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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신-114화 (114/427)

건축의 신 114화

힐링 여행(04)

‘보통 100㎞ 속도라면 4시간 안에 도착하겠지만…… 후.’

저렇게 돌변해서 짜증을 내는 것을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소피아, 내가 운전하면 안 될까요?”

“핸들하고 남편은 딴 사람한테 맡기는 게 아니랬어요.”

이 사람아. 그건 당신한테는 해당 안 되는 말이거든. 나 아직 생명보험도 안 들었다고.

‘그래도 이렇게 저속이니, 사고는 안 나겠지. 저녁쯤에는 도착하지 않을까?’

신경을 끊고 전화를 걸었다.

단서는 있다지만 그건 말 그대로 30년 전의 단서였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는데, 남아 있을까? 알 만한 물어보는 것이 빠르지.’

한국은 아직 아침 6시쯤 되었을 것이다. 일단 전화를 걸었다.

“한 교수님, 성훈이에요.”

-음, 성훈이냐. 잘 도착했냐?

그는 아직도 잠이 덜 깬 모양이었다.

“르 꼬르뷔제 제자들 중에 조르당이라는 사람이 있었나요? 전 못 들어본 것 같아서요.”

-갑자기 그건 왜?

한 교수에게 이번에 롱샹에 들렀다가 의자를 수리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성훈아. 예전에 르 꼬르뷔제 연구를 하다가 그 이름을 본 것 같기는 한데.

‘있기는 있었구나. 흔적 정도는 찾을 수 있겠네.’

한 교수가 하품을 하며 말을 이었다.

-기억이 가물거리니까. 사무실 가서 찾아보고 전화 줄게.

소피아는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

신부가 준 군밤을 까서 그녀의 입에 넣어줬다.

“이거라도 씹어요. 마음이 편해질 테니.”

내가 익히 아는 초보자의 자세였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양손으로 핸들을 부여잡고, 눈은 오로지 전방주시.

‘이런 운전 실력으로 어떻게 롱샹까지 왔을까?’

한참을 가는데 내가 긴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운전자가 위축되면 당연하게 탑승자에게 그 느낌이 옮을 수밖에 없었다.

‘긴장을 풀어줄 방법은 없을까?’

“소피아, 당신은 아름다워요.”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성훈. 지금 나한테 작업 거는 건가요?”

피식거리며 웃는 그녀의 입에 군밤을 집어넣었다.

“설마. 이렇게 대놓고 작업하는 남자는 없었을 텐데.”

“그렇긴 하네요. 신선해요.”

오물거리며 밤을 씹는 그녀의 볼에 보조개가 패었다.

“그런데 별로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아요.”

몹쓸 말을 들은 것처럼, 그녀는 고개를 내 쪽으로 홱 돌렸다.

“이봐요. 그게 무슨?”

‘맙소사!’

그녀의 핸들도 내 쪽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핸들을 원래 방향으로 잡아 틀며, 다급히 전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안전운전!”

다시 그녀의 눈이 전방으로 돌아갔다.

분명히 그녀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것이다.

‘긴장 한번 풀어주려다가 골로 갈 뻔했네. 휴.’

조심조심 그녀에게 물었다.

어차피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돌아갈 수도 없고, 혼자 갈 수도 없다.

‘히치하이킹? 이 겨울에! 지금까지 우릴 지나간 차가 한 대도 없었다고.’

“지금 당신 자세가 어떤지 알아요?”

“어때서요?”

여자에게 아름답지 않다니, 살짝 열이 받은 듯했다. 목소리에 날이 섰다.

앉은 자세로 조수석에 양발을 올리고 쪼그린 채 팔만 내밀었다. 그리고 목은 쭉 앞으로 뺐다.

“봐요.”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방구석에 불쌍하게 쪼그려 무릎을 껴안은 모습이었다.

나를 힐끔 보더니 화를 내기는커녕 그녀는 핸들을 치면서 웃었다.

“오호호. 그게 뭐예요? 거북이?”

난 그녀의 핸들을 보정해 주며 말없이 그녀를 가리켰다.

이곳처럼 도로 양쪽이 침엽수림인 곳에서 미녀와 드라이브를 한다면 행복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나는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코발트블루의 눈동자가 환하게 드러났다.

흰자위는 실핏줄 하나 보이지 않고 새하얗다.

“나?”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세, 그대로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아요.”

우리 앞뒤로 오가는 차들은 없었다.

어차피 40㎞도 안 되는 속도였으니 차는 금방 섰다.

“자, 이제 당신의 모습을 봐요.”

그녀는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자세였거든.

“이제 주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봐요. 긴장할 이유가 없어요.”

양쪽으로 메타스콰이야 같은 거대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흥. 아직 숙달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에요.”

“맞아요. 원래 처음에는 그래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

문제될 것은 없다. 나만 타고 있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 운전하는 모습을 본 적 없죠?”

당연히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운전을 하지 않았을 때는 관심이 없고, 운전대를 잡으면 긴장해서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관찰해 봐요. 성격 보이니까.”

“당신은 어떻게 운전하는데요?”

