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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231화 (231/427)

건축의 신 231화

심사의 자격(02)

“학생회장이 할 말이 있답니다.”

보람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천천히 학우들을 훑어보며 눈을 맞추었다.

“승범 학우의 말을 빌리자면, 주최 측에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말씀을 하시네요.”

승범이 반박했다.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협력하려고 모인 사람들의 호의를 당신네 마음대로 이용하려는 것 아닙니까?”

‘호의? 내가 보기엔 네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 같은데.’

경호 말처럼 호의를 권리인 줄 아는 것.

‘착각할 수도 있지.’

그 사람들을 탓해서 무엇 하랴!

우유부단한 내 행동 때문에 생긴 일인 것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웃으며 넘어가려 했는데. 그래서 심사권도 대목장에게 양보했다구. 이런 말이 나올까봐.’

문제는 그걸로 부족하다는 거지.

승범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고. 여기 있는 사람들의 과반수가 그런 눈빛이었다.

어디까지 양보하라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양보에 익숙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손이 근질거렸다고.’

그리고 먼 미래를 본다고 할 때, 이 녀석들도 분명히 현재 건설을 일순위로 지명하겠지. 대상을 탄다면 분명히 그렇게 할 걸.

가산점을 포기하고, 다른 기업을 지원할 멍청이는 이 중에 없을 테니까.

그 말은 곧, 이 녀석들과 두고두고 현재 건설에서 얼굴을 마주친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지금 확실히 선을 그어둬야지. 그때 가서도 만만하게 보고 딴지 걸면 곤란하지.’

녀석이 말하는 요지는 ‘김성훈 네가 심사할 자격이 있느냐?’는 거였다.

‘그 도전, 접수했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톡톡하게 받아낼 테다.

“먼저 오해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무슨 오해 말입니까?”

“저는 여러분과 윈윈할 생각이 없습니다.”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어차피 이들과 한판 붙을 생각인데, 웃는 얼굴 할 필요가 뭐 있어?

‘자격을 보이라며? 실력을 보여 달라는 거지. 그럼 경쟁자잖아.’

호인을 가장하며 그들에게 잘 보이려던 가면을 벗어던졌다.

이미 링에 올라갔는데, 잘 보일 필요가 뭐 있는가?

오가는 건, 주먹뿐일 텐데.

민수가 염려스러운 얼굴로 단상으로 다가왔지만,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미 레이스는 시작됐다고.’

내 호의에 호의로 답했다면, 나도 기분이 좋았을 거고, 보람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잘 대해 줬는데도 이렇게 나온다면?

계속 숙일 필요 있어?

내가 봉이야?

‘장기 말들이 선수에게 덤비는 경우 봤어?’

내 앞에 있는 자들은 내게는 말이었다.

용도가 다하면 바꿀 수 있는 장기말.

웅성거리는 가운데, 승범이 물었다.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 주시죠.”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은 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했던 겁니다. 여기 계신 학우들에게 가산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았다.

‘회사에서 직원들 좋으라고 사람 뽑아?’

‘국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당연히 아니지!’

‘그럼 나는?’

‘오히려 당신들을 위해 내 권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게, 오히려 난 이해가 안 된다고.

승범, 아니 모두에게 물었다.

“그게 어떻게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 겁니까? 내가 필요한 사람을 뽑은 건데. 그건 권력의 남용이 아니라, 당연한 절차입니다.”

승범이 반박했다.

“면접은 그렇다고 합시다. 그런데 심사까지 독식하는 건 과하지요.”

왜?

다 내건데?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지?

‘당신이 이 일을 하는데, 어떤 일을 했다고 저렇게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거야?’

살짝 짜증이 올라왔지만, 차분히 말했다.

“특채는 면접의 연장선입니다. 특채 심사권이 다른 사람에게 있으면, 누가 내 말을 듣겠습니까?”

“하지만…….”

“내가 주최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라는 겁니까? 지금? 그럴 거면, 나는 현재 건설의 취업지원을 받지 않겠습니다. 내가 왜? 내가 자선사업가입니까?”

잠시 술렁거렸지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그만둘 수 있습니다. 그럴까요?”

군중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오늘 갑질 한번 제대로 하네. 쳇!’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래는 살겠네. 욕 많이 먹어서.’

‘정말 그만 둘 거냐고?’

아니지. 난 절대 그렇게 못 하지.

