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신 339화
KT 프로젝트(07)
“현지 직원들의 복지 때문입니다.”
“야!”
“하청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 전 하청 안 주고 제 팀 데려갈 겁니다.”
사장에게 눈짓했다.
“약속하신 겁니다. 팀!”
그 부분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엄포였다.
사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 전무가 물었다.
“거기서 돈이 많이 차이 날 게 뭐 있는데?”
“먹고 자는 거 생각해야죠.”
서 전무가 코웃음 쳤다.
“거기는 음식값도 그렇게 비싸냐? 하긴 하루에 오십만 원씩 받는데, 제 돈으로 사 먹으라고 하면 되겠네.”
그렇게라도 내 말에 반박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꼭 이렇게 유치하게 해야 하는 거냐? 전무씩이나 되는 인간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솟구쳤다.
“이사님도 출장 가시면 이사님 지갑에서 직접 사드시고, 숙박비도 내고 하시나 보죠? 경비처리 하나도 안 하시고? 그쵸?”
그에게 눈썹을 으쓱하며 물었다.
‘그러니 이렇게 당당한 것 아닙니까?’
사적인 일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고!
당신하고 똑같이 현재 건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장인들 면면을 따진다면, 서 전무 당신보다 못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연봉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익혀온 기술을 인정받아 무형 문화재로 선정된 사람들도 있어. 국가에서 인정하는 공인들이라고!
그런 사람들이 당신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어?
그러면 당신의 품격이 올라가기라도 해?
‘그 경비 줄여서 그 사람들에게 다 골고루 분배된다고 하면, 내가 이 미친 짓을 하겠어?’
곰돌이도 주인님도 같이 일하고, 같이 배부르자는 말이 그렇게 어렵냐?
내가 이런다고 현재가 전혀 이득 보는 게 없느냐? 그렇지도 않다고!
‘너희 회사도 많이 남아! 아마 장인들 전체 수입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이 남을걸!’
그런데 한 사람의 천만 원을 위해서 천 명에게서 만 원씩을 빼앗아야 할 이유가 있냐고?
수조 원을 가진 기업이 말이야.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야! 허허. 어떻게 그게…….”
“서 전무님은 회사 일 하러 가신 거죠?”
“당연하지!”
“그 사람들은 다른 회사 일하러 가는 겁니까?”
“그야…….”
할 말을 잃은 서 전무가 입을 다물었다.
같은 일 하러 가는데, 누군 호텔에서 자고, 누구는 거지 같은 판잣집에서 거적 깔고 자야 하는데?
씩씩거리는 그와 눈을 맞췄다.
‘왜 너만 호텔에서 자야 하는데? 그런 특권을 왜 너만 누려야 하는 건데?’
눈 아래를 씰룩거리던 그가 물었다.
“그래서? 호텔에서라도 재우겠다는 거냐?”
빙고!
그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잘 아시네요.”
서 전무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이런…… 미친!”
버벅거리던 그가 말을 이었다.
“그 경비를 우리더러 대라? 그 말이냐?”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포함해서 이억 불을 받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입니까? 현재의 생돈을 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기가 차서 화도 안 나는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가 물었다.
“허허허. 그래야 하는 이유가 뭐냐?”
“네가 네 팀원을 사랑하는 건 알겠다. 제대로 대우해 주고 싶겠지? 그런 좃같은 이유 말고, 나 아닌 누가 들어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 말이다.”
“사우디 가보셨다고 했죠?”
코웃음 치며, 분노를 삼키고 있었다.
“그래! 관광차 갔다! 어쩔래?”
“덥죠?”
“그럼 씨팔! 덥지, 춥겠냐? 거기는 겨울에도 30도라더라!”
설마 그럴 리가!
‘겨울이 되면 좀 덜 덥지, 죽도록 덥지는 않아!’
그게 아주 일시적이라 그렇지.
욕지거리가 사장이 듣기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서 전무. 일 얘기 하는 중이다. 현장이 아니란 말이다.”
“말이 그렇잖습니까? 현장 직원들을 호텔에서 재우겠답니다. 이런 얘기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전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어허! 그래도…….”
