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 최초의 실사 로봇영화 <트랜스포머> (5) >
249.
1999년 여름.
영화 <트랜스포머>가 극장 개봉을 시작했다.
전생에 실제 이 영화가 개봉된 시기보다 무려 10년 가까이 빠른 시기였다.
따라서 관객들이 느끼게 될 충격은 전생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배가될 것이 분명했다.
이번 영화는 ‘거대 로봇 대전’이라는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무척이나 컸다.
특히 어린 시절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올드팬들은 더더욱 이번 영화의 개봉 소식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생의 영화 <트랜스포머>는 이런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었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한 시각효과와 달리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와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달랐다.
화려한 시각효과와 더불어 기존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 또한 그대로 재연해내고 있었다.
물론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해 스토리 전반을 현대식으로 각색하기는 했지만.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군. 영화 <트랜스포머>의 개봉일이 말이야.”
이번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한 조지 루이스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십 년간 영화 제작일을 해온 그였지만, 영화 개봉 직전의 긴장감은 다른 여느 감독이나 다를 바가 없는 듯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조지. 이번 영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니까.”
“그놈의 자신감은 한결같구먼. 그나저나, 너무 위험한 선택 아니야?”
“뭐가요?”
“이번 영화를 전 세계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기로 한 결정 말이야. 아무리 킴이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리는 영화감독이지만 그래도 관객들 반응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의 위험부담이 덜 하지 않겠어?”
조지 루이스의 말마따나,
할리우드의 영화 배급사들이 영화를 전 세계적으로 동시 개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주된 이유는 동시 개봉에 뒤따르는 막대한 비용 지출 때문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광고비이다.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동시 개봉을 했는데, 영화의 흥행 성적이 생각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을 경우, 그 손해는 모두 배급사가 떠안아야만 하지. 이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은 대부분 순차 개봉을 선택하는데, 이 경우 앞선 국가의 흥행 성적을 감안해서 광고비 지출을 조절하면 손익률의 조절도 가능하게 되니까.’
하지만,
나의 경우는 달랐다.
전생의 기억 덕분에 영화의 흥행 성공 여부를 미리 알고 있는 나는 다른 영화사들과 달리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었는데,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전 세계 동시 상영 결정도 바로 이 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위험률이 높은 만큼 수익률도 높지 않겠어요? 특히 동시 개봉을 하면 인터넷으로 미리 영상이 유출될 위험도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 위험이 한두 푼 손해 보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조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번 영화는 조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수익을 올리게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2차 시장, 특히 완구 판매로 거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 분명해요.”
“휴, 그렇게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여전히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조지 루이스.
하지만,
그런 그의 우려와는 달리,
영화 <트랜스포머>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영화가 개봉된 당일, 모든 나라의 박스 오피스 1위를 모두 휩쓸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언론과 영화 관련 잡지는 관련 소식으로 거의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박스 오피스 1위를 모두 석권한 영화 <트랜스포머>.
-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CG 효과로 잠시도 관객들의 눈을 스크린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 영화 <트랜스포머>.
-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트랜스포머>, 누적 관람도 수익은 이미 2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 무엇을 상상하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영화 <트랜스포머>, 관객들의 극찬 속에 개봉 3주 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진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어.
.
.
.
영화 <트랜스포머>의 최종 관람료 수익은 총 10억 달러.
내가 기억하는 전생의 수익보다 무려 3억 달러가 많은 금액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번 영화가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화려한 CG 효과만큼이나 탄탄한 이야기 전개 과정이 있었기에 전생보다 훨씬 높은 관람료 수익을 올릴 수가 있었던 거야. 더불어 전 세계 동시 개봉이라는 공격적인 마케팅 또한 여기에 한몫했고.’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람료 수익의 몇 배에 달하는 완구 판매 수익이었다.
이번 영화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최대의 완구회사인 해즈브로사와 우리 Film Kim이 협업으로 만든 영화이다.
