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축의 신-61화 (61/427)

건축의 신 61화

현장 수업(1)

교문으로 들어가는데, 한석을 만났다. 같은 수업이었다.

한석이 물었다.

“선배님, 왜 어제 전화가 안 되셨슴까?”

“배터리 없는 걸 늦게 알았다. 왜?”

“매너 콜도 안 쓰심까?”

“그래, 안 한다. 귀찮다.”

“누가 전화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가끔은 휴대폰 없이 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진심으로.

“궁금한 사람은 또 전화하게 되어 있어. 용건이 뭐냐?”

“크크큭, 놀라지 마십쇼.”

오른손을 들었다. 정말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전생의 날 똑 닮았다. 이놈은.

‘다른 사람들도 내가 이렇게 얄미웠을까?’

“용건!”

“우리 에펠탑이 도서관 1층 로비에 전시가 되었슴다. 그것도 한가운데. 짜잔!”

한석은 마술사라도 된 양 의기양양하게 손짓을 했다.

“그래?”

“네! 학장님께서 보고 가셨는데, 학생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하는 게 어떠냐고 하셨담다. 그 옆에 우리가 찍었던 영상도 나오고 있슴다.”

학과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과를 홍보하기에 그보다 더 좋은 전략이 어디 있으랴. 이제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견학생들이 다 한 번씩 둘러보는 도서관 로비에 그런 거대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면, 건축학과에 관심이 안 생길 리가 없었다.

‘자랑할 만하지.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작품도 아니고.’

한석에게 물었다.

“그런데 네가 그렇게 기분 좋은 이유는 뭔데? 민수가 다 만들었잖아.”

“크하하. 거기 제 얼굴도 나온다는 거. 선배님 안 계실 때는 제가 감독하면서 찍었잖슴까!”

“그래서?”

“영상실에서 편집할 때, 제 얼굴 빡 나오도록 했잖슴까? 앗! 때리지 마십쇼. 민수 선배가 중심이니까.”

“어설프게 장난쳤으면…….”

“절대로 그런 일 없슴다. 제가 누굼까! 민수 선배의 장인정신이 딱 보이도록 칼같이 했지 말임다.”

“그럼 됐어.”

“선배님, 이제 저한테 잘 보이셔야 될 겁니다. 이대로 공중파를 탈지 누가 알겠슴까?”

‘그래. 상상은 자유지. 연예인도 군대 가면 잊혀지는데, 너 녀석 따위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테니.’

“잘됐네. 나도 너한테 캐드 땜에 시달릴 생각하니까 귀찮았는데.”

“에이. 선배님.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아무래도 컴퓨터도 잘하는 미남이 인기 있지 않겠슴까? 하하하. 크엑!”

결국 놈의 뒤통수를 때리고야 말았다.

“들어가자. 수업 시작하겠다.”

***

“민수 선배는 어디 가셨슴까?”

“데이트 하고 있을걸?”

“네? 민수 선배가요? 여자 친구가 있다고요? 저도 없는데 말임다.”

확! 비교할 데를 해라. 민수가 너 같은 줄 아냐?

“너. 그 무모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남자는 얼굴 아니겠슴까?”

자기 턱에 손가락을 ‘V’ 자로 턱 갖다 댄다.

“그 얼굴 못 쓰게 만들어 주랴?”

“일 없지 말임다. 어, 민수 선배 오는데요.”

민수가 여자 친구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헉. 진짜로 여친이 있네. 그것도 완전 귀엽지 말임다. 으어!”

가볍다. 사내새끼가 진중함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다. 병아리 솜털만치 가볍다. 그런데도 욕을 못 하겠다. 젠장!

김한석 이 녀석도 재능이 있었다.

에펠탑을 만들면서 민수와 녀석의 케미를 지켜봤었다.

내가 어르면서 겁을 줘놓으면 민수가 살살 달래가면서 시킨다.

‘시켜서 하는 것치고는 잘하더라.’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거. 그것도 재능이다.

안 시켜도 잘하는 민수가 천성적인 측면이 강하다면 녀석은 시킨 것을 잘한다.

‘재능이라면 재능이지. 시켜도 못 하고, 안 하는 놈이 세상천지에 널렸는데.’

