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감독의 할리우드 정복기-126화 (126/145)

# 126 < 세기의 재난 로맨스 영화 <타이타닉> (4) >

222.

영화 <타이타닉> 촬영의 주 무대가 될 대규모의 세트장이 드디어 완성됐다.

세트장을 처음 목격한 출연 배우들의 충격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역사상 유례없는 크기의 대형 스튜디오에 실물 크기의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배의 실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별도의 소규모 세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세트는 제임스 카메룬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완벽한 고증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고.

“와우! 만들고 나니 더욱 실감이 나는군요. 실제 타이타닉이 얼마나 엄청난 규모의 여객선이었는지가요.”

감탄 어린 나의 말에 함께 세트장을 둘러보던 제임스 카메룬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무려 80년 전에 만들어진 배라고 생각하면 더욱 엄청난 규모지요. 근데, 킴.”

“네.”

“굳이 배의 좌현과 우현을 모두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제가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한쪽만 실제와 똑같이 만들고, 다른 쪽은 촬영 후에 필름을 뒤집어서 현상하면 그만인데 말이죠. 그럼 세트 제작비나 기간도 지금보다 대폭 줄어들었을 텐데요.”

처음 영화 <타이타닉> 세트를 설계할 때,

막대한 제작비가 부담스러웠는지 제임스 카메룬은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자고 제안을 했었다.

배의 우현만 정교하게 만들고 좌현은 대충 형태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좌현에서 촬영이 필요한 장면은 우현에서 찍은 필름을 뒤집어서 좌현에서 찍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전생의 영화 <타이타닉>도 실제 그런 방법으로 촬영이 이루어졌지. 좌현에서 촬영이 필요한 장면도 모두 우현에서 찍고, 대신 우현 쪽에 새겨진 글자나 동선, 심지어 배우들이 입고 있는 옷의 단추까지도 좌우를 바꿔 달고 촬영했지. 물론 그 때문에 몇몇 장면에서 글자 방향이 거꾸로 찍힌 소위 옥의 티가 발견되기도 했었고 말이야.’

하지만 내가 제임스 카메룬의 이런 제안을 거절하고,

타이타닉호를 실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말이죠, 지미. 이번 영화 <타이타닉>의 세트는 촬영 이후에도 계속 사용할 데가 있어서 그래요.”

“촬영 이후에도요?”

“예. 내가 지미한테는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조만간 우리 Film Kim에서 하와이에 대형 영화 테마파크를 하나 만들 생각이거든요?”

“영화 테마파크요?”

“예. 여태껏 Film Kim이 만든 영화 세트와 소품을 모두 모아 두고 영화를 통해 느낀 감동을 다시 한번 관객들이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 가지 놀이 시설이나 편의 시설도 함께 갖춰서 말이에요.”

“일종의 디즈니랜드 같은 시설인가 보군요?”

“그런 셈이죠.”

“아! 그럼 이번 영화에 사용된 이 세트도 촬영이 끝나면 다시 그곳으로 옮겨서 설치할 예정이군요.”

“예. 그래서 설계 때부터 미리 분해 이동 후 재조립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고요.”

“흠, 그러러면......”

제임스 카메룬이 살짝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영화가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겠군요? 그래야 영화 촬영에 사용된 세트장도 훨씬 가치가 있을 테니까요.”

“맞아요. 아, 그렇다고 너무 부담가지지 않아도 돼요, 지미. 이번 영화가 설사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도 단 한 편의 영화 촬영을 위해 이런 대규모의 세트장이 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라고 말은 했지만,

나는 이번 영화 <타이타닉>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규모의 흥행 성공을 기록하게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굳이 제작비를 더 들여가며 배의 좌우현을 모두 완벽하게 만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고.

“그나저나 킴. 혹시 그 소식 들었어요?”

“무슨 소식이요?”

“우리가 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할리우드의 다른 영화사들도 똑같이 물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요. 그것도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무려 두 편이나 제작된다고 하더군요.”

“보안에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결국 일부 정보가 유출됐나 보네요.”

“그러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영화의 주제가 타이타닉 침몰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지미. 그들은 절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영화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우린 우리가 준비하고 계획한 대로 성실하게 영화 촬영만 하면 돼요.”

제임스 카메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가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영화 <타이타닉>이 성공하기 이전까지 물을 소재로 한 영화는 단 한 편도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으니까. 그 덕분에 할리우드에서는 물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조건 망한다는 속설까지 떠돌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제임스 카메룬과 내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촬영 스태프들이 촬영 준비를 모두 끝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이에 제임스 카메룬은 곧바로 메가폰을 손에 들고 촬영에 나섰다.

오늘 첫 촬영은 이번 영화에서 몇 안 되는 에로틱한 장면,

다시 말해 남주인공인 잭이 여주인공인 로즈의 누드화를 그려주는 장면이었다.

원래 이 장면은 시나리오상 한참 뒤에나 촬영이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룬은 일부러 이 씬의 촬영을 초반부로 앞당겼다.

