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 < 히어로 영화 시대의 시작 (4) >
257.
2001년 봄.
Film Kim이 투자와 제작을 맡고,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파이더맨>이 극장 개봉을 시작했다.
이번 영화는 순수 제작비만 1억 5천만 달러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였다.
또한 DC와 더불어 코믹북 시장의 양대 산맥인 마이블의 슈퍼 히어로를 처음으로 실사화한 영화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 대한 영화 관계자와 대중들의 관심이 무척이나 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 잡지와 언론이 떠들썩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 ‘영상의 마술사’라 불리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신작 영화 <스파이더맨> 개봉 임박!
- 영화 <스파이더맨>의 개봉 소식에 환호하는 올드팬들, 특히 제작사가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사인 Film Kim이라는 점이 이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혀주고 있어.
- 영화 <스파이더맨>, 60년대 코믹북 시장을 휩쓸었던 그 엄청난 인기를 실사 영화로 다시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 코믹북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영화 <스파이더맨>, 원작의 발전적 계승이 될 것인가 아니면 퇴행적 훼손이 될 것인가?
-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 될 영화 <스파이더맨>의 개봉 소식에 벌써부터 전 세계 극장가가 들썩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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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감독 입장에서는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몹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자칫 영화를 잘못 만들었다가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작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연출을 맡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이라는 것이지. 자신의 집에 수백 권의 코믹북을 아직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 덕분에 이번 영화는,
원작만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을 충실하게 재연할 수 있었다.
특히 영화의 초, 중반부는 이러한 원작의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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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 피터.
하지만 그는 이 힘을 사적인 욕구를 채우는데 사용한다.
평소 짝사랑하던 여주인공 엠제이에게 잘 보이기 위한 스포츠카 구입을 위해 레슬링 대회에 출전해 그 상금으로 차를 구입하려한 것이다.
하지만 대회 관리자는 약속했던 상금보다 훨씬 적은 돈을 피터에게 지급한다.
이에 화가 난 피터는 대회장에 칩입해 관리자에게서 돈을 빼앗아 달아나는 강도를 모른 척 방관해버린다.
그런데.
그 강도가 나중에 피터의 삼촌을 총으로 쏘아죽인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결국 이 일로 인해 피터는 죄책감과 후회로 괴로워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죽기 직전 삼촌이 남긴 유언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을 기억해냈고,
이후 악당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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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코믹북이 가지고 있는 감성의 재연,
여기에 제임스 카메룬 특유의 엄청난 시각 효과 연출 능력과 그동안 축적된 ILM의 CG 기술이 접목되면서 영화는 한층 완성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그 결과,
영화 <스파이더맨>은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리게 되었다.
- 개봉 1주일 만에 이미 손익 분기점을 넘긴 영화 <스파이더맨>
-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스파이더맨>, 슈퍼 히어로 영화의 전성시대를 열다!
- 누적 관람료 수익 3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 <스파이더맨>, 앞으로의 개봉 일정을 감안하면 최종 수익은 그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 제작을 맡은 제임스 킴과 연출을 맡은 제임스 카메룬 두 사람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명작 영화를 만들어내다!
- 원작 코믹북을 사랑하는 올드팬들도 감탄한 영화 <스파이더맨>, 개봉 4주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그 열풍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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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의 최종 관람료 수익은 무려 10억 달러.
<쥐라기 공원>, <배틀 필드>, <타이타닉>에 이어 우리 Film Kim이 제작한 영화 가운데 4번째 10억 달러 관람료 수익을 돌파한 영화였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지. 우리 회사에서는 앞으로 영화 <스파이더맨>과 같은 슈퍼 히어로 영화가 계속적으로 쏟아져나올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이번과 같은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리는 영화도 심심찮게 등장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
258.
영화 <스파이더맨>의 성공적인 상영을 끝마친 나는,
곧바로 다음 영화의 제작에 들어갔다.
한국인 이민 가족의 삶을 다룬 영화 <아메리칸 드림>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영화는 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연로하신 아버지를 위한 일종의 헌정(獻呈) 영상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지. 또한 전생에서 내가 주로 만들었던 예술 영화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그동안 나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화만 제작했다.
물론 가끔은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띤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대중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달랐다.
이번 영화는 상업성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오로지 ‘한국인 이민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조망’한다는 영화의 목적에만 충실하기로 한 것이다.
‘영화 <아메리칸 드림>에는 총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 할아버지인 제임스, 아들인 에릭, 그리고 손자인 토미가 바로 그들이지.’
