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29화 (129/145)

# 129 < 세기의 재난 로맨스 영화 <타이타닉> (7) >

227.

1996년 봄.

영화사 Film Kim의 야심작 <타이타닉>이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전생의 실제 개봉 시기보다 1년여 정도 빠른 시기였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제임스 카메룬 감독에게 일찌감치 이번 영화에 대한 소스를 주었기 때문이지. 더불어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이번 영화의 제작을 둘러싸고 회사 내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비였다.

영화의 스케일이 워낙 크다 보니, 촬영을 거듭할수록 당초 계획했던 제작비를 훨씬 초과해 무려 3억 달러에 가까운 제작비가 소요됐기 때문이다.

‘3억 달러는 한화로 3천억이 넘는 엄청난 액수로 웬만한 회사 하나를 사고도 남을 정도로 큰돈이지.’

사실 영화의 성공을 이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3억 달러가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의 임원이나 실무진들은 그렇지 않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제작비에 비례해 그들의 걱정도 점점 커져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영화 <타이타닉>의 제작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시기 똑같은 ‘물’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 <워터월드>와 <컷스로트 아일랜드>가 바로 그것이었다.

<워터월드>와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모두 1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블록버스터급 영화였다.

따라서 극장 배분 수익과 홍보비 등의 부대 비용을 감안하면 최소 3억 달러 이상의 흥행 성적을 올려야 겨우 손익 분기점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보기 좋게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그나마 영화 <워터월드>의 경우는 극장 개봉 수익과 2차 수익을 합쳐 겨우 손익 분기점을 넘기기는 했다.

반면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며 제작사인 캐롤코 픽처스와 배급사인 MGM을 파산에 이르게 만들었다.

‘여기에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제임스 카메룬은 이미 ‘물’을 주제로 한 영화 <어비스>를 거하게 말아먹은 경험이 있었고, 또 한번 시작하면 무대포처럼 밀어붙이는 그의 영화 제작 스타일이 회사 관계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했지.’

그래서인지,

영화 <타이타닉>이 제작되는 기간 내내 회사 관계자들은 이번 영화에 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에게 수도 없이 피력해왔다.

“사장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또 추가 제작비를 요구해 왔습니다. 이미 계획된 제작비 상한을 한참이나 넘겼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회사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제임스 카메룬 감독을 불러 어떻게든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할리우드에는 ‘물’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부분 망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물론 그 말을 꼭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조심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SF 연출 쪽은 최고일지 몰라도, 로맨스 연출 경험은 거의 전무한 사람입니다. 과연 이번 영화를 믿고 그에게 맡겨도 좋을까요?”

“이번 영화에 참여한 촬영 스태프들의 불만이 상당합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너무 촬영 일정을 빡빡하게 강행하고 있다고요. 게다가 걸핏하면 재촬영을 요구하고 나서니, 스태프들도 죽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우리와 유사한 소재를 채택하고 있는 영화 <워터월드>와 <컷스로트 아일랜드>가 엄청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혹시나 우리 영화도 이 두 영화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군요.”

“사장님, 이참에 우리도 이번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어떨까요? 만에 하나 이번 영화의 흥행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회사 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

.

.

만약,

Film Kim의 의사 결정권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지 않았다면 영화 <타이타닉>의 제작은 지금처럼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실제 전생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나의 입장은 늘 한결같았다.

이번 영화는 전적으로 제임스 카메룬을 믿고 끝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는 계속 고수해왔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그 결실을 맛볼 때가 온 것이지. 총관람료 수익 22억 달러라는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엄청난 흥행 성적을 말이야, 흐흐흐.’

***

개봉 첫 주차.

기대와 달리 흥행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총관람료 수익 2,800만 달러, 여기에 영화 전체 순위도 200위권 밖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무려 3억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의 오프닝 주 성적이 이 정도면 쫄딱 망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 역대 흥행 영화들의 오프닝 주 성적은 이보다 최소 세 배 이상을 기록해왔으니까 말이야.’

덕분에 회사 분위기도 무척이나 암울해졌다.

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은 회사에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지. 영화 <타이타닉>의 흥행 신화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 될 테니까 말이야.’

내 예상대로,

영화 <타이타닉>은 개봉 2주 차와 3주 차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흥행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봉 첫 주 내내 200위권 밖에 머물러 있던 순위가 2주 만에 5위까지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개봉 4주 차로 접어들면서 영화 <타이타닉>은 마침내 전체 영화 순위 1위를 탈환하게 된다.

그것도 2위와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를 보이면서 여유 있게 정상을 탈환한 것이다.

“킴!”

제임스 카메룬이 사장실 문을 거의 부술 듯이 박차고 들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회사 직원들을 통해 영화 <타이타닉>이 북미 극장가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다.

