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45화 (완결) (145/145)

# 145 < 에필로그(Epilogue) [완결] >

結 - 1.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흐른다는 말이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아버지의 죽음 이후 대략 십 년의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지난 10년간 우리 Film Kim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Film Kim표 슈퍼 히어로 영화와 판타지 영화는 매년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었고,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은 온라인 실시간 영화 관람 서비스도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이 철회됨에 따라 북미 시장에 본격적인 극장 체인이 설립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Film Kim의 성장세는 올해 발표된 경제 지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경제지 중의 하나인 포브스(Forbes)에서는 세계 유명 기업의 시총 순위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우리 Film Kim은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애플과 구글, MS에 이어 4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는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문화 콘텐츠 기업인 Film Kim이 첨단 IT 기술을 가진 제조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 말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Film Kim이 단순한 영화 제작과 유통만을 전담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영화를 콘텐츠로 한 모든 사업에 진출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

이제 이 수식어를 듣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은 자연스럽게 ‘제임스 킴’이라는 나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도 온통 푸른 눈에, 금발 머리들로 가득한 이곳 할리우드에서 유일한 ‘검은 머리’ 감독이라는 점이 더욱 이를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結 - 2.

미국 하와이의 쿠알로아 랜치.

대형 관광버스들이 길게 줄을 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주로 미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이 버스들의 목적지는 최근 하와이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Kim′s Movie Theme Park’였다.

최근 문을 연 ‘Kim′s Movie Theme Park’는 개장과 동시에 세계적인 관광시설로 급부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마파크 내에는 그동안 우리 Film Kim에서 제작한 영화를 주제로 다양한 관람 및 체험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바로 영화 <타이타닉> 촬영에 사용된 타이타닉호 모형 전시관이었다.

실제 타이타닉호와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이 모형은 영화 촬영이 끝난 직후 곧바로 이곳으로 옮겨져 왔는데, 길이 269m에 건물 20층 높이를 가진 초호화여객선 타이타닉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한 영화 <쥬라기 공원> 촬영지에는 각종 공룡 모형과 영상 체험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고, 이는 영화 <스파이더맨>을 비롯한 여러 히어로 영화 소품 전시관과 더불어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매년 수천만 명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관광명소인 ‘Kim′s Movie Theme Park’는 이제 이곳 하와이의 랜드마크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다.

結 - 3.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세계 최고의 영화제답게 많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등 총 23개 분야에 걸친 시상이 모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왜냐하면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초의 ‘특별 공로상’ 시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카데미 공로상은 예전부터 계속 시상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올해처럼 ‘special’이란 수식어가 붙은 공로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이번 공로상의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100년에 가까운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수여되는 이번 특별 공로상을 받게 될 영화인은......”

사회자가 긴장감을 돋구기 잠시 뜸을 들였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시상식장에 모인 사람들과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번 특별 공로상의 시상자가 누가 될 것인지 이미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 공로상 수상자는 바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역작들을 수백 편도 넘게 만들어낸 영화감독 겸 제작자, 그리고 Film Kim의 CEO인 제임스 킴입니다. 다 같이 큰 박수로 이 위대한 영화인을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 우와아아아!

- 짝짝짝!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이전의 그 어떤 수상자 발표 때보다 더 격렬한 반응이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단상에 선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혹시 여러분들 그 사실을 아십니까? 한때 이곳 아카데미가 유색 인종인 저를 무척이나 싫어했다는 사실 말이죠. 덕분에 저는 몇 번이나 수상에 물을 먹기도 했었고요.”

- 하하하!

농담 섞인 나의 말에 객석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 우뚝 서 있습니다. 그것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수여되는 특별 공로상이라는 그야말로 아주 특별한 상을 받기 위해서요.”

- 짝짝짝!

“먼저 저의 영화적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지 루이스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는 저의 스승이자, 친구이자, 좋은 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제는 늙어서 예전처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영화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계속 마주 앉아서 서로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객석의 조지 루이스를 바라보며 눈을 맞추자,

그가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보내왔다.

“더불어 일일이 이름을 다 불러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나와 함께 영화작업을 해온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배우와 감독들, 그리고 여러 스태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Film Kim과 함께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 시킬 수 있는 좋은 영화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저의 아내 레이첼, 두 아들, 딸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제가 영화작업을 하느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생은 그들과 함께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내가 객석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는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의 그 미모가 많이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그녀였다.

“더불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도 감사드립니다. 살아 계실 적 그는 제가 만든 영화의 광팬이었는데, 아마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제가 영화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끝으로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저의 좋은 파트너인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이 자리에서 했던 말로 저의 수상소감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객석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I′m the king of the world!”

(나는 세상의 왕이다!)

동시에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과 박수를 보내왔다.

- 우와아아!

- 짝짝짝짝!

내 손에 쥔 아카데미 특별 공로상 트로피가,

현란하게 움직이는 조명에 반사되어 더욱 크게 빛나고 있었다.

[ The End – 그동안 ‘검은 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를 애독해주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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