말없이 믿음직한 녀석과 가볍고도 못 미더운 놈이지만 키워보기로 했다. 따라올 놈은 따라오겠지.

‘못 견디고 도망가면 제 팔자지. 손해 볼 거 있나!’

한석에게 말했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다음 학기는 장학금 받게 해줄 테니.”

한석이 놈이 호기롭게 대답했었다.

“네, 선배님. 시켜만 주십쇼.”

지금 난 그 약속을 철회할까 고민하고 있다.

한석이 호들갑떨며 민수를 맞이했다.

“요즘 민수 선배 이상함다.”

“뭐가?”

민수의 가방 속을 보더니 말했다.

“맨날 소설만 보시더니 이제 책들도 건축으로만 골라보고. 성훈 선배님한테 확실히 줄 대려고 하셨나 봄다.”

민수가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음이 분명하다.

‘대놓고 줄서겠다고 나대던 놈이 할 말은 아니지 않아!’ 딱 그 얼굴!

민수 여친이 말했다.

“오빠, 이분이 오빠가 말하던 그 선배야?”

민수가 흠칫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빠가 요즘 입만 열면 선배 얘기예요. 호호.”

“그래요. 저도 민수 얘기 많이 합니다. 믿음직하잖아요.”

“아, 간지러워요. 옆구리 찌르지 마. 하하하하. 오빠…… 제발.”

‘연애질은 딴 데 가서 하라고.’

그새 한석은 민수 여자 친구와 말을 텄다.

“누님! 주변에 외로우신 여신님들 없으심까?”

“민수 오빠. 얘. 귀엽다. 누구야? 아. 그 헐랭이!”

한석이 눈을 부릅떴다.

“누가 저 같은 상남자한테 헐랭이라 그랬슴까. 예!”

한석이는 민수 여자 친구에게 친구들 전화번호 따기에 바쁘다.

“어쩐 일로 보자 그랬어?”

“저. 형! 이번 주말에 시간 있으세요?”

“응. 될 거 같은데, 왜?”

“아버지께서 형 한 번 놀러오셨으면 해서요.”

“응? 아버님께서 갑자기 왜?”

“제 선배라고 하니까 얼굴 한번 봤으면 하시더라고요.”

“그래? 어른이 부르시는데, 안 가면 안 되겠지. 갈게.”

한 번은 만나야 될 사람이다.

민수의 조부가 대목장 인간문화재 최기형 옹이시다.

일단 민수 아버지와 안면을 트고 나면 조부와 이어지는 건 일도 아닐 터.

민수를 현장에 데리고 다니는 것도 그렇다.

어차피 내 맘대로 굴릴 생각이지만 허락받고 굴리면 맘이 더 편하다.

“불편하시면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아냐. 전혀 불편하지 않아. 진짜야.”

이렇게 이어서 최기형 옹까지 닿아야 한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정이라도 했을지 몰라. 고마워. 먼저 말해줘서.’

한 교수는 이제나 저제나 최기형 옹의 존안을 뵈올 날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누님! 다음 주에 소개팅하는 검다. 약속하셨슴다.”

특유의 행동력으로 녀석은 다음 주 소개팅을 따내며 쾌재를 불렀다.

‘맘껏 좋아해라. 네 녀석이 소개팅 나갈 일은 없을 테니.’

***

민수의 집을 방문했다.

민수 어머니는 쉴 새 없이 말을 하는 분이셨다.

“저 애가 5년 동안 구석에 처박아뒀던 공구들을 손질하더라고. 그래서 뭔가 있구나 했지. 그래서 물어봤지. 뭐 했냐고. 에펠탑을 만들었다고 하데. 당연히 보러 가야지. 성훈 학생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쟤 머리털 나고 다른 사람 이야기 그렇게 많이 하는 거 처음 봤어.”

내가 대답을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말이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민수 어머니가 달변가였을 뿐!

“크흠, 엄마.”

“왜? 뭐 그런 걸 쑥스러워 하고 그러니. 그리고 너 화면발 잘 받더라. 역시 날 닮아서 그래.”

“험험, 여보.”

“왜요? 당신 닮았을까 봐서요? 얘가 당신 닮은 건 말없는 거! 그거 하나밖에 없어요. 애늙은이 같아 가지고.”

