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 < 최초의 실사 로봇영화 <트랜스포머> (3) >
245.
영화 <트랜스포머>의 프리 프로덕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Film Kim의 해외 사업 분야에 큰 변화가 하나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한국에 우리 Film Kim의 이름으로 본격적인 극장 체인이 설립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한국의 영화산업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그 결과 불과 10년 만에 세계 4위의 영화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전생의 기억 덕분에 이 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는 일찌감치 한국에 극장 체인을 설립해 관련 산업을 선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국은 해외 기업의 진출이 상당히 제한적인 나라였다.
특히 영화와 같은 문화 산업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폐쇄적인 한국의 경제구조와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그나마 나는 한국계 미국인인 탓에 한국 정부나 국민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 덕분에 근 10년 가까이 한국에 지점을 두고 영화 제작 일을 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극장 체인을 설립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복잡한 정부의 사업 승인 과정과 더불어 다른 기업이나 단체들의 직접적인 반발에 부딪힐 우려가 매우 컸던 것이다.
그런데,
1997년 말에 이르러 이 같은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한국 출장요?”
제임스 밀러 부사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그는 우리 회사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네. 예전부터 저는 우리 회사 이름을 내건 극장 체인을 설립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미국에서는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법률적인 제약이 없는 아시아 지역, 특히 예전부터 영화 제작 일을 계속해온 한국에서 먼저 시작해보려고요.”
“쉽지 않을 일인 텐데요? 사업 허가 문제도 그렇고, 특히 극장 설립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 문제도 그렇고요.”
“물론 예전에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게......”
최근 한국은 극심한 경제난에 처하게 되었다.
이른바 ‘IMF 외환위기’라 불리는 금융위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로 인해 대기업이 줄도산하고, 주가와 부동산 시장이 대폭락하는 연쇄 현상이 발생했다.
물론 나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고.
‘1997년 말 한국을 강타한 IMF 외환위기. 한국 사람들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뼈아픈 역사 가운데 하나이지. 하지만 우리 Film Kim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한국 영화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 왜냐하면 지금 한국 정부는 달러가 무척이나 필요한 처지이고, 여기에 부동산 시장까지 폭락을 거듭해 거의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사장님 말씀은......”
제임스 밀러 부사장이 나를 향해 말했다.
“현재 극심한 경제 위기에 처한 한국의 상황을 이용해 본격적인 극장 체인 설립에 나서겠다는 뜻입니까?”
“예. 지금 한국 정부는 단돈 1달러의 외화조차도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Film Kim이 무려 수십억 달러의 돈을 싸 들고 영화 사업을 하겠다고 찾아가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요.”
“호오, 듣고 보니 그렇군요.”
“게다가 IMF(국제 통화 기구)가 한국 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금융 지원에 나서면서 해외 기업에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우리 Film Kim의 극장 체인 설립에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일이고요.”
내가 제임스 밀러 부사장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홍콩 쪽 일을 맡아보던 미셸 예 지점장이 지금 실무적인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사장님도 곧장 한국으로 가서 미셸 양을 도와 남은 일을 마무리해주셨으면 하고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지금 바로 출국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의 극장 체인 설립 사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극장 사업 허가를 따낼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우리 Film Kim에 또 한 가지 유리한 점은,
‘IMF로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덕분에 전국 주요 도시의 목 좋은 건물이나 땅을 아주 싼 가격에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여기에는 모두 Film Kim의 이름으로 된 대규모의 멀티 플렉스 극장이 들어설 예정이고.’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 북미 영화 시장에도 우리 Film Kim의 이름을 건 극장 체인을 설립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먼저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이라는 법률이 폐지되어야 하겠지만.
246.
1998년 초.
영화 <트랜스포머>가 크랭크인 됐다.
이번 영화는 촬영난이도가 무척 높은 편이었다.
왜냐하면,
‘실제 영화 화면에서는 수십 종의 로봇이 등장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로봇이 없는 상태로, 배우들은 그저 로봇이 있다고 가정을 하고 연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지.’
이에 나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로봇의 크기와 행동반경, 주요 동선 등을 미리 정한 후 출연 배우들에게 이를 명확하게 숙지하도록 했고, 또 필요에 따라서는 현장 바닥에 일정한 표식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배우와 로봇의 아이 컨택이 필요한 장면은 긴 막대에 로봇 사진을 붙여서 배우들이 쉽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정확한 동선에 맞춰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해야 추후 CG 작업을 하기 수월하니까.’
“감독님.”
