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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314화 (314/427)

건축의 신 314화

취업선물(06)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에도 연신 다른 사람들에게 붙들려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압둘을 보며 말했다.

“저렇게 인기가 많았어요? 압둘이?”

그 모습을 보며 알리가 듬직하게 웃었다.

“쿠웨이트는 우리의 든든한 우방이니까.”

비단 쿠웨이트만이 아니라, 압둘에 대한 신뢰까지 포함된 말일 터.

인파의 장벽을 헤치고 우리에게 다가온 압둘이 작게 한숨 쉬었다.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군.”

하지만 알리는 아까와는 다른 말을 했다.

“흥. 차기 쿠웨이트 국왕께서 납셨는데, 오죽하겠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

압둘이라고 질 텐가?

“어디 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왕만 할까?”

알리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툴툴거렸다.

“쳇. 나를 곤경으로 몰아넣은 인간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군.”

그저 농담에 대응을 한 것뿐인데, 저렇게 투덜대니 압둘로서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그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 입맛을 다실뿐이었다.

둘을 보고 있으니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서로 앞에서는 좋은 말을 하지 않는군. 중년의 유치한 경쟁심인가?’

주제를 돌리려는 듯, 압둘이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중동으로 날아온 건가? 성훈.”

알리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타박했다.

“자네를 초대한 건 나라고. 나한테 먼저 고맙다고 해야지!”

압둘도 질세라 알리에게 투덜거렸다.

“됐네! 초대는 무슨! 성훈이 오는 줄 알았다면, 자네가 오지 말라고 해도 왔을 텐데. 오히려 너무 늦게 연락을 주는 바람에 얼마나 서둘렀는지 알아? 혼내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라고.”

“흥. 고맙네. 혼내지 않아 줘서.”

“그건 됐고. 성훈! 쿠웨이트에도 들렀다가 가야지?”

그 말에 알리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압둘도 기색을 채고 즉시 다른 말을 둘러댔다.

“카미가 보고 싶어 해서 말이야.”

“흥.”

투닥거리는 둘을 보며 생각했다.

‘카미도 보고 싶기는 하지만, 아직 쿠웨이트는 시기상조야.’

지금은 알리에게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였다.

무게추가 압둘 쪽으로 과하게 기울었다고.

얼른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쿠웨이트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아뇨. 압둘. 그럴 시간까지 될 것 같지 않네요. 이번에도 겨우 시간을 낸 거예요.”

“잠시만 들르면 되는데, 그것도 어렵나?”

아쉬워하는 그에게 미안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럴 거예요. 이번에도 아크람과의 약속 때문에 억지로 온 거예요.”

“아크람? 왜?”

“약속을 했잖아요. 일 년 내에 들르기로! 회사에 들어가면 도저히 짬이 안 날 것 같아서, 그 전에 들른 거예요.”

“그런가? 아쉽군. 정말.”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때 방문할게요. 나중에.”

기대를 하지 않게 딱 자르면 좋겠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운을 띄워두는 것이었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압둘을 보며, 알리가 압둘의 뒤에서 고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알리. 지금 웃고 있는 건가?”

알리의 반응을 예상이나 하는 듯 그는 돌아보지 않고도 정확히 짚었다.

“크흠. 누가 웃었다고 그러나?”

알리가 머쓱하게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일로 차기 왕위는 확실히 굳혔겠군.”

“음. 당장은 내가 경계해야 할 형제들은 없다고 봐도 되겠지. 자네가 양보한 덕분이야.”

“킁. 그게 어디 내가 결정한 건가? 더 베팅을 하고도 이런 결과를 맞았으니, 할 말이 없군. 그나저나 부왕께서 많이 기뻐하셨겠군.”

압둘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업을 경영하는 거나, 나라를 경영하는 거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아버지의 평소 지론이시지.”

알리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기가 딱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어.”

“그렇지. 원유야 있는 걸 파는 거라서 걱정하지 않으셨는데, 그 외의 것을 걱정하셨지.”

