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축의 신-208화 (208/427)

건축의 신 208화

3학년 2학기(16)

경주시장을 어떻게 동굴에서 끄집어낼지에 대한 논의가 끝났다.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용한다고 생각을 해서 마음이 편해진 모양인지, 홍 기자도 적극적으로 논의에 뛰어들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세 사람이 머리를 모으니, 진행이 빠를 수밖에.’

논의가 끝났을 때, 시장이 물었다.

“나야 이유가 있다지만, 넌 그 인간이 왜 그렇게 싫으냐? 그냥 네 라이벌이라서?”

나와 동일하게 대목장을 노리고 왔으니 그런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심히 불쾌해졌다.

‘라이벌이라니! 자존심 상하게.’

그건 그냥 똥 덩어리였다.

만약 라이벌이라 여겼다면 그의 역량을 인정했을 것이다. 또한 경우를 지켜가며 경쟁했겠지.

‘하지만 똥 치우는데도 정도를 지켜야 하나?’

구린내를 풍기는 똥은 그저 치워야 할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똥 치우는데 공을 들이고, 예의를 다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당장 치우지 않으면 나까지 그 냄새가 밸 텐데.

하나 내가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이런 개인적인 이유를 댈 수 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말해보라는 듯 그가 눈썹을 으쓱했다.

“첫째, 비리.”

“그거야 당연한 거고. 둘째는?”

“그는 그를 믿어준 시민들을 기만했습니다.”

“기만?”

“만약 제 예측이 사실이라면 그는 유권자들의 신뢰를 자기 이익 때문에 배신한 게 되는 거죠.”

“흠, 그렇군.”

“그게 제가 그를 미워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충분히 사죄하고 재평가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하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용서받을 기회조차 제 손으로 날렸다.

“이슈를 만들 수 있겠죠?”

홍 기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성훈 씨, 이 계획대로만 되면 어중간한 정치인들은 맥도 못 추고 콩밥 먹어요. 특종이라고 불러도 시원찮을 판에 겨우 이슈라뇨. 제대로 한 방 터뜨리겠습니다.”

그는 당장에라도 기사를 쓰고 싶은 눈치였다.

“이걸 홍 기자님께서 진행을 하시되, 몇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같이 짠 계획인데, 부탁이라뇨. 가당치 않습니다. 뭐든지 말씀하세요.”

부탁의 형식을 빌렸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조건이었다.

“첫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두 인물의 얼굴을 신문 첫 표지에 올려주세요.”

돈 몇 푼 횡령한 게 뭐 그리 큰 죄라고.

일시적인 실수라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들이 나중에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알거든.

얼굴도 알려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다가는 범죄의 반복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꼴이 될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홍 기자에게 말했다.

“이들의 얼굴을 전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들이 전통에 관련된 일을 절대로 할 수 없게 만들고 싶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습니다.”

“둘째, 차후로 전통에 관련된 비리가 발생할 때, 항상 이 두 인물을 떠올릴 수 있게 기사를 편집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건.”

“부담이 되십니까?”

“아무래도 그렇죠. 쥐도 구석에 몰리면 덤벼듭니다. 이미 그때가 되면 시장은 힘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계속 그들을 괴롭히는 건…….”

이런 사람들은 끈질기다. 특히나 돈맛과 권력의 맛을 본 자들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끊임없이 복귀를 위해 수를 쓸 것이다.

“경주시장의 수하가 지금 어떤 위치인지를 보세요. 잠시만 관심을 놓아도, 금방 복귀를 해버린다고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경주시장이 그의 뒤를 봐준 것처럼, 시장의 뒤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그렇기는 하지만.”

염려하는 그를 위해 수위를 낮췄다.

“홍 기자님, 꼭 이름이나 사진을 등장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경주를 언급하거나, 혹은 전 경주 문연 소장 정도로만 언급해도 됩니다.”

누구나 현재의 경주시장을 떠올리겠지만,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기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시비를 거는 순간, 언급된 인물이 자신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될 테니까.

“누군가를 상기하는 것은 구독자의 마음이지, 신문사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홍 기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이제 곧 인터넷의 시대가 되지. 전통 관련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장의 이름과 행적을 퍼 나르는 사람들이 생길걸? 흐흐.’

