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건축의 신-55화 (55/427)

건축의 신 55화

도산 건축 소장(4)

걱정을 접은 소장이 손뼉을 짝 치면서 작업 시작을 지시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작인가? 아귀 잘 맞춰서 부탁하네.”

‘아귀’란 4개면 이상의 벽체가 틈 없이 맞아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모델링을 하면서 맞춰가겠습니다.

“우리 직원들 실력 확실하니까 다 맞을 거야. 더 필요한 설명 있어?”

“작업 진행하면서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겠습니다. 아! 이제 설치 끝났네요.”

정희도 내 옆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내게 사용법을 배우기로 했었다. 그 수준은 실제 사용하는 것에 기준을 맞췄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희야. 나 너 공짜로 부리는 거 아니다. 제대로 해.”

“네, 오라방!”

정희는 일당 5만 원을 주기로 했다.

호칭은 오라방으로 하기로 합의를 봤다.

사장이라 부르기는 어색하니 오라버니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녀는 그런 호칭은 노티 나서 싫다면서 ‘오라방’이라는 난생처음 듣는 호칭을 말했다.

‘흠, 내가 늙긴 늙은 모양이군.’

그녀도 이제는 3D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희야. 넌 이 경비실 부분을 맡아서 완성을 시켜봐. 나중에 끌어오면 되니까.”

연습하는 셈 치고, 그녀에게 작은 부분을 맡겼다.

실제 도면으로 직접 만들면서 지적을 받는 것이 실력 향상에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아무리 책을 보면서 치약 뚜껑을 만들고 손가락을 만들어도 실제로 하는 것과는 다르다.

책에 나와 있는 건 게임의 튜토리얼과 같다. 실무와는 다르다.

“넵, 오라방!”

얇은 두 팔을 동동 걷으며 그녀가 의욕을 불태웠다.

몇 시간 후에는 멘탈이 붕괴되겠지만 그녀로서는 튜토리얼을 벗어난 첫 실전인 셈이다.

‘화이팅! 열심히 해.’

원래 처음 하면 다 아픈 법이다.

나도 작업에 들어갔다.

건물의 배치는 간단했다.

운동장을 중심으로 북서쪽에는 학교 건물이 있고, 북동쪽에는 체육관을 겸한 강당이 있었다.

운동장에는 축구장이 있고, 그 한편에 모래사장과 놀이터가 있으며, 정문에는 경비실이 배치되어 있었다.

가장 많은 컷을 뽑을 부분은 학교 건물이었다.

사이트 작업부터 진행을 시작했다.

패널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조감도가 될 것이다.

건물의 배치와 용도를 한눈에 알 수 있으므로, 가장 눈이 잘 가는 상단에 위치할 것이다.

그리고 건물들의 세부 디테일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을 확대해서 찍고, 내부 복도도 찍어서 학교 분위기가 물씬 나게 해야 할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시간이 되면 하고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하지는 않아도 되는 조건부 옵션이 된다.

소장실에서는 정리된 도면들을 가지고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설계 기준에는 맞는지 발주자의 의도를 모두 수렴했는지, 자신들의 설계 포커스가 도면상에서 잘 적용되었는지.

회의할 거리는 많았다.

느닷없이 소장실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금 와서 그걸 변경해야 된다고?”

직원들 중 누구 하나가 욕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 또 그 패턴이 시작되는 건가?’

20년 전에 내가 골탕을 먹었던 그것!

소장이 뭔가 꼬투리를 잡아 누군가를 혼내고, 그 사람은 내게 와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변경을 요구하는 패턴!

‘나 곤란한데, 사정 좀 봐주지’ 하는 동정심에 기대는 것 말이다.

‘당신이 잘못한 걸 왜 내게 밀어?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짓을!’

지금은 진표가 현장 감리로 나가 있으니 다른 사람이 악역을 맡은 모양이다.

잠시 후, 과장이 내게 다가왔다.