타는 냄새가 났다.

“어머님, 무슨 냄새 안 나세요.”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밥 올려놓고서는. 하여간 잘 왔어. 밥 먹고 갈 거지!”

호들갑을 떨며 주방으로 향했다.

“지난주에 엄마 아빠가 학교에 오셨어요. 도서관에 전시된 거 보셨거든요.”

‘넌 어머니께서 한석이랑 같은 과시구나.’

어쩐지 그 천방지축 같은 녀석을 잘 다룬다고 했더니.

민수 아버지가 말했다.

“정신이 없었겠군. 저렇게 수다스러워서야 어디. 커흠, 이해하게나.”

“아뇨. 밝으시고 좋은데요. 확실히 민수는 아버님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30분이 되도록 제대로 말을 꺼낸 사람은 민수 어머니뿐이었다. 말없기는 아버지도 매한가지!

민수 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지. 날 닮아서 화면발이 잘 받더군.”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만…….’

안 받아주면 얼마나 민망할까!

“하하하, 맞습…….”

“아 참, 저이는 날 닮았다니까. 그러네.”

그새 들었는지 주방에서 핀잔이 날아들었다.

“민수야. 이리 와서 이거 좀 들어 봐. 얼른!”

민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사라졌다.

“크흠, 자네는 졸업하면 뭐 할 건가?”

“아직은 딱히 정한 것이 없습니다.”

너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정하지 못했다. 하나하나 마무리해 가야 한다.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집안이 대대로 대목장을 했었어.”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는 척을 하면 너무 티가 날 것 같았다.

‘저 목적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접근했습니다’라고.

“민수가 말 안 하던가?”

“민수 잘 아시잖아요.”

“에잉, 사내자식이 수줍음은 많아가지고. 난 지금 가구 만드는 일을 한다네. 아버님은 대목장 일을 해라셨지만, 나는 이게 좋더라고.”

“민수도 아버님 재주를 이어받았나 봅니다.”

“그래, 그 피야 어디 가나. 그런데 웬일인지 대학을 가면서는 손을 놓더라고.”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내 고집이었지. 건축과를 간 것도. 나야 좋아서 이 길을 택한 거지만, 민수는 더 큰 물에서 놀기를 바랐거든.”

“민수는 싫어했습니까?”

“그건 아니네만, 아무 말을 않기에 맘에 드는 줄 알았지.”

“세상 어느 아버님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몇 년을 글만 읽고 다니던 녀석이 연장을 손에 들었어. 그리고 저놈 요즘 들고 다니는 책이 전부 건축 관련 서적들이야. 알고 있나?”

“어렴풋이요. 꼭 말을 안 해도 알 수가 있지요.”

이건 한석의 도움이 컸다.

그 떠벌이와 있으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고맙다. 한석아.’

“관심 가져 줘서 고맙네. 민수가 자네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었네.”

저 조용한 녀석이 내 이야기를 했단다. 쑥스러웠다.

민수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녀석은 흥미가 생기면 남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를 한다네.”

“좋은 방법 중에 하나지요.”

“그래도 선배나 스승이 가르쳐 주는 것만 하겠나!”

“민수가 생각이 깊은 아이니, 잘 알아서 할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민수 말을 들으니 자네가 건축에 조예가 깊다고 하더군. 그래서 내 부탁 하나 함세.”

참 낯간지러웠다.

아직은 지식이 깊지 않았다. 주워들은 지식 몇 개로 겨우 연명할 뿐이었다.

“그냥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도 민수가 좋습니다.”

“고마우이. 민수도 건축에 흥미를 보이고, 나도 아들놈이 잘되었으면 하네. 바른 길 잘 가게 인도해 주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정작 도움이 필요한 것은 나였는데 말이다.

“내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자네가 하는 일은 적극 돕도록 하겠네. 나중에 우리 공방에 들어와도 좋고. 허허.”

최기형 옹과 만날 수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목적 달성!’

부자간에 소개하는 거야 일도 아니지! 경조사에 한 번 들르기만 해도 OK!

“실은 저도 아버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뭔가?”

“한 교수님과 공동 설계한 현장이 하나 있습니다.”

“자네가 공동설계를 했다고? 이제 2학년인데?”

