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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342화 (342/427)

건축의 신 342화

KT 프로젝트(10)

“내가 당신들 모이라고 한 게, 이런 성토를 들으려는 건 줄 알아?”

쾅!

분노한 주먹이 탁자를 부술 듯이 때렸다.

“성훈이, 그 녀석 고집을 꺾을 안을 내놓던가? 아니면 다른 대안이라 들으려고 한 거라고! 그런데 뭐? 폭탄? 폭탄 같은 소리들 하고 자빠졌네!”

아무도 대꾸하는 사람이 없었다.

“작년 실적이 말해 주는데, 자네들을 믿고 있으라는 말이야? 또 회장님께 한 소리 들으라고!”

사장이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전에 내가 당신들, 그냥 놔둘 것 같아?”

성훈의 말에 따르면, 이 일이 끝난 후에 압둘의 일도 예약되어 있다고 했다.

‘그것 또한 이번 일보다 작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사장이 어금니를 꽉 물었다.

“난 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어! 무슨 말인지 알았나?”

이사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마침내 아까의 박 이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직접 물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짜증 가득한 사장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뭘 물어봐?”

기가 죽은 이사가 말했다.

“호텔 주인인 알리 왕자에게 직접 말입니다. 그럼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허! 이 친구가…….”

사장이라고 시도해 보지 않았으랴!

허나 왕자가 친구가 아닌 이상, 개인적인 연락 방법이 없었다.

된다고 한든, 뒷감당은 누가 하고?

김 비서를 시켜 알리 왕자의 건설회사에 전화를 해 봤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 건에 대해서는 하달받은 바가 없습니다. 직접 통화를 해 보시지 그러십니까?’라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었다.

‘호텔 쪽도 마찬가지였지.’

그렇다고 알리 왕자에게 직접 연락이 닿는다고 한들?

뭐라고 할 건데?

당신이 일을 줬다는데, 그 성훈이라는 사람이 허풍을 치는 것 같다고?

믿을 것은 이사들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이니, 사장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결국,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나?’

서 전무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럼 곽 이사에게 맡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당황한 곽 이사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제, 제가 왜?”

“유일하게 그놈 말대로 따르자는 사람 아닌가?”

기가 막힌 곽 이사가 말했다.

“전 성훈 군이 하는 말 믿는다니까요? 그런데 왜 제가 확인해야 합니까?”

이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라고! 대호!’

서 전무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애지중지 싸고도는, 네 새끼가 싸지른 일인데, 당연히 네가 책임져야지.”

“허!”

‘누가 누구 새끼야? 개뿔도 모르면서!’

곽 이사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화를 해서! 뭐라고 물어봅니까?”

그래!

뭐라고 물어보냐고?

‘성훈이 이억이라는데, 그거 진짜냐?’

맞다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끝나냐?

성훈 님을 안 믿은 죄로 당할 거고!

아니라고 하면?

성훈 님의 계획을 망친 죄로 또 당할 거라고!

물론 제 삼의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그 견적이라도 할 마음은 있다.’라는…….

하지만 어느 경우가 되든, 곽 이사의 마음이 편한 쪽은 없었다.

서 전무가 비웃었다.

“그 정도 유도리도 없어?”

“그러니까 뭐라고 할 거냐는 겁니다.”

“내가 중동 사람들 성격을 어떻게 알아? 중동 전문인 자네가 알겠지?”

모르니, 그런 말 하는 거겠지.

‘서 전무, 당신이 알리 왕자가 얼마나 불같은 성격인지 아느냐고?’

그의 원망 가득한 시선에, 서 전무는 되레 웃으며 받아쳤다.

“알리, 그 사람! 호탕하다면서!”

“수틀리면 다 박살내 버리기도 하죠.”

서 전무가 빈정거렸다.

“아냐! 내가 보기엔 그처럼 좋은 사람도 드물어.”

‘뭘 근거로?’

서 전무가 빙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고맙다는 이유로 서른도 안 된 놈에게 이억 불을 지르는 사람이라고. 흐흐.”

그건 성훈 님한테나 그런 거지!

“사장님. 그냥 성훈 군이 원하는 대로 하시면…….”

곽 이사의 말은 애걸에 가까웠다.

사장이 턱짓했다.

“연결해!”

“사, 사장님! 오늘은 알리 왕자의 왕세자 즉위식이 있는 날입니다. 어떻게…….”