“영원히 기름이 나오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자네 부왕께서는 관광을 중시하셨지.”

압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유가 폭락 때문에 염려를 많이 하셨는데, 그 와중에 내 호텔에 손님들이 몰린 거지.”

“하긴! 일 년 치 숙박비를 미리 받았으니……. 쩝.”

“덕분에 급한 위기는 면했다네.”

“위기는 무슨! 사상 초유의 흑자라고 떠들어대던데. 이번 예약금만 해도 지난 삼 년 치 숙박비를 넘어선다면서?”

부러움 가득한 알리의 말에 압둘이 눈썹을 으쓱이며 말했다.

“왜? 난 겸손하면 안 되나?”

“그나저나 예약이 얼마나 밀린 건가?”

부러운 눈초리로 알리가 물었다.

“뭐. 앞으로 일 년은 예약 불가능!”

“크. 잘됐군. 그래. 그렇게 노력했는데. 알라의 축복일세.”

“그러게. 이래서 시설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니까! 그렇게 고객을 유치하려고 돈을 뿌릴 때는 반응이 시큰둥하더니, 지금은……. 크.”

차마 알리 앞에서 더 자랑할 수는 없었던지, 압둘은 뒷말을 흐렸다.

“시기가 시기였던지라, 부왕의 눈에 확실히 들었지.”

“압둘. 자네 위상이 더더욱 굳건해졌겠군.”

“응. 이제 우리가 약속했던 아라비아 반도의 평화가 머지않았네.”

“그렇지. 자네와 나만 의지가 굳건하다면, 언젠가 이루어질 일이지.”

“그러려면 알리, 자네가 반드시 왕이 되어야 하네.”

압둘의 격려에 알리는 꾹 다문 입술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해결책은 찾은 건가?”

알리의 호텔을 살릴 방도를 묻는 것이리라.

“아니. 아직은 없지…….”

“끄응. 문제로군.”

압둘의 진심이 묻어나는 염려였다.

친우의 고난에 안쓰러웠던 것인가?

알리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말게.”

“어떻게 걱정을 안 할…….”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내 구세주가 있질 않나?”

내가 황당한 눈으로 알리를 돌아보았다.

“내가 왜 당신 구세주죠? 난 단지 아크람 때문에 온 거라고요.”

일을 딸 때 따더라도, 튕길 때는 튕겨야지.

‘이 순간을 위해서 단 한 번도 조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날 이리 곤경으로 몰아넣었으니, 끄집어내는 것도 자네 손으로 해야지.”

지금 알리의 얼굴 어디를 봐서 곤경이라는 단어가 떠오를까?

“엄살 부리지 마요. 덩치는 산 같은 양반이.”

내 농담에 대한 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성훈. 나도 부탁하네. 알리, 이 녀석이 앓는 소리를 안 해서 그렇지. 지금 상황이…….”

알리가 그의 말을 손으로 막았다.

“내가 직접 말하지. 성훈!”

“네. 말씀하세요.”

둥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알리가 내 손을 꼭 잡았다.

“한 번만 살려줘.”

“네?”

먼저 부탁하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을 직접 들을 줄이야.

알리의 손 위로 압둘의 것도 겹쳐졌다.

“나도 이리 부탁하네. 이 일은 우리 쿠웨이트의 반 백년 평화도 달려 있다네.”

농담처럼 들리던 알리의 말이 압둘의 무게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흠. 정말 심각한 모양이네.’

외부에서 느끼는 것과 본인의 온도 차는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사람이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극한상황까지 몰렸을 때 구해준 사람을 가장 오래, 그리고 강하게 기억한다.

불길을 죽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수많은 소방관들보다, 그 불 속을 걸어 들어와 준 단 한 명만이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지.

‘아마도 가장 절박한 순간,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이겠지.’

가장 아래 있던 내 손을 빼내어 다시 둘의 손등 위에 겹치며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방법은 있어요.”

