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 최초의 실사 로봇영화 <트랜스포머> (2) >
243.
1997년 겨울.
영화 <트랜스포머>가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갔다.
할리우드 최초의 실사 로봇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진 영화답게 사전 준비 작업도 아주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영화 <트랜스포머>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연속된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Film Kim 내에는 이번 영화 제작을 위한 별도의 특별 전담 부서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감독님. 최종 시나리오 회의 참석하실 시간입니다.”
회사 직원의 전달을 받은 내가 곧장 회의실로 들어섰다.
회의실 안에는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유명 각본가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도움 덕분에 영화 <트랜스포머>는 전생의 내 기억과는 많이 다른 완벽한 세계관과 캐릭터성을 가진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의 기본 스토리를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이지.’
전생의 영화 <트랜스포머>는 원작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애초 시리즈물이 아닌 단편으로 기획이 되었고, 이에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내에 모든 이야기 전개가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원작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기존 트랜스포머 팬들의 많은 원성을 사는 요인이 됐다.
실제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남자 배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원작 내용과 너무 다른 영화 스토리에 이질감을 느껴 촬영 내내 연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 만들어진 시나리오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으며, 추후 제작될 후속편까지 염두에 둔 짜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졌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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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우주.
행성 사이버트론에서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오랜 기간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던 에너존이 고갈될 위기에 처하자 오토봇은 대체 에너지를 찾기 위해 우주로 탐사를 떠나고, 이들의 뒤를 디셉티콘 일당이 추격해온다.
우주선 안에서 서로 싸우던 오토봇과 디셉티콘.
하지만 그 충격으로 우주선이 지구에 추락하면서 두 세력 모두 가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그로부터 약 400만 년의 시간이 흐르고,
갑작스러운 화산 활동으로 우주선의 수리 시스템이 재가동되면서 깨어나게 된 오토봇과 디셉티콘은 지구를 배경으로 다시 치열한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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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봇과 디셉티콘은 모두 종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대체자원을 찾아 자신들의 고향인 사이버트론으로 돌아간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오토봇이 지구인과의 협력을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필요한 자원을 얻으려고 하는데 반해, 디셉티콘은 지구인을 지배하여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원을 갈취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
잘 짜여진 스토리 라인과 더불어,
영화 <트랜스포머>의 원작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종류가 매우 많으며,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각기 다른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선과 악, 주연과 조연을 막론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모든 로봇 캐릭터들은 각자의 사연이 담긴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원작에서는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줄거리와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시시각각 하극상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스타스크림, 오직 리더의 말에 복종하는 충신 사운드웨이브,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언하이드, 말과 행동에 재간이 넘치는 범블비, 진중하면서도 가끔은 허당끼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옵티머스 프라임 등등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제각기 개성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고, 이는 오랜 기간 원작 애니메이션이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었지. 물론 이번 영화에서도 이러한 캐릭터들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아울러 원작에서는 인간과 메카닉의 조화가 상당히 강조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시나리오 작성에 있어 중요하게 다루어진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자, 그럼 최종 시나리오 점검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각본가들의 열띤 토의를 지켜보며,
내가 이번 영화 <트랜스포머>의 오프닝 영상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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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사이버트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戰場) 한가운데 선 옵티머스 프라임이 부하인 오토봇 군단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물러서지 말고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
하지만,
파죽지세로 몰려드는 디셉티콘의 공격에 오토봇들이 점점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전방이 무너졌어요!”
“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요!”
“버텨! 어떻게든 버텨야 해!”
- 팟!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오른 옵티머스 프라임.
동시에 그의 시야에 수많은 적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런데 B-127은 도대체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거야?”
옵티머스 프라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 부아아아앙!
노란색 스포츠카 한 대가 전장을 향해 달려왔다.
차의 전방에 장착된 다연발 기관총에 불을 뿜으며.
- 두두두두두!
“미안해요, 대장. 길이 좀 막혀서, 흐흐.”
삽시간에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형태를 바꾼 것은,
오토봇 군단의 재간둥이 범블비였다.
“지각에 대한 책임은 나중에 따로 묻겠다, 범블비.”
“메가트론이에요, 대장. 놈이 엄청난 병력을 이끌고 나타났어요.”
“제길!”
옵티머스 프라임이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후퇴하라! 전원 탑으로 돌아간다!”
메가트론이 이끄는 디셉티콘의 엄청난 화력에 밀려 결국 탈출정을 타고 달아나는 오토봇들.
그들이 선택한 도피처는 바로 ‘지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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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티저(Teaser) 광고를 연상하게 하는 오프닝 영상은 오랜 트랜스포머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 영상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 왜냐하면 이 영상은 실제 원작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을 각색해서 실사로 만들어질 예정이니까.’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아마 이 오프닝 영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했다.
“자, 그럼......”
약 두 시간에 걸친 최종 시나리오 점검이 끝나고,
내가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회의는 이걸로 끝내는 것으로 하죠.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그럼 이제 곧바로 스토리보드 작성에 들어가는 건가요?”
스토리보드란 영화의 주요 장면을 연속적인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을 말한다.