한층 더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된 것은 당연한 노릇!

그때도 성훈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어울릴 수 있었던 것!

자력으로는 한 번도 그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알리 왕자의 건설회사 이사가 그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선이었다.

하지만 사장의 의지는 굳었다.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 쉬던 곽 이사가 입을 열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저도 직통 전화는 모릅니다. 그의 집무실로 연락을 넣겠습니다.”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히죽 웃은 서 전무가 소리쳤다.

“야! 스피커폰으로 돌려! 다 듣게.”

곽 이사는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랬다.

‘별 걸 다 간섭이구만!’

이억 불의 사실에 의구심을 가진 게 아니라, 알리와 통화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했다.

서 전무의 간섭이 다시 이어졌다.

“영어로 해라. 엉? 알았지?”

저도 모르게 짜증 섞인 반응이 나왔다.

“아! 그러실 거면, 직접 하시죠!”

“뭐야? 저게.”

-띠리리리.

통화음이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사장의 매서운 눈초리에, 서 전무가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알리 왕세자 집무실입니다.

젊고 힘 있는, 유창한 아랍어였다.

“안녕하십니까? 현재 건설의 곽순일 이사라고 합니다.”

영어로 말하자, 그쪽에서도 영어로 답했다.

-현재 건설이요?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실은 왕자님께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알리 왕세자 전하 말씀이십니까?

“아! 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라. 꼭 좀 부탁드립니다.”

사무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급한 일이라…… 그건 그쪽 사정이지요. 무례하시군요. 오늘이 어떤 날인 줄 알고…….

은근한 분노마저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 왕세자 전하의 친우인 성훈 군이…….”

회의실의 분위기도, 곽 이사의 마음만큼이나 가라앉아 있었다.

사장도 민망하기는 매한가지!

상대가 누구이든, 이처럼 긴장한 적이 있었던가? 직접 물어보면 했지, 이처럼 부하를 시킨 적은 없었다.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겁쟁이처럼 부하 뒤에 숨어서, 통화를 훔쳐 듣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번 일, 한 건이 아니라고!’

그리고 성훈의 성격상,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라고 소리치는 놈이 아니던가?

‘그런 놈이 거짓말을 한다고? 차라리 말을 안 하면 안 하겠지!’

그러나 확인하지 않고 넘기기에는 사안이 너무 커!

이번 일만 정말 녀석의 말처럼 풀리면…… 중동 쪽의 사업은 거의 휩쓸다시피 할 수 있다고!

‘그럼 아버님께서 나를 보는 시선이 바뀌실걸!’

바짝 긴장한 채,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나?

-그러게 말입니다. 이 무례한 작자들이…….

묵직한 목소리가 물었다.

-누군데?

-현재 건설이라는 작자들인데…….

-뭐야? 거긴 성훈 님의 회사잖아. 이쪽으로 돌려!

바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혹시 성훈 님께 실례를 한 건 아니겠지?

-수석 집사님! 그게…….

-일단 끊고, 나가서 일 보게!

잠시 후,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수석 집사입니다. 성훈 님.

곽 이사의 얼굴이 더 구겨졌다.

누가 그랬던가?

왕보다 까다로운 게, 집사라고.

몇 번이나 집사를 겪은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 성훈 군이 아니라…….”

-커흠! 성훈 님이 아니시군요.

좀 전의 사근함과는 거리가 먼, 근엄한 목소리.

“네! 현재 건설의 곽 이사입니다.”

-…….

“작년 겨울에 성훈 군과 문장을 그릴 때, 동석했던…….”

잠시 후, 목소리가 들렸다.

-아! 기억났습니다.

“네. 그 곽 이사입니다.”

집사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용건이 뭡니까? 오늘은 왕국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찬바람이 절로 이는 목소리였다.

“실은 알리 왕자님의 리야드 호텔 건으로 왕자, 아니 왕세자 전하께 여쭤볼 일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그 때문에 어제 통화를 하신 모양이군.

집사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전하께서는 오늘 바쁘십니다.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곽 이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뭐라고 묻냐고?’

현재에서 나온 견적은 일억인데, 성훈은 이억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당신에게 이억으로 견적해서 주겠다고?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질문을 강요하고 있었다.

“성훈 님…… 아니 성훈 군께서 이억에 공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전하께서 허락하신 것인지.”

-허락하셨습니다.

