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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276화 (276/427)

건축의 신 276화

추종자들(06)

“성훈 님, 아무리 왕자님의 친우시라 하셔도, 이건 너무…….”

탈랄이 곤란한 표정으로 만류를 하려고 했지만 압둘이 저지하며 말했다.

“그만둬, 탈랄!”

“하지만 왕자님!”

압둘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 대충 얼버무렸다가는, 성훈 저 친구에게 정말 멍청한 장사꾼으로 취급당한다고.”

그리고 팀원들을 향해서도 말했다.

“거기 성훈의 동업자들! 잘 들어 두게나. 두 번 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와 동시에 눈으로 압박했다.

판매에 반대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 말이다.

‘쯧. 애들을 상대로…….’

내 눈치에 압둘이 압박을 거뒀다.

“귀찮기는 하지만, 항목별로 얘기를 해주지.”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

민수가 물었다.

“형, 파시는 방향으로 마음이 바뀌신 거예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왜 압둘을 부르신 거예요?”

“아까 말했던 대로야. 그가 부른 금액이 과연 납득할 만한 건지 알고 싶었거든.”

민수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당장 팔지도 않을 거면서, 물어보면 압둘 왕자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파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중요한 건 과연 제대로 가치를 쳐줬느냐는 거지.”

“그게 중요한가요? 저렇게 거액을 부르는데?”

“응, 중요해.”

지금 내게는 이 작품의 가격보다도,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의 가치가 중요했고 그들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했다.

“녀석들을 한 번만 쓰고 버릴 생각이 아니었거든.”

“형이 팀원들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요.”

“응, 중요해. 한 번 손발을 맞춰 보니, 꽤나 쓸 만한 녀석들이더라고. 그럼 내가 현재에 들어가고 나서도 계속 써먹어야 하지 않겠어?”

그들은 내가 현재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형은 곽 이사님도 있고, 양 이사님도 있잖아요.”

회사의 중역들이 할 수 없는 일, 실무자들만 할 수 있는 일도 있지 않을까?

“모든 일을 하는 데 그들을 거칠 수는 없지 않겠어?”

하지만 그런 인물들이 회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는 곤란했다.

민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매일 허드렛일이나 하는 녀석들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죠. 그렇게 된다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될 뿐이죠.”

민수의 말이 맞았다.

지금 스스로 자립하지 못한다면 내가 그들이 성장할 때까지 케어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민수야, 그건 나한테 너무 메리트가 없잖아.”

민수가 물었다.

“만약 가치를 제대로 매겼으면 파실 거예요?”

그 말에도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다음에는 내 작품을 제대로 잘 살려줄지를 판단하겠지.”

무작정 돈이 된다고 해서 팔 생각은 없었다.

이 작품의 생명은 보이는 것에 있다.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창고 한구석에 박히면 의미가 없잖아.”

나는 작품으로 파는 것이지, 어느 개인의 수집품으로 팔 생각이 없었다.

“그럼 압둘의 입장에서는 손해 아닌가요?”

“사지 말라고 하지, 뭐! 내가 사 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잖아.”

뻔뻔스러운 내 말에 민수가 어이없다며 웃었다.

“크큭,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압둘 왕자가 포기하면 어떡하실 거예요?”

그 말에 압둘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훗!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압둘은 열정적으로 팀원들을 납득시키고 있었다.

민수가 처량한 표정으로 그를 동정했다.

“휴,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압둘이 불쌍하네요.”

“아니야. 사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에게도 기회가 될 거야. 적어도 확실한 구매 의사가 있다는 걸 내게 어필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압둘에게 집중하는 팀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들에게도 확인시킬 필요가 있었거든.”

“뭘요?”

“자신들의 몸값을. 현재건설을 만나는데 긴장하는 건 그걸 모르기 때문이야.”

‘모른다면 스스로 알게끔 가르쳐 줘야지!’

성공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지금 얼마 정도 결승점을 남겨두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성공에 90%에 도달을 했는지, 99%에 도달을 했는지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말이다.

목표점에 도달해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그걸 확인할 수 있다.

‘한 번 성공해 본 사람이 두 번째 성공에 도달하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지.’

한 번 갔던 길이기에 어디에서 쉬어줘야 하고 어느 지점에서 바짝 긴장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민수에게 말했다.

“그래서 녀석들은 지금 자기가 얼마나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를 몰라.”

“우위라고요?”

“응, 우위!”

민수는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거렸다.

“성공에 도달할 때, 노력의 결과물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 알아?”

“글쎄요.”

이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경험으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결승점에 도달하기 직전이야.”

“그런가요?”

쉬는 건, 결승점을 지나서 하면 된다.

민수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소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어?”

“무슨 말이에요?”

“개고생을 하고도, 쥐에게 일 등을 빼앗겨 버린 멍청한 소 말이야.”

“아! 십이지신 이야기군요.”

“응!”

영원을 결정짓는 결승점의 마지막 순간에 소는 긴장을 풀어버렸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샴페인을 터뜨려 버렸다.

자신의 머리 위에 쥐새끼 한 마리가 눈을 번쩍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소는 영원히 쥐의 뒤통수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민수가 결론을 내렸다.