촬영 현장에서는 이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일종의 세부 촬영 계획표가 바로 스토리보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네. 아마 이번에도 최소 6천 컷 이상의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네요.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모두 다 스토리보드 화해야 하니까요.”
“그나저나 이번 영화도 ILM의 역할이 무척이나 크겠군요.”
“그렇습니다. 영화의 대부분 장면이 모두 CG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조지 루이스를 향해 말했다.
“말 나온 김에 ILM에 가서 벤자민을 한번 만나봐야할 것 같은데, 같이 가실래요, 조지?”
“그래, 킴. 나도 이번 영화의 CG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던 참이니까.”
244.
영화 <트랜스포머>의 CG 작업은 우리 회사 산하의 특수효과 전문회사인 ILM에서 전담하기로 돼 있었다.
사실 영화에 CG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할리우드에는 많은 CG 전문 회사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어떤 회사도 ILM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회사 규모도 규모이지만,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 <트랜스포머>는 기존에 ILM이 가지고 있는 CG 제작 기술을 또 한 번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지. 그것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완벽한 CG 기술을 말이야.’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거대 로봇을, 그것도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시키는 로봇을 실사화하는 작업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작업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 CG 제작 총책임을 맡은 벤자민 파웰의 얼굴에도 수심이 한가득 서려 있었다.
“킴은 정말 어려운 일만 골라서 저에게 맡기는군요.”
“하하, 미안해요, 벤자민. 그래도 내가 믿고 맡길 사람이 벤자민 밖에 없는걸요.”
“어쨌거나 이번 작업, 쉬운 작업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벤자민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래도 성공만 하면 할리우드 CG 영화 역사에 길이 남는 일이 되겠죠?”
“두말하면 잔소리죠. 이번 영화가 공개되면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될 거예요.”
“일단 시범 삼아 킴이 보내준 스토리보드대로 샘플 영상을 한번 만들어보긴 했는데, 킴의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네요.”
“판단은 먼저 영상부터 보고 나서 하기로 해요. 설사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수정 작업을 통해 계속 보완해나가면 되니까요.”
벤자민 파웰의 안내에 따라 조지 루이스와 내가 영사실로 이동했다.
화면에 재생된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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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두!
전투용 헬기 한 대가 미 공군 기지를 향해 접근해왔다.
이를 본 관제탑 요원이 동료를 향해 말했다.
“뭔가 이상해.”
“무슨 말이야?”
“저기 저 헬기, 착륙 승인 허가가 나지 않은 헬기인 것 같아.”
“미확인 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고?”
“그래. 게다가 갑자기 레이더 교란까지 발생하고 있어.”
“오 마이 갓! 비상 상황이군. 지금 당장 경비병을 출동시켜야겠어.”
- 부아아아앙!
- 다다다다!
관제탑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황급히 헬기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MH53 파일럿, 엔진을 꺼라. 경고한다. 지금 당장 엔진을 끄고 헬기에서 내리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관제탑에서 흘러나오는 경고 방송을 들은 탓인지,
힘차게 돌아가던 헬기의 프로펠라와 엔진이 가동을 멈추었다.
그런데.
- 윙, 치킥. 윙, 치킥치킥!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헬기의 외형의 변하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로봇 하나가 군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세, 세상에!”
“공습이다! 지금 당장 공격을 개시하라!”
- 두두두두!
- 펑! 퍼펑! 콰콰쾅!
정체불명의 괴로봇의 공격에 순식간에 초토화된 미군 기지.
이는 400만 년 동안 지하 깊숙이 잠들어 있던 디셉티콘 일당의 공격이 시작되었음 알리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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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트랜스포머>는 전생의 그것과는 내용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최대한 살려서 시나리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장면은 전생에서 내가 본 <트랜스포머>와 똑같이 만들기로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디셉티콘 소속의 트랜스포머인 ‘블랙아웃’이 미군 기지를 습격하는 장면이었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전생에서 내가 본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가장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이기 때문이지. 덕분에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고.’
<트랜스포머>가 상영될 당시 변신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기껏해야 보닛이 접히면서 머리와 팔이 나오고, 트렁크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다리가 만들어지는 단순한 형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수천, 수만 개의 부품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디테일한 변신 장면을 엄청난 그래픽 기술로 보여주는 영화가 등장했으니, 관객들이 느낀 충격은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이번 영화 제작에 이 장면을 똑같이 차용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
“생각보다 영상이 아주 괜찮은데요, 벤자민?”
“그래요?”
“예. 몇 가지 디테일적인 부분만 좀 보완하면요.”
“이게 다 킴이 상세한 스토리보드를 그려줬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뭘요. 그나저나 조지는 어땠어요?”
나의 물음에,
아직도 벌어진 입을 채 다물지 못한 조지 루이스가 대답했다.
“언빌리버블! 이건 정말이지 경이로움 그 자체군.”
“그럼 이제 본격적인 영화 촬영 준비에 들어가면 되겠네요.”
“크랭크인은 언제 할 예정이야?”
“다음 달 초쯤에요. 그때쯤 되면 프리 프로덕션도 얼추 마무리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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