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신 65화
현장 수업(5)
현재그룹 왕 회장의 생일날이다.
현재 중공업을 맡고 있는 둘째 아들이 생일잔치를 주관하였고, 그의 전하동 집에서 잔치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현재의 삼남(三男), 현재 건설 사장도 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비서가 말했다.
“사장님, 사우디 현장의 황 이사 전화입니다.”
“황 이사, 고생이 많군. 사우디 호텔 천정 몰딩 건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감사합니다. 사장님! 최대한 틈새 없이 시공을 하고, 실리콘으로 마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 알았어. 그것밖에 답이 없다면야. 그 방법으로 가야지. 더 좋은 게 있는지 더 찾아보고.”
-네, 사장님! 일정에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습니다. 왕 회장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가 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더운 데서 고생하는데, 이해하실 거야. 그럼 수고하게.”
사장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계속 몰딩이 문제야. 실리콘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죄송합니다.”
“아닐세. 자네한테 물은 거 아냐! 참. 쿠웨이트 압둘 왕자는 아직 맘에 드는 몰딩이 없다고 하던가?”
“네, 아직은 찾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골조 다 올라가면 이미 늦어. 그의 취향에 맞는 몰딩을 얼른 찾아내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차는 전하동으로 들어가는 길목, 남목동을 지나치고 있었다.
“저 건물이 형님이 짓고 있는 기숙사 건물인가?”
사장의 눈이 3층짜리 기숙사를 훑어보고 있었다.
외장이 끝나고,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잘되고 있다고 하던가? 문제는 없고?”
“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도급을 준 시공사 소장 문제로 트러블이 있었지만 공사는 순항 중이라 합니다.”
“혹시 형님이 건설 쪽에 발들이시려는 건 아니지?”
“후계 구도에 위협이 되는 모험은 하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쪽 기획실 장 실장 말을 들어봐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고 말입니다. 오히려 공사라면 진절머리를 치는 듯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눈치 빠른 비서가 사장에게 물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시면, 돌아가시는 길에 한번 들러 보시겠습니까? 장 실장에게 미리 언질해 두겠습니다.”
“내가 들른 걸 알면 형님이 싫어할 텐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맡겨 두십시오.”
“그럼. 가는 길에 들러 보도록 하지.”
***
석재 팀이 현관에 돌을 붙이고 있었다. 팀장을 만났다.
“팀장님! 저, 돌 마감하고 나서 실리콘 안 쏠 겁니다.”
“그럼 어떻게 마감하시려고?”
놀란 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한석도 실리콘에 대해서는 아는지 팀장을 거들었다.
“선배님, 실리콘 안 쏘고는 마감이 안 되지 말임다.”
한석의 말을 무시하고 민수에게 물었다.
“너 가구 만들 때, 틈 벌어지면 실리콘 쏘냐?”
“형, 무슨. 실리콘을 누가 쏴요?”
민수는 말도 안 된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틈 벌어지면 어떻게 하냐?”
“당연히 안 벌어지게 만들어야죠. 벌어지면 이미 불량이에요. 버려야 해요.”
“그럼 실리콘을 쏴야 할 정도로 틈이 벌어지면 불량이라는 거지?”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한석에게 물었다.
“이 건물도 마찬가지다. 가구와 다른 점은 불량이 나도 버리지는 못 한다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
한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석이 말하지 못하는 답을 내가 말했다.
“답은 불량이 안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팀장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 실리콘 안 쏠 겁니다.”
단호한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천정몰딩이나 걸레받이 붙였을 때, 틈 벌어지면 불량이다? 이 말이요?”
걸레받이는 바닥과 벽체 사이에 부착되는 몰딩을 통틀어 칭한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이 말했다.
“시방서에는 허용 오차 5㎜ 까지던데, 당신은 그것도 허용 못 하시겠다?”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허 참! 당신처럼 독한 감독은 처음이오. 어쩔 수 있나? 시키면 해야지.”
그가 인부들을 불러 모았다.
“어이! 1㎜다. 1㎜.”
“팀장님. 무슨 헛소리쇼? 오차 1㎜라고? 우리가 지금 7성급 호텔 만듭니까?”
“그렇게 됐다. 작업 시작! 전임 소장처럼 구속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한다.”
참고로 전임 소장은 삼킨 떡고물을 토해내지 못했다. 이유는 모른다. 당사자만 알 것이다.
돌려주고 선처를 빌었다면 형의 선고에 감안이 되었을 것이나, 그러지 못했기에 실형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팀장이 돌아보며 물었다.