“우리 영화가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정말 사실입니까?”

“물론이죠. 누적 관람료 수익도 이미 1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작이요?”

“예. 지미도 잘 알다시피 통상적으로 영화는 개봉 첫 주와 둘째 주에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려들고, 3주 차로 접어들면 서서히 관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런데 이번 영화 <타이타닉>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시간이 갈수록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요.”

“설마 지금 킴의 그 말은......”

“이번 영화가 꽤 오랫동안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내 예상,

아니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이번에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영화 <타이타닉>이 무려 15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역대 영화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한 영화가 된 것이다.

그 덕분에 관람료 수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북미 지역에서만도 무려 7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이다.

여기에 해외 수익까지 합치면 총 20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관람료 수익을 기록하게 됐다.

‘20억 달러는 우리 돈으로 2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지. 그것도 시리즈가 아닌 단일 영화로 이 정도 큰 액수의 돈을 벌어들였다는 것은 영화 <타이타닉>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지.’

영화 <타이타닉>의 엄청난 흥행 신화는 언론과 영화 잡지를 통해서도 연일 대서특필 됐다.

- 월드 박스 오피스 20억 달러로 역대 가장 많은 관람료 수익을 기록한 영화 <타이타닉>.

-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 <타이타닉>, 기존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흥행 기록 대부분을 갈아치우다!

- 15주 연속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영화 <타이타닉>, 해외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어.

- 역대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타이타닉>, 관람료 수익 또한 역대 최대를 기록해.

평론가들의 영화에 대한 호평도 줄을 이었다.

- 영화 <타이타닉>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뛰어난 영상미, 눈을 의심케 하는 특수효과, 여기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이 더해져 역대 최고의 명작 영화를 완성했다.

- 최고의 영화 제작자인 제임스 킴과 최고의 영화 연출가인 제임스 카메룬이 만나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역작을 완성했다. 내 생각에 타이타닉을 소재로 한 영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 바로 이번에 두 사람이 만든 영화 <타이타닉>인 것 같다.

- 영화 <타이타닉>은 타이타닉 침몰이라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잭과 로즈라는 가공된 인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다큐멘터리와 로맨스는 영화적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 두 요소가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며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

- 영화 <타이타닉>은 재난 영화임과 동시에 로맨스 영화이다. 특히 주인공인 잭과 로즈 두 사람의 사랑은 영화 포스터 문구처럼 ‘영원으로 기억될 세기의 로맨스’임이 분명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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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화 <타이타닉>은 한동안 전 세계 영화계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오며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물론 그 덕분에 나와 영화사 Film Kim의 명성도 이전보다 더욱 높아지게 되었고.

228.

루이스 필름.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감독이자, 나의 절친인 조지 루이스가 운영하는 영화 제작사이다.

사실 루이스 필름은 제작한 영화 수에 비해 영화계에서의 명성과 매출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세계 최고의 흥행작인 영화 <스페이스 워즈>와 브랜드 관리로 해마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페이스 워즈>라는 단 한 편의 영화로 영화제국을 건설한 인물이 바로 조지 루이스이지. 총 8편의 시리즈가 제작되는 동안 관람료 수익만도 무려 40억 달러가 넘게 벌어들였으니까. 여기에 비디오, 게임, 캐릭터 상품 등의 부가 수익을 합치면 약 300억 달러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게 되지.’

그런데,

최근 조지 루이스는 영화 제작 외에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회사인 ‘스카이 워커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 음향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킴?”

사무실로 들어서는 나를 조지 루이스가 반갑게 맞았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잠시 조지 얼굴 좀 보고 가려고요.”

“점심은?”

“아직요.”

“그럼 같이 나가서 먹으면 되겠군. 아, 이번 밥값은 킴이 내도록 해. 이번에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이 무려 20억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렸으니 나한테 밥 한끼 정도는 사야지 않겠어?”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흐흐. 아 참, 조지.”

“응.”

“듣자니 최근 스카이 워커 사운드에서 새로운 영화 음향 표준을 개발했다고 하던데......”

“THX를 말하는가 보군.”

“THX요?”

“그래. 내가 일전에 킴에게 한번 이야기한 적 있었잖아. 영화의 현장감과 박진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교한 사운드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루이스 필름 산하에 스카이 워커 사운드라는 음향 기술 전문 회사를 만들어 효과적인 음향 시스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THX 시스템이란 것이고. 그런데......”

조지 루이스가 살짝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극장주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가 않아. 그저 많은 관객을 받아 관람료 수익만 많이 가져갈 생각만 하고 있지, 극장의 물리적 환경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단 말이야.”

“그럼 보여주면 되잖아요?”

“보여주다니, 뭘?”

“영화 관람에 있어 영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음향 시스템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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