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27화 (127/145)

# 127 < 세기의 재난 로맨스 영화 <타이타닉> (5) >

224.

영화 <타이타닉>의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Film Kim에서는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또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화 역사상 최초로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실사 영화 제작이지. 그것도 관객들이 깜짝 놀랄만한 퀄리티를 가진 엄청난 시각효과를 바탕으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를 말이야.’

전생의 내 기억에 따르면,

영화 <트랜스포머>는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어릴 적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거대 로봇들의 대전을 영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흥행 성적으로 반영되어 월드 박스 오피스 7억 달러라는 큰 흥행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지.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모델이 되는 해즈브로사의 로봇 장난감 트랜스포머의 제작 수준이 아직은 조잡스러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고.’

이에 나는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해즈브로 사의 디자인 팀과 연구팀, 그리고 우리 ILM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들 간의 협업을 통해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 개발에 나섰다.

해즈브로 측 또한 적극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나섰다.

만약 이번 영화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완구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전에 조지 루이스가 만든 영화 <스페이스 워즈>의 전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역대 영화 가운데,

<스페이즈 워즈> 만큼 큰 완구 판매 수익을 올린 영화도 또 없을 것이다.

장난감이나 피규어 등 각종 캐릭터 상품 판매로만 무려 120억 달러가 넘는 큰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스페이스 워즈> 시리즈의 총관람료 수익의 4배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였다.

‘헤즈브로 사의 앨런 브릭스 사장이 완구 판매 수익의 절반을 양보해가면서까지 우리 Film Kim과 손잡고 이번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 우리 Film Kim이 가진 영화 제작 역량이면 이번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제2의 <스페이스 워즈>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기 충분할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번 해즈브로와의 협업은 단순히 <트랜스포머> 시리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이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헤즈브로 사와의 접촉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머잖아 우리 Film Kim에서 본격적인 마블 히어로 실사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하면 관련 캐릭터 상품 수요 또한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할 테지. 그렇게 되면 해즈브로와 같은 미국 최대의 완구 제작 회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테고. 게다가 만에 하나 상황이 잘 풀리게 되어 우리 Film Kim이 해즈브로를 인수 합병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금상첨화이고 말이야.’

앞으로 Film Kim이 단순한 영화 제작사를 넘어,

지적 재산권을 보유한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금 내가 세우고 있는 계획이었다.

***

영화사 Film Kim.

조지 루이스와 내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해즈브로 사의 앨런 사장과 이야기가 잘 됐다면서?”

“맞아요, 조지. 그래서 이번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에 해즈브로 사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어요.”

“나 참, 킴은 도대체 어디까지 회사를 성장시킬 작정이야? 정확히는 몰라도 지금 자산 규모만 따지면 미국 기업 순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는 되지 않아?”

“10위는 무슨......”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성장 가능성만 놓고 보면 우리 Film Kim이 1위죠.”

“으, 저 죽일 놈의 자신감은 예나 지금이나 꺾일 줄을 모르는구먼.”

“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우리 Film Kim이 그정도 수준까지 올라가려며 한참이나 멀었어요. 그보다 조지.”

“응.”

“요즘 로런스와 필립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로런스 캐스던과 필립 커프만.

죽은 대본도 살려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각본가이다.

특히 이 두 사람은 오래전 조지 루이스와 내가 <레이더스>를 제작할 때 공동 각본가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 회사에서 제작하는 다수의 영화에 각본가로 참여하기도 했었고.

“뭐, 그 두 사람이야 워낙 뛰어난 재능을 가진 각본가이다 보니, 요즘에도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 최근에는 영화 연출에도 직접 뛰어들었다고 하더군. 근데 갑자기 두 사람 소식은 왜 묻는 거야?”

“이번 영화 <트랜스포머>의 각본 제작에 두 사람을 함께 참여시킬까 해서요. 조지도 같이 참여해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예전 <레이더스> 때처럼?”

“네. 오래간만에 우리 네 사람이 함께 뭉쳐서 멋진 각본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흐흐, 듣고 보니 예전 생각이 나는군. 그때는 킴의 영화 제작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 때라 다들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았었지. 물론 <레이더스>의 흥행 대성공으로 그런 걱정들을 한방에 불식시켜버리기는 했지만 말이야.”

“어때요, 조지? 함께 할 생각 있어요?”

“나야 킴이 만드는 영화라면 언제든지 참여할 의향이 있지. 일단 내가 로런스와 필립을 먼저 만나보고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지. 그런 다음 내가 다시 킴에게 이야기해 줄게.”

“그래요, 조지. 아 참, 그 외에도 괜찮은 각본가들 있으면 따로 좀 소개해 주세요.”

“알았어.”