이 박람회는 차후의 내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간기점이니까!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을 걸 아니까, 대놓고 지르는 거지.’

나 이렇게 화났다. 하고 말이야.

‘심사와 학생회에 대한 논란은 오늘로 종결시킨다. 확실하게.’

바로 말을 이었다.

차가운 분위기 속에 내 목소리만 퍼졌다.

“하지만 승범 학우의 제안대로 심사의 자격이 있는지, 평가를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 말은…….”

‘흥. 여기서 해명할 기회 따위를 줄 것 같아?’

날 순진무구 핫바지로 봐도 유분수지!

그냥 밀어붙였다.

다른 소리를 못하게.

“승범 학우 말은, 저에게 ‘심사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거 아닙니까?”

“저기. 회장. 흥분하지…….”

그를 직시하며 물었다.

“그게 아니면, 제가 싫어서 그냥 시비 한번 걸어보신 겁니까?”

그가 양손을 휘저었다.

“아니,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전 제 권리를 누군가에게 빼앗기기 싫고, 그렇다고 그 권리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듭니다.”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방법은 이것밖에 없죠.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인정을 받는 것밖에요.”

말려드는 느낌이 들었던지,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어쨌든 양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되지. 감사는 끝난 뒤에 하라고. 과연 감사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를 지목하며 물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안 물어보십니까?”

그는 나의 지목이 불편했는지, 다시 한 발 군중 속으로 숨었다.

“그건…… 다음에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피 말리는 논쟁도 끝나는구나.’하는…….

이걸로 끝날 거라고 생각해?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

나에게만 자격을 묻고 끝내시겠다?

내 사전에 그런 경우는 없어!

승범을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저의 자격 심사와 아울러서…….”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도우미들의 자격에 대해서도 중간 중간 심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내 말이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게 의미가 있습니까?”

“회장이 말하는 건, 특채에 대한 심사일 거야.”

“아냐! 도우미 자격 심사라잖아!”

“그걸 왜 해? 어차피 인원은 정해져 있는 거잖아.”

“회장. 정확하게 말해 주세요.”

“인원이 바뀌는 겁니까?”

질문에 답했다.

“아뇨. 인원은 바뀌지 않습니다. 50명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무슨 심사를 한다는 겁니까?”

그들에게 되물었다.

“제가 언제 이 인원으로 끝까지 간다고 한 적이 있나요?”

놀란 승범이 앞으로 나오면 물었다.

“예?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이 인원으로 결정된 것 아니었습니까?”

당연히 없었지. 지금 생각한 거니까.

누구도 물어본 적도 없고, 답한 적도 없다.

‘김성훈 호에 자리가 넉넉하다고 생각했어?’

어림없는 소리.

이 배는 ‘미리 보는 직장 체험!’의 무대라고.

살아남는 녀석들은 목적지에 도착할 거야.

너희들이 손에 쥔 건 승차권이 아니라, ‘배틀 로얄’ 입장권이니까.

뒤에 있는 민수를 돌아보며 웃었다.

‘내가 그랬지. 불 질러 놓겠다고!’

민수 녀석의 뜨악 하는 표정이 보였다.

‘편안한 여행 따위는 기대하지 말라고.’

“당신이 내게 자격을 물었습니다.”

“그건…….”

“내 자격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나만?’하는 생각이요?”

“회장. 나는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이미 호소력을 잃었다.

그 주변의 차가운 시선들이 말하고 있었다.

‘너 때문이라고.’

‘네가 문제를 만들었다고.’

‘그렇게 나대더니, 결국 사고를 치네.’

허나 이제 그건 그의 문제지, 나와는 상관이 없었다.

“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당신들의 요청대로 자격을 증명하겠다고요.”

‘다음에 나올 말이 뭐겠니?’

승범에게 지그시 눈빛을 보냈다.

일그러진 얼굴로 그가 물었다.

“회장 당신이 증명을 할 테니, 우리도 스스로 자격을 증명하라는 겁니까?”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답했다.

“정확합니다. 바로 그거죠.”

“어째서 이야기가 그렇게…….”

승범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당신이 시작한 겁니다.”

난 오히려 네가 고맙다고.

내가 거기로 비집고 들어갈 명분을 줬으니까.

네게 기대가 커!

‘말만큼 실력도 있다면, 남은 특채 한 자리는 네 꺼다.’