“이놈 저놈 다 합치면 500명 가까이 될 텐데…….”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야! 아예 호텔을 전세 내지 그러냐? 아니 일을 하기는 할 생각이냐?”
나도 말 곱게 할 생각 없었다.
“예! 말 그대로 존나 덥죠.”
사장의 눈총을 받으며 말을 이었다.
“특히 리야드는 대박이죠.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아스팔트가 녹아서 찐득찐득합디다!”
욕지거리로 받아치는 내게 서 전무가 살기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그렇게 싫으면 가지 마. 내 부하들 보낼 테니까!’하는 말이 입 언저리에서 근질거리겠지.
그런데 못할걸!
내 장인들 아니면 못하니까!
“거기 호텔 밀집가라서 교통지옥입니다. 그리고 그건 밤낮을 안 가리죠. 차 끌고 출퇴근하면 한 시간은 장난도 아니죠.”
살기 어린 시선을 맞받아치며, 사장에게 물었다.
“교외까지 걸어 다닐까요? 그 찜통 같은 거리를?”
그렇잖아.
장인들 평균 나이가 50대인데, 그 노인네들더러 돈 벌고 싶으면, 이 찜통을 걸어가라고 할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을?
일이 힘들어서 죽는 게 아니라, 더워서 쪄 죽지.
‘없던 병도 걸릴 판인데, 그래서 무슨 일을 해!’
또 현장에 오면 나 때문에 힘들어 죽을 건데, 적어도 다른 어려움은 겪지 않게 하는 게, 고용주로서의 예의 아니냐?
말 그대로 소처럼 부려먹을 생각인데!
‘나는 소를 부려도, 제대로 재우고 제대로 먹인다고!’
사장이 내 말에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호텔에서 묵어야 된다?”
그도 딱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
어쩔 수 없이 수긍하려 노력하고 있을 뿐!
“이유는 또 있습니다.”
“뭔가?”
“리야드 호텔은 방문객이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까지는 그랬습니다.’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어차피 허풍 쳐도 모른다.
직접 가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렇겠지.”
“거짓말 안 하고, 사람들 몰릴 때는 일 분에 한 대씩 차량이 들어오죠. 주로 링컨이나, 벤틀리 등등. 전부 고급 차량들이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서 전무가 눈을 부라렸다.
못 본 척하며 말을 이었다.
“같은 5성급 호텔이라고, 한국과 같은 수준의 방문객이라 생각하시면 곤란하죠.”
거기는 일반 시민이 벤츠를 타고 다닌다고!
우리나라로 치면, 티코나 구형 프라이드 수준이라고 할까?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그거 긁으면 현재에서 보상할 겁니까?”
“흥. 그걸 우리가 왜?”
코웃음으로 응수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럼 매일 하루 한 번씩 물건 받아야 하는데? 낮에 받을까요? 밤에 받을까요?”
‘이제 상황 파악이 되냐?’
한국에서는 현재 건설이 말 꽤나 먹히는 갑일지 몰라도, 거기서는 그저 흔한 기업에 불과하다고.
사장은 수긍한 모양이다.
“밤이 좋겠지. 호텔 영업에 방해가 덜하니까.”
“서 전무님. 아시죠?”
“내가 뭘 알아?”
“다음 날 아침에 작업하려면,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자재들을 제자리에 갖다놔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거요.”
눈을 굴리던 그가 퉁명스레 말했다.
“그렇겠지.”
“‘그렇겠지.’가 아니라, 당연히! 그런 겁니다.”
볼을 씰룩하면서도 반박은 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해야 가능한 겁니다. 밤에도 영업은 하니까요.”
‘책상머리라고 했나?’
현장 경력은 당신이 길지 몰라도, 현장 짬밥은 내가 훨씬 많이 먹었을 거다.
미간을 좁히는 그들에게 말을 이었다.
“물건 받고 배치하고 나면 한밤중일 텐데? 거기서 숙소로 갈까요? 한 시간 걸려서?”
사장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서 전무. 다른 방법이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호텔 숙박비용이 장난이 아닐 텐데, 그걸 어떻게…….”
사장이 내게로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일박에 천 정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서 전무가 경악했다.
“처, 천?”
“달러요.”
사장도 놀랬던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그럼 그렇지!”