“네. 네?”

곽 이사 자신도 이렇게 쉽게 답을 얻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사장에게 고개를 돌리며, 놀란 입을 딱 벌렸다.

손가락으로 전화기를 가리키며, 눈을 부릅뜬 채!

‘이, 이것 보십시오!’

이사들의 눈빛이 그를 독촉했다.

‘더 자세하게. 얼른!’

침을 꿀꺽 삼킨 곽 이사가 물었다.

“혹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누셨는지 여쭤봐도…….”

-…….

잠시 후, 집사가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다만……?”

-그 건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전권을 위임하셨습니다.

“네? 전권을 위임하셨다고요?”

그 말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서 전무였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전화에 입을 갖다 댔다.

“이거 보쇼. 집사 양반! 그래도 혹시 다른…….”

-지금 말씀하시는 분은 누구신지?

예의를 잃지는 않았지만, 불쾌함이 가득한 음성이 스피커를 울렸다.

곽 이사의 인상도 절로 일그러졌다.

‘집사라고 진짜로 집 보는 사람으로 아나?’

현 사우디 국왕의 파트너가 아크람이듯, 알리 왕세자의 파트너는 이 수석 집사였다.

‘차세대 아크람을 보고, 집사 양반이라고? 이 미친놈아!’

감히 당신 따위가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현재 건설의 서 전무라고 하오!”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혹시’라고 하셨습니까? ‘혹시’는 없습니다.

“어떻게 그럴…….”

-리야드 건에 관해서!

집사가 단언했다.

-현재 건설은, 성훈 님께서 원하시는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털썩!

서 전무가 의자에 엉덩이를 내팽개쳤다.

헤 벌어진 입이 묻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

사장의 끄덕임에, 곽 이사가 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작은 한숨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저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호텔의 주인이 그렇게 하자고 하셨는데, 당신들이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말입니다.

곽 이사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절차상 확인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누구에게 확인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그야 당연히 호텔 주인이지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흠……. 아직 말씀하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네? 뭐가 말입니까?”

이해하지 못한 곽 이사가 반문했지만, 그는 대답을 회피했다.

-아닙니다. 때가 되면 직접 말씀하시겠지요.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아! 네. 바쁜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곽 이사의 미간이 좁아졌다.

‘저건 또 무슨 소리야? 묘하게 여운이 있는…….’

집사와의 통화가 끝났다.

믿기 어려운 상황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상황을 지켜본 사장도 심정이 착잡했다.

하지만 어쩌랴!

결과가 이러한 것을…….

공은 공, 사는 사, 약속은 약속!

무거운 마음으로 서 전무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러게. 조심하라고, 주의까지 줬는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저놈의 주둥이가 문제야!’

애증의 눈길이 서 전무에게로 가 닿았다.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쩝. 서 전무. 발에 동상 걸렸다면서? 좀 나았나?”

“그게 아직…….”

“쯧쯧. 조심하지 않고는.”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 있나? 보낸 내 잘못이지. 그래, 알래스카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됐지?”

“네. 이제 한 달 조금 넘었습니다.”

“미안하다. 정길아.”

사장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어찌 모르겠는가?

“아, 아닙니다.”

서 전무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읊조리듯 말했다.

“네 발로 갈래? 아니면 성훈이 보고…….”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제 발로 가겠습니다.”

사장의 한숨이 깊어졌다.

“휴우. 나가 봐!”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알래스카의 악몽이 재개되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가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또 사장님 댁 욕실 뜯으셨대?”

“몰라.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젠장. 또 피바람 부는 거 아니야?”

소란 속에 곽 이사만이 코웃음 쳤다.

‘그러게. 성훈 님한테 대들기는. 무식한 양반아. 상대를 보고 발을 뻗어야지.’

상황이 이해되지 않기는 양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곽 이사님. 이게 무슨 일이오?”

“우리를 알래스카로 보내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더 있나?”

알래스카로 간 사람들은 모두…….

“그럼 이번에도 성훈이가?”

“흐흐흐. 두말하면 입 아프지.”

“쯧쯧. 알래스카 있는 박 부장이 또 고달프겠네요. 서 전무 갔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번에 또 서 전무 가면, 사표 낼지도 모르겠는데요?”

찢어질 듯 벌어진 입을 오므리며, 곽 이사가 말했다.

“흐흐흐. 뭐 어쩌겠나?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끼리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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