“교수님께서 이름만 올려주신 겁니다. 그 현장을 하는데, 민수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설계한 현장에서 실습을 한다? 그 말이지.”

“그런 셈이죠.”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좋지. 실전은 빨리 배울수록 좋은 거야. 허허.”

“민수가 좀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원래 처음 일 배울 때는 힘든 거야.”

설계와 현장은 다르다. 그 방식도 강도도!

감각이 뛰어난 사람도 현장의 열기를 부딪치면 처음에는 적응이 어렵다. 하물며 학생임에야.

‘아버님 말씀처럼 처음에는 많이 힘들 텐데.’

그가 말을 이었다.

“민수 녀석이 힘들어하면 내가 발로 뻥 차서 내보낼 테니. 자네 맘대로 굴려도 돼!”

***

수업이 끝나고, 교수실에 들렀다.

한 교수는 논문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내가 들어오는 걸 보고 말했다.

“성훈아, 문 소장이 너 찾더라.”

현재 기숙사 소장이 공석이 되자 문 과장이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의도적으로 그를 추천한 것도 있었다. 그는 일머리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절 왜요? 감리 일이면 진표 형 있을 텐데.”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잘 몰라. 난 분명히 전달했다.”

“교수님, 그래도 무슨 일…….”

“몰라. 몰라. 논문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더 이상 말시키지 마.”

선영은 혹시 아나 싶어 바라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요즘 교수님 상태 안 좋아요.”

선영이 팔을 ‘X’자로 교차시킨다.

“선배, 나도 바빠. 절대 안 돼!”

‘저 여우같은 것. 휴. 무슨 일 복이 터져 가지고.’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지.

“알았어요. 가볼게요. 민수 데려가도 되죠?”

“민수? 부려 먹으려고? 잘 생각했다.”

‘어쩜. 딱 저렇게 생각을 하냐!’

“밀어주기 혹은 키워주기. 좋은 말들 많잖아요!”

“훗. 뭐가 됐든 네가 남 좋은 일 시킬 놈은 아니잖아.”

‘누가 할 말을! 그건 한 교수님 당신도 만만치 않거든.’

“민수한테는 적당히 해라.”

“뭘요!”

“너 그때, 일본 애들 말 잘 듣는다고, 기절할 때까지 부려 먹었잖아. 옆에서 보는 내가 다 짠하더라.”

‘소세키 기절했다고, 박수 친 건 당신이거든!’

***

“민수야, 타라. 현장에 한번 가보자.”

탁-

조수석으로 민수가 앉았다.

“선배님들! 잠깐만요.”

한석이 저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다.

“저놈이 무슨 일이지?”

“글쎄요. 오늘은 미팅이 없나 보죠.”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물었다.

“선배님들! 저 놔두고 어딜 가시는 검까?”

“네가 알아서 뭐하게?”

“치사하게 두 분만 가심까? 저도 무조건 따라갈람다.”

뒷문을 열고는 잽싸게 자리를 차지했다.

어이가 없어서 룸미러로 녀석을 쳐다봤다.

내리지 않겠다는 사나이의 굳은 신념이 보였다.

“허허. 그래. 가보자. 너도 데려가면 시킬 일이 있겠지.”

뒷자리에 있던 녀석이 어느새 다가왔는지 내 옆으로 목을 쭉 내밀었다.

“엥? 선배님. 일하러 가는 거였슴까?”

“그럼 뭔 줄 알았는데?”

“전 저 따돌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줄 알았죠. 내릴래요. 저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각났슴다.”

딸칵-

차문을 잠가 버렸다. 그리고 액셀을 밟았다. 내릴 테면 내려 보든지.

나지막하게 말했다.

녀석에게 제일 잘 먹히는 목소리였다.

“약속 시간 늦었다. 너 내려줄 시간 없어.”

“선배님, 저 급한…….”

“안전벨트 매라. 안 그럼 집어 던져 버린다.”

“선…….”

“씁. 그 입 다물라!”

“넵.”

민수가 보던 도면을 한석에게 내밀었다.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잘 봐둬. 우리가 갈 현장이야.”

“민수 선배까지. 힝.”

그렇게 우리는 현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오른팔을 키우면 뭐해!

왼팔도 키워야지. 비록 거들 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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