그녀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자리를 바꿔 앉았다.

익숙한 자세로 출발을 했다.

급발진, 급가속은 하지 않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그런 행위는 허세,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시트에 등을 기대고 편안하게 운전하면서 그녀에게 주변 경관과 볼거리들을 알려 주었다.

“저기, 저 나무 위에는 새 둥지가 있네요.”

“정말요?”

조수석에서는 보이지 않았던지, 그녀는 창밖으로 얼굴을 쭉 빼고 둥지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런 건 또 언제 봤어요? 난 하나도 안 보이던데.”

보일 리가 없다.

그녀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아스팔트와 노란색 라인뿐이었을 테니까.

“삼 분쯤 있으면 큰 바위 옆을 지나갈 거예요. 그 옆으로 시내가 흐르고 있어요. 잘 어울리네요.”

역시 내 말대로 바위가 나왔다.

그녀가 입을 쩍 벌리고는 나를 쳐다본다.

“당신 여기 처음 아니죠?”

“보는 법 가르쳐 줄까요?”

그녀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등을 시트에 편안하게 기대세요. 고개를 전방을 주시해요. 뭐가 보이죠.”

“도로가 보여요.”

“그리고요?”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조수석인데도 운전하는 기분인 건가?’

“멀리 봐요. 소피아. 바로 앞이 아니라, 멀리.”

그리고 말을 이었다.

“바로 앞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그녀의 눈동자가 전방 멀리를 주시했다.

산들이 어깨를 자랑하듯 줄줄이 서 있었다.

어제 밤부터 내린 눈에 덮여 하얀 눈옷을 입고 있어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물론 목적지로 가기 위해 운전을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너무 삭막하죠. 드라이브는 그 자체가 여행이에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내 입에 군밤을 넣어주며 말했다.

“이제 바꿔요.”

그녀를 슬쩍 쳐다보았다.

‘왜? 아직 5분도 되지 않았는데!’

“…….”

재미있는 놀이를 빼앗긴 듯 억울한 눈빛을 한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거 참. 이길 수가 없네.’

그녀가 운전대를 쥐며 말했다.

“당신은 운전을 적어도 10년 이상 해본 것 같아요.”

사실은 그렇다.

경력만 따지면 20년이 넘었을 것이다.

누구나 하는 운전이지만 그동안 나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 적은 딱 한 번이었다.

지금과 비슷한 눈길에서 속도를 내다가 미끄러져서 주마등을 체험하고 차를 폐차시켰었다.

그 이후로는 눈이 오지 않아도 과속, 혹은 난폭운전을 해본 적이 없다.

지난 삶에서의 일이지만, 막 차를 샀을 무렵에는 음주운전도 해봤었다.

내 애마를 누군가가 건드리기 싫었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미친 짓이었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날의 음주운전은 술김이 아니었으면 할 수 없는 짓이지만, 내 스스로도 음주운전을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그 기억 자체로도 충분히 소름이 돋는다.

사고가 난 것도 아니었고, 안전하게 주차를 했다.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취중 기억으로는, 내가 운전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어떤 미친놈이 핸들을 잡고 지랄하는 느낌이었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나는 살인자,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른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다.

차라리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나지 않았었다면 그다음에도 나는 계속 그런 미친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그 기억은 되돌아온 지금도 내 뇌리에 각인처럼 새겨져 있다.

“그럭저럭 운전은 해봤죠.”

아까보다 한결 나아진 자세로 그녀는 운전을 하고 있었다.

“소피아, 어깨에 힘 더 빼고.”

“칫.”

“등은 시트에 더 붙이고, 편안한 자세로 하라고요.”

“흥. 알았어요.”

머리로 안다고 금방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기 산 보여요.”

그녀가 흠칫 놀랐다.

그녀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차의 진동만 느껴도 그녀의 긴장상태를 알 수 있으니까,

“……네.”

“봉우리 몇 개.”

“…….”

“더 천천히 가도 돼요. 시간 많으니까.”

나는 이 말을,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경관을 즐기면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속도는 40㎞였지만.

‘될 대로 되라지!’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그녀가 말했다.

“어머, 군밤이 이렇게 맛있었어요? 더 까 봐요.”

나도 편안하게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군밤을 까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초보운전의 일부능선을 막 통과하고 있었다.

-성훈아. 찾았다.

한 교수의 첫 마디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찾긴 찾았는데 말이다.

한 교수의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문제가 있나요?”

-내 생각엔 너무 일방적으로 치우친 기사가 아닌가 싶다. 적당히 가려서 판단해라.

“네, 말씀해 보세요.”

-같이 봤으면 좋겠는데, 일단 읽어줄게. 1950년에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르 꼬르뷔제를 변호하는 신문기사야.

<르 꼬르뷔제는 나치에 협력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깎아내리기 위한 독일 측의 터무니없는 음해공작이다.>

그렇게 시작된 기사는 시종일관 르 꼬르뷔제를 옹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치와 협력했다라고 의혹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르당이라는 사람이 한 짓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기사는 그것만을 주장하고 있었다.