“정말인가?”

입을 맞춘 듯, 동시에 놀라는 두 왕자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큰 기대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걸 보니.

‘이 양반들이! 그냥 떠본 거냐?’

압둘의 입이 먼저 열렸다.

“뭔가? 그 방법이!”

“거 봐! 압둘! 내가 성훈이라면 방법이 있을 거라고 했지!”

말없이 알리의 눈을 직시했다.

‘지금의 절박한 순간을 잘 기억하라고.’

누가 당신을 구원했는지!

당신의 뇌리에서 나, 김성훈을 지우지 말라고.

알리가 말한 구세주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길 빌었다.

이 둘과의 관계는 내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한동안 중동에서는 초고층 호텔을 경쟁하다시피 짓거든. 넘쳐나는 오일머니를 쓸 곳이 없었는지 몰라도.’

당사자인 알리보다 압둘의 눈빛이 더 간절했다.

“속이 바짝바짝 타는군. 얼른 말해 보게.”

알리가 친우의 얼굴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누가 보면 자네가 내 처지라고 착각하겠어.”

“자넨 뭐가 그리 느긋해? 지금 속으로는 똥줄이 탈 지경이면서.”

“그래도 방법이 있다니 다행이지 뭔가?”

알리가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뜸 들이고. 말해 보게. 그 방법이 뭔지.”

하지만 나는 압둘에게 얼굴을 돌렸다.

“먼저 압둘에게는 양해를 구해야겠네요.”

그 말에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알리였다.

“설마 성훈! 압둘의 호텔에 피해를 끼치는 것인가? 그런 거라면…….”

압둘의 얼굴도 덩달아 어두워졌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일단 들어나 보세.”

“하지만 자네 호텔에 있는 모형과 같은 거라면…… 기껏 만들어둔 자네의 위상이 무너질 것 아닌가?”

압둘이 그의 성급함을 타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고작 그런 걸로 성훈이 자네에게 우선권을 말했을 리 없지. 안 그런가?”

“네.”

“거 봐. 일단 차분히 앉아서 들어보자고. 알리.”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진 알리를 달래며, 압둘은 내게 대답을 재촉했다.

“새롭다면 새롭겠지만, 압둘의 모형과도 연관이 있으니 이게 완성되었을 때, 압둘 당신이 타격을 입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죠.”

“음. 어떤 연관인가?”

“이번에 하려는 건 당신 모형의 확장판입니다.”

“확장판?”

“네. 그 모형을 실제 크기로 만드는 것이죠.”

압둘의 입에서는 실소가 흘러나왔고, 알리는 동일한 모형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큭! 그렇군.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이건 압둘, 당신 호텔의 전시가 성공적이었기에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끙. 그럼 내 호텔의 모형은, 말 그대로 샘플이라는 거군.”

“네. 아주…… 성공적인 샘플이죠.”

샘플이 성공을 거뒀으니, 실제 제품에서의 호응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압둘의 입꼬리가 삐죽거리며 올라갔다.

“이해가 가네. 왜 내게 양해를 구하는 것인지.”

그리고는 알리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알리. 자네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군.”

알리의 얼굴이 굳었다.

질량 보존의 법칙. 등가 교환의 법칙.

이해하기 어려운 법칙을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게 있다.

어디가 흥하면, 어딘가는 망하는 법.

모두가 이득을 보는 경우는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생각이 알리의 머리를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할 말을 찾지 못한 모양이다.

받아들이면 압둘의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되고, 거부할 경우 자신의 몰락은 정해진 수순!

“전 이게 최고의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성훈…… 어떻게 이게…… 친우의 희생을 담보로…….”

압둘 또한 말이 없었다.

알리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아니죠. 어차피 누군가는 그 모형으로 작품을 만들 거예요. 아마도 나 같은 한국인이 하게 되겠죠. 한국인의 손이 아니면 그 느낌 못 살리니까.”