“이 정도면 되겠소? 이 이상은 나도 안 되니, 배 째쇼!”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팀장님.”
“아니, 뭘. 내 흘리는 한 마디를 다 주워듣는 사람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 면(面)이 서지!”
그는 얼마 전, 감리실에 들러서 돌이 이상하다는 말을 했었다.
나는 그의 지나가는 한마디를 흘리지 않았고, 전임 소장의 비리를 밝히고 �i아내 버렸다.
그 이야기를 하며 내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오히려 고마워할 사람은 나인데.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차기석이라고 하오. 잘 부탁하오.”
“제가 드릴 말씀이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전생에 수많은 현장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장인을 구하기란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차기석! 제대로 된 돌쟁이를 구했다.’
***
공방에서 생산이 완료된 몰딩이 들어왔다.
내부 석재 공사가 완료된 곳부터 목수들을 붙였다. 민수네 공방 장인들이었다.
“어이, 민수야. 벌써 사장님이 후계자 수업시키는 거냐?”
민수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저씨. 그냥 실습 나온 거예요.”
내가 목수 팀장에게 물었다.
“천정몰딩 마구리 맞닿는 부분, 어떻게 마무리 지으실 겁니까?”
마구리는 목재의 양쪽 끝을 말하고, 그 끝끼리 이어지는 부분을 잘 마감해야 틈이 생기지 않으므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었다.
특히나 이 현장처럼 크라운 몰딩(***)으로 부착이 될 때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팀장이 민수에게 물었다.
“민수야, 누구냐?”
“제 학교 선배세요. 인테리어 총괄 담당하시는 분이기도 하구요.”
“그래?”
젊은 친구가 총괄 담당이라고 하자 의외였던지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뭐 어떻게 하기는, 본드 붙이고 타카(***)치면 되는 거지.”
내가 물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나중에 벌어지지 않겠습니까?”
“괜찮아. 아직 이 일 안 해 봐서 모르나 본데, 그 정도만 해도 짱짱해. 절대 안 떨어져!”
25살이 내장 일을 해봤으면 얼마나 해 봤을 것이며, 아직 학생이라고 하니 미덥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호언장담을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 사람은 자신이 만든 건물을 10년 뒤에 다시 방문했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우레탄 몰딩이라면 이렇게 해도 될지 모른다.
우레탄은 플라스틱이나 진배없으니 습기에 따른 변형이 거의 없다.
그러나 원목은 숨을 쉬는 자재다.
습기를 빨아들이고 내뱉으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그 과정이 사람의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AS하러 오실 겁니까? 10년 뒤에, 이 한 건 때문에?’
홧김에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건 싸우자고 시비 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에는 삐까번쩍 멋있는 건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형이 생긴다. 낡게 된다.
AS 기간이 지나면 시공업자들은 ‘나 몰라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그런 거지. 세월까지 책임지라는 거냐!’는 말을 한다.
그 부담은 오롯이 건축주에게로 돌아온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을 보지 않아도 되도록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다.
처음 시공할 때, 귀찮더라도 한 번만 손이 더 가면 향후에는 수십 년이 지나도 손댈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 약간의 시간이 아까워서, 그 귀찮음이 번거로워서 몇 년 뒤의 사고를 방치하는 것이다.
건축 시공에 있어서의 ‘미필적 고의!’
그것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방치함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
과연!
시공업체들은 약간의 본드와 타카핀으로 몰딩을 고정했을 때!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것일까? 아니면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일까?
다른 대체 방법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귀찮아서 일부러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두 가지 경우에 있어서 둘 다 후자일 거라고 확신한다.’
나 또한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했다.
몰라서 어쩔 수 없었다면 양심의 면죄부라도 줄 수 있지만 알고 있는 이상 나는 ‘무조건 유죄’였다.
목수팀장에게 물었다.
“시공하고 나서 틈새 벌어지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실리콘 조색(調色:색을 맞추다)해서 메꾸면 티도 안 나요. 걱정하지 마시오.”
‘내 건물을 땜빵으로 메우겠다고?’
그럼 그 땜빵은 시간이 지나도 벌어지지 않을 것인가?
안타깝지만 대답은 역시 ‘벌어진다’였다.
땜빵 위에 다시 실리콘으로 땜빵하고, 그 위에 다시 실리콘으로 떡칠을 한다.
결국은 실리콘 쓰레기가 된다.
배관수련을 하면서 진절머리 나도록 깎아냈던 그 실리콘 쓰레기!
‘그 쓰레기를 내 건물에 붙이겠다고?’
나는 실리콘을 혐오한다.