“소가 자신감이 과했던 거군요.”

이처럼 마지막 순간에 자신감이 과한 것은 독이 된다.

그러나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더 큰 독이다.

아니, 그것 자체로 맹독이 아닐까?

평생을 경주하는 인생에서 자신감 없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결승점에 거의 다 도달을 하고도 자신감의 부족으로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미지의 성공에 대한 두려움에 한 발 물러서는 순간, 기회를 보던 또 다른 쥐들이 달려든다.

그들은 노력한 것이 없기에, 잃을 것도 없다.

잃을 것이 없는 자들이기에 그들은 용감하다.

이제나 저제나 눈치만 보고 있다가, 못 먹어도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진흙 묻은 발을 들이민다.

민수에게 말했다.

“십이간지의 첫 번째는 쥐야. 밤새 열심히 달린 소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직한 소 대가리 위에 편안하게 앉아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뛰어내린 쥐가 십이지신(十二支神)의 수장이 되었다.

영리함의 다른 표현은 교활함이다.

민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순간이야.”

과한 자신감으로 긴장을 놓아서도 안 되고, 부족해서 한 발 물러나서도 안 되는 순간!

민수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가요? 전 아직 잘 모르겠네요.”

“그 바쁜 사람들이 미쳤다고 여기까지 올까? 우리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고?”

“아무래도…… 그들도 관련이 있으니까.”

민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대상을 탈 가능성이 없거나, 혹은 지금처럼 이슈가 되지 않았어도 온다고 했을까?”

민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특히나 왕 회장이 온다는 사실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외신들까지 떠들썩했으니, 궁금했겠지.’

우리는 성과를 냈고, 그걸 현재 쪽에서는 확인하러 오는 것이었다.

정말 그렇게 대단한 성과를 내었는지, 매체에서 과도하게 띄우는 것은 아닌지.

가산점의 약속을 지킬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혹은 더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민수야, 기업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딱 하나야!”

확신하며 말을 이었다.

“이게 돈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

기업에서 하는 자선사업?

그건 세금의 절세 혹은 기업 이미지의 개선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그 사람들이 불쌍해서,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은 아니리라.

‘그럴 거면 애초에 기업을 하지 않았겠지.’

이득을 등한시하는 기업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확인하러 오는 거야. 신문에 난 것처럼 대단한 결과라면 자기들이 제일 먼저 우리와 협상하기 위해서.”

4명의 특채?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거다.

그것만 투자할 생각이었다면 양 이사 선에서 하라고 했겠지, 굳이 왕회장이 올 필요가 있을까?

‘그가 온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거지.’

민수에게 말했다.

“내가 현재 사장이라면 이 인원들 몽땅 데려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능할까요? 금년도 입사 정원이 있는데…….”

회사의 규칙은 유동적으로 변한다.

변화의 기준은 이득, 그리고 오너의 결정.

“나라면 정원을 두 배로 늘이는 한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할 거야.”

민수는 납득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왜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데요?”

“자기들이 모시고 가지 않으면 다른 경쟁사에서 모시고 갈 거거든. 더 좋은 조건으로! 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갈라진 팀원들끼리 연락을 할 테니, 각자의 조건을 확인하는 건 문제도 아니겠지.”

민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치열하게 시간을 보낸 만큼 팀원들 간의 동료애도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당연히 가장 조건이 좋고,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마음이 흐르게 되지.”

“그 말은 채용을 해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말이군요.”

“응, 해결책은…….”

“통째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어.”

“형 말대로라면 현재에서 기를 쓰고 다 데려가려고 하겠군요.”

“지금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잖아.”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지.”

아직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몇몇의 대기업은 우리를 영입의 대상으로 물망에 올리고 있으리라.

‘적어도 한국의 기업하는 사람들은 몽땅 그 방송을 봤을 거라고.’

현재도, 태림도, 샤롯데도.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건설 회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 방송을 봤을 것이다.

“우리를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민수가 눈을 반짝였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대충 이해가 되지? 왜 우리가 우위에 서 있다고 말하는지?”

우리의 선택처가 현재밖에 없었다면, 우위는 현재건설이 차지했을 것이다.

민수가 씨익 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현재 마음에 들기 위해 조바심을 내는 게 아니라, 그 반대가 되겠군요.”

“그래! 현재가 우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그룹들과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팀원들을 보며 읊조리듯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굽히고 들어가야 할 이유가 어디 있지?”

“아! 그래서 아까 형이 짜증을 냈던 거네요.”

민수는 가장 민감하게 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짜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요.”

지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우직하게 일만 하고, 열매를 얻지 못하는 멍청한 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협상에 닳고 닳은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

그럼 절대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실력을 드러내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겠다고?

‘안타깝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회사가 나를 놓치고 안타까워하는 경우는 나를 놓쳤을 때뿐이다.

입사시의 대우는 끝까지 유지된다. 별 이변이 없는 한!

왜?

회사는 그런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연봉만큼 대우하고, 연봉만큼 일을 맡기니까.

현실과 이상, 그 사이에는 엄연한 갭이 존재한다.

TV에서 보는 멋있는 성장드라마?

그건 주인공이 대기업 후계자일 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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