고민하던 압둘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성훈의 말을 들은 순간, 떠오른 게 그거였지. 누가 해도 할 거라는 거.”

알리도 수긍했지만, 완전히 납득하지는 못했다.

“음. 그건 맞는 말이야. 그래도 역시 최고의 전략이라는 말은…….”

알리의 눈이 압둘에게로 향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압둘이 떠안아야 할 것이므로.

‘하지만 지금은 압둘보다는 당신이 먼저죠.’

재빨리 말을 이어 붙였다.

“타이밍 조절이죠.”

“타이밍?”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입니다. 각 모형들을.”

“그래도 역시 압둘에게 손해가 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조용히 있던 압둘이 그의 말에 제동을 걸었다.

“아니. 그 방법이 맞아.”

“어떻게 말인가?”

“어차피 당할 거라면 최소화하는 게 답이지. 그리고 성훈이나 자네 아닌 다른 사람이 진행한다면, 난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거야.”

압둘이 알리의 손을 잡았다.

“그럴 바에야, 자네 호텔에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드는 게 나아. 그리고 성훈.”

“네?”

“자네는 이 녀석에게 우선권을 준 거지. 전권을 준 건 아니질 않나?”

“그렇죠.”

전권은 내 거니까!

압둘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성훈. 한국에 내 모형만 만들 정도로 문화재가 부족한 것은 아니겠지?”

“하하. 당연하죠. 널린 게 문화재죠.”

“알리의 호텔에 공사를 완료하려면 적어도 일 년은 걸리겠지?”

그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들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압둘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알리 녀석의 호텔에도 모형 몇 개 만들어주게.”

알리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그건 뭐하러?”

“그때는 네 녀석이 샘플이 되는 거지.”

알리가 손뼉을 짝 쳤다.

“크하하하. 그다음에는 압둘, 네 호텔에 실제 사이즈로 만들겠다는 거냐?”

압둘이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왜! 안 되냐?”

“크크크. 안 될 리가 있나? 그렇게 하게나.”

답답한 상황을 벗어날 길을 찾은 알리가 평소의 호쾌한 웃음을 되찾았다.

하지만 진중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어물쩡 봐주고 넘어가지 말라고. 나도 그럴 테니 말이야.”

“내가 할 소리군. 우리 사이에 봐주는 게 어디 있어? 그리고 이제 겨우 숨통이 트였는데, 누가 누굴 봐 준다는 말이야.”

“크하하하. 그렇지. 이제 긴장하게.”

알리는 내게로 말문을 돌렸다.

“응당 취직을 했으니 그럴듯한 선물을 해 줘야 하는데, 귀찮은 일거리만 맡겨서 미안하이.”

미안해하는 알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게 저한테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자넨 참 특이한 사람일세. 이런 귀찮은 일을 선물이라 하다니? 크하하하.”

알리가 웃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응. 정말 괜찮아. 일 년이라면…….”

‘압둘의 일 년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

알리는 그 의미를 아는지, 얼굴이 어두워졌다.

“부왕께서…… 그렇게까지 안 좋으신 건가?”

“연세가 있으시니, 의사들이 어찌할 수 있는 경지는 이미 지났지.”

“자네를 위해서 버티고 계신지도 몰라.”

“알라의 도우심이지.”

알리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부왕의 장례식이 자네의 즉위식이겠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나는 좀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네.”

둘의 위로와 격려는 계속될 수 없었다.

그들의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때문에.

“이게 누구신가? 차기 쿠웨이트 왕, 압둘이 아니신가?”

목소리만으로도 정체를 알았나 보다.

두 왕자의 얼굴이 우그러진 양철마냥 구겨졌다.

뒤이은 말에 내 얼굴도 구겨졌다.

“왕이라면 격에 맞게 처신해야지. 왜 알리 같은 녀석과 어울리는가? 곧 빚더미 위에 앉을 놈인데!”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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