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현장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말을 끝으로 곽 이사는 연설을 끝냈다.

힘찬 박수 소리를 들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해 주십시오.”

현재 소속이었던 최 과장이 손을 들었다.

“현장을 이사님께서 총괄하시는 겁니까?”

곽 이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않아도 총괄담당자를 소개하려 했는데, 잘 되었군요. 팀장님. 인사하시죠.”

곽 이사의 자리에 성훈이 섰다.

생각보다 팀장이 어려서였을까? 기사들의 소곤거리는 소리로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뭔가 묻고 싶은데, 조심하는 모습.

‘묻고 싶은 건 많겠지.’

하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건, 돈에 연관되었기 때문이리라.

‘쉽게 가지 뭐!’

마음을 굳힌 성훈이 입을 열었다.

“제가 불렀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성훈에게로 집중되었다.

“한국에서 어느 건설사도 해 줄 수 없는 최고의 대우를 해 주라고 했습니다.”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전 그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명료한 말이었지만, 현장기사들의 눈에는 의혹이 어렸다.

‘고작 4천을 받던 사람들에게 1억 2천의 돈을 주면서 아깝지 않다고?’

그들의 시선에 성훈이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걱정들은 하지 마셔! 그 이상 뽑아낼 테니까!’

***

내가 아는, 최고의 장인과 기능공들을 불렀다.

그들에게서 최고의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뭘까?

‘최고들을 모아뒀으니, 최상의 결과가 나올 것 같아? 그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지.’

기능공들의 목적은 작품의 완벽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장인들처럼 투철한 장인 정신이 있을까?

그들만큼의 품질을 뽑아내지 못하면, 말 그대로 돈을 버리는 거라고!

‘하지만 나 혼자서는 현장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없잖아? 내가 신도 아니고!’

고로 내게는 그들을 컨트롤할 손발이 필요했다.

‘고민의 결과가 이거지! 돈질!’

귀신도 부린다는데, 현장 기사들 정도야!

가진 능력 이하의 대우를 받는 자들을 모두 모아달라고 했지.

학벌이든, 인맥이든, 성격이든 상관없이 모두!

‘특히 그중에서도 눈썰미 있는 자들!’

진짜 전문가가 어떤지 알아?

사람들이 완벽하다고 극찬하는, 이 5성급 호텔의 컨퍼런스 룸?

‘완벽 좋아하시네? 그냥 슥 둘러보기만 해도, 하자가 열 가지는 눈에 들어온다고!’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칠까?

공사를 한 사람들이 초 베테랑들이거든!

‘그들은 하자를 숨기는, 혹은 하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 있지!’

그들의 땜빵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이 호텔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완벽해 보일 수 있다.

적어도 겉보기는!

현장이란?

공사인부와 현장 기사의 전쟁터다.

일의 실수를 숨기려는 인부와 그 잘못을 짚어내야 하는 현장 기사.

땜빵을 해서라도 실수를 숨기고 일을 늘리지 않으려는 기능공.

그걸 알고도 부족한 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넘어가야 하는 기사.

적절한 시기에 잡아내지 못하면, 알고도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게 부실 공사지! 꼭 건물이 무너져야 부실 공사인가?’

돈을 투자한 것에 비해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내 기준에서는 모조리 부실 공사다.

‘그걸 당신들은 잡아내야 한다고.’

수십 년간 현장에서 단련된 눈으로.

결코 나에 비해 눈썰미가 약하지는 않을 터!

‘당신들은 내 사냥개라고!’

현장에서 닳고 닳은 너구리들을 상대할 늑대들.

그런 자들을 상대하려면, 현장 기사들도 최고의 현직 기사들이어야 했다.

높은 학벌, 뛰어난 머리가 아니라!

땜빵의 냄새를 맡고, 하자를 찾아내는 눈썰미가 필요한 거지.

최 과장이 물었다.

“우리가 현장관리 외에 해야 하는 것이 또 있습니까?”

성훈이 그의 눈을 직시하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아니오. 제가 여러분께 원하는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현장의 공사품질, 그리고 현장 정리 정돈!”

“정말 그 두 가지면 되는 겁니까?”

의혹 가득한 눈으로 묻는 최 과장이었다.

