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축의 신-59화 (59/427)

건축의 신 59화

팀 과제(2)

녀석들에게 학교 앞 고깃집으로 모이라고 했다.

‘내 때는 밥 사주고, 고기 사주는 선배가 진리였거든.’

선심을 쓰면서 이 농땡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한석이 녀석이야 흔하디흔한 후배 중의 하나였지만 민수는 그 의미가 약간 달랐다.

‘뭐. 먹이다 보면 민수 입도 열리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

민수는 먼저 와서 고기집 앞에 앉아 있었다.

성격은 조용하고 말이 없지만 약속은 잘 지키는 녀석이었다.

‘과제 조사를 메일로 보낸 것을 봤을 때는 책임감도 꽤 있는 것 같던데.’

처음에는 히키코모리처럼 느꼈지만, 말이 너무 없는 것 빼고는 맘에 드는 녀석이었다. 의외로 진국일지도!

한석이 녀석은 또 보이지 않았다.

“한석이 녀석, 아직 안 왔어? 들어가자. 민수야.”

민수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일단 말을 걸어 볼까?’

상대의 타입을 존중하는 것이 내 성향이고, 웬만하면 남에게 간섭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합 작전을 펴야 할 때였고,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를 위해서도, 한 교수를 위해서도.

“민수야. 아까 읽는 거 뭐냐?”

말하기 싫어하는 티가 역력했지만 어쩌랴 선배가 말을 거는데!

‘꼬우면 네가 선배 하든가.’

어차피 한 팀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거나 불편해서는 완료할 수 없다.

“그냥 소설이에요. ‘죄와 벌’.”

“그래? 나도 옛날에 그거 읽었었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家) 형제들도 읽었고.”

물론 내 경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서른이 한참 지나서야 읽었었다.

그것도 일하는 데 필요 없었다면 읽지 않았겠지만!

민수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래! 읽다가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무협소설이라면 줄줄줄 읽어댔겠지만!’

“왜? 난 그런 거 읽을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냐?”

민수의 열린 가방을 슥 쳐다보니 다른 책들도 있었다.

주역, 위대한 개츠비 등등

주역은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역경(易經)이었다.

‘안 가리고 막 보는 타입인가 보네.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가?’

나도 민수에게 흥미가 생겼다.

“다른 소설이야 몰라도, 주역은 강해서(講解書) 없으면 읽기 힘들 건데…….”

민수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내게 물었다.

“형. 혹시 아시는 강해서 있으시면…… 읽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예전에 읽었던 주역에 관련된 강해서 몇 권을 추천해 줬다.

“여러 가지로 다 읽어 봐야 할 거야. 서로 다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을 한 거라서 말이야.”

“그래요? 그런 것도 있어요?”

‘이놈 봐라. 지가 관심 있는 거에는 입을 슬슬 여는구만!’

아는 대로 설명을 해줬다.

이런 후배 귀엽지 않던가!

“원래 경이란 게 누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거든.”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해석을 한 것도 있고, 불교를 믿는 사람이 해석한 것도 있었다.

그 관점의 차이야 두말할 필요 없이 명확했다. 그 외에도 몇 권이 있었다.

민수는 처음으로 내 눈동자를 맞추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들을 취합해서 네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할 때, 그때서야 봤다고 할 수 있는 거지.”

전생에서야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를 자유롭게 접하면서 관계된 책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정보를 적당히 말해줬다.

‘아직 안 나온 책이 있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내 기억에 오래되었던 책들 위주로 말해주었다.

“형. 생각보다 고전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민수의 말에 팔을 내저었다.

“아냐. 그냥 겉핥기로 보는 거지. 내 방에도 관련된 거 몇 권 있으니까. 궁금하면 와서 보든지.”

한석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녀석 늦을 것 같은데, 먼저 먹고 있자.”

고기를 불판에다 올리니 한석이 헐떡거리며 들어왔다.

“선배, 안 늦었어요. 아직 1분 남았어요. 헉헉.”

“운 좋네. 안 오면 잘라 버리려고 했는데.”

“헉헉, 냉정하시네요. 선배님, 저 이번에 F 맞으면 재수강해야 될지도 몰라요.”

어떻게 내 전생하고 똑같이 사는 놈이 있는지. 그때는 왜 몰랐을까?