그 이유는 주인공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아직 서로 친해지지 못하고 서먹한 사이일 때 이 장면을 연기해야 서로 가슴 설레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화면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장면이 절대 외설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지. 여주인공 역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의 파격적인 전라 노출이 나오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예술적으로 화면에 담아야지만 영화의 등급을 우리가 원하는 PG-13(12~15세 관람가)로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지.’

“자, 그럼 제27씬 촬영 시작합니다. 카메라 스탠바이, 레디, 액션!”

- 탁!

둔탁한 슬레이트 소리를 시작으로,

오늘의 본격적인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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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깍!

출입문이 열리며 주인공 잭과 로즈가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배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 두 사람.

대화 과정에서 잭의 직업이 화가인 것을 알게 된 로즈는 자신을 그림으로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이에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몰래 선실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뭐죠, 이게?”

로즈가 금고에서 꺼내 온 목걸이를 받아들며 잭이 물었다.

목걸이 한가운데는 한눈에 봐도 값비싸 보이는 커다란 보석이 매달려 있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예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멋지군요.”

“날 있는 그대로 그려줘요, 잭. 내가 이 목걸이를 찰 테니까요.”

로즈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덧붙여 말했다.

“오직 이 목걸이만.”

“......”

당황하는 잭을 뒤로한 채,

로즈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몹에 오직 목걸이 하나만 맨 채로 걸어왔다.

“저, 저기 소파로 가서 누워요.”

“네.”

잭이 눈부신 로즈의 나신을 캔버스에 옮겨 그리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왜 얼굴이 붉어졌죠, 잭?”

“그, 그게......”

“모네도 그림을 그릴 때 얼굴을 붉혔을까요?”

“그 사람은 풍경화죠, 후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완성되는 잭의 그림.

그 순간.

소파 위에 누워있는 로즈의 모습이 나이 든 로즈의 모습으로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과거의 로즈와 현재의 로즈가 서로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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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해즈브로(Hasbro).

미국의 대표적인 장난감 제조 회사로 완구 제작 외에도 애니메이션과 같은 각종 영상물 제작 사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주력 사업인 장난감 판매를 더욱 증대시키기 위한 일종의 홍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해즈브로는 경쟁 회사인 마텔 사에 밀려 2인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마텔은 바비 인형이라는 엄청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미국 장난감 시장을 거의 휩쓸다시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해즈브로는 일본 완구 회사로부터 판권을 사들여 일명 ‘트랜스포머 시리즈’라는 변신 로봇을 선보이게 된다.

그 결과 해즈브로는 마텔을 제치고 미국 최고의 장난감 회사에 등극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뒤 해즈브로에서 만든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실사 영화가 만들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는 것이지.’

전생의 내 기억에 따르면,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미국 안방 가에 첫선을 보이게 된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이를 실사화할 CG 기술력이 부족했고, 이에 비교적 제작이 쉬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르지. 영화 산업에서 CG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나는 일찌감치 ILM을 인수해 해마다 거액의 돈을 투자해왔고, 그 결과 현재 ILM의 CG 기술력은 전생의 그것보다 훨씬 앞서게 되었지. 지금 당장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실사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내가 오늘 해즈브로 사의 운영진을 만나러 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조만간 할리우드, 아니 전 세계 영화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엄청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Film Kim의 이름으로 제작하는 것,

그것도 전생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선 시기에 말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영화 팬들이 느끼는 충격도 전생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배가 될 것이 분명하고.’

“듣자니......”

내가 해즈브로 사의 사장 앨렌 브릭스를 향해 말했다.

“최근 해즈브로 사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예전부터 우리 회사에서는 새로운 완구가 출시되면 관련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TV에 방영하곤 했는데, 이 방법이 매출 증대에 꽤나 효과적이더라고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우리 Film Kim에 제작을 한번 맡겨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뭐, 그 점은 킴이 이번 만남을 제안했을 때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Film Kim 같은 대형 영화사가 굳이 홍보용 장난감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다니, 저로서는 사실 납득이 잘 가지 않는군요.”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예?”

“이번에 제가 만들려고 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입니다.”

나의 말에 앨런 브릭스 사장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거대 변신 로봇인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실사로 촬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실사 영화요?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예. 사장님도 어느 정도는 들어서 아시겠지만, 우리 Film Kim 산하의 CG 제작 회사인 ILM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CG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실사로 구현하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영화에 등장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모습을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우리 회사의 디자인 팀과 헤즈브로 사의 디자인 팀이 함께 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고요.”

사실 해즈브로 사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다소 조잡한 면이 있었다.

대부분 초창기 모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개량을 거듭하면서 실제 영화 <트랜스포머>가 개봉될 당시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모습과 똑같은 정교한 형태로 개선이 된다.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바로 이 시기를 10년 이상 앞당기려고 하는 것이고.’

“사장님께서 동의하신다면 개발 비용은 우리 Film Kim에서 절반을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완구 판매 수익도 똑같이 나누는 것으로 하고요.”

“흐음.”

살짝 망설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앨런 브릭스 사장을 향해 내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만약 사장님께서 이번 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지금 해즈브로 사가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는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약속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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