“저는 여러분께 현재 받으시는 연봉의 최소 세 배를 지급했습니다.”

최 과장이 무뚝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딱 그 세 배만큼의 공사 품질과 정리 정돈! 어렵습니까?”

그 말에 최 과장이 눈가를 꿈틀거리며 물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라도 흠집이 있으면, 뜯으라고 하세요. 그 자리에서!”

“그래도 공사한 게 있는데, 아깝지 않습니까?”

성훈이 물었다.

“그래서요?”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잘못된 걸 그대로 시공하시겠다? 그 부분 땜빵하시면서? 그 말씀이세요?”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성훈이 단언했다.

“현장에서는 당신들이 법입니다. 당신들 마음에 안 들면 제 마음에도 안 듭니다.”

“이 현장을 당신 집이라고 생각하라던 곽 이사님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라는 말입니다. 품질에 관한 한, 당신들의 말이 정답입니다.”

“다시 작업하게 되면, 작업자들의 노임…….”

내가 항상 고민했던 것도 그거였지.

항상 을의 처지에서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하지만 내 현장에서는 해당 사항 없어!’

타 현장과 비교하면, 비용을 두 배로 지급하거든!

‘저들이 내게 할 수 있는 건, 가혹한 노동에 대한 짜증이 아니라, 오로지 가격에 걸맞은 품질을 만들어 줄 의무뿐이지!’

대가를 충분히 지급함에도 큰소리치지 못하면, 그건 착한 게 아니라 호구다!

“작업자들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충분한 가격을 지급하고 있으니까!”

현장 기사들을 아우르며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당신들 말에 따르지 않는 팀이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그럼?”

“바로 쫓아내 버립니다.”

“그러면 공사에 차질이…….”

“공사에 차질? 훗! 그런 거 없습니다. 급하게 가다가 문제를 안고 가느니, 천천히 가도 확실하게 가는 게 더 이득입니다.”

“그러면 공사비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사임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다른 현장에서 꽉 찬 과장급이었겠지.

“공사비 걱정을 기사님이 왜 하십니까?”

“그렇다는 말씀은?”

“공사비도, 공기도 신경 쓰지 마십시오. 품질에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전체를 보며 공언했다.

“당신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오로지 두 가지, 공사 품질, 청결 상태, 그거면 됩니다.”

‘공기를 말했나?’

엄밀히 말하면, 기사는 공기를 독촉하는 것일 뿐, 실제적인 일은 작업자들이 한다.

누구보다 그들이 현장을 더 빨리 끝내고 싶을걸!

그래야 또 다른 현장에 가서 돈을 버니까.

‘그 욕심 때문에 하자를 뻔히 보면서도 그냥 넘기는 거지! 이 현장이라도 별 다를까?’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

처음에는 두 배의 돈에 감지덕지하겠지만, 원래대로의 습관으로 돌아가는 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습관의 관성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 급한 마음에 당신들이 제동을 거는 거죠. 그것도 꼬장꼬장하게.’

한국의 기사들이 공사를 설렁설렁한다고?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충분한 공기와 공사비가 주어져도 그럴까?

누구보다 건축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다만 현실에 직면하고 실망하다 보니, 설렁설렁하게 되는 것이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부탁 하나 하겠습니다.”

“뭡니까?”

“업무시간에 당신들을 위한 책상은 없습니다.”

“아니! 그럼 책상 없이 일하라는 말입니까?”

어차피 기사들이 책상에 앉을 때는 월말 기성 처리할 때 말고는 쓸모없다고!

‘그 기성, 내가 다 처리할 테니! 현장에만 신경 쓰라고!’

기사들이 현장을 돌아다녀야지, 책상이 왜 필요해?

“도면 설명할 일이 있으면, 작업자들 부르지 말고 찾아가세요.”

“가서 다시 한 번 현장 꼼꼼히 점검하시고, 그 자리서 설명하세요. 절대 작업자들 흐름 끊기게 하지 마시고. 그 사람들 일 시키려고 우리가 존재하는 거지. 오라 가라 하려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최 과장이 비릿하게 웃었다.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전체를 돌아보며 말을 맺었다.

“만약 책상에 앉아 있는 게 제 눈에 보이면, 이 현장에서 나가고 싶다! 그렇게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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