안 되면?

그건 지 사정이지. 내가 알 바 아니잖아?

승범을 직시하며 말했다.

“중간 중간의 심사를 통해서, 기존의 인원을 면접 차점자로 교체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누구 동의를 받고.”

“서로 자격을 증명하자는데, 뭐가 문제가 되는 겁니까?”

주변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며 말했다.

“저 작품은 누구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보람 팀의 컨셉을 그대로 가지고 왔군요.”

반쯤 열려진 지붕이 내 말을 증명하고 있었다.

다른 곳을 지적하며 말했다.

“이것도. 저것도. 거의 대부분이 카피군요.”

“이런 카피작만 나오는데, 자격이 있다는 겁니까? 이런 결과라면 보람 팀 하나만 끌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 들지 않으세요?”

“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무난하군요. 교수님들은 어떤 점수를 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낙제점입니다.”

내 말에 학생들이 고개를 숙였다.

반박할 말이라도 있을까?

‘가장 편한 길로만 가려고 한 결과지.’

좌중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현재 건설의 가산점을 달라고 요구했던 것은 우리 학교의 인재들에게 좋은 조건을 달라고 한 거나 마찬가집니다.”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조건이었으니까.

“현재 건설 양 이사는 저를 믿었습니다. 그의 실적을 걸고, 저의 제안을 수락한 한 거란 말이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보다 더 명성이 있는 대학들을 마다하고, 저를 믿어준 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영부영 정에 이끌려 사람을 뽑겠습니까?”

당연한 일!

“살아남기 위한 경쟁입니다.”

중인들이 내 말을 이해했다.

눈빛들이 빠르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학교 내에서의 경쟁도 못 버티는데, 현재 건설에서 일 년을 보낼 수 있을 같습니까? 거기는 경쟁이 없을까요?”

여기나 거기나, 어차피 경쟁이다.

여기서 나가떨어진 놈이 거기서 버틴다고?

‘그런 나약한 녀석들을 보냈다가는, 양 이사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할 말이 없다고.’

내가 계획한 일은 더더욱 할 수 없을 것이다.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벼랑 끝에서 살아남는 놈들만, 현재 건설로 데리고 가주지.

‘어디서 사람을 물로 봐?’

승범에게 미소를 던지며, 단상을 내려왔다.

타오르는 눈빛들이 승범에게로 향했다.

원망 가득한 시선들!

‘괜히 나서 가지고.’

‘너 때문에 안 해도 될 고생을…….’

‘다된 밥에 코를 풀어도 유분수지.’

승범의 어깨가 점점 움츠려 들었다.

단상을 내려가 민수에게 말했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활기찬 내 음성에 민수가 피식 웃었다.

“탈락자들, 어떻게 선별하려고요?”

심사를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에 대한 후폭풍을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겨우 그런 일에 우리 손을 왜 더럽혀?’

“각 팀에서 한 명씩 떨궈내라고 해. 가장 어울리지 못하거나, 실적 없는 놈들로.”

수재들이 모이는 S대, 거기에서도 꼴찌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라도 별반 다르랴!

“제일 못하는 애들을 뽑아서 뭐하게요?”

“그런 녀석이 빠져야 팀도 제대로 돌아갈 거고, 내팽개쳐지면 정신이 번쩍 들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민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떨구는데, 우리가 욕을 안 먹잖아.”

그 탈락자는 내 팀에서 최종적인 심사를 받을 것이고.

“밀려난 녀석들이 열심히 할까요?”

민수는 모른다.

벼랑 끝에 선 자가 얼마나 필사적인지.

“뭐. 어차피 내게 오는 녀석들은 더 갈 곳이 없으니까. 필사적이겠지. 안 그래도 방법은 많아! 필사적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주지.”

“더 밀어버리려고요?”

“당연하지! 나약한 놈은 필요 없다고!”

살아남는 녀석들은 보기 드문 소수정예가 될 것이다.

‘흐흐흐. 어떤 녀석들이 걸릴까?’

웃음이 절로 나왔다.

“민수야. 네 조각칼 좀 빌려야겠다.”

“오랜만에 모형 만들 생각을 하니까, 손이 근질거리나 봐요. 아까부터……. 크.”

민수의 타박에도 몸이 짜릿하다.

기분 좋은 긴장감!

‘녀석들을 깜짝 놀래킬 만한 걸 만들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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