“셋째.”

“또 있습니까?”

“총 네 가지입니다.”

“끄응, 말씀하십시오.”

“각 지역 신문들과 연계해서 분기마다 한 번씩 그 지역 전통에 관해 소식을 전하는 겁니다. 비리를 캐든지, 아니면 좋은 소식을 전하든지.”

또 다시 홍 기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성훈 씨, 저는 그렇게 인맥이 좋지를 않아서.”

“한국은 좁습니다.”

좁디좁은 한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얼굴에 철판 깔려면 아직 멀었군.’

그는 동의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도 정보 하나 줄 테니, 네 것도 나눠달라고 하세요. 인맥 넓히는 게 별겁니까? 하다 보면 느는 거죠.”

한 가지 직종에 오래 몸을 담고 있으면, 그 계통 소식에 빠삭하게 되는 날이 온다.

“두 다리 걸치면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게 빈말이 아닙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노력을 결과로 만들어서 보여주세요.”

핑계가 시작되면 끝이 없다.

바로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다시 공직에 앉는 일이 생긴다면 저에게 바로 알려주십시오.”

“그건 왜요?”

그들은 대담하게 공금을 착복했지만 단 한 번을 걸리지 않았다.

‘십 년을 아무 이상 없이 이득을 취했는데, 배후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

그 배후에게는 전통이라는 분야 또한 수금 대상의 일부일 뿐이겠지만.

하지만 나는 아직은 그 배후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내가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내 앞길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자들과 실랑이를 하기에는 내가 너무 바쁘다고.

‘대신 경주 시장 패거리만큼은 반드시…….’

“그들이 다시 그 자리에 앉는 것만큼은 용서가 안 되네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까요?”

“오히려 그런 일이 없다면 이상하겠죠.”

이미 맛을 본 자들이 그 자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을까?

이가 다 썩어가도, 혀를 녹이는 그 달콤함을 잊을 수 없을 텐데?

돈을 바치든, 연줄을 이용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청탁을 할 것이다.

초록은 동색!

똑같은 놈들끼리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눈 감고도 알 것 같지 않은가?

“만의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다시 한 번 대청소를 할 수 있겠죠.”

사실 마지막 요구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항상 그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까.

경주시장, 그리고 그 똘마니.

평생 대중들 앞에 나타나지 말고 살아라.

나오는 순간, 다시 수렁으로 밟아 넣어줄 테니까.

“음, 알겠습니다.”

홍 기자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성훈 씨, 이건 너무 과한 처사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말을 인정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이보다 더한 일을 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복귀를 하는데.”

“그렇죠. 제 말이 그겁니다.”

안타깝지만 그게 우리네의 현실이었다.

죄를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고.

그럼 또 용서해 주고, 다시 국민들을 속이는 범죄를 저지르고.

이런 단순한 패턴의 끝없는 반복.

“굳이 말하면 일벌백계의 성격이 강한 거죠. 아무도 섣불리 시도하지 않으니, 우리가 한번 해보죠.”

“다른 곳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

“까짓것 돌 좀 맞죠. 그거 한 번에 보기 싫은 놈 평생 안 볼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닌가요?”

하지만 내게 돌 던질 자가 있기는 할까?

내가 누군지 알고?

신문 구독자 누구도 내 존재를 모를 텐데.

내 말에 홍 기자가 어이없다며 웃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겠어요?”

“‘한 번의 실수라고 할지라도, 평생을 정치에 복귀할 수 없다!’ 혹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그 계통에서는 일할 수 없다!’라는 경각심을 가진다면, 죄를 범하려 할까요?”

그가 도리질을 했다.

“어렵겠죠.”

“‘실수였으니, 너그러이 봐주세요’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까요?”

과연 그렇게 변명할 시간이나 있으려나?

“그 또한 불가능하겠죠. 걸리는 순간 아웃당할 테니까요.”

“더불어 한국인의 삼세번을 악용하는 정치인들도 점점 사라지겠죠.”

‘세 번까지는 용서해 줍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좁은 반도.

북한이라는 적국 때문에 실제로는 섬나라와 동일한 국제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 탓에 인물이 없었겠지.