“성훈 씨, 이것 좀 변경할 수 있어요?”

그가 내민 도면을 점검했다.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니 당연한 일이리라.

책상 옆에 떡하니 붙여놓은 스케줄 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장 바꿔야 하는 겁니까? 지금 모델링하는 거 흐름 끊기면 곤란한데?”

당신네 스케줄에 무조건 따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쪽 사정 봐주다가 내 일을 못 하면 누가 책임지냐고!’

과장도 책임질 일이 생길까 봐 한발 뒤로 물러섰다.

“뭐, 소장님이 시키신 거니까. 난 그냥 전달하러 온 거야.”

“일단 거기 놔두세요. 이거 끝나고 소장님께 직접 여쭤 볼게요.”

의뢰자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했다.

다만 시간에서 뒤로 밀릴 뿐.

‘정말로 급한 사안이었다면 직접 와서 얘기를 했겠지. 부하 직원 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소장의 스타일은 그랬다.

그는 정말 중요한 일은 남에게 맡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8시간에 걸친 교실동의 모델링이 거의 끝났다.

오전 9시부터 시작했었는데, 지금 시간이 오후 5시였다.

정희는 이제 막 경비실을 끝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나왔다.

“쉽지 않지?”

“네, 오라방. 생각보다 어렵네요.”

“당연한 거야. 처음이니까.”

수정할 부분을 짚어주며 정희를 격려했다.

‘제대로 써먹으려면 아직은 멀었네. 나도 처음 할 때는 욕 많이 먹었는데.’

그리고 수정할 도면을 집어 들었다.

‘지금 당장 수정을 안 해도 될 부분인데, 이걸 들이밀었다. 뭐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었다.

‘평면이 바뀌는 거라면 바로 수정을 해야겠지만 그것도 아니네.’

평면 자체가 바뀔 정도의 변경이라면 구조의 변경까지 함께 이루어진다.

그건 전반적인 수정이 요구되는 큰일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입면의 변경이라면 나중에도 수정이 가능했다.

지금 주어진 것은 평면이 아니라 입면의 수정이었다.

손은 많이 가지만 급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하자.’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뒤에서 소장이 기웃거렸다.

할 말이 있나 싶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볼 요량이었다.

‘이 인간이 심심한가?’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로 스케줄 표를 가리켰다.

그리고 소장에게 말했다.

“보이시죠? 스케줄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냐? 보는 것도 안 되나!”

“전 누가 보면 신경 쓰여서 작업 못 합니다.”

그러자 소장이 머쓱하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어쩌랴. 작업자가 그렇다는데.

건축사 사무소에서는 그가 왕이지만 내 분야에서는 내가 왕이다.

***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직원들 몇이 모여서 모니터를 보고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이거 왜 이러냐?”

“몰라요. end 점은 잡히는데 수치가 이상하게 나와요. 버그인가 봐요.”

건축사 사무소의 직원들은 캐드를 잘 한다.

도면을 뽑기 위해서는 당연히 캐드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문제는 2D의 전문가라는 거지.’

그들의 대화에 슬쩍 끼어들었다.

“뭔데 그러세요?”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끼어드니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과장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성훈 씨는 성훈 씨 할 일이나 해요.”

그럴 법했다.

3D 조금 할 줄 안다고 자기들 월급 5배 이상을 사흘 만에 챙겨가는 나를 예뻐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쯧쯧.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막말로 캐드는 내가 훨씬 경력자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해봐야 겨우 2, 3년 차 경력자들일 것이다. 한국에서 실용화된 게 그 정도이니.

나는 20년을 써 왔는데 말이다. 조금 과장하면 지금의 내 나이만큼 캐드를 만져왔다.

슥 보니 뭔가 문제인지 보인다.

정수로 끝나야 할 숫자가 소수점 10개 이상이 찍히면 그건 라인을 그으면서 좌표가 어긋난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프로그램의 오류로 판명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3D의 개념에 익숙하지 않고, 2D로만 캐드를 다루면 흔히 겪는 실수였다.