그 주된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서였는데, 발생하는 수익금은 해즈브로사와 Film Kim이 정확히 절반씩 나누어 갖기로 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개봉과 동시에 발매된 새로운 트랜스포머 로봇 시리즈는 기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가진 제품이라고 할 수 있지.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과 동일한 외형, 그리고 정교한 변신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새로운 버전의 트랜스포머 완구 시리즈는 전 세계 시장에서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출하되는 족족 모든 제품이 품절 대란을 불러일으키는 통에 해즈브로 산하의 제조공장은 휴일도 없이 24시간 풀가동 됐다.
그 수익 또한 엄청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었고.
‘앞으로 영화 <트랜스포머>는 마블 히어로 영화만큼이나 많은 시리즈가 제작될 것인데, 그때마다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겠군, 흐흐.’
250.
미국 최대 완구 회사인 해즈브로.
내가 앨런 브릭스 사장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성공에 따른 자사의 신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탓에 그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정말 대박입니다, 킴. 미국, 아니 세계 전역에서 우리 회사의 트랜스포머 신제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요.”
“하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이번 우리 Film Kim과의 협업은 기존 해즈브로의 수익을 수십 배는 더 증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그때는 좀 긴가민가했습니다. 처음 킴의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정말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킴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기회의 회사의 규모를 좀 확장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회사 규모요?”
“예. 제가 듣기로 지금 해즈브로사가 보유하고 있는 제조공장만으로는 전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던데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주문량이 폭증해서요. 그래서 공장을 24시간 풀가동 시키고는 있지만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장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공장을 추가 건설해서 생산물량을 늘리게 되면 수익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물론 킴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흥행으로 인한 특수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런데 괜히 공장을 늘렸다가 앞으로 점점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사실 장난감이라는 것이 유행을 매우 잘 타는 품목이거든요.”
“사장님의 말씀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영화 <트랜스포머>는 앞으로도 시리즈 형태로 계속 제작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새로 업그레이드된 로봇 군단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요. 따라서 지금 제조공장을 늘린다고 해도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입니다.”
“흐음.”
“그리고 이건 사장님께만 말씀드리는 건데......”
살짝 뜸을 들인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조만간 우리 Film Kim에서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를 실사화한 영화들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마블 코믹스요?”
“예. 한때 미국 전역에 코믹 붐을 일으켰던 마블 코믹스 말입니다. 스파이더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등의 히어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마블 코믹북 시리즈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 아주 즐겨봤던 만화거든요. 근데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문득 생각났다는 듯,
앨런 브릭스 사장이 자신의 무릎을 탁하고 치며 말을 이었다.
“설마 지금 킴은 그 마블 실사 영화 캐릭터도 우리 해즈브로사에 제조를 맡기실 생각입니까?”
“해즈브로가 우리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한다면요.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세계 완구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 설비이고요.”
“그, 그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앨런 브릭스 사장.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Film Kim에서 제작하게 될 마블 실사 영화가 앞선 영화 <트랜스포머>만큼만 성공을 거두게 되면 해즈브로의 매출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영화사인 Film Kim과 앞으로도 계속 협업을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되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현재 가용 가능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공장을 증설하기에는 그동안 트랜스포머 시리즈 개발에 들어간 비용이 너무 많아서......”
“그 점이라면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사장님께서만 허락해주신다면 우리 Film Kim이 자금을 투자할 생각이 있으니까요.”
“Film Kim이 직접 우리 회사에 투자를요?”
“예. 앞으로 마블 실사 영화가 본격적으로 개봉되기 시작하면 주인공 캐릭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우리 Film Kim도 이 분야에 미리 투자를 좀 해 둘 생각이라서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로서는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좋습니다. 그럼 양 회사 실무진들을 통해 구체적인 투자 문제를 논의하도록 하죠.”
***
해즈브로와 Film Kim의 투자 협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갔다.
양쪽 모두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해즈브로는 곧바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Film Kim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고,
이는 각지에 생산 공장을 신축하는 비용으로 모두 소모되었다.
아울러 우리 Film Kim은 발급받은 전환사채를 통해 미국 최대의 완구 회사인 해즈브로사의 지분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 전환사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예전에는 캐릭터 판매에 따른 2차 수익은 대부분 로열티를 지급받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다르지. 우리 Film Kim이 직접 캐릭터 상품 제조와 판매에까지 개입함에 따라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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