할아버지인 제임스는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라 부르는 희망 섞인 미래를 꿈꾸며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한동안 백인 농장주들의 구타와 멸시를 받으며 매일 힘든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말년에 겨우 가족들이 살만한 집과 자신의 농장을 가지게 된다.
‘제임스는 미국 이민 1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이지. 영화는 바로 이 제임스라는 인물을 통해 1세대 이민자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아들 에릭은 미국 이민 1.5세대였다.
그는 한국에서의 삶과 미국에서의 삶을 동시에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오랜 방황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고, 덕분에 아버지인 제임스와도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일명 낀 세대라 불리는 미국 이민 1.5세대는 처음부터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들에 비해 현실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아들 에릭이라는 인물을 통해 미국 이민 1.5세대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지.’
마지막으로 손자인 토미는 미국 이민 2세대였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달리 처음부터 미국에서 나고 자란 토미는 겉모습만 한국인일 뿐, 사고방식은 완전히 미국인이었다.
그 때문에 집에서만큼은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고, 주말마다 반드시 한인 교회에 나가야 한다는 할아버지 제임스가 세운 규칙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 <아메리칸 드림>은 바로 이런 미국 이민자들의 세대별 가치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특히 가족 구성원들 간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고 있고.’
내가 영화의 이 같은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 하나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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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야.”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오는 토미를 향해 에릭이 물었다.
“왜 또 그래?”
“내가 학교 숙제를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와서 자꾸 틀린 답을 맞는 답이라고 우기잖아요.”
“그럴 리가. 할아버지가 아무리 농사꾼이라고 해도 초등학생 숙제를 틀릴 리가 없잖아.”
“봐요, 아빠.”
토미가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에릭 앞에 내밀었다.
얼핏 보니 ‘분류’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한 내용인 듯했다.
“문제가 ‘What goes with this? A or B (A와 B중 어느 것이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가?)’인데 전 소와 가장 관련 있는 것이 당연히 닭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할아버지는 자꾸 닭이 아니라 풀이래요.”
“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소도 동물이고, 닭도 동물이잖아요. 그래서 전 답을 소로 고른 거예요. 근데 할아버지는 자꾸 풀이 답이라고 우기잖아요.”
토미의 대답에 에릭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인들은 관계적인 사고를 하는 반면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인들은 분류적인 사고를 한다.
따라서 오랜 한국 생활로 동양적인 사고를 가진 할아버지 제임스는 소가 풀을 뜯어 먹는 관계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고,
반면 미국에서만 생활을 해 서양인의 사고를 가진 손자 토미는 소와 닭을 같은 동물로 묶어서 바라보는 분류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동양인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겪게 되는 혼란 가운데 하나였는데,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다 생활해 본 에릭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말도 맞고, 토미 네 말도 맞아.”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이 문제는 누가 봐도 닭이 정답이에요.”
“문제에는 꼭 정답만이 있는 것은 아니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때론 정답이 될 수도 있고, 때론 틀린 답이 될 수도 있어. 물론 토미 넌 아직 어려서 아빠 말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 하지만 나중에 토미가 크면 왜 할아버지가 이 문제의 답을 풀이라고 했는지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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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미국 생활을 통해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이런 사고와 생활방식의 차이가 결국 가족이나 종족 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내가 시나리오 검토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회사 직원 하나가 사장실로 들어왔다.
그는 이번 영화의 배우 섭외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사장님, 방금 막 한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국요?”
“네. 사장님이 말씀하신 배우들이 이번 영화의 출연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 정말 다행이군요. 그럼 입국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합니까?”
“몇몇 배우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스케줄이 있어서 정리되는 데로 곧바로 들어오면 아마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리허설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본은 미리 보내두었으니, 연습은 충분히 하고 올 것이 분명하고요.”
이번 영화 <아메리칸 드림>의 주연 배우는 특별히 한국에서 섭외했다.
그것도 영화 출연 경험이 많은 베테랑 배우들을 위주로.
‘다행스러운 점은 그동안 우리 Film Kim이 한국 영화 제작에 깊이 관여하면서 충분한 배우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지. 더불어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쌓아온 영화감독으로서의 나의 명성 덕분에 한국 배우들이 앞다투어 이번 영화의 출연에 나서기도 했고.’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 영화의 대사가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져 있는 탓에 영어 구사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배우들로 한정해서 섭외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가진 전생의 경험은 이번 영화에 가장 적절한 배우가 누구인지를 선별하는데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곧바로 프리 들어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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