이 시절, 건축사사무소에서 3D를 다룰 일은 거의 없었다.

‘옜다. 선심 쓴다.’

“과장님, 그거 좌표가 엇갈린 것 같은데, 제가 좀 봐도 돼요?”

과장은 여전히 뚱한 표정이었다.

“그냥 성훈 씨는 자기 일이나 하라니까. 이건 우리끼리 풀어볼게.”

그러나 그의 부하는 생각이 달랐다.

“과장님, 이거 오늘 내로 끝내야 돼요. 안 그럼 소장님한테 죽을걸요.”

“끙…… 한번 만져 봐요. 얼마나 캐드를 잘 아는지는 몰라도.”

결국 과장은 승낙했다.

책상에 앉아서 3D 관련 패널을 꺼내서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문제점을 찾는 데는 말 그대로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역시! 이거 때문에 그랬네요.”

“뭔데? 뭔데?”

궁금하긴 과장도 매한가지였나 보다. 누구보다 먼저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거 보이시죠. 선 튀어나온 것!”

정면 뷰가 아니라 우측면 뷰로 보는 중이었다.

수십, 수백 개의 라인이 하나로 겹쳐져서 한 줄로 보이는 와중에 한 개만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 라인을 찍어서 Z 좌표 값을 ‘0’으로 변환시켰다.

다시 정면 뷰로 돌아왔다.

수치 보정이 이루어져 정확한 수치로 되돌아와 있었다.

과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간단하죠?”

“응. 응.”

과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실제로 간단했는데.

“잘 안 쓰시던 거라서 가끔은 잊어버리시는 거예요. 몰랐던 건 아니시잖아요.”

“그래, 알지. 깜빡했네. 하하.”

“수고하세요. 전 제자리로 갈게요.”

멍하게 있던 과장이 정신을 차렸다.

“어, 어. 성훈 씨, 고마워.”

“이상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저는 몰라도 과장님이 아실 거고. 과장님이 깜빡하신 거 제가 알 수도 있잖아요.”

가장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인물들이 실무자들이다.

가진바 권력은 없어도,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었다.

내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도 과장님한테 많이 물어보잖아요.”

내 자리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캐드에 대해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봤다.

그 내용 또한 나도 예전에 많이 고민했던 것들이라 금방 답해줄 수 있었다.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소장을 두고 뒷담화를 할 만큼.

지금 내 책상에는 그들이 사온 음료수와 커피 캔으로 손 놓을 틈이 없었다.

어찌 빈손으로 물어보겠냐면서 하나씩 들고 온 것들이 산처럼 쌓였다.

“희야!”

“넵, 오라방.”

“이거 다 먹어라.”

“넵, 고마워요. 오라방.”

몇 개 빼고는 모두 그녀의 가방으로 들어갔다.

만 하루가 지났다.

체육관까지 모델링이 끝나고 모든 건물이 자리를 잡았다.

‘어째, 영 허전한데.’

운동장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교실동, 북동쪽에 체육관이 들어서다 보니 한 쪽으로 건물들이 쏠려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최대한 건물이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도면대로 건물을 올리지만, 그 이후에 건물이 눈에 뜨이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건물이 모여 있으면 한 쪽으로만 시선이 집중되는데? 흠.’

돈을 떠나서 내가 만드는 건물은 달라야 한다.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였다.

‘나중에 포토샵으로 포인트를 좀 줄까? 그래도 이건 그런 차원이 아닌데!’

고민하다가 목을 한바퀴 돌렸다.

뚜두둑- 뚜두둑-

“아이고, 어깨야.”

이틀째 책상에 앉아만 있으니 아무리 젊은 몸뚱이라도 정상일 리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어제 과장이 고쳐 달라고 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꼭 고쳐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계 기준을 보니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수정을 할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이런 경우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클라이언트의 판단이 중요하지.