“흠. 결국 르 꼬르뷔제는 조르당이라는 사람에게 이용을 당했다는 거군요.”

-그렇기는 한데, 이 기사 어디에도 조르당이라는 사람의 실체가 없어. 일각에서는 이 신문사에서 르 꼬르뷔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조작해 낸 인물이라는 설도 있더라고.

“그것 말고 다른 기사는 없나요?”

-결국은 같은 소리의 반복이야.

‘그렇군’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한 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너 쉬러 간다고 하지 않았냐? 또 무슨 일에 엮인 거냐?

“아뇨. 진짜 쉬고 있어요. 여행도 하고 있고.”

지금 내 마음 상태가 그렇다.

잘돼서 찾으면 대박, 못 찾아도 여행이라는 목적은 달성한다. 내 옆의 미녀는 옵션이다.

건축과 아주 상관없다고는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잠시 건축에서 떠나 사람을 찾는 것도 하나의 쉼이 될 수 있으리라.

“어머, 벌써 해가 지는데요?”

그녀가 딱정벌레차의 헤드라이트를 켜면서 말했다.

산속의 어둠은 빨리 온다. 그리고 아늑하다.

혼자서 운전을 했다면 이럴 일도 없었겠지.

그러나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얼굴의 미추로 사람을 판단할 나이는 지났지만, 아름다운 사람과 있으면 공기 또한 청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욕먹을 짓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한 교수는 다른 기사들도 읽어줬었다.

그 조르당이라는 사람이 원래는 독일인인데, 르 꼬르뷔제에게 배우기 위해서 프랑스인인 척하고 접근을 했다는 설.

르 꼬르뷔제를 나치의 편으로 만들어서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비열한 목적이었다는 음모론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도 명확한 것은 없었다.

* * *

지금 우리는 모닥불 앞에서 불을 쬐고 있다.

불과 5분 전의 일이었다.

“여기가 어디쯤이에요? 지도대로라면 트루아 정도를 지나치고 있어야 할 텐데.”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이 길이 맞아요. 외삼촌 집이 파리라서 이 길로 많이 다녔어요.”

뭘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는 걸까?

“거 봐요. 플라타너스가 있는 길이 나오잖아요.”

‘플라타너스? 저거 버드나무라고, 겨울이라 잎 떨어지면 다 그게 그것처럼 보이나?’

밤길이니 착각할 수 있다고 치자.

갈림길을 몇 개는 지나쳐야 하는데, 평온하게 한 길만을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난을 당했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여기는 인도네시아의 밀림이 아니다. 프랑스 어딘가의 도로다. 정 안 되면 히치하이킹이라도 하지 뭐.’

그녀가 말했다.

“미안해요.”

“괜찮아요. 이런 게 여행의 묘미죠. 소피아. 당신은 차 안에 들어가서 자지 그래요?”

“뭘요. 바람도 안 불고 포근하네요.”

그녀가 차에서 와인과 먹을 것, 그리고 모포를 가지고 왔다.

차에서 히터를 틀면 되지, 왜 이런 궁상이냐고?

그러다가 완전히 기름이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정말로 히치하이킹밖에 답이 없거든.

“원래 이렇게 노숙을 하려고 했던 건가요?”

그녀가 피식 웃었다.

“전혀요. 남자와의 노숙은 제 계획에 없었거든요.”

그저 그녀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뭔 할 말이 있는가?

“할아버지께 드리려고 가져오던 거예요. 이번에는 못 가실 것 같다고 해서 먼저 롱샹에 들른 거구요.”

난 배낭에서 작은 코펠을 꺼내 시내에서 물을 받아왔다.

“당신. 코펠을 왜 가져왔어요?”

“저도 이런 건 계획에 없었어요. 여행은 예상할 수 없는 것투성이죠.”

나는 3분이면 되는 스프를 그녀 앞에 흔들어 보였다.

* * *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마셨다.

“소피아.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당신은 모델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제가 모델도 같이하면 되는 거죠. 전 할아버지처럼 장인이 되고 싶지만, 기회가 된다면 모델도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만 가운데 별들이 점점이 찍혀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이런 하늘을 본 적이 언제던가?’

사람은 딱 자기 눈높이 아래에 있는 것만 보는 신기한 동물이다.

“구름 한 점 없네요. 소피아.”

그녀는 대답 대신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응?’

살며시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샴푸향을 내 코로 실어 날랐다.

앞으로 서서히 기울어지는 그녀의 이마를 내 어깨와 나무사이에 올려놓았다.

모닥불이 춤추는 그녀의 하얀 얼굴에, 연갈색의 속눈썹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운전을 하느라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이런.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삼키고, 옆으로 흘러내린 모포를 당겨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프랑스에서 맞는 첫 번째 밤은 정말 잊을 수 없겠는걸.’

나도 자세를 편히 하고, 그녀의 머리에 내 뺨을 기댔다.

잠이 오려는 건가, 팔과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얼마 만에 느끼는 탈력감인가?’

밀려오는 노곤함에 사지와 뇌가 잠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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