‘하지만 그 덕에 나라가 이 꼴이 되었다고.’

그 정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개소리하지 마라.’

평생토록 남을 속이지 않고 산 사람도 많고,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스스로 손해 보며 사는 사람도 널리고 널렸다.

남들이 모름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실수에 스스로 참회하며 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뻔뻔해서, 용서를 받으면 그 잘못이 없어졌다고 착각하지.

오히려 용서해 줬으면 끝이지, 뭘 또 들먹이냐고 적반하장 격으로 말한다.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될 것처럼 설레발치지만, 알고 보면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그럼 이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홍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카미를 길가에 세웠다.

내 안에서 질문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야, 김성훈. 넌 정말 경주시장이 그런 비리를 저지른다고 확신할 수 있어?

내가 지금의 삶으로 돌아온 후, 역사는 계속 바뀌었을 것이다.

그 변화의 원인은 나였다.

내 속의 김성훈은 그걸 지적하고 있었다.

미래를 알기 때문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단죄한다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일까?’

-평행 세계일 수도 있잖아. 안 그래?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

내 스스로도 의문은 있었다.

경주시장은 과연 미래에 그런 일을 저지를까?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내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엉뚱한 사람을 괴롭힌 것이 아닐까?

다행스럽게 변명거리가 있었다.

‘그래. 그가 아직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는 스스로 속죄의 기회를 걷어찼고, 지금도 비리를 저지르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나는 그를 단죄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넌 앞으로도 그를 주시할 생각이잖아. 너무 가혹한 처사인걸!

내 안의 김성훈이 말을 이었다.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 그는 네게 잘못한 것이 없어. 적어도 아직은…….

그에게 설득당했다.

‘젠장! 알았어. 그가 전통 관련의 일이나 정치의 전면에만 나서지 않는다면 터치하지 않겠어.’

-그래, 잘했어. 너와 관련도 없는데, 그를 괴롭히는 것은 명분이 부족해.

‘하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야.’

하나 내 앞길을 방해하는 일이 생긴다면, 가차 없이 과거의 일까지 끄집어내며 밟아버릴 것이다.

그 후 몇 달 뒤, 경주시장과 문연 부소장은 수갑을 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홍 기자와 시장은 통쾌해했지만, 나는 입안이 씁쓸해져 마른침을 뱉었을 뿐이다.

‘나는 전통과 건축으로 성공할 거야.’

나는 왜 전통이라는 항목을 선택했을까?

우리나라 전통이 너무너무 위대해서?

중국인이나 로마인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거야.

‘그저 내가 알고 관심이 있으며, 미래에 핫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

아직 아는 사람이 적고, 유일하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면 내게 딴죽을 거는 사람이 없을까?

‘욕심쟁이! 전통을 이용해 제 잇속만 차리는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당연히 배가 아프겠지!

어떻게든 그 열매를 자기도 따먹으려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나를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테니까.

‘당연한 본능이지. 치졸한 인간의 본능.’

어떤 말로 나를 매도할지도 훤히 보인다.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전통 문화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다. 무슨 권리로 그러는 거냐!’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그 과실을 공유해야 할까?

‘그렇게나 고귀한 혈통이야?’

만약 전통은 한국인 모두의 것이니, 좋은 결과를 다 같이 향유해야 한다고 나를 핍박한다면?

이렇게 반문하겠다.

‘내가 전통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할 때, 너희들은 뭘 했느냐!’고.

일하지도 않은 자가 숟가락을 들이밀면, 어떻게 되는지 손수 몸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내 뒤를 따르는 후발주자도 분명히 존재하겠지.’

이미 만들어 둔 길 따라오기만 하니, 거저먹기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약국 가서 살충제 주세요’라고 말할까?

‘에프 킬라 주세요’라고 할까?

선발주자가 자리를 쉽게 굳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오히려 더 힘들걸, 아니, 엄두도 나지 않을걸!’

왜냐고?

인재들을 싹쓸이해 버릴 셈이니까.

전통 문화의 인재풀은 대목장이 관리하고, 그는 ‘김성훈호’의 항해사가 될 것이다.

그게 최 옹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경주시장을 정리하는 것은 두 번째 이유다.

나를 비난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정당한 권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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