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34화 (134/145)

# 134 < 소리로 보는 영화 (5) >

238.

약 2주간에 걸친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촬영이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포스트 프로덕션이라 불리는 후반 작업이었다.

다른 모든 영화가 다 그렇겠지만,

공포영화는 특히 후반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정교한 편집과 적절한 음향 효과가 뒷받침되어야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음향 효과 의존도가 무척이나 큰 영화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킴이 촬영한 영상을 한번 쭉 살펴봤는데......”

조지 루이스가 나를 향해 말했다.

“공포영화치고는 너무 안 무서운 것 같은데, 어떡하지?”

“아직 편집과 음향 작업이 다 안 끝나서 그래요. 조지도 알잖아요? 공포영화는 편집과 음향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특히 이번 영화처럼 사람들의 심리적 공포를 유발하는 영화는 더더욱 그렇고요.”

“흐흐, 농담이야, 농담. 그나저나 후반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어 가고 있어?”

“이달 말 정도면 얼추 마무리해서 언론 시사회 정도는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언론 시사회 평가가 무척 중요할 것 같아. 아직도 우리 영화의 유치를 망설이는 극장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렇다고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영화가 개봉되고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나면 극장주들이 서로 우리 영화를 개봉하려고 안달을 내게 될 테니까요.”

“크. 킴의 그 자신감은 늘 한결같아서 마음에 든단 말이야.”

조지 루이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난 킴이 후반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시사회 준비와 함께 본격적인 상영 준비도 해야겠어.”

“그래요, 조지.”

***

그로부터 얼마 뒤,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언론 시사회가 개최됐다.

영화의 편집과 음향 같은 후반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된 것이다.

언론 시사회는 영화의 흥행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사이다.

영화 개봉 직전 쏟아지는 각종 언론 보도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사회를 앞두고 스카이워커 사운드의 직원들은 더욱 심혈을 기울여 시사회장의 영상과 특히 음향 시설 세팅에 나섰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영화관을 찾은 관계자들이 모두 지금까지 이보다 더 큰 공포를 느낀 영화는 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할 정도였다.

특히 이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영화의 음향 시스템이었는데,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특별한 음향 효과들은 영화 시청 내내 자신을 고스트 하우스 한가운데 서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영화 상영만을 남겨둔 건가?”

시사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둘만 남게 된 자리에서 조지 루이스가 나를 향해 말했다.

“첫 상영일이 언제라고 그랬지?”

“다음 주말부터요.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시기라 관객들이 꽤 많이 영화관을 찾을 거라고 예상되고요.”

“그나저나 좀 걱정이네.”

“왜요? 시사회 반응도 생각보다 좋았잖아요?”

“개봉관 때문에. 이번 영화의 개봉을 희망하는 극장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어서 말이야.”

조지 루이스의 말에 따르면,

현재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개봉을 희망한 영화관은 대략 300여 개 정도라고 한다.

이는 미국 전체 스크린 숫자의 2%에 불과한 매우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개봉 당시에는 불과 13개의 상영관밖에 확보하지 못했었지. 하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면서 추후 2천 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하게 되었고.’

속마음을 감추며 내가 조지 루이스에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이번 영화는 THX 인증이라는 제법 까다로운 조건이 걸려 있으니까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영화를 걸어달라고 사정사정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되려 조건까지 내걸었으니......”

통상 극장주나 극장 체인은 영화 제작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도 상영할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영화 제작사들이 새로 만든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극장주들을 직접 찾아가 하나의 스크린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곤 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비교적 을의 위치에 있는 영화 제작사가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극장주들에게 영화 상영을 위한 조건을 내걸고 나선 것이다.

그것도 제법 많은 비용투자가 필요한 음향 시설의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만약 이런 요구를 한 것이 우리 Film Kim과 같은 대형 영화 제작사가 아닌 중소 규모의 영화사였다면 극장주들도 코웃음을 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Film Kim이 제작한 영화는 예외 없이 모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그 때문에 극장주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괜한 고민일 뿐이지. 이번 영화가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 그깟 시설 투자비쯤은 몇 배는 더 건지고도 남을 테니까. 더불어 앞으로 더 많은 관객을 자신들의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도 누리게 될 테고. 왜냐하면 THX 인증 영화관의 영상과 사운드를 경험한 관객들은 두 번 다시 낙후된 관람 환경을 가지고 있는 기존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될 테니까.’

내가 조지 루이스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지. 막상 영화가 개봉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239.

1996년 여름.

영화 <고스트 하우스>가 극장 개봉을 시작했다.