“겸사겸사 물어보지 뭐.”

소장실 문을 열었다.

실내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며 직원들을 윽박지르던 소장도 힘이 빠졌는지 의자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회의는 길어지고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으니 타는 속을 담배로 달래는 것이리라.

문 열리는 작은 소리에도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뭐야!”

돌아보지도 않고 대뜸 고함부터 지른다. 자기 직원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긴! 여기서는 자기가 대장이니.’

잘못한 게 없으니 화낸다고 주눅들 일은 없었다. 담담하게 말했다.

“네, 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는데, 분위기가 영 아니네요.”

소장이 돌아보고 미안했던지 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뭔데? 말해봐.”

“네, 어제 말씀하신 거 꼭 변경해야 하는 건지 하고요. 아무리 봐도 운동장이 밋밋하더라고요. 뭐로 채우실 건지 여쭤보러 왔습니다.”

설계라는 것은 채우고 채워도 항상 부족하다.

설계가 완성되는 시간은 마감되는 순간이다.

더 이상 고칠 것도 없고, 고칠 시간도 없을 때 말이다.

마감 전까지는 채우고, 빼고, 대체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금 소장의 머릿속에도 뭐로 채울 것인가 하는 질문만이 날아다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우리도 그것 때문에 회의하고 있었는데, 너 뭐 아이디어 없냐?”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다.

그만큼 절박했으니까 그랬겠지.

나는 아직도 설계를 잘 모른다.

전생에 배웠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현생에서 한 교수에게 배웠다고는 하지만 그걸 누구에게 설명하랴. 우주건축을!

그런 이유로 나는 설계에 대해서는 초보나 다름이 없었다.

균형 잡힌 배치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비어 있는 부분을 뭐로 채울지는 몰랐다.

학생답게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 제가 설계를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하긴. 내가 어린 학생한테 뭘 더 바란 거냐? 나가서 그거나 고쳐.”

소장도 내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던지 대뜸 나가라는 말을 했다.

“소장님? 그런데 왜 거기만 텅 빈 느낌인 겁니까?”

“왜기는? 한 쪽으로 건물들이 치우쳐져 있으니까, 그렇지. 학교가 다 그렇잖아. 그것도 몰라?”

내 질문이 귀찮았던지 소장은 내게 핀잔을 줬다.

필요에 따라 지어지는 건물은 필연적으로 균형보다는 효율에 초점이 맞춰지게 마련이었다.

효율의 중심은 사용자들의 동선이며, 동선이 짧을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

‘학생이 모를 수도 있는 거지. 자기는 처음부터 알았나?’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은 일로 상대해야 한다. 이건 내 작품이기도 했다.

“요컨대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말이네요.”

“굳이 따지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양쪽으로 균형을 맞춰줄 게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없잖아.”

소장의 고민이 담배연기가 되어 코로 빠져나온다.

“창고라도 지을까 해봤지, 그런데 무게감에서 상대가 안 돼. 지금 와서 쓸모없는 건물을 더 올릴 수도 없으니!”

체육관을 운동장 반대편으로 옮기는 것도 문제가 되기는 매한가지였다.

운동장이 길쭉하게 만들어지면 활용도가 떨어져서 쓸모없는 배치가 되어버린다.

그때, 내 머리 속에는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가 있었다.

가우디의 ‘구엘 공원’.

방학 때, 바르셀로나에 갔었고, 거기에서 만난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명작!

소장에게 물었다.

“그럼,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반대편에 얹으면 어떨까요?”

“그걸 누가 몰라?”

소장이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 껐다.

“그게 없어서 지금 대가리 터지게 고민하는 거 안 보이냐?”

그리고 다시 한 대를 빼 물었다.

반복되는 회의에도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남는 것은 짜증과 스트레스뿐이다.

소장 이하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머리가 폭발할 지경이겠지!’

지금 상황이 꼭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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