자신의 사정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까지도 꼭 닮았다.

‘쯧쯧. 네 녀석 인생도 평탄하진 않겠구나.’

“이거 받아.”

민수와 한석이 조사했던 것들은 내게 메일로 보냈고, 나는 그것을 정리했었다.

정리한 자료를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민수는 생각보다 꼼꼼하게 잘 정리했더라. 그런데 한석이 넌. 내가 교수였으면 잘랐다. 알지.”

“그거 나름 열심히 한 건데요.”

“그건 네 나름이지. 내 나름에는 어림도 없어. 경고야. 제대로 안 하면 국물도 없어.”

세상 만만한 게 어디 있나?

설렁설렁하는 녀석을 초장에 잡지 않으면 뒤가 괴롭다.

“하여간, 넌 딴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 알았어?”

“네, 그럼 뭐부터 할까요?”

“고기부터 구워!”

“네, 네?”

“고기 구우라고.”

한석은 뚱한 표정이 되었다가 고기의 마블링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선배. 맡겨만 주십시오.”

둘에게 물었다.

“모형은 어떻게 만들지 생각들 해봤냐?”

한석이 먼저 말했다.

“선배님, 이쑤시개로 하시죠. 작년 선배들도 그렇게 했던데요.”

그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래서 한 교수가 작년에 폭망했다고 했던 거야. 이번에는 폭망하기 싫어서 상품을 내걸은 거고. 이놈아!’

“안 돼. 그냥 조그마한 모형이면 그렇게 했을지도 몰라. 그러나 에펠탑은 그런 걸로는 안 돼.”

“왜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너 어떤 스케일로 모형을 만들려는 거냐?”

“당연히 ‘1 : 100’이죠!”

‘얘가 지금, 에펠탑을 다보탑으로 착각하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허허허. 막내야. 그냥 집에 가고 싶냐?”

“그럴 리가요.”

내 웃음의 의미를 모르는 한석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민수야!”

민수가 한석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한석아. 에펠탑 총 높이가 324m야.”

한석이 계산에 들어갔다.

“그럼 백분의 일이니까. 3.24m 네요. 허억!”

내가 한석에게 말했다.

“넌 이제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마. 나 화병 나니까. 내가 아까 뭐랬지?”

내가 짜증이 좀 났었던 것 같다.

한석이 목을 움츠리더니 내려놓았던 집게를 들었다.

“고기 굽겠슴다!”

한참 민수와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집 안에서 보고 배운 것이 있는 녀석이라서 말도 통하고 이해도 빨랐다.

한석은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심심한 듯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어, 선배님! 이거 혹시?”

신문들 펴들며 내게 말했다.

“이거 선배님 아니에요?”

<울산신문>이었다.

며칠 전에 현상설계 당선 건에 대한 소식이 작게 나와 있었다.

그 기사 안에 나를 포함한 도산 건축 식구들 사진과 ‘디자인 : 김성훈’이라는 말도 같이 있었다.

일부러 도산 소장이 내 이름을 끼워 넣은 모양이었다.

“응. 맞아.”

그리고 다시 민수와 이야기를 이어가려는데, 한석이 민수에게 물었다.

“민수 선배는 알고 있었어요?”

의외로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알고 있었던 거네요. 나만 몰랐던 거네?”

“그게 무슨 상관인데.”

“민수 선배 히키코모리라고 유명하단 말이에요. 사람들이랑 말도 잘 안 하고.”

당사자를 앞에 두고 할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한석은 거침이 없었다.

내가 물었다.

“그게 왜?”

“지금 민수 선배가 선배님하고 말도 잘하고 하잖아요.”

“그래서 네가 모르는 거랑 민수 말없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저는 몰라서 그랬다지만, 민수 선배는 선배님이 유명한 거 아니까, 일부러 친한 척 하는 거 아니냐 그거죠.”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한석이 생각 없이 말을 뱉다 내 반응에 찔끔했다. 그리곤 또 집게를 들더니 애꿎은 고기를 뒤적이며 중얼거렸다.

“제 인사도 제대로 안 받아주시면서…….”

“인사나 제대로 하고 말해, 그럼 혹시 알아? 줄 하나쯤 세워줄지.”

“진짜요, 선배님?”