확보된 스크린은 겨우 300개에 불과했지만, 그동안 영화감독으로서 쌓아온 나의 명성 덕분인지 개봉 첫날부터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걔 중에는 다른 지역에서 몇 시간을 차를 달려온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영화 관람 환경과 내용 덕분에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 대다수가 이번 영화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론과 영화 관련 잡지를 통해 관련 소식이 연일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었고.

-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고스트 하우스>.

- 지금까지 이런 공포영화는 없었다! 제임스 킴 감독의 신작 영화 <고스트 하우스>에 쏟아지는 폭발적인 반응들.

-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개봉관을 찾아 나서는 관객들, 덕분에 영화는 연일 매진 행진을 기록하고 있어.

- 개봉 1주 만에 누적 관람료 수익 1,500만 달러를 기록한 영화 <고스트 하우스>, 불과 300여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개봉관 숫자를 감안하면 이는 실로 엄청난 수익이라 할 수 있어.

- 총제작비 15,000달러, 총제작 기간 60일의 초저예산 영화 <고스트 하우스>, 하지만 개봉 첫 주에 이미 제작비의 1,000배에 달하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기록해.

.

.

.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장 안달이 난 것은 미국 전역의 극장주들이었다.

어떻게든 영화 <고스트 하우스> 자신들의 극장에 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Film Kim의 입장은 단호했다.

빗발치는 극장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상영관 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이유는,

‘THX 인증을 받지 않은 영화관에서는 이번 영화의 진가를 맛볼 수 없기 때문이지.’

그제야 미국 극장들도 부랴부랴 THX 인증을 받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비단 이번 영화의 유치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이번 영화는 물론 앞으로 Film Kim에서 제작하는 모든 영화도 THX 인증을 받은 영화관에서 우선 상영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처음 300개에서 출발했던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상영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더니 최종적으로는 3,000개도 훨씬 넘어서게 되었다.

물론 영화의 수익도 그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킴!”

조지 루이스가 사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엄청난 흥행으로 인해 아마도 잔뜩 흥분한 모양이었다.

“대박이야, 대박!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관람료 수익이 무려 2억 달러를 돌파했어.”

“저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요, 조지.”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불과 15,000달러로 만든 영화가 2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다니 말이야. 가만 보자, 그럼 이게 도대체 몇 배의 수익이야?”

“약 1만 3천 배 정도 되겠네요.”

“1만 3천 배라고?”

“네.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북미 시장 상영은 끝이 났지만, 아직 해외 시장에서는 상영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허어, 정말이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단순히 수익률뿐만이 아니에요.”

내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관의 물리적 환경이 대폭 개선되었다는 점이죠. 특히 극장의 음향 시스템의 중요성이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고, 덕분에 앞으로 관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럼 앞으로 우리 스카이워커 사운드도 덩달아 바빠지게 되겠군. 미국 아니 세계 극장주들이 너도나도 THX 인증을 받으려고 나설 테니까 말이야.”

“이게 다 제 덕분인 줄 아세요, 조지. 흐흐.”

“아무렴.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내가 사도록 하지. 아주 근사한 식당에서.”

영화 <고스트 하우스>의 최종 수익은 4억 달러.

북미 시장과 해외 시장의 수익을 모두 합친 금액이었다.

이로써,

기존에 영화 이 가지고 있던 제작비 대비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 1위의 기록도 바뀌게 되었다.

이번 영화 <고스트 하우스>가 제작비 대비 무려 2만 5천 배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 기록은 내가 메가폰을 놓게 되는 그날까지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 분명해.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전생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말이야, 흐흐.’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감독으로서의 나의 역량이 재평가되었다는 것이다.

한 무명 영화감독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은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제임스 킴 감독의 영화 <고스트 하우스>를 통해 나는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되었다. 막대한 제작비와 엄청난 특수효과 기술 없이도, 단지 카메라 한 대와 뛰어난 연출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흥행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의 모든 무명 영화 감독에게 해당 되는 말이기도 하다.”

240.

1997년 들어,

내가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영화사 Film Kim의 해외 사업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그 첫 번째 변화는 바로,

‘그동안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홍콩 영화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지.’

Film Kim이 홍콩 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70년대 후반 무렵이었다.

이 시기 Film Kim은 <영웅삼색>이라는 영화를 필두로 ‘홍콩 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다.

뒤이어 <천년유혼> 시리즈와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홍콩 무협 영화도 만들어냈다.

‘그 덕분에 우리 Film Kim 홍콩 지사는 기존의 홍콩 최대 영화사인 골든 하베스트 사를 제치고 새로운 홍콩 최대 영화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지.’

그런데,

올해 갑자기 Film Kim이 골든 하베스트사에 전격 매각될 예정이라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두 회사의 실무진들을 통해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골든 하베스트사에 우리 Film Kim 홍콩 지점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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