이번 영화의 촬영을 맡은 윌리 피터슨 감독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유명 촬영감독 가운데 하나인 그는 <다크나이트>, <인셉션> 등과 같은 영화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는 몇 년 뒤에나 일어나는 일이기는 했지만.
“아, 윌리. 무슨 일이에요?”
“촬영장 조명 설치가 모두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려고요.”
“고생 많았어요. 근데......”
내가 세트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명이 많네요. 난 오늘 촬영분이 CG로만 처리되는 장면이라 그렇게 많은 조명이 필요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조명을 사용해 정교한 촬영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CG로 만들어진 로봇과 실제 촬영한 영상이 잘 조화를 이룰 수 있거든요.”
“역시......”
내가 윌리 피터슨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상업적인 자동차 광고를 많이 찍어본 경험이 있는 윌리 감독님답군요.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을 가장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라이트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요. 하긴, 그래서 내가 이번 영화 촬영에 윌리를 가장 먼저 영입한 것이죠, 하하.”
“과찬이십니다, 감독님.”
“자, 그럼 조명과 카메라 세팅도 완료됐으니 본격적인 촬영을 한번 시작해볼까요?”
***
이번에 내가 연출을 맡은 영화 <트랜스포머>는,
수십 종의 로봇이 등장하는 화려한 전투씬과 더불어 또 하나 중점을 두고 촬영해야 할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로봇의 교감, 다시 말해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찰리’가 오토봇들과의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장면이지.’
전생에서 내가 본 영화 <트랜스포머>는,
기존의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인간과 로봇의 교감에 대한 표현에는 실패했다.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화려한 화면 연출과 간간이 관객들의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재치 있는 대사들로 이루어진 철저한 오락 영화였다.
하지만 원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관객들은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공 찰리와 오토봇이 서로 교감하고, 이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이번 영화는 원작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기로 한 만큼, 화려한 로봇의 전투씬 만큼이나 주인공 찰리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갈 예정이니까.’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며,
내가 머릿속으로 완성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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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찰리.”
턱수염을 길게 기른 중년의 남자가 잔뜩 술에 취한 채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찰리의 새 아버지 잭슨이었다.
얼마 전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아버지를 잃게 된 찰리.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새 아버지 잭슨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망할 녀석. 또 어디론가 숨어버렸군.”
“당신이 자꾸 그렇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니까 찰리가 더 마음을 열지 않는 거라고요.”
“고압적이긴 누가 고압적이라고 그래? 그럼 아버지가 돼서 그 정도 말도 못 해?”
“찰리는 아직 어린애라고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17살이 어린애야? 그리고 벌써 3년이야. 그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당신도 참.....”
계속된 아내 도나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잭슨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내 생각에는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차고 때문이야. 당신도 알잖아? 찰리 그 녀석, 허구한 날 차고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거.”
“찰리 친아버지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라서 그래요. 찰리가 어렸을 때부터 유독 아버지를 잘 따라서......”
“망할!”
잭슨이 주먹으로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내가 아버지야. 찰리 그 녀석 아버지는 이제부터 나라고!”
“......”
그 시각,
집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위치한 허름한 차고.
주인공 찰리가 자동차 수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사고 날 당시 차고 있던 이 차는 거의 완파가 되어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지만,
찰리는 매일 이곳에서 차를 고치고 또 고쳤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배운 정비 기술을 총동원해서.
하지만.
애초부터 이 차는 수리가 불가능한 차량이었다.
각종 부품으로 외형은 그럴듯하게 고쳐졌지만, 엔진이나 전자부품과 같은 내부 장치는 완전한 수리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 부릉!
“예스(Yes)!”
찰리가 뛸 듯이 기쁜 얼굴로 소리쳤다.
“드디어 걸렸어!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고!”
그 자신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전문가조차 절대 고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던 차를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 딸깍!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차 문이 자동으로 열린 것이다.
마치 찰리가 차에 올라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찰리가 차에 탔다.
그러자 갑자기 차가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찰리는 몰랐다.
지금 자신이 타고 있는 차가 위장한 ‘범블비’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범블비가 향하는 곳에 옵티머스 프라임을 이끄는 오토봇 군단이 숨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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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오케이!”
메가폰을 타고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스태프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현장 수습을 시작했다.
그사이 나는 모니터를 통해 방금 촬영된 장면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오토봇 군단과 주인공 찰리가 조우하는 오늘 촬영 장면은 ‘소년과 차’라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중심 서사를 충실하게 반영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지. 전생의 영화 <트랜스포머>는 결코 표현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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