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30화 (130/145)

# 130 < 소리로 보는 영화 (1) >

THX는 루이스 필름 산하의 음향 효과 전문 제작회사인 스카이워커 사운드에서 개발한 표준 음향 규격을 말한다.

조지 루이스가 THX를 개발한 이유는 자신이 만든 영화 <스페이스 워즈> 시리즈를 완벽한 영상과 음향 환경이 구축된 영화관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음향을 단순한 시스템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음향도 규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THX는 바로 최적의 음향 표준을 제시한 것으로 일정한 로열티를 지불하면 본사 직원이 직접 극장을 방문해 전체적인 시스템을 점검한 후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THX 인증을 받은 극장은 영화 관람에 필요한 최적의 영상과 음향을 갖춘 극장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킴,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영화 관람에 있어 음향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조지 루이스의 물음에 내가 대답했다.

“조지와 내가 손을 잡고 음향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만드는 거죠. 그리고 이 영화를 오직 ‘THX 인증’을 받은 영화관에만 한정해서 상영하는 거죠.”

“영화를 ‘THX 인증’을 받은 영화관에만 한정해서 상영한다고?”

“네. 조지도 알다시피 지금까지 우리 Film Kim이 만든 영화는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극장주들도 어떻게든 Film Kim이 만든 영화를 먼저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최적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영화관에서는 영화 상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극장주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시스템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최근 영화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미국 극장 문화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소위 ‘멀티 플렉스’라 불리는 영화관이었다.

기존의 단관 극장과 달리 멀티 플렉스 극장은 여러 편의 영화를 한곳에서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쇼핑몰과 같은 여러 편의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종합 문화 시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영화 외적인 부문에만 한정되어 있었을 뿐, 정작 중요한 영상이나 음향 시스템은 여전히 1980년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극장의 음향 시스템이지. 현재 미국 대다수 극장이 알텍 A4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낡은 음향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서 현대적인 음향 재생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

조지 루이스가 스카이워커 사운드를 설립해 THX 인증 제도를 만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현재의 음향 기술 수준을 고려한 최적의 사운드 시스템 구축을 통해 관객들이 가장 최적의 상태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킴의 말은......”

조지 루이스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Film Kim이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조건으로 극장주들에게 현재의 음향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겠다는 거야?”

“맞아요. 게다가 관객들도 이번 영화를 통해 극장 음향 시스템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THX 인증’을 받은 영화관을 우선적으로 방문하게 될 것이고요.”

“허 참, 킴은 매번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어떤 영화를 만들 생각이야? 관객들에게 음향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영화 말이야.”

“당장 떠오르는 건 공포 영화나 뮤지컬 영화 정도인데, 아무래도 공포 영화가 좋을 것 같아요.”

“공포 영화?”

“네. 공포 영화만큼 입체적인 음향이 중요한 영화 장르도 또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저예산으로 단기간에 찍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혹시 미리 써둔 시나리오라도 있는 거야?”

“아직은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금방 쓸 수 있을 거예요.”

지금 내 머릿속에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가 잔뜩 들어 있으니까.

“좋아,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 이번 기회에 우리 둘이 미국 극장의 음향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보자고.”

“그럼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대로 제가 곧바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229.

LA의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

미국 내 가장 큰 공연 예술 센터인 이곳은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 Film Kim에도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올해 Film Kim의 이름으로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이 무려 14개 부문의 수상 후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만약 <타이타닉>이 이 모든 상을 받게 된다면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수상 성적을 기록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시상식을 앞두고 언론과 영화 관련 잡지가 앞다투어 관련 사실을 보도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 영화 <타이타닉>,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4개 부문의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돼.

- 영화 <타이타닉>, 35년 전 영화 <벤허>가 세운 아카데미 11개 부문 수상이라는 대기록에 도전장을 내밀다!

- 영화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최다 수상 기록을 갱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영화 관계자와 팬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어.

.

.

.

“어서 와요, 킴.”

시상식장에 들어서는 나를 제임스 카메룬이 반갑게 맞았다.

<타이타닉>의 전 세계적인 대흥행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마저 휩쓸게 된 탓에 그의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일찍 왔네요, 지미. 근데......”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레오가 보이지 않네요. 혹시 레오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요. 레오가 아마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나 봐요. 근데 수상은커녕 후보 명단조차도 오르지 못했으니 실망할 수밖에요.”

“아, 그래서 시상식에 불참한 거군요?”

“맞아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하지만 그는 유독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앞선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 이어 이번 영화 <타이타닉>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지만, 평단과 대중들의 평가는 여전히 인색했다.