유리 창호 및 주방에서의 방수 목적, 혹은 접착용도 이외로 쓰이는 실리콘 말이다.
전생에 가구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이 실리콘이었다.
또 실리콘으로 땜빵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가?
실리콘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밀한 시공은 안 되는가?
그 구리구리하고 역한 냄새를 내 현장에서도 맡아야 하는 건가?
민수에게 물었다.
“석재 팀에게 실리콘을 안 쓴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실리콘을 쓰면 되겠냐?”
자기 공방 식구들을 편들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민수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팀장이 화가 났는지 소리쳤다.
“그럼! 어떻게 하자 난 곳을 보수하라는 말이오?”
“하자 내지 마십시오. 하자 내라고, 돈 주고 부른지 아십니까?”
팀장이 화는 났지만 반박은 하지 못했다.
대신 악을 쓰듯 고함을 질렀다.
“그럼 다른 방법을 제시해야 될 것 아니야! 무조건 해라면 하는 거야? 무슨 수로 마구리 결착을 시킬 거며, 무슨 수로 안 벌어지게 만들 거야? 대책 있어?”
민수와 한석이 나서며 그를 진정시켰다.
싸움이 날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대번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책 없이 문제제기를 했다가는 상대에 의해 무시를 당한다.
‘흥. 자기도 별수 없으면서 뭐가 잘났다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주먹장 맞춤으로 끼워 맞추세요.”
주먹장 맞춤이라는 말에 그가 펄쩍 뛰었다.
“뭐! 주먹장! 이거 크라운 몰딩이라고, 이 사람아!”
“어렵습니까?”
가구 장인이 주먹장 맞춤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주먹장 맞춤이란, 직각의 홈이 아니라 머리가 더 큰 홈(역사다리꼴)을 만들어서 다른 방향의 면으로 끼우는 것이다.
끼우고 나면 부재방향으로 당겨서는 뺄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가공에 비해서는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타카 시공에 비해서는 매우 많은 손이 간다.
어려운 게 아니다. 귀찮은 거다.
“마구리들을 다 그렇게 마감하라고? 이거야 원!”
“네, 돌출 마구리든 구석 마구리든 간에요.”
그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제대로 되면 마구리 건으로는 하자보수 신청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사람아. 이렇게 하면 하자가 나올 수가 없어. 손으로 당겨도 안 빠질 텐데.”
“그러니까요! 이미 알고 계시네요.”
손으로 당겨도 빠지지 않게 단단하게 붙잡았는데, 습기 따위가 당겨 낼 수는 없다.
그곳에 틈새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주먹장 맞춤이 썩어 문드러지지 않는 한은.
그가 다시 물었다.
“만약 여기서 하자가 생긴다면?”
“그런 주먹장 맞춤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거겠죠.”
“허!”
어디로 가도 외통수!
팀장이 헛웃음을 뱉었다.
시공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하자보수를 신청해야 할 것이다.
목수 팀장이 민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민수야. 너 제대로 걸렸다. 내 20년 내장 목수 했지만, 크라운 몰딩을 주먹장 맞춤으로 끼운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민수의 어깨가 으쓱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이런 사람인데!’
장인 정신!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간단한 의미다.
백 년이 지나고 천 년이 지나도, 어느 누구에게 보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제품을 만든다는 정신.
그게 장인 정신이다.
아무리 많은 미사여구를 가져다 댄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용어 설명>
1. 크라운 몰딩
크라운 몰딩이란 일반적으로 몰딩의 후면 전체가 벽에 부착되는 형태가 아니라, 비스듬하게 45도 각도로 벽에 부착되는 몰딩을 말하며, 주로 천정몰딩에 많이 사용된다.
그 모서리의 마구리들도 45도 각도로 절단되며, 그 이음부가 정확히 맞지 않으면 틈새가 벌어지므로, 시공에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2. 타카(Tacker)
압정이나 핀을 박는 도구를 말한다.
수동 타카, 전기 타카, 에어 타카가 있으며, 흔히 건설현장에서 말하는 타카란 ‘에어 타카’를 말한다.
에어 콤프레셔(공기 압축기)에서 관을 통해 전달되는 압축공기로, 총처럼 타카핀을 쏘아서 부재를 결합시킨다.
쏘는 에어건에 따라서 ‘0.6㎜ 실타카핀’을 박기도 하며, 콘크리트에 못을 박을 수도 있다.
여기서 인테리어 부재 접합용으로는 ‘0.6㎜ 실타카핀’을 주로 사용한다.
12㎜~40㎜까지 다양한 길이의 핀을 구입하여 작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