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35화 (135/145)

# 135 < 최초의 실사 로봇영화 <트랜스포머> (1) >

Film Kim이 홍콩 영화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예전 골든 하베스트 사의 추오성 사장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지.’

Film Kim이 홍콩 영화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골든 하베스트 사와 그 배후에 있는 폭력조직 삼합회의 압력이었다.

오랜 기간 홍콩 영화 산업을 지배해온 그들은 Film Kim의 홍콩 진출을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이에 갖은 방법을 동원해 우리 Film Kim의 사업을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나는 추오성 사장과의 담판을 통해 당분간은 우리 Film Kim의 사업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대신 홍콩 영화의 수준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Film Kim이 미련 없이 홍콩 영화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조건이었다.

물론 내가 이 같은 약속을 했던 이유는,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 그동안 엄청난 호황을 누려온 홍콩 영화 산업이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지. 그 이유는 반복되는 진부한 영화 소재와 더불어 홍콩의 중국 반환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내부적으로 불안한 정세가 만들어졌기 때문이고.’

전생의 기억 덕분에 이 같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는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지금 시기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홍콩 영화 시장에서의 수익은 얻어낼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얻어냈으니까, 흐흐.’

Film Kim이 홍콩 영화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극장 체인이요?”

미셸 예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그동안 영화사 Film Kim의 홍콩 영화 사업을 총괄해온 그녀는 이번 회사 매각을 계기로 새로운 사업을 맡기로 했다.

“네. 그동안 홍콩에서 영화 제작을 통해 번 수익, 그리고 이번 회사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에 본격적인 극장 체인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난 미셸 양이 그 일에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골든 하베스트 쪽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그쪽에서는 우리가 홍콩 영화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홍콩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극장 체인을 설립하려고 하는 나라는요.”

“그럼요?”

“한국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거든요. 내 생각에 한국 영화 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아시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큰 규모의 영화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지금 내가 대규모의 극장 체인을 한국에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요.”

전생의 내 기억에 따르면,

한국 영화 산업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영화 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대규모의 흥행작도 심심찮게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영화 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CV와 로테 같은 몇몇 대기업이 한국 영화 산업을 독점하게 되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는 것이지. 한국은 미국과 달리 파라마운트 합의 명령과 같은 영화산업의 독과점을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고.’

따라서 만약 지금 내가 한국 영화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인 극장 체인을 설립하기 시작한다면,

‘전생에서 CV나 로테와 같은 대기업이 가졌던 한국 영화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우리 Film Kim이 선점할 수 있을 테지.’

“그런데, 사장님.”

미셸 예가 나를 향해 물었다.

“아무리 사장님이 한국계 미국인이고, 또 그동안 한국 영화 산업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왔다고 해도 외국 자본이 한국에 극장 체인을 설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당장 허가 문제도 그렇고, 특히 극장 설립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도 그렇고요.”

“그 문제는......”

내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머잖아 쉽게 해결이 될 것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지금 당장은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우리 Film Kim이 한국 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미셸 양은 그저 나를 믿고 사전 준비만 철저하게 해두면 될 것입니다. 아, 그리고......”

“네, 사장님.”

“요즘 오웬삼 감독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홍콩에 온 김에 내가 오웬삼 감독님을 한번 뵙고 싶은데. 따로 긴히 할 말도 있고 해서요.”

241.

1997년 봄.

Film Kim 홍콩 지점이 골든 하베스트사에 전격 매각됐다.

이로써 나는 근 20년 가까이 이어온 홍콩 영화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었다.

물론 회사 매각과는 별개로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만든 영화의 판권과 더불어 현지의 능력 있는 영화감독들도 대거 미국 본사로 편입됐다.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바로 <영웅삼색> 시리즈로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시대를 연 오웬삼 감독이었다.

“할리우드 진출요?”

오웬삼 감독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예. 이번 기회에 감독님도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영화 시장에 진출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제가 장담하는데 감독님의 독보적인 액션 연출 능력은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저야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홍콩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는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군요.”

“그 점은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감독님의 첫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영화가 한 편 있으니까요. 그것도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에 아주 잘 어울릴 만한 영화가요.”

“저를 위해 준비한 영화요?”

“예.”

내가 오웬삼 감독에게 시나리오 책자 하나를 내밀었다.

시나리오의 가장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영화 제목이 적혀 있었다.

< 페이스 오프 >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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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요원인 ‘숀’.

그는 무려 8년 동안이나 ‘캐스터’의 뒤를 쫓아왔다.