***

내가 이번 영화 <트랜스포머>의 각본 제작에,

로런스 캐스던과 필립 커프먼 등과 같은 할리우드의 유명 각본가들을 대거 참여시키려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생에서 내가 본 <트랜스포머>는 관객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CG 효과에 비해 스토리적인 측면이 무척이나 빈약했기 때문이다.

‘총 5편에 걸친 시리즈로 제작된 영화 <트랜스포머>. 하지만 스토리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한 영화의 특성상 편수를 거듭해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 5편은 역대 시리즈 최고의 망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 면에서도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었지.’

사실 이는 실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은 각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인물로 유명했다.

대신 특수 시각효과를 이용한 화려한 영상 연출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러닝타임 내내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 한 장면들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매특허였고, 이것이 그를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만든 주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르지. 영화 <트랜스포머> 특유의 화려한 로봇 액션에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가지고 있던 세계관과 설정들, 여기에 할리우드 최고의 각본가들이 구성한 이야기와 나의 영화적 경험들이 더해지면 이번 영화는 전생보다 더욱 완벽한 형태로 재탄생 될 수 있을 거야.’

화려한 볼거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스토리,

이것이 이번에 새로 만들어질 우리 Film Kim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225.

멕시코 로사리토 해안가의 Film Kim 스튜디오.

영화 <타이타닉>의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촬영장의 폭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연출을 맡은 제임스 카메룬은 연일 스태프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고 있었고, 그 덕분에 영화 촬영은 불과 4개월 만에 절반 이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씬들이 대부분 촬영하기 어렵고 힘든 장면들이라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될지는 예측 불가한 상황이었다.

영화 중반부로 가면 본격적인 침몰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영화 <타이타닉>은 멜로 영화임과 동시에 재난 영화이기도 하지. 초반부가 주인공인 잭과 로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재난 상황에 집중되게 되고, 그 때문에 촬영 난이도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

오늘 촬영은 이번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타이타닉호의 침몰 장면이었다.

그것도 배가 완전히 반으로 쪼개지면서 바닷속으로 서서히 침몰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타이타닉호가 반으로 쪼개져서 가라앉았다는 일화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이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이전 영화들에서도 타이타닉호는 쪼개지지 않고 그대로 물속에 가라앉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 때문에 각본 회의 당시 제임스 카메룬과 나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킴은 어떻게 생각해요?”

“타이타닉호의 침몰 당시 상황 말이에요?”

“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 때문에 시나리오 작성 당시에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난 지미와 같은 생각이에요. 살아남은 승객들이 진술한 것처럼 타이타닉호는 반으로 쪼개진 상태로 물속에 가라앉았을 것 같아요.”

지금 시기와 달리 내가 살던 전생에서는 이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제임스 카메룬은 못내 찝찝함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영화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인만큼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을 집어넣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 그렇다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면 되죠.”

“명확한 증거요?”

“어차피 우리가 이번 영화의 초반부에 실제 바닷속에 가라앉은 타이타닉호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잖아요? 그때 갈라진 타이타닉호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면 침몰 장면을 둘러싼 논란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요.”

“흠,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런데 만약 실제 바닷속 타이타닉호가 반으로 갈라지지 않고, 온전한 모습 그대로 가라앉아 있으면요?”

“그건 그때 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요, 흐흐.”

역시나,

제임스 카메룬과 나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잠수정을 타고 내려간 우리 두 사람의 눈에 반으로 갈라진 채 침몰해있는 타이타닉호의 모습이 명확히 들어온 것이다.

‘오늘 촬영 장면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된 것이지.’

“자, 준비 다 됐으면 촬영 시작합니다.”

“카메라 스탠바이, 레디, 액션!”

메가폰을 타고 제임스 카메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급격하게 기울어진 타이타닉호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두 동강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장면은 실물의 1/8 크기로 축소된 미니어처를 제작해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후반 CG 작업을 통해 배 안의 내부 불빛과 추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덧입힐 예정이었다.

“컷! 다시 한번 더 갑니다. 크레인 다시 내려주세요.”

촬영된 화면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제임스 카메룬이 재촬영을 지시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완성된 영화 <타이타닉>의 침몰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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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곳곳에 물이 스며들며 침몰 위기에 처한 타이타닉호.

승객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이 긴박한 순간에도 갑판 한쪽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연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혼란한 승객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안정시켜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 지지지지직!

- 쿠콰콰콰쾅!

갑자기 배 중간이 완전히 갈라졌다.

뒤이어 무게 중심을 잃은 배 앞쪽이 점점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갑판 위에 서 있던 수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미끄러지며 바닷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살려줘!”

황급히 배의 난간 기둥에 올라선 잭이 로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 손 잡아요, 로즈. 빨리!”

“됐어, 잡았어요.”

바다 한가운데 90도로 완전히 곧추선 채로,

타이타닉호는 서시히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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