천 달러라고 해도 150만 원이었지만, 충격이 너무 커서 작게 보였을 것이다.
서 전무가 만류했다.
“사장님! 그래도 이건 안 됩니다.”
‘고민되죠? 그 비용을 감수할 건지, 아니면 견적에 넣을 건지.’
손안에 굴러들어온 호박을 놓기는 쉽지 않거든!
하지만 고민을 없애 주기로 했다.
‘같이 일하는 게 목적이지, 겁주려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겁을 먹었으면, 달래줘야지.
“사장님. 그래도 제 방법대로 하면, 생각보다 현재 건설에서 부담해야 할 건 그렇게 크지 않을 겁니다.”
사장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어떤 방법인가?”
“호텔에서 숙박하는 건,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하면 됩니다. 공사하는 층의 방을 쓰겠다고요.”
비용절감이 된다는 말에 사장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정말 그게 가능한가?”
“네. 이것도 해 봐야 알겠지만, 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어차피 뜯으면 영업하지도 못할 거고, 그 위 아래층은 시끄러워서 손님 받지도 못해요.”
서 전무도 이 말에 대해서는 수긍했다.
“그건 저도…….”
“그래도 만약에 못 하겠다고 하면?”
사장의 염려에 못을 박았다.
“알리 왕자에게 그 정도 부탁할 정도의 사이는 됩니다.”
“아! 그런가? 그럼 좋지.”
사장이 서 전무를 쳐다봤다.
‘이 정도면 큰 부담은 아니잖아!’라는 눈빛!
그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비용 세이브 한다는 데까지 반대를 할 수는 없겠지.
입맛을 다시며 너스레를 떨었다.
“좀 덥고 불편하기는 해도 어쩌겠습니까? 회사에서도 희생을 감수하는 만큼, 팀원들도 그런 고생은 감수할 겁니다.”
‘덥고 불편한 건 거짓말이지.’
산유국이라 그런지, 에어컨 트는데 쓰는 돈을 아끼지 않더라고. 궁에 있으면서 추워 죽는 줄 알았네. 어휴!
하지만 사장은 그것만 해결되어도, 감지덕지하는 표정이었다.
객실 하나에 하루 기본 150만 원을 넘는 호텔이니, 부담할 생각을 하면 숨이 턱턱 막히지 않겠는가?
사장이 입술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만 이해를 해 줘도 어딘가? 그 상황에서 일 해주는 것만 해도 어딘데. 정말 가능하겠어?”
“네. 가능합니다. 한 방에 여러 명 들어가면 되고. 사실 400개 객실을 동시에 공사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내 방법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제가 알리 왕자에게 양해를 구할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둘에게 말을 이었다.
이게 사실 용건이었거든!
“그런데 식비는 그렇게 안 돼요. 방은 있는 방 쓰는 거지만, 음식은 만들어야 하잖아요.”
“응. 그렇지.”
“장기 투숙으로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부담해야 돼요.”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
둘의 눈이 오가는 게 보였다.
머리 굴리고 있겠지.
어차피 해외 파견의 경우, 현지 지원에 대한 비용부담은 각오해야 한다. 그것까지 포함된 견적이니까.
좋지 않은 환경에서 묵되, 일하는 시간을 두 시간 이상 까먹을 것인가?
두 시간을 더 일하되, 좀 더 비용을 쓸 것인가?
‘고민할 것도 없지! 시간은 금보다 비싸거든.’
답이 나와 있는 문제였다.
‘여기서도 양보 안 하면?’
좀 더 밀어붙이지. 뭐!
아직 그들을 겁줄 소스는 수도 없이 남아 있다.
여차한 경우에는 왕까지 들이밀면서 겁을 주려고 했었다고.
왕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자식이 출세하겠다고, 아버지 이름 한 번 파는 게 뭐 어때서!’
내가 잘 돼서 알리를 도와주면, 더 기뻐하실 분인데.
잠시 후, 사장이 말했다.
“좋네. 자네가 그리 신경을 써준다 하니, 우리도 그 정도는 하는 게 맞는 것 같군.”
“감사합니다. 저도 현재도 다 잘되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골치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사장이 물었다.
“자재는 또 얼마나 좋을 걸 쓰려고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