캐스터가 정부 테러리스트임과 동시에 그의 손에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캐스터를 붙잡게 된 숀.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체포 직전 캐스터가 엄청난 양의 생화학 폭탄을 LA 어딘가에 숨겨두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FBI에서는 엄청난 계획을 하나 세우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최첨단 의료 기술을 이용해 숀의 얼굴을 캐스터의 얼굴로 바꾼 후, 감옥에 수감 돼 있는 캐스터의 동생으로부터 폭탄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빼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식불명에 빠져 있던 캐스터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게 되고, 의료진을 겁박해 숀의 얼굴을 가지게 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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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이스 오프>. 오웬삼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지. 그 덕분에 홍콩에서 활동하던 시절 오웬삼 감독의 영화를 싫어하던 사람들조차도 모두 그의 팬으로 만들어버렸고.’

사실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는 <데드위시>와 <다크맨>의 각본가로 유명한 마이클 콜리어리가 쓴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의 각본을 받아본 영화 제작사들은 대부분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경찰과 악당이 서로 얼굴을 바꾼다는 참신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몹시도 조잡스러운 면이 있었기 때문이지. 특히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적인 요소는 오히려 소재의 참신함을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고.’

하지만 오웬삼 감독의 손을 거치며 영화는 새롭게 재탄생된다.

그는 영화의 SF적인 요소를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드라마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

게다가 서로의 얼굴과 신분이 바뀐 상황에서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인, 특히 가족과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그려냈는데 이 점이 영화를 굉장히 독특한 작품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전생의 기억 덕분에 이 같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나는 곧바로 이 시나리오의 영화 판권을 사들이게 되었고.

“주인공 두 사람의 얼굴이 서로 뒤바뀌는 영화적 설정이라......”

오웬삼 감독이 나를 향해 말했다.

“소재는 꽤 참신한데, 내용은 좀 진부한 듯하군요.”

“그래서 감독님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기본적인 설정은 그대로 가져가되,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감독님 입맛대로 한번 바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대로 시나리오를 수정해도 된다고요?”

오웬삼 감독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할리우드에서는 영화감독의 권한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으니까. 실제 영화 시나리오 수정이나 제작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영화 제작사나 제작자이고, 감독은 결정된 내용에 따라 영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에 불과하지. 그 때문에 일명 ‘디렉터스 컷’이라 부르는 별도의 영상이 존재하는 것이고.’

“시나리오뿐만이 아닙니다. 출연 배우에서부터 실제 연출에 이르기까지, 이번 영화 제작의 전권을 감독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감독님의 능력을 마음껏 한번 발휘해보십시오. 아, 그리고......”

내가 빙긋 웃으며 덧붙여 말했다.

“감독님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총격 액션씬, 여기에 동양인 특유의 감수성과 정서를 잘 버무리면 아마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참신한 영화가 한 편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하하.”

242.

1997년 여름.

나는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또 한편의 명작 영화 <트랜스포머>의 제작에 들어갔다.

기존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의 실사판인 이번 영화는 거대 로봇의 대전을 실감나게 화면에 담아낼 예정이었다.

‘전생의 내 기억에 따르면 영화 <트랜스포머>는 월드 박스 오피스 7억 달러, 총 5편에 달하는 시리즈 전체 수익은 무려 30억 달러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한 작품이지.’

하지만,

뛰어난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영화 <트랜스포머>는 많은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바로 뛰어난 시각 효과에 미치지 못하는 부실한 영화의 스토리였다.

그리고 이는 시리즈가 계속 이어져가면서 더더욱 심해졌다.

‘편수가 거듭될수록 더욱 인기가 높아진 마블 영화 시리즈와 달리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반대로 점점 혹평만 늘어나게 되지. 갈수록 부실해지는 영화 스토리 때문에 말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지. 왜냐하면 이번 영화의 제작에는 영화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새롭게 만들어줄 할리우드의 유명 각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으니까.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영화 <스페이스 워즈>와 <인디아나 존슨> 시리즈로 유명한 로런스 캐스던과 필림 커프만이고 말이야.’

더불어 이번 영화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SF 영화의 거장인 조지 루이스도 제작에 참여하기로 했다.

“어때? 이 정도면 각본 제작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조지 루이스가 완성된 각본을 내려다보며 나에게 말했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이라는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의 기본 설정은 그대로 가져가되, 앞으로 만들어질 연속된 시리즈의 내용을 감안해서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캐릭터, 특히 인간과 로봇과의 관계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점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전생의 영화 내용과는 다른 점이었다.

“괜찮은 것 같아요, 조지. 무엇보다 다음 시리즈 전개를 위한 다양한 복선과 스토리들이 곳곳에 잘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드네요.”

“그럼 본격적인 영화 제작은 언제부터 시작할 예정이야?”

“아마 다음 달 초가 될 것 같아요. 그때쯤 되면 새로운 트랜스포머 로봇들의 디자인도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 같으니까, 확인되는 대로 곧바로 프리 들어가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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