직선적이고, 감춤이 없다. 약간의 배려 정도는 있어도 좋으련만!

“대신 말 제대로 안 들으면 바로 아웃이야. 난 그런 거 얄짤 없다.”

“네! 그런데 선배님도 소문하고는 완전 딴 판이네요. 개날…….”

이놈은 말이 뇌가 아니라 혀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한석에게 으르렁거렸다.

“한 마디만 더하면…….”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석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

“아웃이죠? 잘하겠슴다. 선배, 고기 더 먹어도 되죠?”

능글맞은 새끼. 20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20년 전, 과오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을 하는 건데, 지금 다시 그 별명을 들으면 누군들 억울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겠지.’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민수에게 물었다.

“1 : 300 스케일은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요.”

돌리는 듯한 대답에 대놓고 물었다.

“민수 너 이런 거 만들어 봤지?”

명색이 대목장의 핏줄이고 손자라면 직접 만들지는 않았어도 만드는 것을 보기라도 했을 것이다.

이 말할 때, 내 얼굴은 ‘다 알고 하는 말이야!’ 하는 표정이었을 거다.

민수가 내 눈을 슬쩍 피했지만 나는 계속 대답을 기다렸다.

결국 민수가 말했다.

“네.”

‘네’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떻게 만드는지만 알아요’ 정도만 해도 만족이라 생각했다.

‘대박이다.’

만들어 봤다면 이야기가 편했다.

좀 더 자세하게 물었다.

“너한테는 큰 게 만들기 편하냐? 작은 게 편하냐?”

한석이 끼어들었다.

“당연히 작은 게 좋죠. 자재도 적게 들어가고, 옮기기도 편해요.”

자기가 할 일이 많아질까 미리 밑밥을 까는 모습이었다.

한석의 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민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만들기는 큰 게 편하죠. 디테일도 살리기 좋고요.”

1 : 200이면 5㎝ 한 개 들어간다면, 1 : 100이면 10㎝ 한 개가 들어간다.

크기와 무게가 다를 뿐 수는 같다. 고로 하는 일의 양도 비슷하다.

“좋다. 그럼 150분의 일로 간다.”

“2m로요? 상부의 하중을 버틸까요? 나무로 한다고 해도 무게가 꽤 될 텐데요?”

그 부분에서는 생각을 해둔 것이 있었다.

“대나무로 할 거다. 그래도 문제가 되겠냐?”

대나무는 일반 나무에 비하여 결이 일정하며 가볍고 탄력이 좋다.

속이 비어 있는 특성상 일반적인 가구에서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특수 용도로서의 가공성이 뛰어났다.

민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나무라면 해볼 만합니다.”

모형이란,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고로 잘 보이면 잘 보일수록 좋은 것이다.

‘우리는 대대익선(大大益善)이란 말이지!’

재료를 정했고, 모형을 만들 사람을 정했다.

남은 것은 만드는 일이었다.

“그럼 내가 대나무랑 작업 장소 구해놓을 테니까, 민수 넌 작업 도구 들고 와라.”

2m가 넘는 모형을 조그마한 자취방에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 형.”

한석이 물었다.

“선배님. 저는요.”

“몸만 와라.”

“네!”

몸만 오라는 건 육체노동을 시키겠다는 말인데,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한석에게 말했다.

“술 먹지 말고, 제대로 된 몸 가져오라고. 술 냄새 풍기면 넌…….”

“아! 과제 약속 전날은 절대로 안 먹겠습니다.”

“민수가 해봤다고 하니까. 나보다 더 나을 거다.”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석이는 민수가 시키는 거, 까불지 말고 제대로 하고.”

“네, 걱정 마세요. 선배님. 근데 선배님은 뭐 하시게요?”

눈치 없는 녀석을 가만히 째려보았다. 지금부터 내가 제일 바쁘거든.

“지금까지 하는 말, 뭐로 들었냐?”

“아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

다음 날, 임시로 빌린 창고로 모였다.

민수는 목공에 필요한 대패, 톱 등의 공구와 주사기를 들고 나타났다.

“본격적으로 해보려나 본데!”

민수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왕 시작한 거잖아요.”

보면 볼수록 괜찮은 녀석이었다.