그저 ‘예쁘장하고 잘생긴 배우’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신의 외모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연기력에 집착했던 이유가 사람들의 이 같은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사실이었나 보군.’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러워해야 마땅할 잘생긴 외모가 누군가에게는 때론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보다 지미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뭐가요?”

“<타이타닉>의 수상 성적 말이에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 <벤허>가 세운 아카데미 최다 수상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쎄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왠지 좋은 예감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그래요?”

“예. 그래서 말인데요, 킴. 만약 이번에 <타이타닉>이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면 전에 제가 했던 부탁을 꼭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전에 했던 부탁?”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맨 영화화 작업을 저에게 맡겨 달라는 부탁 말이에요. 마블의 오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스파이더맨만큼은 꼭 제 손으로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그건......”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수상 결과를 보고 천천히 결정하도록 하죠. 결과가 좋으면 지미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요, 하하.”

뒤이어,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됐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이번 시상식 사회자가 커다란 타이타닉호 모형을 타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었다.

이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영화 <타이타닉>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상식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영화 <타이타닉>은 각 부문의 상이란 상을 모조리 휩쓸기 시작했다.

“올해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자는 영화 <타이타닉>의......”

“올해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자는 영화 <타이타닉>의......”

“올해 아카데미 미술상 수상자는 영화 <타이타닉>의......”

“올해 아카데미 편집상 수상자는 영화 <타이타닉>의......”

.

.

.

총 19개 부문으로 이루어진 아카데미 수상은 대부분 영화 <타이타닉>으로 귀결되었다.

남녀주연상과 조연상, 각본상, 각색상을 제외한 11개 부문을 모두 휩쓸어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상은 최우수 작품상. 만약 이 상마저도 영화 <타이타닉>이 가져가게 된다면 기존의 영화 <벤허>가 세운 최다 수상 기록을 경신하게 되는 것이지.’

사실,

내가 살던 전생에서 영화 <타이타닉>은 <벤허>와 같은 11개 부문의 수상에 그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이번 생에서 <타이타닉>은 실제 상영 시기보다 2년 가까이 빨리 상영이 이루어졌고, 그 때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쟁작과 수상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마지막 작품상을 제외하고도 이미 11개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할 최우수 작품상은......”

발표를 맡은 원로 배우가 입을 열자,

시상식장에 일순간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번 결과에 따라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타이타닉>입니다. 축하합니다.”

- 우와아아아!

-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갈채를 받으며,

제임스 카메룬이 무대 위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유명한 그의 수상 소감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I′m the King of the World! Wow!”

무려 35년 만에,

드디어 영화 <벤허>가 세운 아카데미 시상식 11개 부문 수상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230.

영화사 Film Kim.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은 내가 시나리오 작성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번 영화는 흥행 성적도 흥행 성적이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그것은 바로,

‘현재 미국 영화관의 낡은 음향 시스템을 조지 루이스가 새로 만든 THX 음향 표준 시스템으로 교체해서 보다 나은 영화 관람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지.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음향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만들어야만 하고.’

< Ghost House(유령의 집) >

이번에 내가 새로 쓰고 있는 영화 시나리오 제목이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장르는 공포물(Horror movie)이었고.

‘공포 영화야말로 관객들이 음향 효과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르이지. 눈에 보이는 영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향 사운드가 훨씬 더 관객들의 긴장감을 증폭시켜주기 때문이니까.’

이번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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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존와 케이트.

갓 결혼한 신혼부부인 두 사람은 함께 살 집을 찾아 나서게 된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그것도 생각보다 싼 가격에 구하게 된 두 사람은 달콤한 신혼 생활을 꿈꾸며 즐겁게 이사까지 마치게 된다.

그런데.

여주인공 케이티는 우연히 이웃 사람에게서 이 집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 집이 일명 ‘유령의 집(ghost house)’이라 불리고 있으며, 집안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이 집으로 이사해온 집주인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자주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집의 규모나 시설에 비해 가격이 싼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고.

‘에이, 말도 안 돼. 요즘 세상에 무슨 유령이야.’

애써 불안한 마음을 떨쳐보는 케이티.

남편인 존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케이티로부터 이웃 사람들이 이 집을 ‘유령의 집’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전해 들은 존도 그저 코웃음을 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존이 출근하고 홀로 집에 남은 케이티는 계속해서 괴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2층에서 들리는 낯선 이의 발자국 소리,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

갑자기 문이 쾅 하고 닫히거나, 이유없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일 등이 그것이었다.

처음에는 존도 케이티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아내의 불안을 외면하고만 있을 수 없었던 그는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집에서 벌어지는 기현상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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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다큐멘터리. 이번 영화도 예전에 내가 만든 영화 과 마찬가지로 연출된 상황극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하여 마치 실제 상황처럼 보이게 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이지.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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