잘난 척할 만도 한데, 전혀 그런 티를 안 낸다.

“한석이는?”

“여기요, 선배님. 헉헉.”

한석이는 오늘도 약속 시간 1분 전에 도착했다.

나는 그곳에 내 컴퓨터를 설치했다.

에펠의 빗면을 제대로 된 수치로 뽑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켰다.

“이거 보이지?”

캐드로 에펠탑의 3D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맥스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수치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한석의 입이 벌어졌다.

‘녀석은 처음 보려나?’

“이게 뭐예요?”

“캐드.”

“저도 이거 가르쳐 주세요.”

“왜?”

“돈 될 거 같아서요!”

너무 솔직하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이거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자. 하는 거 봐서.”

“맡겨만 주십시오. 선배님. 뭐부터 시작하면 됩니까?”

굳이 캐드로 3D를 만든 것은 전개도를 뽑기 위함이었다.

한석이 물었다.

“선배님, 그런데 이걸 왜 하시는 거예요?”

민수도 관심이 있는지 쭈뼛거리면서 보고 있다.

“민수도 이리 와!”

둘을 불러 작업하는 것을 보여줬다.

“이 빗각 면을 일일이 계산기로 두드리면서 찾을 수는 없겠지?”

입력한 정면도를 경사각에 맞춰서 늘렸다.

“와, 금방 되는데요?”

한석이는 군침을 흘리면서 작업 과정을 보고 있었다.

그다음에 경사진 빗각 면을 다시 수직으로 돌려세웠다.

“이게 전개도다.”

이번에는 민수가 말했다.

“그럼. 이대로 맞춰서 모형을 만들면 쉽겠네요.”

“맞아. 이걸 위해서 가져온 거지!”

한석이가 허리를 숙였다.

“선배님! 맘껏 부려주십시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컴퓨터가 편하긴 편하네요. 몇 시간 걸쳐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걸 형은 단 몇 분에 해결하네요.”

손뼉을 쳤다.

“자, 이제 출력 나오면 니들이 쉴 시간이 없을 거다.

민수가 대나무를 다듬는 동안, 한석이 할 일이 없었다.

“한석이는 민수가 다듬는 동안, 구조 계산이나 해.”

“네, 선배님!”

민수는 작업을 하면서도 끙끙거리는 한석을 힐끔힐끔 보며 막힌 부분을 가르치고 있었다.

‘호, 수 개념도 확실한가 본데? 응용도 꽤 빠르고. 볼수록 맘에 들어.’

민수가 만드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었다.

‘이걸로 한 교수랑 거래를 해야지. 흐흐.’

첨에는 긴가민가했지만 대나무 다듬는 것을 보니 허투루 배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공구들 또한 손때가 묻은 것들이었다. 얼마나 많이 썼으면 그럴 것인가?

“민수는 계산 많이 해봤나 보다.”

“네? 아, 저 포병대 나왔어요.”

건축과가 웬 포병대? 공병대가 아니고.

“자대배치 받을 때, 조교가 무슨 일 하다 왔는지 말하라고 하지 않디?”

“…….”

헐. 그때도 가만히 있었던 거냐?

“덕분에 각도 계산이랑 비거리 계산만 죽어라고 했어요.”

“그래, 삽질 안 한 게 어디냐! 난 삽질 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뭐. 꼭 편하지만도 않았어요. 맨날 계산만 죽어라고 했거든요.”

“……고생했다.”

“형. 이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대나무를 가공하던 민수가 물었다. 한석도 손을 놓고 있는 걸 보아 막힌 모양이었다.

자꾸 본드가 새어 나오니 깔끔해야 할 대나무 결이 지저분해지는 느낌이었다.

“목구조하면서 이어붙일 때, 쓰는 방법이 뭐가 있냐?”

민수와 함께 깔끔한 외관을 만들 방법을 토론했다.

한석은 숫자와 씨름 중이다.

“힘드냐?”

“선배님, 머리 아파 죽겠습니다.”

“그래? 잘됐다. 이리 와라.”

이제 진정으로 한석의 육체노동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는…… 감독이었다.

“잘하고 있네.”

민수의 리드와 한석의 팔로우. 이 앙상블을 보면서 생각했다.

‘완전히 망할 팀이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드림팀이 될 수도 있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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